대학교에서 웨딩홀까지

대학교에서 웨딩홀까지

By:  김애  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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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다. 윤윤서는 7년 동안 구재건을 사랑해왔다. 그러나 3년의 비밀 연애 끝에 얻은 것은 그의 경멸과 비웃음뿐이었다. “난 절대 너같은 악독한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 윤윤서는 실망과 상처 끝에 떠나기로 결심했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오만하던 남자는 빗속에서 무릎을 꿇고 눈시울을 붉혔다. “윤서야, 내가 잘못했어.” “그쪽이 누구세요?” 기세 드높던 재원그룹의 대표 구재건은 이 순간, 애걸복걸하는 처지였다. “남편이든 남자친구든 상관없어. 네가 떠나지만 않는다면 뭐든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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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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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86110
너무 재밌어요! 빨리 다음 편 보고 싶습니다
2024-09-21 04:21:3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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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 Su Kim
애기나오는 소설은 뻔해서 재미가 없네요 반전도 없고 여주는 착하고 남주는 쓰레기고 나중에 후회하고 화해하고 결국 해피엔딩..
2024-09-20 21:19:05
0
30 Chapters

제1화

욕실.물안개가 맴도는 공간, 구재건의 목소리는 윤윤서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왜 전처럼 수줍어하지 않아?”윤윤서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그, 그때는... 처, 처음... 이었으니까...”“알지. 내 옷에도 책상에도 전부 네가 흘린 피였잖아.”구재건은 커다란 손으로 윤윤서의 허리를 잡으며 피식 웃었다.“그렇다면 넌 언제가 제일 좋았어?”힘겹게 벽을 잡고 서 있던 윤윤서는 물에 퍼진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모, 몰라요.”구재건은 가슴을 더욱 밀착시키며 비웃었다.“너 나 좋아한다며? 그렇게 역사적인 순간은 일일이 마음에 새겨야지.”물안개 때문인지 살결은 더욱 밀착해서 조금의 공간도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윤윤서는 썰렁하기만 했다.“그러는 대표님은 저를 싫어하잖아요. 제 생각이 그렇게 중요해요?”구재건은 잠깐 멈칫하더니 더욱 힘을 줘서 밀어붙였다.“넌 한결같이 뻔뻔하네.”“대표님은 한결같이 저를 미워하네요.”반 시간 후.윤윤서는 피곤한 기색으로 침대에 축 늘어져 있었다. 욕실에서 가져온 물기가 침대를 적셨지만 전혀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구재건은 어느샌가 정장을 차려입고 나왔다. 과거의 그와 전혀 다른 고귀하고 오만한 모습이었다.7년 전.대학교 1학년 새내기가 된 윤윤서는 부잣집 딸이었다. 그러나 구재건은 장학금을 받아서 겨우 등록금을 내는 형편이었다.윤윤서는 학교 운동장에서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 원래도 사회적 거리가 멀었던 그에게 가까이하기 위해 그녀는 온갖 방법을 다 썼다. 후에는 비열한 수단으로 협박하며 억지로 굴복시키기까지 했다.이 관계는 대학교 4학년 때 끝났다. 구재건은 직접 만든 프로그램으로 첫 수입을 얻었다. 그리고 점점 더 높은 자리로 차근차근 올라가기 시작했다.윤윤서는 진작부터 그의 능력을 보아냈다. 그저 이렇게 빨리 성공할 줄 몰랐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의 대가도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집안 사업이 망하는 건 한순간이었고,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빚쟁이를 피해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천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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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윤윤서의 입술은 창백하게 질렸다. 혀끝을 하도 잘근잘근 씹어서 입안에는 피비린내가 맴돌았다.“하하!”구재건의 허락을 받은 김정섭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더욱 노골적인 눈빛으로 술잔을 들이댔다.“상사가 말했는데도 안 마실 거예요?”윤윤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해서 그녀는 또다시 술잔을 밀어냈다.“죄송해요. 저 진짜 술은 못 마셔요.”“쯧, 성가시게 구네. 이러니까 상사한테 예쁨을 못 받지.”김정섭은 더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그럼 구 대표님 말씀대로 내가 가르쳐줄게.”말을 마친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윤윤서의 턱을 잡았다. 그리고 억지로 술을 먹이려고 했다.그들의 눈에 여자는, 특히 비서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고장 나면 하나 바꾸면 그만이었다. 주인도 신경 안 쓰는 장식품을 남은 더욱 아낄 필요가 없었다.“웁...!”윤윤서는 되는 대로 반항했다. 자극적인 액체는 코와 입을 타고 목과 가슴까지 흘러들었다. 하얀색 셔츠는 술에 적셔지며 속옷의 윤곽을 드러냈다.괴롭힌 당한 고양이라도 된 것처럼, 윤윤서는 잔뜩 흐트러진 모습으로 버둥거렸다. 남자들은 거친 숨을 쉬며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짝!뺨 때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윤윤서는 앞섬을 여미면서 뒷걸음질 쳤다. 김정섭은 콩알만 한 눈을 최대로 뜨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미친년이 감히 나를 때려?!”그는 와인잔을 들어 윤윤서를 향해 던졌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튄 유리 파편은 윤윤서의 창백한 얼굴도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곧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아이고, 김 대표님! 진정하세요!”피를 볼 필요까지는 없었기에 사람들은 김정섭을 말리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그의 곁으로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무래도 구 대표님 사람이에요. 언제 말을 바꿀지 모르는 일이니까 자중하세요.”김정섭은 이제야 이성이 돌아왔다. 그는 힐끔거리며 구재건의 눈치를 살폈다.구재건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기분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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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놀란 것도 잠시 구역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웁!”윤윤서는 입을 막고 간신히 참아냈다.그녀는 입덧이 꽤 심한 편이었다. 임신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 벌써 이러는 걸 보면 말이다.오래간만에 부드러운 표정을 지은 그녀는 가만히 아랫배를 바라봤다. 별걸 다 자기 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했다.“죄송해요. 윤준서 씨도 환자분의 보호자이기 때문에, 병원비를 돌려받을 권리가 있어요.”윤윤서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 생각을 멈췄다. 주치의는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시더라고요. 윤준서 씨가 하도 시끄럽게 굴어서... 돈을 안 주면 치료를 포기하겠다고 하셔서, 저희도 어쩔 수 없었어요. 환자분을 위해서는 그게 최선이었어요.”윤윤서는 핸드폰을 꺼냈다. 확실히 주치의의 부재중 통화가 있었다. 구재건과 함께 있을 때라서 받지 못한 모양이다. 그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무음 모드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그녀는 눈을 감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평정심을 되찾았다.“병원비는 얼마나 남았어요?”“일주일 동안의 비용만 남았어요.”윤윤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윤준서가 아무리 밉다고 해도 지금은 일단 병원비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이곳 백영은 전국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이다. 이곳에 있어야만 빠른 속도로 돈을 모을 수 있었다.그렇게 백영을 떠날 계획은 잠시 미루게 되었다. 새로운 일자리도 찾아야 했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윤준서의 일을 잊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했다.주치의가 할 말을 끝내고 돌아섰을 때 윤윤서가 그를 불러세웠다.“잠시만요. 선생님, 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말씀하세요.”“태아의 심장 소리는 몇 개월부터 들을 수 있나요?”이 말을 들은 주치의는 의아한 눈빛으로 윤윤서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아마 40일에서 50일 정도부터 들릴 거예요. 저는 산부인과가 아니라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요.”“네, 알겠습니다.”윤윤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늘로 그녀가 임신한 35일째가 된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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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구재건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았다. 윤윤서는 그 즉시 후회했다.그녀는 조심스레 다가가 그의 얼굴을 살펴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있는 힘껏 그녀를 밀어냈다.화가 치밀어 오른 윤윤서는 하이힐을 신은 채 구재건의 다리를 차며 말했다.“그래요, 재건 씨는 내 장난감이에요! 놀다가 질리면 버릴 장난감! 비싼 척하지 마요. 어차피 재건 씨는 나한테 무릎 꿇게 되어 있으니까!”그날 구재건은 상처 가득한 몸으로 기숙사에 돌아갔다. 윤윤서가 약과 선물을 보냈지만, 전부 창문으로 던져졌다.윤윤서는 바닥에서 나뒹구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친구들에게 짜증을 부렸다.“쓸모없는 것들! 선물 하나 제대로 못 전달해?”이때 친구 중 한 명이 말했다.“윤서야, 만약 구재건 씨가 안 알아줘도 되는 거면 익명으로 선물하는 게 어때?”“익명은 받아줄까?”“구재건 씨는 널 싫어하는 거지, 선물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잖아. 다른 사람이 줬다고 생각하면 받을 거야.”구재건에게 눈이 먼 윤윤서는 이 말에 숨겨진 뜻을 몰랐다. 그는 곧바로 물건들을 새로 사서 익명의 편지를 작성했다.[구재건:구재건 씨의 상황에 진심으로 동정을 표합니다. 윤윤서 씨는 저희가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이렇게 응원할 수밖에 없습니다.상자 안의 물건들은 저희의 작은 성의이니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들다고 해도 공부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윤윤서 씨는 조만간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윤윤서는 일부러 자신을 욕하는 말까지 더했다.역시 이번 선물은 버림받지 않았다. 그는 감동한 표정으로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그 이후 윤윤서는 조현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구재건을 괴롭혀댔다. 그를 극도로 증오하는 것처럼 말이다.물론 속으로는 아주 속상해했다. 그래서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엄청 사줬다. 쉽게 구할 수 없는 한정판 책도 몰래 가방에 넣어주고는 했다. 어떨 때는 현금다발과 응원 편지도 있었다.후에 구재건은 성공했다. 윤윤서가 저질렀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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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윤윤서는 작게 심호흡하더니 애써 평온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 대표님.”구재건은 고개를 들어 거리감으로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그는 말없이 머리를 까딱할 뿐이었다.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니 사직 절차를 밟을 서류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는 사인만 하면 되었다.윤윤서는 주저 없이 펜을 들고 사인했다. 구재건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펜은 종이와 마찰하면서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사인을 끝낸 윤윤서는 펜과 서류를 원래 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구재건을 향해 꾸벅 인사하며 덤덤하게 말했다.“그럼 안녕히 계세요.”말을 마친 윤윤서는 몸을 돌려 떠났다. 미련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문이 닫힌 순간 구재건을 주먹을 꽉 쥐었다.‘정말 가버린 거야? 왜?’사무실의 분위기는 빠르게 가라앉았다. 강우진은 이대로 얼음조각이 될 것만 같았다.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용기 내서 구재건에게 말했다.“대표님, 사인한 서류는 제가 인사팀에 가져갈까요?”“꺼져.”구재건은 종래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그의 눈가는 빨갛게 달아올랐다.살기가 단단히 서린 것이 마왕 못지않았다.“네.”강우진은 후덜덜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서류를 챙겨서 나왔다. 사무실에서 나온 그는 바로 인사팀에 가는 것이 아닌 자리에 앉았다.사인한 서류를 보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에 얽매인 채 살아간다면 영원히 그때 그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안 맞는 사람을 붙잡으려고 한 윤윤서나, 전혀 안 괜찮으면서 괜찮은 척하는 구재건처럼...생각해 보니 구재건은 꺼지라고 했지 알았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잠시 서류 제출을 보류할 생각이었다.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사인 된 사직서를 문서 파쇄기 안에 넣었다.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사인 된 서류는 조금씩 삼켜지기 시작했다.빠르게 작동하는 칼날 아래서 종잇장은 눈꽃이 되어 내렸다.“아차, 실수로 사직 서류를 파쇄기에 넣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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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밤이 깊어 지고...구재건은 커다란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은 채 미간을 꼭 찌푸렸다.그는 또 꿈을 꾸었다. 꿈속에는 여자의 서투른 손놀림과 함께 협박의 말이 들려왔다.“내 말 들어요. 안 그러면 재건 씨가 조예리를 좋아한다고 소문 내 버릴 거니까요. 소문이 나면 모두가 재건 씨를 비웃겠죠? 스캔들의 주인공이라면 장학금도 없겠네요. 그렇게 허망하게 학교에서 쫓겨나고 싶어요?”폐쇄된 교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햇빛은 두꺼운 커튼을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오직 초가을의 바람만이 살살 불어와 탁한 공기에 시원함을 더해줬다.어린 구재건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셔츠 단추는 완전히 풀어져서 단단한 가슴 근육을 드러냈다. 바지 벨트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어깨에는 여자의 손이 닿아 있었다.“내가 진작 이렇게 될 거라고 했죠?”도발적인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재건 씨도 좋잖아, 안 그래요?”“...”구재건의 이마에는 핏줄이 튀어나왔다. 따듯한 손길에 따라 말로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신경을 감쌌다.그는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 와중에도 싫어하는 사람에게 반응을 일으키는 몸뚱아리가 한스러웠다.이를 꽉 악문 그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속마음과 달리 몸은 자꾸만 바들바들 떨렸다.결국 정신은 육체에 져버리고 말았다. 머릿속에 하얀빛이 스친 것도 잠시 그는 기분 좋은 신음을 냈다.곧이어 구재건은 거칠게 숨을 쉬며 눈을 떴다. 하체는 축축해져 있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불을 켜고 욕실에 들어갔다. 샤워기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면서 바디위시의 향기가 맴돌기 시작했다. 윤윤서의 몸에서 자주 나던 냄새였다.머리를 저으며 생각을 떨쳐낸 그는 샤워에 집중했다. 그러나 다시 눈을 뜨자, 샤워기 아래에 쓰러져 있던 윤윤서의 모습이 떠올랐다. 요정같이 매혹적인 모습이었다.꿈에서 충분히 만족했는데도 몸은 또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 윤윤서가 사직했다는 생각에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그는 그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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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윤준서 이 새끼가...”윤윤서는 화가 나다 못해 숨이 다 막혔다. 그러나 욕해 봤자 정작 욕보이는 건 자신과 이혜수였기에 결국 참아냈다.택시 기사는 그녀가 힘겹게 숨을 고르는 것을 보고 걱정되는 표정으로 물었다.“괜찮으세요?”윤윤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이제 아이를 지울 돈도 없었다. 돈을 마련할 방법은 따로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그녀는 지갑을 뒤져서 현금 5만 원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돈을 택시 기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죄송한데 다시 호텔로 데려다주세요.”“네.”5만 원권을 받은 택시 기사는 거스름돈을 찾아주고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호텔에 돌아왔을 때 태양은 중천에 있었다. 따듯한 햇살이 몸을 비추는 데도 그녀는 전혀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피곤한 기색으로 안에 들어가자 호텔 매니저가 다가와서 말했다.“윤윤서 씨, 전에 미리 지불하신 투숙 비용을 다 썼는데 계속 투숙하실 건가요?”윤윤서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그녀는 주먹을 꼭 쥐면서 말했다.“아뇨. 다른 일이 있어서 곧 나갈 거예요.”“알겠습니다.”매니저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친절하게 벨보이도 보내줬다.윤윤서가 트렁크를 끌고 떠난 다음 매니저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굽신거리면서 말했다.“네, 도련님. 윤윤서 씨는 금방 떠났습니다.”“알았어요.”전화를 끊은 구지오는 구재건의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구재건의 사촌 동생이었다. 구재건의 성공하기 전에는 비정규직에서 일하는 지방대 출신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는 백영 최고 갑부의 사촌 동생으로 도련님이라고 불렸다. 어딜 가도 최상의 대접을 받았다. 두 사람이 나고 자란 시골마저 예전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발달했다.물론 구지오가 대접받는 건 그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구재건이 직접 할 수 없는 어두운 일은 전부 그가 도맡아서 했다. 예를 들어 마음에 안 드는 협력사거나, 말 한 드는 윤윤서거나... 구재건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람이라면 그는 절대 봐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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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윤윤서는 이를 꽉 악물었다. 그는 최선의 용기를 다 해 구재건을 떠난 것이었다.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전에 했던 마음의 준비가 아까웠다.“도와줘요... 제발...”구재건은 콧방귀를 뀌었다. 윤윤서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었다.한편 윤윤서의 상의는 이미 벗겨져 있었다. 예쁜 쇄골은 공기 중에 그대로 드러났다.한 사람이 흘린 침이 그녀의 얼굴에 뚝 떨어졌다. 끈적한 느낌과 역겨운 냄새는 웬만한 악몽보다도 끔찍했다.“안돼!”반항하다 못한 윤윤서는 결국 울다시피 외쳤다.“대표님이랑 할게요!”“뭘?”구재건은 아주 여유로웠다. 그는 노련한 사냥꾼처럼 함정에 빠진 사냥감을 노리고 있었다.윤윤서는 눈을 꾹 감더니 결국 타협을 선택했다.“대표님이랑... 자겠다고요...”이 말이 나온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차량들의 헤드라이트가 이곳을 밝혔다. 눈 부신 빛에 주변은 낮이 된 것처럼 밝아졌다.차 안에서는 경호원들이 내려왔다. 그들은 손쉽게 부랑인들을 멀리 끌어갔다.그중 눈치가 없는 한 사람은 윤윤서에게 흠뻑 빠져있었다. 그는 경호원의 손에서 벗어나더니 다시 윤윤서를 향해 덮치려고 했다.구재건은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의 머리를 차버렸다. 부랑인은 꽥 소리 지르며 바닥에 쓰러지더니 피와 부러진 이빨을 토해냈다.가방에서 현금다발을 꺼낸 구재건은 부랑인들 앞에 내던졌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건 대학교 시절에 생긴 습관이다. 부자가 된 다음에도 그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다.현금은 우수수 떨어졌다. 달빛 아래에서 핏빛으로 물든 꽃잎처럼 보였다. 부랑인들은 우르르 몰려들더니 미친개처럼 빼앗아대기 시작했다.윤윤서는 바닥에 쓰러진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옷을 입었다. 구재건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힘없이 쓰러져 있는 것이 아주 연약해 보였다. 도망칠 능력도 없으면서 감히 벗어나려고 한 대가였다.구재건은 차갑게 웃으며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차 안으로 끌어갔다. 구지오와 경호원은 눈치껏 따라가지 않았다.비틀거리며 차 안으로 이끌린 윤윤서는 다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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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윤윤서는 몸을 흠칫 떨더니 머리를 돌렸다.“만약... 제가 임신했다면 어떻게 할 거예요?”구재건은 그녀의 발그레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경멸 섞인 표정으로 되물었다.“너한테 내 아이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당연히 없죠. 제 주제는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선을 넘는 일은 없을 거예요.”“좋아.”구재건은 이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싸늘하게 경고를 덧붙였다.“윤 비서도 알다시피 재원이 좀 발이 넓어. 백영의 의료기관 중 3분의 1이 재원에 영향받는 거 알지?”병원에서 병을 보이는 것은 실명제다. 수술은 더더욱 그랬다.구재건의 뜻은 아주 명확했다. 만약 거짓말을 한다면 들통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윤윤서는 얼굴이 굳었다. 만약 구재건이 말하지 않았다면 정말 까먹을 뻔했다.다행히 구재건은 아직 조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녀는 구재건의 의심이 조사할 정도로 커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수술은 아무래도 다른 도시에 가서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아랫배를 바라보며 끝없는 슬픔에 빠졌다.‘네 아버지 참 독종이지?’그녀는 곧 다시 고개를 들어 구재건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대표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래.”머리를 끄덕인 구재건은 드레스 룸에 갔다. 잠시 후에는 깔끔한 차림새로 다시 나왔다.그는 넥타이를 정리하며 한결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난 이만 나갈게.”“저녁에 돌아오시나요?”“아니.”“알겠습니다.”윤윤서는 구재건을 배웅해 줬다. 출입문을 열던 구재건은 또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너...”“회사에는 최대한 빨리 복귀할게요. 다시는 사직하지 않을 거예요. 3년의 계약은 폐기하고 대표님이 질릴 때까지 있을게요.”윤윤서는 구재건의 성향을 잘 알았다. 그래서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충심을 표했다.구재건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표현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구지오에게 연락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몰랐다. 윤윤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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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윤윤서는 오후 동안 집에서 쉬다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지수혁이 친절하게 말했다.“네가 제일 좋아하는 오렌지주스 먼저 주문했어.”“고마워.”오렌지주스를 마시고 난 윤윤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가 부탁할 일이라는 건 뭐야?”윤윤서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알았다. 재벌 3세가 집안 망한 그녀에게 부탁할 일이라고는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그게...”지수혁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 윤윤서에게 건네줬다.“나 요즘 엔터 회사 키우고 있어. 그래서 너한테 대본 부탁하려고 했지.”그는 대학교 때부터 창업하고 싶어 했다.시장 조사 결과 백영의 대부분 산업을 재원그룹이 차지했다. 오직 엔터 쪽에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었다. 재원그룹이 발 담그고 있는 건 여전했지만 키우는 연예인은 한 명뿐이었다.그래서 지수혁은 이 기회를 빌려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그의 부모는 망할 것이라고 단정 지은 듯 투자금을 아주 조금만 줬다. 그래서 그는 단가 낮춘 영화 한 편을 실험으로 제작해 보려고 했다.배우, 감독, 스태프... 이런 건 미리 준비된 리스트가 있었지만 작가는 아무리 봐도 마땅치 않았다. 실력 좋은 작가는 지나치게 비싸고, 실력이 떨어지는 작가는 대본 질량이 말도 안 됐다.얼마 전 유준서와 통화하면서 그는 문득 윤윤서가 떠올랐다.“대본?”윤윤서는 머리를 숙여 지수혁의 명함을 바라봤다. 위에는 빛아트 대표이사라고 적혀 있었다. 회사 소개를 보니 규모가 꽤 큰 것 같았다.자신이 없었던 윤윤서는 일단 거절했다.“한 적 있는 일기는 한데... 흠, 난 남들처럼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기초가 모자라.”“또 하기 전부터 겁먹는다. 우리 학교 다닐 때 연극부에서 누가 제일 유명했는지 잊었어? 대본도 쓰고, 연기도 하고, 감독도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집안이 망하기 전의 윤윤서는 세상 부러운 것 없는 사람이었다. 얼굴 예쁘지, 공부 잘하지, 심지어 그녀는 경영학과의 수석이었다.시간을 보내느라 가입한 연극 동아리에서는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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