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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아기를 낳아본 사람으로서 지수연은 아주 능숙하게 윤윤서에게 굽이 낮은 신발 몇 켤레 골라주고 편한 옷과 임산부가 써도 무해한 화장품을 사주었다.

지수연은 옷과 신발, 화장품 전부 윤윤서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지금 얼른 갈아입고 와. 8cm나 되는 하이힐 신고 내 앞에서 비틀대지 말고. 보기만 해도 가슴이 조마조마해지니까.”

윤윤서는 그녀의 호의를 거절하기 어려웠기에 옷과 신발을 갈아입은 후 화장도 지우고 립밤 하나만 발랐다.

지수연은 이런 윤윤서의 모습을 보곤 그제야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렇게 입었어야지. 임신했으니까 굽 낮은 신발만 신어. 하이힐은 위험해서 안 돼.”

윤윤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답으로 다온이의 장난감을 잔뜩 사주었다.

다온이는 기쁜 듯 윤윤서의 얼굴에 뽀뽀 세례를 했고 나중에 그녀의 딸이 태어나면 오빠로서 커다란 선물을 주겠다며 말했다.

윤윤서는 이렇게나 행복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적 별로 없었다. 지수연과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점심까지 다 먹은 후였고 그제야 헤어졌다.

회사로 출발하려고 할 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윤윤서는 다소 수상해 하며 일단 통화 버튼을 눌렀다.

다음 순간 기고만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윤서 씨 맞죠? 전 조예리 매니저예요.”

윤윤서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무슨 일이죠?”

매니저는 뻔뻔스럽게 큰소리를 쳤다.

“우리 예리 계약서 때문에 연락했어요. 윤윤서 씨가 작성한 거 맞죠? 계약서에 문제가 있으니까 빨리 와서 확인하세요.”

윤윤서는 차갑게 웃었다. 속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구재건의 전담 비서로 몇 년 동안 일했던지라 업무에 아주 능숙했고 계약서에 문제가 생길 일도 없었다.

조예리가 그녀를 부른다는 건 다른 목적이 있다는 의미였다.

다만 설령 조예리의 목적이 불순하여 거부한다고 해도 다음번에 또 다른 수를 쓰며 그녀를 불러내려 할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속아 넘어가 주어 조예리의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나았다.

이렇게 생각한 윤윤서는 지수연과 작별 인사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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