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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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렇게 그들은 3년만에 유명무실하던 이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소나기가 지나가고 꽃 피는 봄이 찾아왔다. 혼자가 된 차우미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직장을 구하고 맞선을 보며 사소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단 하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이혼하고 다시는 만날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자꾸만 그녀의 주변을 맴돈다는 것.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 다가와 사랑을 고백한 온이샘. 그녀는 이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도 되겠다고 판단하고 고백을 받아주려 했다. 그리고 이때,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차우미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한마디 툭 던졌다. "녀석은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또 한번의 봄이 찾아왔다. 가지에 새싹이 피어나고 씨앗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하였으며 부드러운 바람이 볼을 어루만지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기분 좋게 귓가에 울렸다. 겨울이 가고 모든 게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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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겨울의 한기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네 시를 넘기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면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봄의 시작을 알리며 아늑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초봄의 시작을 알렸다.시내의 어느 유치원.사무실을 나온 차우미는 처마 밑에 서서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느릿느릿 우산을 펴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오늘은 시댁에 가족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시할머니는 가족간의 우애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분이었다. 나 회장이 돌아가신 뒤로 가문에는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하루는 꼭 시간을 내서 본가로 돌아와 저녁을 같이 하는 풍습이 생겼다.이 풍습은 차우미가 NS그룹 며느리가 되기 전부터 이미 오십 년이나 전해져 내려온 풍습이었다.아침부터 비 온다는 예고는 있었지만 오후에 뒤늦게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저녁이 되어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차우미는 조용히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다섯 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나상준은 며칠째 출장 중이었다. 아침에 나상준의 비서인 허영우에게 문자를 보내 확인했을 때는 예정대로 세 시 사십 분에 공항에 도착한다고 했다.네 시가 넘었으니 아마 지금쯤은 도착했을 것이다.차우미는 방향을 틀어 주차장을 벗어났다.청주에 있는 시댁은 그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었다.차우미는 직접 시댁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나상준이 집에 도착하면 그와 같이 시댁으로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다.관강동은 청주의 유명한 부유층들이 사는 주택가였다. 나상준과 차우미가 결혼생활을 시작한 곳이었다.창 밖에서 바람이 불어오자 금방 싹을 피워내기 시작한 비에 젖은 나뭇가지들이 춤을 추는 것이 보였다.차우미는 익숙한 길을 따라 저택으로 들어가서 검은색 롤스로이스 뒤에 차를 세웠다.차가 도착한 걸 보니 그가 돌아온 모양이었다.시동을 끈 그녀는 핸드백을 챙겨 집으로 들어갔다.“일단 그렇게 알고 진행해.”커다란 거실 창문을 통해 커튼 사이로 거실에 앉아 담배를 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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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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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여주인공이 이혼했는데도 왜케 질질 끌려다느는지 등신같이.
2024-10-29 17: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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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어제, 오늘.. 왜 자꾸 나상준을--나성준으로 표기될까요?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나성준이래 ㅜㅜ 작은 차이 하나가.. 몰입도 완전 떨어뜨려요!!
2024-10-10 22: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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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야
전개과정이 너무나 좋습니다 베스테 셀러될 작품이라고 극찬합니다
2024-09-30 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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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4챕터씩 열리길래 좋아했더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다니요 ㅜㅜ 가뜩이나 느린 전개에 세세하게 묘사되서.. 답답하다 못해 지루한데 다시 4챕터씩 열리게 해 주세요!!
2024-09-07 22: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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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오늘부터 4챕터씩 쭉~~~ 열리는건가요? 너무 좋긴한데.. 한번씩 "이게 무슨말이야?"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난감한데 앞으로는 매끄럽고 정확하게 번역하길 부탁 드립니다!!
2024-09-04 22: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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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심나연은 하성우 여자친구인데.. 작가야 제발 생각 좀 하고 번역해라 온이샘도 김온이라 했다.. 다시 온이샘으로 번역하고 차우미랑 나상준.. 1회부터 반말로 대화했는데.. 어느새 존댓말하고 예은이는 나상준 조카인데.. 딸로 번역하고.. 아주 가관이다!! 가관!! 대충 번역하고.. 참 쉽게 돈 버는구나!!
2024-08-17 19: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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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yoon lee
두챕터씩 올리는데 그나마도 한 챕터는 흐름에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다 서브 캐릭터로 아니고 보석 사러가서 점원 러브스토리도 한탭터 반, 거진 두챕터를 넘기는건 그냥 돈만 밝히는건지….루즈하게 이어나가는거도 정도가 있지ㅠㅠ 맥락이 없어ㅠㅠ 이제 그냥 버립니다
2024-08-12 15: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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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멀쩡하던 반말 대화체가 갑자기 존댓말로 바뀌고나서부터는 계속 "나는"을 "저는"으로 번역하면서 내용도 살짝 이상하고 이런 상황을 왜 매번 독자가 감당해야 되는겁니까? 관리자님아.. 매일 항의 리뷰 쓰러 오게 만들지 말고 제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게 조치를 취하기 바랍니다!!
2024-08-08 19: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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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작가가 돌아가면서 소설 번역하는가보네?? 나상준과 차우미가 1회부터 서로 반말로 대화 했었는데 #602챕터부터 존댓말로 대화하고.. 예은이는 나상준 조카인데 딸로 나오고.. 이 상황을 독자만 그대로 받아 들여야 되는건가요? 앞전엔 대화체가 '다' 로 끝나서 매일 항의 리뷰 남겼었는데.. 이번엔 존댓말체인가? 관리자님아 진짜 돈 쉽게 번다!!
2024-08-07 19: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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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ie
나상준과 차우미 둘이 반말 했는데 갑자기 둘의 대화가 존대로 바뀌었네요. 돈주고 보고 있는데, 독자들을 우롱하는것도 아니고 제발 정신 차리고 똑바로 좀 합시다.
2024-08-06 22: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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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602챕터부터.. 번역 작가가 또 바뀐건가요? 갑자기 나상준과 차우미가 서로 반말하다 존댓말을 주고 받아서 내용이 이상해지는 느낌이랄까? 번역도 이상하고 ㅜㅜ 적응할만하면 작가가 바뀌고.. "봄날" 자꾸 왜 이러나요??
2024-08-06 21: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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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사건사고도 크게 없고 다른소설에 비해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을.. 거기에 전개도 느리고.. 디테일도 세세하고.. 그게 봄날의 매력이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집니다!! 전개가 조금 빨랐으면 좋겠어요!!
2024-07-19 0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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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홍
여주가 조용조용하지만 강하고 현자신의 상황을 주도해가는 모습이 멋지네요
2024-06-20 20: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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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미 (karahin)
서브 남주 이름 좀 제대로 바꿔 주세요~~
2024-06-18 19: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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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엊그제 12챕터씩이나 열려서 너무너무 좋아요!! "봄날"은 전개가 느리고 세세하게 묘사되기에 하루에 10개씩 열려도 큰 문제 없습니다 ㅎㅎㅎ
2024-06-02 09: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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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 챕터
제1화
겨울의 한기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네 시를 넘기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면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봄의 시작을 알리며 아늑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초봄의 시작을 알렸다.시내의 어느 유치원.사무실을 나온 차우미는 처마 밑에 서서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느릿느릿 우산을 펴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오늘은 시댁에 가족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시할머니는 가족간의 우애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분이었다. 나 회장이 돌아가신 뒤로 가문에는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하루는 꼭 시간을 내서 본가로 돌아와 저녁을 같이 하는 풍습이 생겼다.이 풍습은 차우미가 NS그룹 며느리가 되기 전부터 이미 오십 년이나 전해져 내려온 풍습이었다.아침부터 비 온다는 예고는 있었지만 오후에 뒤늦게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저녁이 되어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차우미는 조용히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다섯 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나상준은 며칠째 출장 중이었다. 아침에 나상준의 비서인 허영우에게 문자를 보내 확인했을 때는 예정대로 세 시 사십 분에 공항에 도착한다고 했다.네 시가 넘었으니 아마 지금쯤은 도착했을 것이다.차우미는 방향을 틀어 주차장을 벗어났다.청주에 있는 시댁은 그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었다.차우미는 직접 시댁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나상준이 집에 도착하면 그와 같이 시댁으로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다.관강동은 청주의 유명한 부유층들이 사는 주택가였다. 나상준과 차우미가 결혼생활을 시작한 곳이었다.창 밖에서 바람이 불어오자 금방 싹을 피워내기 시작한 비에 젖은 나뭇가지들이 춤을 추는 것이 보였다.차우미는 익숙한 길을 따라 저택으로 들어가서 검은색 롤스로이스 뒤에 차를 세웠다.차가 도착한 걸 보니 그가 돌아온 모양이었다.시동을 끈 그녀는 핸드백을 챙겨 집으로 들어갔다.“일단 그렇게 알고 진행해.”커다란 거실 창문을 통해 커튼 사이로 거실에 앉아 담배를 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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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시댁은 청주시 남부의 교외에 위치해 있었다. 번화한 시내와 떨어져 산과 들을 등지고 지은 호화저택은 요양하기 최적인 곳이었다.차가 서서히 정원으로 들어서자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날은 이미 저물었고 저택에서는 밝은 불빛이 새어 나왔다. 빗소리와 가족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아늑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겼다.최우미는 곱게 포장한 쿠키를 들고 나상준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집 안에서 어린 소녀가 뛰어나오더니 앳된 목소리로 그들을 맞아주었다.“큰아빠, 큰엄마!”최우미는 미소 띈 얼굴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박스를 아이에게 건넸다.“열어봐.”아이의 눈이 반짝하고 빛나더니 환호를 질렀다.“와! 백설공주랑 일곱 난쟁이다!”최우미는 동화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취향을 고려해 동화 속 캐릭터를 닮은 쿠키를 만들어 아이에게 자주 선물하고는 했는데 여느 베이커리 전문가와 비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마음에 들어?”“네! 너무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큰엄마!”“마음에 들었으면 됐어.”가족들은 이미 모두 도착해서 최우미와 나상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늘 있는 일이었기에 지각했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둘은 가족들에게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전하고 자리에 앉았다.나상준의 할아버지인 전대 회장님은 아주 일찍 돌아가셨다고 했다. 네 아이와 함께 졸지에 든든한 가장을 잃었지만 이혜정 여사는 낙담하지 않았다. 그녀는 홀로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네 아이를 돌보고 회사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회사는 점차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빚더미에 허덕이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나 회장이 사망한지 불과 3년이 되던 해에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막내아들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남편을 잃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자식까지 잃은 이혜정 여사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는 대신, 다시 일어서서 홀로 아이들을 길러냈고 지금의 NS를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장남인 나상준의 아버지 나명덕은 슬하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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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따라와.”문하은은 싸늘하게 한마디 던지고 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차우미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시어머니를 따라갔다.시댁은 전형적인 전통식 궁전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기왓장 하나하나 신경을 썼고 목재도 은은한 나무 향이 풍기는 원목 자재를 사용했다.시할머니는 원래 청주에서 잘나가는 재벌가의 딸이었으나 경제위기가 찾아오면서 가문이 몰락하여 당시는 아직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했던 나동석과 결혼했다고 했다.빗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차우미는 문하은을 따라 서재로 들어가 열린 창문을 닫았다.방 안에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앉아.”문하은이 먼저 자리에 앉고 차우미는 그녀와 조금 떨어진 소파에 앉았다.“네가 우리 집에 시집온 지도 벌써 3년이 돼가는구나.”문하은은 대대로 교수를 배출한 학자 가문의 출신이었다. 그녀가 나명덕과 결혼할 당시, 이혜정 여사는 이미 혼자 힘으로 NS그룹을 일으켜 세웠기에 그녀와 나명덕의 결합은 잘 어울리는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었다.이혜정은 돈보다는 자라온 가정환경을 더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이 집에 3년을 살면서 눈칫밥에는 이골이 난 차우미였기에 문하은이 자신을 따로 불렀을 때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자식 문제.그녀와 나상준은 결혼한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아이가 없었다. 품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어머니였기에 3년 동안 심한 말 한번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눈치를 준 것도 사실이었다.“네, 어머니.”남 얘기하듯이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시어머니 앞에서 차우미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문하은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참았던 불만을 토로했다.“처음부터 난 이 결혼 반대했다. 집안이나 학벌 어느 것 하나 우리 상준이에 비해 많이 떨어졌으니까. 하지만 어머님이 널 지목했고 상준이도 불만이 없다고 해서 가만히 있었어.”“하지만 3년 동안 기쁜 소식 한번 없는 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니?”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문하은이었기에 책망하는 말조차도 차분하고 부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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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서예를 사랑하는 나명덕은 유명 서예가였고 그의 부인 문하은은 화가였다. 나명석은 학술을 사랑해서 오랜 시간 연구원에서 생활하며 수많은 논문을 써냈다. 그의 부인은 의사였고 유명 병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나준우는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아 의사가 되었다. 판사인 나명희는 이혜정 여사를 꼭닮아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딸도 엄마를 동경해서 판사가 꿈이었다.나상준의 첫째 누나는 유명 피아니스트였고 둘째 누나는 고고학자였다. 이혜정 여사의 사업가 기질을 완벽히 물려받은 후대는 나상준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었다.나희연은 집안의 도움보다는 스스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승부욕이 강한 그녀는 혼자 힘으로 성과를 내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상준은 훌륭한 본보기였다.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나동석 회장의 조상은 장군 출신이었다. 그는 훤칠한 체격에 짙은 이목구비를 가졌으며 조상이 고위 관료 출신인 이혜정 역시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랬기에 그들의 자식들은 외형이나 능력적으로 어디 빠지는 것 없이 출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3세도 선조의 이러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각자의 영역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 나상준이었다.사실 나상준의 외모는 아버지보다 할아버지를 닮았다. 그는 190에 육박하는 훤칠한 키에 조각 같은 이목구비, 선이 분명한 입체적인 얼굴선을 가진, 전형적인 미남의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그는 창가에 서서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그의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이제 용건을 말해봐.”나희연이 눈을 곱게 휘며 말했다.“영해만 부지를 구매했다고 들었어. 리조트에 들어갈 초목 공사 관련 사업은 나한테 좀 떼주면 안 돼?”나희연은 조경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넓은 땅을 구입해 나무와 각종 식물을 재배하고 인테리어 전문가를 고용해서 여러 건설 사업에 참여하여 조경 인테리어를 해주고 이윤을 챙기는 쉽고 간단하지만 이윤이 많이 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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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문하은이 서재를 나간 뒤, 차우미는 오래도록 일어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생각에 잠겼다.이 집안 사람들은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열 시가 되면 모두 씻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었는데 예은이는 차우미랑 같이 잔다고 투정을 부리다가 엄마인 서혜지가 겨우 달래서 방으로 데려갔다.“큰엄마, 안녕히 주무세요!”아이는 생기발랄한 얼굴로 차우미에게 굿나잇 인사를 했다.차우미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잘자.”서혜지가 아이를 재우고 난 뒤에야 남편 나준우는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남편에게 의문을 던졌다.“큰집 동서랑 아주버님 결혼한지 3년이 넘지 않았나요? 동서도 애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여태 아이가 안 생기는 게 신기하네요.”나준우는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건네며 무심하게 말했다.“우리가 상준이 형보다 결혼을 빨리했어도 바로 예은이가 생긴 건 아니잖아. 그래도 우린 2년만에 예은이가 태어나긴 했는데 3년이나 소식이 없는 건 좀 그러네. 아까 큰어머니가 형수를 따로 불러내신 것 같던데 아마도 그거 얘기하시려고 불렀을 거야.”서혜지는 남의 집안 사정을 주절주절 떠드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저 차우미가 예은이를 예뻐하는 걸 봐서 애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여태 임신 소식이 없으니 궁금한 것뿐이었다.그런 아내를 이해하기에 나준우도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아마 문제는 상준이 형 쪽에 있는 것 같아. 사업 확장하느라 가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겠지.”서혜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상준 아주버님은 다 좋은데 너무 바쁜 게 흠이긴 하죠.”평소 말이 없던 아내가 푸념을 늘어놓자 나준우가 웃으며 물었다.“당신은 형수가 안타까운가 봐?”서혜지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남편을 흘겨보고는 다가가서 시계를 풀어주며 말했다.“동서지간에 잘 지내는 것도 지혜가 필요하죠. 형님은 성격도 좋고 현명한 분이에요. 출신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다른 재벌집 아가씨들보다 형님이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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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차가운 달빛이 커튼 사이로 비쳐들고 있었다.우지끈!소나기가 거세지며 정원의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려왔다.“이유는?”나상준은 전등을 켜고 소파로 가서 다리를 꼬고 앉아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분노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광도 없는 일이라는 듯이 한치 동요도 없는 모습이었다.차우미는 3년을 함께한 이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시간 동안 한 번도 그에게서 색다른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희로애락이 없는 사람처럼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았다.그에게는 어쩌면 이혼도 일과 별로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른다.그는 뛰어난 사업가였고 여자들이 꿈꾸는 결혼상대였다.그녀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애틋한 감정이 필요하지. 당신은 할머니의 말씀 때문에 나를 아내로 맞았고 나 역시 그때는 당신이 가장 적합한 결혼상대라고 생각했어.”“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나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어. 조건이나 집안 어른의 말만 듣고 한 혼약은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우리 사이에는 애틋한 정도 없고 아이도 없어. 이 상태로 3년을 유지한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생각해.”“난 이제 우리가 갈라서야 할 때가 왔다고 봐. 이혼은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최선의 선택이야.”차우미는 차분하게 준비했던 말을 마쳤다.3년이란 시간 동안 그에 대해서 충분히 알았고 눈빛 하나, 미세한 움직임 하나로도 그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에게는 어쩌면 이혼할 이유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말은 전부 일리가 있었으나 단지 하나,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나상준은 말없이 뚫어지게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렇게 진지하게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손바닥만한 얼굴에 반달 같은 눈썹, 선한 눈매와 오똑한 코, 복숭아빛이 도는 매력적인 입술. 화려하지는 않지만 봄에 피는 꽃처럼 싱그럽고 청순한 매력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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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차우미가 짐을 챙겨 나가려는데 통화를 마친 나희연이 다가왔다.이혜정이 말했다.“그래. 너도 나가려고? 그럼 네 새언니 좀 태워다 줘.”“잘됐네요! 어차피 나가는 길이었으니까 새언니 픽업은 저한테 맡기세요. 번거롭게 송 기사 아저씨 기다릴 필요가 없잖아요.”“그래. 잘됐네.”나희연과 차우미는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올라 본가를 떠났다.가족이기는 하지만 각자 바쁜 사람들이다 보니 평소에 만날 일이 많지 않았다. 모임 때 말 몇마디 건네본 게 전부였다.그녀와 나희연의 관계가 그러했다.두 사람은 딱히 친하다고 할 수 없었다. 명절 때나 만나서 안부를 나눈 게 전부였다.운전하는 중에도 나희연은 업무 전화로 바쁘게 보냈다.조수석에 탄 차우미는 이미 익숙해져 버린 창밖 풍경을 내다보며 상념에 잠겼다.이혼 얘기를 친정에 꺼내야 할지 고민이었다. 양가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차우미가 나상준과 결혼하게 된 계기는 할아버지 대에 쌓은 인연 덕분이었다.그녀의 할아버지는 아주 예전에 나동석 회장의 목숨을 구해준 적 있었다. 그가 세상을 뜨고 회사가 잠깐 주춤하면서 연락이 끊겼지만 이혜정은 그 은혜를 항상 잊지 않고 있었다.차우미가 이혜정 여사를 처음 만난 것은 할아버지가 입원하신 병원에서였다. 마침 그녀가 일하는 곳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매일 시간 내서 할아버지를 돌봐주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할아버지 병실을 찾아갔는데 그때 낯선 할머니가 한분 와계셨다.그 할머니가 바로 나상준의 할머니, 이혜정 여사였다.그렇게 알고 지낸지 반년이 흐른 어느 날, 할아버지는 이혜정에게 아주 괜찮은 손자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차우미에게 물었다.그렇게 둘의 혼사가 성사되었다.사실 차우미는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나이도 비교적 어린 편이었고 아직은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그렇게까지 추천하니 적당한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렇게 이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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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쿨럭!”여가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먹던 커피를 뿜었다. 그녀는 황당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연신 기침했다. 차우미는 서둘러 그녀에게 티슈를 건넸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여가현은 정신을 차리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이혼? 갑자기 잘 나가다가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네가 상준 씨랑 이혼하겠다고?”“우미야, 나 너무 혼란스러우니까 넌 집에 가서 찬물에 샤워 좀 하고 정신 똑바로 차린 뒤에 다시 나한테 연락해.”“아… 아니지! 이혼하더라도 우리 로펌은 절대 안 돼. 난 네 법률 대리인이 될 생각 없어 난 못해! 잘가, 멀리 안 나간다!”여가현은 커피를 뿜어 엉망이 된 책상을 휴지로 닦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차우미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도 동의한 일이야.”여가현이 멈칫하더니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차우미를 노려보았다.차우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같이 지낸지 3년이야. 하지만 난 그 사람 마음을 돌리지 못했어. 이대로 시간 끌어봤자 서로에게 좋을 게 없어. 그래서 이혼하려는 거야.”“그래서 상준 씨가 바람이라도 피웠니?”여가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우미의 표정 변화를 자세히 살폈다.차우미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아니. 그 사람은 정직한 사람이야.”“그럼 왜? 설마 갑자기 어느 날 눈을 떠봤더니 이혼이 하고 싶어졌다는 황당한 소리는 하지 마. 네 마음이 어떤 건지 내가 너보다 더 잘 아니까! 사실대로 말해.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여가현은 차우미와 초등학교부터 함께한 20년지기 친구였다. 그녀보다 차우미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랬기에 차우미도 다른 로펌으로 가지 않고 이곳을 선택했다.차우미는 친구에게조차 거짓말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조금 전 했던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하루 아침에 갑자기 그에게 실망해서 떠나려는 건 아니었다.차우미가 안쓰러운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우린 3년 동안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어.”여가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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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2월이 지나고 3월에 접어들자 한기는 사라지고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정원에 심은 꽃과 나무도 초록색 새옷으로 단장했다.차우미는 먼저 유치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상준이 출장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이혼서류에 사인만 하고 법원에 제출하면 마침내 이 3년의 부부관계가 끝나는 것이다.그녀는 어제 허영우에게서 나상준이 오늘 돌아올 거라는 연락을 받았다.나상준의 이번 출장은 장장 15일이 걸렸다.하지만 차우미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그는 출장을 가는 일이 잦았고 한달, 심지어 두달이나 밖에서 생활한 적도 있었기에 그녀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이혼서류는 이미 이메일로 그에게 전송했으니 그도 확인했을 것이다. 그녀는 준비한 서류에 도장을 찍고 그가 돌아와서 사인하기만을 기다렸다.그녀는 그렇게 이혼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사모님, 대표님은 지금 막 공항에 도착하셨고 집에 도착하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차우미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데 허영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주변이 시끄러운 걸 보아 막 비행기에서 내린 것 같았다.“알았어요.”전화를 끊은 그녀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곁가지를 잘라낸 뒤, 비료를 뿌렸다. 그녀는 여전히 평소처럼 행동했다.집 청소가 끝난 뒤, 차우미는 위층으로 올라가 짐이 든 캐리어를 들고 내려왔다.그녀는 어제 이미 집을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가 돌아와서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법원에 제출하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나상준의 차가 마당으로 들어섰다.통화 중이던 차우미는 소리를 듣고 정원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사람 도착했어. 나중에 얘기하자.”“드디어 돌아왔구나? 그럼 빨리 사인해 달라고 해. 지금 열 시니까 법원으로 지금 출발하면 서류 마무리할 수 있을 거야. 너도 빨리 좋은 사람 찾아야지!”그녀의 통화상대는 다름아닌 이혼서류 작성에 도움을 줬던 여가현이었다.그녀는 2주 사이에 차우미를 위해 많은 맞선 상대를 확보했다. 친구가 빨리 이 허망한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고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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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나상준의 눈빛이 처음으로 잠깐 흔들렸다.그도 왜 이러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 안으로 들어갔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캐리어에 눈길이 갔다.중간 사이즈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캐리어 하나뿐이었다.마치 잠시 출장을 나갔다가 돌아올 것처럼 가벼운 짐이었다.“이혼서류는 확인했지? 이건 가현이가 따로 뽑은 서류인데 메일로 보낸 것과 똑같아.”“확인해 보고 사인하고 법원에 제출하면 돼.”차우미는 미리 준비했던 이혼서류를 담담한 표정으로 나상준에게 건넸다.나상준은 서류를 펼쳤다. 큼지막하게 쓰여진 협의 이혼 신청서라는 글자가 왠지 거슬렸다.그는 서류를 뒤로 넘겼다.차우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마치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듯이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모습이었다.그녀가 원해서 한 결정은 아니었지만 그와 결혼한 걸 후회하지는 않았다.그리고 어느새 그를 사랑하게 된 것도.3년을 같이 보낸 시간에 그녀는 아무런 유감도 없었다.“난 사인했으니까 문제없으면 당신도 사인해.”나상준이 마지막 장을 펼치자 차우미는 준비한 볼펜을 그에게 건넸다.볼펜까지 벌써 준비해 놓았다니.평소에도 그녀는 항상 존재감이 없으면서도 그가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걸 대신 준비해 주었다.나상준은 착잡한 시선으로 차우미를 바라보았다.그가 차에서 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줄곧 잔잔한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어쩌면 그녀는 이 관계를 이미 진작에 내려놓은 것 같았다.나상준은 호수처럼 고요한 그녀의 눈동자를 빤히 응시하다가 볼펜을 들고 사인란에 묵묵히 사인했다.그러자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들은 그 길로 캐리어를 차에 싣고 법원으로 향했다.이혼 수속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가현이 말했던 것처럼 법원 직원들 점심 시간 전에 그들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밖에서 대기하던 운전기사가 차 문을 열어주었다.“어디로 갈 거야? 데려다줄게.”차에 오르기 전, 그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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