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로써 그의 인생은 불행했다. 그가 힘을 얻은 순간, 장모와 처제 둘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장모가 그에게 싹싹 빌었다, “제발 내 딸을 떠나지 말아줘.” 처제가 말했다, “형부, 제가 잘못했어요...”
View More하지만 우소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하현을 못 본 척하며 재빠르게 말했다.“방금 여기서 교통사고가 있었다는 전화를 받았는데.”“그분은 어디에 계시지?”우소희의 얼굴에 아쉬움이 못내 스쳐 지나갔다.중상을 입은 사람이 하현이었다면 일부러 구조에 시간을 끌어서라도 하현이 죽게 만들었을 것이다.하현은 우소희가 어떻게 간호사가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일단 왕자혜를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이분이 부상자야. 상태도 심각하고. 내가 임시로 바이탈은 안정시켜 놨어.”“하지만 얼른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해야 할 거야.”“그렇지만 지금...”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소희는 마치 하현에게 주먹을 날릴 사람처럼 버럭 화를 냈다.“하 씨! 당신이 부상자의 바이탈을 안정시켰다고?”“지금 농담하는 거야?”“누가 함부로 부상자의 몸에 손대라고 했어?”“당신이 이렇게 하면 현장을 더 훼손할 뿐만 아니라 부상자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외상을 입힐 수 있다는 거 몰라?”“중요한 건 당신이 의사가 아니라 한가한 데릴사위일 뿐이라는 거야!”“만약 환자가 당신 때문에 잘못된다면!”“이 일은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져!”“똑똑히 들어. 난 당신 가족들과 경찰서에 이 일을 알릴 거야!”“일이 터지면 돈도 물어내야 하고 감옥에도 꼼짝없이 갇히게 될 거야! 알았어?!”뭔가 꼬투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우소희는 큰소리로 하현을 나무란 후 다른 의료진들에게 들것으로 왕자혜를 옮기라고 했다.우소희의 이런 행동은 환자의 목숨을 위한 친절과 배려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었다.환자가 죽든 살든 그것은 그녀와 별로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다만 이제 하현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겼고 이 모든 책임을 전가할 사람을 찾았기 때문에 우소희는 그저 기분이 흡족했던 것이다.하현은 우소희가 무슨 마음을 먹었든지 상관하지 않고 다급하게 말했다.“절대로 부상자에게 수혈해서는 안 돼. 그녀는 무술을 익힌 사람이야. 그녀는...”우소희는 마치 귀를 닫은 사람처
간민효는 군소리 없이 차를 움직여 하현이 포르쉐 차량을 바로 뒤집을 수 있도록 도왔다.“개자식! 차 움직이지 마!”전화를 건 남자는 이 광경을 보고 달려들었다.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남자를 날려 버렸다.“이 자식이! 또 날 때렸어? 내가 누군지 알아?”“날 건드리면 어떤 결과가 있을 거라는 거 알기나 해?”남자는 험악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넌 이제 끝장이야!”“딱 기다려!”곱상한 여자들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당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나 지금 당신 겁주려고 이런 말 하는 거 아니야!”“지금 당장 멈추지 않으면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이 남자는 대단한 사람이라고!”하현은 냉랭하게 쏘아붙였다.“꺼져! 사람 구하고 있는데 방해하지 말고! 어서!”“휘익! 휘익!”남자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고 했을 때 땅바닥에 새고 있던 휘발유에 갑자기 불이 올라 포르쉐 차량 쪽으로 퍼졌다.바람이 불자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고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집어삼킬 듯 화마는 기세를 높였다.남자는 얼이 나간 표정으로 놀라서 뒷걸음질쳤다.자동차가 폭발한다면 그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두려움에 벌벌 떨며 얼른 몸을 피했다.하현은 그들의 행동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간민효에게 계속해서 차를 움직이라고 신호를 보냈다.그런 다음 그는 두 손으로 차를 잡아당겨 겨우 곧게 세운 다음 안전벨트를 풀고 조심스럽게 여자를 끌어냈다.그제야 하현은 여자의 수려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그녀의 손에는 신분증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아마도 신분증을 꺼내려다 전방을 주시하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 같았다.하현은 신분증을 힐끔 쳐다보았다.왕자혜라는 세 글자가 보였다.하현은 별생각 없이 신분증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의식을 잃은 왕자혜를 안고 수십 미터 뒤로 물러섰다.왕자혜를 보도블록 위에 천천히 내려놓은 후 그녀의 상황을 빠르게 체크했다.에어백의 충
”콜록콜록!”“앞에 뭔가 일이 생긴 거 같아. 나 내려가서 좀 볼게.”하현은 꿈에서 벌떡 깨어난 듯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고 빠르게 자신의 왼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거둬들여 차 문을 열고 달려나갔다.간민효는 십년감수한 듯 심호흡을 하고 운전석 앞 천장에 장착된 거울을 내려 얼굴 매무새를 정리한 후 하현을 따라 내렸다.하현과 간민효는 도로의 가장자리에 다다랐다.포르쉐 718 차체는 거의 90도로 꺾여서 변형되었고 운전석에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젊은 여성이 앉아 있었다.얼굴에는 핏자국이 가득했고 사람은 이미 의식이 없어 보였다.현장에서는 매캐한 냄새도 났다.유심히 코끝을 집중해 보니 휘발유 냄새였다.이때 도요타 엘파 안에서 서너 명의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들이 문을 박차고 내렸다.그중 한 명은 가슴팍이 아픈 듯 얼굴을 쥐어짠 채 차체를 기대며 욕설을 퍼부었다.또 다른 사람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하려고 했다.몇몇 여자들은 얼굴 가득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사고 현장을 지켜보았다.교통사고가 난 것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오늘 밤 외출에 적잖은 지장이 생긴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어서 좀 도와주세요! 차 안에 부상자가 있고 휘발유가 새고 있어요!”하현이 무리들을 향해 소리쳤다.“차가 터지면 모두가 죽어요!”“개자식! 당신이 뭔데 쓸데없이 참견이야?”“당신이 뭐라도 돼?”어딘가로 전화를 걸던 남자는 우락부락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당신 도로교통법 몰라?”“난 이미 112에 신고했어. 경찰서 사람들이 곧 들이닥쳐서 처리할 거야.”“그전에는 누구도 현장을 건드려선 안 돼. 책임 분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당신 손 하나 까딱하지 마!”남자의 말을 듣고 그의 일행들은 시시껄렁한 표정을 지으며 히죽거렸다.다들 하현이 오지랖 넓은 헛똑똑이라고 생각했다.“안 들려요?! 도와달라고요!”“지금 손쓰지 않으면 차가 폭발할 거예요. 그러면 부
하현의 말에 간민효의 예쁜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당신 생각은 어때?”환하게 웃는 간민효의 얼굴, 온몸을 덮고 있는 원피스로도 감춰지지 않는 매끈한 몸매, 그리고 구름 사이로 슬쩍슬쩍 모습을 비추는 보름달 같은 눈부신 다리를 보며 하현은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이 여자는 그야말로 요물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정상적인 남자라도 조금만 정신줄을 놓으면 출구 없는 그녀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사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데리고 가서 환영회라도 열어주려고 벼르고 있어.”“신사 상인 연합회, 형 씨 그룹, 금정은행 모두 주 씨 형제들이 장악하고 있는 조직이야.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지.”“그들이 나타나면 언론에 쉽게 띌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나쁜 여론도 불러일으킬 수 있어.”“그래서 소식을 듣고 내가 이렇게 당신을 데리러 온 거야. 정말 대단한 우정이지 않아?”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들이 이렇게 신경 써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하현이 아침에 몇 군데 전화를 돌리면 쉽게 끝나는 일이었다.하지만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일이 세세한 내용까지 다 말하고 싶진 않았다.그래서 그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그냥 경찰서를 나섰고 진홍헌에게 모든 화살이 돌아가도록 내버려두었다.보아하니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눈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듯했다.간민효는 하현을 힐끔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하현, 난 가끔 당신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어.”“당신은 분명 보통 인물이 아닌데 한 여자를 위해 기꺼이 데릴사위 신세를 마다않고 있어.”“지금 우리가 장생전을 소탕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데 왜 혼자, 그것도 자발적으로 이런 큰 위험을 감수한 거야?”“자꾸 이런 식이면 내 마음이 안 좋을 거라는 거 몰라?”여자는 작정하고 하현을 나무라고 있었다.잠자코 듣고 있던 하현은 무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물론 장생전의 일이 중요한
하현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당신 아들은 나한테 안 돼요. 그럴 깜냥이 못 된다고.”“이거나 받아요. 부의금이에요.”“다음 생에는 당신 가족 모두 좀 선량한 사람이 되어 태어나길 바라요.”말을 하면서 하현은 지갑을 열어 오만 원권 한 장을 꺼내 ‘휙’하고 이정양의 얼굴에 던졌다.이정양은 엉겁결에 지폐를 받아들고 흰자위를 드러내며 분노를 가득 드러냈다.그가 큰 소리로 호통을 치려고 하던 순간 하현이 계단을 내려갔고 언제 나타났는지 구석에서 한 남자가 불쑥 튀어나왔다.남자는 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 쌍권총을 쥐고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겼다.뜻밖의 총탄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이여웅과 진홍민이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이정양이 놀라서 몸을 돌린 순간 총탄이 그의 미간에 박혔다.지페를 손에 쥔 채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알이 불뚝 튀어나온 그는 하늘을 향해 그대로 쓰러졌다.강변의 한적한 카페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저녁 6시 정각.하현은 뻣뻣한 목을 문지르며 금정 경찰서로 나왔다.오늘 증인으로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나와 앉아 있는 것이다.그와 이여웅 부자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범인은 따로 있었다.바로 진홍헌이었다.진홍헌의 중천그룹과 진화개발 사이에는 격렬한 갈등과 응어리진 원한이 있었다.그 연유로 진홍헌은 투신할 생각도 했었고 진홍헌의 아버지도 이 씨 부자로 인해 온몸이 마비되어 식물인간이 되었다.이런 상황에서 진홍헌이 급히 담을 뛰어넘어 사람을 죽이고 복수를 감행한 일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하현과 진홍헌 사이는 물과 불처럼 사이가 좋지 않았다.양측은 설유아의 문제로 꽤나 갈등이 깊었다.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하현은 이 일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하현이 잘못한 것이라면 남들 앞에서 이여웅의 손발을 부러뜨린 것이었다.하지만 그들이 모두 죽었으니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결국 하현은 풀려났다.하지만 진홍
아들의 말에 이정양의 얼굴에도 잔혹한 미소가 번졌다.이여웅의 말이 맞았다.양측의 신분과 지위가 이미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하현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뒷배를 믿고 호가호위하는 존재일 뿐이다!그리고 자신이 주향무과 주광록 두 형제와 맞설 수 있는 뒷배를 찾는다면 누가 하현을 지켜줄 수 있겠는가?그야말로 썩은 동아줄일 뿐이다!영원히 이런 신분의 차이는 뒤집을 수 없다!진홍민과 강우금은 마침내 회심의 미소를 주고받았다.그녀들도 이정양과 마찬가지 심정이었다.아무리 하현이 날고 기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 방에 날아갈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비록 이런 생각들이 자기만족일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정신적 승리는 마음속의 평안을 가져다 주었다.그 자리를 떠나려고 마음먹었던 하현은 이여웅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뚝 멈췄다.그는 고개를 돌려 이여웅을 힐끔 쳐다보았다.“아직도 가르침이 부족한 건가? 내 말 못 알아들었냐고?”“내 아내를 건드리겠다고?”“내 가족까지 건드리겠다고?”“진심이야?”이여웅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어쨌든 당신은 실력이 좀 있으니까 처리하기 좀 어려울지도 모르지!”“하지만 당신 가족들을 건드리는 건 아무 문제없어!”“난 그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어. 그것도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아주 처참히 죽여 버릴 거야.”“결국 당신은 혼자 남아 외롭게 남은 인생을 살다 죽겠지!”지금 이 순간 이여웅은 온몸에 광기가 흘러넘쳤다.흉악한 속내를 보이며 마음속의 원한을 가감 없이 모두 드러내 놓았다.“가족들한테 잘해 줘!”“어쩌면 그날이 가족들과 만나는 마지막 날일 테니까.”“마지막을 잘 보내.”말을 마친 후 이여웅은 하얀 이를 드러낸 채 흉악한 악마의 모습을 보였다.그가 내뱉는 숨결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이여웅은 오늘 손과 발이 부러졌을 뿐만 아니라 체면도 구겼다.가장 중요한 것은 진화개발과 그의 아버지 이정양조차도 하현에게 얼굴을
개자식!나쁜 놈!어디라고 함부로 날뛰는 거야!이정양의 경호원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에 든 총으로 하현을 겨누었다.“내가 죽이고 말 거야!”아쉽게도 그들이 손을 쓰기 전에 하현은 테이블 위의 젓가락을 날려 그들의 손목을 뚫어 버렸다.“으악!”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이 난무했다.경호원들은 손에 든 총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여기저기 피가 튀기는 모습을 보고 진홍민과 강우금은 귀신이라도 본 양 눈이 휘둥그레졌다.무시무시한 하현의 실력과 결단력은 그녀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남은 경호원들도 모두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이를 꽉 깨물었지만 발이 땅에 붙은 듯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그제야 그들은 알아차렸다.하현 앞에서 그들의 실력은 태풍을 앞에 두고 나아가려는 겁 없는 모기의 헛된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왜? 아직도 안 꺼지고 뭐 하는 거야?”하현이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당신들의 사정을 봐 줬다고 해서 내가 당신들을 죽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하현의 말은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진홍민 일행은 이 말을 듣고 또 한 번 얼어붙지 않을 수 없었다.하현이 이렇게까지 거침없이 행동할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가장 어이없고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재산이 어마어마한 이정양도 하현의 이런 행동 앞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모두 하현에게 길을 비켜 줘!”순간 이정양은 심호흡을 하고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이 지경이 되어서까지 강경하게 행동하면 분명 손해 보는 쪽은 자신이라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푸른 산은 변하지 않고 푸른 물은 오래도록 흐르지. 우리는 어딘가에서 똑 다시 만나게 될 거야!”“그땐 이렇게 끝나지 않을 거야!”이정양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지금이라도 당장 하현을 잡아뜯고 싶어 안달난 눈빛이었다.그는 반드시 복수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맹세했다!“개자식! 그렇게 허세
십여 명의 사내들은 한 걸음씩 다가와 허리춤에 찬 쇠파이프와 총을 꺼내들기 시작했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정양의 손안에서 갑자기 심한 진동이 느껴졌다.진동이 어찌나 큰지 이정양은 온몸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무시하려던 그는 핸드폰에 떠오른 이름을 본 순간 받지 않을 수 없었다.상대방의 음성을 듣던 이정양은 갑자기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고 눈꺼풀이 쉴 새 없이 떨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통화를 마치고도 한참 동안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하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잘못 봤어.”“사람을 잘못 봤다고.”순간 진홍민과 강우금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떠올랐다.방금 후 팀장도 그런 표정을 보였기 때문이다.“아버지, 왜 그러세요...”양복 차림의 사내들은 모두 이를 악물고 말했다.“사장님, 말씀만 하십시오! 우리가 죽여 버릴 겁니다!”“도망가는 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습니다!”그들도 하현의 배경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정양 같은 거물이 이런 표정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하현을 해치우고 윗전의 체면을 살려 주는 것을 기꺼이 자처하고 나섰다.이정양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그는 주먹을 꽉 쥐며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지금 당장이라도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오늘은 화를 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방금 전화가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주광록이었기 때문이다.내용은 단 한 줄이었다.하현은 그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이니 적당히 하라는 것이었다.주광록은 금정 관청 주택건설부 부장이었다.금정의 모든 부동산 개발을 관리하는 수장이었다.이정양이 아무리 대담한 성격이라 할지라도 이런 상황에서 하현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하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주광록이 움직일 것이고 그러면 진화개발이 하는 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그 시각 후 팀장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이양표가 감옥에 갇혔고
수사팀장이라는 남자는 겁에 질린 얼굴로 하현을 힐끔 쳐다보았다.방금 걸려온 전화는 서장실에서 온 것이었다.내용은 간단했다.하현은 주향무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는 것이다.경찰서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라고?수사팀장이 아무리 마음을 크게 먹는다고 해도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수사팀장의 말에 이정양의 안색은 급격히 일그러졌다.“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뭐? 관여할 수가 없다고?”“당신은 경찰이고 법을 수호하는 사람인데 왜 관여할 수가 없다는 거야?”“이런 범죄자를 체포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우리 선량한 서민들을 보호하고 금정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거야?”수사팀장은 이정양의 말을 듣고도 별다른 말을 내놓지 않았고 그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부하들을 데리고 떠날 채비를 했다.이정양은 수사팀장의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어이가 없어 눈이 휘둥그레진 이정양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하현이 담담하게 먼저 입을 열었다.“누가 당신더러 가도 좋다고 했어?”수사팀장은 눈꺼풀이 펄쩍 뛰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이봐, 젊은이.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사람이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지...”“방금 당신은 옳고 그름을 가리지도 않고 선량한 시민인 나를 겁박하며 체포하려고 했어.”“그런데 이제 와서 사과도 없이 그냥 가겠다고?”하현은 수사팀장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이 언제 날 시민으로서 존중해 준 적 있어?”“왕법을 존중한 적 있냐고?”“촥!”맑고 낭랑한 소리가 울리며 수사팀장의 얼굴이 날아갔다.이윽고 그의 얼굴엔 시뻘건 손자국이 떠올랐다.너무나 거침없는 행동이었다.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때리다니?!감히 수사팀장의 얼굴을 때리다니?!후 팀장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봐!”“퍽!”하현은 손바닥으로 또 한 번 그의 얼굴을 때렸다.“그래, 나 여기 있어!
서울시 SL빌라. 오늘은 설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 집안에는 이미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설씨 집안의 자손들은 너나 할것없이 준비해온 선물을 어르신께 드리면서 이구동성으로 웨쳤다."어르신, 항상 건강하시고 만수무강하세요."의자에 앉아있는 설씨 어르신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래, 아가들아. 오늘 내 기분이 참 좋으니 너희 소원을 각각 하나씩 들어주도록 하자꾸나! 갖고 싶은 것을 말해 보도록 하거라.""할아버지, 저는 바다 근처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싶어요. 그리 비싸지 않아요. 2억 정도밖에 안 돼요...""할아버지, 저는 한정판 샤넬 백을 갖고 싶어요...""할아버지, 저는 BMW 스포츠카 한 대를 갖고 싶어요...""할아버지, 저는 롤렉스 시계를 갖고 싶어요...""...""좋아. 내가 너희 소원을 하나 하나 다 이루어주마!" 설 씨 어르신은 망설임 없이 약속했다.선물을 요구한 설씨네 젊은이들은 너무 기뻐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싶은 분위기였다.이때, 설 씨 집안 데릴 사위 하현이 갑자기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 스쿠터 하나만 사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시장에 채소 사러 갈 때 사용하려고 그러는데.."하현의 말이 끝나자, 설 씨 집안 사람들은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 진채로 하나같이 바보 쳐다보듯 하현을 바라봤다.저 데릴사위 녀석 정신이 나간 건가? 이게 무슨 경우지? 어떻게 고작 데릴 사위 따위가 입을 뻥긋할 수 있지?게다가 하현은 설 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 선물 하나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 신세에 어쩜 저토록 뻔뻔하게 설 씨 어르신께 무언가를 요구하는 걸까? 심지어 다른 것도 아니고 스쿠터였다. 일부러 모욕하려고 그런건가?3년 전, 설 씨네 할머니가 거지같은 몰골인 하현이라는 자를 집안에 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맏손녀인 은아를 강제로 하현에게 시집보냈다. 그러나 결혼 당일, 설 씨네 할머니는 손녀딸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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