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엔 그룹에서 보낸 문자잖아.” 하현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하 씨 집안은 강남에서 영향력이 제일 큰 집안이었다. 원래 하현은 가문의 황태자이자 상속자였다.3년 전, 하현은 자기 힘으로 쇠퇴해져가는 가문을 이끌고 천만조에 달하는 대그룹 정상 자리에 다시 등극했었다.그가 하엔 그룹을 이끌고 전국 10위권에 드는 재벌 가문의 서열에 들어설 무렵, 집안 사람 누군가가 하현에게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씌었다. 그래서 하현의 후계자 신분은 박탈되었다.그후, 하엔 그룹은 하현을 아예 호적에서 파버렸고, 그의 부모님은 곧바로 얼토당토 않는 모 인수계획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에 이송되었다. 그 이후로 하현은 부모님을 만나보지 못했다.3년 전에 하현이 하 씨 집안에서 쫓겨날 때, 그에게는 단 한 푼도 없었다. 그 엄청난 타격으로 인해 하현은 심하게 앓아누웠다.그무렵, 다행히도 설 씨네 할머니가 하현을 집안의 데릴 사위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하현은 거리바닥을 헤매는 거지신세는 면하게 되였다.그러나 하현과 은아는 이제 결혼 3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둘은 명목상의 부부일뿐 잠자리를 가진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설 씨네 가문에서 이미지에 신경쓰지 않았다면 하현은 아마 서재에서 잠을 잘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벌써 3년이 지났다. 하현은 자신이 이런 삶에 익숙해져 있는 줄 알았다. 데릴 사위면 데릴 사위답게 사는게 정상 아닌가?하지만 하현에게는 말못할 고충이 있었다.그건 바로 그의 아내 은아때문이였다.비록 은아는 늘 무례했고 하현의 체면을 봐준적 없었지만, 그녀는 너무 특출하게 아름다웠다. 3년 동안 은아와 함께 지내다 보니, 하현은 자신이 어느새 그녀를 몰래 사랑하게 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에 또 여러 통의 문자가 왔다.“도련님, 하엔 그룹이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현재 파산 직전에까지 이르렀습니다.""간절히 부탁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도련님이라면 방법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30분 후, 하현은 은아의 회사에 도착했다. 하현이 입구로 들어가려던 순간, 갑자기 경호원 한 명이 그를 호신봉으로 막아섰다. 경호원이 차갑게 말했다. “썩 꺼져! 여기는 거지들을 반기지 않아.”하현은 일어나자 마자 구멍난 티셔츠에 반바지 하나를 걸쳐입고 씻지도 않고 나왔기에 거지처럼 보이긴 했다. 하현은 그런 거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전 제 아내한테 서류를 전해주러 온 사람이에요.”“그 꼴에 아내가 있다고?” 경호원은 의심했다. “청소부 희진이야 아니면 뒤에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수빈이야?”“제 아내는 은아에요.” 하현이 말했다.경호원은 순간 벙져 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렇구나. 당신이였구나. 말로만 듣던 설 씨 집안 데릴사위님...하하하하하.” 경호원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이렇게 유명한 줄은 전혀 몰랐다.“알았어, 알았어. 서류를 내놔. 설 씨 아가씨께서 당신이 오면 서류를 받아달라고 했어.” 경호원은 말했다.“아니요.” 하현은 고개를 저으며 고집스레 말했. “우리 처제가 꽤 중요한 것이라고 했으니 제가 직접 아내한테 전해줘야 겠어요. 잠깐 비켜주시겠어요?”“당신!” 경호원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 ‘미친 거 아니야? 설 씨들이 얼마나 자기를 싫어하는지 모르나? 게다가 이렇게 옷을 입고 나오다니. 회사 이미지를 망칠까 걱정은 안 하나?’그들이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뒤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부릉부릉 크게 들렸다. 얼마 후 BMW 5 시리즈 하나가 빠른 속도로 드리프트를 하며 하현의 스쿠터 옆에 주차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준이 한 손에 장미 다발을 든 채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강 부장님! 안녕하세요.” 이준을 본 건방진 경호원은 어느 친절한 얼굴로 돌변하더 알랑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호원은 말했다. “강 부장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정사장님 사무실에서 부장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하현에게 눈길 한
“설명? 내가 왜 당신한테 설명해야 해?”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은아는 내 아내야. 은아한테서 떨어져. 발정난 거라면 다른 곳으로 가!”“그리고, 내 아내가 장미를 좋아한다면 내가 직접 사줄 거야! 외딴 남자에게서 받을 이유가 없어!”"은아는 아름다운 여자야. 이따위 장미가 어떻게 은아에게 어울리겠어? 오늘밤 내가 프라하에서 장미를 사서 내 아내에게 선물할거야!"“너 미친거 아니야! 지능이 낮은 거야 아니면 그냥 멍청한 거야? 너 돈 있냐? 어제 설 씨 어르신한테 스쿠터 사달라고 하는 거 다 들었어. 당신같은 가난뱅이는 신장을 판다고 해도 프라하 장미 한송이 못사. 왜 이렇게 뻔뻔하게 여기서 쇼를 하는 거야?”이준의 눈빛은 차가워졌다. 그는 하엔 그룹에서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는 고위층이다 . 어떻게 저따위 데릴사위 따위가 나한테 감히 이렇게 말을 하지?’그리고 이준을 제일 화나게 한 것은 하현이 이준의 꽃을 짓밟아 버리고 은아를 엘리베이터로 끌고 간다는 것이다. ‘저 자식은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거야?’잠깐 머리를 굴리던 이준은 뜬금없이 입가에 피식 냉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한 어투로 소리질렀다. 이준은 확신에 찬 듯했다. “은아씨, 60억 원 투자가 필요하지 않으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네?” 은아는 어안이 벙벙했다.이준은 차분히 말했다. “은아씨, 당신 회사에 60억 원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어요. 마침 제 수중에 그 정도 액수의 돈이 있어서 투자금으로 사용할수 있어요. 저와 함께 오늘 점심을 먹어준다면 그건 당신 몫이 될 거에요.”“정말이에요?” 은아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의 손을 내팽개쳐 버렸다. 그녀의 회사는 그 돈이 필요했다.“저는 한입에 두말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이준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좋아요.” 잠시 고민 후, 은아는 결국 이준의 점심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솔직히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제일 컸기 때문이다.“가요, 은아 씨. 프로젝트에 관한 상세한 얘기를
“도련님, 제가 본부장님에게 얼른 보고하겠습니다. 도련님께서는...”“저랑 흥정할 생각하지 마요. 안 그러면 하엔 그룹 전부 망가뜨릴 거예요!”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뭐라고 대꾸도 하기 전에, 하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골든 빌라 지역의 모든 빌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특별히 디자인한 것으로 세라믹 타일 종류부터 나무 종류까지 다 각별히 신경 써서 고른 것이었다. 돈만 있다고 해서 아무나 살수 있는 곳이 아니였다.이 시각, 하현은 베란다 소파 위에 여유롭게 앉아있었다. 하현의 맞은편에는 하엔의 현 본부장 하태규가 있었다. 태규는 하현의 삼촌이자, 자신의 기사를 불러 하현을 픽업해서 빌라로 데려오라고 시킨 사람이었다.하태규, 하엔 그룹의 현직 오너.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평범해 보이는 이 노인네가 하엔 그룹의 일인자라는 실감이 나지 않을수도 있다.이런 하태규 뒤에는 포스가 남다르고 눈빛이 날카로운 두명의 경호원이 서있었다.여유로운 하현의 얼굴을 보며 태규는 웃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 현이, 전임 오너다운 포스는 여전하네. 우리가 안 본 지 3년이나 됐나? 너 더 잘생겨진것 같다야 ...”“삼촌, 빙빙 돌려 말 안 해도 돼요.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하현은 태규의 말을 끊으며 직설적으로 말했다.하태규 뒤에 서있던 두 경호원은 하현의 태도에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오랫동안 태규를 섬기면서 그래도 안목이 많이 넓은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오늘 처음으로 천하의 하태규에게 이런 태로도 나오는 사람을 봤다. 감히 어디라고! 살기 귀찮아 진건가?두 경호원은 하현을 독기있는 눈으로 바라보며 하태규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태규의 반응은 그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얘들아, 얼굴 표정 풀어. 이분은 예전에 하씨 가문에서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중요한 위치에 계셨던 분이야. 옛날같았으면 너희 둘다 죽었어.""어르신, 그래도 저 사람이 어르신한테 대하는 태도가..."하태규는 웃으며
“강이준?”하현은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나서 웃었다. ‘그 xx는 그저 하엔그룹에서 키운 개 한마리일 뿐이야. 강이준이 쫓겨나고 말고는 내 한마디 말에 달린거 아닌가.'“어머님, 저는 이혼 안 합니다. 설령 저희가 정말 이혼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건 어머님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참견하지 말아 주시길 바라요.” 하현은 가볍게 웃고나서 이 한마디를 내뱉은 뒤 스쿠터를 타고 떠났다.“하현, 너 이 자식이 어딜 감히!” 희정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마음 같아서는 하현을 차로 들이받고 싶었다. 하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둘러싸인 걸 보고 그녀는 화를 억누르며 얼른 떠날 수밖에 없었다.…어느덧 퇴근시간이 되어 은아는 회사 안내 데스크로 걸어갔다.안내 데스크에는 여직원 두명이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어대며 얘기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설 대표님 남편은 머저리야. 프라하 장미들을 선물하네 마네 떠벌이다니. 평소 거울은 안 보고 다니나봐?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주제에.심지어 슬리퍼까지 해졌잖아. 그런 거지는 구걸이나 하는게 적성에 맞아…”“맞아, 설 대표님은 왜 저런 머저리랑 결혼했는지 몰라!”“머저리가 아니라면 데릴사위도 안됐겠지!”“나였으면 한참 전에 이혼했겠다…”“설 대표님에게 마음있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니…그 많은 남자들을 제쳐두고 뭐하는 짓이래...”은아는 할 말을 잃었다.“당신들…” 은아는 의논 소리에 빨간 입술을 깨물며 얼굴을 붉혔다. 그 순간 그녀는 너무너무 쪽팔렸다.“설 대표님…” 안내 데스크에 있던 두 여자는 은아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대표님, 저희는 그냥 헛소리하고 있었습니다. 부디 화내지 마세요…”“닥쳐!” 은아는 몸을 살짝 떨며 소리쳤다.두 눈 빨개진 은아는 금세 울것만 같았다. 왜 자신은 이렇게 쓸모없는 남편을 둔 걸까?다른 여자들 남편은 비즈니스 엘리트거나 부유한 집안 출신인데 자신의 남편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데릴사위였다. 그런 하현은 은아를
“너는...하현?”우석진은 하현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픽 웃고는 주차를 하고 호텔로 바로 걸어갔다.하현은 뻘쭘했다. 석진에게 먼저 말을 걸었는데 그렇게 무시당할 줄은 몰랐다.그 둘은 한 명씩 차례대로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갔다. 이 시각 동기들은 이미 다 도착해있었다. 문이 열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쏠렸다.“이거 과대 아니야? 소문대로 성공했네! 인물이 훤하다!” 누군가 분위기를 띄우며 말머리를 뗐다. 슈트 차림에 가죽 구두 한 쌍을 신고 있는 석진은 허리에 아우디 차 키까지 걸고 있어 그 순간 정말 잘생겨 보였다.얼마 안 지나, 석진 뒤에 하현이 뒤따라 들어오는 것을 누군가 발견했다. 비록 하현이 입고있는 슈트가 잘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고급스럽고 유명한 명품 브랜드임을 알수 있었다.동기생 한 명이 그걸 보고 웃었다. "하현, 너도 잘 지내나 봐! 일로 와, 이 두 메인 자리는 너랑 과대를 위해 미리 찜을 해두었어!"석진은 하현을 슬쩍 바라보고는 픽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그래도 더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석진은 하현이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하현은 "어" 하고 대답했지만, 자리에 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주변을 한번 휙 둘러보았다. 대학시절, 과에는 예쁜 여자들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대학여신 김겨울은 변함없이 예뻤다. 역시 여신은 여신이다. 그녀는 비즈니스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 무르익은 복숭아같은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한껏 돋보이게 하였다. 이는 매우 고혹적이고 매력적이었다.심지어 멋쟁이 석진의 시선도 겨울에게 꽂혔다. 그녀의 미모에 혹한 석진은 틈을 비집고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오, 너였네, 우리 여신님. 안본지 진짜 오래됐다. 왜 날 찾지도 연락하지도 않았어? 지금은 어디서 일해?"겨울은 쑥스러운듯 웃으며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너만큼 잘 지내지는 않아. 넌 아우디도 타잖아."그 소리에 석진의 두 눈이 반짝했다. 그에게 기회가
하현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으나, 석진의 태도를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다윤에게로 다가가 제안했다. "나랑 같이 나가지 않을래? 이따가 무슨 문제라도 생길 것 같아서.""그게…" 다윤은 약간 망설였다. 그녀는 대학시절 하현과 친한 사이이긴 했지만, 보시다시피 오늘 밤의 주인공은 석진이었다. 만약 다윤이 지금 나간다면 석진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을까?한편, 하현이 바로 자리를 뜨기는 커녕 오히려 아름다운 같은 과 동기 다윤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을 보자 석진은 얼굴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석진은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현, 아직도 안꺼지고 꾸물대는건 그렇다치고, 지금은 아예 우리의 아름다운 과 동기까지 데려가려고 하네. 네가 뭔데? 성공한 사람이야? 잊지 마! 너는 데릴사위일 뿐이고, 우리는 너 같은 동기를 둔걸 창피하게 생각할 뿐이란걸!""맞아!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잘나가고 있는데. 어쩜 너는 그 모양이야. 우리반 망신이야!""얼른 안꺼지고 뭐해! 다윤아, 쟤는 데릴사위야. 쟤한테 속으면 안 돼!"석진은 오늘 밤의 주인공이었다. 몇년동안 사회물은 먹은 몇몇 동기들은 능력이 좋은건 아니었지만 비위 하나는 잘 맞추었다. 그들은 모두 하현을 조롱하고 비웃었다.하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다윤이 나중에 큰 문제에 말려들까 봐 두려워한 것만 아니었더라면, 하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도 않았을것이다.다른 한편, 석진은 하현이 아직도 떠나지 않고있자 자신의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했다. 석진은 은행 카드 하나를 꺼내 식탁 위로 던지면서 냉소했다. "웨이터, 계산 좀 부탁해요. 아직도 꺼지지 않고있는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겠어요. 이 한 끼는 그가 한평생 뼈빠지게 벌어도 먹을 수준이 아니란걸요."석진의 돌발행동은 보는이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실버 카드! 십억 원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만 신청 할 수 있는 카드이다.석진이 이토록 젊은 나이에 이 정도로 성공하다니! 젊다고 함부로 판단하
"아…" 석진은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이건…"안 돼?""아니요…아니요…백범 형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말을 마치고 석진은 겨울의 얼굴을 쳐다볼 용기도 없었다. 대신, 석진은 테이블 위에 열쇠를 챙겨 도망가려고 했다."우석진! 이 개자식아!" 겨울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석진 같은 신사가 사실은 겁쟁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른 동기들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모두 큰일 날까 봐 무서운 듯 했다.하현은 유일하게 덤덤한 얼굴을 하고있는 사람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백범은 하현과 구면이였다. 하현이 하엔에 있을 때 몰래 변백범을 훈련시키고 가꿔줬었다.백범은 어린 나이에 길거리로 나왔었다. 돈도 권력도 모두 없었던 백범은 길거리에서 수 차례 찔려 죽임을 당할 뻔도 했었다. 그러다 하현이 우연히 백범을 만나게 되였고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에 그를 키워주기로 결정하였다.안본지 몇년사이에 백범이 이렇게 성장해 있을줄은 몰랐다.그러나 하현은 백범을 아는 척하고싶지는 않았다.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하현은 이제 더이상 하엔의 후계자도 아니다. 아마 백범이 하현을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한편, 백범은 여전히 사악한 표정으로 방안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한번 쭉 훑어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하현을 지나칠 때, 그는 살짝 당황했다.다음 순간, 백범의 얼굴이 순간 바뀌었다. 그의 오만함과 횡포함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동시에 빠르게 앞으로 이동해 하현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고개를 숙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여기에 계신 줄 전혀 몰랐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세요!"순간, 프라이빗 룸에 있던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방금전까지만 해도 지독하게 오만한 태도도 누구든 손쉽게 죽일 수 있을것 같이 굴던 백범이 지금 하현 앞에 공손하게 서있었다, 마치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고 있는 학생 같이.백범의 부하들도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대표님은 항상 카리스마 쩔었고 세상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기로 유명했는데! 그가 누군가
곧 사하담은 왕자혜의 맥에서 손가락을 떼었고 가늘게 눈을 떴지만 조금도 미동이 없는 표정이었다.몇 분이 지나고 나서 왕문빈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선생님, 내 딸이 도대체 어떤 상태인 겁니까?”“살아날 수 있을까요?”은둔가 왕 씨 가문은 사업을 크게 하긴 하지만 무학에 있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강호의 생리에 대해 잘 모른다.왕문빈은 지금 무학의 성지에 가서 고수를 찾을 시간도 없고 아내가 수소문해 데려온 이 사하담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복잡해요. 아주 복잡하게 되었어요!”사하담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따님의 경우 원래는 단순 평범한 교통사고였는데 하필이면 무학을 수련한 몸이라 내면에서 끊임없이 마찰이 일어나고 있어요...”“평소에는 이런 내면이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을 주겠죠!”“하지만 지금 이런 몸은 오히려 목숨을 구하는 데 독이 되고 있습니다!”“아주 복잡해졌어요!”사하담의 말을 들은 왕문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럼 선생님의 힘으로도 내 딸을 어찌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그 정도는 아닙니다.”사하담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빙긋이 웃었다.“따님의 상황을 해결하려면 좀 복잡하고 번거로운 면이 있다는 뜻입니다...”“최소 10년 내공을 소모해야만 따님의 복잡한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여기서 힘을 다 쏟으면 몸에도 무리가 상당히 갑니다. 그런데 강호에도 아직 상대할 사람들이 많아서 참 어렵군요.”“10년 내공을 모두 다 쏟게 되면 아마도...”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사하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환자의 내면을 진정시키는 것이 그렇게 복잡하고 힘든 일인가?10년 내공을 소모해야 할 만큼?무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을 속이려는 것인가?그러나 사하담의 말이나 행동이 하나하나 사리에 들어맞는 것을 보고 하현도 일일이 따질 마음은 없었다.어쨌든 사하담이 사람을 살릴 수만 있다면 상황을 부풀려 보수를
”나는 비록 의사도 아니고 의술도 모르지만 어젯밤 왕자혜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 내었으니 오늘도 그녀를 살릴 수 있을 겁니다.”“심지어 난 당신의 천식도 치료해 줄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건 원래부터 큰 문제가 아니었으니까.”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나중에 우리 집복당에 와서 바닥 닦는 건 잊지 말아요.”하현의 말을 들은 화이영은 싸늘한 기운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왕자혜의 목숨을 구한 뒤 왕 사장님 부부가 더 이상 우리 병원에 대해 불만을 품지 않도록 해 주세요. 그러면 당신 집복당에 가서 바닥을 닦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신 하녀라도 되어 시중들 테니까요!”그녀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분명 그녀의 오만한 자존심은 그녀로 하여금 하현에게 함부로 고개 숙이게 허락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하현만이 왕자혜를 구해 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미안하지만 당신은 내 하녀가 될 깜냥이 못 돼요!”“아 정말!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화이영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난 예쁘고 분위기도 있고 학력도 높아요. 신분은 어떻고? 그런데 뭐? 당신 하녀가 될 깜냥이 못 된다고요?”하현은 창밖을 바라보며 무심한 눈빛으로 말했다.“나한테는 형나운이라는 하녀가 있거든요.”“뭐 아직도 마음에 딱 드는 건 아니지만.”“내 하녀가 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형나운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처음에 화이영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내 정신이 퍼뜩 들었다.형나운이라면 은둔가 형 씨 가문 딸이었다.그런 그녀가 하현의 하녀라고?!도저히 뭐가 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그녀의 마음속에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하지만 만약 하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정말로 하현의 하녀가 될 자격이 없긴 했다!차는 번개처럼 빠르게 금정병원 특수 병동에 도착했다.병실 입구의 복도에는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고
우소희는 왕문빈의 부인에게 참혹하게 얻어맞았고 몇몇 경호원들에 의해 보안실에 잠시 구금되었다.그녀는 한참을 통곡하며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화이영은 가장 먼저 우소희로부터 하현의 전화번호를 받아 얼른 통화를 한 후 한달음에 집복당으로 갔다.하현은 집복당 로비에 앉아 있었고 끓인 찻물을 찻잔에 넣을 겨를도 없이 화이영이 들이닥쳤다.“당신이에요?”하현의 얼굴을 보고 화이영은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교통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던 사람이 하현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다시 만나는 날 집복당에 와서 바닥이나 청소하라던 하현의 말을 떠올리자 화이영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졌다.하지만 하현이 주광록을 살렸다는 것 자체가 그의 능력을 증명해 주는 것이었다.하지만 화이영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오만함이 하현을 향해 순순히 고개 숙이지 못하게 만들었다.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말했다.“하 대사, 맞죠?”“왕자혜 쪽에 문제가 생겨서 우소희 간호사가 수혈을 했는데 그 후 환자 상태가 악화되었어요.”“우리는 최선을 다해 조치를 취해 보았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이 상황에서 환자는 기껏해야 30분 정도밖에 버티지 못할 거예요.”우소희가 환자에게 수혈을 했다?하현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우소희가 그렇게 대담한 행동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은둔가 왕 씨 가문을 상대하는 사람이 그렇게 함부로 행동하다니!순간 하현은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화이영의 차에 올라탔다.그리고 나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은둔가 왕 씨 가문 사람들이 날 찾으러 올 거라 생각했었는데.”화이영의 등장이 적잖이 하현을 놀라게 한 것이 분명했다.화이영은 핸들을 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우소희가 개인적인 욕심에 거짓말을 했지만 그녀도 결국 우리 병원 사람이에요.”“그녀의 행동 때문에 환자 상태가 악화되었고 왕 씨 가문은 크게 분노하고 있어요.”“지
이 말을 듣고 왕문빈은 긴장이 풀렸다.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우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우 간호사, 제발 부탁해.”“내 딸을 구해 줘. 백억! 아니, 아니. 천억! 천억이라도 바칠 테니까!”“제발 우리 딸 좀 구해 줘!”천억이라는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의료진들은 모두 눈꺼풀일 펄쩍 뛰었다.그들이 메스를 잡고 환자의 배를 가르고 긴 시간 사투 끝에 환자를 살려도 평생 받아 보지 못한 돈이었다!그런데 우소희는 단번에 이런 제안을 받은 것이다!인생, 정말 한 방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자, 그럼...”“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우소희는 눈꺼풀이 심하게 떨렸지만 이를 악물고 용기를 내어 왕자혜의 곁으로 갔다.하현이 사고 현장에서 보였던 동작들을 천천히 회상하며 그녀는 오른손을 부르르 떨면서 왕자혜의 가슴에 있는 혈을 꾹 눌렀다.왕자혜의 몸이 순간 파르르 떨리자 우소희는 도저히 더 이상 누를 수가 없었다.만약 그녀가 계속해서 사람을 살려내게 된다면 그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부귀영화가 함께하는 꽃길이 된다는 걸 그녀 스스로도 모르지 않았다.반대로 여기서 실패하고 거짓말이 들통난다면 그녀는 죽음보다 더 처참한 결말을 맞을 것이다.은둔가 왕 씨 가문이 그녀를 잡아 어떻게든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게 분명했다.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런 식으로 가다간 결국 실패할 확률은 100%에 가깝다.게다가 우소희조차도 자신이 지금 누른 혈이 정확히 어디인지도 확신하지 못했다.혹시 운이 좋으면...어쩌면...우소희가 무겁고 어두운 표정을 보이자 왕문빈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왕문빈의 부인이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우 간호사. 천억으로는 부족해?”“사람만 구해 준다면 이천억도 줄 수 있어!”이천억?이 말을 듣고 우소희는 왕 씨 가문에서 왕자혜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더욱 뼈아프게 알게 되었다.왕문빈의 부인은 왕 씨
우소희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자 옆에 있던 화이영이 놀라서 입을 열었다.“우 간호사, 왜 그렇게 가만히 있어요?”“지금 환자 너무 위험하다고요!”“빨리 처치해야 해요!”“이 많은 사람 중에 오직 우 간호사 당신만이 무도 고수예요!”“우리는 환자의 내면 바이탈을 안정시키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당신밖에 없다고요!”우소희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난감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부원장님,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무학의 이론으로 수습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에요...”“좀 더 고명한 사람을 따로 모셔오는 게 좋겠어요...”말을 마치는 우소희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좋은 핑곗거리를 찾아 둘러댄 자신의 순발력에 갈채를 보낼 따름이었다.그러자 화이영은 얼굴이 급변하며 소리쳤다.“우 간호사!”“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농담을 하고 있는 거예요!”“당신이 조용하고 겸손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하지만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할 뿐 절대 질투심 따위는 갖지 않을 거예요!”“여기 모두가 의사이고 의료 윤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인 사람들이에요!”“그러니 부담 같은 건 갖지 말아요!”“중요한 건 당신이 어제 죽음의 문턱에 들어가려는 환자를 살렸다는 거예요. 그 위험한 상황에서도 해냈다고요!”“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지 못할 리가 있겠어요?!”“자, 농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어서 앞으로 나서요...”“어서 환자를 살려요!”“그렇지 않으면 인명 사고가 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왕 사장님이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요. 우린 절대 감당할 수 없어요!”“당신 제대로 알아야 할 거예요! 이 환자는 일반 환자가 아니라 은둔가 왕 씨 가문 금지옥엽이라는 걸!”“그들은 당신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에요...”화이영은
그 시각, 금정병원의 응급실 전체는 완전히 난리가 나 있었다.한 시간 전만 해도 왕자혜의 상황은 매우 안정적이었지만 지금은 갑자기 위독한 상황으로 바뀌었다.각종 바이탈 지표가 모두 위험 구간으로 돌아섰고 일부 지표는 심지어 빨간색 표시까지 튀어나왔다.게다가 여기저기서 냄새를 맡고 온 기자들까지 더해지자 병원 사람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지 않았습니까?”“갑자기 왜 이렇게 됐어요?”도시락을 먹다가 뛰쳐나온 화이영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뭐가 문제냐고요?”“아, 그게... 저희도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계속 환자를 주시하고 있었어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고요. 모든 처방은 지시한 대로 이루어졌어요.”“지금 환자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거 같은데 왜 이렇게 갑자기 수치가 떨어진 걸까요?”“부원장님, 당장이라도 수술해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요...”현장에 있던 의사들도 모두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 그녀에게 물었다.만약 왕문빈의 딸이 이곳에서 죽는다면 병원 입장에선 여간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상황이 너무 위험해요. 지금 수술하면 너무 위험이 크다고요...”화이영은 심각한 얼굴로 깜빡이는 데이터를 응시했고 잠시 후 그녀의 눈가에는 핏발이 곧게 섰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수혈했어요? 누가 환자한테 수혈했어요? 누가?”“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거죠?”“환자가 무도를 익힌 사람이라는 거 몰라요?”“섣불리 수혈했다가는 그녀의 체내에서 혼란을 일으켜 상황이 더욱 위험해진다고요!”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화이영은 매달려 있는 혈액 봉지를 세게 뽑아 버렸다.하지만 혈액이 반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운지 손으로 이마를 감싸쥐었다.“저...”“저희는 모르는 일이에요...”“
간민효의 말을 듣고 하현은 잠시 시선을 멈추었다.방금 그녀가 한 말에 흥미가 생긴 것이다.그는 손을 뻗어 간민효의 핸드폰을 가져와 뉴스를 보았다.“왕 씨 가문의 천금 같은 딸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는데 우소희 간호사가 사람을 구했다!”기사 아래에 있는 사진을 보고 하현은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우소희의 사진이 떡하니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뉴스의 내용은 사실을 담고 있었지만 내용은 많은 과정이 섞여 있었다.기사의 내용 안에는 우소희가 평소 쌓은 무학의 실력으로 사람을 구했는데 그녀는 무도의 고수일 뿐만 아니라 한방 고수의 전승자이기도 하다는 말도 있었다.게다가 그녀는 평소 겸손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데 오늘 중요한 순간에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덧붙였다.내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우소희는 왕문빈의 답례에 거듭 거절했으나 결국 왕문빈의 선의를 받아들여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고 했다.왕문빈은 자신의 귀한 딸이 깨어나기만 한다면 다시 백억의 보수와, 스포츠카 한 대, 집 한 채를 주기로 약속한다고 외부 소식통을 통해 발표했다.우소희가 제발 그의 선의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길 바란다는 말도 전했다.이 소식은 일파만파로 번졌고 곧바로 온라인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게다가 우소희의 외모가 상당했기 때문에 그녀는 순식간에 금정의 핫스타가 되었다.지금 그녀가 라이브 방송을 하면 수천만 원은 쉽게 후원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우소희는 이번 일로 명예와 돈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고 볼 수 있다.하현의 머릿속에서는 우다금이 최희정에게 전화를 걸어 오만한 자세로 자랑을 늘어놓는 장면이 떠올랐다.눈썹을 들었다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쉰 하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차를 한 모금 마시기 시작했다.“하현은 역시 하현이야!”술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하현을 보고 간민효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집어 들었다.“당신한테 백억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그렇지만 왕문빈이 마음을 표했다는 게
”아, 그게...”“글쎄요...”우소희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사실 그녀는 왕자혜의 상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겠는가?왕문빈의 부인이 묻는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없게 되자 그녀는 조급한 마음이 생겼다.급기야 우소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얼른 입을 열었다.“부인, 물론 아무 문제없을 것이고 곧 깨어날 거예요...”“하지만 수술 결과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은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우소희는 말 몇 마디로 자신이 떠안을 책임을 완전히 전가했다.즉, 그녀는 이미 왕자혜를 죽음에서 구해냈고 그 후의 일은 의사들의 역량에 달렸다는 뜻이다.왕문빈의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저기, 우 간호사. 그러니까 내 딸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겠지?”“오늘 밤 안에 깨어날 수도 있는 거지?”“자자, 자꾸 우 간호사한테 뭐라고 캐묻지 마!”우소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왕문빈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우리 딸은 우 간호사가 기사회생하여 구해낸 거야!”“죽음의 문턱에서 우리 딸을 구해낸 사람이야. 지금은 상태가 이미 안정되었으니 무슨 문제가 있겠어?”“당신이 자꾸 이렇게 캐묻는 거 자체가 우 간호사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거야. 그러면 안 되지. 우리 딸을 구해 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자신의 아내를 바라보던 왕문빈이 고개를 돌려 우소희를 쳐다보며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우 간호사. 나중에 가서 내 딸 수술이 잘 마무리되었는지 잘 살펴봐 줘.”“뭔가 잘못된 게 있으면 잘 좀 봐달라고. 제발 부탁해!”“나머지는 걱정하지 마. 우 간호사가 잘 보살펴 주기만 한다면 내가 약속한 건 모두 다 지킬 거야.”말을 마치며 왕문빈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우소희와 악수를 나누었다.왕문빈의 강한 카리스마를 감지한 우소희는 속이 따끔 찔렸지만 끝까지 속내를 숨겨야 했기 때문에
화이영은 타인의 공을 가로채려고 하지도 않고 조금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지금 따님의 상태가 안정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급히 수술을 하지 않고 회진을 준비하고 있어요.”“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화이영의 확고한 발언에 왕문빈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은 응급실로 들어가 왕자혜의 상태를 살펴보았다.왕자혜의 얼굴은 비록 창백했지만 호흡은 안정적이었고 심장 박동도 보통처럼 힘차게 뛰고 있었다.보아하니 전체적으로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자혜야...”왕문빈의 부인은 딸이 이렇게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서 딸을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결국 마음으로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흥분하지 말고 자중하라고. 아직 치료도 다 안 끝났는데 함부로 애를 만지거나 움직이게 하면 어떻게 해? 나중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 어쩌려고?”왕문빈은 안타깝고 속상한 심정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냉정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응급실을 나온 뒤에야 왕문빈은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우리 딸을 구해 준 사람이 누구라고?”화이영이 소개하기도 전에 우소희가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 우소희라고 합니다!”“따님을 구한 사람이 바로 저예요.”“하지만 생명을 구하는 건 제 의무입니다.”“어떤 부상자를 만나든 저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그러니 더 이상 부담 가지지 마세요.”부담 가지지 말라는 말이 마치 부담을 가지라는 말처럼 들렸다.의기양양한 우소희를 보며 왕문빈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자신감에 우쭐해하는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로 환자를 구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왕 사장님, 부인. 환자를 살린 건 우소희가 확실합니다.”화이영이 옆에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렇지만 우소희는 평소 조용하고 겸손한 성격이라 자신을 잘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