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하현?”우석진은 하현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픽 웃고는 주차를 하고 호텔로 바로 걸어갔다.하현은 뻘쭘했다. 석진에게 먼저 말을 걸었는데 그렇게 무시당할 줄은 몰랐다.그 둘은 한 명씩 차례대로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갔다. 이 시각 동기들은 이미 다 도착해있었다. 문이 열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쏠렸다.“이거 과대 아니야? 소문대로 성공했네! 인물이 훤하다!” 누군가 분위기를 띄우며 말머리를 뗐다. 슈트 차림에 가죽 구두 한 쌍을 신고 있는 석진은 허리에 아우디 차 키까지 걸고 있어 그 순간 정말 잘생겨 보였다.얼마 안 지나, 석진 뒤에 하현이 뒤따라 들어오는 것을 누군가 발견했다. 비록 하현이 입고있는 슈트가 잘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고급스럽고 유명한 명품 브랜드임을 알수 있었다.동기생 한 명이 그걸 보고 웃었다. "하현, 너도 잘 지내나 봐! 일로 와, 이 두 메인 자리는 너랑 과대를 위해 미리 찜을 해두었어!"석진은 하현을 슬쩍 바라보고는 픽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그래도 더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석진은 하현이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하현은 "어" 하고 대답했지만, 자리에 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주변을 한번 휙 둘러보았다. 대학시절, 과에는 예쁜 여자들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대학여신 김겨울은 변함없이 예뻤다. 역시 여신은 여신이다. 그녀는 비즈니스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 무르익은 복숭아같은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한껏 돋보이게 하였다. 이는 매우 고혹적이고 매력적이었다.심지어 멋쟁이 석진의 시선도 겨울에게 꽂혔다. 그녀의 미모에 혹한 석진은 틈을 비집고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오, 너였네, 우리 여신님. 안본지 진짜 오래됐다. 왜 날 찾지도 연락하지도 않았어? 지금은 어디서 일해?"겨울은 쑥스러운듯 웃으며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너만큼 잘 지내지는 않아. 넌 아우디도 타잖아."그 소리에 석진의 두 눈이 반짝했다. 그에게 기회가
하현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으나, 석진의 태도를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다윤에게로 다가가 제안했다. "나랑 같이 나가지 않을래? 이따가 무슨 문제라도 생길 것 같아서.""그게…" 다윤은 약간 망설였다. 그녀는 대학시절 하현과 친한 사이이긴 했지만, 보시다시피 오늘 밤의 주인공은 석진이었다. 만약 다윤이 지금 나간다면 석진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을까?한편, 하현이 바로 자리를 뜨기는 커녕 오히려 아름다운 같은 과 동기 다윤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을 보자 석진은 얼굴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석진은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현, 아직도 안꺼지고 꾸물대는건 그렇다치고, 지금은 아예 우리의 아름다운 과 동기까지 데려가려고 하네. 네가 뭔데? 성공한 사람이야? 잊지 마! 너는 데릴사위일 뿐이고, 우리는 너 같은 동기를 둔걸 창피하게 생각할 뿐이란걸!""맞아!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잘나가고 있는데. 어쩜 너는 그 모양이야. 우리반 망신이야!""얼른 안꺼지고 뭐해! 다윤아, 쟤는 데릴사위야. 쟤한테 속으면 안 돼!"석진은 오늘 밤의 주인공이었다. 몇년동안 사회물은 먹은 몇몇 동기들은 능력이 좋은건 아니었지만 비위 하나는 잘 맞추었다. 그들은 모두 하현을 조롱하고 비웃었다.하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다윤이 나중에 큰 문제에 말려들까 봐 두려워한 것만 아니었더라면, 하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도 않았을것이다.다른 한편, 석진은 하현이 아직도 떠나지 않고있자 자신의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했다. 석진은 은행 카드 하나를 꺼내 식탁 위로 던지면서 냉소했다. "웨이터, 계산 좀 부탁해요. 아직도 꺼지지 않고있는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겠어요. 이 한 끼는 그가 한평생 뼈빠지게 벌어도 먹을 수준이 아니란걸요."석진의 돌발행동은 보는이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실버 카드! 십억 원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만 신청 할 수 있는 카드이다.석진이 이토록 젊은 나이에 이 정도로 성공하다니! 젊다고 함부로 판단하
"아…" 석진은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이건…"안 돼?""아니요…아니요…백범 형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말을 마치고 석진은 겨울의 얼굴을 쳐다볼 용기도 없었다. 대신, 석진은 테이블 위에 열쇠를 챙겨 도망가려고 했다."우석진! 이 개자식아!" 겨울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석진 같은 신사가 사실은 겁쟁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른 동기들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모두 큰일 날까 봐 무서운 듯 했다.하현은 유일하게 덤덤한 얼굴을 하고있는 사람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백범은 하현과 구면이였다. 하현이 하엔에 있을 때 몰래 변백범을 훈련시키고 가꿔줬었다.백범은 어린 나이에 길거리로 나왔었다. 돈도 권력도 모두 없었던 백범은 길거리에서 수 차례 찔려 죽임을 당할 뻔도 했었다. 그러다 하현이 우연히 백범을 만나게 되였고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에 그를 키워주기로 결정하였다.안본지 몇년사이에 백범이 이렇게 성장해 있을줄은 몰랐다.그러나 하현은 백범을 아는 척하고싶지는 않았다.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하현은 이제 더이상 하엔의 후계자도 아니다. 아마 백범이 하현을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한편, 백범은 여전히 사악한 표정으로 방안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한번 쭉 훑어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하현을 지나칠 때, 그는 살짝 당황했다.다음 순간, 백범의 얼굴이 순간 바뀌었다. 그의 오만함과 횡포함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동시에 빠르게 앞으로 이동해 하현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고개를 숙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여기에 계신 줄 전혀 몰랐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세요!"순간, 프라이빗 룸에 있던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방금전까지만 해도 지독하게 오만한 태도도 누구든 손쉽게 죽일 수 있을것 같이 굴던 백범이 지금 하현 앞에 공손하게 서있었다, 마치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고 있는 학생 같이.백범의 부하들도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대표님은 항상 카리스마 쩔었고 세상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기로 유명했는데! 그가 누군가
다음 날 아침, 하현은 게슴츠레한 눈과 지저분한 머리로 전기 자전거를 타고 서울의 제일 번창한 비즈니스 지구로 향했다.하엔 그룹은 이 중심이 되는 위치에 있었다.어젯밤 태규가 하현에게 전화해 하엔 그룹 인수인계 절차를 다 밟았다고 말했다. 오늘 서류에 서명을 하면 회사는 이제 하현의 소유이다.하현은 이 일에 대해 꽤 걱정했다. 어쨌든 간에 하현은 1조 원으로 회사를 산 것이다. 하현이 아침도 먹지 않고 이른 아침에 여기로 달려온 이유이기도 하다.회사에 도착하자 하현은 말문이 막혔다. 과연 서울의 제일 번창한 지역이다. 여기저기 고급 자동차들이 많았다. 하현은 전기 자전거를 타고 왔다. 만약 하현이 자전거를 아무데나 주차했으면 아마도 나중에 끌려갔을 것이다.하현은 회사 한 바퀴를 돌고 드디어 게이트 앞에 주차 공간을 찾았다. 그가 주차를 하자마자 갑자기 끼익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그런 다음 쾅 소리가 났다. 하현의 전기 자전거가 포르쉐에 치여 날라갔다."젠장!"하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전기 자전거는 며칠 전에 도난 당했는데 지금은 또 포르쉐에 치였다.어쨌든 포르쉐는 고급 자동차였다. 포르쉐에는 긁힘 자국 몇 개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현의 전기 자전거는 뒤에서 아작이 났고 이제 탈 수가 없었다.'나랑 3년이나 같이한 전기 자전거인데!'하현은 눈물 날 것 같았다. 그는 이 전기 자전거와 매우 정들었다.한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포르쉐 차 페인트 값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전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이 남자가 그 돈을 감당할 수 있을까?"도대체 자전거를 어떻게 타는 거예요?" 아리따운 한 여성이 포르쉐 문을 열고 걸어 나오자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와…"사람들은 그녀의 미모에 감탄을 했다. 여자는 정교한 근무 복장에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우아해서 마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여자 같았다.이런 미인은 어디를 가도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게 할 것이다."김
"지금 나보고 가라는 거야?"하현은 웃음이 터졌다. 일개 직원이 어떻게 상사한테 가라고 말할 수가 있나?"내 말 못 알아듣겠어? 너 얼른 가라고! 누가 뽑았든, 네가 무슨 배경 출신이든, 지금 당장 꺼져!" 겨울은 이를 악물었다.겨울은 말을 끝마치자 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내더니 바닥에 던졌다. 그녀는 거칠게 말했다. "너 안 갈 거지? 그냥 돈이 필요한 거 아니야? 돈 챙기고 얼른 꺼져!"이때, 굉장히 큰 경적 소리가 울리더니, 벤틀리 한 대가 회장님의 주차 공간에 멈춰서자 직원들은 재빨리 흩어졌다.다음,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하얀 셔츠와 정교한 가죽 바지를 입고, 포니테일을 하고 파우치를 든 채 빠른 걸음으로 나왔다.여자의 외모는 겨울과 거의 동급이었지만 그녀의 성품은 겨울과 비교 불가였다.여자는 다른 사람도 쳐다보지 않고 얼른 하현에게로 걸어갔다. 그녀는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말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차가 막히는 바람에 제가 늦었습니다."하현은 이 미녀를 힐끗 쳐다보자 그녀가 바로 이슬기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하현이 하엔에 있었을 때, 그녀가 그의 밑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하현은 슬기가 하엔 그룹 대표의 비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오랜만이에요."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슬기 씨, 헷갈리신 것 같아요." 겨울은 한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누가 대표님이신지 모두가 알아요. 청소부 아무나 골라 그렇게 부르시면 안 되죠!""청소부요?" 슬기는 하현을 조심히 살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았다. 그러더니 슬기는 뒤돌아서 차갑게 겨울을 쳐다보았다. "김 부장님, 눈을 뜨고 똑바로 들으세요. 오늘부로, 저희의 새로운 대표님 하 대표님이십니다.""네?!" 모든 사람, 특히 경비실장이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의 다리에 힘이 빠졌다.그는 대표님의 차를 발로 찼는데, 이건…"이게 어떻게 가능해?! 불가능해!" 겨울은 자신의 얇은 입술을
하현이 겨울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 그녀의 얼굴은 붉어졌다. 그녀는 민망해했다. 겨울은 어젯밤 하현 앞에서 여전히 거만했고, 심지어 옆에 앉아 있는 하현을 경멸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서서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하현은 한동안 그녀를 응시했다. 비록 그의 오랜 동기는 약간 냉담해 보였지만, 그녀의 천성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그걸 생각하자마자 하현은 침착하게 말했다. "나는 이 문제로 너를 해고하지 않을 거야. 너의 승진에 대해서는, 네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나에게 보여준 다음에 이야기하자."하현은 이 말을 한 후 겨울을 무시했다. 그는 막 회사를 인수한 참이었는데 아직도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겨울과 헛소리를 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 있겠나?겨울은 아름다웠지만, 하현은 더 아름다운 여자들을 많이 보았다. 적어도 그의 아내인 은아는 그녀보다 더 예뻤다.…하엔 그룹의 대표가 바뀌었다. 진행 중이던 모든 투자는 종료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고품질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6조 원을 추가했다.이 소식은 마치 지상의 천둥과 같아서, 짧은 시간 안에 서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모든 이들은 이것이 서울 주요 집안 세력들의 대대적인 개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느 집안이든 하엔 그룹이 그들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할 수 있다면, 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결국 서울의 상위권 집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설 씨 집안은 확실히 넋을 놓고 있지 않았다. 설 씨 어르신은 즉시 가족 만찬을 열어 가족 모두에게 참석하라고 했다.은아는 재빨리 하현을 불렀다. 그러고서 은아는 하현에게 집에 가서 함께 저녁 식사 참석 준비를 하자고 했다.하현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한편, 은아는 이미 빨간 포르쉐에 앉아 초조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여보, 나 늦었어." 하현은 달려서 은아에게 왔다.은아는 오늘 밤 홀터 드레스를 입고 가슴에 독특한 장미 브로치를 달았다."프라하의 심장?
"응?" 하현은 잠시 놀라 입에 있던 스테이크를 삼키는 걸 잊었다. 왜 이런 일이 언제 일어날지 몰랐을까?유아는 하현이 게걸스럽게 먹는 것을 보고 더욱 혐오감을 느꼈다.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저는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아요. 이준 오빠는 설 씨 집안에 정식으로 청혼했어요. 오빠는 오늘 밤에 지참금을 보낼 거에요. 만약 당신이 충분히 똑똑하다면,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이렇게 말하자 유아가 비웃었다. 설 씨 집안은 합법적인 사업을 했지만, 집안에는 여전히 몇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 만약 이 패배자가 문제를 일으키기를 원했다면, 그들은 분명히 그를 쓰러뜨렸을 것이다."자, 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어르신께서 발표할 게 있습니다!"맨 위 자리에서 설 씨 어르신이 손을 내밀어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는 기대된다는 듯이 말했다. "다들 그 소식에 대해 들었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하엔 그룹의 대표가 갑자기 바뀌었어. 신임 대표는 이전에 협상했던 모든 투자를 종료했어. 투자를 위해 6조 원이 추가로 투입될 거야…""저는 신임 대표가 얼마나 신비로운지 모르지만, 그의 등장은 설 씨 집안에게 좋은 기회입니다!""서울의 수많은 가족들과 사업체들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서울에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설 씨 집안은 수년간 서울에서 부유한 가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히 물어봅시다, 우리는 단지 2류 집안일 뿐이에요….""만약 우리가 서울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설 씨 집안이 더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부족합니다…""저희 설 씨 집안이 일류 집안이 되고 싶다면, 나아가 미래에 강남에 영향을 미치는 상류층 집안이 되고 싶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우리가 하엔 그룹과 협력할 수 있는 한, 우리가 신임 대표와 함께 할 수 있는 한, 6조 원의 몫을 얻을 수 있는 한! 그러면 서울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겁
모두 저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서 그들은 이준이 섬세한 디자인의 슈트를 입고 머리를 뒤로 곱게 빗은 것을 보았다. 그는 잘생기고 똑똑해 보였다. 이준은 선물 상자를 손에 들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왔다. "이준 씨를 따뜻한 박수로 환영합시다!" 한 젊은이가 소리쳤다.갑자기 온갖 종류의 응원이 들려왔다.이준처럼 재능 있는 젊은이가 하현에 비해 설 씨 집안에서 더 인정받고 환영 받는 것은 분명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준이 설 씨 집안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이 시각, 모든 설 씨 집안 사람이 이준을 부의 신인 마냥 쳐다보고 있었다!이준은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레드카펫 위를 걷는 스타처럼 보였고, 높이 나는 기대주처럼 보였다."설 씨 어르신,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여기에 초대받지 않고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할 말이 있으면 다 말하겠습니다!"돈은 야심차게 웃고 있었다. 그는 크게 말했다. "저는 은아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안타깝게도 은아는 한 패배자와 결혼했습니다!""저는 이 결혼을 3년 동안 농담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은아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요? 저는 은아를 사랑합니다. 은아가 이런 고통을 견디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오늘 설 씨 집안 모두들 앞에서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이준은 심호흡을 했다. "저는 은아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은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이준은 방 전체를 뒤흔들어놨다. '강이준은 너무 직설적이야. 그는 하현의 체면을 고려하지도 않아! 하현도 지금 여기 와있는데.''하지만 잘 생각해 봐, 하현, 데릴사위는 그저 패배자일 뿐이야. 왜 이준이 그의 체면을 세워야 하지? 이준은 하현을 불쾌하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현은 지금쯤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그는 정말 운이 나빴다!"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은아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준은 말을 이었다. "저는 은아를 위해
이때 엄도훈의 머릿속에 한 마디가 떠올랐다.천하 무공의 으뜸은 빠름이다!설마 눈앞에 있는 이놈의 실력이 격식과 장법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빠른 것인가?그 정도 실력인 것인가?말도 안 된다!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이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전신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대하의 전신 중에 이렇게 젊은 사람이 있었던가?엄도훈은 고심 끝에 하현이 병왕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그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었다.사람을 더 불러야 할지 어째야 할지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만약 하현이 정말로 병왕이라면 자신의 무리들이 그를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진홍헌과 십여 명의 부잣집 자제들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믿으려야 믿을 수가 없었다.그들은 하현이 수백 명의 무리들 앞에서 가죽이 벗겨지도록 고통을 당할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오히려 하현이 깃털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사람들을 제압할 줄은 몰랐다.거의 반 이상이나 되는 무리들을 단숨에 해치운 것이다.가히 무서운 실력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아니 어떻게?!”진홍민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그녀는 하현이 자신의 오빠에게 혼쭐이 나서 짓밟힌 뒤 함부로 대들었던 자신을 탓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릴 거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심지어 자신의 오빠에게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빌며 잘못을 빌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진홍민이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았던 것이 분명하다.그녀가 생각하는 그 허여멀건한 데릴사위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들 부잣집 2세들이 데릴사위 하나 때려잡지 못하고 오히려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다니!“계속할 거야?!”멍하니 서 있는 엄도훈을 바라보며 하현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계속하든지 아니면 당신 스스로 남은 손 하나 마저 부러뜨리든지!”
엄도훈은 자신의 지원병이 오는 것을 보자 순간적으로 기운이 넘쳐흘렀다.이 사람들은 모두 신사 상인 연합회의 유능한 간부들이며 평소에 그를 돕던 인재들이었다.이에 엄도훈은 끊어지지 않은 손을 흔들며 의기양양한 자태를 보였다.그는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형제들아! 어서 저놈을 죽여!”“저놈을 죽여야 내 한이 풀어질 거야!”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엄도훈의 말을 듣고 쇠파이프를 질질 끌며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해 왔다.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황일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진주희나 황천화를 금정으로 불러 자기 곁에 머물게 했을 것이다.저 많은 사람들을 자신이 혼자 감당해야 하니 정말 막막하긴 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걸음씩 내디디며 엄도훈 앞으로 거침없이 다가와 손바닥을 또 한 번 휘둘렀다.“퍽!”엄도훈의 몸이 또 날아올라 그의 뒤에 서 있던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을 모두 땅에 처박아 버렸고 동시에 그는 큰소리로 울부짖었다.부러진 한 손이 너무 아팠던 것이다.그리고 쓰러진 스무 명은 모두 허둥지둥거리기 시작했다.어떤 이는 사람을 부축하고 어떤 이는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하현은 그들에게 예의 차리지 않고 바로 다가가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사람들을 모두 땅바닥에 쓰러뜨렸다.“개자식!”하현이 감히 먼저 손바닥을 휘갈기며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또 때리는 것을 보고 남아 있던 건달들이 숨을 헐떡이며 고함을 지르고 달려들었다.“죽어라!”손에 든 쇠파이프가 하현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건달들의 행동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했다.하현은 가까스로 몸을 돌린 후 손바닥을 후려쳤다.비록 상대는 수십 명이나 되지만 하현의 눈에는 모두 어중이떠중이처럼 보였다.옆에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하현도 상황을 봐 가면서 손을 썼을 것이다.“짝짝짝!”앞에 있던 몇몇 건달들이 손에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하현에게 떨어지기도 전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화끈거리는 고통과 함
”사람을 불러보라고?!”이 말을 들은 엄도훈은 하마터면 피를 쏟을 뻔했다.과거에는 누가 이런 말을 하면 사정없이 밟아주었더랬다.아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시원하게!하지만 뜻밖에도 풍수가 뒤바뀌었는지 그가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는 사람이 되었다.순간 엄도훈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분노만이 소용돌이쳤다.당당하던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맞아서 얼굴이 시뻘게지다니!그는 마음이 씁쓸하고 울적하고 괴로웠다.창피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체면치레 몇 마디로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는 계속 헛소리를 들이대면 자신의 체면이 더욱 구겨질 것이 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그래서 엄도훈은 쓸데없는 말 대신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이 자식! 딱 기다려. 네놈을 밟는 일에 우리 서문 천문채 사람까지 부를 필요도 없어!”“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에는 수백 명의 형제와 십여 명의 고수들이 있어!”“아주 뼈마디마다 꼭꼭 밟아 줄 것이야!”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그는 신사 상인 연합회를 총출동시킬 모양이었다.그제야 하현은 바라보는 진홍헌의 눈가에 의기양양한 빛이 다시 슬슬 떠오르기 시작했다.하현은 확실히 싸움 실력도 좋고 배짱도 두둑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하지만 문제는 지금 이 시대가 개개인의 싸움 실력만 좋다고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란 것이다!돈, 권력, 인맥, 역량, 배경이 모든 것을 대표하는 시대이다.하 씨 성을 가진 놈이 싸움을 잘하면 뭐해?손을 끊어 놓으면 뭐해?이럴 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만둘 줄도 모르고 신사 상인 연합회를 자극해 결국 총출동하게 만들어 서남 천문채까지 나서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몰고 갔으니!이 모든 일로 미루어 보아 식견이 부족한 얼뜨기임에 틀림없다.하 씨 이놈은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수백 명이 한꺼번에
만약 엄도훈이 방심했기 때문에 하현에게 얼굴이 날아갔다고 치더라도 하현이 십여 명의 건달들을 가볍게 날려버린 건 하현이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분명 출중한 실력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의기양양하던 진홍헌, 진홍민 남매는 눈만 멀뚱멀뚱할 뿐 도저히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젠장! 여자한테 빌붙어 빌어먹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싸움을 잘 할 수가 있지?”“그럴 리가 없어!”“흥! 어쩐지 이 개자식이 혼자서 당당하게 우리 연합회에 찾아오더라니! 알고 보니 실력이 꽤나 있는 모양이군!”하현이 맥없이 쓰러지는 꼴을 기다리고 있던 부잣집 2세들도 모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마치 자신의 얼굴이 맞은 듯 화끈화끈거렸다.하현에게 당한 사람들은 평범한 부잣집 도련님들이 아니라 신사 상인 연합회 싸움꾼들이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엄도훈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평소에도 거침없이 사람들을 대했다.그런데 왜 오늘은 이렇게 당한 거지?엄도훈 역시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그는 비틀거리며 땅에서 일어나 화끈거리는 얼굴의 통증을 부여잡았다.치솟아 오르는 부끄러움과 분노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순간 엄도훈은 눈빛이 매서워졌고 품에서 병부의 단검을 뽑아 하현의 가슴에 들이댔다.“퍽!”단검은 하현의 가슴은커녕 허공에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엄도훈이 사정을 봐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하현이 재빠르게 그의 손목을 잡아버린 것이다.“서남 천문채의 제자가 이 정도 실력밖에 안 돼?!”하현은 심드렁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차칵!”순간 낭랑한 소리와 함께 엄도훈의 손목이 바로 부러졌다.아앗!처량한 비명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엄도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물에 젖은 솜처럼 온몸이 땀에 흥건히 젖어 부르르 떨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하현이 당하는 꼴을 구경하려던 예쁜 여자들은 하나같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범접하지 못할 하현의 단호함과 매서운 실력에 놀라
엄도훈은 얕잡아 보는 듯 기분 나쁜 미소를 떠올리며 하현의 얼굴을 건드리려고 손을 뻗었다.“탁!”하현이 엄도훈의 손을 덥석 잡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엄 회장님, 이건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는 짓이죠!”“사람을 너무 업신여겨요?”엄도훈은 하현의 손을 뿌리치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응시했다.하현이 감히 반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원래 세상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것 아닙니까?”“주먹이 도리이자 법이죠!”“당신은 너무 약한 존재라 우리한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건 당연하죠!”“안 그렇습니까?”“엄 회장님. 이런 녀석과 쓸데없는 말로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2층에 있던 진홍헌이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냥 손발을 부러뜨리면 그만이에요! 흥! 어디 두고 보자구! 감히 날뛸 수 있는지!”하현이 다이아몬드와 포르쉐 918로 진홍헌의 체면을 뭉개버린 것이 진홍헌에게 적잖은 상처와 수치를 남긴 모양이었다.어쨌든 진홍헌은 중천 그룹의 아들이고 그의 아버지 재산은 수조 원에 육박한다.하지만 금정 재벌 2세인 그가 데릴사위에게 뺨을 맞았다?!이런 일은 정말 참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하현에게 이 치욕을 되돌려주지 않으면 진홍헌이 앞으로 어떻게 금정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이를 지켜보던 진홍민과 몇몇 아름다운 여자들은 모두 웃는 듯 마는 듯 이죽거렸다.다들 하현이 묵사발이 되어 나가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만약 주먹이 도리라고 한다면 그래, 어디 해 보시죠! 당신들이 못 할까 봐 두려울 지경이군요!”하현은 더 이상 진홍헌을 상대하지 않고 엄도훈의 얼굴을 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오호?!”“지금 당신이 날 협박한 걸로 이해해도 될까요?”“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 구역에 와서 나 엄도훈을 협박하는 겁니까?”“흥! 자식! 배짱 한번 두둑하군!”엄도훈은 염주를 돌리며 하현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이어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문
선두에 선 황모 청년이 하현을 위아래로 몇 번씩이나 훑어본 후 담배를 물고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누구시죠? 여긴 왜 왔어요?”“신사 상인 연합회에 보호비 내러 왔어요?”하현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안녕하세요. SL그룹에서 왔습니다.”“저는 하현이라고 합니다. 엄 사장님께 오백억을 받으러 왔습니다.”“하현? SL그룹?”“아, 당신이 설 씨 가문의 데릴사위?”분명 요 며칠 최희정이 하현에 대해 떠벌린 것이 틀림없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런 건달들이 하현을 데릴사위라고 칭하며 단번에 알아봤을 리가 없다.잠시 후 황모 청년은 손뼉을 쳤다.그러자 여기저기서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를 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염주를 든 점잖아 보이는 남자가 유유히 걸어 나왔다.그는 전통옷을 입고 있어서 마치 뭔가에 몰두하는 학자처럼 보였지만 눈동자에는 흉악한 기운이 가득 맴돌고 있었다.이 사람이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자 서남 천문채 금정 지부를 책임지고 있는 엄도훈이었다!엄도훈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하현입니까?”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내가 바로 하현입니다. 혹시 날 아십니까?”“당신이 하현이라니 마침 잘 되었네요!”엄도훈이 박수를 치며 껄껄 웃었다.“내 친구 중의 한 명이 나한테 그랬죠. 데릴사위가 한 명 있는데 그놈이 그들을 괴롭혔다고. 그 사람 이름이 하현이라고 하더군요.”“내 친구는 자기 대신 내가 어떻게 좀 해주길 바랐죠.”“친구요?”하현이 차가운 눈빛이 스치며 말했다.“그 친구가 누구인지 짐작이 안 갑니까?”엄도훈이 하현에게 손짓을 하며 뒤쪽을 보라고 했다.이때 2층 베란다에 낯익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바로 진홍헌과 진홍민 남매였다.그들 뒤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열두 명의 남녀와 부잣집 자제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다.하나같이 기세등등하게 하
”안 돼!”설은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안 마시기만 해 봐!”하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단념한 표정으로 우유를 받아들고 쓴 약을 먹는 듯 눈을 찡긋하며 우유를 마셨다.하현이 순순히 우유를 마시자 설은아는 비로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잘했어!”“그리고 엄마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마.”“신사 상인 연합회가 빚진 오백억은 내가 해결할게.”“어쨌든 내 뒤에는 대구 정 씨 가문이 있으니 상대방이 아무리 서문 천문채에 뒷배가 있더라도 우리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가면 아마 무참하게 뭉개 버리려 할 거야. 뼈도 못 추릴 수도 있어...”“아무리 당신이 실력이 좋아도 무학의 성지 앞에서는 무리야.”“그러니까 당신은 이틀 동안 이 집에서 나오지 말고 편하게 쉬어. 내가 이 일을 다 해결한 후에 증명서 받으러 갈게.”말을 마치니 설은아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달처럼 띄워졌다.그러자 그녀는 부끄러운지 얼른 몸을 돌렸다.하현은 설은아의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설은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용감해지고 자신감도 상당히 강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설은아와 설유아의 당부는 깔끔하게 무시되었다.이튿날 아침 10시.하현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로 향했다.그곳은 금정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거리 끝에 위치해 있었다.하현의 눈에 명청 양식의 오래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들어왔다.건물은 매우 견고해 보였다.앞에는 넓은 광장 같은 것이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상가들이 있었다.오래된 건물의 대문에는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위에 부러진 칼이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박혀 있었다.오는 길에 하현은 이미 대략 알아차릴 수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 휘하에 있는 조직이었다.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은 결과로 신사 상인 연합회는 일 처리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그리고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