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으나, 석진의 태도를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다윤에게로 다가가 제안했다. "나랑 같이 나가지 않을래? 이따가 무슨 문제라도 생길 것 같아서.""그게…" 다윤은 약간 망설였다. 그녀는 대학시절 하현과 친한 사이이긴 했지만, 보시다시피 오늘 밤의 주인공은 석진이었다. 만약 다윤이 지금 나간다면 석진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을까?한편, 하현이 바로 자리를 뜨기는 커녕 오히려 아름다운 같은 과 동기 다윤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을 보자 석진은 얼굴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석진은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현, 아직도 안꺼지고 꾸물대는건 그렇다치고, 지금은 아예 우리의 아름다운 과 동기까지 데려가려고 하네. 네가 뭔데? 성공한 사람이야? 잊지 마! 너는 데릴사위일 뿐이고, 우리는 너 같은 동기를 둔걸 창피하게 생각할 뿐이란걸!""맞아!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잘나가고 있는데. 어쩜 너는 그 모양이야. 우리반 망신이야!""얼른 안꺼지고 뭐해! 다윤아, 쟤는 데릴사위야. 쟤한테 속으면 안 돼!"석진은 오늘 밤의 주인공이었다. 몇년동안 사회물은 먹은 몇몇 동기들은 능력이 좋은건 아니었지만 비위 하나는 잘 맞추었다. 그들은 모두 하현을 조롱하고 비웃었다.하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다윤이 나중에 큰 문제에 말려들까 봐 두려워한 것만 아니었더라면, 하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도 않았을것이다.다른 한편, 석진은 하현이 아직도 떠나지 않고있자 자신의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했다. 석진은 은행 카드 하나를 꺼내 식탁 위로 던지면서 냉소했다. "웨이터, 계산 좀 부탁해요. 아직도 꺼지지 않고있는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겠어요. 이 한 끼는 그가 한평생 뼈빠지게 벌어도 먹을 수준이 아니란걸요."석진의 돌발행동은 보는이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실버 카드! 십억 원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만 신청 할 수 있는 카드이다.석진이 이토록 젊은 나이에 이 정도로 성공하다니! 젊다고 함부로 판단하
"아…" 석진은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이건…"안 돼?""아니요…아니요…백범 형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말을 마치고 석진은 겨울의 얼굴을 쳐다볼 용기도 없었다. 대신, 석진은 테이블 위에 열쇠를 챙겨 도망가려고 했다."우석진! 이 개자식아!" 겨울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석진 같은 신사가 사실은 겁쟁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른 동기들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모두 큰일 날까 봐 무서운 듯 했다.하현은 유일하게 덤덤한 얼굴을 하고있는 사람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백범은 하현과 구면이였다. 하현이 하엔에 있을 때 몰래 변백범을 훈련시키고 가꿔줬었다.백범은 어린 나이에 길거리로 나왔었다. 돈도 권력도 모두 없었던 백범은 길거리에서 수 차례 찔려 죽임을 당할 뻔도 했었다. 그러다 하현이 우연히 백범을 만나게 되였고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에 그를 키워주기로 결정하였다.안본지 몇년사이에 백범이 이렇게 성장해 있을줄은 몰랐다.그러나 하현은 백범을 아는 척하고싶지는 않았다.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하현은 이제 더이상 하엔의 후계자도 아니다. 아마 백범이 하현을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한편, 백범은 여전히 사악한 표정으로 방안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한번 쭉 훑어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하현을 지나칠 때, 그는 살짝 당황했다.다음 순간, 백범의 얼굴이 순간 바뀌었다. 그의 오만함과 횡포함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동시에 빠르게 앞으로 이동해 하현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고개를 숙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여기에 계신 줄 전혀 몰랐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세요!"순간, 프라이빗 룸에 있던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방금전까지만 해도 지독하게 오만한 태도도 누구든 손쉽게 죽일 수 있을것 같이 굴던 백범이 지금 하현 앞에 공손하게 서있었다, 마치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고 있는 학생 같이.백범의 부하들도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대표님은 항상 카리스마 쩔었고 세상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기로 유명했는데! 그가 누군가
다음 날 아침, 하현은 게슴츠레한 눈과 지저분한 머리로 전기 자전거를 타고 서울의 제일 번창한 비즈니스 지구로 향했다.하엔 그룹은 이 중심이 되는 위치에 있었다.어젯밤 태규가 하현에게 전화해 하엔 그룹 인수인계 절차를 다 밟았다고 말했다. 오늘 서류에 서명을 하면 회사는 이제 하현의 소유이다.하현은 이 일에 대해 꽤 걱정했다. 어쨌든 간에 하현은 1조 원으로 회사를 산 것이다. 하현이 아침도 먹지 않고 이른 아침에 여기로 달려온 이유이기도 하다.회사에 도착하자 하현은 말문이 막혔다. 과연 서울의 제일 번창한 지역이다. 여기저기 고급 자동차들이 많았다. 하현은 전기 자전거를 타고 왔다. 만약 하현이 자전거를 아무데나 주차했으면 아마도 나중에 끌려갔을 것이다.하현은 회사 한 바퀴를 돌고 드디어 게이트 앞에 주차 공간을 찾았다. 그가 주차를 하자마자 갑자기 끼익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그런 다음 쾅 소리가 났다. 하현의 전기 자전거가 포르쉐에 치여 날라갔다."젠장!"하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전기 자전거는 며칠 전에 도난 당했는데 지금은 또 포르쉐에 치였다.어쨌든 포르쉐는 고급 자동차였다. 포르쉐에는 긁힘 자국 몇 개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현의 전기 자전거는 뒤에서 아작이 났고 이제 탈 수가 없었다.'나랑 3년이나 같이한 전기 자전거인데!'하현은 눈물 날 것 같았다. 그는 이 전기 자전거와 매우 정들었다.한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포르쉐 차 페인트 값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전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이 남자가 그 돈을 감당할 수 있을까?"도대체 자전거를 어떻게 타는 거예요?" 아리따운 한 여성이 포르쉐 문을 열고 걸어 나오자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와…"사람들은 그녀의 미모에 감탄을 했다. 여자는 정교한 근무 복장에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우아해서 마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여자 같았다.이런 미인은 어디를 가도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게 할 것이다."김
"지금 나보고 가라는 거야?"하현은 웃음이 터졌다. 일개 직원이 어떻게 상사한테 가라고 말할 수가 있나?"내 말 못 알아듣겠어? 너 얼른 가라고! 누가 뽑았든, 네가 무슨 배경 출신이든, 지금 당장 꺼져!" 겨울은 이를 악물었다.겨울은 말을 끝마치자 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내더니 바닥에 던졌다. 그녀는 거칠게 말했다. "너 안 갈 거지? 그냥 돈이 필요한 거 아니야? 돈 챙기고 얼른 꺼져!"이때, 굉장히 큰 경적 소리가 울리더니, 벤틀리 한 대가 회장님의 주차 공간에 멈춰서자 직원들은 재빨리 흩어졌다.다음,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하얀 셔츠와 정교한 가죽 바지를 입고, 포니테일을 하고 파우치를 든 채 빠른 걸음으로 나왔다.여자의 외모는 겨울과 거의 동급이었지만 그녀의 성품은 겨울과 비교 불가였다.여자는 다른 사람도 쳐다보지 않고 얼른 하현에게로 걸어갔다. 그녀는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말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차가 막히는 바람에 제가 늦었습니다."하현은 이 미녀를 힐끗 쳐다보자 그녀가 바로 이슬기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하현이 하엔에 있었을 때, 그녀가 그의 밑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하현은 슬기가 하엔 그룹 대표의 비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오랜만이에요."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슬기 씨, 헷갈리신 것 같아요." 겨울은 한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누가 대표님이신지 모두가 알아요. 청소부 아무나 골라 그렇게 부르시면 안 되죠!""청소부요?" 슬기는 하현을 조심히 살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았다. 그러더니 슬기는 뒤돌아서 차갑게 겨울을 쳐다보았다. "김 부장님, 눈을 뜨고 똑바로 들으세요. 오늘부로, 저희의 새로운 대표님 하 대표님이십니다.""네?!" 모든 사람, 특히 경비실장이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의 다리에 힘이 빠졌다.그는 대표님의 차를 발로 찼는데, 이건…"이게 어떻게 가능해?! 불가능해!" 겨울은 자신의 얇은 입술을
하현이 겨울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 그녀의 얼굴은 붉어졌다. 그녀는 민망해했다. 겨울은 어젯밤 하현 앞에서 여전히 거만했고, 심지어 옆에 앉아 있는 하현을 경멸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서서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하현은 한동안 그녀를 응시했다. 비록 그의 오랜 동기는 약간 냉담해 보였지만, 그녀의 천성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그걸 생각하자마자 하현은 침착하게 말했다. "나는 이 문제로 너를 해고하지 않을 거야. 너의 승진에 대해서는, 네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나에게 보여준 다음에 이야기하자."하현은 이 말을 한 후 겨울을 무시했다. 그는 막 회사를 인수한 참이었는데 아직도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겨울과 헛소리를 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 있겠나?겨울은 아름다웠지만, 하현은 더 아름다운 여자들을 많이 보았다. 적어도 그의 아내인 은아는 그녀보다 더 예뻤다.…하엔 그룹의 대표가 바뀌었다. 진행 중이던 모든 투자는 종료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고품질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6조 원을 추가했다.이 소식은 마치 지상의 천둥과 같아서, 짧은 시간 안에 서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모든 이들은 이것이 서울 주요 집안 세력들의 대대적인 개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느 집안이든 하엔 그룹이 그들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할 수 있다면, 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결국 서울의 상위권 집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설 씨 집안은 확실히 넋을 놓고 있지 않았다. 설 씨 어르신은 즉시 가족 만찬을 열어 가족 모두에게 참석하라고 했다.은아는 재빨리 하현을 불렀다. 그러고서 은아는 하현에게 집에 가서 함께 저녁 식사 참석 준비를 하자고 했다.하현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한편, 은아는 이미 빨간 포르쉐에 앉아 초조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여보, 나 늦었어." 하현은 달려서 은아에게 왔다.은아는 오늘 밤 홀터 드레스를 입고 가슴에 독특한 장미 브로치를 달았다."프라하의 심장?
"응?" 하현은 잠시 놀라 입에 있던 스테이크를 삼키는 걸 잊었다. 왜 이런 일이 언제 일어날지 몰랐을까?유아는 하현이 게걸스럽게 먹는 것을 보고 더욱 혐오감을 느꼈다.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저는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아요. 이준 오빠는 설 씨 집안에 정식으로 청혼했어요. 오빠는 오늘 밤에 지참금을 보낼 거에요. 만약 당신이 충분히 똑똑하다면,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이렇게 말하자 유아가 비웃었다. 설 씨 집안은 합법적인 사업을 했지만, 집안에는 여전히 몇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 만약 이 패배자가 문제를 일으키기를 원했다면, 그들은 분명히 그를 쓰러뜨렸을 것이다."자, 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어르신께서 발표할 게 있습니다!"맨 위 자리에서 설 씨 어르신이 손을 내밀어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는 기대된다는 듯이 말했다. "다들 그 소식에 대해 들었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하엔 그룹의 대표가 갑자기 바뀌었어. 신임 대표는 이전에 협상했던 모든 투자를 종료했어. 투자를 위해 6조 원이 추가로 투입될 거야…""저는 신임 대표가 얼마나 신비로운지 모르지만, 그의 등장은 설 씨 집안에게 좋은 기회입니다!""서울의 수많은 가족들과 사업체들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서울에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설 씨 집안은 수년간 서울에서 부유한 가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히 물어봅시다, 우리는 단지 2류 집안일 뿐이에요….""만약 우리가 서울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설 씨 집안이 더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부족합니다…""저희 설 씨 집안이 일류 집안이 되고 싶다면, 나아가 미래에 강남에 영향을 미치는 상류층 집안이 되고 싶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우리가 하엔 그룹과 협력할 수 있는 한, 우리가 신임 대표와 함께 할 수 있는 한, 6조 원의 몫을 얻을 수 있는 한! 그러면 서울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겁
모두 저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서 그들은 이준이 섬세한 디자인의 슈트를 입고 머리를 뒤로 곱게 빗은 것을 보았다. 그는 잘생기고 똑똑해 보였다. 이준은 선물 상자를 손에 들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왔다. "이준 씨를 따뜻한 박수로 환영합시다!" 한 젊은이가 소리쳤다.갑자기 온갖 종류의 응원이 들려왔다.이준처럼 재능 있는 젊은이가 하현에 비해 설 씨 집안에서 더 인정받고 환영 받는 것은 분명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준이 설 씨 집안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이 시각, 모든 설 씨 집안 사람이 이준을 부의 신인 마냥 쳐다보고 있었다!이준은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레드카펫 위를 걷는 스타처럼 보였고, 높이 나는 기대주처럼 보였다."설 씨 어르신,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여기에 초대받지 않고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할 말이 있으면 다 말하겠습니다!"돈은 야심차게 웃고 있었다. 그는 크게 말했다. "저는 은아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안타깝게도 은아는 한 패배자와 결혼했습니다!""저는 이 결혼을 3년 동안 농담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은아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요? 저는 은아를 사랑합니다. 은아가 이런 고통을 견디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오늘 설 씨 집안 모두들 앞에서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이준은 심호흡을 했다. "저는 은아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은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이준은 방 전체를 뒤흔들어놨다. '강이준은 너무 직설적이야. 그는 하현의 체면을 고려하지도 않아! 하현도 지금 여기 와있는데.''하지만 잘 생각해 봐, 하현, 데릴사위는 그저 패배자일 뿐이야. 왜 이준이 그의 체면을 세워야 하지? 이준은 하현을 불쾌하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현은 지금쯤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그는 정말 운이 나빴다!"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은아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준은 말을 이었다. "저는 은아를 위해
처음에 속으로 이상하다 느꼈던 은아는 순간 마음 속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녀의 마음속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그녀는 어제 장미꽃을 보내온 사람이 이준이라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준이 그것을 인정했으니, 그녀의 짐작은 맞았던 것이다.그녀는 이준이 그가 한 말을 실행으로 옮길 거라곤 생각지도 못 했다. 그는 불과 어제 아침에 프라하의 장미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 그녀에게 장미가 보내졌고, 프라하의 심장도 조금 더 들어있었다.이 물건은 쉽게 구할 수 없다. 그러니, 그는 이미 이것을 오래전부터 그녀를 위해 계획했다는 게 맞지 않은가?은아는 자신이 이미 유부녀이기에 이 혼인을 수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척이나 흔들렸고 쑥스러웠다.“야, 너희들 봤어? 매형 표정 진짜 웃겨! 이 형 충격 받았어! 하하하!”한편, 민혁이 일어서고, 하현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웃었다.많은 사람들이 민혁의 말을 들은 후, 하현의 표정을 보고 야유를 퍼부었다.그 순간 하현의 얼굴은 실로 어두웠다. 다름이 아니라, 이준이 너무 뻔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발송인인 냥 하현의 노력을 앗아갔다. 그는 사실이 밝혀질까 두렵지 않았던 걸까?“이준 형, 우리 사위 표정 좀 봐. 형을 때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민혁이 이어서 말했다.“쟤가? 쟤는 겁쟁이야. 이준 씨 털 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 할 걸, 그치? 하하하!”“매형은 이준이 형이랑 상대가 안 되지. 만약 건드리면, 우리가 매형을 때려죽일 거야!”“왜? 말하기 무서워요? 겁먹었어요?” 민혁이 웃었다. “하현, 당신 정말 패배자에요. 이준이 형은 오늘 밤 매형 아내에게 올 예정이었는데 매형은 그거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정말 바보 같지 않아?”“하하하!”그가 말을 끝내자 주변 사람들은 더 즐겁게 웃었다.은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아직 명목상 하현의 아내였다. 하현이 굴욕을 당하고 있으면, 그녀도 그걸 느꼈
이의진도 눈살을 찌푸리며 거들었다.“하현,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사과해!”“그리고 무릎 꿇어!”“그렇지 않으면 공사장에서 벽돌 나를 생각은 하지도 마!”“당신은 그냥 굶어 죽어!”하현은 이 씨 남매가 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3분, 고명원에게 어서 와서 차를 따르라고 해.”“나 하현이 말했다고 전해.”“어서 어서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을 넘길 시엔 차를 따르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이영산을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까맣게 변했다.하현이 이렇게 고명원을 도발하는 것은 그들을 불구덩이로 집어넣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이놈이 이 씨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야! 당신이 뭔데? 감히 고 사장님을 오라 마라, 차를 따르라 마라 하는 거야?”장발의 사내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워?”장발의 사내는 여차하면 하현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그때 온몸에 거즈를 두른 남자가 뒤에서 들어왔다.알고 보니 소항 회관에서 하현과 충돌한 그 남자였다.남자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장발의 사내에게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소항 회관에서 그는 하현에게 단번에 걷어차였다.고성양의 손발은 부러졌다.엄도훈은 하현 앞에서 나라님 모시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이로 미루어 보아 하현의 신분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장발의 사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하현! 당신은 이제 죽었어!”이영산은 하현을 가리키며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의 최후를 한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따가 일이 생기면 당신 혼자 다 책임져! 절대 우리 끌어들이지 마!”이 씨 가족의 친척들도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
장리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 얼른 형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형님이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다 혓바닥 깨물까 봐 겁도 안 나?”“하 씨! 당신 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정말...”장리나는 하현에게 조롱이 가득 담긴 말을 퍼부으려고 했다.그런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왔다.차를 마시고 있던 하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이닥쳤다.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씨 가족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꺼져! 이 룸은 우리가 접수한다!”이영산은 오늘 아침 마침내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술기운을 내뿜으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다 못 먹었다구!”“우리 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이 여기서 밥을 먹을 건데 당신들 감히 이런 식으로 굴 거야?”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고명원?고명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영산은 술이 확 깨는 듯했다.방금까지의 원망과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무례하다고 느끼던 이 씨 가족들도 장청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겁을 먹었다.고명원은 어쨌든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게 어떻게...”이영산은 말할 수 없이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 친척들을 몇 번이나 쳐다본 뒤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거의 다들 드셨죠?”“고 사장님이 이렇게 내 사업을 챙겨주시고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도 맡겨주셨는데 이 룸을 원하셨다니 드려야죠!”“다
설은아는 안색이 약간 변하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하현에게 제지당했다.그가 오늘 여기 온 것은 이영산이 도대체 어떻게 기고만장한 허풍을 떠는지 보기 위해서였다.이제 막 좋은 볼거리가 시작되었는데 못하게 막아서면 얼마나 무례한 일인가!이영산의 부모도 소리를 듣고 와서 눈동자에 살벌한 눈빛을 떠올린 채 주시하고 있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우리 아들의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에 와서 재를 뿌리겠다는 것인가?!하현이 아니었으면 자신의 아들에게 아내가 하나 더 생겨 설 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아이고, 이게 누구야? 바로 그 전설의 데릴사위 아니야?!”“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어쩜 저렇게 머리가 안 돌아갈까?!”“머리가 좋았으면 노점에서 사 온 무 따위를 장모에게 선물했을까?! 흥!”“게다가 우리 영산이가 선물한 그림을 감히 가짜라고 모욕하다니!”“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꼴같잖게 센 척하기는!”이영산은 그동안 설 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포장해서 이 씨 일가들에게 한껏 허풍을 떤 것이 분명했다.장리나는 당연히 이영산의 편이니 이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은아는 이영산이 이렇게 낯짝이 두꺼울 줄은 몰랐다.순간 그녀는 참지 못하고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됐어! 뭐가 어떻게 되고 저렇게 되고 상관없어!”“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고 그 분수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거야!”“자기 것이 아니라면 노력해서 얻을 생각을 해야지!”이 씨 가문 둘째 할아버지는 경험자 같은 자태로 말을 이었다.“젊은이, 내가 자네라면 지금쯤 순순히 설 씨 집안을 떠나 경비원이라도 해서 스스로 생활할 수 있게 했을 거야. 그게 데릴사위보다는 훨씬 나아!”“자네가 그러는 걸 자네 조상이 알면 무덤에서도 벌떡 일어날 거야!”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씀입니다. 딱 봐도 데릴사위 경험자로서 하시는 말씀이신 듯하군요!”“뭐?
”물론 두 사람이 오늘의 이 성과를 이룬 데는 여러 친척들, 어른들, 형제, 자매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저와 제 남편이 이런 연회를 마련한 것은 여러분에게 감사하기 위해서입니다.”이영산의 부친은 거만한 자세로 껄껄 웃으며 일어섰다.“여러분, 오늘은 마음 편히 즐겁게 먹고 마시길 바랍니다!”“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82년산 마오타이든 뭐든 원하는 만큼 준비해 뒀으니까요!”이영산도 의기양양한 얼굴로 일어섰다.“부모님, 여기 어르신들, 형제, 자매 여러분!”“오늘 저를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빛내 주셔서 고맙습니다.”“저 이영산, 절대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건배!”말을 마치며 그는 호탕한 얼굴로 술 한 잔을 마셨다.“영산이와 의진이가 능력이 있었던 거죠. 그러니 이렇게 빨리 출세할 수 있었던 거구요! 앞으로 우리 친척들 좀 많이 살펴 주세요!”“맞아요.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대단한 성과를 거두다니! 정말 대단해요!”“장청 캐피털 일을 따내다니! 그게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요?!”“성월TV도 마찬가지예요! 배후에 금정 간 씨 가문이 떡 받치고 있는 곳이죠! 따라서 이것은 금정 간 씨 가문과 연줄을 맺은 거나 마찬가지예요!”“이제 우리 이 씨 가문이 완전히 떴어요!”친척들은 하나같이 영광스러운 얼굴로 이영산 남매를 바라보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았다.항렬이 가장 높은 둘째 할아버지가 테이블을 탁 치며 큰소리로 말했다.“자손을 낳으려거든 이영산 같은 아들을 낳아야지!”“우리 이 씨 가문에 이영산이 있으니 이제 우리 가문은 더 높은 곳으로 갈 일만 남은 거야!”이에 이영산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입에 내걸며 호탕하게 웃었다.“둘째 할아버지, 숙모님, 숙부님. 과찬이십니다!”“저와 제 여동생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이 씨 가족이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습니다!”“이 씨 가문에 꼭 보답하겠습니다!”이어 이의진도 곱게 화장한 얼굴
이튿날 아침, 밤잠을 설친 하현은 방을 나서자마자 설은아의 차에 몸을 실었다.차에 오르자마자 그녀는 하현을 원망하기 시작했다.분명 오늘 이영산이 밥을 사기로 했다고 어제 다 얘기를 했는데 결국 하현은 이렇게 늦게 일어난 것이다.설은아의 스포츠카에 올라타서야 하현은 알게 되었다.이영산이 요 며칠 동안 무슨 개똥 같은 운이 그렇게 좋았는지 수천억짜리 공사를 수주했고 그와 함께 신분이 순식간에 치솟았다는 것이다.그리고 그의 여동생, 이의진도 직장에서 순풍에 돛 단 듯 승진하며 겹경사를 맞았다고 했다!최희정과 설재석 부부도 원래 이 자리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임시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설은아를 대표로 내세웠다.설은아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이영산은 하현을 콕 집어 말하며 꼭 데려오라고 했다.말하자면 자신의 높아진 위상을 하현에게 보여줌으로써 코를 납작하게 할 셈인 것이다.하현도 이영산이 절대 좋은 마음으로 자신을 부른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상관없었다.설은아가 참석하라고 하니 함께 가 보는 것이다.낮 12시.하현과 설은아가 홍궁관 2번 룸에 도착했다.룸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안에는 커다란 테이블 다섯 개가 놓여 있어서 한 번에 오십 명 정도가 함께 식사할 수 있었다.테이블당 최소 몇백만 원이 든다고 하니 이영산이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했다.테이블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고 화색이 가득한 그들의 얼굴은 상류층 자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설은아는 낮은 목소리로 이 사람들이 모두 이 씨 집안사람들이라고 하현에게 설명했다.이 씨 집안은 삼류 가문이었지만 그 수는 적지 않았다.게다가 금정 토박이였기 때문에 항상 자신들의 지위가 높다고 생각하며 한껏 자존심을 치켜세우고 다녔다.설은아와 하현의 등장은 이 씨 집안사람들의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이영산의 친부모는 이 자리를 주최한 장본인이지만 하현을 보고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거만하기 짝이 없는 자태로 문 바로 앞자리를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 내가 엄도훈의 목숨을 구해 줬으니 그는 나한테 신세를 진 셈이야.”말을 마치며 하현은 화제를 바꾸었다.“참, 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나 되면서 왜 갑자기 자금난이 생긴 거야?”“그리고 왜 나한테 한마디도 안 했어?”하현은 이미 돌아가는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원래 아홉 번째 집안에는 아무런 자금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설은아가 상석에 앉게 되자 대구 정 씨 가문의 일부 친족들이 불만을 품었고 그들은 비밀리에 물밑으로 많은 일을 벌여 원래 가문의 자금이었던 돈의 일부를 소리 소문도 없이 빼내었다.아홉 번째 집안이 가장 규모가 컸기 때문에 자금이 유출된 후 여기저기 구멍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설은아는 최선을 다해 구멍을 메워보려 했지만 아무리 해 봐도 해결할 수가 없었다.특히 그녀는 금정에 온 후 대구 정 씨 가문이 벌여 놓은 난장판을 떠안아 자금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졌다.설은아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은행에 두 배의 이자를 물고 대출을 했지만 여전히 이천억이란 돈이 모자랐다.그래서 그는 오늘 고성양을 만나 돈을 빌려볼 생각이었던 것이다.“당신한테 왜 말 안 했냐고?”설은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말해 봤자 무슨 소용 있어?”“당신 능력이 대단하다는 건 알지만 한 번에 이천억을 융통하기란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을 대구 정 씨 가문의 일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 당신한테 이로울 게 없거든.”설은아가 아직 하지 않은 말이 있었다.그것은 아홉 번째 집안이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과 대구 정 씨 가문 고위층 사이에 일생일대 도박과도 같은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만약 그녀가 하현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청한다면 계약을 어기는 것이 된다.문제는 대구 정 씨 가문은 절대 함부로 할 수 없는 만만찮은 가문이라는 것이다.하현은 말끝마다 그녀를 대구 정 씨 가문의 수장으로 만들겠다고
저녁 9시.술과 밥을 배불러 먹은 하현은 소항 회관을 떠나 설 씨 가문으로 돌아갔다.하루 종일 고생한 그는 전에 최희정과 한바탕 크게 싸운 것도 있고 해서 그녀를 다시는 맞닥뜨리고 싶지 않아 소리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자신의 방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설은아의 방에서 ‘아앗’하는 소리가 들렸다.하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고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설은아는 방금 목욕을 한 것으로 보였고 하얀 목욕 수건은 몸의 중요 부위만 감싸고 있었다.그녀의 백옥 같은 긴 다리는 수건 바깥으로 훤히 드러나 있어서 하현의 눈앞을 아찔하게 만들었다.하현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미녀들을 만났다.그녀들 각각의 매력도 상당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를 가장 설레게 한 사람은 역시 설은아였다.순간 하현은 자신의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다행히 그는 곧바로 냉정을 되찾아 얼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들어왔어?”누군가 들어오자 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지만 하현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후 긴장을 풀었다.하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이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길래 들어왔어. 괜찮아?”설은아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조금 삔 것뿐이야. 주물러주면 괜찮아질 거야.”“내가 해줄게.”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설은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설은아는 침대에 앉아 곧고 긴 다리를 하현 앞에 쭉 뻗었다.하현은 설은아 앞에 쭈그리고 앉아 긴 다리를 주물렀다.손끝이 닿을 때마다 심장이 펄쩍 뛰었다.백옥같이 아름답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을 만큼 그녀의 다리는 곱고 매끄러웠다.하현은 거의 무아지경으로 그녀의 다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설은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하현, 안마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왜 만지작
고명원의 눈꺼풀이 파르르 흔들렸다.“뭐라구요?”정홍매도 넋이 나간 듯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남편이 고향에 가서 조상님께 향불을 올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줄곧 그 이유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다.그런데 이런 이유가 있었다니!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간단합니다. 당신은 기가 강한 사람입니다. 남을 압도할 만큼. 그래서 당신의 강한 기운이 조상의 기운을 눌렀던 거죠.”“만약 당신의 기운이 충분히 강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당신은 열 번도 더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스스로 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 평생, 당신 아들이 태어난 후 당신이 몇 번이나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는지!”하현의 말을 듣고 고명원은 마침내 큰 충격을 받았고 탄복해 마지않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당신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엄 회장님이 이렇게 당신을 좋아하는군요!”“맞습니다. 난 정말이지 몇 번이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그때마다 중상을 입었지만 죽지는 않았어요.”“하지만 운이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죠.”“옛날 사람들은 큰 재난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 훗날 반드시 복이 온다고 했어요.”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런 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당신에게 조상의 비호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당신에게 후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죠!”“그래서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아들이든 딸이든 낳아 보길 권합니다.”“그러면 다음에 조상님께 제를 올릴 때 저절로 향불을 태우고 싶을 겁니다.”“봉분의 풀들도 그렇게 푸르지는 않은 것 같군요.”“조상들의 숨결이 모두 기운을 다했기 때문이죠!”“개자식!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자꾸 그런 말 하면 내가 당신 입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여보! 가! 가자구!”“자기가 무당이야? 뭐야?”“저 말을 믿느니 차리리 죽는 게 나아!”말을 마치자마자 정홍매는 고명원을 데리고 얼른 나가려고 했다.“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의술은 정말 잘 몰라. 하지만 살인술은 좀 알지.”“한번 보여줘?”“단번에 당신의 목숨을 앗아버릴 수 있는데.”하현의 말을 들은 엄도훈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리고 나서 아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농담하지 마세요! 형님! 농담도 참!”“간 떨어질 뻔했잖아요! 전 지금 형님이 제 목숨을 구해 주길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구요!”하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은침을 자신의 손가락에 살짝 찔러 피 한 방울을 짜낸 뒤 엄도훈의 미간에 떨어뜨렸다.그리고 큰 혈이 지나가는 명치 몇 군데에도 떨어뜨렸다.그러자 가슴에 있던 흔적이 천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어? 어? 사라지고 있어?! 정말로 사라졌다구!”몇몇 측근들은 모두 놀란 얼굴을 한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왜냐하면 그들은 눈앞에서 흔적들이 서서히 옅어지다가 사라지는 것을 똑바로 목격했기 때문이다.엄도훈은 처음에 하현이 뭘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흔적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온몸을 얽매고 있는 기운도 함께 사라졌고 이윽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고명원도 눈앞의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그는 처음에 하현이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일을 보고 자신의 식견이 이렇게 모자랄 줄은 몰랐다.“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해요!”“정말 감동했어요!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동이에요!”엄도훈의 얼굴은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였다.“다만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있긴 해요.”“집이나 가게에 팔괘경을 비치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많이 봤어요. 하지만 그들은 모두 무사했는데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은 거예요?”“그 물건이 무덤에서 출토된 것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다들 그런 골동품을 쓰니까요.”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가지고 있던 팔괘경은 출토될 때부터 원한에 얽혀 있었어.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그 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