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저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서 그들은 이준이 섬세한 디자인의 슈트를 입고 머리를 뒤로 곱게 빗은 것을 보았다. 그는 잘생기고 똑똑해 보였다. 이준은 선물 상자를 손에 들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왔다. "이준 씨를 따뜻한 박수로 환영합시다!" 한 젊은이가 소리쳤다.갑자기 온갖 종류의 응원이 들려왔다.이준처럼 재능 있는 젊은이가 하현에 비해 설 씨 집안에서 더 인정받고 환영 받는 것은 분명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준이 설 씨 집안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이 시각, 모든 설 씨 집안 사람이 이준을 부의 신인 마냥 쳐다보고 있었다!이준은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레드카펫 위를 걷는 스타처럼 보였고, 높이 나는 기대주처럼 보였다."설 씨 어르신,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여기에 초대받지 않고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할 말이 있으면 다 말하겠습니다!"돈은 야심차게 웃고 있었다. 그는 크게 말했다. "저는 은아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안타깝게도 은아는 한 패배자와 결혼했습니다!""저는 이 결혼을 3년 동안 농담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은아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요? 저는 은아를 사랑합니다. 은아가 이런 고통을 견디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오늘 설 씨 집안 모두들 앞에서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이준은 심호흡을 했다. "저는 은아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은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이준은 방 전체를 뒤흔들어놨다. '강이준은 너무 직설적이야. 그는 하현의 체면을 고려하지도 않아! 하현도 지금 여기 와있는데.''하지만 잘 생각해 봐, 하현, 데릴사위는 그저 패배자일 뿐이야. 왜 이준이 그의 체면을 세워야 하지? 이준은 하현을 불쾌하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현은 지금쯤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그는 정말 운이 나빴다!"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은아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준은 말을 이었다. "저는 은아를 위해
처음에 속으로 이상하다 느꼈던 은아는 순간 마음 속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녀의 마음속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그녀는 어제 장미꽃을 보내온 사람이 이준이라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준이 그것을 인정했으니, 그녀의 짐작은 맞았던 것이다.그녀는 이준이 그가 한 말을 실행으로 옮길 거라곤 생각지도 못 했다. 그는 불과 어제 아침에 프라하의 장미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 그녀에게 장미가 보내졌고, 프라하의 심장도 조금 더 들어있었다.이 물건은 쉽게 구할 수 없다. 그러니, 그는 이미 이것을 오래전부터 그녀를 위해 계획했다는 게 맞지 않은가?은아는 자신이 이미 유부녀이기에 이 혼인을 수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척이나 흔들렸고 쑥스러웠다.“야, 너희들 봤어? 매형 표정 진짜 웃겨! 이 형 충격 받았어! 하하하!”한편, 민혁이 일어서고, 하현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웃었다.많은 사람들이 민혁의 말을 들은 후, 하현의 표정을 보고 야유를 퍼부었다.그 순간 하현의 얼굴은 실로 어두웠다. 다름이 아니라, 이준이 너무 뻔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발송인인 냥 하현의 노력을 앗아갔다. 그는 사실이 밝혀질까 두렵지 않았던 걸까?“이준 형, 우리 사위 표정 좀 봐. 형을 때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민혁이 이어서 말했다.“쟤가? 쟤는 겁쟁이야. 이준 씨 털 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 할 걸, 그치? 하하하!”“매형은 이준이 형이랑 상대가 안 되지. 만약 건드리면, 우리가 매형을 때려죽일 거야!”“왜? 말하기 무서워요? 겁먹었어요?” 민혁이 웃었다. “하현, 당신 정말 패배자에요. 이준이 형은 오늘 밤 매형 아내에게 올 예정이었는데 매형은 그거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정말 바보 같지 않아?”“하하하!”그가 말을 끝내자 주변 사람들은 더 즐겁게 웃었다.은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아직 명목상 하현의 아내였다. 하현이 굴욕을 당하고 있으면, 그녀도 그걸 느꼈
그 순간, SL 빌라 전체가 고요해졌다. 모두 뒤돌아서 하현을 불신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저 데릴사위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하엔 그룹에 투자한 신임 대표가 누구인지 정말 알고 있는 걸까?이준은 하현을 믿지 않았다.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말해봐! 우리 회사의 신임 대표가 누군데?"하현은 손을 뻗더니 자신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말했다. "하엔 그룹의 신임 대표는 바로 나야."모두 충격에 빠져 잠깐 말을 잃었다.하지만 바로 이어서…"당신?" 이준은 처음에 멍했다. 그러더니 그는 배를 잡으며 웃음을 터뜨렸다.한참 뒤에, 이준은 힘겹게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는 설 씨 어르신을 쳐다보았다. "설 씨 어르신, 어르신 댁 데릴사위가 쇼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바보 연기를 해서 놀랐습니다."그 말을 한 순간, 민혁과 다른 이들도 웃음이 터졌다. 그들은 바보를 바라보듯이 하현을 바라보았다.민혁은 차갑게 말했다. "매형, 당신은 그냥 데릴사위일 뿐이에요. 왜 대표인 척을 해요?"지연은 하현을 조롱했다. "당신, 이런 연기를 하는 게 재밌어요? 왜 여기서 헛소리를 지껄이고 자랑하고 있어요?"희정도 불안해졌다. “하현, 얼른 이리 돌아와! 자신을 바보로 만들지 말고!"“하현, 발끈하지 말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 이런 식으로 헛소리를 지껄이면 안 돼. 무모하게 행동하면 너만 다쳐.” 은아는 걱정하는 듯했다. 그녀는 하현이 그날 밤 엄청난 타격을 받아 자신에게 거짓말하기 시작해, 자신이 마치 하엔 그룹 신임 대표가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은아는 몇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와 하현을 끌고 나갈 생각이었다. “더 이상 장난치지 마. 의사한테 상담 받으러 가자.”“은아야, 내가 하엔 그룹 신임 대표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 제발 날 믿어줘.”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더니 그의 연락처에 저장된 이름 하나를 보여주었다.“강이준, 당신은 하엔 그룹 직원이지. 이 이름이 무슨
그들은 놀라더니 곧이어 웃음이 터졌다.이준은 조롱하며 웃었다. “하현, 이게 당신의 증거야? 웃기지 않아?”“이준 씨, 왜 바보랑 얘기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계세요? 저는 매형이 말한 거 하나도 믿지 않아요!”그 순간, 민혁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앞으로 나서서 하현의 오래된 핸드폰을 덥석 채가 바닥에 힘껏 던졌다. 그리고 민혁은 하현을 가리키며 그를 꾸짖었다. “당신은 그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 왜 항상 쇼를 하는 거예요? 증거도 있다고 하더니! 제기랄!”“당장 꺼져! 우리는 네 존재 자체가 역겨워!”“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집안에…”“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설 씨 집안 사람 모두가 하현에게 심하게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해, 그들은 순간 말을 퍼부었다.그들은 당연히 하현이 하엔 그룹의 신임 대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하현이 그 순간 그들을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이거…”슬기가 3년 동안 사용하던 전화번호를 그날 그만 쓰기 시작한 것은 하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슬기가 전화번호를 바꿨다고 하현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하현은 슬기에게 연락하지 못했다.찰싹 뺨을 때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모두가 이 상황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던 때, 옆에 앉아있던 희정이 난데없이 일어섰다. 그녀는 하현을 향해 걸어가더니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그의 뺨을 내리쳤다.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하현은 곧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하현은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그의 얼굴도 살짝 부었다.“이 개자식! 오늘 이만하면 충분히 망신 주지 않았니?” 희정은 하현을 가리키며 호되게 꾸짖었다. “너는 그냥 우리가 갖고 있는 개야. 누가 여기서 바보짓을 할 수 있대? 이제 자신이 무슨 중요하고 힘 있는 사람이라도 된 줄 아네! 자기가 신임 대표라고 하지를 않나! 당장 꺼져!” 희정은 비웃었다.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다른 이들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하현의 불행과
이준의 말을 듣자, 설 씨 어르신은 심장이 멈춘 듯했다. ‘맞아. 하현이 여전히 우리와 살게 한다면, 설 씨 집안 전체가 하현에 의해 망가질 거야.’“설 씨 어르신, 오늘 밤 여기는 어르신의 잔치입니다. 만약 어르신께서 하현을 팰 생각을 하신다면 좋지 않을 겁니다. 제가 대신 이 눈치 없고 아무짝도 쓸모없는 놈을 혼쭐내겠습니다!”이준이 하현을 때리려 하는데 설 씨 어르신은 그를 막을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설 씨 집안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하현이 역겹게 느껴졌으며 이준이 그를 패길 기다렸다.이준은 악랄하게 웃었다. 그는 몇 걸음 뛰어가더니, 하현의 얼굴에 날아차기를 시전하려고 했다.이준은 몇 년간 훈련하러 헬스장에 다녔다. 그는 소위 개인 코치한테 몇 년 동안 태권도도 배워 검은 띠를 땄다. 그 순간, 이준의 발차기는 꽤 무섭고 강해 보였다.“이준 씨가 검은 띠를 딴 태권도 유단자라고 했던 게 기억나. 하현은 이제 끝났어. 분명 들것에 실려 나갈 거야!”“근데 하현도 과연 바보야. 우리가 하현을 패는 게 적절하지 못하지만 않았다면 나는 한참 전에 이미 그랬을 거야!”“누가 대표인 척하래? 그 대가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도 모르면서!”그들은 끊임없이 토론했다. 모두 웃음을 참으며 그 상황을 즐기고 싶어했다. 상당히 고된 밤이었다.만약 하현이 그 발차기를 참았다면, 그의 머리는 심하게 다쳤을 것이다.눈을 얇게 떠 가까워지는 발차기를 마주하며, 하현은 뒤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하현! 얼른 너의 잘못을 인정해!” 그 아무짝도 쓸모없는 인간이 곧 얻어맞을 것을 보자 자신이 약간 걱정하리라고는 은아는 생각도 못 했다.아마도 은아는 하현을 너무나도 오랫동안 개처럼 데리고 있어 그에게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은아는 자기 마음대로 하현을 꾸짖거나 때릴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면 안 됐다.“당신 공격은 보여 주기 식이야
‘뭐야?’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저 쓸모없는 자식이 방금 오른손을 살짝 들어 올렸어. 왜 이준 씨는 저런 끔찍한 떨어짐을 참은 거야?’‘저 개자식한테 저런 기술이 있었어?’‘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 게 사실인가?’하지만 대부분 하현이 뜻밖의 행운을 가졌고 이준이 지극히도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하현은 그저 손을 그렇게 들어 올렸을 뿐인데 이준은 참담하게 내던져졌다.“하현… 두고 봐…” 이준은 몸을 벌벌 떨며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는 일어서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 순간, 이준은 하현을 가리키며 맹렬히 꾸짖었다. “내가 당신을 망가뜨릴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두고 봐…”그 시각, 모두의 눈은 코피를 철철 흘리는 이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고서 그들은 돌아서서 하현에게 불쌍한 눈빛을 보냈다.저 데릴사위에게는 어떠한 자원이 있겠나? 하지만 이준은 달랐다. 그는 하엔 그룹의 중간급 직원이었다. 이준이 의도를 품고 있다면, 그는 분명 손가락을 튕기기만 해도 비교적 손쉽게 하현을 망가뜨릴 수 있었다.하지만 하현은 이준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서 핸드폰을 주워 태규에게 전화를 걸었다.“현이 안녕. 무슨 일이야?” 전화 너머의 태규는 의욕이 넘쳐있는 듯했다.하현은 바닥에 누워있는 이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사의 이름을 이용해서 밖에서 사람들을 속이고 다니는 하엔 그룹 직원이 한 명 있어요. 대신 처리해주세요.”“별거 아니네. 어떻게 처리할까?”“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전부를 빼앗으세요.”이후, 하현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순간, 하현은 차분했다. 그는 심지어 이준 앞에서 전화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이준은 이를 악물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 “개자식아! 어딜 감히 날 때려! 아직 안 끝났어!”“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하엔 그룹에서 일하고 있어! 강남에서 하 씨 집안이 날 보호해주고 있다고. 강남에서 나는 하고 싶
변백범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설 씨 집안 모두가 차가운 숨을 들이쉬었다.백범이 누구던가? 그는 서울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백범의 환심을 사고 싶었으나,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미래의 사위 이준은 그를 이리 와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 이준은 과연 영향력이 있고 권위 있는 사람이었다.설 씨 어르신도 이준을 인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르신은 저 손자사위가 꽤 마음에 들었다.“당신은 내가 내일을 넘기지 못하길 바라는구나. 아주 좋아.” 하현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정말 궁금해. 당신은 모든 걸 잃을 예정이고, 곧 파산을 맞이할 쓸모없는 사람이야. 그건 어쩌려나…”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 거 아니야? 이준 씨는 젊은 부자야. 십억짜리 수표가 아직 여기 있어. 어떻게 이준 씨가 모든 걸 잃고 파산을 맞이한다고 하는 거지? 파산이 뭔지는 아나?”“아이고! 이놈의 데릴사위는 맨날 집에서 티비 보거나 소설책만 읽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도 못했어. 그러니까 지금 헛소리나 지껄이는 거 아냐!”“내가 저 인간이었으면 당장 도망갔을 거야. 안 그러면 백범 씨가 여기 오면 내일을 넘기지 못할까 봐 무서워.”“그나저나 경찰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바보야? 경찰을 왜 불러? 대신 구급차를 불러야지. 저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여기서 죽게 놔둘 수는 없잖아. 정말 운이 나빠…”설 씨 집안 사람 모두가 기쁘게 웃고 있었다. 저런 아무짝도 쓸모없는 사람이 어딜 감히 여기서 고집을 부려? 죽을 때까지만 처맞지 않으면 별거 아니지.이때, 이준의 핸드폰이 또다시 진동을 했다. 그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냈다. 그의 상사인 하엔 그룹의 부회장이 걸어온 전화였다.“강이준, 이 쓰레기야! 밖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비서가 전화했는데, 네가 회사 프로젝트 자금을 남용한 죄가 밝혀졌대. 넌 지금 회사에서 잘렸어. 네 전 재산이 동결되고 청산됐어.”“내가 경고한다. 감방에 갇힌 순간, 거기 당국에 뭘 밝히고 뭘 밝히지 말아야
이준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는 웃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굴려고 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부회장님께서 술 한잔을 하자고 하셔서요.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내일 만나자고 했어요.”그 말을 듣자 설 씨 집안 모두가 충격을 금치 못했다. 하엔 그룹 부회장이 이준한테 술을 같이 마시자고 했다고?게다가 이준은 거절하고 내일로 약속을 다시 잡았다. 그는 분명 지위와 체면이 있었다!설 씨 일가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서서 이준 주위에 모여 그의 비위를 맞췄다.이때, 빌라 게이트에서 브레이크가 끼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상용차 여러 대가 게이트 앞에 멈추어 섰다.이내 차 문들이 밀어져 열렸다. 힘센 남자 십 몇 명이 수박 칼과 야구 방망이를 든 채 차에서 내렸다.흰색 셔츠를 입고 있던 악랄한 남자 한 명이 그 무시무시한 남자들 중간에서 걸었다. 전설의 변백범이었다.한편, 백범은 입술 사이에 담배를 물고 불을 지피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 앞에 있는 빌라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백범이 형!” 이준은 저 끝까지 달려가 남자 무리를 이끌고 있던 백범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준은 친절하게 담뱃불을 지피는 걸 도와주기까지 했다.백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걸으면서 말했다. “누가 내 동기 이준이를 괴롭혔을까?”“바로 이 멍청이예요, 백범이 형. 바닥으로 자리를 옮겨요! 마지막 한숨만 남겨줘요!” 이준이 외쳤다.이 순간, 설 씨 집안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거의 모두가 일어서 존경하는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변백범!이준은 그렇게나 사회의 이목을 끄는 사람을 여기에 초대했다!그는 말로만 떠벌리는 게 아니었다!변백범은 서울 길거리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수박 칼 두 개로 사람을 죽이는 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이런 사람을 쉽게 초대할 수 없었다!비록 설 씨 집안은 이류 집안이었지만, 그래도 집에 보안 요원 몇 명이 있었다. 그러나 변백범 같은 남자에게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
눈앞의 대머리 팀장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자 하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곳에는 법도 정의도 없다는 걸 하현은 마침내 완전히 깨닫게 된 것이다.하지만 상대가 이렇게 나오는 게 오히려 낫다.그래야 나중에 이런 관계를 이용할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웃어?! 날 놀리는 거야?”하현이 계속 웃는 모습을 보고 대머리 팀장은 자신이 모욕당했다고 느꼈다.그는 탁자를 세게 치며 소리쳤다.“개자식! 경고하는데 이곳에선 법과 정의가 무엇보다 우선인 곳이야!”“헛소리 또 지껄이다간 당장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난 당신들의 그 말을 기다렸어.”“양 씨 가문이 먼저 사람을 때렸기 때문에 내가 반격을 했다면 당신들 믿겠어?”동그란 얼굴의 여형사와 대머리 형사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점잖은 신사들이야. 배운 사람들이고.”“그런 그들이 당신한테 먼저 손을 댔다고?”하현은 침착하고 입을 열었다.“그들은 양유훤을 여수혁에게 강제로 시집보내기 위해 먼저 사람을 때렸어.”“협박했다는 거야?”동그란 얼굴의 여형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여수혁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페낭에서는 아주 유명한 거물이야!”“그런 사람과 결혼한다는 건 이곳 페낭 여자들이 모두 꿈꾸는 일이야!”“그게 양 씨 가문이 양유훤을 협박할 일이야?”“게다가 아무리 협박한다고 해도 이건 양 씨 집안의 일이야. 당신과 무슨 상관이냐고?”이때 동그란 얼굴의 여형사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자, 어서 빨리 사람을 때린 사실이나 인정해! 당신을 얼른 감옥에 보내야 우리도 퇴근할 거 아니야?!”하현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독단적으로 말하지 말지! 스스로 결론을 다 정해 놓고 말하면 안 되지, 안 그래?”여형사는 얼굴이 싸늘해졌다.“나한테 지금 가
하현은 여형사를 무시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노부인을 바라보았다.“노부인, 두고 보시죠.”“원래 양 씨 가문의 일은 나와 무관했습니다.”“그런데 당신들은 내 친구를 강제로 시집보내려고 했고 날 도와준 양제명 어르신을 독살하려 했죠. 그리고 날 경찰서로 잡아넣으려고 하고 있어요....”“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기억하고 있겠습니다.”하현은 또박또박 상대의 뇌리에 박히듯이 말했다.“경찰서에서 나오면 이 모든 것을 열 배, 백 배로 갚아드리지요.”“양 씨 가문의 명예를 단번에 실추시켜 드리죠. 그리고 당신 손으로 직접 양호남의 다리를 부러뜨리며 내 앞에 사죄하도록 만들 겁니다!”하현은 양호남 같은 쓰레기를 자기 손으로 직접 손쓸 마음이 없었다.양 씨 집안 같은 가문은 단번에 칼로 찌르고 복수하는 것보다 서서히 말려 죽이는 편이 훨씬 더 효과가 크다.“할머니가 내 다리를 부러뜨린다고? 대하놈이! 당신 지금 무슨 헛꿈을 꾸고 있는 거야?”양호남은 코웃음을 쳤다.“경찰서에서 어떻게 나올지나 잘 궁리해.”“경찰서에 가서 감옥에 가게 되면 우리 양 씨 가문의 미움을 사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게 될 거야.”노부인은 냉랭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지팡이 위에 손을 얹고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양유훤, 하현. 너희들은 곧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노부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이 나머지 일을 처리하겠으니 양유훤은 그만 별채로 돌아가 기다리라고 말했다.양유훤은 침울한 기색을 드러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그녀와 양 씨 가문은 이제 완전히 결별하게 되었음을 실감했다.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양 씨 가문을 상대할 만큼 막강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냉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돌아가 자금과 인력을 차출하는 게 우선이었다.그러자 그녀는 하현의 신변이 걱정되기 시작했다.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늘 하현의 곁에 있
그들은 그럴 자격이 없다!하현의 말을 들은 양 씨 가문 사람들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은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얼뜨기 같은 남자가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은 수백 명이었고 양유훤 쪽에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한 사람이 감히 몇 백 명을 상대로 자격이 없다고 말하다니!이 무슨 헛소리인가?사람들은 하현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의심했다.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무식한 말을 내뱉지는 않았을 것이다.양 씨 가문 사람들은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흘겨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잘난 척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눈빛이었다.지금 그들의 눈에 비치는 하현은 어릿광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양유훤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그제야 하현은 빙긋 웃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양유훤, 한 가문이 굳건하게 존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람 수가 많고 적은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가문의 강인함에 달려 있는 거지.”“어차피 이 사람들은 양 씨 가문 자격이 없으니 내가 당신을 남양에서, 페낭에서 유일한 양 씨 가문 사람으로 만들어 줄게!”“한 달 안에 당신은 남양에서 유일한 양 씨 가문 사람이 될 거야!”양유훤은 화들짝 놀라며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내 생각엔 아마 양제명 어르신도 이걸 원하실 거야.”하현은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내뱉었다.양유훤은 하현의 마지막 말을 듣고 어금니를 살짝 깨물며 나지막이 말했다.“그래, 내가 남양의 유일한 양 씨 가문 사람이 되겠어!”이때 경찰서 형사팀장이 나타났다.양 씨 가문 집사가 그에게 다가가 몇 마디 수군거렸고 곧이어 키가 큰 형사팀장은 허리에 차고 있던 무기를 뽑아 들고 한심하다는 듯 눈을 내리깔고 하현에게 다가왔다.하현과 양유훤
주위에 있던 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말했다.만약 양유훤이 여수혁에게 시집간다면 위기에 처한 양 씨 가문으로서는 무수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분명히 알고 있는 듯했다.이런 마당에 양유훤의 개인적인 감정이 그들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페낭 무맹과 혼인해서 인척이 된다면 확실한 연줄이 생긴다는 뜻이다.그러면 양 씨 가문에는 크나큰 이득이 있을 거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강력한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평생을 편안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게 된다!따라서 지금 이 순간 양유훤의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의미가 없다.양유훤이 어떻게 될지는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사람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이익과 이득만을 생각하며 양유훤이 어서 빨리 단념하고 여수혁의 처소로 달려가기를 간절히 바랐다.마치 양유훤이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 듯한 분위기를 틈타 양호남은 간사한 미소를 흘리며 큰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은 이 사태가 된 것에 대해서 제대로 해명하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 여수혁한테 시집가야 해. 당신을 낳고 길러 준 가문에 그 정도는 해야지. 더 무슨 할 말이 있어?”양 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험악한 표정으로 양유훤을 노려보았다.수년 동안 가문을 떠나 있던 양유훤은 마치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사람들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집을 떠나야만 했던 그때.순간 양유훤은 쓴웃음을 지었다.양 씨 가문은 조금도 변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여전히 사람을 잡아먹을 듯 못살게 굴었다.이런 가문에 무슨 희망이 남았다고 미련을 두었던가!다 부질없는 생각이었다.“뭐 하는 거야? 어서 혼인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고?”양유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 것을 보고 노부인은 자신의 계략이 곧 성공할 것이라고 여겼다.그녀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수를 두었다.“내가 방금 집사더러 경찰서 팀장을
양유훤은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수많은 양 씨 가문 사람들이 냉소를 연발하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양호남은 더욱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양유훤, 볼 것도 없어. 아무도 저 쓸모없는 놈을 믿지 않아...”양신이도 냉소를 흘리며 거들었다.“너만 저런 사악한 사람이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어. 순진하긴!”염소 수염을 기른 집안의 어른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보탰다.“양유훤, 정신 차려. 아무리 낮이라지만 이렇게 허무맹랑한 꿈은 꾸지 않아.”하현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아니, 양유훤의 편에 서는 사람조차 없었다.양유훤은 지금까지 자신이 집안을 위해 선의로 한 일이 모두 헛수고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뒷걸음질쳤다.하현은 얼른 그녀에게 다가가 부축하며 나지막이 말했다.“괜찮아?”“어, 괜찮아.”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추스른 뒤 노부인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할머니, 정말로 이 친손녀의 말을 조금도 믿지 않는 거예요?”양유훤은 양 씨 가문 사람들에게 아직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듯했다.“내가 방금 그렇게 설명했는데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어?”노부인이 코웃음을 치면서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화를 내었다.“이 일을 누가 해결했는지 그게 그렇게 중요하니?”“어차피 누가 했든 저놈은 아닐 거야! 분명해!”“난 이미 너한테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어. 퇴로를 마련해 주기까지 했어!”“여수혁과 결혼하겠다고만 약속한다면 저놈에게는 십억을 주고 너는 계속 큰집의 수장이 되는 거야!”“예전에 쌓아 두었던 원한은 깨끗이 청산해!”말을 마치며 노부인은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다.“어서 빨리 혼인계약서에 서명해!”“들었어? 못 들었어? 할머니가 자비를 베풀어 너희 연놈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라구!”앙호남이 거들고 나섰다.“혼인계약서에 서명하고 어서 여수혁에게 시집가! 그러면 저
”유훤아, 네가 자유롭게 연애하며 진정한 사랑을 추구한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어!”“하지만 넌 우리 가문의 후예로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동시에 가문의 흥망성쇠에도 책임을 져야 해!”“난 네가 이전에 한 일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겠어!”“그리고 네가 출가하더라도 양 씨 가문 큰집의 수장 자리는 여전히 너의 것이라는 걸 약속할 수 있어!”노부인은 매우 도량이 큰 사람처럼 말했다.“여수혁한테 시집만 간다면 집안에 큰일을 하나 이루는 것과 동시에 우리 가문에는 막강한 인척이 하나 더 생기는 거야!”“저런 소인배가 널 따라다니는데 설마 정말로 널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그저 우리 가문의 권세가 탐이 났을 뿐일 거야.”“가문의 어른으로서 내가 저 소인배에게 십억을 주마. 그 돈을 가지고 대하로 돌아가라고 해!”“그리고 이 일은 이것으로 정리하자꾸나!”“이견은 없겠지?!”양유훤의 안색이 싹 변했다.양호남은 냉소를 흘리며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양유훤, 들었어?”“노부인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시잖아! 옛날 일은 물론이고 이런 남자를 데려온 것도 묻지 않으시겠다잖아!”“게다가 돈까지 줘서 이 남자를 내보내겠다고 하시고!”“넌 할머니가 이렇게 관대하게 해 주시는 것에 감사해야 해.”“얼른 대답해. 버스 떠나고 손 흔들어 봐야 아무 소용없어!”“할머니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해 주시다니 우린 네가 너무 부러울 지경이야!”양신이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을 보태었다.“맞아. 여수혁은 성격이 좀 비뚤어지고 여자를 난폭하게 다루는 면이 있지만.”“너한테만은 진심이잖아.”“네가 어떻게 그런 진실한 사랑을 거절할 수 있겠어?”“가족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승낙해야지!”양유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할머니, 어떻게 이랬다저랬다 할 수가 있어요?”“분명히 하현이 전화를 걸어 이 일을 해결했잖아요!”“그런데 아무 증거도 없이 이 일이 여수혁의 공이라고 치켜세우다니! 그러시면 안 돼요!”
자신의 권위를 한껏 과시하고 여수혁과의 관계도 만천하에 보이기 위해 양호남은 통화 버튼과 함께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잠시 후 전화기 맞은편에서 싸늘하고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여수혁은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방금 황천화가 양 씨 가문의 납품권을 재기하라는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비록 여수혁의 아버지가 페낭 무맹 부문주였지만 황천화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일인자였다.황천화가 페낭 무맹 맹주와 무슨 말을 했길래 페낭 무맹주가 납품권을 양 씨 가문에 유지하기로 했는지 여수혁으로선 알 수가 없었다.그래서 양호남의 전화를 받은 여수혁은 불쾌한 감정으로 터뜨린 것이다.하지만 양 씨 가문과 어떤 관계로 흐를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화를 낼 수도 없었다.심드렁한 여수혁의 말투에 양호남은 오히려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여수혁, 페낭 무맹이 우리 집안에 다시 납품권을 줄 거란 걸 난 이미 알고 있었어!”“당신이 이 일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고 얼마나 많은 힘을 썼는지 잘 알고 있어. 당신이 그렇게 힘을 썼기 때문에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가문한테서 노여움을 거두신 거야!”“나 양호남은 이제 양 씨 가문 노부인을 대표해서, 그리고 양 씨 가문을 대표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여수혁은 어리둥절해했다.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긴 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고 상황을 안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그는 개의치 않고 양호남의 말을 받았다.잠시 어리둥절해하던 여수혁은 이내 자세를 고치고 말했다.“큰일도 아닌데 뭘. 사소한 일로 서로 얼굴 붉히면 양쪽 다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노부인께 안부나 잘 전해줘.”말을 마치며 여수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양호남은 전화기를 든 채 냉소를 흘리며 하현을 힐끔 쳐다보았다.“들었어? 못 들었어?”“이번 일은 여수혁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어!”“당신이 해결했다고?”“헛 참!”
”이렇게 하지. 오늘은 자네가 운이 좋아 어떻게 전화 한 통으로 일이 해결된 거야.”“정말로 운이 좋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어. 그러니 오늘은 자네와 양유훤에게 이 일에 대해서 더는 책임을 묻지 않겠어!”“그리고 양유훤은 지금처럼 큰집에서 일인자로 군림하면 돼!”“그러니 오늘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기로 해. 누구도 밖에 나가서 함부로 지껄여서는 안 돼!”“그렇지 않으면 내가 관청에 신고해서 당장 잡아가라고 할 테니 그렇게들 알아!”노부인은 처음에는 조금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머리를 굴려 빠져나갈 궁리를 찾아냈다.오늘 아침 일찍 양호남은 집안 어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이 일을 좀 해결할 수 있게 할머니를 설득하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말이다.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건성으로 대답했지만 노부인은 어렴풋이 야망을 드러내었다.결국 일이 잘 해결되자 노부인은 이 모든 공로가 당연히 양호남에게 있다고 생각했다.양유훤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절박했을 때와 일이 해결되고 난 뒤의 노부인 태도가 이렇게 달라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그러나 노부인은 하현에게는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노부인의 시선은 오로지 양호남의 얼굴에 떨어져 줄곧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호남아, 이렇게 쉽게 일을 해결할 것을 왜 미리 나한테 말하지 않았니? 이 할미를 괜히 걱정시키고 그래?!”양호남은 잠시 어리둥절할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눈을 껌뻑이며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할머니, 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 여수혁이 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을 거예요. 결자해지죠!”“여영창 어르신이 화를 내시며 납품권을 끊겠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를 번복할 수 있는 건 여영창 어르신의 친아들밖에 없죠!”“여수혁이 이렇게 내 체면을 세워 줄 줄은 몰랐네요.”“좋아, 좋아. 잘했어!”노부인은 만면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들을 낳으려면 너 같은 아들을 낳아야지, 암!”말을 마치며 노부인은 못마땅한 표
집사가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전화를 끊은 뒤 감정을 추스르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노부인, 페낭 무맹에서 납품권을 다시 회복해 주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물건을 납품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리고 오후에는 물건을 검수하고 대금까지 지불한다고 합니다.”이 말에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감격에 겨워 탄성을 지었다.납품권이 회복되면 양 씨 가문은 이번 사업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액의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가문은 앞으로도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뭐? 어떻게 갑자기 일이 해결된 거야?”“우리가 물건을 구매한 가격은 원가의 3분의 2였어. 만약 이번에 이 물건을 전량 다 팔게 된다면 우린 가문은 많은 돈을 벌게 될 거야!”“이 금액은 족히 가문 수익의 반년치를 뛰어넘는 거야!”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하현을 우러러보았다.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되자 방금 전까지 표독스럽게 드러내었던 경멸과 경시의 눈빛이 한순간에 놀라움과 흥분으로 바뀌었다.노부인은 마뜩잖은 표정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땅바닥에 ‘쾅'하고 떨어뜨렸다.그녀의 표정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만큼 복잡해 보였다.기쁘기도 하고 믿기지 않기도 한, 그야말로 난감한 표정이었다.모두가 하현을 보며 입술을 덜덜 떨었다.직접 보고 듣지 않았더라면 절대 믿지 않을 일이었다.“양호남, 더 할 말 있어?”모두가 충격에 휩싸여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가운데 하현이 한 걸음 나서며 냉랭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양 씨 가문을 대신해 페낭 무맹 납품권 문제를 해결했어.”“창고에 있던 재고까지 다 떨게 되었는데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겠어?”양호남과 양신이는 모두 보기 흉할 정도로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들은 원래 이 일을 빌미로 양유훤의 발을 밟아 평생 일어설 수 없도록 만들 심산이었다.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양유훤은 의아한 표정을 하현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