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의 말에 주향무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당신을 과소평가했군요.”“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시죠.”“이양범의 사건에서는 당신의 흔적을 지웠긴 하지만...”“이양표의 일에 대해선 뭔가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 어떻게 생각하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마지못해서라도 저에게 좋은 시민상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주향무는 눈꺼풀을 펄쩍 뛰었다가 헛웃음 지으며 말했다.“그건 좀 어렵겠는데요...”하현이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행동했지만 그가 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전 부인이었다.그래서 이 일을 걸고넘어지면 여기저기서 자꾸 잡음이 나올 것이다.이것이 주향무조차도 함부로 하현에게 좋은 시민상을 수여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주향무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당신을 난처하게 만들 생각 없습니다.”“사건은 어떻게 처리되는 겁니까?”“내 쪽에서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보석금을 낼 사람을 찾아야 될까요?”주향무는 서둘러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그건 제가 이미 당신을 위해 다 준비해 뒀죠.”“하현, 부디 이 일로 노여워 마시길 바랍니다.”주향무도 하현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부하들의 부주의로 하현을 조사에 임하게 했지만 절차가 합법적이었기 때문에 하현이 억울한 상황에 놓인 걸 어쩔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기꺼이 가까이 두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감정과는 상관없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공무원이 된 도리고 임무이죠.”하현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손을 뻗어 주향무의 어깨를 두드린 후 취조서에 서명을 했다.얼마 후 하현은 주향무와 함께 경찰서 문을 나섰다.이어서 람보르기니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가와 경찰서 입구에 멈췄다.익숙한 차 번호를 보고 하현은 눈을 찡긋 올렸다 내렸다.주향무는 자신이 하현을 귀찮게 한 것이 계속 신경 쓰였는지
람보르기니 조수석에 앉은 하현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수상한 시선을 알아차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려 방금 차창을 내린 포르쉐를 쳐다보았다.“은아...”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고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포르쉐는 이미 쌩하니 지나간 뒤였다.화가 잔뜩 난 여자의 옆모습을 본 하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기회를 봐서 잘 설명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서로 이런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게 될 것이고 두 사람의 재혼은 아마도 요원해질 것이다.하현이 뭔가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간민효는 더 이상 그를 놀라게 하지 않고 조용히 집복당으로 데려다준 후 얼른 그곳을 떠났다.하현도 간민효를 붙잡지 않았고 그저 따뜻한 차를 끓인 후 손님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한편으로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집복당이 개업을 한 목적, 장생전이라는 대어를 낚기 위해서였다.문을 열고도 영업을 하지 않으면 장생전 사람들이 어떻게 찾아올 수 있겠는가?얼마 지나지 않아 장용호가 소식을 듣고 로비에 나타났다.두 사람은 서로 협력하며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점을 보러 온 고객들이 들이닥쳤고 몇몇 고객들은 손이 꽤 큰 손님들이었지만 대부분 기본적으로 풍수를 보거나 자녀들의 사주나 이름을 지어 주는 등의 사소한 일들이었다.바쁜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두 사람은 점심을 겨우 먹고 잠시 쉬었다.그리고 다시 문이 열었을 때 골목 어귀에서 꽹과리와 북소리가 들려왔다.동시에 폭죽 소리가 여기저기서 귀를 찢을 기세로 온 동네를 북적거리게 만들었다.하현은 문 앞에 다가가서 밖을 내다보았다.멀지 않은 골목 어귀에 풍수관이 개업한 것이 보였다.풍수관의 이름은 음양관이었다.음양을 두루 잘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집복당보다 외관도 더 크고 인테리어도 매우 화려했다.게다가 입구에 몇 명의 귀빈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여자들도 있었다.그들은 몸에 촥 달라붙는 옷을 입었고 옆으로 트여진 스커트
”저와 아내는 결혼한 지 8년이 되었고 계속 아이를 원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우리는 연경과 대구의 유명한 병원에도 가서 검사를 받아 봤습니다. 그런데 아무 이상도 없었어요.”“얼마 전 친척 한 명이 우리가 너무 늙어서 그럴 수 있다고 말했어요.”“유능한 풍수지리사를 찾아가 보라고 했고요.”“듣기로는 집복당이 금정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풍수관이라고 하더라고요.”“집복당 주인도 풍수지리에서 대가라고요!”“그러니 부디 우리 부부를 좀 도와주십시오!”“제발 부탁드립니다!”예쁘장하게 생긴 아내가 말했다.“여보,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듣자 하니 집복당은 9대째 내려오는 유명한 풍수관이라고 해요. 예전에 아들을 낳지 못한 왕이 있었는데 여기 찾아와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더라고요.”“그러니 뭐가 문제겠어요?”“그들은 우리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상대의 말은 집복당을 높이 치켜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집복당에 완전히 의지하려는 셈이었다.만약에 풍수적으로 얽힌 것을 다 푼 뒤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들은 바로 태세를 바꾸어 집복당이 사기 집단이라고 몰아붙일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하현은 젊은 아내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그녀는 스물일곱여덟 정도의 나이로 보였고 키가 꽤 컸고 이목구비는 섬세했으며 긴 머리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목에 스카프를 두른 그녀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독특한 매력의 여자였다.이런 여자가 거리에 나타나면 분명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사실 현장에 있던 몇몇 남자 손님들은 이미 이 여자를 몰래 힐끔거리고 있었다.심지어 장용호 이 작자도 슬쩍슬쩍 눈길을 주고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하현만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자식이 없다...”“부인, 생년월일을 알려 주시면 우선 제가 봐 드리겠습니다.”그녀가 생년월일을 말하는 동안 장용호가 빨간 종이를 내밀었고 상대방이
관상을 보려고 줄을 서 있던 손님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그들은 모두 집복당 대가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관상을 보러 온 것이다.그런데 하현이 손님을 저런 식으로 대할 줄은 몰랐다.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겠으면 그냥 입을 다물고 말 것이지 손님한테 꺼지라니?!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사람들의 눈빛 속엔 하현을 향한 불신과 반감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장용호가 영문을 몰라 하현에게 말했다.“대사님, 왜 그러십니까?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서 손님에게 꺼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하현은 장용호를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정말 순진하군. 그 벌로 오늘 백년경을 열 번 필사하도록 해!”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찻물을 한 모금 마시고 목을 축인 후에야 냉담하게 말했다.“두 분, 정말 지금 썩 물러가지 않을 겁니까?”“내가 이유를 말하면 당신들 아주 재미없어질 텐데.”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하현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하 대사님,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입니까?”“이렇게 장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손님을 이렇게 대하다니! 손님이 왕이란 말도 몰라요?!”“똑똑히 들어요! 지금 당장 주택건설부에 가서 당신들을 고소할 거예요!”“당신이 어떤 배경이 있든 어떤 신분이든 이 가게, 문 닫게 하고 말 겁니다!”“집복당, 정말 사람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 겁니까?”“이런 곳에는 앞으로 오라고 애원해도 절대 오지 않을 거예요!”장용호는 화가 난 남자의 말을 듣고 앞으로 나가 그를 말리려 했지만 하현은 그에게 매서운 눈길을 보내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부부는 하현이 감히 자신들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자 갑자기 신이 나서 계속해서 큰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음양관 문밖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하느라 목을 빼고 있었다.세상 재미있는 것이 남의 싸움 구경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남자?불임?구경하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고 너 나 할 것 없이 하던 동작을 멈추었다.젊은 부부는 표정이 굳어졌고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엔 분노가 차올랐다.“개자식! 우릴 모욕하고 있어!”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얼른 반응했다.“내 아내가 이렇게 젊고 예쁜데 뭐? 남자라고?”“그건 우리 부부에 대한 인격 모독이야!”“당장 이 가게 다 때려 부숴 버릴 거야!”“가게를 부숴?”하현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앞으로 나서며 두 부부에게 손바닥을 날려 땅바닥에 쓰러뜨렸다.“내가 정말 만만하다고 생각해?”“남자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 왜 애를 가지지 못하냐고 나한테 와서 물어?”“반드시 해결해 달라고?”“당신은 내가 백년경을 허투루 본 줄 알아?”“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냐고?”“당신 스스로 말해 봐! 스스로 출산할 수 있다고! 그리고 언제 출산할 수 있는지 말해 봐, 응?”말을 하면서 하현은 젊은 아내를 발로 차서 땅바닥에 엎어뜨린 후 아내의 목에 두른 스카프를 벗겼다.단단한 목젖이 눈앞에 드러났다.설명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구경꾼들은 하나같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개자식! 목젖도 있었네! 역시 남자였어!”“어쩐지 이런 날씨에 스카프를 둘렸더라니! 알고 보니 변태였잖아?!”“남자를 데리고 집복당에 와서 왜 임신이 안 되는지 알려 달라고? 저 남자가 임신할 수 있다면 수탉도 알을 낳을 수 있겠네! 허참!”“방법이 영 없는 것도 아니야. 하현한테 방법을 강구해 그들을 죽이고 18년쯤 후 운이 좋으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알을 낳을 수 있을 거야!”한 무리의 구경꾼들은 자신들이 완전히 깜빡 속았다고 느꼈고 분노한 나머지 두 사람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몇몇 사람들은 하마터면 달려들어 그들을 때릴 뻔했다.장용호도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왜 하현이 자신에게 백년경을 열 번 베껴 쓰라고 한 건지 알 것 같았다.사주만 보면 남녀의
장용호는 젓가락을 들고는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말했다.“그렇군요.”“하지만 대사님, 이 일을 이렇게 지나가도 괜찮을까요?”“남들이 와서 우릴 망치려고 들면 우리도 체면이고 뭐고 볼 것 없이 혼쭐을 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우릴 만만하게 보지 않죠!”하현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럴 필요없어.”“첫째,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야. 결국 사람으로서 조금의 여지를 남겨 두는 건 인정상 나쁠 건 없으니까.”“둘째, 우리는 두 사람의 손을 부러뜨렸어. 그들도 아마 두 사람에게 꽤나 상당한 배상을 해야 할 거야.”“이 일을 겪었으니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를 섣불리 귀찮게 하진 않을 거야.”“물론 그들이 겁도 없이 다시 우릴 귀찮게 한다면 그땐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걷어차 버려야지!”“그렇군요.”장용호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이 일로 하현의 생각과 행동 스타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셈이었다.다만 잠자코 차를 마시던 하현은 이 부부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장생전에서 보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했다.그래서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그로부터 며칠 동안 집복당은 비교적 조용한 날들을 보냈다.과거와 유일하게 다른 점은 손님이 많이 늘었다는 것뿐이었다.온라인 뉴스를 보고 많은 손님들이 멀리서 이곳 금정까지 관상을 보러 찾아왔다.이렇게 찾아온 이들에게 하현은 진심을 다해 관상을 봐 주며 정성으로 살피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정말로 엉뚱한 문제도 결국 방법을 찾아내 해결했다.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주었다.게다가 하현은 매번 돈도 제대로 받지 않고 그야말로 작은 성의만 받았다.그래서 돈이 있는 상류층 사람들도 돈이 별로 없는 서민들도 모두 이곳에 와서 관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곧 집복당의 하 대사 명성은 금정 전체를 벗어나 더 넓은 곳까지 이르렀다.그날 정오,
하현은 머뭇거림 없이 붉은 주사를 써서 부적을 한 장 그렸고 불을 붙인 후 물이 담긴 그릇에 떨어뜨렸다.이어서 하현은 이 물을 이건군에게 건네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이걸 드시면 오늘 밤 설사를 할 수도 있지만 그 후 괜찮아질 거예요. 몸속의 불운을 말끔히 해소해 줄 겁니다.”“오늘은 물을 많이 마시고 푹 쉬세요. 그럼 내일은 상당히 회복될 거예요.”“네! 알겠습니다. 대사님, 고맙습니다. 내가 집에 가면 꼭...”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건군은 갑자기 온몸이 뻣뻣해지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하현을 가리키며 덜덜 떨었다.잠시 후 그는 ‘쾅’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고 쉼 없이 경련을 일으켰다.“개자식! 나한테 뭘 먹인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이건군은 입에 거품을 물고 바로 숨을 거두어 시체가 되었다.“아!”관상을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쳤다.많은 여자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고 놀라움과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펄펄 뛰던 사람이 왜 갑자기 죽었을까?“아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정말로 죽었어?”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집복당 전체가 당혹스러움에 휩싸여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두 눈을 의심하며 뒷걸음질쳤다.어떤 사람들은 다음에 쓰러질 사람이 자신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방금 하현이 쓴 부적을 먹은 몇몇 손님들도 자신의 목을 움켜쥐며 토하고 싶어 안달이었다.사람이 죽은 건 심각한 일이었다.풍수관 같은 곳에서 사람이 죽으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어쨌든 모든 사람들은 하현의 관상술을 믿고 여기에 온 것이었다.죽어 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고 백골이 다 된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오로지 명성 하나 믿고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그
관상을 보려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뒤로 물러서며 하나같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소식을 들은 고명원과 임수범이 이 광경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이 일을 뒷수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손해를 본다면 감당하면 된다.그리고 하현을 무사히 지키는 것도 어렵지 않다.하지만 문제는 오늘부터 집복당 명성에 금이 간다는 것이다.소식을 들은 황보정은 울먹거렸다.집복당 명성에 금이 갈까 봐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라 하현이 더 이상 대사가 되지 못해 집복당을 떠날 수밖에 없을까 봐 걱정이 된 것이다.장용호는 냉정을 되찾아 하현의 곁으로 가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대사님, 정말 맥박이 없습니다...”“이제 어떻게 하죠?”이 말을 하면서도 장용호는 온몸이 저절로 떨렸다.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알겠어.”하현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고 앞으로 나서면서 노인의 맥도 짚어 보지 않고 미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잠시 후, 그의 한쪽 입가가 살며시 올라가며 냉소가 떠올랐다.한쪽에 서 있던 한의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 대사, 이것 참 일이 복잡하게 되었군요.”“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그렇지 않고 상대가 주택건설부에 신고하고 경찰서 사람들이 개입하게 된다면 당신은 감옥에 갈 수도 있어요.”“이런 일에는 돈을 써서 화를 잠재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그는 정말로 하현을 생각해서 말했다.젊은 나이에 이런 억울한 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집복당이 개입하게 된 이상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그리고 아무도 집복당의 문을 닫을 수 없을 겁니다...”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커다란 밴 한 대가 멈췄고 곧이어 문이 열리며 십여 명의 남녀가 내렸다.선두에는 목소리가 큰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그녀는 집복당 문 앞에서 성난
사하담처럼 멋대로 풍수를 바꾸면 금정 전체의 풍수 방향을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그의 행동에 의해 풍수가 바뀐 가문은 한동안은 번창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반드시 재난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장부를 한참 들여다본 하현은 갑자기 이건군이 왜 그렇게 여러 번 사기를 치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그가 자주 산책을 하는 공원은 명문가의 주택 외곽이었다.그리고 이 명문가는 이미 사하담에 의해 풍수가 바뀌었고 음기가 밖에 모이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허약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빼곡한 장부를 보며 하현은 한숨을 내쉬었고 펜을 들어 뒤에 각각 메모를 해 두었다.사하담의 욕심은 풍수의 지맥을 바꾸었을 뿐이지만 미치는 효과는 눈덩이처럼 커져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하현은 몰랐으면 몰랐지, 알게 된 다음에야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닥치는 대로 해결하기로 했다.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하고 다른 것들은 장용호에게 분부해 혼란스러워진 풍수를 바로잡으라고 했다.그러나 장부를 무심코 뒤적거리던 하현은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최희정, 설재석.두 이름을 보았을 때 하현은 갑자기 머리가 쭈뼛 섰다.장인과 장모조차 사하담에게 와서 풍수를 봤을 줄은 몰랐다.어쩐지 설은아가 금정에 처음 왔을 때 자꾸 사업과 계약이 꼬이더라니!지금 이 사업들 중 제대로 돌아가는 사업장이 하나도 없었다.쉽게 말해 설은아 일가의 풍수도 완전히 어질러진 것이다.원래 자연스럽게 흘러 움직여야 할 재물과 권세가 완전히 일그러진 것이다.지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설은아 가족을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떠나게 하거나, 아니면 장용호가 그들 집안 풍수의 맥을 완전히 깨뜨리는 것이었다.하지만 하현은 최희정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감히 그들의 집 풍수를 깨뜨리는 자는 평생의 원수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하현은 설은아에게 전화를 걸려고 핸드폰을 꺼냈지만 결국 한숨만 내쉬고 말았다.자신은
주광록은 하현에게 주 씨 가문 저택의 풍수를 봐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그래서 부리나케 찾아온 것이다.다만 그가 무턱대고 찾아온 것이 사하담과 하현의 결말을 결정지었을 뿐이다.한 시간 후, 사하담은 음양관을 하현의 이름으로 이전했다.이후 그는 어쩔 수 없이 제자들을 데리고 금정을 떠났다.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자신의 딸까지 하현에게 얻어맞은 마당에 무엇을 망설이겠는가?그가 만약 진퇴를 모른다면 더 만신창이가 될지도 모른다.어쩌면 그의 딸 앞날까지도 완전히 망쳐 놓을지도 모를 일이었다.사가연은 원래 면직 처리되어 조사를 받을 몸이었지만 하현이 특별히 사정을 한 결과 3일 동안 반성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하현에게 있어 이런 일은 그다지 큰일도 아니었다.한편으론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사람들을 더 많이 심어 놓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어쨌든 자신은 지금 집복당을 열었고 항상 사람들과 교류할 것이다.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주광록을 내세워 사사건건 해결하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아무리 인정으로 하는 일이라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하현의 깊은 뜻을 알아차리고 사가연 일행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기어서 떠날 때는 하현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하현,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분부하십시오. 바닷속이건 불구덩이든 뛰어들겠습니다!”모두가 떠나고 음양관도 평온을 되찾았다.하지만 하현은 아직 영업을 할 만한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서 장용호에게 음양관을 원래대로 유지하라고 했지만 간판만은 철거했다.이곳은 평일에 자신이 쉬는 곳으로 삼을 생각이었다.영악한 토끼는 토끼굴을 세 개는 가지고 있는 법이다.금정에서 쉴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있다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장용호는 명령을 받고 만세당으로 가서 일손을 재배치했다.음양관의 물자를 점검하고 청소하고 꾸미는 일에 힘을 쏟기 위함이었다.다음 날 오후, 장용호는 의아한 눈빛으
하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주 부장님, 그런데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입니다. 좀 쉬셔야 하는데 이곳까지 뭐 하러 오셨어요?”주광록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쩔 수 없었어요. 내 일이니 몫을 해야죠.”“하지만 회사에 가기 전에 꼭 들려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과거의 원한 따위 따지지 않고 날 두 번씩이나 구해 주었으니까요.”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이게 다 우리 두 사람의 인연 아니겠습니까? 아무 일도 아니니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하현과 주광록의 대화를 들은 사가연 일행은 가슴에 절망이 내려앉았다.방금 자신이 하현에게 큰소리치던 것이 생각나서 머리를 땅에 처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참, 제 동생도 많이 도와주셨다면서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주 서장님께 한마디 당부해 주십시오. 그러면 안 된다고요. 이미 그 일은 우리 둘 사이의 비밀로 해 두자고 약속했었는데 말이에요!”“아, 알겠습니다. 이제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하현과 주광록이 주향무를 언급하며 하현과 주향무 사이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처럼 말하자 사가연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이 개자식이 은둔가 주 씨 가문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였단 말이야?주 씨 가문 두 형제와 이렇게 막역한 사이라고?망했다!완전히 망했다!주광록가 화가 나면 기껏해야 관복을 벗는 것으로 끝난다.하지만 주향무가 화가 나면 그녀가 과거에 저지른 일까지 모두 찾아내어 바로 감옥에 넣을 수 있다.순간 사가연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노려보았다.만약 아버지가 누굴 좀 밟아 달라고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여기 와서 이런 일을 했겠는가?자신의 위치도 더는 지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 것이다!그때 그녀가 데리고 온 무리들은 이 광경을 쳐다보며 완전히 넋을 잃었다.모두 정신이 혼미해졌다.실력 없는 풍수쟁이인 줄로만 알았던 하현이 이런 거물들과 막역한 사이일
사가연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잘 들어!”“난 말이야. 금정 주택건걸부 제1팀장이야!”“주로 풍수관을 담당하고 있지!”“어때? 이제 순순히 무릎을 꿇을 거야?”“하현이 왜 무릎을 꿇어야 하지?”냉엄한 목소리로 군중들 사이를 헤치고 좌중을 압도했다.“당신은 오늘부로 해고야!”사하담은 누군가 자신의 딸한테 함부로 말하는 것을 듣고 갑자기 험악한 표정으로 변했다.“어느 개자식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그 입을 찢어 버려야겠어!”“나야, 주광록.”“자, 찢어 보시지!”주광록?!그의 이름을 듣고 사가연은 자신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녀와 그녀 뒤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는 즉시 몸을 돌려 입구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몇 사람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휠체어를 탄 사람은 위엄을 가득 품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주광록?!금정 주택건설부 부장?!순간 넋이 나간 사가연이 사색이 되며 말했다.“주 부장님!”“퍽!”주광록은 바로 손바닥을 날렸다.“내 입을 찢을 텐가?”“어서 해 봐!”“기회 줄 때 어서 해 보라고!”사가연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어쩔 줄을 몰라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부, 부장님. 어찌 감히... 제가...”“뭘 그렇게 꾸물거려! 어서 무릎 꿇고 말해!”주광록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사가연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자신이 큰 물의를 빚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비아냥 가득한 시선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풀썩 무릎을 꿇었다.그녀 뒤에 서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이다가 누구랄 것도 없이 주광록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였다.“무릎을 꿇은 채로 이리 와.”주광록은 냉담하게 입을 열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사가연은 부들부들 떨면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퍽!”주광록은 아무 말도 없이 손바닥을 휘갈겼다.“관청의 공무원 신
”풍수술은 대하 오천 년 동안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이야!”“사람들과 인류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지!”“싸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게다가 다른 사람의 가게를 부순다거나 하는 데는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되지!”“아무에게나 주술을 부리는 것은 범죄 행위야!”“이봐, 당신 어느 풍수관에서 왔어? 이름을 대 봐!”“난 오늘 법을 대표해서 당신을 처벌하고 당신의 풍수관을 폐쇄할 거야!”“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하는 건 풍수지리사로서 전혀 적절하지 않아!”“오늘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면 내일은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해칠지도 몰라!”순간 사가연은 정의를 지키는 사도의 표정을 자아냈다.누구보다 정의롭고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마치 여기서 그녀는 절대적인 여왕처럼 군림했고 그녀가 행하는 모든 일을 사람들이 무조건 실행해야 할 것처럼 행동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누군가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가게를 닫고 구경하러 오라고 부추겼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떻게 이래? 아버지도 뻔뻔하다 했더니 그 딸도 똑같이 뻔뻔해?!”“뭐라고? 이 자식이! 뻔뻔하다고?”하현의 표정과 비아냥이 섞인 말을 듣고 사가연은 발끈하며 소리쳤다.그녀는 자신의 높은 권위에 큰 도전을 받았다고 느꼈고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하현 앞에 다가왔다.“이봐, 당신은 이미 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건 공무 방해죄, 공무원 모욕죄에 해당해!”“이것만으로도 당신을 충분히 감옥에 넣을 수 있어, 알아?”“당신들이 어떻게 싸웠고 어떤 승부가 났든 그건 당신이나 여기 구경하던 사람들이 판단할 게 아니야!”“오직 내가 판단해! 알았어?”사가연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그야말로 현장의 최고 주도자 같은 자세를 보였다.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 아버지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더
충격 그 자체였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풍수지리술로 이런 일을 꾸밀 줄은 몰랐다!순간 많은 사람들은 감탄 어린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대사님, 정말 대단하십니다!”장용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구경하던 사람들조차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하 대사님! 하 대사님!”장내는 흥분한 사람들의 물결로 떠들썩했다.하현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꼼꼼히 닦고 나서야 장용호에게 시선을 던졌다.“점포, 이제 우리가 접수해야지. 어서 간판 바꿔...”“네!”장용호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음양관의 간판을 떼려고 움직였다.“퍽!”바로 그때 군중들 사이를 헤치고 제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선두에 선 사람은 장용호를 발로 차 넘어뜨린 뒤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누가 이렇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감히 아버지 가게 간판을 떼겠다고? 이 가게를 접수해?”장용호를 넘어뜨린 사람은 단발머리 여자였다.서른 살이 좀 넘어 보이고 가냘픈 몸매를 가진 그녀는 제복을 입고 있었고 그 모습이 유별나게 매혹적이었다.그녀는 여성스러움 외에도 강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딱 봐도 무리의 우두머리 같았다.그녀의 뒤를 따르는 십여 명의 남녀들은 제복을 입은 사람이나 입지 않은 사람이나 하나같이 거만하고 안하무인한 태도로 사람들을 쳐다보았다.한눈에 보아도 오랫동안 사람들 위에 군림해 온 무리 같았다.음양관 제자들은 이 사람들이 나타나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마중을 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사님!”사하담은 얼굴 전체가 완전히 벌겋게 상기되었다.마치 소중한 딸의 등장이 자신에게 절대적인 위엄을 유지할 수 있게 용기를 준 것 같았다. 단발머리 여자는 주위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하담 앞으로 다가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사하담은 억울한 표정으로 하현을 가리켰다.“저 자식이 우리 음양관이 개업한 걸 보고 행패를 부리려고 왔지
”난...”사하담은 말문이 막혔다.하현의 말이 맞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현은 이미 그의 부적을 풀었다.그가 어떻게 사하담의 부적을 풀었든 이번 판은 사하담의 패배였다.사하담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억지로 몸을 지탱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운이 좋아 내 필사주를 풀었다 치자고!”“그런데 당신이 쓴 이 부적,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난 이미 당신의 부적을 알아보았는데 어떻게 풀리지 않은 거지?”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세심하게 그린 부적은 확실히 내 주술을 풀 수 있었어.”“하지만 당신은 한 가지를 간과했어. 바로 당신의 부적이 문제였던 거지. 마침 내 부적과 약간 겹치는 부분이 있었어.”“말하자면 당신의 부적은 기괴하고 요상한 내 부적들을 다 풀어낸 후에도 여전히 기운이 남아 있었던 거야. 그래서 내 부적 속의 기운과 섞여 백병부를 형성한 거지.”“백병부는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는 없지만 당신이 쓴 술법을 당신 스스로도 해결하지 못해.”하현은 더욱 험악해지는 사하담의 얼굴을 보며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발버둥치지 말고 어서 패배를 인정해.”“그런 거였군! 그렇게 된 거였어!”사하담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뭔가 큰 깨달은 듯 눈동자가 동그래졌다.하현은 그가 어떻게 부적을 풀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함정을 파 놓았던 것이다.정말 뛰어난 통찰력이 아닐 수 없었다!상대의 수를 앞서 꿰뚫어 보다니!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그러나 사하담은 속내를 감추고 이를 악문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렇다고 당신이 이긴 건 아니야!”“애초에 정한 대로라면 당신이 나한테 부린 주술을 당신 스스로도 풀어낼 수 있어야 해!”“백병부는 절대 풀리지 않는 부적이야! 당신도 절대 풀 수 없었다고!”“그러니 이번 판은 무승부야!”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못 풀 거라니,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백병부는 주술을 내린 사람이 당신의 뺨을 한
”하 씨! 똑똑히 들어! 설령 당신이 내 사정을 봐준다고 해도 난 당신 사정 따위 봐주지 않을 거야!”“결국 당신의 이런 사소한 수법은 나한테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거야!”말을 하면서 사하담은 손을 흔들며 책상 옆으로 다가가 하현의 부적들을 풀이하기 시작했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당신이 나한테 쓴 부적이 먼저 먹힐지, 아니면 상대의 사정을 봐주며 쓴 내 부적이 먹힐지 한번 보자고.”자신을 둘러싸고 어두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현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중년의 풍수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대사님, 이 자식을 봐준 겁니까?”“이치대로라면 이놈은 이미 죽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멀쩡히 서 있는 거죠?”말을 마치며 중년의 풍수사는 사하담이 주문을 걸어 놓은 허수아비를 집어 들어 보려고 했다.순간 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았고 입에서는 쉴 새 없이 거품이 뿜어져 나왔으며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중년 풍수사도 어느 정도 내공이 있는 사람인데 단지 허수아비를 건드렸다고 이렇게 흉측하게 변할 수가 있는가?사람들은 너무나 큰 충격에 빠졌다.사하담의 주술이 얼마나 음험한지를 충분히 보여 준 셈이 되었다.“형님! 형님!”그의 제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신없이 그에게 달려들었고 몸에 붙은 부적을 모두 꺼내 그의 입에 쑤셔 넣었다.그제야 증상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하지만 사하담은 제자들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하현의 부적을 풀지 못한 이 시점에 어디 다른 사람을 상대할 시간이 있겠는가?5분이 지났다.사하담은 세심한 손길로 정성을 다해 부적을 썼다.그런 다음 종이 부적 한 모서리에 불을 붙인 후 재를 사발에 넣은 뒤 물을 부었다.이때 그의 몸이 갑자기 나른해지고 속에서 불편한 기운이 느껴졌다.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숨이 가빠지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사하담은 여
눈앞의 광경에 사람들은 심장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계속 이렇게 되면 하현은 정말 현장에서 소리도 없이 죽을 것만 같았다.사하담은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하현이 뒷짐을 지고 덤덤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자 싸늘한 미소를 띠었다.“하 씨! 얼른 빨리 해결해야지?”“음기에 빙의되면 나도 정말 손을 쓸 수가 없어. 당신을 구할 수 없게 된다고!”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주위에 감돌고 있는 음기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마치 재미있는 광경을 기대하는 사람 같았다.“대사님! 대사님! 어서 빨리 움직이십시오!”잠자코 서 있는 하현의 모습을 보고 장용호는 초조해졌다.“보는 것만으로 너무 흉측합니다. 정 안 되겠으면 그냥 패배를 인정하세요!”“창피한 일이 아니에요!”장용호는 하현이 져도 상관없고, 창피해도 상관없었다.설령 집복당을 잃는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것이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만약 하현이 여기서 죽는다면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하 대사님! 얼른요! 얼른 움직이세요! 지금 허세를 부리며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에요!”“맞아요! 이 주술을 풀 수 있다면 대사님이 이기는 거지만!”“지금 그렇게 허세 부릴 때가 아니에요!”구경하던 사람들은 하현의 성격을 알아봤고 순간 극도로 불안해졌다.그들은 하현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하거나 아니면 빨리 패배를 인정하라고 조언했다.하현 같은 젊은 인재가 이대로 허망하게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이때 중년의 풍수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당신들, 이 사람 말리지 마!”“하 씨 저놈이 확실히 능력이 좀 있긴 하지만 우리 대사님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야!”“저놈은 이미 자기가 졌다고 생각해서 바로 포기한 거야! 뭘 해결할 생각도 할 수 없는 거지!”주변에서 하는 말들을 듣고 사하담도 냉소를 흘렸다.“하현,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거야?”“더 이상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