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을 보려고 줄을 서 있던 손님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그들은 모두 집복당 대가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관상을 보러 온 것이다.그런데 하현이 손님을 저런 식으로 대할 줄은 몰랐다.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겠으면 그냥 입을 다물고 말 것이지 손님한테 꺼지라니?!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사람들의 눈빛 속엔 하현을 향한 불신과 반감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장용호가 영문을 몰라 하현에게 말했다.“대사님, 왜 그러십니까?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서 손님에게 꺼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하현은 장용호를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정말 순진하군. 그 벌로 오늘 백년경을 열 번 필사하도록 해!”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찻물을 한 모금 마시고 목을 축인 후에야 냉담하게 말했다.“두 분, 정말 지금 썩 물러가지 않을 겁니까?”“내가 이유를 말하면 당신들 아주 재미없어질 텐데.”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하현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하 대사님,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입니까?”“이렇게 장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손님을 이렇게 대하다니! 손님이 왕이란 말도 몰라요?!”“똑똑히 들어요! 지금 당장 주택건설부에 가서 당신들을 고소할 거예요!”“당신이 어떤 배경이 있든 어떤 신분이든 이 가게, 문 닫게 하고 말 겁니다!”“집복당, 정말 사람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 겁니까?”“이런 곳에는 앞으로 오라고 애원해도 절대 오지 않을 거예요!”장용호는 화가 난 남자의 말을 듣고 앞으로 나가 그를 말리려 했지만 하현은 그에게 매서운 눈길을 보내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부부는 하현이 감히 자신들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자 갑자기 신이 나서 계속해서 큰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음양관 문밖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하느라 목을 빼고 있었다.세상 재미있는 것이 남의 싸움 구경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남자?불임?구경하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고 너 나 할 것 없이 하던 동작을 멈추었다.젊은 부부는 표정이 굳어졌고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엔 분노가 차올랐다.“개자식! 우릴 모욕하고 있어!”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얼른 반응했다.“내 아내가 이렇게 젊고 예쁜데 뭐? 남자라고?”“그건 우리 부부에 대한 인격 모독이야!”“당장 이 가게 다 때려 부숴 버릴 거야!”“가게를 부숴?”하현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앞으로 나서며 두 부부에게 손바닥을 날려 땅바닥에 쓰러뜨렸다.“내가 정말 만만하다고 생각해?”“남자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 왜 애를 가지지 못하냐고 나한테 와서 물어?”“반드시 해결해 달라고?”“당신은 내가 백년경을 허투루 본 줄 알아?”“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냐고?”“당신 스스로 말해 봐! 스스로 출산할 수 있다고! 그리고 언제 출산할 수 있는지 말해 봐, 응?”말을 하면서 하현은 젊은 아내를 발로 차서 땅바닥에 엎어뜨린 후 아내의 목에 두른 스카프를 벗겼다.단단한 목젖이 눈앞에 드러났다.설명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구경꾼들은 하나같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개자식! 목젖도 있었네! 역시 남자였어!”“어쩐지 이런 날씨에 스카프를 둘렸더라니! 알고 보니 변태였잖아?!”“남자를 데리고 집복당에 와서 왜 임신이 안 되는지 알려 달라고? 저 남자가 임신할 수 있다면 수탉도 알을 낳을 수 있겠네! 허참!”“방법이 영 없는 것도 아니야. 하현한테 방법을 강구해 그들을 죽이고 18년쯤 후 운이 좋으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알을 낳을 수 있을 거야!”한 무리의 구경꾼들은 자신들이 완전히 깜빡 속았다고 느꼈고 분노한 나머지 두 사람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몇몇 사람들은 하마터면 달려들어 그들을 때릴 뻔했다.장용호도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왜 하현이 자신에게 백년경을 열 번 베껴 쓰라고 한 건지 알 것 같았다.사주만 보면 남녀의
장용호는 젓가락을 들고는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말했다.“그렇군요.”“하지만 대사님, 이 일을 이렇게 지나가도 괜찮을까요?”“남들이 와서 우릴 망치려고 들면 우리도 체면이고 뭐고 볼 것 없이 혼쭐을 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우릴 만만하게 보지 않죠!”하현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럴 필요없어.”“첫째,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야. 결국 사람으로서 조금의 여지를 남겨 두는 건 인정상 나쁠 건 없으니까.”“둘째, 우리는 두 사람의 손을 부러뜨렸어. 그들도 아마 두 사람에게 꽤나 상당한 배상을 해야 할 거야.”“이 일을 겪었으니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를 섣불리 귀찮게 하진 않을 거야.”“물론 그들이 겁도 없이 다시 우릴 귀찮게 한다면 그땐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걷어차 버려야지!”“그렇군요.”장용호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이 일로 하현의 생각과 행동 스타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셈이었다.다만 잠자코 차를 마시던 하현은 이 부부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장생전에서 보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했다.그래서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그로부터 며칠 동안 집복당은 비교적 조용한 날들을 보냈다.과거와 유일하게 다른 점은 손님이 많이 늘었다는 것뿐이었다.온라인 뉴스를 보고 많은 손님들이 멀리서 이곳 금정까지 관상을 보러 찾아왔다.이렇게 찾아온 이들에게 하현은 진심을 다해 관상을 봐 주며 정성으로 살피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정말로 엉뚱한 문제도 결국 방법을 찾아내 해결했다.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주었다.게다가 하현은 매번 돈도 제대로 받지 않고 그야말로 작은 성의만 받았다.그래서 돈이 있는 상류층 사람들도 돈이 별로 없는 서민들도 모두 이곳에 와서 관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곧 집복당의 하 대사 명성은 금정 전체를 벗어나 더 넓은 곳까지 이르렀다.그날 정오,
하현은 머뭇거림 없이 붉은 주사를 써서 부적을 한 장 그렸고 불을 붙인 후 물이 담긴 그릇에 떨어뜨렸다.이어서 하현은 이 물을 이건군에게 건네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르신, 이걸 드시면 오늘 밤 설사를 할 수도 있지만 그 후 괜찮아질 거예요. 몸속의 불운을 말끔히 해소해 줄 겁니다.”“오늘은 물을 많이 마시고 푹 쉬세요. 그럼 내일은 상당히 회복될 거예요.”“네! 알겠습니다. 대사님, 고맙습니다. 내가 집에 가면 꼭...”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건군은 갑자기 온몸이 뻣뻣해지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하현을 가리키며 덜덜 떨었다.잠시 후 그는 ‘쾅’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고 쉼 없이 경련을 일으켰다.“개자식! 나한테 뭘 먹인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이건군은 입에 거품을 물고 바로 숨을 거두어 시체가 되었다.“아!”관상을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쳤다.많은 여자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고 놀라움과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펄펄 뛰던 사람이 왜 갑자기 죽었을까?“아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정말로 죽었어?”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집복당 전체가 당혹스러움에 휩싸여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두 눈을 의심하며 뒷걸음질쳤다.어떤 사람들은 다음에 쓰러질 사람이 자신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방금 하현이 쓴 부적을 먹은 몇몇 손님들도 자신의 목을 움켜쥐며 토하고 싶어 안달이었다.사람이 죽은 건 심각한 일이었다.풍수관 같은 곳에서 사람이 죽으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어쨌든 모든 사람들은 하현의 관상술을 믿고 여기에 온 것이었다.죽어 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고 백골이 다 된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오로지 명성 하나 믿고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그
관상을 보려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뒤로 물러서며 하나같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소식을 들은 고명원과 임수범이 이 광경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이 일을 뒷수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손해를 본다면 감당하면 된다.그리고 하현을 무사히 지키는 것도 어렵지 않다.하지만 문제는 오늘부터 집복당 명성에 금이 간다는 것이다.소식을 들은 황보정은 울먹거렸다.집복당 명성에 금이 갈까 봐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라 하현이 더 이상 대사가 되지 못해 집복당을 떠날 수밖에 없을까 봐 걱정이 된 것이다.장용호는 냉정을 되찾아 하현의 곁으로 가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대사님, 정말 맥박이 없습니다...”“이제 어떻게 하죠?”이 말을 하면서도 장용호는 온몸이 저절로 떨렸다.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알겠어.”하현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고 앞으로 나서면서 노인의 맥도 짚어 보지 않고 미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잠시 후, 그의 한쪽 입가가 살며시 올라가며 냉소가 떠올랐다.한쪽에 서 있던 한의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 대사, 이것 참 일이 복잡하게 되었군요.”“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그렇지 않고 상대가 주택건설부에 신고하고 경찰서 사람들이 개입하게 된다면 당신은 감옥에 갈 수도 있어요.”“이런 일에는 돈을 써서 화를 잠재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그는 정말로 하현을 생각해서 말했다.젊은 나이에 이런 억울한 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집복당이 개입하게 된 이상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그리고 아무도 집복당의 문을 닫을 수 없을 겁니다...”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커다란 밴 한 대가 멈췄고 곧이어 문이 열리며 십여 명의 남녀가 내렸다.선두에는 목소리가 큰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그녀는 집복당 문 앞에서 성난
하현은 혼란스러운 장면이나 사람들의 고함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군!”“당신들은 어르신을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그가 죽었다고 말하며 호들갑을 앞세워 나를 죽일 놈 취급하는군!”“이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구급차를 부르는 거 아닌가?”“그리고 어르신이 돌아가신 지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았고 우리는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는데 당신들은 미리 알았다는 듯이 어떻게 바로 이렇게 들이닥친 거지?”“어르신이 돌아가실 걸 미리 알고 있었나?”“그래서 일부러 여길 보낸 거야? 여기서 돌아가시라고?”이때 장용호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그는 힐끔 고개를 돌려 메시지를 확인한 후 조용히 물러났다.“무슨 헛소리 지껄이는 거야?!”중년 여성은 하현과 이치를 따져 볼 생각은 없이 다짜고짜 얼굴만 울그락불그락했다.“사람을 죽여 놓고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려고 하다니!”“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다른 사람들도 모두 의분에 가득 차 있었다.“맞아. 우리가 모두 다 봤어. 당신이 준 걸 먹고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사람을 죽여 놓고 책임을 전가하려 하다니!”“그리고 당신은 풍수쟁이인데 감히 사람의 병을 치료하려 들어? 지금 장난하는 거야?!”“백 년은 무슨 백 년? 9대째 내려왔다고? 허! 지나가는 개도 웃을 소리! 당신은 세상을 속이고 이름을 도용하는 사기꾼에 불과해!”“할아버지! 이런 놈한테 비참히 목숨을 빼앗기다니요! 너무 억울해요!”“이 사기꾼이 할아버지를 한 번 속이고도 성에 안 차서 여러 번 속일 동안에도 속은 줄도 모르고 돌아가셨어!”친척 무리들은 세상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소란스럽게 고함을 질렀다.“하 대사님, 좀 조심하시기 그랬어요?”“난 진작부터 알아봤다고요! 부적을 태운 물을 마시다니? 그걸 마시면 불운을 잠재울 수 있다니?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예요?”“하 대사님,
말을 마치며 중년 여성은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위엄 서린 눈빛으로 사방을 훑어보는 그녀의 눈빛에 자신감이 가득했다.하현은 이를 보고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두 가지 조건 다 마음에 안 들어.”“차라리 이렇게 하지. 오늘 내가 환혼술을 보여주는 거야! 어때?”“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장용호는 손으로 코를 틀어막고 뚜껑이 달린 그릇을 들고 걸어 나왔다.그가 발걸음을 뗄 때마다 악취가 꼬리를 흘렸다.중년 여성은 안색이 일그러지며 말했다.“하 씨!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이깟 괴상한 걸 만들어 만병통치라고 우기는 거야? 그런다고 우리 아버지가 살아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하현은 코를 움켜쥐며 말했다.“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이 영험한 약을 어르신이 마시기만 한다면 바로 제자리에서 살아나실 거야. 3분도 채 안 걸릴 테니까 두고 봐!”“만약 살아나지 못한다면 그땐 내가 자진해서 이 집복당 문을 닫을 거야. 게다가 당신들이 원한 이십억도 배상할게. 아니, 이십억은 너무 작지. 백억! 백억 배상할게!”하현은 세 걸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장용호, 어서 약을 어르신의 입에 넣어!”장용호는 반신반의했지만 이를 악물고 뚜껑을 열 수밖에 없었다.뚜껑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이것은 며칠 밤을 지났는지 모를 쌀뜨물이었다.도대체 장용호는 이런 쌀뜨물을 어디서 구한 것일까?돼지한테 먹이려고 해도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 같은 악취였다.하현은 미리 준비해 둔 방향제를 뿌리며 말했다.“장용호, 좀 더 빨리 움직여!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야! 그렇게 굼뜨면 어떻게 해?”장용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노인의 입을 열려고 했다.중년 여성은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큰소리로 말했다.“개자식들! 감히 고인을 모독하다니! 이런 불경한 죄까지 저지르
”어윽...”소위 영험한 약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이건군은 온몸을 벌벌 떨었고 당황한 나머지 눈을 번쩍 뜨며 입속의 내용물을 뱉으려고 발버둥쳤다.“뭐지?!”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모두들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었다.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거라곤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명원 일행도 깜짝 놀라 의아한 얼굴이었다.“어르신. 이건 생명을 구하는 약입니다. 다 마시면 다시는 이런 사악한 병에 걸리지 않을 겁니다...”하현이 앞으로 나서서 발에 힘을 꾹 주고 이건군의 온몸을 제압했다.이건군은 곧 모든 힘을 잃고 발버둥을 멈추었고 코를 찌르는 쌀뜨물이 눈앞에서 자신의 입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헛구역질을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중년 여자 일행들도 하나같이 분노하며 눈앞에서 노인을 하현의 손아귀에서 구해 낼 수 없는 것에 치를 떨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쌀뜨물 한 그릇이 비워졌다.하현은 얼른 발을 치우며 담담하게 말했다.“됐어. 장용호, 당신은 얼른 가서 씻어. 정말 냄새 한번 고약하군!”“그리고 화이영한테 여기 와서 좀 닦으라고 해! 너무 더러워!”“아 참, 돈 받는 거 잊지 마. 오만 원이야.”장용호는 하현의 수완에 진심으로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개자식!”이건군은 천천히 일어섰다.토하고 싶어도 토할 수가 없었다.그는 이를 악물고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이봐, 당신 이건 살인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살인이라니요?”“여기 보는 눈이 이렇게 많아요!”“어르신은 이미 죽어 있던 몸이었어요!”“그런데 제가 환혼술로 어르신의 목숨을 구했다고요.”“돌아가서 날 위해 감사의 비석이라도 하나 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수군거렸다.“하 대사 정말 대단해! 환혼술도 할 줄 아는 거야?!”“도대체 저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