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범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설 씨 집안 모두가 차가운 숨을 들이쉬었다.백범이 누구던가? 그는 서울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백범의 환심을 사고 싶었으나,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미래의 사위 이준은 그를 이리 와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 이준은 과연 영향력이 있고 권위 있는 사람이었다.설 씨 어르신도 이준을 인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르신은 저 손자사위가 꽤 마음에 들었다.“당신은 내가 내일을 넘기지 못하길 바라는구나. 아주 좋아.” 하현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정말 궁금해. 당신은 모든 걸 잃을 예정이고, 곧 파산을 맞이할 쓸모없는 사람이야. 그건 어쩌려나…”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 거 아니야? 이준 씨는 젊은 부자야. 십억짜리 수표가 아직 여기 있어. 어떻게 이준 씨가 모든 걸 잃고 파산을 맞이한다고 하는 거지? 파산이 뭔지는 아나?”“아이고! 이놈의 데릴사위는 맨날 집에서 티비 보거나 소설책만 읽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도 못했어. 그러니까 지금 헛소리나 지껄이는 거 아냐!”“내가 저 인간이었으면 당장 도망갔을 거야. 안 그러면 백범 씨가 여기 오면 내일을 넘기지 못할까 봐 무서워.”“그나저나 경찰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바보야? 경찰을 왜 불러? 대신 구급차를 불러야지. 저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여기서 죽게 놔둘 수는 없잖아. 정말 운이 나빠…”설 씨 집안 사람 모두가 기쁘게 웃고 있었다. 저런 아무짝도 쓸모없는 사람이 어딜 감히 여기서 고집을 부려? 죽을 때까지만 처맞지 않으면 별거 아니지.이때, 이준의 핸드폰이 또다시 진동을 했다. 그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냈다. 그의 상사인 하엔 그룹의 부회장이 걸어온 전화였다.“강이준, 이 쓰레기야! 밖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비서가 전화했는데, 네가 회사 프로젝트 자금을 남용한 죄가 밝혀졌대. 넌 지금 회사에서 잘렸어. 네 전 재산이 동결되고 청산됐어.”“내가 경고한다. 감방에 갇힌 순간, 거기 당국에 뭘 밝히고 뭘 밝히지 말아야
이준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는 웃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굴려고 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부회장님께서 술 한잔을 하자고 하셔서요.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내일 만나자고 했어요.”그 말을 듣자 설 씨 집안 모두가 충격을 금치 못했다. 하엔 그룹 부회장이 이준한테 술을 같이 마시자고 했다고?게다가 이준은 거절하고 내일로 약속을 다시 잡았다. 그는 분명 지위와 체면이 있었다!설 씨 일가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서서 이준 주위에 모여 그의 비위를 맞췄다.이때, 빌라 게이트에서 브레이크가 끼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상용차 여러 대가 게이트 앞에 멈추어 섰다.이내 차 문들이 밀어져 열렸다. 힘센 남자 십 몇 명이 수박 칼과 야구 방망이를 든 채 차에서 내렸다.흰색 셔츠를 입고 있던 악랄한 남자 한 명이 그 무시무시한 남자들 중간에서 걸었다. 전설의 변백범이었다.한편, 백범은 입술 사이에 담배를 물고 불을 지피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 앞에 있는 빌라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백범이 형!” 이준은 저 끝까지 달려가 남자 무리를 이끌고 있던 백범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준은 친절하게 담뱃불을 지피는 걸 도와주기까지 했다.백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걸으면서 말했다. “누가 내 동기 이준이를 괴롭혔을까?”“바로 이 멍청이예요, 백범이 형. 바닥으로 자리를 옮겨요! 마지막 한숨만 남겨줘요!” 이준이 외쳤다.이 순간, 설 씨 집안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거의 모두가 일어서 존경하는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변백범!이준은 그렇게나 사회의 이목을 끄는 사람을 여기에 초대했다!그는 말로만 떠벌리는 게 아니었다!변백범은 서울 길거리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수박 칼 두 개로 사람을 죽이는 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이런 사람을 쉽게 초대할 수 없었다!비록 설 씨 집안은 이류 집안이었지만, 그래도 집에 보안 요원 몇 명이 있었다. 그러나 변백범 같은 남자에게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
하현은 놀란 눈빛으로 은아를 쳐다보았다. 그는 원래 아내가 처음부터 자신을 소홀히 하고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하현은 그 순간 은아가 그의 안전을 걱정할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 생각을 하니 하현의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러나, 은아는 하현의 머릿속 감정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 극도로 긴장했다!이게 누군가? 그 유명한 백범이 형, 변백범이었다. 비록 은아는 실제로 백범을 본 적이 없지만, 많은 사람이 언급한 걸 들어본 적이 있다.변백범은 몇 년 전 한낱 깡패일 뿐이었지만, 그는 누군가에 의해 채용되고 훈련 받고 몸단장을 받았다. 예상외로, 백범은 기나긴 노력 끝에 드디어 서울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백범은 사업도 하고 지난 2년간 더 자제하며 살아왔지만, 그의 평판은 여전히 강력하고 위협적이며 경찰과 범죄 조직 둘 다 그의 체면을 살려야 했다.하현 그 데릴사위가 이런 사람 앞에서 이준을 건드린다면 안 좋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얼른 가!” 은아는 불안했다. 그녀는 일어서서 하현을 당기려고 했지만, 유아가 다른 쪽에서 그를 붙잡았다.유아는 할 말을 잃었다. 오늘 언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정신이 나갔나? 언니는 평소 이 별 볼 일 없는 사위를 제일 싫어하지 않았나? 왜 지금 그를 도와주는 거지?유아뿐만 아니라, 다른 설 씨 집안 사람들도 은아를 말렸다.오늘 밤 하현은 설 씨 집안 사위 강이준을 불쾌하게 했다. 심지어 이준을 지원하던 사람인 그 위대한 백범도 여기 와있었다. 누구든 오늘 밤 하현의 편을 들면 아마 그 사람도 백범을 불쾌하게 할 것이다.이 사람들은 분명 하현이 죽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은 하현을 위해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눈 가리고 공연을 보는 셈이었다.그 시각 놀란 민혁은 말했다. “누나,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왜 이 쓰레기를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다행히도 저 사람은 이제 설 씨 집안과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에요. 안
이준이 백범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이었다!한번은 이준이 플래티넘 호텔에 간 적이 있었다. 그는 우연히 한 아름다운 여성과 부딪쳤는데 거의 죽을 뻔했다. 백범이 때마침 지나갔는데 그는 누군가 가게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백범은 이준을 도와 문제를 해결했다.그때 이후로, 이준은 단순히 돈이 많은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그는 친구가 필요했다.그리하여 이준은 백범과 친구가 되는데 많은 노력을 했으며 백범의 재정문제를 도와주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준은 지난 2년간 백범이 많은 양의 돈을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되긴 해서 오늘 밤 백범을 불러낼 엄두가 있었다.그러나 투자란 보장된 시장이 아니었다. 가끔 백범이 돈을 잃은 적도 있었지만, 이준은 이를 악물고 그를 도와주었다.백범이 돈을 잃게 되면 이준이 바지에 똥을 지릴 정도로 처맞을 걸 알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사실 이준이 백범을 도와준 이후로, 이준의 명성은 서울의 젊은 층 사이에서도 높아졌다.심지어 어떤 일류 집안 후계자들도 이준을 감히 자극하지 못했으니, 이준은 지난 2년간 안하무인이 되어버렸다.한편, 백범은 입술 사이에 담배를 물며 하현에게서 고작 십 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홀 안의 불빛이 약간 어둡고 자욱한 연기가 앞에 있어, 백범은 하현을 알아보지 못했다.그 순간, 백범은 무작위로 수박 칼을 가져가 땅에 질질 끌며 하현을 향해 걸어갔다.“뛰어! 여보, 뛰어!” 은아는 너무 초조해 하현을 이름으로 부르는 걸 깜빡했다. 하지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은아는 사람들 틈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은아는 좋진 않았지만, 자신의 장난감이 남에게 빼앗기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지금 무슨 이유 때문인지 속상했다.은아는 원래 자기가 하현을 1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빨리 이혼할수록 자신이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그러나, 은아는 이 순간 하현을 그래도 조금은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불행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반대편에 있던 백범은 이 순간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평소 같았으면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였을 이 깡패는 이 시점에서 발이 차가워지며 오줌을 지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특히 백범이 하현의 눈과 마주쳤을 때,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오랫동안 아무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백범 뒤에 있던 이준은 그의 움직임이 멈춘 걸 보자 조금 초조해졌다. 그리고 이준은 말했다. “백범이 형, 걱정하지 마세요. 쟤는 그저 쓸모없는 개자식이자 데릴사위일 뿐이에요. 쟤를 땅으로 끌어 내려요! 그리고 양손 모두 잘라버려요!”이준은 끊임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의 눈은 약간 붉어져, 하현이 그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마구 차이고 베이는 모습을 얼른 보고 싶어 안달 났다.“이 사람이 네가 해치우고 싶다던 사람이야?” 백범은 드디어 반응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이준을 비통하게 쳐다보았다.백범은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강이준, 얼른 사람을 잘못 봤다고 말해, 아니면…”“그래, 저 사람이야! 백범이 형, 얼른 패버려!” 이준은 하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설 씨 집안을 말하자면, 모두가 얼굴에 약간의 신남을 띤 채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이 겁쟁이는 오늘 죽은 몸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하현이 어떻게 죽을지 기대했다.그러나, 설 씨 어르신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준아, 그냥 살짝만 혼내주고 죽이지는 마.”“죽이지 말라고요?” 이준은 비웃었다. 하현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이준의 명성을 망가뜨렸다.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이준이 설 씨들과 같은 편에 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뿐이라 그는 여전히 하현이 죽길 바랐다. 그리고 이곳은 이준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었다.게다가 이준은 설 씨 집안 사람들에게 겁을 주어서, 그가 파산한 걸 알았다 해도 아무도 그를 감히 비난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설 씨 집안의 자원을 이용해서 다시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
찰싹, 찰싹, 찰싹!이준의 얼굴에 아무 예고도 없이 손바닥이 연속으로 몇 번 날라와 그의 얼굴이 퉁퉁 붓고 순식간에 돼지머리가 되었다!이준은 어안이 벙벙했다. “백범이 형, 이 쓰레기를 때리라고 했는데… 왜…”이준을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여기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백범은 이준의 위대한 형이 아니던가?어쩜 그리 쉽게 이준과 사이가 안 좋아진 건가?“너 자신이 죽을 예정인데, 나까지 다치게 하려고 하다니. 오늘 널 반드시 망가뜨려야겠어…” 백범은 이준을 발로 차 몇 미터 날아가게 했다. 그리고 백범은 악랄하게 말했다. “이 자식 패버려, 세게 패버려!”백범을 따르던 부하들은 처음에 살짝 멍했으나 얼른 반응을 했다. 대장이 말을 했는데, 그들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있나?패버려!곧바로 십 몇 명의 사람들이 와서 이준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도대체 왜?! 백범이 형, 왜 날 패라고 한 거예요?”이준은 울부짖으면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이건 내가 바라던 게 아니야!주위에 있던 설 씨 집안 사람 모두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준이 여기서 맞아 죽지는 않겠지?설 씨 어르신은 결국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어르신은 기침을 콜록콜록하며 말했다. “백범아, 제발…”“오늘 누구든지 감히 헛소리를 지껄이면 죽여버리겠어!” 백범은 설 씨 어르신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걸어가 이준의 얼굴을 짓밟아 세게 뭉갰다.이 순간 모두 겁에 질렸다. 오늘 밤 누군가 죽어 나갈 것 같았다.“도련님… 하현 씨…” 백범은 지금 겁먹은 채 하현에게 걸어갈 뿐이었다. 백범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도로 삼켜야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감히 당신을 건드리려 했던 이놈을 오늘 밤 없애버리겠습니다!”백범은 이 말을 하는 동안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어제 하현을 만났을 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 후 이 일이 벌어졌다. 지금 이 순간, 백범은 이준을 목 졸라 죽이고
헛것을 보는 걸까 꿈을 꾸고 있는 걸까?왜 변백범 저 비즈니스 거물이 지금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에게 이렇게나 예의를 차리는 걸까? 마치 아버지를 만난 듯한 태도였다.이 쓸모없는 개자식이 어떻게 그럴 능력이 있는 걸까?많은 사람이 자신을 꼬집어 볼 수밖에 없었다. 분명 꿈을 꾸고 있다! 그래야만 한다!은아도 충격을 받았다. 맨 처음 그녀의 걱정이 큰 충격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백범은 설 씨 집안 사람들의 태도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는 무릎 꿇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걸 다 해봤다. 그리고 백범은 속삭였다. “도련님인지 몰랐습니다. 도련님인 걸 알았으면 절대 오지 않았을 거예요. 제발… 화내지 마세요…”“그만.” 하현은 미간을 찡그리며 차갑게 말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이런 사소한 문제 때문에 오기나 하고. 왜 이렇게 밑바닥으로 떨어진 거야?”“그건 이 개자식이 제가 주식 투자하는데 도와줬기 때문이에요…” 백범은 감히 하현에게서 이 사실을 숨기지 못했다.하현은 고개를 저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얘는 지금 파산했어. 뭐,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알겠지.”말을 끝마치자 하현은 뒤돌아서 갔다. 백범은 미동도 없었다. 하현은 그에게 조금 실망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젠장!백범의 얼굴은 창백해져 이 비즈니스 거물은 겁에 질렸다.다른 이들은 하현이 누군지 몰랐지만, 그들은 백범이 청소년 시절부터 강남 곳곳에 병력을 배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백범이 자신의 분야에서는 꽤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하현 앞에서는 한낱 하인인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만약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백범은 오래전에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도련님은 평소에 헛소리를 지껄이는 걸 좋아하지 않으셔. 도련님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다면 매우 화나셨다는 뜻이야…’“죽을 때까지 패버려!” 백범은 날카롭게 말했다.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나저나 도련님께서 이 사람이 파산했다고 하는데,
백범은 이준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왜 얘들한테 널 패라고 한 건지 모르겠어? 하현 씨가 누군지 몰라? 어딜 감히 저분을 불쾌하게 해?”“쟤는… 쟤는 설 씨 집안의 쓸모없는 데릴사위 아니에요?”이 순간, 이준은 무척 후회해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자신이 부른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팼는데, 이게 다 이 개자식 하현 때문이었다. 이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데릴사위?” 백범은 비웃었다. 백범이 하현의 정체를 밝히려고 하던 그때, 그는 하현이 자신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백범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며 욕했다. “너한테 물어볼게, 너 파산했어? 그럼 내가 준 60억이 증발했다는 거야?”설 씨 집안은 감히 백범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 시각 모두가, 특히 설 씨 어르신이 충격을 받았다. 백범의 말을 듣자 어르신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몇 걸음 나와 말했다. “백범아… 방금 강 부장이 파산했다고 한 게냐? 사실이야?”설 씨 어르신 같은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 앞에서만 공격적으로 행동할 엄두가 있었다. 그는 백범 같은 사람 앞에서 무례하게 굴 용기가 없었다. 지금 어르신이 이런 질문을 했다는 거 자체가 꽤 괜찮았다.백범은 눈동자를 굴렸다. 이 멍청한 노인은 정말로 도련님의 정체를 몰랐다. 도련님께서 이미 이준이 파산했다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가짜이겠나?그러나 백범은 지금 하현의 정체를 밝히는 게 두려웠다. 대신, 그는 이준의 목덜미를 잡아 차갑게 말했다. “네가 직접 말해. 거짓말하다 들키면, 네가 말한 한 글자 한 글자대로 네 손가락을 잘라버릴 테니까!”“말… 말… 말할게요…” 이준은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다. “백범이 형, 저는 정말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저에게 돈이 없지만, 제가 반드시 돈을 갚을게요, 반드시…”“알았어, 네가 직접 말해. 사흘 줄게. 그때까지 60억을 안 내놓으면 네 손모가지 하나가 잘려 나갈 줄 알아!” 백범은 비웃었다. 그리고 그는 날카롭게 소리치기
하현 일행이 집복당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는 이미 십여 대의 관용차가 서 있었다.이 차들은 경찰서 소속인 것도 있었고 주택건설부 소속인 것도 있었고 동사무소 소속인 것도 있었다.말하자면 정부 차원의 합동 집행부가 다 모인 것이다.수십 명의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집복당을 둘러싸고 저마다 삿대질을 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채굴기를 몰고 와서 위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대머리 남자였고 한 사람은 키가 좀 크고 다른 한 사람은 좀 뚱뚱했다.키가 큰 사람은 주택건설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새겨진 명패에는 이홍파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뚱뚱한 사람은 경찰서의 황택호 형사였다.두 사람은 관청 동기로 알려져 있으며 항상 함께 출동해 각종 불법 건축물과 불법 매장을 소탕했다.오늘 그들의 목표는 바로 집복당이었다.고명원은 앞에 나서진 않았지만 부하들을 시켜 집복당 문을 막도록 하여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합동 단속반은 기세가 등등해서 뭐라도 하나 걸리기만 한다면 내부 인테리어 전부를 깡그리 부술 태세였다.이렇게 되면 일이 더 커진다.고명원은 연합 단속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오직 하현의 집복당이 잘못되어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게 될까 그것이 두려웠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왕인걸도 와 있었다.그는 집복당에 와서 아첨이라도 좀 해 볼까 했는데 마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왕인걸과 고명원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얼른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박하가 합동 단속반에서 나온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이거 이홍파 팀장님과 황택호 형사님 아닙니까?”“무슨 바람이 불어서 두 분이 함께 우리 집복당엘 다 오셨습니까?”“이 누추한 곳에 두 분이 자리를 빛내주시니 영광입니다.”말을 하면서 나박하
”전부?”이 말을 듣고 강우금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꼴에 자기가 재벌 2세인 줄 아나?”“정말 요즘 사람들은 자기 분수를 너무 몰라!”“전부는 고사하고 그의 전 재산을 다 부어도 소남가인 옷 한 벌 못 살 거야. 아니, 양말 한 켤레라도 산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금정의 스타트업 사장이나 재벌 2세들도 소남가인 브랜드의 옷을 함부로 사지 못한다.그런데 한낱 한량에 불가한 하현이 돈이 어디 있어서 저런 비싼 옷을 산단 말인가?매장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려고 시선을 집중했다.소남가인 직원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살짝 망설였지만 결국 황보정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곧 황보정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모두 골랐다.수십 개의 옷 가방들이 순식간에 매장에 늘어섰다.이게 다 얼마인가?몇십억은 되어 보였다!“삑!”하현은 별일 아닌 듯 단번에 카드를 긁었다.그러자 승인되었다는 소리가 나면서 영수증이 좌르륵 쏟아져 나왔다.“어머?!”순간 소남가인 매장 안팎에선 수군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손님들은 하현을 쳐다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황보정에게는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들이 쏟아졌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하현이 저 많은 옷을 한 번에 결제하다니!그야말로 거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럴 수 없어! 절대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강우금과 그녀의 매장 직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녀들을 단번에 쓰러뜨렸다.그들은 도저히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그들은 입만 열면 하현을 비난하는 말을 퍼부었다.노점상에나 가서 옷을 사라고 쫓아냈다.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들의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역시 가장 난처해하는 사람은 강우금이었다.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강우금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옷도 안 사고 민폐만 끼치다니!덜떨어진 저런 사람이 이런 가게를 드나들 수는 없다!정말 재수없어!황보정은 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강우금, 당신 같은 점장이 어디 있어요?”“정말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우할 거예요?”“우리가 정말로 못 살 거라고 생각해요?”“이런 식으로?”강우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보정,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내가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난 금정 쇼핑몰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사람이에요! 연봉이 일억이 넘는다고요!”“흥! 그런데 당신은 뭐죠? 하얗게 세탁한 싸구려 티셔츠 한 장 입고 와서 무슨 부자 행세를 하고 그래요?”“그리고 정말로 옷을 사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사세요! 여긴 당신이 살 수 있는 옷이 없어요!”말을 하면서 강우금은 바깥을 가리키며 냉소를 흘렸다.“1킬로미터 정도 나가면 많은 노점상들이 있을 거예요!”“거기 가면 한 벌에 몇 천 원짜리가 널렸을 거라고요!”“그래도 당신이 우리 가게에서 옷을 사고 싶다면 내가 특별히 기회를 주겠어요. 당신이 그래도 집복당 아가씨니만큼 이월된 재고 상품들 중 쓸 만한 것을 권해 줄 수는 있어요.”“하지만 문제는 살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이월 상품이라고 해도 값이란 게 있는 건데 당신이 살 수 있겠어요?”하현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을 뿌리치며 물건을 카운터에 올렸다.그리고 나서 황보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른 데 가서 사자고!”황보정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바로 하현을 따라 가게를 나섰다.강우금은 이 광경을 보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직원들을 불렀다.“그들이 만진 물건들과 지나간 자리 얼른 소독하고 방향제 뿌려!”“저런 싸구려 인간들이 우리 가게를 더렵히게 놔두면 안 되지!”“뭐라고?”“다른 가게에 가서 산다고? 흥! 아무리 둘러
강우금의 말을 듣고 갑자기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찾은 듯 주변에서 쇼핑하던 사람들이 하현에게 눈을 힐끔거렸다.남자가 돈을 벌어서 가족들 부양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잣집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다니?!정말 염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남자야!“강우금?”황보정은 순간 누군가가 하현을 조롱하는 소리를 듣고 낯빛을 흐리며 말했다.“우리는 여기 옷을 사러 온 것이지 당신의 비아냥 따위를 들으러 온 게 아니에요!”“이런 식으로 손님을 대한다면 당장 당신 회사에 불만을 제기할 거예요!”황보정에게 있어 자신이 모욕당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하현이 모욕당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불만을 제기한다고요?” 강우금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들썩였다.“황보정, 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내가 금정 쇼핑몰에서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점장이라는 걸 몰라서 그래요?”“불만을 제기한다고요? 그게 무슨 소용이라도 있을 것 같아요?”“문제가 뭔지 알아요? 여자한테 빌붙어서 사는 이런 남자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흥! 당신이 어떻게 불만을 제기하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볼게요!”“난 당신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아마 당신이 이 사실을 안다면 나한테 불만을 제기하기는커녕 잘했다고 상이라도 줄 거예요!”“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집복당은 이제 한물간 거 아니에요? 내 앞에서 이럴 자격이나 돼요?”“이 옷, 정말 살 수 있어요?”이를 듣던 몇몇 손님들은 더욱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황보정 일행을 쳐다보았다.그녀들은 하현이 여자한테 빌붙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몰락해 가는 집안의 여자의 고혈을 쪽쪽 빨아먹고 있을 줄은 몰랐다.아마 오늘 그의 작전은 십중팔구 실패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은 강우금 같은 여자와 쓸데없는 입씨름을 하며 기분 상하기 싫어서 황보정의 손을 붙잡고 그녀가 마음에 들어 했던 옷을 집어 냉랭하게 말했다.“이 옷으로 합시다. 다른 건 나중에 사죠.”강우금은 하현의 손에
”손님, 아무렇게나 만지면 안 됩니다. 이 옷은 너무 비싸서 더러워지면 팔 수가 없거든요!”황보정이 옷을 꺼내 보려고 손을 뻗었을 때 점장으로 보이는 거만한 여자가 하이힐을 앞세우며 다가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황보정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정신을 번쩍 차리며 말했다.“아, 죄송합니다. 저 옷 사고 싶은데 좀 꺼내 봐 주세요.”“꺼내 봐 달라고요?”점장은 황보정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깨끗하게 세탁한 셔츠에 눈길을 모으며 말했다.“정말 살 수 있어요? 꺼내 봐 달라고요?!”“그게 무슨 말이에요?”“우리 황보정이 집복당 손녀인 걸 몰라요?!”황보정 곁에서 가방을 들고 있던 나박하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버럭 했다.“집복당 손녀?”점장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얼굴 가득 미소를 떠올렸다.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했던가!비록 집복당 명성이 예전만 못했지만 점장은 함부로 황보정을 건드릴 용기는 없었다.점장의 목소리를 듣고 하현은 약간 귀에 익다는 생각이 들어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다.그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진홍민의 절친 중 한 명인 게 분명했다.예전에 진홍헌이 대대적으로 고백했을 때도 이 여자는 현장에 있었다.하현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의 가슴에 ‘강우금’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하지만 이 여자는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을 눈치채고 하현도 더는 쓸데없는 말씨름을 하기 싫어 아예 입을 다물었다.“손님, 어떤 색이 마음에 드시는데요?”“우리 매장에는 다양한 색상들이 있어서 선택할 수 있어요.”강우금은 미소를 지으며 한껏 판매에 열을 올렸다.황보정은 강우금의 말을 듣고 돌아서서 하현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하현, 여기 와서 좀 봐줘요. 어떤 색이 더 예쁜지.”“예?”“하현?!”강우금은 그제야 하현을 알아보았고 처음에는 살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냉소 가득한 얼굴을 보였다.비록 그날 하현이 진홍헌의 청혼식에서 크게 한판 벌였지만 나중에
황보정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현은 앞에 놓인 다과를 말끔하게 먹은 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 일은 이렇게 잘 마무리되었으니 나중에 쇼핑몰에 가서 옷이나 몇 벌 사자고!”“앞으로 내 대변인이 될 사람이니 말끔하게 보여야지.”“우리가 하려는 프로젝트는 대단히 수준 높은 프로젝트거든. 당신이 앞으로 접촉할 사람들은 모두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거나 하니까 절대 무시당하지 않도록 준비를 단단히 해야지!”하현은 오늘의 이 결정을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내린 것이 아니었다.현재 임단은 이미 금정 화원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 인수 일을 착수했다.비록 세간에서는 임단이 머리가 나쁘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하현은 금정 화원의 유적지가 발굴되는 순간 프로젝트 전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라는 걸 확신했다.이러한 전제하에 황보정이 자신의 대변인이 되어 일하겠다는데 멋진 옷 몇 벌 사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황보정이 비록 풍수사로서 인정은 받았지만 방값이 꽤나 비쌌고 수입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이전에 저축해 두었던 돈은 의사를 구하는 데 거의 써 버렸기 때문에 정말로 수중에 남은 돈이 얼마 되지 않았다.황보정은 한참 예쁘게 꾸밀 나이였지만 제대로 된 번듯한 옷도 몇 벌 없었다.하현은 이 기회를 빌어 황보정에게 옷도 몇 벌 장만해 주고 살아갈 발판도 마련해 주고 싶었다.황보정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나지막이 말했다.“하현, 아직 입을 만한 옷이 있어요. 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왜? 안 사게?”옆에 있던 나박하는 차를 마시며 껄껄 웃었다.“하현이 옷을 사 준다고 하잖아!”“우리가 말끔하게 차려입지 않으면 하현의 체면이 깎여!”“이제 하현은 금정 제일의 풍수지리사로 불리게 되었어!”“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너무 허름하게 입으면 손님들이 우리 대사님의 실력을 의심할 거야!”“그러니 사양하지 마. 잠시 후에 우
다음날 아침 일찍 하현은 방을 나섰다.설은아의 방문을 지나칠 때 그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두 사람이 또다시 다투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거실에 와 보니 최희정은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하현이 지나가자 그녀는 눈을 흘기며 슬쩍 곁눈질할 뿐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미간에는 그를 향한 마뜩잖은 기색이 가득했다.최희정은 어젯밤 설은아와 하현의 말다툼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그의 뻔뻔함과 노여움을 눈빛으로 드러낸 것이다.하현도 최희정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문을 나서려는 순간 최희정이 우다금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소리를 들었다.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최희정이 우다금과 연락을 하고 있다고?지난번 저지른 일로 우다금은 따끔하게 혼이 나야 했었다.하지만 그다지 큰일이 아니라서 하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차를 타고 집복당으로 갔다.“하현, 아침은 먹었어요?”집복당 입구에 도착해 보니 언제 일어났는지 벌써 황보정이 나와 있었다.그녀의 눈은 이미 완전히 회복되었고 이제는 집복당 일을 하기 시작했다.하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황보정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다과를 좀 만들었는데 한번 먹어 볼래요?”황보정은 오늘 짧은 잔꽃 무늬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고운 자태였고 걸을 때 슬쩍슬쩍 보이는 하얀 다리는 눈부시게 빛났다.특히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하현은 싱그러운 젊은의 기운을 물씬 느꼈다.아찔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그가 말했다.“그럼 감사히 먹어 볼게.”“감사할 사람은 나예요. 내 눈을 낫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몸도 정상으로 돌려놓았잖아요!”황보정은 동작이 재빨랐다.“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내가 남들 관상을 봐주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세요. 내가 박명해서 다른 사람들의 관상을 계속 봐준다면 결국 내가 천기를 누설할 거라고 하셨어요.”“이번엔 다행히 당신을 만나서 살았지만 다
”풍수?”“하 대사?”“풍수관?”설은아는 명함을 움켜쥐고 노기 어린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제대로 된 일을 하지는 않고 강호의 사기꾼이 되겠다는 거야?”“내가 당신을 이렇게나 오래 알고 지냈는데 당신이 풍수지리술을 안다는 걸 어떻게 몰랐을까?”“풍수를 보는 일이 얼마나 진지하고 엄숙한 일인지 알아?”“몇 마디 말로 사람들을 속이며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야!”“자칫 잘못하다간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기도 하는 거야! 알기나 해?”하현의 명함에 적힌 직함을 보면서 설은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집복당, 아홉 대째 내려오는 대단한 실력, 주역 대사...하현은 자신의 본업에는 조금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남원이나, 무성, 대구에서는 하현이 정말로 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금정에 와서 하현과 간민효가 친밀하게 지내더니 지금 눈앞에 내놓은 명함이라는 것을 보고 설은아는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이전에 하현이 보여준 모든 것은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닐까?지난 모든 것은 하현이 설 씨 가문을 설득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허상 같은 것이었다!그리고 이 허상을 만든 장본인은 하현이 밖에서 만나고 있는 간민효임이 틀림없다!금정 간 씨 가문의 간민효는 이 모든 것을 해낼 능력이 있는 여자이다.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이 그것들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증거들이다!분노한 설은아를 보며 하현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우선,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볼 필요가 없어.”“난 당신한테 말할 수 있어. 나와 간민효는 금정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알게 되었어.”“과거의 모든 일은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어.”“둘째, 그녀와 난 그저 평범한 친구일 뿐이야. 당신한테 하나하나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 함께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어.”“셋째, 내가 풍수관을 연 것은 나름의 목적이 있어서야. 내가 개업을 할 수 있다는 건 나 스스로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있다는 걸 의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간민효랑 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설은아의 두 눈에 찬서리가 내려앉았다.“그럼 내가 김탁우랑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그거랑 이거랑은 달라.”설은아의 말을 듣자마자 하현이 되받아쳤다.“뭐가 달라?”설은아도 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긴장감을 올렸다.“김탁우가 이 사진을 주었을 때 우리 부부간의 감정을 해칠 수 있다며 약간 망설였었어.”“하지만 지금 보니 이 사진들이 아니었어도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 훼손될 감정도 없는 것 같아!”“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 둘 게 있어!”“내 차는 정비한다고 당신 비서 이시운이 가져갔어.”“그래서 일이 끝난 후 김탁우가 마침 가는 길에 날 데려다준 것뿐이야!”“나와 그 사람은 결백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누구와는 정말 다르지!”하현은 설은아의 말에 다소 화가 치밀어 올라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난 당신을 믿어. 하지만 김탁우는 믿지 않아.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설마 당신이 그것을 눈치 못 챌 리가 없을 텐데?”“하현, 함부로 말하지 마! 김탁우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설은아는 얼굴 가득 노기를 띠며 말했다.“내가 이 사진들을 당신 앞에 내놓은 것은 적어도 당신이 조금이라도 반성하길 바래서였어!”“앞으로 이 들개 같은 여자랑 엮이지 말라고 말이야!”“하지만 당신은 결국 나의 호의는 전혀 헤아리지도 못하고 이런 무의미한 질투까지 하고 있어!”“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우리의 재혼에 대해 엄마한테 잘 말할 수 있는지 그런 거나 궁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들이 조건을 내걸었잖아?”“당신을 대구 정 씨 가문 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그래서 나도 그쪽으로 노력하고 있어...”“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