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씨, 이거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방금 확인해봤어요. 당신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지 못한대요.”이때, 설 씨 어르신이 전화를 끊고 걸어갔다. 그는 손을 흔들며 이준의 얼굴에 차갑게 수표를 던졌다.설 씨 어르신은 처음에 자신이 백억 원가량 운전자본을 손에 넣은 줄 알았다. 뜻밖에도, 백범의 말이 그를 방금 깨우쳤다. 어르신은 재빨리 다른 사람에게 이 일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그제야 그는 사실을 알았다.설 씨 어르신은 인생에서 자기 체면을 제일 중요시해서 그는 이제 이준이 너무 미웠다. 어르신의 선택인 이준이 파산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이준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마지못해 미소를 지었다. “설 씨 어르신, 잊지 마세요. 저는 아직 하엔 그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파산했다고 해도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이준이 그 말을 하자 설 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이준이 그를 협박하고 있었다!강남의 상위권 집안인 하 씨 집안이 하엔 그룹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류 집안들도 그들을 감히 자극하지 못했다. 일반인보다도 그들의 개가 더 공격적이었다.이런 강력한 집안이 이준을 지원하고 있으니 그가 다시 일어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설 씨 어르신은 이준이 하엔 그룹에서 쫓겨난 줄 몰랐다. 안 그랬으면 어르신은 이준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그렇다면, 백억 원이 내 손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제야 너의 청혼을 다시 고려해보겠다.” 설 씨 어르신은 깊은 눈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떠났다.“쳇, 알고 보니 거지면서, 감히 우리 앞에서 연기를 해!”“어쩐지 백범이 저 사람을 찾아왔다고 했네. 나도 가지고 놀고 싶었는데.”“뭐, 따지고 보면 여전히 하 씨 집안의 개인 셈이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겠어.”그를 이준 씨라고 부르던 설 씨 집안 사람들이 이제는 그를 조롱하고 비웃는 걸 보니
희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는 하현에게 달려가 그를 꾸짖었다. “들었어? 얼른 인질이 돼. 너 같은 쓰레기가 인질을 하지 않으면 쓸모없어. 너는 3년 동안 설 씨 집안에 있었고 우리는 너에게 음식을 주고 너를 친절하게 대했어. 근데 지금 우리를 너랑 같이 끌어내리고 있잖아. 그래도 인질이 되지 않겠다면 너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하현은 차가워 보였지만, 은아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그의 마음은 약해졌다. 누가 그렇게 막막하게 그녀와 사랑에 빠지라고 했나?“알았어요!” 하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희정을 무시했다. 그는 이준을 향해 걸어가 작게 말했다. “강이준, 내가 네 인질이 될게, 내 아내는 놓아줘.”은아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하현을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안 돼, 오지 마…”“걱정하지 마, 너는 내 아내이고, 내가 널 지킬 거야.” 하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준에게 걸어갔다. 그는 이준이 자신의 목에 칼을 대게 했다. “이제 은아를 놓아줘도 되겠지?”은아는 자신의 두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인 것을 느꼈다. 비록 이 남자는 대단한 재력과 권력이 없고 쓸모없었지만, 그는 그녀 대신 인질을 자처했다.“은아야, 괜찮아?” 희정은 냉큼 달려왔다. 그녀는 긴장한 채 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엄마,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하현이…” 은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인질로 붙잡혀있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더니 걱정스러워졌다.희정은 그쪽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 “쟤한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이준이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봐, 그럼 쟤는 괜찮을 거야. 너는 그냥 빠져있어.”“엄마, 그렇지만…”“괜찮아. 쟤는 우리 집안 데릴사위야. 지금까지 3년 동안 키워주지 않았니? 왜 아직도 쟤를 신경 쓰는 거야?” 희정은 차갑게 말했다.“그래, 가자!” 유아도 은아를 말렸다. 유아는 은아가 충동적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무서웠다.
“왜?” 이준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는 오늘 밤 전화가 와 아무 이유 없이 그가 파산했다고 전해졌다. 이준도 이유를 알고 싶었다.하현은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어떤 번호로 다시 전화를 했다. 슬기는 아까 이미 하현에게 전화번호를 보내주었다.전화는 얼른 연결이 되었고, 전화 건너에서 슬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표님, 지시에 따라 이미 강이준을 해고했습니다. 동시에, 그가 횡령한 회사 프로젝트 자금을 변호사들이 조사하게 했습니다.”"슬… 슬기 씨…”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이준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순간 어지러움을 느껴 시야가 흐릿해졌다.이준의 손에 있던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 당신같이 쓸모없는 사람이 어떻게 신임 대표야? 이건 불가능해! 불가능하다고!”“불가능한 일이야! 하 씨 집안 젊은 세대는 다 유명해. 당신이 그럴 리가…” 이준은 끊임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지금 미칠 지경이었다. 이준은 이미 이 사실을 예상했지만, 그는 믿기를 거부했다. 자신이 깔보던 쓰레기가 마치 개미를 으스러뜨리는 것처럼 손쉽게 그를 망가뜨릴 수 있었다.“제발, 제발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면 안 돼? 내가 죽기를 바란다고 해도,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나를 무덤으로 보내지 말아줘.” 이준은 멘탈이 무너져 울려고 했다.“전에 하 씨 집안에 후계자가 있었던 거 몰라?” 하현은 침착하게 말했다.“당신은… 도련님…” 이준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는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도련님, 제발 저를 용서해주세요. 도련님을 알아보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저를 봐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봐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도련님의 아내분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도련님 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제발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일 내가 해를 못 보게 한다고 하지 않았어?”“도련님, 도련님, 제가 박쥐처럼 눈이 멀었
“생각보다 쉽진 않을 거예요…” 동수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만약 그렇게 쉬웠다면 이준에 관한 그런 생각들을 애초에 하지 않았을 것이다.설 씨 어르신이 테이블을 가볍게 탁 쳤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이만큼의 자금을 마련해오는 자는 쇼핑몰 건설 프로젝트의 팀장이 될 것이다!”쇼핑몰 프로젝트는 현재 설 씨 집안의 가장 거대하고 중요한 프로젝트이다.그 프로젝트의 팀장 자리를 맡게 된 자는 설 씨 집안의 뒤를 이어 설 씨 일가의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설 씨 어르신께서 그 말을 한 순간, 많은 사람이 이상해 보였다.하지만 모두가 하엔 그룹과 관계를 맺기에는 너무 어려웠다.“할아버지.” 민혁이 느닷없이 일어섰다. “최근에 제가 하엔 그룹에 미녀 한 분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이 거기 부장님이세요. 그분이 회사 내에서도 위치가 꽤 높은 듯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분 말을 따르더라고요. 제가 한번 여쭤봐서 이야기해볼게요.”설 씨 어르신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 사람은 일개 부장이야.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 말을 들어?”“할아버지, 부장은 당연히 그럴 능력이 없죠. 근데 그분이 조만간 사장으로 승진한다고 들었어요. 그럼 회사 내에서 두 번째로 권위 있는 위치에 자리하게 될 거예요. 그런 분이면 충분히 다른 사람들이 따르게 되겠죠.”민혁은 희미하게 웃었다. 지금 설 씨 집안의 상황이 꽤 복잡했다. 민혁은 이 틈을 타 집안 내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했다. 그러면 그는 향후에 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동수는 그의 아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안 했다. 만약 자신의 아들이 그 거대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그의 가족은 설 씨 어르신에게 조금 더 예쁨 받을 수 있다.다른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자, 민혁은 기쁘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는 심지어 스피커 모드로 전환했다.“여보세요!” 전화 건너의 사람은 꽤 불안해하는 듯 들렸지만 목소리는 상당히 상냥했다.
“네, 그냥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왜 갑자기 전화했는지 모르겠어요.” 겨울은 손으로 핸드폰을 가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하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꺼지라고 전해.”“네!” 겨울은 핸드폰을 들고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차갑게 외쳤다. “우리 대표님께서 당신보고 꺼지래요!”그러고 나서 겨울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민혁 씨는 정말로 어리석어!’***전화 건너의 민혁은 처음에 의기양양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순식간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잠시 후, 그는 거의 벌떡 일어설 뻔했다. “젠장! 일개 부장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건방지게 굴다니!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어떻게 나보고 꺼지라고 할 수 있어? 어떻게 우리 설 씨 집안을 이렇게 무시해!”설 씨 집안 사람들은 체념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방금 민혁은 똑똑히 듣지 않았는가?”‘너한테 꺼지라고 한 사람이 대표님이라고 했잖아.’“할아버지, 하엔 그룹은 지나치게 선을 넘었어요!” 민혁은 이를 악물었다. “어쩜 이리 뻔뻔하게 우리 설 씨 집안에 이런 취급을 해요. 누가 봐도 우리를 무시하고 있어요. 누가 가서…”“닥쳐!” 민혁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설 씨 어르신이 그의 말을 바로 끊었다. “헛소리 지껄이지 마. 하엔 그룹 신임 대표가 20대 초반이라는 말을 들었어. 그 대표는 꽤 젊지만 능력 있어. 그러니까 대표가 좀 건방져도 정상이야.”“내가 생각을 해봤어. 대표가 이전의 투자 안건들을 전부 철회하고 1조 원을 추가했으니, 분명 높은 수준의 뛰어난 프로젝트들에 관심을 가진 거야. 이건 어때? 우리 중에서 누가 설씨 집안을 대표해서 신임 대표를 만나 시도를 한번 해볼 텐가?”‘네?’그들은 서로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았다. ‘방금 겨울 씨가 전화 건너로 한 말을 설 씨 어르신께서도 듣지 않으셨나? 그녀는 대표님이 민혁에게 꺼지라고 한 말을 똑똑히 전했다.‘이렇게 가서 투자금을 구걸한다면, 그냥 가서 망신만 당하고 오는 거 아닌가?’설 씨
설 씨 어르신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래 아이 중에서는 민혁을 제일 아꼈으니, 어르신은 그 말을 듣자 은아를 향해 뒤돌아보았다. 이어서 어르신은 말했다. “은아야, 한번 가봐. 시간을 고를 필요도 없어. 지금같이 좋은 때는 없어. 그냥 내일 가서 하엔 그룹이랑 사업 거래 협상을 해봐. 반드시 성공해야 해. 어떠한 실패도 용납하지 않아!”“할아버지, 제 생각에는…” 은아는 언짢았다. 하엔 그룹에 혼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에 가서 그 기업과 거래 협상을 하라니. 마치 본인들이 굴욕을 당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나?설 씨 어르신은 은아에게 더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윽고 어르신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결정됐어. 너는 맡은 임무만 잘 완수하면 돼, 핑계를 찾지만 말고!”그 후, 현장에 있던 설 씨 집안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조아리며 일어섰다. 그들은 운이 좋았다고 느꼈다. 그것은 분명 불행한 임무였다. 그 임무에 뽑힌 사람은 실로 운이 없었다.집에 도착했을 때, 희정의 표정은 매우 나빴다. 그녀의 가족은 설 씨 어르신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가 그들에게 주어졌다. 그들은 상당한 무력감에 빠졌다.쾅 소리가 났다. 희정은 컵을 던져 부시더니 곧장 야단을 쳤다. “그 쓸모없는 하현! 빨리 들어와서 이 난장판을 정리하고 밥이나 하라고 하지 그래? 나보고 굶어 죽으라는 거야 뭐야?”은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잊으셨어요? 그이는 저 대신 인질이 되었어요. 아직 집에 안 왔어요.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어요…”희정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걔한테 퍽이나 무슨 일이 생겼겠다. 밤새 밖에서 싸돌아다니고 집에도 안 와. 원래 걔랑 이혼할 핑계가 없었는데. 이제 무슨 일이든 꼭 그래야만 할 거야. 이런 쓰잘머리 없는 놈! 그 놈이 우리 집 데릴사위가 되고 나서부터 우리 집에는 좋은 일이 있었던 적이 없어!”은아는 하현이 살짝
SL 빌라의 오후.설 씨 집안 사람들은 또다시 모였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서로를 무력하게 바라보았다.조금 전에 그들은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그들은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달려와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하엔 그룹이 투자에 동의했다는 소식뿐만 아니라, 하엔 그룹이 직접 투자금을 늘렸다는 소식까지 들었다.이 전날 밤 하엔 그룹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들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거의 모든 이가 그 얘기를 똑똑히 들었다. 사람들은 이 임무가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지금 은아가 그걸 완수했다. 왜?은아는 설 씨 집안 셋째 아들의 딸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크게 예쁨 받지 못했다. 게다가 은아의 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봤다. 설 씨들은 곧 그녀와 연을 끊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은아는 지금 계약을 따내었다. 그럼 그녀도 예쁨 받는 것인가? 은아도 드디어 꽃길을 걷는 건가?민혁이야말로 지금 이 상황이 제일 믿기지 않았다. 만약 은아가 성공했다면, 그건 민혁이 쓸모없었다는 뜻이다.“누나, 마음대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하엔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했다니요. 심지어 누나는 600억 원의 투자금을 마련했다고 주장했어요. 여기서 누굴 속이려는 거예요? 분명 하엔 그룹 대표를 만나지도 못했을 거예요. 내 말이 맞죠?” 민혁은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맞아. 대표님을 만나지 못했어.”은아는 그걸 숨길 의도가 없었다. 그녀는 분명 그날 오후에 대표님을 만나지 못했다. 은아를 대접한 건 슬기였다.하지만 은아가 말을 마치자, 설 씨 집안 사람 모두가 서로를 화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들은 식사하지도 못했는데, 억지로 가서 은아의 헛소리를 들어야 했다.“은아야, 너무 갔다! 네 쓸모없는 남편은 자기가 대표라고 하더니. 그 자식한테 배워서 가짜 계약서나 만들고 우리한테 거짓말을 하다니!”“우리가 바보인 줄 알아? 어딜 감히 가짜 계약서를 꺼내!”“너는 이혼을 안 하는 게 낫겠다. 그냥 짐 싸서 네 데릴남편이랑 꺼져!”그 순간, 모
이때, 상석에 앉아있던 설 씨 어르신이 계약서를 다 읽었다. 어르신은 돋보기를 꺼내 도장을 자세히 관찰했다. 잠시 후, 그는 말했다. “그만해. 이 계약서는 진짜가 맞아. 그런데 민혁이 한 말은 맞아. 이 계약서는 급조한 게 아닌 듯 해. 어제 작성한 것 같아.”“물론 그곳에 갔다 온 사람은 은아니까 은아의 공도 있어. 하지만 어제 민혁이는 설 씨들을 위해 수모를 견뎠어. 민혁이의 공이 더 커."이 말을 들으며, 민혁은 오만한 자세로 은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민혁은 설 씨 어르신에게 고개 숙이며 말했다. "할아버지, 설 씨 집안의 일원으로써, 저는 SL 그룹을 위해 온갖 시련을 다 겪을 자신 있습니다. 그깟 굴욕 좀 당하면 어때요? SL 그룹이 돈을 벌기 위해 제가 맞아야 한다면, 저는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습니다!""할아버지, 신임 대표가 SL 그룹이 소유한 상업용 토지의 가치를 알아서 우리에게 이런 어마어마한 자금을 주는 것 같아요. 성의의 표시로 가능한 빨리 계약서에 서명하고 내일 전달해줘야겠어요.""제가 이 일을 맡을게요. 내일 안전하게 계약서를 하엔 그룹 대표에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으로 대표님을 초대하겠습니다!"민혁은 마치 그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듯했다. 이제 계약서를 손에 넣었으니, 신임 대표가 설 씨 집안을 높게 사는 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민혁은 그런 사소한 일을 할 수 있었다.이 밖에도, 만약 자신이 계약서를 하엔 그룹에 전달해주면, 프로젝트 팀장은 본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은아의 공을 기억하겠나?"좋아! 너는 내 훌륭한 손자야!" 설 씨 어르신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으며, 민혁을 인정했다. "민혁아, 그럼 내일 우리가 널 하엔 그룹으로 데려다 줄게."은아는 실망한 듯한 눈치였다. 계약서를 집에 가지고 온 사람은 분명 은아였는데, 지금 민혁이 혼자 그 공을 차지하고 있었다.하엔 그룹은 계약서에 서명했고 도장을 찍었다. 확실히 그 다음 날에 거기로 간다면 민혁은 성공적일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신욱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듯 돼지처럼 부은 얼굴을 감싸고 불만을 터뜨렸다.“형님! 왜 절 때리세요?”“하 씨 저놈이 어떤 신분인데 이러시냐고요?”“그냥 외지 관광객이잖아요!”“대하에서 왔다고 해도 그게 뭐 어쨌다는 거예요? 내가 이런 사람을 한두 명 밟은 줄 아세요. 일 년에도 수천 명은 더 된다구요!”“그런데 어떻게 형님은 저놈 편을 들 수가 있어요?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이신욱은 분하고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는 자신의 비장의 카드 중 하나인 사촌 형님이 왜 이렇게 하현에게 쩔쩔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현이 아무리 대하에서 출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해도 페낭에 왔으면 페낭 토박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대하 사람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페낭에 와서도 날고 길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신욱의 눈에는 부문상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하현이 별로 두려운 존재 같아 보이지 않았다.이신욱이 누구인가?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도련님 아닌가!상속권이 없다고는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그러니 어찌 그가 외지 관광객을 두려워하겠는가?이런 일이 알려진다면 앞으로 이신욱은 어떻게 페낭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있겠는가?어떻게 남양에서 호기롭게 지낼 수가 있겠는가?하구봉은 연신 감탄에 마지않는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이 사람을 혼내주는 방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다고 여겨졌다.하구봉은 이번에 먼 길을 왔으니 페낭에서 자신의 역량을 꼭 뽐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결국 그가 손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고 하현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처리해 버렸다.이에 하구봉은 하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숭배에 가까운 마음을 품게 되었다.하구천은 하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구봉이 지금보다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출세를 하려면 하현 같은 사람을 따라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아직도 입을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적막감에 휩싸였다.그들은 온몸이 뻣뻣해졌고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눈앞의 광경은 그들이 아무리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이신욱은 정신이 혼미해졌다.마치 긴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하현은 부문상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신욱을 쳐다보았다.“이신욱, 당신 사촌 형님이 와도 당신을 도와줄 것 같지 않은데.”“당신 사촌 형님도 날 놀라게 할 순 없을 것 같은데, 어때?”“당신이 한 번 물어봐. 내가 함부로 굴지 말라고 했는데도 감히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말이야!”이신욱 일행은 하현에게 도저히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하지만 이 난국을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페낭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걸 이신욱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현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 사이를 닦으며 희미한 시선으로 부문상을 쳐다보았다.“당신들 두 사람은 천상 형제군. 당신은 양유훤을 넘보더니 당신 사촌 동생은 원가령을 넘보니 말이야.”“말해 봐. 내가 이미 당신을 혼쭐내 줬는데 당신 동생마저도 내가 혼쭐내 줘야 해?누구?원가령?부문상은 눈꺼풀을 벌떡 세웠다.그도 원가령이 양유훤의 절친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원가령을 건드려 볼까 생각도 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실제로 건드리진 않았다!그런데 이 재수 없는 사촌 동생이 원가령을 넘보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한테 걸려서 이 몹쓸 꼴을 당하다니?술병을 머리에 맞은 자신의 처참한 처지를 떠올렸고 하현에게 뺨을 맞고 온몸이 날아간 자신의 경호원들을 떠올렸다.부문상은 벌벌 떨다가 자신도 모르게 이신욱에게 소리쳤다.“야! 이신욱! 너 당장 꺼져! 당장 하현한테 사과하라고!”“당장 잘못을 인정하지 못해!”부문상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고
부문상은 이마에 난 상처가 저릿저릿하게 아파왔고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덜덜 떨렸다.“아니, 아니야. 내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그는 확실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하지만 이럴 때 불만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복수를 하더라도 기회를 잘 엿보아야 한다.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현과 싸운다면 바보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부문상은 순간 얼른 머리를 굴려 냉철하게 판단했다.“감히?”부문상이 ‘감히'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지금까지 부문상은 자신이 밟고 싶은 사람은 스스럼없이 밟았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갑자기 이렇게 찌그러져 버렸는지 사람들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은 불안함에 발을 동동 굴렸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꿈이 아닌가 의심되어 자신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이때 하현이 부문상에게 다가와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무릎 꿇어.”하현은 부문상을 봐줄 마음이 없는 게 분명했다.부문상은 오늘 양유훤을 건드리려 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오자마자 허세를 부리며 화풀이할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오늘 결국 호되게 당할 사람은 부문상 자신이었다.아마 일반 관광객이었다면 정말로 부문상에게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하현은 지금 이 자리에서 부문상의 체면 따위 봐줄 수가 없었다.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주기로 결심한 것이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누군가가 하현을 향해 그의 오만방자함을 꾸짖으려고 했을 때였다.갑자기 부문상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하현에게 무릎을 털썩 꿇는 것이 아닌가?부문상이 누구인가?절대로 누구에게도 손해를 보지 않는 사나이였다.그런데 하현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다니!부문상은 자신이 상대의 적수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목숨이라도 지키기 위해 못할 짓이 없었다.그러자 사람들은 마른
오늘 부문상은 천수만 회관에서 하현에게 무참히 깨졌다.자신의 경호원들도 하현에게 호되게 당했다.그래서 부문상은 하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원래 그는 며칠 후에 자신의 뒷배를 찾아가 고수 몇 명을 데리고 하현을 괴롭혀 주려고 생각했었다.그런 와중에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이렇게 하현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그런데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은 하현의 면전에서 마구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그러자 부문상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 하현...”부문상은 하현을 이름을 내뱉으며 온몸에 힘이 쭉 빠져서 하마터면 무릎을 털썩 꿇을 뻔했다.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아프고 멍했다.그의 경호원들도 하현을 보고 놀라서 감히 행동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자신의 든든한 뒷배가 하현을 손써 주기 전까지 부문상은 함부로 하현의 미움을 살 수가 없었다.“형님, 바로 이 사람이에요! 하현이라고 하는 작자라구요!”“내가 그의 자료를 찾아봤는데 대하에서 관광 온 관광객이었어요!”이신욱은 사나운 미소를 드러내며 하현을 가리켰다.“이 자식이 방금 내 뺨을 때리고 내 일을 망쳤어요!”이신욱은 이를 악물고 더욱 울그락불그락해진 얼굴로 부문상을 향해 고자질했다.부문상의 화를 한껏 끓어올려 자신을 대신해 하현을 혼내주길 바랐던 것이다.하현은 이를 듣고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이신욱이 말한 거 다 내가 한 거야. 그런데 부 사장, 무슨 불만 있어?”하현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예쁘장한 여자들은 대놓고 비아냥거렸다.이놈은 외지에서 온 주제에 너무 오만방자해!겁도 모르고 물러서는 법도 몰라!이런 자리에선 찍소리 않고 가만히 있어야 목숨이라도 보전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이신욱은 더욱 냉소를 지으며 하현을 가리켰다.“멍청이 같으니라구! 아직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큰소리야!”“내 사촌 형님이 화나길 바라는 거야?”“잘 들어. 내 사촌 형님이 화를 내면 넌
”마침 잘 오셨어요. 별 볼 일 없는 외지 관광객이 감히 우리 바닥에서 한껏 도발하고 날 때리기까지 했어요!”“곁에 있는 경호원만 믿고 아주 기고만장하게 굴고 있다구요!”“전화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라고 도발하질 않나 팔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협박을 하지 않나!”“내 사촌 형님이 부문상 사장님이고 그 뒤에는 페낭 무맹이 있다고 했어요.”이신욱은 부문상의 화를 돋우기 위해 말을 갖다 붙였다.부문상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하현을 죽여주길 바라며 온갖 애를 썼다.그가 부문상까지 부른 가장 큰 이유는 부문상의 뒷배가 페낭 무맹이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부문상의 부하들은 모두 싸움에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이다.이들은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하현이나 그의 경호원이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부문상의 부하들 앞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물건들일 거라 믿었다.그래서 이신욱은 하현에게 조금의 승산도 없다고 생각했다.이신욱이 데리고 온 여자들은 부문상을 보고는 눈빛이 뜨겁게 돌변했다!이런 거물이 오다니!하현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그들은 거만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는 이제 망했아!방금 이신욱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굴었으니 이제 슬퍼할 일만 남은 것이다!외지인 관광객은 처음부터 이신욱 앞에서 함부로 날뛰지 말았어야 했다!“그래?”사촌 동생의 말을 들은 부문상의 눈에 한기가 가득했다.그는 오늘 하현에게 호되게 당해서 분노를 발산할 곳을 찾으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덩굴째 굴러오다니 누가 되었든 끝까지 짓밟아 버릴 것이다.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관광객 주제에 내 사촌 동생을 괴롭혔다고?”“페낭에 얼마나 많은 호랑이들이 포진하고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지?”“그런 것도 모르고 감히 너한테 손을 써?”“살기가 싫은 모양이군! 허!”“페낭 사람들이 어떻게 사람 됨됨이를 만들어 주
하현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신욱, 당신이 나한테 어떤 기회를 주려는지 모르겠군.”이신욱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잘못을 빌어. 그리고 당신의 손과 발을 부러뜨려.”“아까 그 두 여자들을 내 침대로 데려다 놔. 3일 동안 꼬박 내 시중을 들어야 할 거야!”“아주 즐겁게 보내게 해 주지!”하현은 눈을 흘기며 차갑게 말했다.“지금 난 결정했어. 당신의 사지를 없애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하기로.”“하현, 분수를 좀 알고 설쳐야지!”이신욱은 오백 명 앞에서 감히 자신의 체면을 깎는 발언을 일삼는 하현이 죽도록 미웠다.“내 앞에서 함부로 날뛰지 마. 그렇지 않으면 예수님이 와도 당신을 구할 수 없을 거야! 내 말 명심해!”“당신 옆에 있는 그놈이 날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단방에 죽여버릴 테니까!”하구봉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매서운 눈초리로 주위를 보았다.이신욱의 말대로 확실히 해변에는 오백 명의 사람들이 하현 일행을 에워싸고 있었다.모두들 당장이라도 자신과 하현에게 달려들어 짓밟으려고 기세등등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저 정도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주위를 훑어보았다.“이신욱, 당신 팔다리 사지는 지켜낼 수 없겠는데.”“이 개자식이!”이신욱은 화가 나서 관자놀이가 불뚝 솟아올랐다.“하현! 당신이 뭐 잘나서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거야?!”“똑똑히 들어. 내 기분을 상하게 한 결말이 어떤 것인지 곧 알게 될 거야!”“결말?”하현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아까 보니까 당신은 뺨 몇 대로도 못 일어서던데?”“뭐? 이 자식이 아직도 함부로 지껄여?”이신욱은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내 사촌 형님이 곧 올 거야. 당신이 내 사촌 형님을 보고도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 흥!”이신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는 이미 하현의 모든 배경을 조사했고 그의 출입국
하현은 해변에서 남양 특유의 각양각색 달콤한 과일들을 한 움큼 쥐고 먹으면서 이신욱을 기다렸다.“하현, 이신욱 자료 여기 있어.”하구봉이 핸드폰을 꺼내 자료를 보여주었다.“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에서 최고 후계자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집안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어.”“페낭의 주먹계를 휘어잡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많은 건 사실이야.”“우리 둘만으로는 좀 모자라지 않을까? 사람을 좀 불러올까?”이신욱을 끝까지 몰아붙이지 않고 기회를 준 하현의 행동이 하구봉은 못내 불안한 모양이었다.끝까지 싸워서 안 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싸움에 있어서는 수적으로 많은 쪽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서게 되는 법이다.만약 이신욱이 수천 명을 부른다면 둘이서 아무리 출중한 실력을 뽐내 봐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하현은 손에 들고 있던 과일 껍질들을 쓰레기통에 버린 뒤 물티슈로 손을 깨끗이 닦은 다음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 필요없어. 만약 이신욱이 불러들인 사람들을 우리가 다 밟아버린다면 앞으로 내가 페낭에서 어떻게 지낼 수 있겠어?”“어떻게 양유훤을 도울 수 있겠냐고?”하구봉은 감탄에 마지않은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 역시! 하구천이 왜 당신을 이길 수 없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하구천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위해 몇 가지 안배를 해 뒀을 거야.”“신중하긴 하지만 혈기가 없어 보여서 사람들이 실망스러워하겠지.”하현은 하구봉의 눈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마치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라는 듯한 무언의 압박이었다.“붕!”30분 도 채 되지 않아 해변가에 수십 대의 차량이 나타났다.하나같이 가속페달을 밟고 나타난 차량들은 이신욱 만큼이나 기고만장한 모습이었다.토요타 랜드크루저!레인지로버!벤츠!롤스로이스!럭셔리 SUV의 향연이었다.차량들은 사방 천지에 먼지를 휘날리며 요란스럽게 등장했다.이신욱과 친분이 있고 언제든
이신욱은 하현의 뺨을 맞고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았다.그의 얼굴에는 벌건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았고 그의 심장은 분노로 들끓었다.“이봐! 그래 어디 한 번 해 봐! 당신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할 수 있으면 한번 해 보라고!”“그렇지 않았다가는 내가 당신 가족을 몰살시킬 거야!”“이 이신욱,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하현은 손에 들고 있는 총구를 옆에 있던 남자들을 향해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어떻게 내 가족을 죽이겠다는 거야? 저런 쓸데없는 폐물들 가지고?”이신욱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하구봉이 양복 차림의 남자들을 붙잡아 땅바닥에 마구잡이로 내동댕이며 험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하현을 비호하는 사람들의 실력이 어떻게 별 볼 일 없을 수가 있겠는가?다만 항도 하 씨 가문에 있을 때 하구봉의 날카로움이 하구천이나 하수진에게 가려져 있었을 뿐이었다.지금 페낭에 오니 자연스럽게 숨겨둔 날카로운 발톱이 드러난 것이다.이신욱은 자기 사람들이 맥없이 꼬꾸라질 줄은 몰랐다.그러나 눈꺼풀을 파르르 떨면서도 그는 여전히 기세등등한 채로 말했다.“개자식! 실력 좀 있다고 해서 뭐?”“사람을 때릴 수 있다고 해서 뭐? 그게 어쨌다는 거야?”“흥! 내 전화 한 통이면 당신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야!”“전화? 사람을 부르겠다고?”하현은 실실 웃으며 강옥연을 향해 고개를 젖혔다.“우선 원가령을 가까운 병원으로 데리고 가. 나도 곧 따라갈 테니까.”말을 마친 하현은 이신욱의 얼굴을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당신이 그렇게 자신 있다면 당신한테 기회를 주지!”“나와 하구봉이 해변에서 당신을 기다릴게.”“아무나 불러.”“만약 당신이 부른 사람이 날 놀라게 할 정도라면 나도 더 이상 손을 쓰지 않고 내 스스로 내 두 손과 한 발을 부러뜨릴게.”“하지만 날 놀라게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끝장이야!”말을 마치며 하현은 마지막으로 이신욱의 얼굴에 손바닥을 날린 다음 하구봉과 사람들
이신욱의 무리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깔깔거리고 웃기 시작했다.몇몇 예쁘장한 여자들은 입을 삐죽거리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퍽!”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하구봉은 순간적으로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불쑥 튀어나왔다.그는 양복 차림을 한 남자들을 발로 걷어차더니 순식간에 원가령을 빼앗아 강옥연의 품으로 밀어 넣었다.“개자식! 감히 날 때려?!”장발의 남자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고 품에서 총을 꺼내 하현이 있는 곳을 겨누었다.“내가 한 방에 당신들을 보내 주지!”그러나 장발의 남자가 총의 안전장치를 풀기도 전에 하현이 먼저 일어섰다.하현은 한 걸음 내디디며 모두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는 사이 장발의 남자 앞으로 쑥 다가왔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사람들은 지금까지 많은 고수들을 봐 왔지만 이렇게 빠른 몸놀림을 보이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장발의 남자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그의 손에 있는 총을 뒤로 빼앗은 뒤 남자의 허벅지에 갖다 대었다.“날 쏘려고 했어?”“이건 어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탕!”엄청난 굉음이 울렸다.장발의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지금까지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날뛰던 그는 도살장에 쓰러진 돼지처럼 미동도 없었다.“너, 이 자식...”장발의 남자가 이를 갈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내가 꼭 죽여버릴 거야.”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그를 발로 걷어차 멀리 날려버렸다.동시에 하현은 방아쇠를 연거푸 두 번 당겼다.탕탕!이번에는 남자의 양손에 구멍을 냈고 남자는 힘없이 땅바닥에서 데구루루 뒹굴었다.두 손과 한 다리에 총알 자국을 새겨 넣은 것이다. “앗!”이를 보고 있던 예쁜 여자들은 깜짝 놀라며 이신욱의 뒤로 몸을 숨겼다.하현이 이렇게 무서운 존재일 줄은 몰랐다.깜짝 놀라기는 이신욱도 마찬가지였다.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