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은 이준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왜 얘들한테 널 패라고 한 건지 모르겠어? 하현 씨가 누군지 몰라? 어딜 감히 저분을 불쾌하게 해?”“쟤는… 쟤는 설 씨 집안의 쓸모없는 데릴사위 아니에요?”이 순간, 이준은 무척 후회해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자신이 부른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팼는데, 이게 다 이 개자식 하현 때문이었다. 이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데릴사위?” 백범은 비웃었다. 백범이 하현의 정체를 밝히려고 하던 그때, 그는 하현이 자신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백범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며 욕했다. “너한테 물어볼게, 너 파산했어? 그럼 내가 준 60억이 증발했다는 거야?”설 씨 집안은 감히 백범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 시각 모두가, 특히 설 씨 어르신이 충격을 받았다. 백범의 말을 듣자 어르신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몇 걸음 나와 말했다. “백범아… 방금 강 부장이 파산했다고 한 게냐? 사실이야?”설 씨 어르신 같은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 앞에서만 공격적으로 행동할 엄두가 있었다. 그는 백범 같은 사람 앞에서 무례하게 굴 용기가 없었다. 지금 어르신이 이런 질문을 했다는 거 자체가 꽤 괜찮았다.백범은 눈동자를 굴렸다. 이 멍청한 노인은 정말로 도련님의 정체를 몰랐다. 도련님께서 이미 이준이 파산했다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가짜이겠나?그러나 백범은 지금 하현의 정체를 밝히는 게 두려웠다. 대신, 그는 이준의 목덜미를 잡아 차갑게 말했다. “네가 직접 말해. 거짓말하다 들키면, 네가 말한 한 글자 한 글자대로 네 손가락을 잘라버릴 테니까!”“말… 말… 말할게요…” 이준은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다. “백범이 형, 저는 정말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저에게 돈이 없지만, 제가 반드시 돈을 갚을게요, 반드시…”“알았어, 네가 직접 말해. 사흘 줄게. 그때까지 60억을 안 내놓으면 네 손모가지 하나가 잘려 나갈 줄 알아!” 백범은 비웃었다. 그리고 그는 날카롭게 소리치기
“이준 씨, 이거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방금 확인해봤어요. 당신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지 못한대요.”이때, 설 씨 어르신이 전화를 끊고 걸어갔다. 그는 손을 흔들며 이준의 얼굴에 차갑게 수표를 던졌다.설 씨 어르신은 처음에 자신이 백억 원가량 운전자본을 손에 넣은 줄 알았다. 뜻밖에도, 백범의 말이 그를 방금 깨우쳤다. 어르신은 재빨리 다른 사람에게 이 일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그제야 그는 사실을 알았다.설 씨 어르신은 인생에서 자기 체면을 제일 중요시해서 그는 이제 이준이 너무 미웠다. 어르신의 선택인 이준이 파산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이준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마지못해 미소를 지었다. “설 씨 어르신, 잊지 마세요. 저는 아직 하엔 그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파산했다고 해도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이준이 그 말을 하자 설 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이준이 그를 협박하고 있었다!강남의 상위권 집안인 하 씨 집안이 하엔 그룹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류 집안들도 그들을 감히 자극하지 못했다. 일반인보다도 그들의 개가 더 공격적이었다.이런 강력한 집안이 이준을 지원하고 있으니 그가 다시 일어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설 씨 어르신은 이준이 하엔 그룹에서 쫓겨난 줄 몰랐다. 안 그랬으면 어르신은 이준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그렇다면, 백억 원이 내 손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제야 너의 청혼을 다시 고려해보겠다.” 설 씨 어르신은 깊은 눈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떠났다.“쳇, 알고 보니 거지면서, 감히 우리 앞에서 연기를 해!”“어쩐지 백범이 저 사람을 찾아왔다고 했네. 나도 가지고 놀고 싶었는데.”“뭐, 따지고 보면 여전히 하 씨 집안의 개인 셈이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겠어.”그를 이준 씨라고 부르던 설 씨 집안 사람들이 이제는 그를 조롱하고 비웃는 걸 보니
희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는 하현에게 달려가 그를 꾸짖었다. “들었어? 얼른 인질이 돼. 너 같은 쓰레기가 인질을 하지 않으면 쓸모없어. 너는 3년 동안 설 씨 집안에 있었고 우리는 너에게 음식을 주고 너를 친절하게 대했어. 근데 지금 우리를 너랑 같이 끌어내리고 있잖아. 그래도 인질이 되지 않겠다면 너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하현은 차가워 보였지만, 은아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그의 마음은 약해졌다. 누가 그렇게 막막하게 그녀와 사랑에 빠지라고 했나?“알았어요!” 하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희정을 무시했다. 그는 이준을 향해 걸어가 작게 말했다. “강이준, 내가 네 인질이 될게, 내 아내는 놓아줘.”은아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하현을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안 돼, 오지 마…”“걱정하지 마, 너는 내 아내이고, 내가 널 지킬 거야.” 하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준에게 걸어갔다. 그는 이준이 자신의 목에 칼을 대게 했다. “이제 은아를 놓아줘도 되겠지?”은아는 자신의 두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인 것을 느꼈다. 비록 이 남자는 대단한 재력과 권력이 없고 쓸모없었지만, 그는 그녀 대신 인질을 자처했다.“은아야, 괜찮아?” 희정은 냉큼 달려왔다. 그녀는 긴장한 채 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엄마,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하현이…” 은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인질로 붙잡혀있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더니 걱정스러워졌다.희정은 그쪽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 “쟤한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이준이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봐, 그럼 쟤는 괜찮을 거야. 너는 그냥 빠져있어.”“엄마, 그렇지만…”“괜찮아. 쟤는 우리 집안 데릴사위야. 지금까지 3년 동안 키워주지 않았니? 왜 아직도 쟤를 신경 쓰는 거야?” 희정은 차갑게 말했다.“그래, 가자!” 유아도 은아를 말렸다. 유아는 은아가 충동적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무서웠다.
“왜?” 이준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는 오늘 밤 전화가 와 아무 이유 없이 그가 파산했다고 전해졌다. 이준도 이유를 알고 싶었다.하현은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어떤 번호로 다시 전화를 했다. 슬기는 아까 이미 하현에게 전화번호를 보내주었다.전화는 얼른 연결이 되었고, 전화 건너에서 슬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표님, 지시에 따라 이미 강이준을 해고했습니다. 동시에, 그가 횡령한 회사 프로젝트 자금을 변호사들이 조사하게 했습니다.”"슬… 슬기 씨…”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이준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순간 어지러움을 느껴 시야가 흐릿해졌다.이준의 손에 있던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 당신같이 쓸모없는 사람이 어떻게 신임 대표야? 이건 불가능해! 불가능하다고!”“불가능한 일이야! 하 씨 집안 젊은 세대는 다 유명해. 당신이 그럴 리가…” 이준은 끊임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지금 미칠 지경이었다. 이준은 이미 이 사실을 예상했지만, 그는 믿기를 거부했다. 자신이 깔보던 쓰레기가 마치 개미를 으스러뜨리는 것처럼 손쉽게 그를 망가뜨릴 수 있었다.“제발, 제발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면 안 돼? 내가 죽기를 바란다고 해도,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나를 무덤으로 보내지 말아줘.” 이준은 멘탈이 무너져 울려고 했다.“전에 하 씨 집안에 후계자가 있었던 거 몰라?” 하현은 침착하게 말했다.“당신은… 도련님…” 이준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는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도련님, 제발 저를 용서해주세요. 도련님을 알아보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저를 봐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봐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도련님의 아내분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도련님 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제발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일 내가 해를 못 보게 한다고 하지 않았어?”“도련님, 도련님, 제가 박쥐처럼 눈이 멀었
“생각보다 쉽진 않을 거예요…” 동수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만약 그렇게 쉬웠다면 이준에 관한 그런 생각들을 애초에 하지 않았을 것이다.설 씨 어르신이 테이블을 가볍게 탁 쳤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이만큼의 자금을 마련해오는 자는 쇼핑몰 건설 프로젝트의 팀장이 될 것이다!”쇼핑몰 프로젝트는 현재 설 씨 집안의 가장 거대하고 중요한 프로젝트이다.그 프로젝트의 팀장 자리를 맡게 된 자는 설 씨 집안의 뒤를 이어 설 씨 일가의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설 씨 어르신께서 그 말을 한 순간, 많은 사람이 이상해 보였다.하지만 모두가 하엔 그룹과 관계를 맺기에는 너무 어려웠다.“할아버지.” 민혁이 느닷없이 일어섰다. “최근에 제가 하엔 그룹에 미녀 한 분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이 거기 부장님이세요. 그분이 회사 내에서도 위치가 꽤 높은 듯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분 말을 따르더라고요. 제가 한번 여쭤봐서 이야기해볼게요.”설 씨 어르신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 사람은 일개 부장이야.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 말을 들어?”“할아버지, 부장은 당연히 그럴 능력이 없죠. 근데 그분이 조만간 사장으로 승진한다고 들었어요. 그럼 회사 내에서 두 번째로 권위 있는 위치에 자리하게 될 거예요. 그런 분이면 충분히 다른 사람들이 따르게 되겠죠.”민혁은 희미하게 웃었다. 지금 설 씨 집안의 상황이 꽤 복잡했다. 민혁은 이 틈을 타 집안 내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했다. 그러면 그는 향후에 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동수는 그의 아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안 했다. 만약 자신의 아들이 그 거대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그의 가족은 설 씨 어르신에게 조금 더 예쁨 받을 수 있다.다른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자, 민혁은 기쁘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는 심지어 스피커 모드로 전환했다.“여보세요!” 전화 건너의 사람은 꽤 불안해하는 듯 들렸지만 목소리는 상당히 상냥했다.
“네, 그냥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왜 갑자기 전화했는지 모르겠어요.” 겨울은 손으로 핸드폰을 가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하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꺼지라고 전해.”“네!” 겨울은 핸드폰을 들고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차갑게 외쳤다. “우리 대표님께서 당신보고 꺼지래요!”그러고 나서 겨울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민혁 씨는 정말로 어리석어!’***전화 건너의 민혁은 처음에 의기양양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순식간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잠시 후, 그는 거의 벌떡 일어설 뻔했다. “젠장! 일개 부장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건방지게 굴다니!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어떻게 나보고 꺼지라고 할 수 있어? 어떻게 우리 설 씨 집안을 이렇게 무시해!”설 씨 집안 사람들은 체념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방금 민혁은 똑똑히 듣지 않았는가?”‘너한테 꺼지라고 한 사람이 대표님이라고 했잖아.’“할아버지, 하엔 그룹은 지나치게 선을 넘었어요!” 민혁은 이를 악물었다. “어쩜 이리 뻔뻔하게 우리 설 씨 집안에 이런 취급을 해요. 누가 봐도 우리를 무시하고 있어요. 누가 가서…”“닥쳐!” 민혁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설 씨 어르신이 그의 말을 바로 끊었다. “헛소리 지껄이지 마. 하엔 그룹 신임 대표가 20대 초반이라는 말을 들었어. 그 대표는 꽤 젊지만 능력 있어. 그러니까 대표가 좀 건방져도 정상이야.”“내가 생각을 해봤어. 대표가 이전의 투자 안건들을 전부 철회하고 1조 원을 추가했으니, 분명 높은 수준의 뛰어난 프로젝트들에 관심을 가진 거야. 이건 어때? 우리 중에서 누가 설씨 집안을 대표해서 신임 대표를 만나 시도를 한번 해볼 텐가?”‘네?’그들은 서로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았다. ‘방금 겨울 씨가 전화 건너로 한 말을 설 씨 어르신께서도 듣지 않으셨나? 그녀는 대표님이 민혁에게 꺼지라고 한 말을 똑똑히 전했다.‘이렇게 가서 투자금을 구걸한다면, 그냥 가서 망신만 당하고 오는 거 아닌가?’설 씨
설 씨 어르신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래 아이 중에서는 민혁을 제일 아꼈으니, 어르신은 그 말을 듣자 은아를 향해 뒤돌아보았다. 이어서 어르신은 말했다. “은아야, 한번 가봐. 시간을 고를 필요도 없어. 지금같이 좋은 때는 없어. 그냥 내일 가서 하엔 그룹이랑 사업 거래 협상을 해봐. 반드시 성공해야 해. 어떠한 실패도 용납하지 않아!”“할아버지, 제 생각에는…” 은아는 언짢았다. 하엔 그룹에 혼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에 가서 그 기업과 거래 협상을 하라니. 마치 본인들이 굴욕을 당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나?설 씨 어르신은 은아에게 더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윽고 어르신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결정됐어. 너는 맡은 임무만 잘 완수하면 돼, 핑계를 찾지만 말고!”그 후, 현장에 있던 설 씨 집안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조아리며 일어섰다. 그들은 운이 좋았다고 느꼈다. 그것은 분명 불행한 임무였다. 그 임무에 뽑힌 사람은 실로 운이 없었다.집에 도착했을 때, 희정의 표정은 매우 나빴다. 그녀의 가족은 설 씨 어르신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가 그들에게 주어졌다. 그들은 상당한 무력감에 빠졌다.쾅 소리가 났다. 희정은 컵을 던져 부시더니 곧장 야단을 쳤다. “그 쓸모없는 하현! 빨리 들어와서 이 난장판을 정리하고 밥이나 하라고 하지 그래? 나보고 굶어 죽으라는 거야 뭐야?”은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잊으셨어요? 그이는 저 대신 인질이 되었어요. 아직 집에 안 왔어요.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어요…”희정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걔한테 퍽이나 무슨 일이 생겼겠다. 밤새 밖에서 싸돌아다니고 집에도 안 와. 원래 걔랑 이혼할 핑계가 없었는데. 이제 무슨 일이든 꼭 그래야만 할 거야. 이런 쓰잘머리 없는 놈! 그 놈이 우리 집 데릴사위가 되고 나서부터 우리 집에는 좋은 일이 있었던 적이 없어!”은아는 하현이 살짝
SL 빌라의 오후.설 씨 집안 사람들은 또다시 모였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서로를 무력하게 바라보았다.조금 전에 그들은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그들은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달려와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하엔 그룹이 투자에 동의했다는 소식뿐만 아니라, 하엔 그룹이 직접 투자금을 늘렸다는 소식까지 들었다.이 전날 밤 하엔 그룹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들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거의 모든 이가 그 얘기를 똑똑히 들었다. 사람들은 이 임무가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지금 은아가 그걸 완수했다. 왜?은아는 설 씨 집안 셋째 아들의 딸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크게 예쁨 받지 못했다. 게다가 은아의 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봤다. 설 씨들은 곧 그녀와 연을 끊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은아는 지금 계약을 따내었다. 그럼 그녀도 예쁨 받는 것인가? 은아도 드디어 꽃길을 걷는 건가?민혁이야말로 지금 이 상황이 제일 믿기지 않았다. 만약 은아가 성공했다면, 그건 민혁이 쓸모없었다는 뜻이다.“누나, 마음대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하엔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했다니요. 심지어 누나는 600억 원의 투자금을 마련했다고 주장했어요. 여기서 누굴 속이려는 거예요? 분명 하엔 그룹 대표를 만나지도 못했을 거예요. 내 말이 맞죠?” 민혁은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맞아. 대표님을 만나지 못했어.”은아는 그걸 숨길 의도가 없었다. 그녀는 분명 그날 오후에 대표님을 만나지 못했다. 은아를 대접한 건 슬기였다.하지만 은아가 말을 마치자, 설 씨 집안 사람 모두가 서로를 화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들은 식사하지도 못했는데, 억지로 가서 은아의 헛소리를 들어야 했다.“은아야, 너무 갔다! 네 쓸모없는 남편은 자기가 대표라고 하더니. 그 자식한테 배워서 가짜 계약서나 만들고 우리한테 거짓말을 하다니!”“우리가 바보인 줄 알아? 어딜 감히 가짜 계약서를 꺼내!”“너는 이혼을 안 하는 게 낫겠다. 그냥 짐 싸서 네 데릴남편이랑 꺼져!”그 순간, 모
”하현...”원가령은 망연자실한 듯 멍하니 하현을 쳐다보았다.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그곳에는 그녀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남자가 서 있는 것 같았다....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무력감이 원가령의 마음속에 무겁게 가라앉았다.양호남은 페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이지만 하현은 심무해를 자신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었고 기업청 최고 책임자는 스스로 서류철을 갖다 바쳤다.남양 무맹 대표는 직접 현판을 써서 가져왔다!이런 일이 양호남에게 일어날 수 있을까?일어난다고 해도 몇십 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아무리 생각해도 양호남의 능력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낮았다.아니,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거의 백 퍼센트였다!그가 전신으로 태어난다면 모를까!하지만 양호남 같은 사람이 일대의 전신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그것은 그야말로 헛된 꿈이다!이런 생각이 원가령의 머릿속을 휘젓자 그녀의 마음은 절망과 후회로 가득 찼다.“뭐야? 하현은 진정한 거물이었어!”“남양 3대 가문이 우습게 보일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남자였어!”“그가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에 아무런 화도 내지 않았던 것은 나약하고 무능해서가 아니었어!”“그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다 하찮게 보였기 때문이야!”“대하의 촌뜨기라고 생각했는데.”“운 좋게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벌써 감옥에 갔을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하현 같은 사람 백 명 천 명이 와도 양호남한테 안 될 줄 알았는데.”“이제 보니 양호남 같은 사람 만 명, 억 명이 와도 그의 앞에서는 감히 무릎을 꿇을 자격도 없는 거였어.”“잘난 척한 사람은 바로 나였어!”순간 원가령은 자신의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는 감정들을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충격?후회?현실 부정?아니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절망?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심경에 원가령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심지어 목에서 피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아 하마터면 구역질
노부인의 얼굴은 사흘 밤낮을 지샌 사람처럼 새하얗게 변했다.그리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뒤쪽에서 고개를 내민 원청산을 보았다.“하현, 개업 축하해.”“남양 무맹을 대표해 선물을 하나 가지고 왔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원청산이 손을 흔들자 남양 무맹 제자들이 현판을 들고나왔다.현판 위에는 ‘양가백약’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양가백약!”글자 아래에는 낙관이 찍혀 있었다.남양 무맹.구매 계약서도 주문서도 없이 양가백약, 남양 무맹이라는 여덟 글자뿐이었지만 사람들은 이 현판을 보고 모두 깨달았다.남양 무맹의 상처치료제는 모두 하현의 가게에서 구입할 것이라는 것을!가장 중요한 것은 이 현판이 이곳에 있는 한, 양가백약은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할 것이고 관청이든 깡패들이건 아무도 감히 양가백약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심지어 이 현판만 있으면 남양 무맹이 뒤에 있다는 걸 만천하에 알리는 꼴이 된다.돈을 넘어서는 천군만마 그 이상이었다!“뭐라고?!”원천신 일행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이 광경을 보고 현기증이 난 듯 휘청거렸다.노부인 일행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앞이 캄캄해졌다.페낭 무맹이 페낭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하물며 남양 무맹이라니!남양에서 남양 무맹의 입김은 실로 말할 것도 없었다.이 현판은 그야말로 천금과도 비견할 만했다.이것만 있으면 하현과 양유훤의 개가죽 연고 가게는 틀림없이 날개 돋친 듯 남양 전역으로 확장할 것이다!노부인 일행은 지금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결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하현과 양유훤이 일어서기만 하면 양 씨 가문 절반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양 씨 가문의 양씨백약이 어떻게 활로를 찾을 수 있겠는가?양 씨 가문 사람들은 눈앞의 상황이 제발 꿈이길 바랐지만 아무리 눈을 꼬집고 봐도
순간 우덕의는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설설 기며 하현 앞으로 굴러와서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감찰관님,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멀어서 하늘 높으신 분을 몰라뵈었습니다!”“제발 대인답게 관대하고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부디 이 하찮은 놈을 불쌍히 여기시어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말을 하면서 우덕의는 자신의 뺨을 수십 대 후려갈겼다.“제발 기회를 주십시오!”그리고 십여 명의 그의 심복들도 황공히 얼른 무릎을 꿇었다.감찰관의 공적은 다들 어느 정도 들어봐서 잘 알고 있었다.곧이어 하현의 낡은 가게 앞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원천신 일행은 정신이 혼미해졌고 눈가에는 쉴 새 없이 경련이 일어났다.그녀들은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방금 우덕의는 하현에게 혼쭐을 내주겠다며 큰소리를 뻥뻥 쳤었다.그런데 왜?왜 갑자기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는 것인가?이 무슨 장난 같은 상황이란 말인가?하현은 그냥 대하의 촌뜨기 아니었던가?설마 그에게 또 다른 신분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우덕의를 무릎 꿇릴 만큼?원가령은 이 모든 상황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눈앞의 광경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그녀는 하현의 가게가 손님은 하나도 없고 파리만 날려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싶었다.하현이 목놓아 눈물을 흘리고 몹시 원통해하며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자신의 행동이 틀렸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해 주고 싶었다.하지만 이런 결과를 보게 될 줄이야!바윗덩이 같은 무거운 좌절감이 원가령의 마음을 짓눌렀다.그녀는 어금니를 와그작 깨물었다.괴로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하현, 순풍에 돛 단 듯 사업 번창하길 바랍니다.”“하현, 이 상처치료제는 정말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감찰관, 축하하네.”원가령이 이를 악물고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안
”어떻게 이럴 수가?!”“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원가령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불과 1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양호남이 우덕의 같은 남자가 되기를 바라며 흠모의 눈빛으로 바라보았었다.하지만 1분 후 우덕의는 죽은 개처럼 땅바닥에 널브러졌고 뺨이면 뺨, 다리면 다리, 심무해가 때리는 족족 맞고 있었다.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변할 수가!원가령은 도무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양호남조차 온몸을 부르르 떨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신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됐습니다. 심 맹주님. 개업하는 데 이렇게 피를 보면 되겠습니까?”우덕의가 얻어맞아 코가 시퍼렇게 멍들고 말도 못 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 희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우덕의가 죽든 말든 그건 하현에게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오늘 여기서 사람이 죽는다면 그것은 분명 그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원가령 일행은 깜짝 놀라 돌아섰고 입을 연 사람이 하현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모두 비꼬는 웃음을 지었다.“하 씨! 당신이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감히 심 맹주님의 행동을 막고 나서다니!”“당신 같은 소인배가 감히 심 맹주님을 막아서?! 당치도 않아! 당신...”눈을 부릅뜨고 굳은 얼굴로 말을 하던 양호남이 갑자가 뚝 멈췄다.끊임없이 이어지던 비명이 뚝 그쳤기 때문이다.방금까지 우덕의를 쥐 잡듯 때리던 심무해가 행동을 멈추었다.심무해는 앞으로 두어 걸음 나서서 공손한 얼굴로 하현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하현, 미안해. 내 잘못이야. 내가 경솔했어!”“이 모든 것은 다 내가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야.”“그렇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혼쭐을 내줄 테니까.”사람들은 심무해가 하현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모두 아연실색했다.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광경을 직접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이...”노부인은 눈꺼풀이 파르르
”하하하!”장내가 흔들릴 정도로 우덕의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그리고는 공손한 표정으로 심무해, 원청산 등이 있는 곳을 향했다.“청장님,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맹주님, 어찌 직접 오셨습니까?”“원 대표님, 이렇게 귀한 발걸음 하셨는데 나중에 꼭 한잔 올리겠습니다!”솔직히 말해 우덕의는 넋이 나간 듯한 얼굴이었다.기업청장은 그렇다 쳐도 원청산과 심무해는 그야말로 진정한 거물이었다.그들의 신분은 이런 일개 기업의 행사 자리에 함부로 나설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우덕의는 그렇게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원천신의 칭찬이 그를 신선이나 된 듯 붕 뜨게 만들었다.그래서 그는 스스로 앞장서서 이 거물들과 친분을 과시했다.기업청 청장은 의아한 미소를 지었고 원청산은 콧방귀를 뀌었다.황천화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오히려 심무해는 한 발짝 앞으로 나와 바로 손바닥을 휘갈겼다.“퍽!”낭랑한 소리가 울렸다!때마침 앞으로 나온 우덕의는 예상치 못한 심무해의 행동에 얼굴을 가리고 비틀거렸다.하마터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땅바닥에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순간 우덕의의 얼굴에 큰 손바닥 자국이 벌겋게 떠올랐다.순식간에 사람들이 조용해졌다!모두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대로 얼어버렸다.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수십 개의 눈이 우덕의를 향해 있었다.그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그도 자신의 신분이나 지위, 역량이 심무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우덕의는 얼굴을 만지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맹주, 이, 이게 무슨 뜻입니까?”“무슨 뜻이긴!”심무해는 냉소를 지으며 우덕의를 발로 걷어차 넘어뜨렸다.우덕의는 피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다리를 움켜쥔 채 땅바닥에 넘어졌다.끙끙 소리를 내며 온몸을 부르르 떨던 우덕의의 입에서 하마터면 핏덩이가 뿜어져 나올 뻔했다.우덕의는
노부인 일행들은 모두 상기된 표정으로 달아올랐다.눈앞이 어지럽고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이렇게 많은 거물들이 양 씨 가문을 응원하러 오다니!양 씨 가문이 흥하지 않을 수 없었다!“페낭 기업청 청장님 오셨습니다!”“페낭 무맹 황천화님 오셨습니다!”“페낭 무맹 여영창, 여수혁 부자 오셨습니다!”“페낭 무맹 심무해 맹주님 오셨습니다!”“남양 무맹 대표, 원청산님 오셨습니다!”목소리가 커질수록 등장하는 인물들의 신분이 점점 더 놀라웠다.현장에 있던 손님들은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어쨌든 이 사람들의 신분은 페낭에서 가장 높은 지위였기 때문이다.그들 중 어떤 사람이 나타나도 좌중을 압도할 만했다!그런데 그들이 일제히 이곳에 나타나다니!정말로 천지가 뒤흔들릴 지경이었다!원천신과 우덕의 따위가 어떻게 이들과 견줄 수 있겠는가?양호남은 물론이고 원가령도 눈이 휘둥그레졌다.우덕의조차도 심무해와 원청산의 이름을 듣자마자 한껏 공손한 표정으로 몸을 잔뜩 긴장시켰다.“우덕의 부맹주님, 정말 날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군요! 아유 정말! 귀띔이라도 해 주지!”잠시 침묵하던 원천신은 우덕의의 팔짱을 끼며 몸을 배배 꼬았고 그의 귀에 뜨거운 입김과 함께 낭랑하고 보드라운 목소리로 말했다.“양 씨 가문을 놀라게 해 주려고 당신을 불렀더니!”“당신은 날 놀라게 해 주려고 남양 무맹 대표 같은 거물들까지 초대하셨군요! 정말 이럴 줄은 몰랐어요!”여기까지 말한 원천신은 감정이 복받친 듯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나한테 너무 잘 해 줘요!”원천신은 이런 거물들을 데려오는 데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이 모든 게 다 우덕의 부맹주님이 하신 일이군요?!”노부인 일행들도 겨우 정신을 다잡고 입을 열어 우덕의를 칭송해 마지않았다.“감사합니다. 부맹주님! 이 은혜 꼭 잊지 않겠습니다.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하현은 우덕의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찻잔을 기울였고 원천신 일행을 힐끔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원 사장님, 보아하니 사장님 인맥이나 수완이 아주 훌륭하십니다.”“보통 사람이었다면 아마 벌써 무릎을 꿇었을 겁니다.”“그런데 정말 이렇게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날 몰아세울 생각입니까? 확실해요?”원천신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씨! 이건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정의를 지키는 거야.”우덕의는 ‘하 씨’라는 말이 왠지 귀에 익은 것 같아서 뭔가 생각날 듯 말 듯했다.그러나 미색 앞에서 그는 곰곰이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냉소를 흘리며 싸늘한 눈빛으로 돌변한 우덕의는 음흉한 목소리로 말했다.“개자식!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무지막지하다니? 몰아세우다니?”“내가 어떤 신분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어?”“내 명령 한마디면 당신 같은 얼뜨기들은 소리도 없이 죽을 수 있어! 알기나 해?!”“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는 절대 사과할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우덕의가 호통을 치자 십여 명의 페낭 무맹 제자들이 목을 좌우로 비틀며 빠드득 소리를 내었다.그들은 언제라도 하현의 가게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듯한 기세였다.하현은 그들을 무시한 채 그저 원가령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원가령, 당신과 그래도 알고 지낸 사이니까.”“나중을 위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지.”원가령은 코웃음을 치며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 씨! 콧대가 아주 하늘을 찌르겠어!”“얼뜨기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기회를 준다 만다는 거야?”“내가 페낭 상류사회를 이틀 동안 데리고 다녀 줬더니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줄 착각하는 모양인데!”“잘 들어. 우덕의 아저씨가 당신을 놓아준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백약의 조제법을 얼른 양 씨 가문에 돌려줘!”“당신이 하는 것 봐서 나도 다른 사람들한테 당신을 좀 봐
”어? 양 씨 가문 손님이 아니라구? 다른 사람의 체면을 세워 주려고 왔다는 거야?”우덕의의 가는 눈동자에 매서운 기운이 가득했다.원천신은 소리 없이 싱긋 웃으며 긴 다리로 성큼성큼 우덕의에게 걸어와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 건넸다.그제야 우덕의는 상황을 파악했다.그는 조심스럽게 하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어느 정도 낯이 익은 것 같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그러자 우덕의는 시큰둥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대하 촌뜨기가 감히 페낭, 그것도 양 씨 가문과 대적하겠다니? 겁도 없이 이렇게 공개적으로?”하현 일행이 자신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가 왔음에도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하러 오지 않자 우덕의는 더욱 불쾌해졌다.노부인이 이를 알아차리고 일부러 헛기침을 하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부맹주님,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우리 집안에 좀 안 좋은 일이 있습니다.”“우리 가문에 불효녀가 하나 생겼어요. 우리 가문과 결별했을 뿐만 아니라 곁에 기둥서방 하나 두고 우리 집안에 맞서려 하고 있어요.”“부맹주님 보기에 참 부끄럽습니다.”원가령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그는 양씨백약 조제법을 훔쳐서 양가백약을 만들었어요. 정말 뻔뻔스러운 놈이에요!”원천신도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말을 이었다.“저놈 때문에 화가 나서 죽겠어요!”“개자식! 정말 어이가 없어서!”우독의는 매서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살벌한 표정으로 나와 하현을 향해 소리쳤다.“야! 네놈이 양 씨 가문과 원 사장님과 무슨 일이 있었든 상관없어. 그렇지만 그들이 지금 몹시 화가 나고 불쾌하다니 네놈을 가만둘 수는 없어!”“당장 무릎 꿇고 그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그렇지 않으면 죽는 게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줄 거야!”우덕의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페낭 무맹 제자들이 흉악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다가와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들은 모두 우덕의의 심복이니 당연히 주인을 위해 몸을 날릴 것이다
원가령의 시선을 느낀 원천신이 잠시 자신의 딸을 바라보다 싱긋 웃으며 말했다.“가령아, 하현이 지금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사실은 등에 땀이 흥건할 거야.”“아마 겁에 잔뜩 질렸을 거라고.”“저렇게 밑바닥을 기는 하찮은 놈이 잘난 척하기는!”양호남은 원천신의 말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런 얼뜨기 놈은 허세 부리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요!”어머니와 남자친구의 말에 원가령은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원망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하현을 힐끔거렸다.제발 그가 충격에 휩싸여 괴로움에 몸부림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이때 십여 명의 페낭 무맹 제자들이 모여들었고 얼굴이 붉고 뚱뚱한 중년 남자가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차 문을 박차고 나왔다.“노부인, 원 사장님. 안녕하십니까?”“양 씨 가문 기념일 축하드립니다!”중년 남자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와 노부인 일행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마치 양 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해 온 사람들처럼 깍듯한 모습이었다.“우덕의 부맹주님 오셨어요! 바쁘신 분이 이곳까지 와 주시고! 얼마 전에 섬나라로 여행 가셨다는 말을 들었는데 오늘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일부러 오셨군요!”원천신이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부맹주께서 집에도 가지 않고 공항에서 바로 오셨다구요!”“바쁘신데 일부러 그렇게까지 해 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노부인은 크게 기뻐하며 앞으로 걸어와 우덕의와 악수를 나누었다.“이렇게 우리 가문의 체면을 세워 주시니 고맙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양호남 역시 신사답고 점잖은 자세를 취한 뒤 천천히 걸어갔다.“부맹주님, 오늘 우리 젊은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기회에 부맹주님께 많이 배우겠습니다! 나중에 젊은이들과 가볍게 몇 잔 하시죠!”“앞으로 우리 양 씨 가문이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우리 양 씨 가문은 신의를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