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는 웃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굴려고 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부회장님께서 술 한잔을 하자고 하셔서요.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내일 만나자고 했어요.”그 말을 듣자 설 씨 집안 모두가 충격을 금치 못했다. 하엔 그룹 부회장이 이준한테 술을 같이 마시자고 했다고?게다가 이준은 거절하고 내일로 약속을 다시 잡았다. 그는 분명 지위와 체면이 있었다!설 씨 일가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서서 이준 주위에 모여 그의 비위를 맞췄다.이때, 빌라 게이트에서 브레이크가 끼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상용차 여러 대가 게이트 앞에 멈추어 섰다.이내 차 문들이 밀어져 열렸다. 힘센 남자 십 몇 명이 수박 칼과 야구 방망이를 든 채 차에서 내렸다.흰색 셔츠를 입고 있던 악랄한 남자 한 명이 그 무시무시한 남자들 중간에서 걸었다. 전설의 변백범이었다.한편, 백범은 입술 사이에 담배를 물고 불을 지피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 앞에 있는 빌라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백범이 형!” 이준은 저 끝까지 달려가 남자 무리를 이끌고 있던 백범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준은 친절하게 담뱃불을 지피는 걸 도와주기까지 했다.백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걸으면서 말했다. “누가 내 동기 이준이를 괴롭혔을까?”“바로 이 멍청이예요, 백범이 형. 바닥으로 자리를 옮겨요! 마지막 한숨만 남겨줘요!” 이준이 외쳤다.이 순간, 설 씨 집안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거의 모두가 일어서 존경하는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변백범!이준은 그렇게나 사회의 이목을 끄는 사람을 여기에 초대했다!그는 말로만 떠벌리는 게 아니었다!변백범은 서울 길거리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수박 칼 두 개로 사람을 죽이는 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이런 사람을 쉽게 초대할 수 없었다!비록 설 씨 집안은 이류 집안이었지만, 그래도 집에 보안 요원 몇 명이 있었다. 그러나 변백범 같은 남자에게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
하현은 놀란 눈빛으로 은아를 쳐다보았다. 그는 원래 아내가 처음부터 자신을 소홀히 하고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하현은 그 순간 은아가 그의 안전을 걱정할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 생각을 하니 하현의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러나, 은아는 하현의 머릿속 감정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 극도로 긴장했다!이게 누군가? 그 유명한 백범이 형, 변백범이었다. 비록 은아는 실제로 백범을 본 적이 없지만, 많은 사람이 언급한 걸 들어본 적이 있다.변백범은 몇 년 전 한낱 깡패일 뿐이었지만, 그는 누군가에 의해 채용되고 훈련 받고 몸단장을 받았다. 예상외로, 백범은 기나긴 노력 끝에 드디어 서울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백범은 사업도 하고 지난 2년간 더 자제하며 살아왔지만, 그의 평판은 여전히 강력하고 위협적이며 경찰과 범죄 조직 둘 다 그의 체면을 살려야 했다.하현 그 데릴사위가 이런 사람 앞에서 이준을 건드린다면 안 좋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얼른 가!” 은아는 불안했다. 그녀는 일어서서 하현을 당기려고 했지만, 유아가 다른 쪽에서 그를 붙잡았다.유아는 할 말을 잃었다. 오늘 언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정신이 나갔나? 언니는 평소 이 별 볼 일 없는 사위를 제일 싫어하지 않았나? 왜 지금 그를 도와주는 거지?유아뿐만 아니라, 다른 설 씨 집안 사람들도 은아를 말렸다.오늘 밤 하현은 설 씨 집안 사위 강이준을 불쾌하게 했다. 심지어 이준을 지원하던 사람인 그 위대한 백범도 여기 와있었다. 누구든 오늘 밤 하현의 편을 들면 아마 그 사람도 백범을 불쾌하게 할 것이다.이 사람들은 분명 하현이 죽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은 하현을 위해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눈 가리고 공연을 보는 셈이었다.그 시각 놀란 민혁은 말했다. “누나,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왜 이 쓰레기를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다행히도 저 사람은 이제 설 씨 집안과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에요. 안
이준이 백범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이었다!한번은 이준이 플래티넘 호텔에 간 적이 있었다. 그는 우연히 한 아름다운 여성과 부딪쳤는데 거의 죽을 뻔했다. 백범이 때마침 지나갔는데 그는 누군가 가게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백범은 이준을 도와 문제를 해결했다.그때 이후로, 이준은 단순히 돈이 많은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그는 친구가 필요했다.그리하여 이준은 백범과 친구가 되는데 많은 노력을 했으며 백범의 재정문제를 도와주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준은 지난 2년간 백범이 많은 양의 돈을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되긴 해서 오늘 밤 백범을 불러낼 엄두가 있었다.그러나 투자란 보장된 시장이 아니었다. 가끔 백범이 돈을 잃은 적도 있었지만, 이준은 이를 악물고 그를 도와주었다.백범이 돈을 잃게 되면 이준이 바지에 똥을 지릴 정도로 처맞을 걸 알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사실 이준이 백범을 도와준 이후로, 이준의 명성은 서울의 젊은 층 사이에서도 높아졌다.심지어 어떤 일류 집안 후계자들도 이준을 감히 자극하지 못했으니, 이준은 지난 2년간 안하무인이 되어버렸다.한편, 백범은 입술 사이에 담배를 물며 하현에게서 고작 십 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홀 안의 불빛이 약간 어둡고 자욱한 연기가 앞에 있어, 백범은 하현을 알아보지 못했다.그 순간, 백범은 무작위로 수박 칼을 가져가 땅에 질질 끌며 하현을 향해 걸어갔다.“뛰어! 여보, 뛰어!” 은아는 너무 초조해 하현을 이름으로 부르는 걸 깜빡했다. 하지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은아는 사람들 틈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은아는 좋진 않았지만, 자신의 장난감이 남에게 빼앗기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지금 무슨 이유 때문인지 속상했다.은아는 원래 자기가 하현을 1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빨리 이혼할수록 자신이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그러나, 은아는 이 순간 하현을 그래도 조금은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불행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반대편에 있던 백범은 이 순간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평소 같았으면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였을 이 깡패는 이 시점에서 발이 차가워지며 오줌을 지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특히 백범이 하현의 눈과 마주쳤을 때,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오랫동안 아무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백범 뒤에 있던 이준은 그의 움직임이 멈춘 걸 보자 조금 초조해졌다. 그리고 이준은 말했다. “백범이 형, 걱정하지 마세요. 쟤는 그저 쓸모없는 개자식이자 데릴사위일 뿐이에요. 쟤를 땅으로 끌어 내려요! 그리고 양손 모두 잘라버려요!”이준은 끊임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의 눈은 약간 붉어져, 하현이 그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마구 차이고 베이는 모습을 얼른 보고 싶어 안달 났다.“이 사람이 네가 해치우고 싶다던 사람이야?” 백범은 드디어 반응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이준을 비통하게 쳐다보았다.백범은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강이준, 얼른 사람을 잘못 봤다고 말해, 아니면…”“그래, 저 사람이야! 백범이 형, 얼른 패버려!” 이준은 하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설 씨 집안을 말하자면, 모두가 얼굴에 약간의 신남을 띤 채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이 겁쟁이는 오늘 죽은 몸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하현이 어떻게 죽을지 기대했다.그러나, 설 씨 어르신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준아, 그냥 살짝만 혼내주고 죽이지는 마.”“죽이지 말라고요?” 이준은 비웃었다. 하현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이준의 명성을 망가뜨렸다.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이준이 설 씨들과 같은 편에 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뿐이라 그는 여전히 하현이 죽길 바랐다. 그리고 이곳은 이준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었다.게다가 이준은 설 씨 집안 사람들에게 겁을 주어서, 그가 파산한 걸 알았다 해도 아무도 그를 감히 비난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설 씨 집안의 자원을 이용해서 다시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
찰싹, 찰싹, 찰싹!이준의 얼굴에 아무 예고도 없이 손바닥이 연속으로 몇 번 날라와 그의 얼굴이 퉁퉁 붓고 순식간에 돼지머리가 되었다!이준은 어안이 벙벙했다. “백범이 형, 이 쓰레기를 때리라고 했는데… 왜…”이준을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여기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백범은 이준의 위대한 형이 아니던가?어쩜 그리 쉽게 이준과 사이가 안 좋아진 건가?“너 자신이 죽을 예정인데, 나까지 다치게 하려고 하다니. 오늘 널 반드시 망가뜨려야겠어…” 백범은 이준을 발로 차 몇 미터 날아가게 했다. 그리고 백범은 악랄하게 말했다. “이 자식 패버려, 세게 패버려!”백범을 따르던 부하들은 처음에 살짝 멍했으나 얼른 반응을 했다. 대장이 말을 했는데, 그들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있나?패버려!곧바로 십 몇 명의 사람들이 와서 이준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도대체 왜?! 백범이 형, 왜 날 패라고 한 거예요?”이준은 울부짖으면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이건 내가 바라던 게 아니야!주위에 있던 설 씨 집안 사람 모두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준이 여기서 맞아 죽지는 않겠지?설 씨 어르신은 결국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어르신은 기침을 콜록콜록하며 말했다. “백범아, 제발…”“오늘 누구든지 감히 헛소리를 지껄이면 죽여버리겠어!” 백범은 설 씨 어르신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걸어가 이준의 얼굴을 짓밟아 세게 뭉갰다.이 순간 모두 겁에 질렸다. 오늘 밤 누군가 죽어 나갈 것 같았다.“도련님… 하현 씨…” 백범은 지금 겁먹은 채 하현에게 걸어갈 뿐이었다. 백범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도로 삼켜야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감히 당신을 건드리려 했던 이놈을 오늘 밤 없애버리겠습니다!”백범은 이 말을 하는 동안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어제 하현을 만났을 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 후 이 일이 벌어졌다. 지금 이 순간, 백범은 이준을 목 졸라 죽이고
헛것을 보는 걸까 꿈을 꾸고 있는 걸까?왜 변백범 저 비즈니스 거물이 지금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에게 이렇게나 예의를 차리는 걸까? 마치 아버지를 만난 듯한 태도였다.이 쓸모없는 개자식이 어떻게 그럴 능력이 있는 걸까?많은 사람이 자신을 꼬집어 볼 수밖에 없었다. 분명 꿈을 꾸고 있다! 그래야만 한다!은아도 충격을 받았다. 맨 처음 그녀의 걱정이 큰 충격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백범은 설 씨 집안 사람들의 태도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는 무릎 꿇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걸 다 해봤다. 그리고 백범은 속삭였다. “도련님인지 몰랐습니다. 도련님인 걸 알았으면 절대 오지 않았을 거예요. 제발… 화내지 마세요…”“그만.” 하현은 미간을 찡그리며 차갑게 말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이런 사소한 문제 때문에 오기나 하고. 왜 이렇게 밑바닥으로 떨어진 거야?”“그건 이 개자식이 제가 주식 투자하는데 도와줬기 때문이에요…” 백범은 감히 하현에게서 이 사실을 숨기지 못했다.하현은 고개를 저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얘는 지금 파산했어. 뭐,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알겠지.”말을 끝마치자 하현은 뒤돌아서 갔다. 백범은 미동도 없었다. 하현은 그에게 조금 실망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젠장!백범의 얼굴은 창백해져 이 비즈니스 거물은 겁에 질렸다.다른 이들은 하현이 누군지 몰랐지만, 그들은 백범이 청소년 시절부터 강남 곳곳에 병력을 배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백범이 자신의 분야에서는 꽤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하현 앞에서는 한낱 하인인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만약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백범은 오래전에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도련님은 평소에 헛소리를 지껄이는 걸 좋아하지 않으셔. 도련님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다면 매우 화나셨다는 뜻이야…’“죽을 때까지 패버려!” 백범은 날카롭게 말했다.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나저나 도련님께서 이 사람이 파산했다고 하는데,
백범은 이준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왜 얘들한테 널 패라고 한 건지 모르겠어? 하현 씨가 누군지 몰라? 어딜 감히 저분을 불쾌하게 해?”“쟤는… 쟤는 설 씨 집안의 쓸모없는 데릴사위 아니에요?”이 순간, 이준은 무척 후회해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자신이 부른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팼는데, 이게 다 이 개자식 하현 때문이었다. 이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데릴사위?” 백범은 비웃었다. 백범이 하현의 정체를 밝히려고 하던 그때, 그는 하현이 자신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백범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며 욕했다. “너한테 물어볼게, 너 파산했어? 그럼 내가 준 60억이 증발했다는 거야?”설 씨 집안은 감히 백범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 시각 모두가, 특히 설 씨 어르신이 충격을 받았다. 백범의 말을 듣자 어르신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몇 걸음 나와 말했다. “백범아… 방금 강 부장이 파산했다고 한 게냐? 사실이야?”설 씨 어르신 같은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 앞에서만 공격적으로 행동할 엄두가 있었다. 그는 백범 같은 사람 앞에서 무례하게 굴 용기가 없었다. 지금 어르신이 이런 질문을 했다는 거 자체가 꽤 괜찮았다.백범은 눈동자를 굴렸다. 이 멍청한 노인은 정말로 도련님의 정체를 몰랐다. 도련님께서 이미 이준이 파산했다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가짜이겠나?그러나 백범은 지금 하현의 정체를 밝히는 게 두려웠다. 대신, 그는 이준의 목덜미를 잡아 차갑게 말했다. “네가 직접 말해. 거짓말하다 들키면, 네가 말한 한 글자 한 글자대로 네 손가락을 잘라버릴 테니까!”“말… 말… 말할게요…” 이준은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다. “백범이 형, 저는 정말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저에게 돈이 없지만, 제가 반드시 돈을 갚을게요, 반드시…”“알았어, 네가 직접 말해. 사흘 줄게. 그때까지 60억을 안 내놓으면 네 손모가지 하나가 잘려 나갈 줄 알아!” 백범은 비웃었다. 그리고 그는 날카롭게 소리치기
“이준 씨, 이거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방금 확인해봤어요. 당신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지 못한대요.”이때, 설 씨 어르신이 전화를 끊고 걸어갔다. 그는 손을 흔들며 이준의 얼굴에 차갑게 수표를 던졌다.설 씨 어르신은 처음에 자신이 백억 원가량 운전자본을 손에 넣은 줄 알았다. 뜻밖에도, 백범의 말이 그를 방금 깨우쳤다. 어르신은 재빨리 다른 사람에게 이 일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그제야 그는 사실을 알았다.설 씨 어르신은 인생에서 자기 체면을 제일 중요시해서 그는 이제 이준이 너무 미웠다. 어르신의 선택인 이준이 파산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이준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마지못해 미소를 지었다. “설 씨 어르신, 잊지 마세요. 저는 아직 하엔 그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파산했다고 해도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이준이 그 말을 하자 설 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이준이 그를 협박하고 있었다!강남의 상위권 집안인 하 씨 집안이 하엔 그룹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류 집안들도 그들을 감히 자극하지 못했다. 일반인보다도 그들의 개가 더 공격적이었다.이런 강력한 집안이 이준을 지원하고 있으니 그가 다시 일어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설 씨 어르신은 이준이 하엔 그룹에서 쫓겨난 줄 몰랐다. 안 그랬으면 어르신은 이준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그렇다면, 백억 원이 내 손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제야 너의 청혼을 다시 고려해보겠다.” 설 씨 어르신은 깊은 눈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떠났다.“쳇, 알고 보니 거지면서, 감히 우리 앞에서 연기를 해!”“어쩐지 백범이 저 사람을 찾아왔다고 했네. 나도 가지고 놀고 싶었는데.”“뭐, 따지고 보면 여전히 하 씨 집안의 개인 셈이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겠어.”그를 이준 씨라고 부르던 설 씨 집안 사람들이 이제는 그를 조롱하고 비웃는 걸 보니
이때 엄도훈의 머릿속에 한 마디가 떠올랐다.천하 무공의 으뜸은 빠름이다!설마 눈앞에 있는 이놈의 실력이 격식과 장법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빠른 것인가?그 정도 실력인 것인가?말도 안 된다!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이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전신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대하의 전신 중에 이렇게 젊은 사람이 있었던가?엄도훈은 고심 끝에 하현이 병왕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그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었다.사람을 더 불러야 할지 어째야 할지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만약 하현이 정말로 병왕이라면 자신의 무리들이 그를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진홍헌과 십여 명의 부잣집 자제들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믿으려야 믿을 수가 없었다.그들은 하현이 수백 명의 무리들 앞에서 가죽이 벗겨지도록 고통을 당할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오히려 하현이 깃털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사람들을 제압할 줄은 몰랐다.거의 반 이상이나 되는 무리들을 단숨에 해치운 것이다.가히 무서운 실력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아니 어떻게?!”진홍민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그녀는 하현이 자신의 오빠에게 혼쭐이 나서 짓밟힌 뒤 함부로 대들었던 자신을 탓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릴 거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심지어 자신의 오빠에게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빌며 잘못을 빌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진홍민이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았던 것이 분명하다.그녀가 생각하는 그 허여멀건한 데릴사위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들 부잣집 2세들이 데릴사위 하나 때려잡지 못하고 오히려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다니!“계속할 거야?!”멍하니 서 있는 엄도훈을 바라보며 하현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계속하든지 아니면 당신 스스로 남은 손 하나 마저 부러뜨리든지!”
엄도훈은 자신의 지원병이 오는 것을 보자 순간적으로 기운이 넘쳐흘렀다.이 사람들은 모두 신사 상인 연합회의 유능한 간부들이며 평소에 그를 돕던 인재들이었다.이에 엄도훈은 끊어지지 않은 손을 흔들며 의기양양한 자태를 보였다.그는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형제들아! 어서 저놈을 죽여!”“저놈을 죽여야 내 한이 풀어질 거야!”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엄도훈의 말을 듣고 쇠파이프를 질질 끌며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해 왔다.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황일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진주희나 황천화를 금정으로 불러 자기 곁에 머물게 했을 것이다.저 많은 사람들을 자신이 혼자 감당해야 하니 정말 막막하긴 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걸음씩 내디디며 엄도훈 앞으로 거침없이 다가와 손바닥을 또 한 번 휘둘렀다.“퍽!”엄도훈의 몸이 또 날아올라 그의 뒤에 서 있던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을 모두 땅에 처박아 버렸고 동시에 그는 큰소리로 울부짖었다.부러진 한 손이 너무 아팠던 것이다.그리고 쓰러진 스무 명은 모두 허둥지둥거리기 시작했다.어떤 이는 사람을 부축하고 어떤 이는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하현은 그들에게 예의 차리지 않고 바로 다가가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사람들을 모두 땅바닥에 쓰러뜨렸다.“개자식!”하현이 감히 먼저 손바닥을 휘갈기며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또 때리는 것을 보고 남아 있던 건달들이 숨을 헐떡이며 고함을 지르고 달려들었다.“죽어라!”손에 든 쇠파이프가 하현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건달들의 행동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했다.하현은 가까스로 몸을 돌린 후 손바닥을 후려쳤다.비록 상대는 수십 명이나 되지만 하현의 눈에는 모두 어중이떠중이처럼 보였다.옆에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하현도 상황을 봐 가면서 손을 썼을 것이다.“짝짝짝!”앞에 있던 몇몇 건달들이 손에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하현에게 떨어지기도 전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화끈거리는 고통과 함
”사람을 불러보라고?!”이 말을 들은 엄도훈은 하마터면 피를 쏟을 뻔했다.과거에는 누가 이런 말을 하면 사정없이 밟아주었더랬다.아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시원하게!하지만 뜻밖에도 풍수가 뒤바뀌었는지 그가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는 사람이 되었다.순간 엄도훈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분노만이 소용돌이쳤다.당당하던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맞아서 얼굴이 시뻘게지다니!그는 마음이 씁쓸하고 울적하고 괴로웠다.창피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체면치레 몇 마디로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는 계속 헛소리를 들이대면 자신의 체면이 더욱 구겨질 것이 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그래서 엄도훈은 쓸데없는 말 대신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이 자식! 딱 기다려. 네놈을 밟는 일에 우리 서문 천문채 사람까지 부를 필요도 없어!”“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에는 수백 명의 형제와 십여 명의 고수들이 있어!”“아주 뼈마디마다 꼭꼭 밟아 줄 것이야!”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그는 신사 상인 연합회를 총출동시킬 모양이었다.그제야 하현은 바라보는 진홍헌의 눈가에 의기양양한 빛이 다시 슬슬 떠오르기 시작했다.하현은 확실히 싸움 실력도 좋고 배짱도 두둑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하지만 문제는 지금 이 시대가 개개인의 싸움 실력만 좋다고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란 것이다!돈, 권력, 인맥, 역량, 배경이 모든 것을 대표하는 시대이다.하 씨 성을 가진 놈이 싸움을 잘하면 뭐해?손을 끊어 놓으면 뭐해?이럴 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만둘 줄도 모르고 신사 상인 연합회를 자극해 결국 총출동하게 만들어 서남 천문채까지 나서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몰고 갔으니!이 모든 일로 미루어 보아 식견이 부족한 얼뜨기임에 틀림없다.하 씨 이놈은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수백 명이 한꺼번에
만약 엄도훈이 방심했기 때문에 하현에게 얼굴이 날아갔다고 치더라도 하현이 십여 명의 건달들을 가볍게 날려버린 건 하현이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분명 출중한 실력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의기양양하던 진홍헌, 진홍민 남매는 눈만 멀뚱멀뚱할 뿐 도저히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젠장! 여자한테 빌붙어 빌어먹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싸움을 잘 할 수가 있지?”“그럴 리가 없어!”“흥! 어쩐지 이 개자식이 혼자서 당당하게 우리 연합회에 찾아오더라니! 알고 보니 실력이 꽤나 있는 모양이군!”하현이 맥없이 쓰러지는 꼴을 기다리고 있던 부잣집 2세들도 모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마치 자신의 얼굴이 맞은 듯 화끈화끈거렸다.하현에게 당한 사람들은 평범한 부잣집 도련님들이 아니라 신사 상인 연합회 싸움꾼들이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엄도훈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평소에도 거침없이 사람들을 대했다.그런데 왜 오늘은 이렇게 당한 거지?엄도훈 역시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그는 비틀거리며 땅에서 일어나 화끈거리는 얼굴의 통증을 부여잡았다.치솟아 오르는 부끄러움과 분노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순간 엄도훈은 눈빛이 매서워졌고 품에서 병부의 단검을 뽑아 하현의 가슴에 들이댔다.“퍽!”단검은 하현의 가슴은커녕 허공에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엄도훈이 사정을 봐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하현이 재빠르게 그의 손목을 잡아버린 것이다.“서남 천문채의 제자가 이 정도 실력밖에 안 돼?!”하현은 심드렁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차칵!”순간 낭랑한 소리와 함께 엄도훈의 손목이 바로 부러졌다.아앗!처량한 비명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엄도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물에 젖은 솜처럼 온몸이 땀에 흥건히 젖어 부르르 떨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하현이 당하는 꼴을 구경하려던 예쁜 여자들은 하나같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범접하지 못할 하현의 단호함과 매서운 실력에 놀라
엄도훈은 얕잡아 보는 듯 기분 나쁜 미소를 떠올리며 하현의 얼굴을 건드리려고 손을 뻗었다.“탁!”하현이 엄도훈의 손을 덥석 잡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엄 회장님, 이건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는 짓이죠!”“사람을 너무 업신여겨요?”엄도훈은 하현의 손을 뿌리치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응시했다.하현이 감히 반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원래 세상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것 아닙니까?”“주먹이 도리이자 법이죠!”“당신은 너무 약한 존재라 우리한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건 당연하죠!”“안 그렇습니까?”“엄 회장님. 이런 녀석과 쓸데없는 말로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2층에 있던 진홍헌이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냥 손발을 부러뜨리면 그만이에요! 흥! 어디 두고 보자구! 감히 날뛸 수 있는지!”하현이 다이아몬드와 포르쉐 918로 진홍헌의 체면을 뭉개버린 것이 진홍헌에게 적잖은 상처와 수치를 남긴 모양이었다.어쨌든 진홍헌은 중천 그룹의 아들이고 그의 아버지 재산은 수조 원에 육박한다.하지만 금정 재벌 2세인 그가 데릴사위에게 뺨을 맞았다?!이런 일은 정말 참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하현에게 이 치욕을 되돌려주지 않으면 진홍헌이 앞으로 어떻게 금정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이를 지켜보던 진홍민과 몇몇 아름다운 여자들은 모두 웃는 듯 마는 듯 이죽거렸다.다들 하현이 묵사발이 되어 나가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만약 주먹이 도리라고 한다면 그래, 어디 해 보시죠! 당신들이 못 할까 봐 두려울 지경이군요!”하현은 더 이상 진홍헌을 상대하지 않고 엄도훈의 얼굴을 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오호?!”“지금 당신이 날 협박한 걸로 이해해도 될까요?”“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 구역에 와서 나 엄도훈을 협박하는 겁니까?”“흥! 자식! 배짱 한번 두둑하군!”엄도훈은 염주를 돌리며 하현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이어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문
선두에 선 황모 청년이 하현을 위아래로 몇 번씩이나 훑어본 후 담배를 물고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누구시죠? 여긴 왜 왔어요?”“신사 상인 연합회에 보호비 내러 왔어요?”하현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안녕하세요. SL그룹에서 왔습니다.”“저는 하현이라고 합니다. 엄 사장님께 오백억을 받으러 왔습니다.”“하현? SL그룹?”“아, 당신이 설 씨 가문의 데릴사위?”분명 요 며칠 최희정이 하현에 대해 떠벌린 것이 틀림없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런 건달들이 하현을 데릴사위라고 칭하며 단번에 알아봤을 리가 없다.잠시 후 황모 청년은 손뼉을 쳤다.그러자 여기저기서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를 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염주를 든 점잖아 보이는 남자가 유유히 걸어 나왔다.그는 전통옷을 입고 있어서 마치 뭔가에 몰두하는 학자처럼 보였지만 눈동자에는 흉악한 기운이 가득 맴돌고 있었다.이 사람이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자 서남 천문채 금정 지부를 책임지고 있는 엄도훈이었다!엄도훈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하현입니까?”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내가 바로 하현입니다. 혹시 날 아십니까?”“당신이 하현이라니 마침 잘 되었네요!”엄도훈이 박수를 치며 껄껄 웃었다.“내 친구 중의 한 명이 나한테 그랬죠. 데릴사위가 한 명 있는데 그놈이 그들을 괴롭혔다고. 그 사람 이름이 하현이라고 하더군요.”“내 친구는 자기 대신 내가 어떻게 좀 해주길 바랐죠.”“친구요?”하현이 차가운 눈빛이 스치며 말했다.“그 친구가 누구인지 짐작이 안 갑니까?”엄도훈이 하현에게 손짓을 하며 뒤쪽을 보라고 했다.이때 2층 베란다에 낯익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바로 진홍헌과 진홍민 남매였다.그들 뒤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열두 명의 남녀와 부잣집 자제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다.하나같이 기세등등하게 하
”안 돼!”설은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안 마시기만 해 봐!”하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단념한 표정으로 우유를 받아들고 쓴 약을 먹는 듯 눈을 찡긋하며 우유를 마셨다.하현이 순순히 우유를 마시자 설은아는 비로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잘했어!”“그리고 엄마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마.”“신사 상인 연합회가 빚진 오백억은 내가 해결할게.”“어쨌든 내 뒤에는 대구 정 씨 가문이 있으니 상대방이 아무리 서문 천문채에 뒷배가 있더라도 우리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가면 아마 무참하게 뭉개 버리려 할 거야. 뼈도 못 추릴 수도 있어...”“아무리 당신이 실력이 좋아도 무학의 성지 앞에서는 무리야.”“그러니까 당신은 이틀 동안 이 집에서 나오지 말고 편하게 쉬어. 내가 이 일을 다 해결한 후에 증명서 받으러 갈게.”말을 마치니 설은아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달처럼 띄워졌다.그러자 그녀는 부끄러운지 얼른 몸을 돌렸다.하현은 설은아의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설은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용감해지고 자신감도 상당히 강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설은아와 설유아의 당부는 깔끔하게 무시되었다.이튿날 아침 10시.하현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로 향했다.그곳은 금정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거리 끝에 위치해 있었다.하현의 눈에 명청 양식의 오래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들어왔다.건물은 매우 견고해 보였다.앞에는 넓은 광장 같은 것이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상가들이 있었다.오래된 건물의 대문에는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위에 부러진 칼이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박혀 있었다.오는 길에 하현은 이미 대략 알아차릴 수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 휘하에 있는 조직이었다.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은 결과로 신사 상인 연합회는 일 처리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그리고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