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이 백범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이었다!한번은 이준이 플래티넘 호텔에 간 적이 있었다. 그는 우연히 한 아름다운 여성과 부딪쳤는데 거의 죽을 뻔했다. 백범이 때마침 지나갔는데 그는 누군가 가게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백범은 이준을 도와 문제를 해결했다.그때 이후로, 이준은 단순히 돈이 많은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그는 친구가 필요했다.그리하여 이준은 백범과 친구가 되는데 많은 노력을 했으며 백범의 재정문제를 도와주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준은 지난 2년간 백범이 많은 양의 돈을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되긴 해서 오늘 밤 백범을 불러낼 엄두가 있었다.그러나 투자란 보장된 시장이 아니었다. 가끔 백범이 돈을 잃은 적도 있었지만, 이준은 이를 악물고 그를 도와주었다.백범이 돈을 잃게 되면 이준이 바지에 똥을 지릴 정도로 처맞을 걸 알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사실 이준이 백범을 도와준 이후로, 이준의 명성은 서울의 젊은 층 사이에서도 높아졌다.심지어 어떤 일류 집안 후계자들도 이준을 감히 자극하지 못했으니, 이준은 지난 2년간 안하무인이 되어버렸다.한편, 백범은 입술 사이에 담배를 물며 하현에게서 고작 십 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홀 안의 불빛이 약간 어둡고 자욱한 연기가 앞에 있어, 백범은 하현을 알아보지 못했다.그 순간, 백범은 무작위로 수박 칼을 가져가 땅에 질질 끌며 하현을 향해 걸어갔다.“뛰어! 여보, 뛰어!” 은아는 너무 초조해 하현을 이름으로 부르는 걸 깜빡했다. 하지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은아는 사람들 틈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은아는 좋진 않았지만, 자신의 장난감이 남에게 빼앗기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지금 무슨 이유 때문인지 속상했다.은아는 원래 자기가 하현을 1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빨리 이혼할수록 자신이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그러나, 은아는 이 순간 하현을 그래도 조금은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불행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반대편에 있던 백범은 이 순간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평소 같았으면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였을 이 깡패는 이 시점에서 발이 차가워지며 오줌을 지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특히 백범이 하현의 눈과 마주쳤을 때,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오랫동안 아무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백범 뒤에 있던 이준은 그의 움직임이 멈춘 걸 보자 조금 초조해졌다. 그리고 이준은 말했다. “백범이 형, 걱정하지 마세요. 쟤는 그저 쓸모없는 개자식이자 데릴사위일 뿐이에요. 쟤를 땅으로 끌어 내려요! 그리고 양손 모두 잘라버려요!”이준은 끊임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의 눈은 약간 붉어져, 하현이 그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마구 차이고 베이는 모습을 얼른 보고 싶어 안달 났다.“이 사람이 네가 해치우고 싶다던 사람이야?” 백범은 드디어 반응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이준을 비통하게 쳐다보았다.백범은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강이준, 얼른 사람을 잘못 봤다고 말해, 아니면…”“그래, 저 사람이야! 백범이 형, 얼른 패버려!” 이준은 하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설 씨 집안을 말하자면, 모두가 얼굴에 약간의 신남을 띤 채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이 겁쟁이는 오늘 죽은 몸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하현이 어떻게 죽을지 기대했다.그러나, 설 씨 어르신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준아, 그냥 살짝만 혼내주고 죽이지는 마.”“죽이지 말라고요?” 이준은 비웃었다. 하현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이준의 명성을 망가뜨렸다.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이준이 설 씨들과 같은 편에 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뿐이라 그는 여전히 하현이 죽길 바랐다. 그리고 이곳은 이준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었다.게다가 이준은 설 씨 집안 사람들에게 겁을 주어서, 그가 파산한 걸 알았다 해도 아무도 그를 감히 비난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설 씨 집안의 자원을 이용해서 다시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
찰싹, 찰싹, 찰싹!이준의 얼굴에 아무 예고도 없이 손바닥이 연속으로 몇 번 날라와 그의 얼굴이 퉁퉁 붓고 순식간에 돼지머리가 되었다!이준은 어안이 벙벙했다. “백범이 형, 이 쓰레기를 때리라고 했는데… 왜…”이준을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여기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백범은 이준의 위대한 형이 아니던가?어쩜 그리 쉽게 이준과 사이가 안 좋아진 건가?“너 자신이 죽을 예정인데, 나까지 다치게 하려고 하다니. 오늘 널 반드시 망가뜨려야겠어…” 백범은 이준을 발로 차 몇 미터 날아가게 했다. 그리고 백범은 악랄하게 말했다. “이 자식 패버려, 세게 패버려!”백범을 따르던 부하들은 처음에 살짝 멍했으나 얼른 반응을 했다. 대장이 말을 했는데, 그들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있나?패버려!곧바로 십 몇 명의 사람들이 와서 이준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도대체 왜?! 백범이 형, 왜 날 패라고 한 거예요?”이준은 울부짖으면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이건 내가 바라던 게 아니야!주위에 있던 설 씨 집안 사람 모두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준이 여기서 맞아 죽지는 않겠지?설 씨 어르신은 결국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어르신은 기침을 콜록콜록하며 말했다. “백범아, 제발…”“오늘 누구든지 감히 헛소리를 지껄이면 죽여버리겠어!” 백범은 설 씨 어르신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걸어가 이준의 얼굴을 짓밟아 세게 뭉갰다.이 순간 모두 겁에 질렸다. 오늘 밤 누군가 죽어 나갈 것 같았다.“도련님… 하현 씨…” 백범은 지금 겁먹은 채 하현에게 걸어갈 뿐이었다. 백범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도로 삼켜야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감히 당신을 건드리려 했던 이놈을 오늘 밤 없애버리겠습니다!”백범은 이 말을 하는 동안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어제 하현을 만났을 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 후 이 일이 벌어졌다. 지금 이 순간, 백범은 이준을 목 졸라 죽이고
헛것을 보는 걸까 꿈을 꾸고 있는 걸까?왜 변백범 저 비즈니스 거물이 지금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에게 이렇게나 예의를 차리는 걸까? 마치 아버지를 만난 듯한 태도였다.이 쓸모없는 개자식이 어떻게 그럴 능력이 있는 걸까?많은 사람이 자신을 꼬집어 볼 수밖에 없었다. 분명 꿈을 꾸고 있다! 그래야만 한다!은아도 충격을 받았다. 맨 처음 그녀의 걱정이 큰 충격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백범은 설 씨 집안 사람들의 태도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는 무릎 꿇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걸 다 해봤다. 그리고 백범은 속삭였다. “도련님인지 몰랐습니다. 도련님인 걸 알았으면 절대 오지 않았을 거예요. 제발… 화내지 마세요…”“그만.” 하현은 미간을 찡그리며 차갑게 말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이런 사소한 문제 때문에 오기나 하고. 왜 이렇게 밑바닥으로 떨어진 거야?”“그건 이 개자식이 제가 주식 투자하는데 도와줬기 때문이에요…” 백범은 감히 하현에게서 이 사실을 숨기지 못했다.하현은 고개를 저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얘는 지금 파산했어. 뭐,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알겠지.”말을 끝마치자 하현은 뒤돌아서 갔다. 백범은 미동도 없었다. 하현은 그에게 조금 실망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젠장!백범의 얼굴은 창백해져 이 비즈니스 거물은 겁에 질렸다.다른 이들은 하현이 누군지 몰랐지만, 그들은 백범이 청소년 시절부터 강남 곳곳에 병력을 배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백범이 자신의 분야에서는 꽤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하현 앞에서는 한낱 하인인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만약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백범은 오래전에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도련님은 평소에 헛소리를 지껄이는 걸 좋아하지 않으셔. 도련님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다면 매우 화나셨다는 뜻이야…’“죽을 때까지 패버려!” 백범은 날카롭게 말했다.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나저나 도련님께서 이 사람이 파산했다고 하는데,
백범은 이준의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왜 얘들한테 널 패라고 한 건지 모르겠어? 하현 씨가 누군지 몰라? 어딜 감히 저분을 불쾌하게 해?”“쟤는… 쟤는 설 씨 집안의 쓸모없는 데릴사위 아니에요?”이 순간, 이준은 무척 후회해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자신이 부른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팼는데, 이게 다 이 개자식 하현 때문이었다. 이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데릴사위?” 백범은 비웃었다. 백범이 하현의 정체를 밝히려고 하던 그때, 그는 하현이 자신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백범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며 욕했다. “너한테 물어볼게, 너 파산했어? 그럼 내가 준 60억이 증발했다는 거야?”설 씨 집안은 감히 백범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 시각 모두가, 특히 설 씨 어르신이 충격을 받았다. 백범의 말을 듣자 어르신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몇 걸음 나와 말했다. “백범아… 방금 강 부장이 파산했다고 한 게냐? 사실이야?”설 씨 어르신 같은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 앞에서만 공격적으로 행동할 엄두가 있었다. 그는 백범 같은 사람 앞에서 무례하게 굴 용기가 없었다. 지금 어르신이 이런 질문을 했다는 거 자체가 꽤 괜찮았다.백범은 눈동자를 굴렸다. 이 멍청한 노인은 정말로 도련님의 정체를 몰랐다. 도련님께서 이미 이준이 파산했다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가짜이겠나?그러나 백범은 지금 하현의 정체를 밝히는 게 두려웠다. 대신, 그는 이준의 목덜미를 잡아 차갑게 말했다. “네가 직접 말해. 거짓말하다 들키면, 네가 말한 한 글자 한 글자대로 네 손가락을 잘라버릴 테니까!”“말… 말… 말할게요…” 이준은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다. “백범이 형, 저는 정말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저에게 돈이 없지만, 제가 반드시 돈을 갚을게요, 반드시…”“알았어, 네가 직접 말해. 사흘 줄게. 그때까지 60억을 안 내놓으면 네 손모가지 하나가 잘려 나갈 줄 알아!” 백범은 비웃었다. 그리고 그는 날카롭게 소리치기
“이준 씨, 이거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방금 확인해봤어요. 당신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지 못한대요.”이때, 설 씨 어르신이 전화를 끊고 걸어갔다. 그는 손을 흔들며 이준의 얼굴에 차갑게 수표를 던졌다.설 씨 어르신은 처음에 자신이 백억 원가량 운전자본을 손에 넣은 줄 알았다. 뜻밖에도, 백범의 말이 그를 방금 깨우쳤다. 어르신은 재빨리 다른 사람에게 이 일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그제야 그는 사실을 알았다.설 씨 어르신은 인생에서 자기 체면을 제일 중요시해서 그는 이제 이준이 너무 미웠다. 어르신의 선택인 이준이 파산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이준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마지못해 미소를 지었다. “설 씨 어르신, 잊지 마세요. 저는 아직 하엔 그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파산했다고 해도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이준이 그 말을 하자 설 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이준이 그를 협박하고 있었다!강남의 상위권 집안인 하 씨 집안이 하엔 그룹을 운영하고 있었다. 일류 집안들도 그들을 감히 자극하지 못했다. 일반인보다도 그들의 개가 더 공격적이었다.이런 강력한 집안이 이준을 지원하고 있으니 그가 다시 일어서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설 씨 어르신은 이준이 하엔 그룹에서 쫓겨난 줄 몰랐다. 안 그랬으면 어르신은 이준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그렇다면, 백억 원이 내 손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제야 너의 청혼을 다시 고려해보겠다.” 설 씨 어르신은 깊은 눈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떠났다.“쳇, 알고 보니 거지면서, 감히 우리 앞에서 연기를 해!”“어쩐지 백범이 저 사람을 찾아왔다고 했네. 나도 가지고 놀고 싶었는데.”“뭐, 따지고 보면 여전히 하 씨 집안의 개인 셈이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겠어.”그를 이준 씨라고 부르던 설 씨 집안 사람들이 이제는 그를 조롱하고 비웃는 걸 보니
희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는 하현에게 달려가 그를 꾸짖었다. “들었어? 얼른 인질이 돼. 너 같은 쓰레기가 인질을 하지 않으면 쓸모없어. 너는 3년 동안 설 씨 집안에 있었고 우리는 너에게 음식을 주고 너를 친절하게 대했어. 근데 지금 우리를 너랑 같이 끌어내리고 있잖아. 그래도 인질이 되지 않겠다면 너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하현은 차가워 보였지만, 은아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그의 마음은 약해졌다. 누가 그렇게 막막하게 그녀와 사랑에 빠지라고 했나?“알았어요!” 하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희정을 무시했다. 그는 이준을 향해 걸어가 작게 말했다. “강이준, 내가 네 인질이 될게, 내 아내는 놓아줘.”은아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하현을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안 돼, 오지 마…”“걱정하지 마, 너는 내 아내이고, 내가 널 지킬 거야.” 하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준에게 걸어갔다. 그는 이준이 자신의 목에 칼을 대게 했다. “이제 은아를 놓아줘도 되겠지?”은아는 자신의 두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인 것을 느꼈다. 비록 이 남자는 대단한 재력과 권력이 없고 쓸모없었지만, 그는 그녀 대신 인질을 자처했다.“은아야, 괜찮아?” 희정은 냉큼 달려왔다. 그녀는 긴장한 채 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엄마,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하현이…” 은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인질로 붙잡혀있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더니 걱정스러워졌다.희정은 그쪽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 “쟤한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이준이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봐, 그럼 쟤는 괜찮을 거야. 너는 그냥 빠져있어.”“엄마, 그렇지만…”“괜찮아. 쟤는 우리 집안 데릴사위야. 지금까지 3년 동안 키워주지 않았니? 왜 아직도 쟤를 신경 쓰는 거야?” 희정은 차갑게 말했다.“그래, 가자!” 유아도 은아를 말렸다. 유아는 은아가 충동적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무서웠다.
“왜?” 이준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는 오늘 밤 전화가 와 아무 이유 없이 그가 파산했다고 전해졌다. 이준도 이유를 알고 싶었다.하현은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어떤 번호로 다시 전화를 했다. 슬기는 아까 이미 하현에게 전화번호를 보내주었다.전화는 얼른 연결이 되었고, 전화 건너에서 슬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표님, 지시에 따라 이미 강이준을 해고했습니다. 동시에, 그가 횡령한 회사 프로젝트 자금을 변호사들이 조사하게 했습니다.”"슬… 슬기 씨…”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이준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순간 어지러움을 느껴 시야가 흐릿해졌다.이준의 손에 있던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 당신같이 쓸모없는 사람이 어떻게 신임 대표야? 이건 불가능해! 불가능하다고!”“불가능한 일이야! 하 씨 집안 젊은 세대는 다 유명해. 당신이 그럴 리가…” 이준은 끊임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지금 미칠 지경이었다. 이준은 이미 이 사실을 예상했지만, 그는 믿기를 거부했다. 자신이 깔보던 쓰레기가 마치 개미를 으스러뜨리는 것처럼 손쉽게 그를 망가뜨릴 수 있었다.“제발, 제발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면 안 돼? 내가 죽기를 바란다고 해도,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나를 무덤으로 보내지 말아줘.” 이준은 멘탈이 무너져 울려고 했다.“전에 하 씨 집안에 후계자가 있었던 거 몰라?” 하현은 침착하게 말했다.“당신은… 도련님…” 이준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는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도련님, 제발 저를 용서해주세요. 도련님을 알아보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저를 봐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봐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도련님의 아내분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도련님 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제발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일 내가 해를 못 보게 한다고 하지 않았어?”“도련님, 도련님, 제가 박쥐처럼 눈이 멀었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