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보고 가라는 거야?"하현은 웃음이 터졌다. 일개 직원이 어떻게 상사한테 가라고 말할 수가 있나?"내 말 못 알아듣겠어? 너 얼른 가라고! 누가 뽑았든, 네가 무슨 배경 출신이든, 지금 당장 꺼져!" 겨울은 이를 악물었다.겨울은 말을 끝마치자 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내더니 바닥에 던졌다. 그녀는 거칠게 말했다. "너 안 갈 거지? 그냥 돈이 필요한 거 아니야? 돈 챙기고 얼른 꺼져!"이때, 굉장히 큰 경적 소리가 울리더니, 벤틀리 한 대가 회장님의 주차 공간에 멈춰서자 직원들은 재빨리 흩어졌다.다음,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하얀 셔츠와 정교한 가죽 바지를 입고, 포니테일을 하고 파우치를 든 채 빠른 걸음으로 나왔다.여자의 외모는 겨울과 거의 동급이었지만 그녀의 성품은 겨울과 비교 불가였다.여자는 다른 사람도 쳐다보지 않고 얼른 하현에게로 걸어갔다. 그녀는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말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차가 막히는 바람에 제가 늦었습니다."하현은 이 미녀를 힐끗 쳐다보자 그녀가 바로 이슬기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하현이 하엔에 있었을 때, 그녀가 그의 밑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하현은 슬기가 하엔 그룹 대표의 비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오랜만이에요."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슬기 씨, 헷갈리신 것 같아요." 겨울은 한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누가 대표님이신지 모두가 알아요. 청소부 아무나 골라 그렇게 부르시면 안 되죠!""청소부요?" 슬기는 하현을 조심히 살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았다. 그러더니 슬기는 뒤돌아서 차갑게 겨울을 쳐다보았다. "김 부장님, 눈을 뜨고 똑바로 들으세요. 오늘부로, 저희의 새로운 대표님 하 대표님이십니다.""네?!" 모든 사람, 특히 경비실장이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의 다리에 힘이 빠졌다.그는 대표님의 차를 발로 찼는데, 이건…"이게 어떻게 가능해?! 불가능해!" 겨울은 자신의 얇은 입술을
하현이 겨울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 그녀의 얼굴은 붉어졌다. 그녀는 민망해했다. 겨울은 어젯밤 하현 앞에서 여전히 거만했고, 심지어 옆에 앉아 있는 하현을 경멸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서서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하현은 한동안 그녀를 응시했다. 비록 그의 오랜 동기는 약간 냉담해 보였지만, 그녀의 천성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그걸 생각하자마자 하현은 침착하게 말했다. "나는 이 문제로 너를 해고하지 않을 거야. 너의 승진에 대해서는, 네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나에게 보여준 다음에 이야기하자."하현은 이 말을 한 후 겨울을 무시했다. 그는 막 회사를 인수한 참이었는데 아직도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겨울과 헛소리를 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 있겠나?겨울은 아름다웠지만, 하현은 더 아름다운 여자들을 많이 보았다. 적어도 그의 아내인 은아는 그녀보다 더 예뻤다.…하엔 그룹의 대표가 바뀌었다. 진행 중이던 모든 투자는 종료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고품질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6조 원을 추가했다.이 소식은 마치 지상의 천둥과 같아서, 짧은 시간 안에 서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모든 이들은 이것이 서울 주요 집안 세력들의 대대적인 개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느 집안이든 하엔 그룹이 그들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할 수 있다면, 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결국 서울의 상위권 집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설 씨 집안은 확실히 넋을 놓고 있지 않았다. 설 씨 어르신은 즉시 가족 만찬을 열어 가족 모두에게 참석하라고 했다.은아는 재빨리 하현을 불렀다. 그러고서 은아는 하현에게 집에 가서 함께 저녁 식사 참석 준비를 하자고 했다.하현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한편, 은아는 이미 빨간 포르쉐에 앉아 초조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여보, 나 늦었어." 하현은 달려서 은아에게 왔다.은아는 오늘 밤 홀터 드레스를 입고 가슴에 독특한 장미 브로치를 달았다."프라하의 심장?
"응?" 하현은 잠시 놀라 입에 있던 스테이크를 삼키는 걸 잊었다. 왜 이런 일이 언제 일어날지 몰랐을까?유아는 하현이 게걸스럽게 먹는 것을 보고 더욱 혐오감을 느꼈다.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저는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아요. 이준 오빠는 설 씨 집안에 정식으로 청혼했어요. 오빠는 오늘 밤에 지참금을 보낼 거에요. 만약 당신이 충분히 똑똑하다면,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이렇게 말하자 유아가 비웃었다. 설 씨 집안은 합법적인 사업을 했지만, 집안에는 여전히 몇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 만약 이 패배자가 문제를 일으키기를 원했다면, 그들은 분명히 그를 쓰러뜨렸을 것이다."자, 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어르신께서 발표할 게 있습니다!"맨 위 자리에서 설 씨 어르신이 손을 내밀어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는 기대된다는 듯이 말했다. "다들 그 소식에 대해 들었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하엔 그룹의 대표가 갑자기 바뀌었어. 신임 대표는 이전에 협상했던 모든 투자를 종료했어. 투자를 위해 6조 원이 추가로 투입될 거야…""저는 신임 대표가 얼마나 신비로운지 모르지만, 그의 등장은 설 씨 집안에게 좋은 기회입니다!""서울의 수많은 가족들과 사업체들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서울에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설 씨 집안은 수년간 서울에서 부유한 가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히 물어봅시다, 우리는 단지 2류 집안일 뿐이에요….""만약 우리가 서울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설 씨 집안이 더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부족합니다…""저희 설 씨 집안이 일류 집안이 되고 싶다면, 나아가 미래에 강남에 영향을 미치는 상류층 집안이 되고 싶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우리가 하엔 그룹과 협력할 수 있는 한, 우리가 신임 대표와 함께 할 수 있는 한, 6조 원의 몫을 얻을 수 있는 한! 그러면 서울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겁
모두 저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서 그들은 이준이 섬세한 디자인의 슈트를 입고 머리를 뒤로 곱게 빗은 것을 보았다. 그는 잘생기고 똑똑해 보였다. 이준은 선물 상자를 손에 들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왔다. "이준 씨를 따뜻한 박수로 환영합시다!" 한 젊은이가 소리쳤다.갑자기 온갖 종류의 응원이 들려왔다.이준처럼 재능 있는 젊은이가 하현에 비해 설 씨 집안에서 더 인정받고 환영 받는 것은 분명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준이 설 씨 집안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이 시각, 모든 설 씨 집안 사람이 이준을 부의 신인 마냥 쳐다보고 있었다!이준은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레드카펫 위를 걷는 스타처럼 보였고, 높이 나는 기대주처럼 보였다."설 씨 어르신,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여기에 초대받지 않고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할 말이 있으면 다 말하겠습니다!"돈은 야심차게 웃고 있었다. 그는 크게 말했다. "저는 은아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안타깝게도 은아는 한 패배자와 결혼했습니다!""저는 이 결혼을 3년 동안 농담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은아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요? 저는 은아를 사랑합니다. 은아가 이런 고통을 견디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오늘 설 씨 집안 모두들 앞에서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이준은 심호흡을 했다. "저는 은아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은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이준은 방 전체를 뒤흔들어놨다. '강이준은 너무 직설적이야. 그는 하현의 체면을 고려하지도 않아! 하현도 지금 여기 와있는데.''하지만 잘 생각해 봐, 하현, 데릴사위는 그저 패배자일 뿐이야. 왜 이준이 그의 체면을 세워야 하지? 이준은 하현을 불쾌하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현은 지금쯤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그는 정말 운이 나빴다!"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은아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준은 말을 이었다. "저는 은아를 위해
처음에 속으로 이상하다 느꼈던 은아는 순간 마음 속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녀의 마음속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그녀는 어제 장미꽃을 보내온 사람이 이준이라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준이 그것을 인정했으니, 그녀의 짐작은 맞았던 것이다.그녀는 이준이 그가 한 말을 실행으로 옮길 거라곤 생각지도 못 했다. 그는 불과 어제 아침에 프라하의 장미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 그녀에게 장미가 보내졌고, 프라하의 심장도 조금 더 들어있었다.이 물건은 쉽게 구할 수 없다. 그러니, 그는 이미 이것을 오래전부터 그녀를 위해 계획했다는 게 맞지 않은가?은아는 자신이 이미 유부녀이기에 이 혼인을 수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척이나 흔들렸고 쑥스러웠다.“야, 너희들 봤어? 매형 표정 진짜 웃겨! 이 형 충격 받았어! 하하하!”한편, 민혁이 일어서고, 하현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웃었다.많은 사람들이 민혁의 말을 들은 후, 하현의 표정을 보고 야유를 퍼부었다.그 순간 하현의 얼굴은 실로 어두웠다. 다름이 아니라, 이준이 너무 뻔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발송인인 냥 하현의 노력을 앗아갔다. 그는 사실이 밝혀질까 두렵지 않았던 걸까?“이준 형, 우리 사위 표정 좀 봐. 형을 때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민혁이 이어서 말했다.“쟤가? 쟤는 겁쟁이야. 이준 씨 털 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 할 걸, 그치? 하하하!”“매형은 이준이 형이랑 상대가 안 되지. 만약 건드리면, 우리가 매형을 때려죽일 거야!”“왜? 말하기 무서워요? 겁먹었어요?” 민혁이 웃었다. “하현, 당신 정말 패배자에요. 이준이 형은 오늘 밤 매형 아내에게 올 예정이었는데 매형은 그거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정말 바보 같지 않아?”“하하하!”그가 말을 끝내자 주변 사람들은 더 즐겁게 웃었다.은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아직 명목상 하현의 아내였다. 하현이 굴욕을 당하고 있으면, 그녀도 그걸 느꼈
그 순간, SL 빌라 전체가 고요해졌다. 모두 뒤돌아서 하현을 불신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저 데릴사위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하엔 그룹에 투자한 신임 대표가 누구인지 정말 알고 있는 걸까?이준은 하현을 믿지 않았다.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말해봐! 우리 회사의 신임 대표가 누군데?"하현은 손을 뻗더니 자신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말했다. "하엔 그룹의 신임 대표는 바로 나야."모두 충격에 빠져 잠깐 말을 잃었다.하지만 바로 이어서…"당신?" 이준은 처음에 멍했다. 그러더니 그는 배를 잡으며 웃음을 터뜨렸다.한참 뒤에, 이준은 힘겹게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는 설 씨 어르신을 쳐다보았다. "설 씨 어르신, 어르신 댁 데릴사위가 쇼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바보 연기를 해서 놀랐습니다."그 말을 한 순간, 민혁과 다른 이들도 웃음이 터졌다. 그들은 바보를 바라보듯이 하현을 바라보았다.민혁은 차갑게 말했다. "매형, 당신은 그냥 데릴사위일 뿐이에요. 왜 대표인 척을 해요?"지연은 하현을 조롱했다. "당신, 이런 연기를 하는 게 재밌어요? 왜 여기서 헛소리를 지껄이고 자랑하고 있어요?"희정도 불안해졌다. “하현, 얼른 이리 돌아와! 자신을 바보로 만들지 말고!"“하현, 발끈하지 말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 이런 식으로 헛소리를 지껄이면 안 돼. 무모하게 행동하면 너만 다쳐.” 은아는 걱정하는 듯했다. 그녀는 하현이 그날 밤 엄청난 타격을 받아 자신에게 거짓말하기 시작해, 자신이 마치 하엔 그룹 신임 대표가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은아는 몇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와 하현을 끌고 나갈 생각이었다. “더 이상 장난치지 마. 의사한테 상담 받으러 가자.”“은아야, 내가 하엔 그룹 신임 대표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 제발 날 믿어줘.”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더니 그의 연락처에 저장된 이름 하나를 보여주었다.“강이준, 당신은 하엔 그룹 직원이지. 이 이름이 무슨
그들은 놀라더니 곧이어 웃음이 터졌다.이준은 조롱하며 웃었다. “하현, 이게 당신의 증거야? 웃기지 않아?”“이준 씨, 왜 바보랑 얘기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계세요? 저는 매형이 말한 거 하나도 믿지 않아요!”그 순간, 민혁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앞으로 나서서 하현의 오래된 핸드폰을 덥석 채가 바닥에 힘껏 던졌다. 그리고 민혁은 하현을 가리키며 그를 꾸짖었다. “당신은 그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 왜 항상 쇼를 하는 거예요? 증거도 있다고 하더니! 제기랄!”“당장 꺼져! 우리는 네 존재 자체가 역겨워!”“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집안에…”“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설 씨 집안 사람 모두가 하현에게 심하게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해, 그들은 순간 말을 퍼부었다.그들은 당연히 하현이 하엔 그룹의 신임 대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하현이 그 순간 그들을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이거…”슬기가 3년 동안 사용하던 전화번호를 그날 그만 쓰기 시작한 것은 하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슬기가 전화번호를 바꿨다고 하현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하현은 슬기에게 연락하지 못했다.찰싹 뺨을 때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모두가 이 상황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던 때, 옆에 앉아있던 희정이 난데없이 일어섰다. 그녀는 하현을 향해 걸어가더니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그의 뺨을 내리쳤다.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하현은 곧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하현은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그의 얼굴도 살짝 부었다.“이 개자식! 오늘 이만하면 충분히 망신 주지 않았니?” 희정은 하현을 가리키며 호되게 꾸짖었다. “너는 그냥 우리가 갖고 있는 개야. 누가 여기서 바보짓을 할 수 있대? 이제 자신이 무슨 중요하고 힘 있는 사람이라도 된 줄 아네! 자기가 신임 대표라고 하지를 않나! 당장 꺼져!” 희정은 비웃었다.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다른 이들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하현의 불행과
이준의 말을 듣자, 설 씨 어르신은 심장이 멈춘 듯했다. ‘맞아. 하현이 여전히 우리와 살게 한다면, 설 씨 집안 전체가 하현에 의해 망가질 거야.’“설 씨 어르신, 오늘 밤 여기는 어르신의 잔치입니다. 만약 어르신께서 하현을 팰 생각을 하신다면 좋지 않을 겁니다. 제가 대신 이 눈치 없고 아무짝도 쓸모없는 놈을 혼쭐내겠습니다!”이준이 하현을 때리려 하는데 설 씨 어르신은 그를 막을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설 씨 집안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하현이 역겹게 느껴졌으며 이준이 그를 패길 기다렸다.이준은 악랄하게 웃었다. 그는 몇 걸음 뛰어가더니, 하현의 얼굴에 날아차기를 시전하려고 했다.이준은 몇 년간 훈련하러 헬스장에 다녔다. 그는 소위 개인 코치한테 몇 년 동안 태권도도 배워 검은 띠를 땄다. 그 순간, 이준의 발차기는 꽤 무섭고 강해 보였다.“이준 씨가 검은 띠를 딴 태권도 유단자라고 했던 게 기억나. 하현은 이제 끝났어. 분명 들것에 실려 나갈 거야!”“근데 하현도 과연 바보야. 우리가 하현을 패는 게 적절하지 못하지만 않았다면 나는 한참 전에 이미 그랬을 거야!”“누가 대표인 척하래? 그 대가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도 모르면서!”그들은 끊임없이 토론했다. 모두 웃음을 참으며 그 상황을 즐기고 싶어했다. 상당히 고된 밤이었다.만약 하현이 그 발차기를 참았다면, 그의 머리는 심하게 다쳤을 것이다.눈을 얇게 떠 가까워지는 발차기를 마주하며, 하현은 뒤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하현! 얼른 너의 잘못을 인정해!” 그 아무짝도 쓸모없는 인간이 곧 얻어맞을 것을 보자 자신이 약간 걱정하리라고는 은아는 생각도 못 했다.아마도 은아는 하현을 너무나도 오랫동안 개처럼 데리고 있어 그에게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은아는 자기 마음대로 하현을 꾸짖거나 때릴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면 안 됐다.“당신 공격은 보여 주기 식이야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