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침 날리는 용왕

은침 날리는 용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5
By:  박성호  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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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갚기 위해 배지수와 결혼한 임지환은 가정주부의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이혼서류가 그의 모든 환상을 깨뜨리고 만다. 사인을 한 뒤, 그는 오래된 비밀 상자를 열게 되는데… 왕의 귀환, 천하를 다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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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강한 시의 구르미 빌리지"임지환, 이혼 서류에 사인해. 너도 알잖아, 지금 네 신분으로는 배 대표님한테 안 어울린다는 거. 배 대표가 너 불쌍하게 생각해서 보상도 많이 해줬어, 집 한 채에 차 한 대, 그리고 회사 주식이랑 현금 10억 준다고 했다니까. 이거 가지고 무슨 여자를 못 찾겠어?"오피스룩을 입은 한 여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남자 옆에 서서 쉬지 않고 말했다.여자의 짧은 치마 밑으로 검정색 스타킹을 신은 두 다리가 길게 뻗어있었다. 얼굴도 예쁘장한 여자는 무척 성숙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자는 앞치마를 두른 채 설거지에 집중했다.그는 날카로운 눈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덕에 남자다워 보였다.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이가 싫어할 상은 아니었다."임지환, 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네가 원하든 말든 너 이혼 꼭 해야 돼."말이 통하지 않는 임지환을 보며 여자가 화를 냈다.임지환은 묵묵히 마지막 접시 하나를 선반 위에 올려놓더니 앞치마를 벗어 담배에 불을 붙이곤 여자를 바라봤다.여자는 바로 남자의 와이프 배지수의 비서 겸 사촌 언니 한수경이었다."이유라도 알려줘요.""뭐?"임지환의 말을 들은 한수경이 멈칫했다."처형, 지수가 이혼하고 싶은 거라면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임지환이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처형이라고 부르지 마, 나는 너 같은 매제 둔 적 없으니까."한수경이 임지환을 흘겨보며 다시 말했다."배 대표가 너랑 이혼하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왜 이유가 필요 없죠?"임지환이 담담한 얼굴로 반문했다."그래, 네가 알고 싶다면 내가 다 말해줄게. 지금 배 대표 사업이 잘되어서 진씨 집안이랑 사이도 좋고 승승장구하고 있거든. 그런데 너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잖아, 그런 네가 어떻게 배 대표한테 어울리겠어?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그 말을 들은 임지환이 씁쓸하게 웃었다."제가 지수한테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군요."임지환은 배지수와 결혼을 한 뒤, 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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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강한 시의 구르미 빌리지"임지환, 이혼 서류에 사인해. 너도 알잖아, 지금 네 신분으로는 배 대표님한테 안 어울린다는 거. 배 대표가 너 불쌍하게 생각해서 보상도 많이 해줬어, 집 한 채에 차 한 대, 그리고 회사 주식이랑 현금 10억 준다고 했다니까. 이거 가지고 무슨 여자를 못 찾겠어?"오피스룩을 입은 한 여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남자 옆에 서서 쉬지 않고 말했다.여자의 짧은 치마 밑으로 검정색 스타킹을 신은 두 다리가 길게 뻗어있었다. 얼굴도 예쁘장한 여자는 무척 성숙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자는 앞치마를 두른 채 설거지에 집중했다.그는 날카로운 눈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덕에 남자다워 보였다.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이가 싫어할 상은 아니었다."임지환, 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네가 원하든 말든 너 이혼 꼭 해야 돼."말이 통하지 않는 임지환을 보며 여자가 화를 냈다.임지환은 묵묵히 마지막 접시 하나를 선반 위에 올려놓더니 앞치마를 벗어 담배에 불을 붙이곤 여자를 바라봤다.여자는 바로 남자의 와이프 배지수의 비서 겸 사촌 언니 한수경이었다."이유라도 알려줘요.""뭐?"임지환의 말을 들은 한수경이 멈칫했다."처형, 지수가 이혼하고 싶은 거라면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임지환이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처형이라고 부르지 마, 나는 너 같은 매제 둔 적 없으니까."한수경이 임지환을 흘겨보며 다시 말했다."배 대표가 너랑 이혼하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왜 이유가 필요 없죠?"임지환이 담담한 얼굴로 반문했다."그래, 네가 알고 싶다면 내가 다 말해줄게. 지금 배 대표 사업이 잘되어서 진씨 집안이랑 사이도 좋고 승승장구하고 있거든. 그런데 너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잖아, 그런 네가 어떻게 배 대표한테 어울리겠어?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그 말을 들은 임지환이 씁쓸하게 웃었다."제가 지수한테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군요."임지환은 배지수와 결혼을 한 뒤, 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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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자가 걸어들어왔다.여자는 170의 키에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 그리고 새빨간 입술에 가지런한 이를 가지고 있었다.보라색의 롱 드레스를 입은 덕에 우아한 그녀의 분위기가 더욱 돋보였다. 밖으로 드러난 새하얀 팔은 더욱 눈부셨다.그녀는 마치 금방 그림속에서 나온 여자 같았다.여자의 등장으로 한수경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말았다.임지환은 지금도 여자를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렸다.예전의 두 사람은 그래도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배 대표, 입 아프게 하지 말고 그냥 법대로 가."한수경이 귀띔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배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수경은 결국 입을 다물고 옆에 서서 전생의 원수를 바라보듯 임지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분위기는 조금 무거워졌다.배지수는 눈앞의 남자를 보고 있으니 예전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그녀는 임지환에게 미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나를 찾았다고?"배지수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임지환에게 물었다."이혼하겠다는 거 네 생각이야?"임지환이 배지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응, 내 뜻이야."배지수는 임지환에게 미안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이유, 말해 줄 수 있어?"임지환이 다시 물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지만 그는 그래도 돌이켜보려 했다."나 이제 너 봐도 아무 느낌도 없어, 이런 결혼 계속 이어 나가봤자 서로한테 지옥만 될 거야."배지수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자연스럽게 보이려 애썼다."너 많이 희생한 거 알아, 그래서 이혼할 때 배상도 충분히 해 줄 거야.""3년 동안 결혼하고 함께 지냈는데 결국 서류상의 몇 글자밖에 안 되는 배상으로 끝내자고?"임지환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너는 사람의 감정을 모두 돈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그런 임지환을 보니 배지수의 심장이 아팠다.지난 3년 동안 임지환은 배지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줬다고 할 수 있었다.신분과 지위를 따지지 않는다면 그는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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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상자?"임지환의 말을 들은 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드디어 임지환이 결혼할 때, 가지고 왔던 라탄 상자 하나를 떠올렸다.배지수의 남동생 배준영은 평범한 그 라탄 상자를 보곤 촌스럽다며 임지환이 고대에서 온 사람이라고 비웃기까지 했었다."그거 네 거잖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그래, 나 다른 요구는 없어."임지환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며 말했다.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임지환, 네가 억울하다는 거 나 다 알아. 하지만 나도 사정이 있어서 이러고 있다는 거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알아."말을 마친 임지환이 무표정한 얼굴로 이혼 서류에 사인했다.배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곧이어 짙은 상실감이 덮쳐왔다.두 사람의 결혼은 이렇게 끝이 났다.임지환에게는 불공평하지만 배씨 집안에게 있어서 이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후회되면 언제든지 찾아와, 내가 약속했던 조건들 계속 유효하니까."배지수는 그 말을 마치자마자 이혼 서류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집을 나섰다.임지환은 그런 배지수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아마 앞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임지환은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켜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뭐 하려고?"한수경이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임지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2층에 가서 제 물건 챙겨야죠."임지환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2층으로 올라갔다.그런 임지환을 바라보던 한수경이 휴대폰을 꺼내 거실 한쪽으로 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이모. 임지환이 이혼 서류에 사인했어요."한편, 잠원 별장."뭐? 그게 정말이야? 그 쓰레기가 정말 사인했다고?"예쁘장한 중년 여자가 얼굴에 하고 있던 팩을 던지며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바로 배지수의 어머니인 유옥진이었다. 유옥진의 옆에 있던 배준영도 그 소리를 곤 귀를 쫑긋 세웠다."네, 정말이에요. 제가 설득해서 사인하게 했어요. 그것도 지수 앞에서."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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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상자 위의 먼지를 대충 털어낸 그는 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별다른 물건이 없었다.제일 위쪽에 가지런한 기름 묻은 포장지가 놓여있었다.18년 전, 임지환 가족에게 변고가 들이닥쳐 그는 다른 이의 추살을 피해 연경을 떠나 강한시까지 왔었다. 하지만 결국 배고픔과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그때, 한 여자가 빵을 사 조금씩 떼어줘 물과 함께 그에게 먹여준 덕분에 그는 살 수 있었다.그 여자가 바로 배지수였다.임지환은 그 빵을 포장했던 포장지를 여태껏 보관하고 있었다."그때의 은혜는 다 갚았으니 우리 이제 서로한테 빚진 거 없는 거야."임지환이 말을 마치더니 포장지를 찢어버렸다.상자 안에 들어있던 두 번째 물건은 바로 검은색의 영패였다.영패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묵직한 재질로 이루어졌다. 위에는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운 용이 그려져 있었다. "또 만났네."영패의 무늬를 만지니 임지환은 몸속의 피가 다시 들끓는 것 같았다.이 영패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면 전 세계에 다시 파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임지환은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세 번째 물건은 검은색의 헝겊 자루였다.임지환은 곧바로 네 번째 물건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것은 바로 예전에나 쓸법한 휴대폰이었다.충전기를 연결하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그 위로 연신 메시지가 떴다."용주님, 어디 계세요?""용주님, 제발 대답 좀 해주세요. 형제들이 용주님을 너무 보고 싶어해요." "......"임지환이 메시지를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낯선 전화번호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이 전화번호는 암호화된 특수 번호였기에 친한 사람 말곤 다른 이는 알 수조차 없었다.결국, 임지환은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용성수님, 정말 다행이네요. 제가 한 천 번은 넘게 전화한 것 같은데 드디어 제 전화를 받아주셨군요!"휴대폰 반대편에서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용성수, 임지환은 이 별명이 대외로 알려진 자신의 신분 중 하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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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왜죠?"임지환이 미간을 찌푸리곤 물었다."네가 배씨 집안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하고 있거든."한수경이 막무가내로 말했다."똑바로 알아내기 전까지 너 절대 여기에서 못 나가.""제가 이혼 서류에 사인까지 했는데 이러지 말죠."임지환이 화를 참으며 말했다."내가 뭐?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너 이혼 서류에 사인하면서 아무것도 안 가지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똑바로 알아낸 뒤에 너 나갈 수 있어."한수경이 팔짱을 낀 채 기고만장하게 말했다."저 일 있어서 여기에서 당신이랑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임지환이 말을 하며 집을 벗어나려 했다."못 나간다니까! 아니면 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한수경이 말을 하며 임지환의 상자를 잡았다."이거 놔!"순간, 임지환의 눈빛이 싸늘해졌다.한수경은 마치 맹수를 마주한 듯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녀는 그런 절망적인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그때, 차 한 대가 별장의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그리고 덩치가 우람한 배준영이 차에서 내리더니 임지환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임지환,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감히 우리 누나한테 손을 대?""나 그런 적 없어."임지환이 대답했다."그런 적이 없다고? 내가 다 봤는데 어디서 시치미를 떼는 거야?"배준영이 소리치며 물었다.그때, 화려한 차림새의 유옥진도 차에서 내렸다."준영아, 거칠게 굴지 말랬잖아. 그래도 네 전 매형인데 예의는 차려야지."유옥진이 일부러 말끝을 늘어뜨리며 말했다."무슨 소리예요, 제가 언제 이런 쓰레기 매형을 뒀다고 그러세요."배준영이 혀를 차더니 임지환을 밀어내고 더럽다는 듯 손을 닦았다."장모님."임지환은 그래도 유옥진에게 예의를 차려 그녀를 불렀다."장모님이라고 부르지 마, 우리 이제 아무 사이 아니니까."유옥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지환의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혼한 3년 동안 유옥진은 늘 임지환에게 불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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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검사 못 하게 하는 거 보니까 뭐 찔리는 거라도 있나 봐.""누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자기 마음속으로 제일 잘 알고 있겠죠."임지환이 싸늘한 눈빛으로 유옥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배씨 집안이 저한테 빚진 건 있어도 저는 배씨 집안한테 전혀 미안할 게 없는 사람입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유옥진은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그녀의 인상 속의 임지환은 늘 웃는 얼굴로 답답하게 굴었었다.그런 그에게 이런 강압적인 모습도 있었다니."이 자식이 이제 본모습을 드러내네, 너 맞고 싶어서 환장한 거지?"배준영이 옷소매를 걷어 올리며 주먹을 들고 임지환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임지환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손쉽게 그의 손목을 잡아버렸다.그리고 그가 힘을 살짝 주었다."이, 이거 놔!"배준영은 손목에서 전해져오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안색이 새파래졌다."쓰레기? 진정한 쓰레기는 너 아니야? 스물이 넘도록 제대로 된 일도 못 찾고 부모님 피나 빨아먹고 있으니. 너 말거머리냐?"임지환이 배준영을 비웃으며 말했다."이거 놔, 이 새끼야. 이거 놓으라고!""짝!"임지환이 배준영의 뺨을 내려쳤다. 덕분에 그의 이가 빠져 입가에 피범벅이 되었다."아들!"그 모습을 본 유옥진은 화가 나 임지환에게 달려들었다."쨍그랑!"하지만 임지환이 유옥진 앞의 꽃병을 차 깨버리자 그녀는 놀라 더 이상 앞으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전에 양보해 준 이유는 배지수를 봐서였어, 하지만 이제 이혼했으니 내가 당신들을 봐줄 의무가 없잖아. 자꾸 나한테 까불면 이 꽃병처럼 될 거야."임지환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 목소리는 마치 귀를 찢을 듯했다.그 차가운 눈빛에 한수경은 경찰에게 전화를 걸 용기조차 잃고 말았다.지금의 임지환은 너무 무서웠다."앞으로 각자 길 갑시다, 그 누구도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마세요."임지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상자를 들고 집을 나섰다.그 뒷모습은 거만하고도 쓸쓸했다.임지환이 집을 나선 뒤에야 세 사람은 숨을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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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유옥진은 전화에서 없던 일까지 더 해 방금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임지환 그놈이 나 때렸어! 누나, 누나가 나 대신 그놈 혼내줘야 해. 나 어디 다치기라도 했으면 배씨 집안 여기에서 대가 끊기는 거야."배준영이 휴대폰을 빼앗아 가 울먹이며 말했다.휴대폰 너머 들려오는 배준영의 목소리를 들으니 배지수는 심장을 칼로 난도질하는 것 같았다.배준영은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왔다. 그들은 그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부었다.그랬기에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배지수가 입술을 물고 말했다."준영아, 엄마 좀 바꿔줘.""그래, 지수야. 임지환 미친 거 아니니? 네 동생 얼굴이라도 다쳤으면 앞으로 어떻게 사니?"유옥진은 마음이 아프다는 듯 얘기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눈물 한 방울도 없었다."어머니, 일단 준영이 데리고 병원으로 가세요. 제 일 다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네 동생이 다쳤다는데 그냥 빨리 오면 안 돼?"배지수의 말을 들은 유옥진이 불만스럽게 말했다."저 지금 진씨 집안에 가서 중요한 비즈니스를 얘기해야 해요, 이 계약만 잘 되면 회사 규모가 더 커질 거예요."그 말을 들은 유옥진의 말투가 누그러졌다."그래, 그럼 얼른 가서 일 봐."지금 배지수 가족들은 배지수가 높은 곳으로 올라갈 중요한 인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배씨 집안이 출세를 할 수 있을지 말지는 모두 그녀에게 달려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 준영이가 억울함 당하게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 약속할게요."배지수는 그 말을 끝으로 복잡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임지환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혼 서류에 사인을 했지만 지금 배준영을 때려 불만을 토로했다.그가 전에 했던 모든 것들은 전부 위선적이었던 것일까?이것이 바로 그의 진짜 모습일까?배지수가 고민에 잠긴 사이, 갑자기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전방에서 차 사고가 난 것이었다.소형차 한 대가 마이바흐 한 대와 부딪혔던 것이었다.소형차 주인은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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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소형차 주인은 차에서 내린 뒤, 허리를 굽힌 채 차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용성수님?"배지수는 의아함에 빠졌다. 강한시에 무슨 큰 인물이 오길래 이씨 집안 가주께서 직접 마중까지 가는 것일까?......"엄마, 누나가 뭐래요?"배준영이 입을 막은 채 물었다."아들, 걱정하지 마. 네 누나가 너 일단 병원으로 가라고 했어, 자기 일 끝나면 너 보러 오겠대. 그리고 너 이렇게 억울함 당하게 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유옥진이 배준영을 위로했다."네, 이번에 임지환 그놈한테 제대로 배상하라고 할 거예요. 그 잡종 새끼 죽여달라고 빌게 만들어 줄 거예요. 강한시에서 발붙이고 살 수 없게 해줄 거예요."배준영의 눈빛은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아…"그러다가 상처를 다친 것인지 그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아들, 엄마랑 당장 병원으로 가자."그 모습을 본 유옥진이 얼른 말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한수경이 유옥진을 말렸다."이모, 저희 너무 급하게 병원 갈 필요 없어요.""왜?"유옥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저희가 돈 되는 물건 몇 개 가지고 가면 임지환이 물건을 훔쳤다는 거 진짜가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그놈도 아무 말 못 할 거예요. 지수도 그놈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미련도 싹 다 버릴 거고요."한수경의 계획을 들은 유옥진이 멈칫하더니 입이 찢어질 것처럼 웃었다."그래, 그럼 네 말대로 하자! 우리가 돈 되는 물건 좀 가지고 가서 전부 그놈한테 뒤집어 씌우는 거야. 수경아, 너 정말 똑똑하다. 이번 일 네 공로가 커!""누나 대박인데."배준영이 한수경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이런 비열한 방식은 임지환을 완전히 도둑으로 만들 수 있었다.......구르미 빌리지 밖, 임지환이 상자를 든 채 서 있었다.3년 동안 살았던 곳을 보고 있자니 마치 모든 것이 꿈같이 느껴졌다.하지만 그는 이곳에 그 어떠한 미련도 없었다.어차피 그는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전부 했기에 찔리는 것이 없었다."끼익!"그때, 화려한 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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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임지환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임지환이 담담하게 말했다."성수님, 정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맞네요. 이렇게 젊으실 거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습니다, 역시 성수님은 남다르네요."이성봉이 조심스럽게 아첨을 떨었다."네."하지만 임지환은 차갑게 대답했다.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숨을 들이켰다.강한시에서 이런 말투로 이성봉에게 말을 했다가는 진작 강에 버려져 물고기 밥이 되었을 것이다.그런데 이 남자는 왜 저렇게 기고만장하게 구는 것일까?이성봉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실력 있는 사람은 당연히 이렇게 기고만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성수님, 차로 가서 얘기하시죠."이성봉이 공손하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임지환은 아무 대답 없이 상자를 들고 리무진에 올라타려고 했다.한편, 유옥진은 문 앞에 나왔지만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앞에 무슨 일이야? 누가 왔나?"유옥진이 차창을 내리고 중얼거렸다."저기 이씨 가문 가주 이성봉이 왔어요."그때, 누군가 유옥진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이씨 집안?"그 말을 들은 모자 둘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이씨 집안은 강한시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모르는 이가 없었다.이성봉이 대량의 재부를 차지하고 있었던 덕분에 ‘이재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그런 사람이 구르미 빌리지에 나타났다니?"여기에는 무슨 일로 온 거래요? 뭐 누구 마중이라도 왔나?" 배준영이 목을 빼내고 바람이 새는 입으로 물었다.그리고 그는 사람들 사이로 익숙한 인영이 리무진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순간, 배준영의 안색이 변하더니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뭐야, 왜 쟤가 저기에 있는 거야?""누군데?"유옥진이 말을 하며 그곳을 바라봤지만 차 문이 이미 닫혀 그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임, 임지환이요."배준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 쓰레기 자식?"배준영의 말을 들은 유옥진이 그의 머리를 한 번 만져봤다."아들, 환영 보이는 거 아니지? 그런 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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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때가 되면 다 만나게 되는 법이야."임지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더니 휴대폰을 이성봉에게 돌려줬다."꿀꺽…"이성봉이 침을 한번 삼켰다.그가 잘못 듣지 않았다면 임지환은 방금 양주왕의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했다.게다가 그런 말을 듣고 양주왕은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그렇다면 임지환의 신분이 양주왕의 신분보다 훨씬 더 높을지도 모른다고 이성봉은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조금 곤혹스러워졌다.용성수는 정말 단순한 의사일까?머지않아 차는 이 씨 저택에 도착했다.이 씨 저택은 시내가 아닌 교외에 있었다.청용산과 맞닿은 그곳은 물도 맑고 공기도 좋아 살기에 적합했다.이 씨 저택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풍수지리가 좋은 집이었다.이 씨 집안사람들은 이미 전부 문 앞에 나와 있었다.그들은 이성봉이 왜 이런 당부를 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집에 대단한 사람이 온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연이은 차들이 천천히 마당으로 들어섰고 이성봉이 먼저 차에서 내리더니 직접 문을 열고 임지환이 내리는 것을 도와줬다.사람들은 전부 발꿈치를 들고 목을 빼 들었다.하지만 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상자 하나를 든 젊은이라는 것을 확인하곤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저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라고?저런 차림새를 한 사람이?"이분은 제가 어르신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모셔 온 임 명의입니다. 용성수라는 별명을 가지신 훌륭한 분입니다."이성봉이 임지환을 소개하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임지환의 신분을 추측하고 있는 듯했다.저렇게 젊은 사람이 병을 고칠 수 있을까?그리고 그때, 조금 덩치가 있는 중년 남자 하나가 웃으며 다가와 임지환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용성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성강이라고 합니다, 이씨 집안의 둘째고요.""네."임지환은 그의 말에 담담하게 대답을 했을 뿐 악수를 하지 않았다.이성강은 허공에 손을 내민 채 어색해진 표정으로 소리 없이 임지환을 욕했다.그는 임지환이 참 예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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