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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손대지 마!”

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

윙!

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

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

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

“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

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

“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

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

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

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

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

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

“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

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

“난... 돈 없어.”

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

“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

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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