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위의 먼지를 대충 털어낸 그는 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별다른 물건이 없었다.제일 위쪽에 가지런한 기름 묻은 포장지가 놓여있었다.18년 전, 임지환 가족에게 변고가 들이닥쳐 그는 다른 이의 추살을 피해 연경을 떠나 강한시까지 왔었다. 하지만 결국 배고픔과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그때, 한 여자가 빵을 사 조금씩 떼어줘 물과 함께 그에게 먹여준 덕분에 그는 살 수 있었다.그 여자가 바로 배지수였다.임지환은 그 빵을 포장했던 포장지를 여태껏 보관하고 있었다."그때의 은혜는 다 갚았으니 우리 이제 서로한테 빚진 거 없는 거야."임지환이 말을 마치더니 포장지를 찢어버렸다.상자 안에 들어있던 두 번째 물건은 바로 검은색의 영패였다.영패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묵직한 재질로 이루어졌다. 위에는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운 용이 그려져 있었다. "또 만났네."영패의 무늬를 만지니 임지환은 몸속의 피가 다시 들끓는 것 같았다.이 영패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면 전 세계에 다시 파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임지환은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세 번째 물건은 검은색의 헝겊 자루였다.임지환은 곧바로 네 번째 물건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것은 바로 예전에나 쓸법한 휴대폰이었다.충전기를 연결하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그 위로 연신 메시지가 떴다."용주님, 어디 계세요?""용주님, 제발 대답 좀 해주세요. 형제들이 용주님을 너무 보고 싶어해요." "......"임지환이 메시지를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낯선 전화번호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이 전화번호는 암호화된 특수 번호였기에 친한 사람 말곤 다른 이는 알 수조차 없었다.결국, 임지환은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용성수님, 정말 다행이네요. 제가 한 천 번은 넘게 전화한 것 같은데 드디어 제 전화를 받아주셨군요!"휴대폰 반대편에서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용성수, 임지환은 이 별명이 대외로 알려진 자신의 신분 중 하나라는
"왜죠?"임지환이 미간을 찌푸리곤 물었다."네가 배씨 집안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하고 있거든."한수경이 막무가내로 말했다."똑바로 알아내기 전까지 너 절대 여기에서 못 나가.""제가 이혼 서류에 사인까지 했는데 이러지 말죠."임지환이 화를 참으며 말했다."내가 뭐?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너 이혼 서류에 사인하면서 아무것도 안 가지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똑바로 알아낸 뒤에 너 나갈 수 있어."한수경이 팔짱을 낀 채 기고만장하게 말했다."저 일 있어서 여기에서 당신이랑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임지환이 말을 하며 집을 벗어나려 했다."못 나간다니까! 아니면 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한수경이 말을 하며 임지환의 상자를 잡았다."이거 놔!"순간, 임지환의 눈빛이 싸늘해졌다.한수경은 마치 맹수를 마주한 듯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녀는 그런 절망적인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그때, 차 한 대가 별장의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그리고 덩치가 우람한 배준영이 차에서 내리더니 임지환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임지환,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감히 우리 누나한테 손을 대?""나 그런 적 없어."임지환이 대답했다."그런 적이 없다고? 내가 다 봤는데 어디서 시치미를 떼는 거야?"배준영이 소리치며 물었다.그때, 화려한 차림새의 유옥진도 차에서 내렸다."준영아, 거칠게 굴지 말랬잖아. 그래도 네 전 매형인데 예의는 차려야지."유옥진이 일부러 말끝을 늘어뜨리며 말했다."무슨 소리예요, 제가 언제 이런 쓰레기 매형을 뒀다고 그러세요."배준영이 혀를 차더니 임지환을 밀어내고 더럽다는 듯 손을 닦았다."장모님."임지환은 그래도 유옥진에게 예의를 차려 그녀를 불렀다."장모님이라고 부르지 마, 우리 이제 아무 사이 아니니까."유옥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지환의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혼한 3년 동안 유옥진은 늘 임지환에게 불만이
"검사 못 하게 하는 거 보니까 뭐 찔리는 거라도 있나 봐.""누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자기 마음속으로 제일 잘 알고 있겠죠."임지환이 싸늘한 눈빛으로 유옥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배씨 집안이 저한테 빚진 건 있어도 저는 배씨 집안한테 전혀 미안할 게 없는 사람입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유옥진은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그녀의 인상 속의 임지환은 늘 웃는 얼굴로 답답하게 굴었었다.그런 그에게 이런 강압적인 모습도 있었다니."이 자식이 이제 본모습을 드러내네, 너 맞고 싶어서 환장한 거지?"배준영이 옷소매를 걷어 올리며 주먹을 들고 임지환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임지환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손쉽게 그의 손목을 잡아버렸다.그리고 그가 힘을 살짝 주었다."이, 이거 놔!"배준영은 손목에서 전해져오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안색이 새파래졌다."쓰레기? 진정한 쓰레기는 너 아니야? 스물이 넘도록 제대로 된 일도 못 찾고 부모님 피나 빨아먹고 있으니. 너 말거머리냐?"임지환이 배준영을 비웃으며 말했다."이거 놔, 이 새끼야. 이거 놓으라고!""짝!"임지환이 배준영의 뺨을 내려쳤다. 덕분에 그의 이가 빠져 입가에 피범벅이 되었다."아들!"그 모습을 본 유옥진은 화가 나 임지환에게 달려들었다."쨍그랑!"하지만 임지환이 유옥진 앞의 꽃병을 차 깨버리자 그녀는 놀라 더 이상 앞으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전에 양보해 준 이유는 배지수를 봐서였어, 하지만 이제 이혼했으니 내가 당신들을 봐줄 의무가 없잖아. 자꾸 나한테 까불면 이 꽃병처럼 될 거야."임지환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 목소리는 마치 귀를 찢을 듯했다.그 차가운 눈빛에 한수경은 경찰에게 전화를 걸 용기조차 잃고 말았다.지금의 임지환은 너무 무서웠다."앞으로 각자 길 갑시다, 그 누구도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마세요."임지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상자를 들고 집을 나섰다.그 뒷모습은 거만하고도 쓸쓸했다.임지환이 집을 나선 뒤에야 세 사람은 숨을 몰
유옥진은 전화에서 없던 일까지 더 해 방금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임지환 그놈이 나 때렸어! 누나, 누나가 나 대신 그놈 혼내줘야 해. 나 어디 다치기라도 했으면 배씨 집안 여기에서 대가 끊기는 거야."배준영이 휴대폰을 빼앗아 가 울먹이며 말했다.휴대폰 너머 들려오는 배준영의 목소리를 들으니 배지수는 심장을 칼로 난도질하는 것 같았다.배준영은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왔다. 그들은 그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부었다.그랬기에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배지수가 입술을 물고 말했다."준영아, 엄마 좀 바꿔줘.""그래, 지수야. 임지환 미친 거 아니니? 네 동생 얼굴이라도 다쳤으면 앞으로 어떻게 사니?"유옥진은 마음이 아프다는 듯 얘기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눈물 한 방울도 없었다."어머니, 일단 준영이 데리고 병원으로 가세요. 제 일 다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네 동생이 다쳤다는데 그냥 빨리 오면 안 돼?"배지수의 말을 들은 유옥진이 불만스럽게 말했다."저 지금 진씨 집안에 가서 중요한 비즈니스를 얘기해야 해요, 이 계약만 잘 되면 회사 규모가 더 커질 거예요."그 말을 들은 유옥진의 말투가 누그러졌다."그래, 그럼 얼른 가서 일 봐."지금 배지수 가족들은 배지수가 높은 곳으로 올라갈 중요한 인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배씨 집안이 출세를 할 수 있을지 말지는 모두 그녀에게 달려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 준영이가 억울함 당하게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 약속할게요."배지수는 그 말을 끝으로 복잡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임지환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혼 서류에 사인을 했지만 지금 배준영을 때려 불만을 토로했다.그가 전에 했던 모든 것들은 전부 위선적이었던 것일까?이것이 바로 그의 진짜 모습일까?배지수가 고민에 잠긴 사이, 갑자기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전방에서 차 사고가 난 것이었다.소형차 한 대가 마이바흐 한 대와 부딪혔던 것이었다.소형차 주인은 놀라
소형차 주인은 차에서 내린 뒤, 허리를 굽힌 채 차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용성수님?"배지수는 의아함에 빠졌다. 강한시에 무슨 큰 인물이 오길래 이씨 집안 가주께서 직접 마중까지 가는 것일까?......"엄마, 누나가 뭐래요?"배준영이 입을 막은 채 물었다."아들, 걱정하지 마. 네 누나가 너 일단 병원으로 가라고 했어, 자기 일 끝나면 너 보러 오겠대. 그리고 너 이렇게 억울함 당하게 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유옥진이 배준영을 위로했다."네, 이번에 임지환 그놈한테 제대로 배상하라고 할 거예요. 그 잡종 새끼 죽여달라고 빌게 만들어 줄 거예요. 강한시에서 발붙이고 살 수 없게 해줄 거예요."배준영의 눈빛은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아…"그러다가 상처를 다친 것인지 그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아들, 엄마랑 당장 병원으로 가자."그 모습을 본 유옥진이 얼른 말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한수경이 유옥진을 말렸다."이모, 저희 너무 급하게 병원 갈 필요 없어요.""왜?"유옥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저희가 돈 되는 물건 몇 개 가지고 가면 임지환이 물건을 훔쳤다는 거 진짜가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그놈도 아무 말 못 할 거예요. 지수도 그놈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미련도 싹 다 버릴 거고요."한수경의 계획을 들은 유옥진이 멈칫하더니 입이 찢어질 것처럼 웃었다."그래, 그럼 네 말대로 하자! 우리가 돈 되는 물건 좀 가지고 가서 전부 그놈한테 뒤집어 씌우는 거야. 수경아, 너 정말 똑똑하다. 이번 일 네 공로가 커!""누나 대박인데."배준영이 한수경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이런 비열한 방식은 임지환을 완전히 도둑으로 만들 수 있었다.......구르미 빌리지 밖, 임지환이 상자를 든 채 서 있었다.3년 동안 살았던 곳을 보고 있자니 마치 모든 것이 꿈같이 느껴졌다.하지만 그는 이곳에 그 어떠한 미련도 없었다.어차피 그는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전부 했기에 찔리는 것이 없었다."끼익!"그때, 화려한 차들
"임지환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임지환이 담담하게 말했다."성수님, 정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맞네요. 이렇게 젊으실 거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습니다, 역시 성수님은 남다르네요."이성봉이 조심스럽게 아첨을 떨었다."네."하지만 임지환은 차갑게 대답했다.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숨을 들이켰다.강한시에서 이런 말투로 이성봉에게 말을 했다가는 진작 강에 버려져 물고기 밥이 되었을 것이다.그런데 이 남자는 왜 저렇게 기고만장하게 구는 것일까?이성봉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실력 있는 사람은 당연히 이렇게 기고만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성수님, 차로 가서 얘기하시죠."이성봉이 공손하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임지환은 아무 대답 없이 상자를 들고 리무진에 올라타려고 했다.한편, 유옥진은 문 앞에 나왔지만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앞에 무슨 일이야? 누가 왔나?"유옥진이 차창을 내리고 중얼거렸다."저기 이씨 가문 가주 이성봉이 왔어요."그때, 누군가 유옥진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이씨 집안?"그 말을 들은 모자 둘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이씨 집안은 강한시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모르는 이가 없었다.이성봉이 대량의 재부를 차지하고 있었던 덕분에 ‘이재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그런 사람이 구르미 빌리지에 나타났다니?"여기에는 무슨 일로 온 거래요? 뭐 누구 마중이라도 왔나?" 배준영이 목을 빼내고 바람이 새는 입으로 물었다.그리고 그는 사람들 사이로 익숙한 인영이 리무진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순간, 배준영의 안색이 변하더니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뭐야, 왜 쟤가 저기에 있는 거야?""누군데?"유옥진이 말을 하며 그곳을 바라봤지만 차 문이 이미 닫혀 그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임, 임지환이요."배준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 쓰레기 자식?"배준영의 말을 들은 유옥진이 그의 머리를 한 번 만져봤다."아들, 환영 보이는 거 아니지? 그런 쓰레
"때가 되면 다 만나게 되는 법이야."임지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더니 휴대폰을 이성봉에게 돌려줬다."꿀꺽…"이성봉이 침을 한번 삼켰다.그가 잘못 듣지 않았다면 임지환은 방금 양주왕의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했다.게다가 그런 말을 듣고 양주왕은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그렇다면 임지환의 신분이 양주왕의 신분보다 훨씬 더 높을지도 모른다고 이성봉은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조금 곤혹스러워졌다.용성수는 정말 단순한 의사일까?머지않아 차는 이 씨 저택에 도착했다.이 씨 저택은 시내가 아닌 교외에 있었다.청용산과 맞닿은 그곳은 물도 맑고 공기도 좋아 살기에 적합했다.이 씨 저택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풍수지리가 좋은 집이었다.이 씨 집안사람들은 이미 전부 문 앞에 나와 있었다.그들은 이성봉이 왜 이런 당부를 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집에 대단한 사람이 온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연이은 차들이 천천히 마당으로 들어섰고 이성봉이 먼저 차에서 내리더니 직접 문을 열고 임지환이 내리는 것을 도와줬다.사람들은 전부 발꿈치를 들고 목을 빼 들었다.하지만 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상자 하나를 든 젊은이라는 것을 확인하곤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저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라고?저런 차림새를 한 사람이?"이분은 제가 어르신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모셔 온 임 명의입니다. 용성수라는 별명을 가지신 훌륭한 분입니다."이성봉이 임지환을 소개하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임지환의 신분을 추측하고 있는 듯했다.저렇게 젊은 사람이 병을 고칠 수 있을까?그리고 그때, 조금 덩치가 있는 중년 남자 하나가 웃으며 다가와 임지환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용성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성강이라고 합니다, 이씨 집안의 둘째고요.""네."임지환은 그의 말에 담담하게 대답을 했을 뿐 악수를 하지 않았다.이성강은 허공에 손을 내민 채 어색해진 표정으로 소리 없이 임지환을 욕했다.그는 임지환이 참 예의가
임지환이 마침 문 앞까지 걸어가자, 방안에서는 연달아 심각한 기침소리가 전해져왔다."콜록..."이성봉이 문을 밀고 들어섬과 동시에, 한약재와 소독수 냄새가 섞인 자극적인 향이 코를 찌르며 불어왔다.이 백여 평이 되는 침실 안에는, 각종 의료기기들이 진열되어 있고, 방호복과 의용 마스크를 착용한 간호사는 한시도 멈추지 않고 기기 상의 데이터들을 기록하고 있었다.이런 장면은, 병원에 있는 중환자실과 비겨도, 나무랄 데가 없다!병상에 누워있는 야윈 노인은, 머리에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고, 몸에는 여러 가지 링거 줄들이 꽂혀 있었다.가끔씩 나는 기침소리가 없었다면, 들어온 사람들 모두가 어르신께서 세상을 뜨셨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문으로 들어간 후, 임지환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르신의 침대 옆에는 진귀한 약재들이 진열되었다.천금의 가치가 있는 동충하초가 여기서는 쓰레기처럼 아무렇게나 구석진 곳에 쌓여있다.평소 한 포기마저 구하기 힘든 인삼은 배추처럼 한 단씩 묶여 탁자 위에 쌓여있다.기기들을 제외하고 어르신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쓰인 약재들만 해도 이미 몇억의 가치가 된다!바로 그때 흰 가운을 입은 중년 의사가 걸어와 깍듯이 말했다."성봉 씨.""임명의, 이분은 장하명, 장 선생님이에요.""제가 특별히 해외에서 모셔온 유명한 의사예요.""이 시일 동안 다 장 선생님 덕분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어르신은..."이성봉은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장 선생님, 이 분이 바로 제가 언급했던 임명의십니다, 업계에서는 모두 그를 용성수라고 칭하죠."임지환은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이내 시선을 병상에 있는 어르신한테 돌렸다.장하명은 바로 눈썹을 치켜올렸고 그를 예의 없다 생각했다.그는 수년간 해외연수를 하며 매스컴에 20여 편의 전문론문이 있고 아주 풍부한 임상경험을 갖고 있다.이러한 이력이니, 어느 동종업계 사람들이 자신을 만나든 모두 예의를 차리고 있다.이 임지환은 나이도 한참 어려 보이는데 왜 이렇게 자신을 경시하는 거지?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