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강한 시의 구르미 빌리지"임지환, 이혼 서류에 사인해. 너도 알잖아, 지금 네 신분으로는 배 대표님한테 안 어울린다는 거. 배 대표가 너 불쌍하게 생각해서 보상도 많이 해줬어, 집 한 채에 차 한 대, 그리고 회사 주식이랑 현금 10억 준다고 했다니까. 이거 가지고 무슨 여자를 못 찾겠어?"오피스룩을 입은 한 여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남자 옆에 서서 쉬지 않고 말했다.여자의 짧은 치마 밑으로 검정색 스타킹을 신은 두 다리가 길게 뻗어있었다. 얼굴도 예쁘장한 여자는 무척 성숙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자는 앞치마를 두른 채 설거지에 집중했다.그는 날카로운 눈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덕에 남자다워 보였다.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이가 싫어할 상은 아니었다."임지환, 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네가 원하든 말든 너 이혼 꼭 해야 돼."말이 통하지 않는 임지환을 보며 여자가 화를 냈다.임지환은 묵묵히 마지막 접시 하나를 선반 위에 올려놓더니 앞치마를 벗어 담배에 불을 붙이곤 여자를 바라봤다.여자는 바로 남자의 와이프 배지수의 비서 겸 사촌 언니 한수경이었다."이유라도 알려줘요.""뭐?"임지환의 말을 들은 한수경이 멈칫했다."처형, 지수가 이혼하고 싶은 거라면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임지환이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처형이라고 부르지 마, 나는 너 같은 매제 둔 적 없으니까."한수경이 임지환을 흘겨보며 다시 말했다."배 대표가 너랑 이혼하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왜 이유가 필요 없죠?"임지환이 담담한 얼굴로 반문했다."그래, 네가 알고 싶다면 내가 다 말해줄게. 지금 배 대표 사업이 잘되어서 진씨 집안이랑 사이도 좋고 승승장구하고 있거든. 그런데 너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잖아, 그런 네가 어떻게 배 대표한테 어울리겠어?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그 말을 들은 임지환이 씁쓸하게 웃었다."제가 지수한테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군요."임지환은 배지수와 결혼을 한 뒤, 성실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자가 걸어들어왔다.여자는 170의 키에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 그리고 새빨간 입술에 가지런한 이를 가지고 있었다.보라색의 롱 드레스를 입은 덕에 우아한 그녀의 분위기가 더욱 돋보였다. 밖으로 드러난 새하얀 팔은 더욱 눈부셨다.그녀는 마치 금방 그림속에서 나온 여자 같았다.여자의 등장으로 한수경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말았다.임지환은 지금도 여자를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렸다.예전의 두 사람은 그래도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배 대표, 입 아프게 하지 말고 그냥 법대로 가."한수경이 귀띔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배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수경은 결국 입을 다물고 옆에 서서 전생의 원수를 바라보듯 임지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분위기는 조금 무거워졌다.배지수는 눈앞의 남자를 보고 있으니 예전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그녀는 임지환에게 미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나를 찾았다고?"배지수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임지환에게 물었다."이혼하겠다는 거 네 생각이야?"임지환이 배지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응, 내 뜻이야."배지수는 임지환에게 미안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이유, 말해 줄 수 있어?"임지환이 다시 물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지만 그는 그래도 돌이켜보려 했다."나 이제 너 봐도 아무 느낌도 없어, 이런 결혼 계속 이어 나가봤자 서로한테 지옥만 될 거야."배지수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자연스럽게 보이려 애썼다."너 많이 희생한 거 알아, 그래서 이혼할 때 배상도 충분히 해 줄 거야.""3년 동안 결혼하고 함께 지냈는데 결국 서류상의 몇 글자밖에 안 되는 배상으로 끝내자고?"임지환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너는 사람의 감정을 모두 돈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그런 임지환을 보니 배지수의 심장이 아팠다.지난 3년 동안 임지환은 배지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줬다고 할 수 있었다.신분과 지위를 따지지 않는다면 그는 완
"상자?"임지환의 말을 들은 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드디어 임지환이 결혼할 때, 가지고 왔던 라탄 상자 하나를 떠올렸다.배지수의 남동생 배준영은 평범한 그 라탄 상자를 보곤 촌스럽다며 임지환이 고대에서 온 사람이라고 비웃기까지 했었다."그거 네 거잖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그래, 나 다른 요구는 없어."임지환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며 말했다.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임지환, 네가 억울하다는 거 나 다 알아. 하지만 나도 사정이 있어서 이러고 있다는 거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알아."말을 마친 임지환이 무표정한 얼굴로 이혼 서류에 사인했다.배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곧이어 짙은 상실감이 덮쳐왔다.두 사람의 결혼은 이렇게 끝이 났다.임지환에게는 불공평하지만 배씨 집안에게 있어서 이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후회되면 언제든지 찾아와, 내가 약속했던 조건들 계속 유효하니까."배지수는 그 말을 마치자마자 이혼 서류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집을 나섰다.임지환은 그런 배지수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아마 앞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임지환은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켜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뭐 하려고?"한수경이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임지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2층에 가서 제 물건 챙겨야죠."임지환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2층으로 올라갔다.그런 임지환을 바라보던 한수경이 휴대폰을 꺼내 거실 한쪽으로 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이모. 임지환이 이혼 서류에 사인했어요."한편, 잠원 별장."뭐? 그게 정말이야? 그 쓰레기가 정말 사인했다고?"예쁘장한 중년 여자가 얼굴에 하고 있던 팩을 던지며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바로 배지수의 어머니인 유옥진이었다. 유옥진의 옆에 있던 배준영도 그 소리를 곤 귀를 쫑긋 세웠다."네, 정말이에요. 제가 설득해서 사인하게 했어요. 그것도 지수 앞에서."한수
상자 위의 먼지를 대충 털어낸 그는 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별다른 물건이 없었다.제일 위쪽에 가지런한 기름 묻은 포장지가 놓여있었다.18년 전, 임지환 가족에게 변고가 들이닥쳐 그는 다른 이의 추살을 피해 연경을 떠나 강한시까지 왔었다. 하지만 결국 배고픔과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그때, 한 여자가 빵을 사 조금씩 떼어줘 물과 함께 그에게 먹여준 덕분에 그는 살 수 있었다.그 여자가 바로 배지수였다.임지환은 그 빵을 포장했던 포장지를 여태껏 보관하고 있었다."그때의 은혜는 다 갚았으니 우리 이제 서로한테 빚진 거 없는 거야."임지환이 말을 마치더니 포장지를 찢어버렸다.상자 안에 들어있던 두 번째 물건은 바로 검은색의 영패였다.영패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묵직한 재질로 이루어졌다. 위에는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운 용이 그려져 있었다. "또 만났네."영패의 무늬를 만지니 임지환은 몸속의 피가 다시 들끓는 것 같았다.이 영패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면 전 세계에 다시 파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임지환은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세 번째 물건은 검은색의 헝겊 자루였다.임지환은 곧바로 네 번째 물건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것은 바로 예전에나 쓸법한 휴대폰이었다.충전기를 연결하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그 위로 연신 메시지가 떴다."용주님, 어디 계세요?""용주님, 제발 대답 좀 해주세요. 형제들이 용주님을 너무 보고 싶어해요." "......"임지환이 메시지를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낯선 전화번호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이 전화번호는 암호화된 특수 번호였기에 친한 사람 말곤 다른 이는 알 수조차 없었다.결국, 임지환은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용성수님, 정말 다행이네요. 제가 한 천 번은 넘게 전화한 것 같은데 드디어 제 전화를 받아주셨군요!"휴대폰 반대편에서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용성수, 임지환은 이 별명이 대외로 알려진 자신의 신분 중 하나라는
"왜죠?"임지환이 미간을 찌푸리곤 물었다."네가 배씨 집안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하고 있거든."한수경이 막무가내로 말했다."똑바로 알아내기 전까지 너 절대 여기에서 못 나가.""제가 이혼 서류에 사인까지 했는데 이러지 말죠."임지환이 화를 참으며 말했다."내가 뭐?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너 이혼 서류에 사인하면서 아무것도 안 가지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똑바로 알아낸 뒤에 너 나갈 수 있어."한수경이 팔짱을 낀 채 기고만장하게 말했다."저 일 있어서 여기에서 당신이랑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임지환이 말을 하며 집을 벗어나려 했다."못 나간다니까! 아니면 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한수경이 말을 하며 임지환의 상자를 잡았다."이거 놔!"순간, 임지환의 눈빛이 싸늘해졌다.한수경은 마치 맹수를 마주한 듯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녀는 그런 절망적인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그때, 차 한 대가 별장의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그리고 덩치가 우람한 배준영이 차에서 내리더니 임지환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임지환,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감히 우리 누나한테 손을 대?""나 그런 적 없어."임지환이 대답했다."그런 적이 없다고? 내가 다 봤는데 어디서 시치미를 떼는 거야?"배준영이 소리치며 물었다.그때, 화려한 차림새의 유옥진도 차에서 내렸다."준영아, 거칠게 굴지 말랬잖아. 그래도 네 전 매형인데 예의는 차려야지."유옥진이 일부러 말끝을 늘어뜨리며 말했다."무슨 소리예요, 제가 언제 이런 쓰레기 매형을 뒀다고 그러세요."배준영이 혀를 차더니 임지환을 밀어내고 더럽다는 듯 손을 닦았다."장모님."임지환은 그래도 유옥진에게 예의를 차려 그녀를 불렀다."장모님이라고 부르지 마, 우리 이제 아무 사이 아니니까."유옥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지환의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혼한 3년 동안 유옥진은 늘 임지환에게 불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