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라! 애도하라!」 「구주 군신이 어제 10개 나라에서 온 강자의 연합공세로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습니다.」 「이 전쟁으로 파란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었고 망망대해에 시체가 떠올랐습니다.」 「이 전쟁은 한 사람이 한 개 군을 이끌고 10개 나라의 백만 군사에 맞서 온 힘을 다해 격전을 벌인 전쟁이었습니다.」 세간의 모든 사람이 군신은 10개국 강자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를 죽게 만든 건 그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였다. 몇 년 뒤, 윤구주는 산꼭대기에 서서 아래에 쌓여있는 수많은 백골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에게 빚진 건 피와 살로 갚아야 할 거야!”
View More윤구주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과연 희대의 폭군이 맞았다.멸족을 밥 먹듯 쉬이 얘기하는 잔혹한 수단이라니."오? 승낙한 건가? 그럼 어서 내려와 짐에게 절을 하거라!"윤구주가 대답하기도 전에 상부에서 배회하던 주작이 분노를 터뜨렸다."건방지도다! 우리 저하께서 폭군인 네놈한테 절을 하라고? 네가 어디 그럴 자격이 있느냐!""죽어랏!""성수인!"주작이 성수인을 재가동하며 진파천을 향해 돌진해 내렸다."건방진 건 네놈이여. 이미 기진맥진한 놈이 허세를 부려? 패체강인!"진파천의 몸에서 갑자기 붉은 부적이 떠올라 폭발하더니 그의 공격을 천 배 증폭시켰다.단 한 방.진파천의 공격에 부딪친 주작의 성수인은 산산조각났다.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며 날아가던 주작은 정확히 윤구주의 품에 떨어졌다."저하...""이건 곤륜 지역의 술법이야. 너는 당할 수가 없으니 일단 물러서."윤구주는 호신 기를 운용하며 주작을 호송해 임정설에게 전달했다.바락에 내려놓은 주작이 다시 진파천에게 덤비려 했지만 임정설이 막아섰다."무리하지 마라. 모두 구주한테 맡겨. 이 자는 극 신급 절정에 오른 자다. 네가 졌어도 부끄러운 게 아니야."임정설은 알고 있었다.실력 차이가 큰 게 아니라 진파천의 공법이 주작을 완전히 억누르고 있었던 것.특히 강풍호체로 인해 진파천의 몸은 무적의 상태가 되어 있었고, 암살자형인 주작은 그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혹여 성수인이라도 없었다면 윤구주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쓰러졌을 주작이었다.진파천은 서두르지 않고 윤구주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이씨 가문 녀석이 그쪽을 매우 믿고 있는 모양이군.""그쪽도 왕이라 했지? 아직 왕 호칭을 듣지 못했구나."모든이들의 짐작을 떠나, 진파천이 윤구주에게 예를 차리며 말했다.허나 이러한 가식적인 예의 따위에 대꾸할 윤구주가 아니었다.윤구주가 대답하지 않자 임정설이 대신 외쳤다."이 분은 구주왕이시다!""구주...왕? 허험, 호기가 장난 아닌데?""짐도 이런 왕호는 감히
갑자기 용암 아래에서 거대한 기류가 분출되었다. 마치 그 속에서 어떤 절세의 흉물이 세상에 나오려는 듯이.쾅!수 톤의 용암이 아래의 거대한 물체에 의해 솟구쳤고, 곧이어 불빛처럼 붉은 신작이 날아올랐다.슛!이내 아래에서 또 한 사람이 뛰쳐나와 몸이 마치 금강으로 단조되기라도 한 듯, 뜨거운 용암을 꿰뚫으며 벽력 같은 일격을 가했다.신작은 이 기습을 몸으로 받아 위쪽 지층으로 튕겼다.이 일격에 거의 산산조각이 날 뻔 한 신작의 부서진 날개 아래로, 한 사람의 그림자가 감싸져 있음이 어렴풋이나마 보였다."저건 곤륜 지역 수신전의 술법, 성수인이다!"임정설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하하하! 수신전의 성수인도 이 정도밖에 안 되나!"금강불괴의 몸을 가진 남자가 용암을 밟으며 방자하게 웃었다.그는 한눈에 이성설을 알아보았고 그다음 한순간 혼란에 빠졌다.방금 전에 용암 속에서 주작과 싸우며 환각을 본 줄."이 씨 집안의 꼬마야, 너 이미 죽지 않았어? 그럴 리가, 오장육부를 반이나 뽑아냈는데 어떻게 살아남았지?""설마 그놈의 쌍둥이 형제냐고?"남자는 커다란 의구심을 금치 못했다.임정설은 남자를 날카롭게 응시했고, 그 날카로운 눈빛은 남자로 하여금 그가 방금 자신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던 임정설이 맞음을 대번에 알아차리게 되었다."구주야, 저자가 바로 전조의 마지막 군주 진파천이다."임정설은 윤구주에게 그 사람을 알렸다."진파천이라고?"윤구주의 미간은 순간 찌푸려졌다.그는 화진 5천 년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폭군이었다.화진이 근대에 겪은 모든 치욕은 모두 진파천 때문에 시작되었고, 바로 이 폭군의 등극과 맞물려 항상 세계 문명을 선도하던 화진이 급속도로 퇴보하게 되었다.그뿐만 아니라, 당시 거의 전 세계 국가들이 화진으로 몰려와 이익 침탈을 시도했을 때, 진파천은 이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적국들이 화진에 주둔하는 것을 환영하기까지 했다.그 결과 화진은 적국들의 야망에 휘둘려 사분오열되었고, 진파천은 이런 상황에서도 백성들을 미친
그것은 인간의 손에서 태어난 지혜를 가진 괴물이었다.신급 꼭두각시들이 윤구주를 호위하며 체내의 영기를 모아 수호 전법을 형성했다. 이 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야 윤구주는 비로소 마음을 가다듬고 모든 잡념을 지워버렸다.“완성.”윙!침 하나가 서른두 개로 분화되었고 서른두 개의 천지 영기를 담은 침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만약 화진의 침술의 왕이 현재 윤구주의 모습을 본다면 아마 놀라서 기절할 것이다.서른두 개의 침이 동시에 임정설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천지의 영기가 국주의 체내로 흘러 들어가자 윤구주는 자신의 일부 정원도 함께 전해줬다.윤구주가 이 술법으로 국주를 구하려 한다면 윤구주도 함께 죽음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하늘의 노여움을 감당할 수 있어야만 사람을 구할 수 있다.침의 힘은 순식간에 귀문십삼수의 독을 없애줬다. 독기가 완전히 제거되자 반쯤 남았던 생기가 더는 봉인되지 못하고 밖으로 새어 나왔다.윤구주는 자신의 정원으로 임정설의 반쯤 남은 생기를 보호한 후 침으로 국주의 부서진 경맥을 하나씩 치료해 나갔다. 천지 영기의 역할은 치유를 가속화하고 새로운 신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었다.경맥이 치료되고 부서진 뼈가 재생되며 살과 피가 다시 자라났다.매 순간이 위험천만했다. 이때 조금이라도 실수가 발생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된다. 임정설을 구하지 못할 뿐 더러 윤구주 역시 심하게 다치게 된다.천하에 윤구주처럼 감히 죽은 이를 살리는 술법을 사용할 담력이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시간이 흐르자 원래 죽을 운명이었던 임정설은 점점 생기를 되찾았다. 감겼던 눈이 미세하게 떨리며 의식이 돌아왔다.반면 윤구주는 죽음의 기운에 휩싸여 당장 숨이 넘어갈 것 같아 보였다.웅!거대한 천지 영기가 임정설의 체내로 흘러 들어가자 서른두 개의 침도 순수한 영기로 변해 임정설과 하나가 되었다.임정설이 드디어 의식을 되찾았다.눈을 뜨자마자 생기를 잃은 윤구주가 그의 눈에 띄었다.“구주야! 너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거야.”임정설은 초조
귀문십삼수.이는 화진 침술의 왕이 쓰는 술법이었다.윤구주는 이 술법을 알고 있었지만 배우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가 더 강한 침법인 천문삼십이수를 장악했기 때문이다.이 침법은 죽은 이를 되살리는 능력이 있었으며 심지어 한 사람의 운명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었다.이런 침법은 이미 평범한 이가 다룰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섰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침법은 금술을 사용하는 것과 같아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되레 피해를 보게 된다.“국주의 목숨이 위태로워. 지금 침을 놓지 않으면 국주님은 목숨을 잃을 거야. 과거 주작이 침술의 왕을 구한 적이 있어서 침술의 왕이 주작에게 귀문침법을 전수했었지. 이 침법은 킬러인 주작에게 아주 적합해.”암살자는 무기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암살자는 다양한 독을 다루는 데 능한 법인데 귀문십삼수 중 독을 쓰는 기법이 존재한다.다시 국주를 살펴보니 임정설은 이미 죽을 목숨이었다. 단순히 내공으로 숨을 붙여둔 상태였다.주작의 침법은 임정설의 반쯤 남은 생기를 봉인했는데 일시적으로 생명을 보호하긴 했지만 너무 희한한 독을 사용해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켰다.“생기를 봉인한 것은 마씨 가문 꼭두각시의 공격을 피하기 위함이군. 이 꼭두각시들은 모든 살아있는 생물을 공격하지.”윤구주는 굳어버린 꼭두각시들을 힐끗 보며 중얼거렸다. 주작의 현재 내공을 알 수는 없었지만 구오의 경지로 가정한다면 그녀와 국주가 손을 잡아도 이 꼭두각시들을 당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이상한 것은 임정설의 상처가 꼭두각시의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그를 치료한 주작 역시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국주를 구해야만 주작의 행방을 알 수 있겠군.”“국주님, 제 스승들이 나선다 해도 단지 국주님의 생기를 잠시 연장할 뿐이지만 저는 달라요. 의술을 배우는 자들은 죽을 운명이나 이미 죽은 이를 치료하지 않죠. 하지만 제가 목숨을 걸고 결과를 바꾸려 한다면 죽은 사람이라도 살려낼 수 있습니다. 아직 반쯤 숨이 남아있는 국주님이야말로 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죠.
휙!순간 모든 꼭두각시가 윤구주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들이 함께 금술을 발동시키자 찬 공기가 밀려오며 지하 궁전의 절반 이상이 얼어붙었다.이때 윤구주가 손을 들어 허공에 대고 결계를 그었다. 결계 밖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안쪽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흠, 역시 예상대로군. 이 작은 크리스털이 바로 꼭두각시의 혼이로구나.”윤구주는 크리스털 안팎에 새겨진 문양과 가운데 떠도는 물질을 유심히 관찰했다.신념으로는 수정을 뚫고 그 물질을 감지할 수 없었다.으드득!윤구주가 수정을 으스러뜨리자 안에 있던 불빛이 반투명한 악귀 모습으로 변해 덮쳐왔다.“원한의 혼이로구나. 영혼의 힘으로 꼭두각시들을 움직이게 했군.”윤구주는 손가락으로 악귀를 눌러 제압한 뒤 신념으로 그 정체를 탐색했다.잠시 후,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이 원혼들은 생전에 무술 고수들이었으나 마씨 가문의 오랜 고문 끝에 원혼이 되어 꼭두각시의 핵심이 된 것이었다.“이젠 편히 잠드세요. 마씨 가문은 이미 제가 멸문시켰어요. 제가 복수를 해주었어요.”“팔기지, 뇌왕인.”윤구주가 기술을 발동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응? 이럴 리가.”윤구주는 발아래를 내려다보더니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 궁전 잔해 위에서 지면으로 이동하자마자 수많은 번개가 땅을 파고 나와 뱀처럼 꼬물거리며 모든 꼭두각시를 옭아맸다.천둥이 크리스털 문양을 타고 깊숙이 파고들어 원혼들을 정화했고 핵심을 잃은 꼭두각시들은 움직임을 멈췄다.“해결.”꼭두각시들을 처리한 윤구주는 술법을 써서 잔해를 움직였다. 그 아래엔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누워 있었다.“국주님?”윤구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화진의 국주 임정설이였다.현재 그의 몸에서 생기를 느낄 수 없었으나 몸 안에서 기운이 맴도는 것이 느껴졌다.임정설을 눕혀놓자 가슴팍이 찢겨 나간 채 내장이 드러난 모습이 보였다.“상처가 심각하군.”윤구주가 중얼거리며 신념을 써서 그의 몸을 검사했다.몸이 거의 으스러진 상태였는데 이런 상황
지하 궁전 속에는 무수한 사악한 생물이 숨어 있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사냥꾼처럼 윤구주를 먹잇감으로 삼고 있었다.“이상하군, 이 살기는 그들 몸에서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아.”윤구주가 중얼거렸다.어둠 속에서는 계속해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신념이 영향을 받아 주위의 위험을 감지할 수 없었다.“당장 나타나라!”“팔기지, 부자결, 화무유성.”윤구주가 그린 부적이 붉은빛을 내뿜으며 윤구주의 명령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가 천만 개의 유성으로 변해 지하 궁전을 환히 밝혔다.이미 심하게 파괴된 지하 시설 곳곳에 잔해가 널려 있었다.불빛이 어두운 지하 궁전을 비추면서 숨어 있던 사악한 생물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철로 만들어진 인형 꼭두각시였고 그 수가 천 개를 넘었다.이 꼭두각시들 몸에 새겨진 부적을 보고 윤구주는 마씨 가문이 한 짓임 알아차렸다.“마씨 가문의 꼭두각시? 단순한 꼭두각시가 아닐 텐데.”주변에는 전투 흔적이 남아 있었고 백 미터 앞에 커다란 피 웅덩이가 있었으며 멀지않은 곳에 무너진 지하 궁전 건축물이 보였다.쉭!윤구주는 쏜살같이 그쪽으로 달려갔다.그가 움직이자 꼭두각시들도 함꼐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들은 인간과 같은 사나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으며 빨간 눈동자에는 끝없는 원한이 가득했다.“팔기기, 부자결.”윤구주가 꼭두각시를 파괴하는 특수 부적을 사용했다. 이상한 것은 부적이 꼭두각시에 정확히 부착되었는데도 그들을 파괴하지 못했다.“이 지하 궁전의 꼭두각시는 보통 꼭두각시가 아니야. 곤륜의 술법인 거 같아.”윤구주가 말을 마치자마자 십여 개의 꼭두각시들이 그를 향해 돌진해 왔다.그들은 모두 신급의 실력을 갖췄으며 지하 궁전에 침입한 자를 없애는 임무를 수행했다.펑!윤구주는 순식간에 십여 개의 꼭두각시와 수백 회의 교전을 벌였다.강철로 된 몸체지만 속도가 매우 빨랐고 힘도 엄청나게 강했다.한 꼭두각시가 윤구주와 주먹을 맞부딪쳤다. 윤구주는 반걸음쯤 물러났고 그 꼭두각시는 수백 미터 날아갔
경비군 단장이 견배영의 말을 믿지 못하니 윤구주가 직접 전음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말을 못 알아듣나?”윤구주의 목소리를 들은 단장은 너무 기뻐 저하라고 외칠 뻔했다.“입 다물고 있어. 내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눈치는 있어야지. 내가 이곳에 온건 너만 알고 있으면 돼.”단장은 말을 하지 않고 울음 반 웃음 반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윤구주는 산을 이동한 뒤 지하 궁전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저하,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만약... 만약 그 마인이 정말 살아있다면 저희 방어선이 마인을 막을 수 있을까요?”“구오 경지라면 괜찮지만 만약 극 신급 절정에 도달했다면 좀 골치 아프겠지. 지하 궁전에 들어가는 입구가 하나뿐인 게 아니듯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야. 밖에서 기다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이 말을 남기고 윤구주는 궁전 안으로 사라졌다.그는 산체의 갈라진 틈을 따라 지하 궁전 입구까지 내려갔다. 신념으로 주변을 살피니 돌계단이 구불구불하게 깊은 어둠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대략 살펴보니 이 지하 궁전은 지표면 최소 3000미터 아래에 있었다. 현재 화진에서 가장 깊은 지하 시설도 2400미터밖에 안되는데 전조 시대에 이런 시설을 지었다는 건 너무 놀라웠다. 이는 당시 기술로는 상상도 못 할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었음을 의미했다.계단 주변에는 수많은 유골이 묻힌 구덩이들이 보였고 남아있는 옷과 장비로 보아 전조 시대 노동자들의 시체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윤구주는 계속 내려가다가 바닥에 떨어진 사탕 포장지를 발견했다.4대 군신 중 주작만이 항상 사탕을 지니고 다녔다. 그녀가 사탕을 먹지 않지만 지니고 다니던 이유는 어렸을 적 가난했던 자신을 만족하기 위함이었다.평소에 애지중지하던 사탕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윤구주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쉭!윤구주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계단을 벗어나 돌벽을 밟으며 아래로 내려갔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짓밟힌 돌들은 산산조각이 났다.십여 초 후, 윤구주는 좁은 계단을 벗어나
한밤중,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황량한 산골짜기.화진에서 가장 번화한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황량한 산에는 무수한 무명의 묘지가 있었고 임씨 왕조가 건국된 이래 이곳은 금지 구역으로 지정됐다. 근처에는 경비군이 주둔하며 주위를 감시하고 있었다.평소에는 아무도 찾지 않던 이곳이 지금은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경비군은 이곳을 완전히 봉쇄하고 군사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으며 금지 구역 내부는 은용위가 감시하고 있었다. 공중에는 무장 헬리콥터가 24시간 순찰 중이었다.윤구주가 탄 차량이 금지 구역으로 들어갔다. 그의 행적은 엄격히 비밀로 유지되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경비를 서던 경비군은 차 안에 화진의 구주왕이 타고 있는걸 모르고 있었다.차량은 깊은 산속까지 계속 달려가다가 멈췄다.“저하, 지하 궁전에 도착했습니다.”견배영이 먼저 차에서 내려 윤구주를 위해 문을 열었다. 차에서 내린 윤구주는 지하 궁전 입구를 찾지 못했다. 대신 봉쇄된 지역 주변에는 방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들이 검사 장비를 들고 무언가를 검사하며 기록하고 있었다.“저하, 국주께서 들어가신 후 저희는 입구를 완전히 봉쇄했습니다. 이 산 전체에 고성능 폭약을 매설했고 전투기 세 대가 24시간 대기 중입니다.”견배영이 보고했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이유는 바로 그 마인을 막기 위해서였다.만약 국주의 작전이 실패하고 마인이 나온다면 폭탄을 터뜨려 이곳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계획이었다.윤구주는 견배영의 안내를 받고 여러 관문을 통과해 지하 궁전 입구 앞에 도착했다.현재 지하 궁전 입구는 봉쇄된 상태였다. 외부는 만 톤의 강철로 봉쇄되어 있었고 기술자들이 입구를 뚫고 있었다.십여 분 후 밖은 조금 열렸지만 안쪽이 콘크리트로 막혀 있었다. 기술자들이 입구를 열려면 최소 세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입구가 열리더라도 안쪽이 막혀 있어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너무 느려. 견배영, 모든 인원을 철수시켜라. 입구는 내가 열겠다.”이 말을 들은 견배영은 잠시 멈
윤구주는 육도진에 대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지만 정치인 출신인 육도진이 권모술수를 즐기는 버릇은 여전했다. 말할 때마다 어느 정도 숨기는 식이라 윤구주는 그에게서 대답을 얻는 걸 포기했다.“저하, 지하 궁전은 사실 전조에서 지어진 것으로 용맥 위에 세워졌습니다. 전조 국주가 수련과 폐관을 하는 장소였죠. 후에 지질 문제로 용맥이 무력화되면서 이 지하 궁전은 점차 피난처로 변했습니다.”견배영이 지하 궁전에 관해 설명했다.그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만해. 내가 모르는 걸 말해보게.”“네, 사실 지하 궁전 아래에는 마인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임씨 왕조의 첫 번째 국주 임세현이 봉인한 것인데 그 마인은 봉인되기 전에 이미 중상을 입었죠. 오래전에 죽어야 했는데 며칠 전 지질 변동으로 용맥에 다시 기운이 돌아오면서 그 마인이 깨어난 것 같습니다.”윤구주는 그제야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챘다.임정설은 그 마인이 나올까 두려워 직접 지하 궁전에 들어가 그를 처단하려 한 것이다.“국주께서 들어가신 후 저희에게 입구를 봉쇄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제 생각엔 국주께서 이렇게 하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마인을 처단하기 위함일 겁니다. 설령 죽이지 못하더라도 출현을 막으려는 생각이죠. 다른 하나는 국주께서 위기가 다가옴을 알아채고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아 마인과의 전투를 통해 경지를 넘어 진정한 신경에 도달하려 하셨을 것입니다.”견배영은 자기 생각을 윤구주에게 말했다.“자네 추측이 맞아. 국주는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니까.” 윤구주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종문 동맹을 상대하기로 한 이상 종문 동맹 뒤의 세력을 뽑아내려면 국주의 실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지금은 불안정한 시국이라 국주가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화진에 부담이 되지 말아야 했다.“저하, 주작도 지하 궁전에 있습니다.”“주작?”윤구주는 잠시 멈칫하다 기쁜 표정을 지었다.주작은 윤구주 휘하 4대 군신 중 하나였다. 군신
「애도하라! 애도하라!」화진의 모든 서버는 묵념하며 구주왕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강성시의 한 해변가.비키니를 입고 완벽한 몸매를 드러낸 소채은이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으로 묵념하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었다.“갑자기 뭐야?”“벌건 대낮부터 무슨 애도람?”“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애도한다고?”“아, 미치겠네. 어떤 사람이 죽었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인 거지?”핸드폰 화면을 5분동안 뚫어져라 지켜보고나서야 소채은은 헤드 메세지를 클릭했다.빨간색으로 적힌 몇글자가 소채은의 눈에 들어왔다. 대형 사이트의 홈페이지마다 헤드라인으로 걸려 있었다.「구주 군신이 어제 10개 나라에서 온 강자의 연합공세로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습니다.」「이 전쟁으로 파란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었고 망망대해에 시체가 떠올랐습니다.」「이 전쟁은 한 사람이 한 군을 이끌고 10개 나라의 백만 군사를 온힘을 다해 격파한 전쟁이었습니다.」각 대형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보며 소채은의 앵두같은 입술이 동그랗게 오무려졌다.‘구주 군신? 할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시던 무패의 전설 아니었나? 그런데 전사했다니.’“그래서 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있구나. 이 무패의 전설이 죽은 거였어?”이 “구주 군신”의 사망 소식을 조금 더 검색해보다가 소채은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구주왕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고 화진의 레전드 히어로가 맞았다.하지만 소채은과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시끄러운 일도 아직 다 해결하지 못했다.소채은은 바닷가에 누워 집안 일을 고민했다. 그러자 절세의 미모에 걱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따르릉!”그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소채은은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친구였다.“여보세요?”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친애하는 소채은 아가씨, 도대체 요즘 어디를 싸돌아 다니길래 연락이 안되는 거야?”“란이야, 왜? 나 지금 옛 본가에서 휴가 중인데.”소채은이 음료수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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