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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김원호
소채은은 옷을 갈아입고 멍해서 쓰러진 남자 곁을 지켰다.

이 남자는 진짜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게다가 온몸으로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쓰러져 있지만 않으면 남신이 분명했다.

“이 사람 도대체 누구지?”

“왜 바다에 떠 있었던 거지?”

“그리고 왜 간단한 손놀림만으로 소씨 가문 보디가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거지?”

무수히 많은 의문이 소채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소채은은 이 남자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소채은은 침대맡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때 소채은은 작은 움직임을 느꼈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떴다가 이내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기절했던 남자가 깨어 있었다.

그리고 아주 올곧은 자세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소채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고 경계 태세로 물었다.

“당... 당신... 뭐하자는 거예요?”

남자는 막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멍한 눈빛으로 다시 소채은을 쳐다봤다.

“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죠?”

매력 있는 목소리였지만 의문으로 가득 찬 말투였다.

소채은이 얼른 대답했다.

“저는 소채은이라고 해요. 제가 바다에서 당신을 구한 거예요.”

“바다요?”

남자가 다시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

“맞아요. 바다에 떠 있었던 거 기억 안 나요?”

소채은이 귀띔했다.

남자는 바다라는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

갑자기 머릿속에 수많은 죽음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셀 수도 없는 시체들이 핏빛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보였다.

매캐한 연기와 군함이 불바다 속에서 망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목 놓아 부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방에서 까맣게 몰려오는 강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던 걸 떠올렸다.

최후의 최후에 그는 사람들이 그를 향해 “구주왕... 구주왕...”이라고 외쳐대는 걸 들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칼로 가르고 침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거센 통증에 그는 견딜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보며 소채은이 다급하게 물었다.

“왜 그래요...”

한참이 지나서야 남자는 다시 안정을 찾으며 터질 듯한 머리를 문질렀다.

“머리가 너무 아파요. 너무.”

“머리가 아프다고요?”

“혹시 머리를 다친 거 아니에요?”

소채은이 얼른 되물었다.

“몰라요.”

남자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막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왜 바다에 떠 있었던 거예요? 바다에 빠진 거예요? 그게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소채은이 계속 질문을 던졌다.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고 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를 보며 소채은이 다시 물었다.

“이름은 뭐예요? 이름은 기억나겠죠.”

남자는 이름이라는 단어를 듣더니 몇초 멍해 있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와, 큰일이네. 이 남자 지금 아무것도 기억 못 한다는 거 아니야.’

그러다 갑자기 소채은은 무언가 생각난 듯 한쪽으로 걸어가 전에 남자의 몸에서 떨어진 검은색 명령패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여기요. 당신 몸에서 떨어진 명령패에요. 잘 봐봐요. 뭐 떠오르는 거 없어요?”

남자가 멈칫하더니 검은색 명령패를 건네받았다.

명령패에 쓰인 “9주”라는 두 글자를 보자 남자는 또 뭔가 확 기억난 듯싶었다.

“구주... 구주...”

“윤... 구... 주...”

“잉?”

“윤구주? 혹시 이름이 윤구주에요?”

남자가 이상한 이름을 읊조리자, 소채은이 이상해하며 물었다.

남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윤구주”라는 이름을 계속 되풀이 할 뿐이었다.

소채은은 지금 머리가 아팠다.

바다에서 건진 남자가 재수 없게도 기억을 잃었다.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가족들은 내가 이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오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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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에서 두 사람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빙신전의 다른 수련자들은 투명한 결계를 만들어 두 사람을 그 안에 가두었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건물이 폐허로 변할 것이 분명했다.두 사람의 싸움은 천지를 뒤흔들 정도였고 디크스는 극히 흥분해 있었다.‘신주라 해도 어쩔 수 없나 보군. 아사 신족이 직접 나선다면 빙신전 따위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텐데.'이때 빙신전 전주는 디크스가 아픔을 느끼지 못하며 영혼이 영수의 정혈에 억눌려 본능적인 야성만 남아 공포나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 술법을 손에 넣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군을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겠군.'바로 그때 윤구주의 전음이 그의 귓가에 차갑게 들려왔다.“야, 도대체 얼마나 더 시간을 낭비할 셈이냐? 쓸모없는 제물에 불과한데 저놈의 영혼이 다 타버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건가?”꿀꺽!빙신전 전주는 침을 삼치며 윤구주를 흘끗 쳐다보았다. 마침 윤구주도 책장을 넘기던 중 그를 한 번 내려다보았다.그 단 한 번의 시선에 빙신전 전주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알겠습니다. 오늘은 이 자를 철저히 짓밟아 저놈들에게 아사 신족과 우리의 격차를 보여주겠습니다.”빙신전 전주의 눈동자는 얼음 같은 푸른색으로 변했고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팍!디크스가 다시 한번 손바닥을 내리치자 이번 공격은 빙신전 전주의 몸에 정확히 적중했다.디크스는 상대방의 몸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성공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가 빙신전 전주를 바라보자 신주의 두 눈에서 푸른색의 블랙홀이 나타나더니 그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눈앞에는 끝없는 별들이 펼쳐져 있었다.디크스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이것이 신주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신주의 진짜 모습은 우주 그 자체인가? 이것이 나와 신주의 차이인가?'사실은 빙신전 전주가 천술을 발동하면서 천지의 기운을 끌어모았고 이 엄청난 양의 기운이 디크스의 정신에 영향을 미쳐 환각을 일

  • 구주, 왕의 귀환   제1971화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인 채 침묵했다.이것이 신인가?이건 그들과 협상을 하려는 게 아니라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가짜 신인 주제에 네가 무슨 자격으로 헨드리의 왕을 선택하느냐?”디크스가 빙신전 전주를 향해 소리쳤다.공중에 떠 있는 빙신전 전주를 노려보고 있던 그의 얼굴은 분노 때문에 흉악하게 일그러졌다.웃기게도 그의 눈빛에서 강한 질투와 부러움이 묻어났다.디크스의 꿈은 진정한 신이 되는 것이었다. 천하를 지배하는 것도 그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오랜 수명을 가지고 수억 생명을 지배하며 한 사람의 의지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인생이라 여겼다.“하찮은 인간 따위가 감히 신의 뜻을 거스르다니. 내가 헨드리의 군주를 선택하려는 게 아니라 이미 설윤을 군주로 정한 것이다. 너 같은 미물이 신의 명령을 거역하다니.”쿵!하늘에서 압도적인 위압이 내려오며 건물 전체가 요동쳤다.마치 세계의 종말 같은 광경에 모든 사람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거대한 힘이 쏟아지며 디크스는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렸다.폭군이 이렇게 쉽게 처단되었다고?으르렁!야수가 울부짖는듯한 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디크스의 육체가 소멸된 후 아사 신전이 부여한 사신의 몸으로 세상에 강림한 것이다.10여 미터에 달하는 신의 형상이 나타나며 맹렬한 살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몇몇 나이가 든 의원들은 그 장면에 놀라 심장 마비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야수는 사악한 기운을 담은 검은 불꽃으로 뒤덮여 있었고 분노로 세상 모든 것을 태워버리려는 듯했다.이 신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해 현모도 이겨낼 방법이 없었다.윤구주는 2층 좌석에 앉아 느긋하게 동화책을 넘기고 있었다. 회의실 대부분이 사신의 검은 불꽃에 뒤덮였는데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빙신전 전주는 웃음을 터뜨렸다.“가짜 신 주제에 웃긴 뭘 웃어? 이건 아사 신전이 내게 주신 영령 신체다. 내가 유일한 신이다.”디크스가 소리쳤다.“영령 신체라고? 웃기고 있군. 그냥 고대 영수의 정혈을 주입한 거잖아

  • 구주, 왕의 귀환   제1970화

    “전법이 완성되기 전이였다면 제가 막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완성된 이상 문물을 파괴해도 소용없어요. 이제는 저라도 핵심을 찾아야 이 전법을 깰 수 있죠.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헨드리 사람들은 사람 구실은 못 하면서 눈은 참 밝군요. 가장 좋은 법기들만 골라서 훔쳐 갔으니.”윤구주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설윤은 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아사 신족이 박물관에 있는 각국 문물들을 이용해 신술을 펼쳤다는 부분은 알아들었다.“그럼 저희는 뭘...”“신경 쓰지 마세요. 이미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밖의 일은 그 사람들에게 맡기고 저희는 저희가 할 일에 집중합시다.”이때 현모가 전음으로 보고했다.“저하, 이제 입장할 수 있습니다.”“알겠어. 출발하자.”딸깍!현모가 자동차 문을 열자 설윤은 일행의 호위를 받으며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윤구주는 혼자서 느릿느릿 움직이며 맨 뒤에 서성거렸다.설윤이 의사당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숨을 죽였다.공주가 정말로 왔다.죽으러 온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케일 공작의 지지를 받았다고 해서 설윤은 자기가 정말 왕위를 계승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건가?의회마저 디크스의 편에 선 상황에서 헨드리의 대권은 이미 디크스 손에 쥐어졌다. 이미 승부가 난 것과 다름없다.설윤을 본 디크스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찾아다니며 죽여도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제 발로 찾아오다니.“참 고맙구나. 바로 이 회의실 안에서 너를 처형함으로 너희들의 기를 꺾어주마. 이제 누가 감히 신들을 거스르겠는가.”디크스가 손을 휘젓자 사방에서 흑해골 병사들이 나타나더니 설윤을 향해 달려들었다.설윤이 오자마자 디크스가 바로 손을 쓸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이 장면을 보고 있는 의원들의 심정이 많이 복잡했다. 헨드리의 보석 같은 공주가 이런 용기를 보일 줄이야. 죽음을 각오하고 온 이 담력만으로도 이 의원들은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용기만으로는 부족했다. 설윤이 죽으면 앞으로 디크스가 헨드리를

  • 구주, 왕의 귀환   제1969화

    이때 검은 기운이 벽을 뚫고 나오더니 주차된 차량을 순식간에 부식시켜 없애버렸다.방금까지 자신의 힘을 과시하던 기사들은 이 상황을 보고 넋을 잃었다.그들은 수련자이긴 했지만 화진의 수련자와는 달리 경지만 있고 술법을 쓸 줄 전혀 몰랐다.몇몇 기사들이 강한 육체로 맞서려 했지만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액체로 변해버렸다. 하급 법기인 갑옷도 얼음 녹듯 녹아내렸고 강화된 문양과 축복은 이 검은 기운 앞에서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기사들이 허겁지겁 후퇴하자 군중들은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구주지.”웅!몇몇 장군들과 암부 대장이 즉시 술법을 발동해 퍼져나가는 검은 기운을 잠시 억누르는 데 성공했다.암부에서 대장 급 이상은 공법을 습득할 자격이 있었고 구주군 내부에도 윤구주가 전수한 공법이 있었기에 곤륜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이 장면을 본 군중들과 생방송 시청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바로 신비한 동방의 힘이구나!”하지만 이 몇몇 장군들과 암부 대장의 힘으로는 부족했다.그들이 거의 한계에 도착할 때 빙신전의 사람들이 도착했다.“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죠. 잠시 물러나 있으세요.”청해는 공중에 뜬 채 등장했다.그는 한 손으로 천지의 힘을 끌어모아 박물관 전체를 얼려버린 뒤 퍼져나가던 검은 기운을 강제로 밀어 넣었다.슉!빙신전의 부하 십여 명이 박물관으로 빠르게 진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으로 만들어진 문이 생기더니 갇힌 사람들이 하나하나 구조되었다.구조된 관람객들은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지만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이 빙신전 사람들을 알아보고 무릎을 꿇고 경배했다.빙신전은 유라비아에도 기반을 두고 있었고 종교를 세워 신도들을 거느리고 있었다.사람들을 구출해낸 청해 일행은 기사들처럼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다.그들은 평범한 인간들에게 자신을 증명할 필요 없다고 여겼고 오직 윤구주의 환심을 사길 바랐다.암부와 구주군 장군들 그리고 소수의 기사가 꽁꽁 얼어붙은 박물관으로 들어갔다.빙신전 측은 이미 제단

  • 구주, 왕의 귀환   제1968화

    극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빠르게 반응하여 박물관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곧바로 생방송을 열어 방금 목격한 끔찍한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했다.이 소식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뒤흔들었으며 수많은 네티즌이 생방송으로 몰려들었다. 헨드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박물관에서 벌어진 일을 알게 되었다.거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고 박물관 안에서 들려오는 절망적인 비명 소리는 군중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두려움의 분위기는 박물관을 넘어 거리 전체로 퍼져나갔다.순찰 경찰들이 도착했지만 상부의 지시하에 박물관을 봉쇄하기만 했다.잠시 후 특수 부대가 현장에 도착해 군중들을 안전 지역으로 밀어냈다.그들의 행동에 군중들은 분노를 표시했다. 왜 즉시 박물관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지 않는 것인가?현대인의 교육과 사고방식으로 그들은 박물관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은 어떤 유독 가스 누출로 인한 것이라고 여겼다.이성이 그들에게 즉시 대피해야 한다고 알려줬지만 그들은 호기심에 이끌려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박물관 안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려 했다. 쓩!어느 병원의 기사단이 군마를 타고 먼저 도착했다. 이어서 검은 갑옷을 입은 암부 요원 10여 명과 구주군 갑옷을 입은 장군들도 소식을 듣고 현장에 도착했다.기사는 중세기의 고전적인 직업으로 근대에 들어서는 이미 사라진 존재였다.그런데 그들이 이제 다시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도착한 기사들은 말에서 뛰어내려 맨손으로 교통사고가 난 차량의 문을 뜯어내어 갇힌 사람들을 구출한 후 차량을 들어 올려 군중 밖으로 던져버렸다.사람들은 넋을 잃고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괴력인가? 아니다. 이건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이 장면을 본 생방송 시청자들이 열광했다.“유라비아 기사들이 이렇게 세다고?”전 세계 사람들뿐만 아니라 유라비아인들조차 어리둥절해 했다.이 장면은 현장에 도착한 기자들에게도 포착되어 전 세계 사람들이 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이때 군중들이 갑자기

  • 구주, 왕의 귀환   제1967화

    이 상황에 무슨 명령을 내릴수 있겠나.윌리엄은 신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직접 목격한적이 있었기에 오직 화진만이 그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빨리 후퇴하라!”그 말을 들은 특수 부대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이때 익숙한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무덤 속으로 우르르 밀려들어왔다.“황혼 기사들이다. 성전 기사단 소속의 기사들이야.”윌리엄이 그들을 알아보자 선두에 선 성전 기사단장이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당신들은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상세히 기록해 세상에 알려야 하오. 악령이 실제로 존재하고 성전 기사단이 수백 년 동안 헨드리를 지켜오며 악마와 싸워왔음을 말이오.”기사단장이 검을 뽑아들자 검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오며 신성한 기운을 발산했다.다른 기사들도 단장을 따라 검을 꺼내며 이 검들은 신성한 힘으로 강화된 성검이고 무수한 악마를 베어 왔다고 설명했다.신성한 기운이 묘실을 뒤덮으며 으스스한 기운을 억눌렀다.윌리엄 일행은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킨 뒤 장비를 꺼내 녹화를 시작했다.이때 주작은 지표면에 위치한 지휘본부에서 신념술로 지하 상황을 감지하고 있었다.그녀는 성스러운 힘으로 강화된 무기라는 말에 코웃음을 쳤다.“뭐가 신성한 강화야? 그냥 옛날에 쓰다 남은 낡은 법구잖아. 유라비아 놈들은 이제 최하급 법구도 못만들어내는 거야?”만약 곤륜의 주의가 화진에만 집중되지 않았다면 유라비아을 비롯한 다른 대륙의 수련자들은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이때 주작의 이어폰에서 천현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대장님, 우리 암부도 헨드리 왕도에서 여러 제단을 발견했어요. 이거 일종의 전법 같은데요? 우리는 전법에 대해 잘 몰라서 빙신전 놈들을 불러야할것 같아요.”이전에 암부의 세 지휘사도 비밀리에 왕도에 잠입했다. 인력이 부족했지만 조사를 위해 구주군에서 장군 십여 명을 지원받은 상태였다.주작은 즉시 청해에게 전음을 보냈다.“제단 전법이라고? 이건 틀림없이 아사 신전 놈들의 짓이야. 기다려. 내가 당장 가서

  • 구주, 왕의 귀환   제1966화

    그 말은 청해의 마음에 딱 들어맞아 아주 듣기 좋았다. 하지만 그도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말은 그냥 듣고 넘길 뿐 진심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그놈들에게 분명히 다른 음모가 있을 거야. 하지만 주인님이 우리에게 내리신 명령이 설윤을 보호하는 것이니 그 여자를 잘 보호하자. 너희들 모두 잘 들어. 주인님은 나중에 너희들의 죄를 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잘만 한다면 사형을 면하고 공을 세워 죄를 갚을 수도 있을 거야. 내가 주인님께 좋은 말도 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주인님께서 기뻐하시면 큰 이익을 너희에게 하사하실 거다. 그렇게 되면 나도 마음을 놓을 수 있어.”청해의 말을 들은 부하들은 그의 뜻을 금세 알아차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나중에 윤구주가 그들의 죗값을 물을 때 죽음을 면하고 공으로 죄를 갚을 수 있을지는 청해의 말 한마디에 달린 거 아닌가?그래서 이 빙신전의 신들은 윤구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사 신전과 결사적으로 싸울 준비를 했다.다행히도 윤구주가 앞에서 대부분 압력을 막아 주고 있어 그들은 목숨을 걸고 나머지 적들과 싸울 수 있었다.빙신전이 회의실을 주요 전장으로 삼아 방어를 구축하고 있을 때 주작도 암암리에 움직이고 있었다.이전에 주작은 윌리엄과 함께 헨드리의 정보 요원들을 모아 비밀리에 왕도로 들어갔다. 그들의 노력으로 수많은 특수 부대원들이 다시 소집되어 팀으로 돌아왔다.왕도의 한구석.윌리엄이 이끄는 특수 부대 한 팀이 어떤 은신처를 조사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30명이 넘는 부대원들이 악취가 나는 하수구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낯선 지하 동굴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다.동굴에 들어서자마자 찬 바람이 그들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귀신의 울음소리 같은 소름 돋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는 불길한 푸른 불빛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탐조등을 켜자 지하 동굴이 비추어졌고 부대원들은 눈 앞에 펼쳐진 장면에 깜짝 놀라 숨을 죽였다.동굴 벽면에 크고 작은 무덤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

  • 구주, 왕의 귀환   제1965화

    헨드리 의회는 예정대로 개최되었다. 의회장에는 300명의 의원이 모였다. 평소 같으면 이익 집단별로 나뉜 의원들이 설전을 벌였겠지만 올해는 의회장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모든 의원의 표정이 자연스럽지 않았고 어떤 이는 멍들어 있기도 했다. 의원들은 무의식적으로 최전열에 앉은 백색 정장 남자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 뒤에는 가면을 쓴 흑해골 전사들이 서 있었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설윤의 삼촌, 디크스였다. 나이로 따지면 디크스는 70에 가까운 노인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시간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처럼 생기발랄했다. 이것이 아사 신전의 작품이었다. 곤륜 구역의 수단으로 일반인을 젊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폐하, 설윤 공주가 왕도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차량 행렬이 거리를 순회 중이며 많은 군중들이 설윤 공주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뒤에 있던 흑해골 전사가 지금의 상황을 보고했다. 디크스가 레드 와인 잔을 흔들자 선글라스 사이로 비친 눈동자가 섬뜩한 붉은빛을 드러냈다. “상관없어. 오히려 안 올까 봐서 걱정이었지. 해외에 숨어있으면 찾기 어렵거든. 죽여 버리면 내가 정당한 권리를 얻을 거야. 그리고 이단자들은 주인님이 신적 기적을 보여주실 때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 의회장 밖 거리에는 이미 엄청난 군중이 모여 설윤을 지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차 안에서 군중의 지지에 감동한 설윤은 확신이 생겼다. 승리의 확신이 아니라 헨드리를 위해 희생할 각오다. 윤구주는 아무 생각 없이 저택에서 가져온 동화책을 뒤적이며 잔을 들고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 “구주왕, 이따 저랑 같이 들어가실 거죠?” 설윤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네? 당연하죠. 당신 혼자 들어가게 둘 생각 없어요.” 윤구주는 웃으며 답했다. 설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구주가 곁에 있으면 모든 게 괜찮을 거라 믿었다. “구주왕, 당신이 곁에 있으면 지옥에 빠져도 두렵지 않아요!” 설윤은 갑자기 윤구주의 팔을 움켜쥐

  • 구주, 왕의 귀환   제1964화

    “충성을 맹세해. 우리 화진의 투명장과 마찬가지다. 비록 너희 맹세가 별 의미는 없지만 형식적인 절차는 거쳐야 해.” 윤구주는 손을 저었다. 윤구주의 말에 성기사는 번역기를 꺼내며 말했다. “저희는 이자벨라 설윤 공주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하지만 구주왕 폐하도 약속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아사 신족을 완전히 섬멸할 때까지 최전선에서 싸워주세요.” 윤구주는 이미 그들이 이런 질문을 할 줄 알았다. 자신이 없으면 이들은 감히 아사 신족과 맞서지도 못할 것이다. 화진을 대표하는 자신이 등장했기에 그들에게 저항할 용기를 준 것이다. “몇 번을 말해야 해? 너희가 없어도 나는 아사 신족을 섬멸할 거야! 한 마디로 만약 너희가 앞으로 화진을 적대한다면 나는 하나씩 처단할 거야!” 이제 아무도 말이 없었다. 구주왕은 정말 순수한 사람이었다. 오직 자신의 나라만을 생각하는 순수하고 단일한 목표를 가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무적이었다. 기사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설윤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전하, 우리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당신을 보호할 것입니다. 이미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설윤은 여전히 충격 속에 빠져 있었다. 행복이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용기와 결심을 보여줘요. 이틀 후, 헨드리 의회에서 디크스를 몰아내고 당신의 권력을 되찾아야 해요!” 윤구주의 목소리는 설윤에게 확신을 주었다. “아니요! 저는 헨드리 국민의 존엄을 지킬 거예요! 신이라도 우리를 노예로 만들 순 없어요!” 설윤의 눈빛은 확고해졌다. 윤구주가 이 모든 준비를 한 이유는 그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이틀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의회가 열리는 날, 빙신전과 황혼 기사회의 수련자들은 헨드리 왕도에 잠입해 비상사태에 대비했다. 케일 공작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설윤에게 충성할 것을 선언하고 디크스의 즉위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영향으로 헨드리 국내외 군대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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