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까만 연기를 뿜어내는 엔진과 회로판 내에서 전해지는 탄 냄새를 맡고는 바로 뭐가 문젠지 알아냈다.화진의 유일한 구주왕으로서 차가 퍼진 문제는 그에게 너무나도 작은 문제였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트렁크 쪽으로 걸어가 차에 상비된 스패너를 꺼내 나사를 뽑고 엔진 커버를 열었다.전화를 치던 소채은은 기억을 잃은 사람이 자신의 차 앞에서 이것저것 만지고 있으니 잠시 넋을 잃었다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뭐 하는 거예요?”소채은이 걸어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엔진 커버를 따는 윤구주를 쳐다봤다.“잉?”“지금 차 정비하는 거예요?”소채은이 궁금해서 다시 물었다.윤구주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이 차만 만졌다.2분 뒤 윤구주는 안에서 끊어진 두 개의 전선을 연결하고 말했다.“됐어요.”소채은은 더 멍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쳐다보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고쳤다고요? 진짜?”윤구주가 그저 “네”하고 대답만 할 뿐이었다.기억을 잃은 남자가 차를 고칠 줄 안다니, 소채은은 의문이 들었다.의문을 가진 채 소채은은 빠르게 차로 돌아가 시동을 걸었고 아니나 다를까 차는 시동이 걸렸다. 아까 엔진에서 나던 이상한 소리도 사라지고 더 이상 연기도 나지 않았다.확실히 고쳐진 차를 보며 소채은은 기뻐했다.“하하, 몰랐는데 차도 고칠 줄 아네요?”“혹시 전에 차량 정비하던 사람인가?”“?”윤구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전에 차량 정비공이었나보네.”소채은은 윤구주의 예전 신분을 거의 확정하듯 말했다. 윤구주는 어이가 없었다.그렇게 차는 윤구주에 의해 완전히 고쳐졌다.소채은은 다시 기분 좋게 운전해 윤구주를 데리고 시내로 향했다.가는 길에 소채은은 윤구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진짜 기술이 괜찮은데요?”윤구주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천하의 9주 군신이 차를 정비하는 엔지니어로 불리게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한 그림이었다.고속도로를 타자 소채은의 차는 속도가 붙었다.이때 뒤에서 패기 넘치는 군용차가
윤구주가 남부 부대의 차량을 보며 감개무량해하는데 소채은이 윤구주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물었다.“기억을 잃은 윤구주 씨,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윤구주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근데 그렇게 넋을 놓고 보고 있다고?”소채은이 다시 캐물었다.“그냥 익숙해서 뚫어져라 보는 거겠죠.”“익숙하다고요?”“기억을 잃은 사람이 남부 창용부대 차량을 보고 익숙할 게 뭐가 있어요. 혹시 전에 군인이었어요?”소채은이 캐물었다.그 물음에 윤구주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군인만 한 게 아니었다.윤구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채은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내가 봤을 때 당신은 그냥 차량 정비 엔지니어였을 거예요.”“시내로 돌아가면 꼭 큰 병원으로 데려가서 기억상실증 고쳐줄게요.”“기억 돌아오면 꼭 차 자주 고쳐주면서 보답해야 해요.”소채은의 말을 들으며 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었다.3시간 뒤, 드디어 소채은은 윤구주를 데리고 강성시로 돌아왔다.주변에 즐비하게 서 있는 고층 빌딩을 보며 윤구주는 침묵을 유지했다.소채은은 시내로 돌아오자 서란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채은아, 지금 어디야?”전화를 받자마자 서란이 냉큼 물었다.“베프”의 전화에 소채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나 이미 강성시로 돌아왔어. 서란아, 하나 물어볼게. 우리 집안과 아빠가 어떻게 내가 옛 본가로 간 일을 알고 있지? 혹시 네가 일러바친 거야?”소채은은 바보가 아니었다.“베프”와 통화를 하고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아빠가 사람을 데리고 옛 본가에 나타났다. 이걸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수화기 너머의 서란이 이걸 듣더니 다급히 해명했다.“채은아, 미안해. 아버님이 계속 보채서 말할 수밖에 없었어... 채은아, 내 탓 하는 거 아니지?”서란은 전화에 대고 불쌍한 척해댔다.소채은은 원래 화가 잔뜩 나 있었지만 “베프”가 먼저 승인하자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말했다.“됐어. 이번 일은 이렇게 넘기자. 네 탓한 적 없어.”“고마워, 채
소채은은 “베프” 서란과 통화를 마치고는 윤구주를 데리고 스카이가든으로 향했다.이 곳은 소채은이 세를 들어 지내고 있는 곳이었다.어릴 때부터 가족의 미움을 받고 지내던 그녀는 진작에 이사를 나와 자취하고 있었다.“드디어 돌아왔네.”소채은은 단지 안까지 운전해 한 별장 앞에 세우고는 차에서 내렸다.윤구주도 따라서 내렸다. 눈앞에 우뚝 솟은 단독 별장을 보고는 괜찮은 집이라고 생각했다.“저기, 기억 잃은 윤구주 씨, 잘 들어요. 집에 아직 남자를 들인 적이 없어요.”“그러니 이따 들어가면 아무데나 돌아다니면 안돼요. 알았죠?”윤구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소채은은 그렇게 짐가방을 들고 윤구주와 별장으로 들어갔다.별장의 도어락을 열자마자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소채은을 향해 덮쳤다.윤구주는 순간 표정이 변했고 손을 쓰려는데 소채은이 그 까만 물건을 안으며 즐겁게 불렀다.“까망아, 나 왔다.”소채은이 안고 있는 건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를 가진 체형이 거대한 검은 강아지였다.아니, 까만색 마스티프였다.마스티프는 소채은의 품에 안겨 머리를 부비적대더니 멍멍 짖기까지 했다.이 사나운 마스티프가 소채은에게만은 매우 친절하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까망아, 두날이나 못 봤는데 나 안 보고 싶었어?”소채은은 마스티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승냥이보다도 사납다는 마스티프는 지금 소채은의 품에 안긴 채 온순한 장난감 같았다.하지만 소채은의 뒤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성질을 내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봤다.까망이가 윤구주를 향해 으르렁대자 소채은이 재빨리 그를 당겼다.“까망아, 안돼. 저 사람은 우리 친구야. 알았지?”이 마스티프는 사람 말을 꽤 알아듣는 것 같았다. 주인이 이렇게 말하자 다시 차가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보더니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며 머리를 숙였다.소채은은 조금 더 까망이와 놀아주다가 그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됐어. 이제 알아서 놀아.”이렇게 말하자 마스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문 앞에 서서 세상에서 공격성이 제일 강한 견종인 마스티프를 쳐다봤다.마스티프는 낮은 소리로 으르렁댔다. 음침한 두 눈은 언제든 윤구주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그저 실눈을 뜨고 마스티프를 지켜봤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기운이 나타나자 방 전체가 갑자기 흔들렸다. 그러자 세상에서 공격성이 제일 강한 마스티프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거대한 몸체를 자기도 모르게 뒤로 빼기 시작했다.마치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까망아, 무서워하지 마.”“나는 널 해치지 않아.”윤구주는 마스티프가 무서워하자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그러자 마스티프는 너무 놀라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머리도 쳐들지 못했다.윤구주는 마스티프의 목덜미를 살살 주무르며 말했다.“가자, 산책 좀 하자.”이렇게 윤구주는 마스티프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소채은이 샤워하고 핑크색 츄리닝을 입고 나왔다.윤구주가 얌전히 집에 있을 줄 알았는데 나오자 윤구주가 보이지 않았다.“기억도 잃은 사람이 어디 갔대?”“설마, 길 잃은 건 아니겠지?”윤구주가 아직 기억을 잃은 상태기도 했고 낯선 곳에 금방 왔으니 소채은은 냉큼 밖으로 뛰쳐나가 윤구주를 찾았다.밖으로 나가자마자 어이없는 장면이 소채은의 눈앞에 펼쳐졌다.햇빛 아래 그녀가 반년을 넘게 길들인 까망이가 온순한 양처럼 윤구주의 발밑에 엎드려 있었다.윤구주는 단지에 설치한 정자 안에 앉아 즐겁게 볕 쪼임을 하고 있었다.‘미친 거 아니야?’이 광경을 목격한 소채은은 자기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사납고 공격성이 강하던 까망이가 기억을 잃은 사람 발밑에 엎드려 있다니, 말도 안 되었다.“윤구주 씨!”소채은이 재빨리 달려와 윤구주를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소리를 들은 윤구주가 잘생긴 얼굴을 돌려 소채은을 향해 웃어 보였다.“기억도 잃은 사람이 이렇게 막 나오면 어떡해요?”“말해봐요. 만약에 당신 잃어버리면 어떡
고급 승용차 네 대가 소채은의 별장에 멈춰서더니 슈트를 입은 건장한 보디가드가 줄지어 내렸다.그중 제일 먼저 차에서 내린 건 중해 그룹 도련님 조성훈이었다.차에서 내린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채은이 사는 별장을 훑어보더니 부하에게 지시했다.“일단 다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이렇게 말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향해 걸어왔다.“딩동!”전자 초인종이 울렸다. 방 안에 있던 소채은이 소리를 듣고는 자기의 “베프”가 온 줄 알고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서...”문을 연 소채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베프” 서란인줄 알았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자신의 약혼남이었다.“조... 조... 성훈 씨?”소채은이 넋을 놓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조성훈이 그런 소채은을 힐끔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소채은 씨, 나를 보고 많이 놀랐나요?”소채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소채은 씨, 두 날만 지나면 결혼하는데, 약혼 상대를 보고도 들어와 앉으라고 하지 않는 건가요?”소채은은 더욱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눈앞에 서 있는 조성훈은 이미 명의상 약혼남이 맞았다.하지만 방안에는 윤구주도 있었다.소채은은 조금 고민하다가 황급히 대답했다.“아... 아니...”“지금은 좀 불편해요.”조성훈이 음침하게 웃으며 물었다.“불편하다니, 집에 외간 남자라도 숨긴 건 아니죠?”조성훈은 이렇게 말하며 바로 문을 밀고 들어왔다. 소채은은 막아보고 싶었지만 아예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조성훈은 안까지 쳐들어왔다.별장 안.윤구주는 거실에 떡하니 서 있었다.억지로 쳐들어온 조성훈은 당연히 한눈에 잘생긴 윤구주를 발견했다.중해 그룹 도련님인 조성훈도 잘생기고 돈이 많은 편이었다.하지만 지금 아우라도, 체격도, 얼굴도 자기보다 훨씬 낳은 윤구주를 보고 조성훈의 얼굴은 세게 어두워졌다.“소채은 씨, 이 남자는 누군지 말해줄래요?”조성훈은 손가락으로 윤구주를 가리키며 물었다.소채은이 황급히 달려와 설명했다.“성훈 씨, 오해하지 말아요. 그냥
윤구주였다.그는 무쇠와도 같은 팔로 조성훈의 팔을 부여더니 아무 표정 없이 말했다.“털끝이라도 건드려 봐. 죽여버릴 테니까.”“나를 죽인다고?”팔을 잡힌 조성훈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트렸다.“젠장, 네가 뭔데 나한테...”조성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구주는 팔을 들더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중해 그룹 도련님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사람은 저만치 튕겨 나갔다.튕겨 나간 몸은 문에 부딪혀 문을 구멍 내고는 바깥으로 떨어졌다.이 광경을 목격한 소채은은 넋을 잃었다.밖에 서 있던 보디가드조차 전부 눈이 휘둥그레졌다.“성훈 도련님!”조성훈이 피투성이로 튕겨 나오자 그들은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가 부축했다.조성훈의 입은 피범벅이었고 너무 아파서 얼굴이 일그러졌다.부축을 받고 일어난 조성훈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화를 냈다.“개 같은 자식,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다 붙어. 저 잡것을 내가 오늘 무조건 죽이고 만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조성훈 옆에 서 있던 여섯 일곱 명의 보디가드가 일제히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별장에서 “쿵, 쿵, 쿵”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10초도 안 되는 사이에 하나둘씩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왔다.자세히 보니 다 조성훈이 데려온 경호원였다.재수 없는 놈들은 전부 손이 부러지지 않으면 다리가 부러졌다.그들을 그렇게 튕겨 나가 바닥에 쓰러진 채 비명을 질렀다.자기가 데려온 여섯 일곱 명의 보디가드가 10초도 안 되는 사이에 다 심하게 맞고 튕겨 나오자 이번엔 조성훈이 넋을 잃었다.별장 안에 있는 소채은도 이미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소채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과도 같은 윤구주를 쳐다봤다.‘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지? 기억을 잃은 차량 정비 엔지니어 맞아?’소채은이 아직 답답해하고 있는데 윤구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서워하지 마요. 내가 있는 한 당신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이렇게 말하고는 빠르게 바깥으로 나왔다.소채은도 몇초 멍해 있더니 곧장 따라서 나왔다.그
“아빠, 내 말 좀 들어봐요. 진짜 그런 적 없어요...”소채은은 다시 한번 오해를 받을까 봐 최대한 해명했다.“아직도 설명할게 남았어? 그럼 말해봐. 이 남자 도대체 누구야? 왜 너와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냈는지, 지금은 왜 너희 집에 있는 건지 말이야.”소청하가 손가락으로 윤구주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소채은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망할 놈의 계집애, 잘 들어. 엄마는 너 때문에 어제 저녁만 해도 두 번이나 쓰러졌어.”“그리고 소 씨 집안도 너 때문에 중해 그룹과 완전히 틀어졌고.”“만약 아직도 소씨 성을 쓰고 싶으면 당장 고분고분 따라와.”“만약 계속 이 외간 남자와 있겠다고 한다면 다시 소 씨 집안 문턱을 밟을 생각을 말거라.”소청하는 이렇게 호통을 치더니 자리를 떴다.소채은은 어찌했으면 좋을지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윤구주를 보더니 결국 눈물을 뚝뚝 떨구며 가족들과 떠나려고 했다.“잠깐만요.”이때 윤구주가 입을 열었다.윤구주가 갑자기 말하자 소 씨 집안사람들이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돌아봤다.“너 이 새끼 뭐 하자는 거야?”소청하는 윤구주를 보며 화를 주체하지 못해 치를 떨었다.윤구주가 천천히 걸어오더니 물었다.“뭘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왜 아버지가 돼서 딸에게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협박하는 거예요?”이 말을 들은 소청하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화를 내기 시작했다.“네가 뭔데 여기서 날 교육하려 들어?”“내가 뭔지 알 필요는 없어요.”“그냥 이 말만 해주고 싶어요. 몇 푼도 안 되는 돈을 바라거나 집안을 위한답시고 딸의 행복을 망친다면 언젠간 후회하게 될 거라고요.”윤구주가 천천히 말했다.소청하가 듣더니 웃음을 터트렸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뭘 안다고 지껄여? 우스워서 정말.”“채은아, 가자.”소청하는 소채은을 끌고 억지로 차에 오르려 했다.소채은도 핍박에 못 이겨 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
강성시에서 DH 그룹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DH 그룹이 강성시 최고 재벌인 것 외에 남부 창용 부대를 뒷배로 두고 있다는 걸 더 잘 알고 있었다.그중 절반 이상의 거래는 군부대와 협력하고 있었다.지금 강성시에서 제일 번화한 시내 중심에 위치한 고층빌딩이 DH 그룹 본사였다.88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이다.이때 한 택시가 DH 그룹 앞에 멈췄다.차 문이 열리고 웅장한 체격에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윤구주가 보였다. 그는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렸다.그는 고개를 들어 DH 빌딩을 한번 보더니 빌딩 안으로 걸어갔다.빌딩 밖에는 슈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DH 그룹은 반은 군수 기업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들어가는 사람을 엄격히 제한해야 했다.윤구주가 문 앞에 도착하자 매끈한 슈트를 차려입은 경호원이 그를 향애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여긴 외부 인원의 참관을 금지하는 구역입니다. 물러나 주세요.”윤구주가 경호원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사람을 찾으러 왔어요.”“사람을 찾는다고요? 죄송합니다.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경호원이 재차 말했다.이 말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경호원을 난감하게 하지 않았다. 이렇게 큰 회사가 외부인을 통제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당신들 사장님 주세호를 만나러 왔는데 들어갈 수 없나요?”윤구주가 다시 한번 말했다.경호원은 윤구주가 사장님의 이름을 대자 그를 다시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윤구주를 보며 경호원이 잠깐 고민하더니 물었다.“혹시 저희 사장님과 아는 사이신가요?”“아니요. 하지만 이 물건을 건네주면 저를 알 거예요.”윤구주는 이렇게 말하며 몸에 지녔던 구주 영패를 경호원에게 전했다.경호원이 멈칫하더니 윤구주에게서 영패를 건네받았다.“이게 뭐죠?”“주세호 씨한테 보여주면 알 거예요.”경호원이 어리둥절해 있는데 갑자기 먼 곳에서 경적이 들려왔다.뒤를 돌아보니 빨간색 마세라티 오픈카가
문제가 생겼다는 말 한마디에 식사를 하던 윤구주가 멈칫했다.그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박창용, 염수천, 박천후 세 장수를 바라보았다.“서울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야?”윤구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박창용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는 얘기하기가 적절치 않다는 뜻이었다.“여기서 얘기해도 괜찮아.”윤구주가 명령을 내렸다.“저하, 조금 전 서울 황성에서의 비밀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말하기 국주님께서 폐황령을 내리셨고 이미 폐관에 돌입한 상태라고 합니다.”박창용이 말했다.폐황령?그 세 글자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화진의 구주왕으로서 윤구주는 폐황령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폐황령을 내렸다는 것은 국주가 당분간은 천하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게다가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이 비밀리에 전한 소식에 따르면 종문의 사람들이 서울에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저하를 상대하려는 것 같습니다.”박창용이 다시 말했다.종문이라는 두 글자에 연규비와 백경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무인으로서 그들은 종문의 저력과 무시무시함을 알고 있었다.조금 전 박창용은 종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다들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오직 윤구주만이 평온한 얼굴로 테이블 위 잔을 들어 단번에 순을 삼키며 말했다.“종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구주야,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소채은은 화진의 무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박창용 등 사람들의 얘기를 들은 그녀는 서둘러 걱정스러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큰일 아니야. 내가 잘 처리할게.”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소청하 부부에게 얘기했다.“아버님, 어머님. 일단 식사하세요. 저는 나가서 얘기 나눌게요.”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박창용, 염수천, 박천후를 데리고 몸을 돌려 거실에서 나갔다.정자 쪽에서 박창용은 윤구주를 향해 상황을 보고했다.“저하
윤구주는 중얼대며 말하더니 갑자기 얘기를 꺼냈다.“채은아, 나와 같이 서울로 가줄 수 있어?”“서울로 가자고?”갑작스러운 질문에 소채은은 잠깐 당황했다.“응. 난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나와 함께 서울로 가는 거야. 그곳에 있으면 나도 널 보살필 수 있어.”윤구주는 자신의 진짜 생각을 솔직히 얘기했다.윤구주가 함께 서울로 가겠냐고 묻자 소채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하지만 내가 서울로 가면 우리 집은 어떡해? 내 직장은?”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걱정하지 마. 네가 정말 나와 함께 서울로 간다면 내가 새로운 회사를 세워줄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해도 돼.”윤구주는 화진의 구주왕이었으니 돈이나 직장 같은 건 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그러나 소채은은 여전히 걱정이 되는 듯했다.“하지만 우리 부모님에게 자식은 나 하나뿐인걸. 내가 떠나면 우리 부모님은 누가 돌봐줘?”“그건 걱정하지 마. 네가 나와 같이 서울에 간다면 너희 부모님도 당연히 서울로 모실 거야.”윤구주가 말했다.소채은은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침묵했다.“구주야, 나 조금만 더 고민하고 대답해도 될까?”윤구주는 강성이 소채은의 고향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갑자기 강성을 떠나야 한다면 당연히 미련이 남을 것이다.그녀는 소채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당연하지. 잘 고민해 봐.”소채은은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윤구주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두 사람이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콜록콜록.”“채은아, 구주야. 음식 다 됐으니까 와서 밥 먹어.”말을 꺼낸 사람은 천희수였다.엄마가 들어오자 소채은은 얼굴을 붉히면서 서둘러 윤구주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네, 네!”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고 말했다.“구주야, 다들 우리가 가서 밥을 먹길 기다리는 것 같으니 같이 나가자.”“그래!”두 사람은 거실로 향했다.널따란 거실 안, 원형의 크리
윤신우는 진실을 얘기했고 이홍연은 당황했다.“삼촌 말씀은 아버지께서 일부러 폐관하셨다는 건가요?”윤신우가 말했다.“그래요.”“그게 정말이에요? 아버지께서는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어요. 게다가 구주를 우리 화진의 호국군신으로 임명할 거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걸까요?”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순간 어이가 없었다.“공주님, 괜한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국주님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이홍연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자 윤신우가 그녀를 설득했다.“왜요? 대체 무엇 때문에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우리 화진은 원래 무도로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죠. 우리 아들 한 명을 위해 천하 무도를 적으로 돌리는 건 현실적이지 않잖아요.”윤신우는 잔혹한 진실을 천천히 얘기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3대 서열은 그 뿌리가 깊고 또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국주가 윤구주 한 명을 위해 화진을 내란에 빠뜨릴 일은 없었다.이홍연은 결국 침묵을 선택했다.그녀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윤신우는 뒷짐을 지고 자신 있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아들 일은 제 일이기도 합니다. 누구든 제 아들을 건드린다면 죽일 겁니다.”윤신우가 패기 넘치게 말하자 이홍연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성.윤구주가 돌아온 뒤로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소채은과 소채은의 부모님이었다.그들이 매일 그리워하던 윤구주가 드디어 돌아왔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용인 빌리지는 매우 떠들썩했다.소씨 일가 사람들과 백경재, DH 그룹의 주세호, 백화궁의 연규비, 박창용, 박천후, 염수천 등 사람들을 모두 그곳에 모여 있었다.그들은 모두 화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윤구주를 따르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평범한 인물일 수는 없었다.“저하, 민규현 지휘사님과 정태웅 지휘사님은요? 두 사람 모두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한 것 같아요.”백경재는 눈을 가늘게 뜨면
“말씀해 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누가 여러분들을 공격한 거죠?”이홍연은 아름다운 눈으로 민규현과 천현수를 바라보았다.“공주님, 사실 저희를 공격한 건 종문 사람이었습니다.”민규현이 사실대로 얘기했다.종문이라는 말에 이홍연은 안색이 살짝 달라졌고 심지어 뒤에 있던 주도의 미간도 찌푸려졌다.“화진 무도 3대 서열 중 최강이라고 불리는 종문이요?”이홍연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고 민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젠장, 그동안 줄곧 숨어 지내던 종문이 왜 지금 이때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거죠? 게다가 왜 여러분을 공격한 거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화진의 무인들은 무도 중 최강인 종문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화진의 무도에 크나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그들은 저하를 상대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민규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뭐?’“구주를 상대하려고요?”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네.”민규현이 대답했다.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종문 사람들 미친 거 아니에요? 구주를 상대한다니요? 빌어먹을 놈들, 구주는 얼마 전 설국을 속국으로 만든 우리 화진의 공신이라고요!”이홍연은 씩씩대면서 말했다.민규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 추측에 의하면 종문 사람들이 저하를 상대하려고 하는 이유는 저하께서 문벌과 세가들을 처단하여 그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거예요. 무도 3대 서열은 그 뿌리가 같고 또 아주 깊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이홍연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젠장! 구주가 우리 화진을 위해 문벌과 세가들을 정리한 이유는 암세포 같은 자들을 뿌리뽑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종문 사람들이 그들의 편을 들면서 뛰쳐나오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민규현 지휘사님, 신우 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돌아가서 아버지께 이 사실을
말을 마친 뒤 이홍연은 앞에서 안내했고 주도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윤씨 일가 저택에 발을 들이는 순간, 주도는 아주 강한 기운들이 그곳에 숨어있다는 걸 느꼈다.윤씨 일가 저택은 비로 겉보기에는 텅 비어 있는 것 같고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숨겨진 기운들이 수십 개는 될 듯했다.게다가 그 기운들은 모두 절정 수준이었다.“역시 한때 천하제일 윤씨 일가라고 불릴 만했어. 이 정도 힘이라니.”주도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기운 하나가 빠르게 접근했다.“누가 감히 윤씨 일가에 멋대로 발을 들인 것이지?”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이홍연의 앞에 나타났다.“창현 삼촌, 절 기억하지 못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눈앞의 건장 체구를 가진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바로 윤씨 일가 삼 형제 중 한 명인 윤창현이었다.“공주님이었군요. 윤창현, 공주님을 뵙습니다.”윤창현은 이홍연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정중하게 말했다.“그렇게 예를 갖추실 필요는 없어요. 삼촌, 어서 일어나세요.”이홍연이 말했다.“공주님,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미리 저희에게 얘기하셨으면 저희가 마중 나갔을 텐데요.”윤창현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실 필요 없죠. 참, 신우 삼촌은 계시나요?”이홍연은 곧바로 물었다.윤창현은 이홍연이 윤씨 일가의 가주 윤신우를 찾는다는 걸 알았다.널찍한 거실 안.윤신우는 민규현, 천현수 등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을 제외하고 용민과 재이, 철영도 있었는데 그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서 있었다.바로 이때, 윤창현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형님, 공주님께서 오셨습니다.”그의 목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이홍연이 주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윤신우는 비록 윤씨 일가의 가주지만 공주를 만나면 그녀에게 예를 갖추어야 했다.거실에 있던 민규현, 천현수는 이홍연이 이때 윤씨 일가 저택을 방문할 줄은 몰랐다. 그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공주님
칭찬을 받은 은설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웃더니 윤하율의 통통한 손을 잡고 말했다.“그럼. 당연히 그럴 거야.”윤하율은 기쁜 얼굴로 웃었다.“할머니, 할머니!”이때 윤하율은 하미연이 안쪽에서 나오는 걸 발견했다.윤하율은 서둘러 하미연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품에 안기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머니, 언니가 그랬어요. 앞으로 저도 크면 언니처럼 예쁠 거라고요!”하미연은 윤하율의 얼굴을 꼬집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 우리 하율이는 앞으로 가장 예쁜 사람이 될 거야!”“헤헤!”“하율아, 넌 저기 가서 놀고 있어. 할머니는 손님과 잠깐 얘기를 나눌게.”하미연이 그렇게 얘기하자 윤하율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윤하율은 그렇게 말한 뒤 혼자 그네 쪽으로 달려가서 놀았다.윤하율이 떠나자 은설아는 서둘러 하미연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안녕하세요, 어르신.”윤씨 일가의 저택에서 지내게 된 뒤로 은설아는 이곳이 한때 윤구주가 살았던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녀의 앞에 있는 하미연은 윤구주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였다.“그렇게 예를 갖출 필요는 없단다.”하미연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아들 말을 들어 보니 구주의 친구라도 하던데 그게 사실이니?”하미연의 질문에 은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래. 구주는 어렸을 때 집을 떠났어. 구주의 친구를 보게 됐으니 정말 여한이 없어.”하미연은 감개하며 말했다.“참, 우리 구주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니?”하미연이 윤구주에 대해 묻자 은설아는 고개를 저었다.“민규현 씨 말을 들어 보니 강성에 볼일을 보러 간 것 같아요.”“강성?”그 말을 듣는 순간 하미연의 하나뿐인 동공이 살짝 빛났다.“설마 우리 손주며느리를 데리러 간 건가?”하미연은 중얼대며 말했다.‘뭐라고?’은설아는 손주며느리라는 말에 살짝 당황했다.“구주가 나한테 그랬었거든. 강성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게다가 그 아이가 우리 구주를 구한 적이 있대. 내 생각에
“공주님, 얼른 여기 와보세요!”이때 밖에서 갑자기 주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목소리를 들은 이홍연은 서둘러 그에게로 걸어갔다.“무슨 일이에요?”주도가 기묘한 표정으로 주변 바닥을 살피면서 말했다.“제 판단이 맞다면 이곳에서 한차례 전투가 있었을 겁니다.”“전투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홍연은 서둘러 물었다.“여기 바닥에 생긴 균열을 보세요.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주도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을 가리켰다.바닥에는 팔뚝만큼 굵은 균열이 아주 촘촘히 분포되어 있었고 그밖에 왼쪽에는 부러진 나무도 있었다.그 흔적들을 본 이홍연이 말했다.“마치... 검흔 같아요.”“맞아요! 이렇게 강한 검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정 강자일 거예요!”그 말을 들은 순간 이홍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절정 강자라고요? 민규현 씨 일행이 절정 강자에게 공격당했다는 말인가요?”주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전 최근 들어 서울에 절정 강자들이 아주 많이 나타났다는 걸 느꼈어요.”주도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다시금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주도는 수십 년 전 무시무시한 육도 절정에 다다른 사람이었다.게다가 지금의 그는 칠살에 발을 들인 상태였다.그래서 이홍연은 주도의 말을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그가 절정 강자가 민규현 일행을 공격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큰일이에요. 지금 구주는 서울에 없는데, 만약 정말로 절정 강자가 민규현 씨 일행을 공격했다면 그들은 분명 크게 다쳤을 거예요.”이홍연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어떡하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민규현 씨 일행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이홍연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참! 하마터면 신우 삼촌을 잊을 뻔했네요.”이홍연은 갑자기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신우 삼촌이요?”이홍연이 갑자기 신우 삼촌이라고 하자 주도는 당황했다.“네. 구주 아버지이자 윤씨 일가의 가주 말이에요! 아버지 말씀에
황성, 공주저.“뭐라고? 우리 아버지께서 폐관하신다고? 그게 정말이야?”아버지를 찾아가서 윤구주의 상황을 물을 생각이었던 이홍연은 폐황령이 반포됐고 국주가 폐관에 들어갔다는 걸 알고서는 비명을 질렀다.“네, 사실입니다.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의 말을 들어 보니 국주님께서 이미 폐관에 들어가셨답니다. 조정의 일은 모두 육도진 우상에게 맡겼답니다.”한 하인이 대답했다.이홍연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 금방 금란 대전에 갔다 왔었는데. 아버지께서 벌써 폐관에 들어가셨다고?”왠지 모르게 이홍연은 아주 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안 돼. 아버지를 찾아가서 똑똑히 물어봐야겠어.”’말을 마친 뒤 여섯째 공주는 다시금 금란 대전으로 향했다.이홍연이 금란 대전에 도착했을 때, 금란 대전의 오래된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게다가 밖에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가득했고 그들 외에도 황성의 최고 절정 강자 한진모이 있었다.굳게 닫힌 금란 대전의 대문을 바라보던 이홍연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면서 빠르게 걸어갔다.“한진모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우리 아버지는요?”내시 옷을 입은 한진모가 웃으며 대답했다.“공주님, 국주님께서는 폐관에 들어가셨습니다.”“폐관이요? 우리 아버지가 왜 난데없이 갑자기 폐관을 한단 말이죠?”이홍연이 물었다.한진모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한진모의 대답을 들은 이홍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결국 그녀는 다시 공주저로 돌아왔다.“우리 아버지께서는 왜 갑자기 폐관에 들어가셨지? 설마 당분간 정무도 보지 않으실 생각인 건가? 그리고 태산봉선을 할 거라고,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었는데! 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이홍연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답했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답답해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폐관에 들어간 국주를 방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에라 모르겠다. 일단 구주부터 찾아가야겠어.’이홍연은 속으로 생각했다.‘그런데 구주는 대체
“결국 올 게 왔어.”국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나는 종문이 구주 때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었어. 내가 종문을 너무 얕봤던 것 같아.”국주가 갑자기 다시 말했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님, 괜한 걱정하시는 겁니다. 전 구주왕의 실력이라면 종문의 난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국주는 손을 내저으면서 금빛 왕좌에서 일어났다.“내가 걱정하는 건 구주의 실력이 아니야. 난 구주가 종문과 싸우게 되면 우리 화진의 무도까지 그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돼. 만약 우리 화진의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은 엄청난 위기에 빠질 거야. 게다가 현재 조정에는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알게 모르게 종문과 결탁한 내각 대신들이 아주 많아. 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조정 또한 혼란에 빠질 거야.”육도진은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그는 국주의 말이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은 오랜 역사가 있었다.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 또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그렇게 되면 세력들은 서로 다툴 것이고 난세가 펼쳐질 것이니 화진의 국주로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육도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국주는 대답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로 먼 곳을 바라보며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난 폐황령을 가동할 생각이야.”‘뭐라고?’“폐황령이요?”폐황령이라는 세 글자에 육도진은 깜짝 놀랐다.폐황령이란 무엇인가?폐황령이란 국주가 당분간 나랏일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그것이 바로 폐황령이었다.쉽게 말하자면 폐황령이 가동되는 순간 종문, 문벌, 세가 모두 마음껏 싸울 수 있다는 뜻이다.물론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반대로 전쟁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황성 쪽에서는 그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국주님 말씀은 구주왕 홀로 무도 3대 서열을 상대하게 할 거란 뜻입니까? 이제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