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채은은 “베프” 서란과 통화를 마치고는 윤구주를 데리고 스카이가든으로 향했다.이 곳은 소채은이 세를 들어 지내고 있는 곳이었다.어릴 때부터 가족의 미움을 받고 지내던 그녀는 진작에 이사를 나와 자취하고 있었다.“드디어 돌아왔네.”소채은은 단지 안까지 운전해 한 별장 앞에 세우고는 차에서 내렸다.윤구주도 따라서 내렸다. 눈앞에 우뚝 솟은 단독 별장을 보고는 괜찮은 집이라고 생각했다.“저기, 기억 잃은 윤구주 씨, 잘 들어요. 집에 아직 남자를 들인 적이 없어요.”“그러니 이따 들어가면 아무데나 돌아다니면 안돼요. 알았죠?”윤구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소채은은 그렇게 짐가방을 들고 윤구주와 별장으로 들어갔다.별장의 도어락을 열자마자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소채은을 향해 덮쳤다.윤구주는 순간 표정이 변했고 손을 쓰려는데 소채은이 그 까만 물건을 안으며 즐겁게 불렀다.“까망아, 나 왔다.”소채은이 안고 있는 건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를 가진 체형이 거대한 검은 강아지였다.아니, 까만색 마스티프였다.마스티프는 소채은의 품에 안겨 머리를 부비적대더니 멍멍 짖기까지 했다.이 사나운 마스티프가 소채은에게만은 매우 친절하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까망아, 두날이나 못 봤는데 나 안 보고 싶었어?”소채은은 마스티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승냥이보다도 사납다는 마스티프는 지금 소채은의 품에 안긴 채 온순한 장난감 같았다.하지만 소채은의 뒤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성질을 내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봤다.까망이가 윤구주를 향해 으르렁대자 소채은이 재빨리 그를 당겼다.“까망아, 안돼. 저 사람은 우리 친구야. 알았지?”이 마스티프는 사람 말을 꽤 알아듣는 것 같았다. 주인이 이렇게 말하자 다시 차가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보더니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며 머리를 숙였다.소채은은 조금 더 까망이와 놀아주다가 그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됐어. 이제 알아서 놀아.”이렇게 말하자 마스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문 앞에 서서 세상에서 공격성이 제일 강한 견종인 마스티프를 쳐다봤다.마스티프는 낮은 소리로 으르렁댔다. 음침한 두 눈은 언제든 윤구주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그저 실눈을 뜨고 마스티프를 지켜봤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기운이 나타나자 방 전체가 갑자기 흔들렸다. 그러자 세상에서 공격성이 제일 강한 마스티프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거대한 몸체를 자기도 모르게 뒤로 빼기 시작했다.마치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까망아, 무서워하지 마.”“나는 널 해치지 않아.”윤구주는 마스티프가 무서워하자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그러자 마스티프는 너무 놀라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머리도 쳐들지 못했다.윤구주는 마스티프의 목덜미를 살살 주무르며 말했다.“가자, 산책 좀 하자.”이렇게 윤구주는 마스티프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소채은이 샤워하고 핑크색 츄리닝을 입고 나왔다.윤구주가 얌전히 집에 있을 줄 알았는데 나오자 윤구주가 보이지 않았다.“기억도 잃은 사람이 어디 갔대?”“설마, 길 잃은 건 아니겠지?”윤구주가 아직 기억을 잃은 상태기도 했고 낯선 곳에 금방 왔으니 소채은은 냉큼 밖으로 뛰쳐나가 윤구주를 찾았다.밖으로 나가자마자 어이없는 장면이 소채은의 눈앞에 펼쳐졌다.햇빛 아래 그녀가 반년을 넘게 길들인 까망이가 온순한 양처럼 윤구주의 발밑에 엎드려 있었다.윤구주는 단지에 설치한 정자 안에 앉아 즐겁게 볕 쪼임을 하고 있었다.‘미친 거 아니야?’이 광경을 목격한 소채은은 자기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사납고 공격성이 강하던 까망이가 기억을 잃은 사람 발밑에 엎드려 있다니, 말도 안 되었다.“윤구주 씨!”소채은이 재빨리 달려와 윤구주를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소리를 들은 윤구주가 잘생긴 얼굴을 돌려 소채은을 향해 웃어 보였다.“기억도 잃은 사람이 이렇게 막 나오면 어떡해요?”“말해봐요. 만약에 당신 잃어버리면 어떡
고급 승용차 네 대가 소채은의 별장에 멈춰서더니 슈트를 입은 건장한 보디가드가 줄지어 내렸다.그중 제일 먼저 차에서 내린 건 중해 그룹 도련님 조성훈이었다.차에서 내린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채은이 사는 별장을 훑어보더니 부하에게 지시했다.“일단 다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이렇게 말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향해 걸어왔다.“딩동!”전자 초인종이 울렸다. 방 안에 있던 소채은이 소리를 듣고는 자기의 “베프”가 온 줄 알고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서...”문을 연 소채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베프” 서란인줄 알았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자신의 약혼남이었다.“조... 조... 성훈 씨?”소채은이 넋을 놓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조성훈이 그런 소채은을 힐끔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소채은 씨, 나를 보고 많이 놀랐나요?”소채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소채은 씨, 두 날만 지나면 결혼하는데, 약혼 상대를 보고도 들어와 앉으라고 하지 않는 건가요?”소채은은 더욱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눈앞에 서 있는 조성훈은 이미 명의상 약혼남이 맞았다.하지만 방안에는 윤구주도 있었다.소채은은 조금 고민하다가 황급히 대답했다.“아... 아니...”“지금은 좀 불편해요.”조성훈이 음침하게 웃으며 물었다.“불편하다니, 집에 외간 남자라도 숨긴 건 아니죠?”조성훈은 이렇게 말하며 바로 문을 밀고 들어왔다. 소채은은 막아보고 싶었지만 아예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조성훈은 안까지 쳐들어왔다.별장 안.윤구주는 거실에 떡하니 서 있었다.억지로 쳐들어온 조성훈은 당연히 한눈에 잘생긴 윤구주를 발견했다.중해 그룹 도련님인 조성훈도 잘생기고 돈이 많은 편이었다.하지만 지금 아우라도, 체격도, 얼굴도 자기보다 훨씬 낳은 윤구주를 보고 조성훈의 얼굴은 세게 어두워졌다.“소채은 씨, 이 남자는 누군지 말해줄래요?”조성훈은 손가락으로 윤구주를 가리키며 물었다.소채은이 황급히 달려와 설명했다.“성훈 씨, 오해하지 말아요. 그냥
윤구주였다.그는 무쇠와도 같은 팔로 조성훈의 팔을 부여더니 아무 표정 없이 말했다.“털끝이라도 건드려 봐. 죽여버릴 테니까.”“나를 죽인다고?”팔을 잡힌 조성훈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트렸다.“젠장, 네가 뭔데 나한테...”조성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구주는 팔을 들더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중해 그룹 도련님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사람은 저만치 튕겨 나갔다.튕겨 나간 몸은 문에 부딪혀 문을 구멍 내고는 바깥으로 떨어졌다.이 광경을 목격한 소채은은 넋을 잃었다.밖에 서 있던 보디가드조차 전부 눈이 휘둥그레졌다.“성훈 도련님!”조성훈이 피투성이로 튕겨 나오자 그들은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가 부축했다.조성훈의 입은 피범벅이었고 너무 아파서 얼굴이 일그러졌다.부축을 받고 일어난 조성훈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화를 냈다.“개 같은 자식,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다 붙어. 저 잡것을 내가 오늘 무조건 죽이고 만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조성훈 옆에 서 있던 여섯 일곱 명의 보디가드가 일제히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별장에서 “쿵, 쿵, 쿵”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10초도 안 되는 사이에 하나둘씩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왔다.자세히 보니 다 조성훈이 데려온 경호원였다.재수 없는 놈들은 전부 손이 부러지지 않으면 다리가 부러졌다.그들을 그렇게 튕겨 나가 바닥에 쓰러진 채 비명을 질렀다.자기가 데려온 여섯 일곱 명의 보디가드가 10초도 안 되는 사이에 다 심하게 맞고 튕겨 나오자 이번엔 조성훈이 넋을 잃었다.별장 안에 있는 소채은도 이미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소채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과도 같은 윤구주를 쳐다봤다.‘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지? 기억을 잃은 차량 정비 엔지니어 맞아?’소채은이 아직 답답해하고 있는데 윤구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서워하지 마요. 내가 있는 한 당신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이렇게 말하고는 빠르게 바깥으로 나왔다.소채은도 몇초 멍해 있더니 곧장 따라서 나왔다.그
“아빠, 내 말 좀 들어봐요. 진짜 그런 적 없어요...”소채은은 다시 한번 오해를 받을까 봐 최대한 해명했다.“아직도 설명할게 남았어? 그럼 말해봐. 이 남자 도대체 누구야? 왜 너와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냈는지, 지금은 왜 너희 집에 있는 건지 말이야.”소청하가 손가락으로 윤구주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소채은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망할 놈의 계집애, 잘 들어. 엄마는 너 때문에 어제 저녁만 해도 두 번이나 쓰러졌어.”“그리고 소 씨 집안도 너 때문에 중해 그룹과 완전히 틀어졌고.”“만약 아직도 소씨 성을 쓰고 싶으면 당장 고분고분 따라와.”“만약 계속 이 외간 남자와 있겠다고 한다면 다시 소 씨 집안 문턱을 밟을 생각을 말거라.”소청하는 이렇게 호통을 치더니 자리를 떴다.소채은은 어찌했으면 좋을지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윤구주를 보더니 결국 눈물을 뚝뚝 떨구며 가족들과 떠나려고 했다.“잠깐만요.”이때 윤구주가 입을 열었다.윤구주가 갑자기 말하자 소 씨 집안사람들이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돌아봤다.“너 이 새끼 뭐 하자는 거야?”소청하는 윤구주를 보며 화를 주체하지 못해 치를 떨었다.윤구주가 천천히 걸어오더니 물었다.“뭘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왜 아버지가 돼서 딸에게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협박하는 거예요?”이 말을 들은 소청하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화를 내기 시작했다.“네가 뭔데 여기서 날 교육하려 들어?”“내가 뭔지 알 필요는 없어요.”“그냥 이 말만 해주고 싶어요. 몇 푼도 안 되는 돈을 바라거나 집안을 위한답시고 딸의 행복을 망친다면 언젠간 후회하게 될 거라고요.”윤구주가 천천히 말했다.소청하가 듣더니 웃음을 터트렸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뭘 안다고 지껄여? 우스워서 정말.”“채은아, 가자.”소청하는 소채은을 끌고 억지로 차에 오르려 했다.소채은도 핍박에 못 이겨 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
강성시에서 DH 그룹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DH 그룹이 강성시 최고 재벌인 것 외에 남부 창용 부대를 뒷배로 두고 있다는 걸 더 잘 알고 있었다.그중 절반 이상의 거래는 군부대와 협력하고 있었다.지금 강성시에서 제일 번화한 시내 중심에 위치한 고층빌딩이 DH 그룹 본사였다.88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이다.이때 한 택시가 DH 그룹 앞에 멈췄다.차 문이 열리고 웅장한 체격에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윤구주가 보였다. 그는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렸다.그는 고개를 들어 DH 빌딩을 한번 보더니 빌딩 안으로 걸어갔다.빌딩 밖에는 슈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DH 그룹은 반은 군수 기업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들어가는 사람을 엄격히 제한해야 했다.윤구주가 문 앞에 도착하자 매끈한 슈트를 차려입은 경호원이 그를 향애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여긴 외부 인원의 참관을 금지하는 구역입니다. 물러나 주세요.”윤구주가 경호원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사람을 찾으러 왔어요.”“사람을 찾는다고요? 죄송합니다.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경호원이 재차 말했다.이 말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경호원을 난감하게 하지 않았다. 이렇게 큰 회사가 외부인을 통제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당신들 사장님 주세호를 만나러 왔는데 들어갈 수 없나요?”윤구주가 다시 한번 말했다.경호원은 윤구주가 사장님의 이름을 대자 그를 다시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윤구주를 보며 경호원이 잠깐 고민하더니 물었다.“혹시 저희 사장님과 아는 사이신가요?”“아니요. 하지만 이 물건을 건네주면 저를 알 거예요.”윤구주는 이렇게 말하며 몸에 지녔던 구주 영패를 경호원에게 전했다.경호원이 멈칫하더니 윤구주에게서 영패를 건네받았다.“이게 뭐죠?”“주세호 씨한테 보여주면 알 거예요.”경호원이 어리둥절해 있는데 갑자기 먼 곳에서 경적이 들려왔다.뒤를 돌아보니 빨간색 마세라티 오픈카가
주안나를 보자마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아가씨, 안녕하세요!”“표 집사님, 저희 아빠는요?”주안나는 다가가 노인에게 물었다.그러자 주씨 가문 집사인 표태훈은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주 회장님은 여전히 안에서 빈소를 지키고 계십니다!”“하, 표 집사님, 말해주세요, 도대체 아빠는 누구 빈소를 지키고 계시는 거예요? 왜 며칠째 회사 일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 대신 빈소를 지키고 있는 거냐고요.”그 말에 표태훈이 피식 웃었다.“아가씨,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주안나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우리 화진 9주 중 제일로 가는 군신이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다는 소식, 아가씨도 들었죠?”‘아!’주안나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당연히 알고 있죠! 그분은 오직 한 사람이 군대 역할을 도맡아 하며 여러 해 동안 우리 화진을 침공한 10개국의 야심을 물리쳤고, 더욱이 한 번의 전쟁으로 10개국을 핍박하여 정전협정을 맺게 했잖아요. 이런 전설적인 영웅을 화진 사람으로서 어찌 모를 수 있겠어요?”“그럼 아가씨도 더 잘 아시겠네요. 우리 화진 9주의 군신이 비록 10개국의 침략을 막았지만, 그분은...”표태훈이 다시 입을 열었고, 그 말을 들은 주안나는 그제야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그러니까 표 집사님의 뜻은, 저희 아빠가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게 바로 그 9주의 군신이라는 말씀이세요?”“맞습니다!”표태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도 우리 DH 그룹이 오늘날의 위치에 올라선 건 전부 그 9주의 군신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시, 우리 주씨 가문이 군부와의 합작에 참여할 것을 그분이 승낙하지 않았다면, 아마도...”주안나는 DH그룹의 사람으로서, 회사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 말을 듣고 난 후, 그녀는 단번에 깨달았다.“저 알았어요! 어쩐지 아빠가 회사 일도 돌보지 않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군신의 빈소를 지키고 있던 거였군요!”한숨을 푹 내뱉은
아빠가 이렇게 넋이 나간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주안나는 서둘러 말했다.“이 영패는 회사 입구에 있는 한 젊은이의 것이에요!”“젊은이? 무슨 젊은이?”“저야 모르죠! 저도 경비원한테 들은 게 다예요, 그 젊은이가 아빠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 물건을 아빠한테 드리면, 아빠가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될 거라면서요!”그 말을 듣던 주세호의 머릿속이 갑자기 “쿵”하며 진동했다.그리고 1분이 지난 뒤, 주세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빨리 말해줘,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니?”“회사 앞에 있어요!”“어서, 어서, 어서 그 사람한테 나 좀 데려다줘!”주세호는 미친 듯이 사무실을 뛰쳐나갔다.남겨진 주안나는 이 광경에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아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냥 새까만 철판 아니에요? 아빠 표정이 왜...”...윤구주는 지금 어이가 없었다.자신의 9주의 영패를 본래 주세호에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한 여자가 실수로 가져갔으니 말이다.게다가 출입문을 지키는 경비원의 입을 통해 알아낸바, 그 영패를 가져간 사람은 바로 주세호의 딸, 주안나라고 한다.현재 영패도 실수로 남에게 전해졌지, 더군다나 경비원이 말하기를 주세호도 며칠째 본사에 오지 않는다고 하니 윤구주는 잠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길가에 서서 윤구주는 택시를 타고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바로 그때,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가 랜드로버 차량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DH 그룹 입구에 도착했다.“끼익!”고급 차가 멈추자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내 차 안에서는 순간 열댓 명의 경호원이 나왔고 뒤이어 강성의 제일 갑부, 주세호가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그의 딸 주안나도 함께 말이다.“아빠, 이 사람이 그 젊은이예요, 철로 된 영패가 바로 이 사람 것이에요.”주안나는 매끈하고 긴 두 다리를 뽐내며 차에서 내린 뒤, 입구에 서 있는 윤구주를 가리키며 말했다.시선이 윤구주에게 닿은 순간, 주세호는 또 몸을 흠칫 떨었다.비록 한 번도 9주
문창정이 전음을 받자마자 건너편에서부터 귀청을 찌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네놈이 감히 우리를 팔아넘겨? 문씨 가문이 배신을 밥 먹듯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우리를 팔아먹을 줄이야! 그 사신이 다시 권력을 잡으니 우리 뒤통수를 치다니.”문창정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몰라 멍해졌다.“망했어요. 윤구주가 이미 손을 썼나 봐요.”문아름의 얼굴에서 놀란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들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면 윤구주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을 터였는데 너무 늦었다.문창정이 급히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묻자 화가 잔뜩 난 것 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연기 그만하지? 그쪽이 신전 출병 정보를 흘려서 빙신전 3천 신병이 윤구주에게 전멸당했소. 지난번 대제사장님의 원한도 갚지 못했는데 이번엔 세 명의 대제사장과 12명의 중요한 부하가 몰살당했소. 나조차 죽을 뻔했다고.”문창정에게 연락을 보낸 빙신전 부전주는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이때 그의 말을 들은 문아름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뭔가 이상해요. 빙신전 부전주는 극 신급 절정 중기 실력이고 다른 대제사장 두 명도 부전주와 같은 실력이었는데 전부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면서요. 이 상황에서 부전주가 어떻게 혼자 살아남은 거죠?”문창정도 문아름의 말에 숨은 뜻을 알아듣고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다.“저 빌어먹을 자식이 우리를 팔아넘긴 거야. 윤구주에게 정보를 줌으로써 목숨을 건진 게 분명해. 추가 정보도 넘겼을 테지.”문창정은 빙신전 부전주의 말을 무시하고 3천 가족을 버린 채 문아름과 함께 문씨 가문의 비밀기지를 떠났다.그는 윤구주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북라국은 핑계일 뿐이었고 윤구주의 진짜 목표는 그들임이 분명했다.같은 시각 북라국.넓은 평원의 한가운데 검게 탄 땅이 수백 리나 펼쳐져 있었다.푸른 바다 같았던 초원이 불에 태워져서 이젠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었다.아직도 검은 연기가 치솟는 이 지역엔 빙신전의 3천 신병의 시체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
아래쪽 귀족 출신의 대신들은 신의 피를 물려받은 신혈 무사들이 그들을 도와주러 올 뿐만 아니라 그 전공이 모두 자기들에게 돌아간다고 하니 순식간에 열의를 불태웠다. 원래 그들은 화진군이 쳐들어오는 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여겨서 데이로가 싸워 이기면 좋고 지거나 전사하면 그 자리에서 도망칠 생각이었다.지금 그들에게 신을 기쁘게 할 기회가 왔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평소 데이로를 깔보던 귀족들도 일제히 두 손을 들어 찬성했다.한편 북라국으로부터 보내온 답장을 받은 현모는 분노가 폭발했다.“우리 화진군더러 물러가라니 참 어이없군. 전쟁을 장난으로 여기나? 협상을 제안해? 데이로가 북라국을 대표할 자격도 없거니와 설사 된다 한들 내가 원하는 건 북라국의 항복이지 담판이 아니다.”“내 명령을 전하라. 지금 당장 출병해서 성을 친다.”현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성수인이 발동되었다.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 성수가 사지를 땅에 내리찍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북라국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데이로는 신의 피를 물려받은 신혈 전사들의 지원 소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간신히 사기를 유지했다.10만 대군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그는 살상 무기 사용을 감히 명령하지 못했다. 그가 먼저 사용한다면 뒤에서 기다리는 진동왕이 즉시 황천산에 포격을 퍼부을 것이 뻔했다.3백만 군대가 한곳에 모여있어 포격을 몇 차례만 맞으면 사기가 완전히 붕괴할 것이다.그는 광전사 부대와 휘하 변경 군단을 최전방에 배치했고 각지에서 온 30여 명의 귀족 대신들은 후방에서 지원하도록 했다.전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은 즉시 진동왕과 북라국에 깊숙이 잠입해 있는 주작에게 전해졌다.진동왕은 현모의 성수인이 일반 병기로는 뚫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북라국이 살상 무기를 사용할 경우 후방에서 중화기로 보복을 하기로 했다.주작은 북라국 후방 방어망을 교란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적의 동향을 감시했다.두 사람 모두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나서야 진짜 승부
“사람을 보내 데이로에게 전투 신청서를 전하라!”현모가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곧 도발적인 내용이 담긴 전투 신청서가 데이로의 손에 들어갔다.“절대 물러설 수 없습니다. 현모 따위가 뭐라고 그럽니까? 윤구주 휘하의 제일 약한 장수일 뿐입니다.”“맞습니다. 화진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신의 피가 흐르고 있는 우리 북라국 무사들에게 화진의 놈들이 감히 상대되겠습니까?”전투 신청서를 본 휘하 장군들이 일제히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의 신경질적인 어조는 분명히 데이로를 자극하려는 수작이었다.북라국은 무술을 중요히 여기는 나라라 강자의 명령만을 따른다. 만약 데이로가 화진의 도발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물러선다면 휘하 장군들은 더는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데이로는 화진의 전투 신청서를 받은 뒤로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천민 출신인 그는 양국의 역사를 잘 알고 있었다. 예로부터 화진과 북라국은 아무런 원한이 없었다. 북라국은 영토 대부분이 사시사철 눈에 덮여있고 나머지도 불모지라 발전이 가능한 땅이 극히 적었다.옛날 폭설 때문에 큰 피해를 보았을 때마다 화진이 도움의 손길을 내주었음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 화진이 쇠퇴하자 북라국은 그 은혜를 잊고 대대적으로 화진을 침략했다.그뿐만 아니라 세계열강이 화진을 약탈할 틈을 타서 화진의 땅을 탐냈다.현대에 이르러서는 화진 임씨가 역사의 원수를 뒤로하고 잘 대해줬음에도 북라국은 반성 없이 구주왕의 위기를 틈타 불의의 기습을 감행했다.화진 측에서 그들에게 전투 신청서를 보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데이로는 마음속으로 큰 죄책감을 느꼈지만 북라국 총사령관으로서 나라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었다.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싸울 수밖에 없었다.황천관을 잃으면 화진 10만 대군이 쳐들어올 것이고 북라국은 이대로 멸망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현모, 구주왕 휘하 4대 군신 중 한 명. 지난날 화진 남부 구역을 지키며 남해에 있는 제국
북라국 후방 기지에서 30여 명의 귀족들이 암부에게 목이 잘렸다. 기지 밖의 경비병과 참모부도 모두 죽임을 당했으며 수천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임무를 완수한 민규현은 다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대를 이끌고 이동했다. 정태웅은 암부 한 부대를 이끌고 기지 안의 수송기를 타고 황천관으로 향했다. 황천관, 북라국의 요충지로 북라국 내부의 부유한 도시로 통하는 길을 지키고 있었다. 이 관문이 함락되면 화진군은 이틀 안에 북라국의 수도로 쳐들어갈 수 있었다. 현모가 이끄는 십만 구주군은 황천관에서 불과 100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구주군의 진군 속도로는 최대 반 시간 안에 황천관 아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전투 직전에 황천관은 혼란에 빠졌다. 모집된 300만 명의 병력이 관문 안에 모여들어 난장판이 되었다. 그 이유는 얼마 전에 황천관을 원격으로 지휘하던 지휘 센터와의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었다. 이 300만 명의 병력은 30여 개의 영지에서 모인 병력이었다. 황천관을 담당하는 북라국 총사령관은 이렇게 많은 병력을 지휘할 수 없었다. 게다가 후방 지휘부가 화진의 미사일로 전멸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미 혼란에 빠진 군대는 반란 직전까지 갔다. 황천관 총사령관은 몇 명의 귀족을 죽여야만 군중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300만 명의 병력이 관문에 전법을 펼치고 있을 때 현모가 이끄는 구주군이 도착했다. 주작의 행동은 이미 현모에게 알려졌다. 현재 황천관은 지휘부가 무너져 북라국의 특성상 이미 반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현모는 예상했다. 하지만 황천관 아래에 도착해 300만 명의 깃발 전법을 보자 현모는 깜짝 놀랐다. “이번에 황천관을 지키는 총사령관은 데이로야. 이 녀석은 능력이 뛰어나. 평범한 인물이 아니야.” 현모가 말했다. 데이로, 북라국의 유명한 장군으로 북방 여러 나라와의 전쟁에서 패배를 모르고 공격할 때마다 승리했던 인물이다. 이후 국경에 주둔하며 북경왕과 몇 번 마찰을 빚었지만 항상 우위를 점했다. 북경왕은 이 인물을
화진의 민주주의와 달리 북라국은 귀족제도를 실시하고 있었다. 북라국의 국왕은 더 큰 연맹의 수장과 같았고 국왕의 권력은 제한적이었다. 왕위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귀족을 좌우로 끌어모아야 했기 때문에 윤구주는 북라국을 대국의 이름만 가진 나라라고 평가했다. 현재, 이 지휘소는 북라국의 베리 공작이 총지휘를 맡고 있었다. 베리 공작은 여러 귀족과 함께 황천산의 군대 배치를 보며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공작님, 정말 훌륭한 계획입니다. 화진군은 우리 국경에 병사가 없는 것을 보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줄 알고 곧장 우리의 심장부로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수도로 공격하려 한다면 황천관이 반드시 거쳐야 할 길입니다. 화진군이 다른 도시를 공격하려 해도 우리 북라국 남부는 땅이 넓고 인구가 적어 도중의 도시들은 이미 우리가 보급품을 모두 쓸어버렸으니 천 리 설원에는 보급품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의 십만 병력은 굶주림으로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 여러 귀족은 칭찬을 늘어놓았다. 베리 공작도 자신의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이 전쟁은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있었다. “전략을 세우고 계획을 세우는 데 능숙하군요. 화진에는 제갈량이라는 인물이 있어요. 후방에 앉아서도 천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엔 그 제갈량 따위는 별거 아니네요. 본 공작은 여기서 와인을 마시며 여러분과 담소를 나누며 아주 쉽게 화진의 십만 구주군을 전멸시킬 수 있어요. 화진에서 가장 강한 이 십만 정예군을 없애면 그때 전군을 출동시켜 북역 삼주를 수복할 거예요. 여러분 모두 이 공로를 세우게 될 것이니 그때는 국주조차 나를 세 번은 우러러봐야 할 것입니다.” 베리 공작은 여러 귀족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귀족들은 매우 영리했다. 그들은 곧바로 공작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역 삼주를 점령했을 때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좋은 말만 늘어놓았다. 이 귀족들이 아직도 삼주의 부유한 도시를 자신의 영지로 삼으려는 꿈을 꾸고 있을 때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
문아름이 계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을 본 문창정은 직접 나서기로 했다. “빙신전과 아사 신전은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해. 윤구주는 신경 쓰지 마. 너희들의 목표는 그 십만 구주군이다. 임씨 일가의 기운은 이미 쇠약해졌으니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구주군에서 탄생한 새로운 국운을 반드시 싹부터 잘라내는 거야. 문씨 가문은 전적으로 너희들의 행동에 협력할 것이다.” 문창정은 직접 두 신전에 전언을 보냈다. 북주에는 현모가 직접 10만 대군을 이끌고 청관을 나와 국경을 넘어 북라국을 공격했다. 진동왕은 50만 대군을 이끌고 중간에서 협공했다. 현모의 군대는 빠르게 진군했지만 북라국 국경에 도착했을 때 눈 덮인 산맥에는 단 한 명의 병사도 없었다. 오랜 전쟁 경험을 가진 현모는 즉시 음모의 냄새를 맡았다. “북라국의 설관은 지형적 이점을 가지고 있어. 내가 이 관문을 점령한다면 10만이 아니라 100만 명도 막을 수 있어. 지금 이렇게 좋은 방어 지점을 북라국이 단 한 명의 병사도 배치하지 않고 이렇게 쉽게 화진에 넘겨준다고?” 이곳의 중요성은 현모도 잘 알고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관문을 점령하면 북라국 군대를 막을 수 있다. 이 관문을 지키는 것은 화진 국경을 지키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를 이토록 쉽게 화진에 넘겨준다는 것은 현모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현모님, 북라국이 우리를 깊숙이 끌어들여 한꺼번에 전멸시키려는 건 아닐까요?” 한 장군이 분석했다. 다른 장군은 곧바로 의문을 제기했다. “두 나라가 전쟁할 때 원인을 떠나서 북라국이 화진을 공격한다면 화진은 적군을 국경 밖에서 막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우리를 깊숙이 끌어들여 전멸시키려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 큰 위험입니다. 제 생각에는 북라국이 화진과 전쟁할 때 곤륜 구역 세력이 지원한다 해도 전황은 여전히 오십 대 오십입니다.” 두 장군의 말 모두 일리가 있었지만 최종 결정권은 현모에게 있었다. 한편으로는 지난 치욕을 씻고 구주왕의 위엄을 세워야 하니 이번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알아보다니?” 주작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정말로 대장님이시군요! 무슨 말씀이세요? 대장님은 재가 되더라도 제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천현수는 감격에 겨워 울부짖었다. 주변의 암부들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군신 현모가 돌아온 것도 암부에게는 기쁜 일이었지만 주작만큼은 그들의 중심이었다. 현모와 비교했을 때 주작은 그들에게 단순히 대장님이 아니라 가족 같은 존재였다. 암부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눈물을 흘렸다. “다들 이게 무슨 꼴이야? 그리고 내가 떠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너희들은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구나. 가문의 규율을 적용해야겠어.” 암부들의 감격과 달리 주작은 매우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 암부들은 다시 무릎을 꿇었다. 천현수도 땅에 엎드려 벌을 청했다. “벌은 돌아가서 주겠다. 지금은 전쟁이 코앞이다. 현모 쪽에서 우리 정보가 필요하니 너희가 알아낸 상황을 모두 내게 보고해. 북라국은 작지만 빙신전과 아사 신전에 대한 정보가 가장 중요해.” 주작이 기지 안으로 들어가자 천현수와 몇몇 대장들도 다급하게 따라 들어갔다. “대장님, 전황이 급박합니다. 현모는 이미 출병했어요.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왕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북라국만 놓고 보면 현모가 주력을 이끌고 출격하고 진동왕이 협공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장님 말씀처럼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진짜 적이에요.” 천현수는 진지하게 말했다. 두 신전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북라국을 이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왕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들만으로는 두 신전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누가 왕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어? 이번에는 내가 왕과 함께 서울에서 돌아왔어.” 주작은 차갑게 말했다. 중요한 점을 설명하려던 천현수는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 “네? 왕께서 돌아오셨다고요? 그럼 국주께서는 안전하시다는 건가요?” 천현수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국주가 무사하기를 바라지 않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천현수의 그런 속마음은
7일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아직도 윤구주는 북주로 돌아오지 않았다. “현모, 아직 윤구주가 돌아오지 않았으니 모든 결정은 윤구주가 돌아올 때까지 미루자.” 임홍연은 청관에 있는 현모와 통화진며 말했다. “장군이 전장에 나가면 군령을 따르지 않을 때도 있죠. 왕께서 7일 후에 전쟁을 시작하라 하셨으니 7일 후에 전쟁을 시작할 것입니다. 제가 직접 구주군을 이끌고 북라국을 공격하겠어요.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제가 전적으로 책임지겠습니다.” 현모의 대답은 단호했다. 임홍연도 전쟁 선포가 내려진 이상 전 세계가 이 전쟁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는데도 출병하지 않는다면 화진의 국제적 위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미 화살은 시위에 걸려 있고 발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임홍연이 할 수 있는 일은 현모의 행동에 협력하는 것뿐이었다. 하나를 움직이면 전체가 따라 움직인다. 북경 삼주의 군사력이 동시에 출동했다. 현모는 청관을 떠나 병력을 이끌고 나가는 동시에 북라국 내부에서는 암부가 세운 비밀 기지에 예기치 못한 침입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아무런 저항 없이 수많은 방어선을 뚫고 기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기지 밖에 도착했을 때 천현수는 비로소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신무 주작진을 펼쳐!” 상대가 혼자서 기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실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천현수는 곧바로 삼백 명의 암부에게 진을 짜서 대응하라고 명령했다. “죽여라!” 300명의 암부가 일제히 돌진했다. 신무 주작진은 수많은 고수를 쓰러뜨린 전법으로 일류의 신급 강자가 와도 맞설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천현수는 암부를 시험 삼아 보내고 자신은 기회를 노려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돌멩이 여러 개를 들어 암부들을 쓰러뜨렸다. 열몇 명이 쓰러지자 전법의 기운도 흩어져 버렸다. 전법이 제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상대는 손쉽게 전법을 무너뜨렸다. 천현수는
이 말을 들은 임홍연은 며칠 동안 연속으로 바쁘게 일하느라 지쳐 있었지만 순간 피로가 사라졌다. 탁! 임홍연이 책상을 치며 진동왕을 노려보자 임성진은 어리둥절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는 지금 모두 구주왕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모두 구주왕의 부하예요. 이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흠, 너 이 녀석. 할아버지를 꾸짖는구나. 네 아버지도 나에게 감히 이런 식으로 말하지 못했어!” 임성진도 화가 났다. 구주군 중에서 그는 윤구주만을 존경했고 윤구주 다음으로 자신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다. 공주 따위는 별것 아니었다. “할아버지! 제발 정신 차리세요. 구주왕의 명성은 죽여서 얻은 것이에요! 제 아버지 같은 인자한 왕과는 달라요! 구주가 당신을 쓰는 것은 할아버지가 구주에게 유용하고 화진에 유용한 인물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만약 언젠가 구주가 당신이 화진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거나 당신이 구주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구주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우리 아버지가 가장 먼저 당신을 처단할 거예요! 믿든 말든 그게 현실이에요.” 임홍연은 엄숙하게 말했다. 이 말은 임성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임정설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한계를 넘지 않는 한 마음대로 놀게 해주지만 한계를 넘는 순간 삼촌이라도 죽일 수 있다. “알았어, 충고 고마워. 나도 그냥 말만 한 것뿐이야. 군자는 행실로 판단 받지 속마음으로 판단 받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말하자면 너는 정말 누가 왕이 되든 상관없어? 그래, 우리 임씨 일가가 왕이 되면 너는 공주이고 윤구주가 왕이 되면 너는 왕후지. 어쨌든 우리 임씨 일가는 손해 볼 것이 없네!” 진동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특히 왕후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할아버지, 입 다물어요! 저는 왕후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리고 만약 윤구주가 정말 왕이 된다면 이 왕후 자리는 제 것이 아니에요. 저는 그 자격이 없어요.” 임홍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응? 그렇게 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