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시에서 DH 그룹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DH 그룹이 강성시 최고 재벌인 것 외에 남부 창용 부대를 뒷배로 두고 있다는 걸 더 잘 알고 있었다.그중 절반 이상의 거래는 군부대와 협력하고 있었다.지금 강성시에서 제일 번화한 시내 중심에 위치한 고층빌딩이 DH 그룹 본사였다.88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이다.이때 한 택시가 DH 그룹 앞에 멈췄다.차 문이 열리고 웅장한 체격에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윤구주가 보였다. 그는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렸다.그는 고개를 들어 DH 빌딩을 한번 보더니 빌딩 안으로 걸어갔다.빌딩 밖에는 슈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DH 그룹은 반은 군수 기업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들어가는 사람을 엄격히 제한해야 했다.윤구주가 문 앞에 도착하자 매끈한 슈트를 차려입은 경호원이 그를 향애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여긴 외부 인원의 참관을 금지하는 구역입니다. 물러나 주세요.”윤구주가 경호원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사람을 찾으러 왔어요.”“사람을 찾는다고요? 죄송합니다.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경호원이 재차 말했다.이 말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경호원을 난감하게 하지 않았다. 이렇게 큰 회사가 외부인을 통제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당신들 사장님 주세호를 만나러 왔는데 들어갈 수 없나요?”윤구주가 다시 한번 말했다.경호원은 윤구주가 사장님의 이름을 대자 그를 다시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윤구주를 보며 경호원이 잠깐 고민하더니 물었다.“혹시 저희 사장님과 아는 사이신가요?”“아니요. 하지만 이 물건을 건네주면 저를 알 거예요.”윤구주는 이렇게 말하며 몸에 지녔던 구주 영패를 경호원에게 전했다.경호원이 멈칫하더니 윤구주에게서 영패를 건네받았다.“이게 뭐죠?”“주세호 씨한테 보여주면 알 거예요.”경호원이 어리둥절해 있는데 갑자기 먼 곳에서 경적이 들려왔다.뒤를 돌아보니 빨간색 마세라티 오픈카가
주안나를 보자마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아가씨, 안녕하세요!”“표 집사님, 저희 아빠는요?”주안나는 다가가 노인에게 물었다.그러자 주씨 가문 집사인 표태훈은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주 회장님은 여전히 안에서 빈소를 지키고 계십니다!”“하, 표 집사님, 말해주세요, 도대체 아빠는 누구 빈소를 지키고 계시는 거예요? 왜 며칠째 회사 일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 대신 빈소를 지키고 있는 거냐고요.”그 말에 표태훈이 피식 웃었다.“아가씨,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주안나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우리 화진 9주 중 제일로 가는 군신이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다는 소식, 아가씨도 들었죠?”‘아!’주안나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당연히 알고 있죠! 그분은 오직 한 사람이 군대 역할을 도맡아 하며 여러 해 동안 우리 화진을 침공한 10개국의 야심을 물리쳤고, 더욱이 한 번의 전쟁으로 10개국을 핍박하여 정전협정을 맺게 했잖아요. 이런 전설적인 영웅을 화진 사람으로서 어찌 모를 수 있겠어요?”“그럼 아가씨도 더 잘 아시겠네요. 우리 화진 9주의 군신이 비록 10개국의 침략을 막았지만, 그분은...”표태훈이 다시 입을 열었고, 그 말을 들은 주안나는 그제야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그러니까 표 집사님의 뜻은, 저희 아빠가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게 바로 그 9주의 군신이라는 말씀이세요?”“맞습니다!”표태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도 우리 DH 그룹이 오늘날의 위치에 올라선 건 전부 그 9주의 군신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시, 우리 주씨 가문이 군부와의 합작에 참여할 것을 그분이 승낙하지 않았다면, 아마도...”주안나는 DH그룹의 사람으로서, 회사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 말을 듣고 난 후, 그녀는 단번에 깨달았다.“저 알았어요! 어쩐지 아빠가 회사 일도 돌보지 않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군신의 빈소를 지키고 있던 거였군요!”한숨을 푹 내뱉은
아빠가 이렇게 넋이 나간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주안나는 서둘러 말했다.“이 영패는 회사 입구에 있는 한 젊은이의 것이에요!”“젊은이? 무슨 젊은이?”“저야 모르죠! 저도 경비원한테 들은 게 다예요, 그 젊은이가 아빠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 물건을 아빠한테 드리면, 아빠가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될 거라면서요!”그 말을 듣던 주세호의 머릿속이 갑자기 “쿵”하며 진동했다.그리고 1분이 지난 뒤, 주세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빨리 말해줘,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니?”“회사 앞에 있어요!”“어서, 어서, 어서 그 사람한테 나 좀 데려다줘!”주세호는 미친 듯이 사무실을 뛰쳐나갔다.남겨진 주안나는 이 광경에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아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냥 새까만 철판 아니에요? 아빠 표정이 왜...”...윤구주는 지금 어이가 없었다.자신의 9주의 영패를 본래 주세호에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한 여자가 실수로 가져갔으니 말이다.게다가 출입문을 지키는 경비원의 입을 통해 알아낸바, 그 영패를 가져간 사람은 바로 주세호의 딸, 주안나라고 한다.현재 영패도 실수로 남에게 전해졌지, 더군다나 경비원이 말하기를 주세호도 며칠째 본사에 오지 않는다고 하니 윤구주는 잠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길가에 서서 윤구주는 택시를 타고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바로 그때,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가 랜드로버 차량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DH 그룹 입구에 도착했다.“끼익!”고급 차가 멈추자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내 차 안에서는 순간 열댓 명의 경호원이 나왔고 뒤이어 강성의 제일 갑부, 주세호가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그의 딸 주안나도 함께 말이다.“아빠, 이 사람이 그 젊은이예요, 철로 된 영패가 바로 이 사람 것이에요.”주안나는 매끈하고 긴 두 다리를 뽐내며 차에서 내린 뒤, 입구에 서 있는 윤구주를 가리키며 말했다.시선이 윤구주에게 닿은 순간, 주세호는 또 몸을 흠칫 떨었다.비록 한 번도 9주
서재에 도착해, 주안나도 안에 들어서려 했지만, 주세호가 바로 말했다.“안나야, 그리고 모두 먼저 밖에서 기다려! 나는 귀빈과 단둘이 얘기해야겠으니!”“네.”주안나는 시무룩해져 눈을 치켜뜨고 윤구주를 노려보았다.‘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아빠가 이렇게 극진히 대하시는 거야?’그렇게 윤구주는 주세호를 따라 그의 개인 서재로 들어갔다.서재에 들어선 후.윤구주는 서재 정중앙에 놓여있는 위패를 발견했다.구주왕의 위패 말이다!윤구주는 곧바로 다가가 묵묵히 위패를 오랫동안 응시했다.“저하! 이 소인의 절을 받으소서!”‘철퍼덕’하는 소리와 함께 재산을 20조 원이나 소유한 강성 제일의 갑부인 주세호는 윤구주의 뒤에서 무릎을 꿇었다.그러나 윤구주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담담히 물었다.“내가 누구인지 아십니까?””알다마다요! 사실, 비록 소인 한 번도 저하를 뵙진 못했지만, 9주의 영패가 저하의 증표라는 것은 압니다! 하늘 아래, 저하를 제외한 그 누구도 9주의 영패를 소유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무릎을 꿇고 앉은 주세호는 전전긍긍하며 대답했다.윤구주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일어서세요!”“네!”주세호는 일어서면서도 가슴 벅찬 감격을 감추지 못해 몸을 떨었다.“이 위패는, 당신이 나를 위해 모시는 것입니까?”윤구주는 위패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렇습니다!”“마음 썼네요!”“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인은 저하께서 살아계신 줄 모르고...”주세호는 서둘러 해명했다. 그러자 윤구주가 고개를 저었다.“세인들은 모두 나 윤구주가 죽은 줄로만 알지 이건 모르죠. 내가 사실 살아있었다는 걸요!”“주세호 씨, 혹시 내가 왜 아직도 살아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습니까?”주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윤구주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의 눈빛에서는 싸늘한 추위가 마구 뿜어져 나왔다.“10국의 전쟁, 그 어떤 것이라도 언급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왕 모든 사람이 내가 죽었다고
주세호는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하! 소인 소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상관없습니다! 내가 알기로 이 소씨 가문은 강성의 작은 가문일 뿐이거든요. 그리고 이 일도 소씨 가문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뒤이어 윤구주는 소채은네 가문의 일을 짧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주세호는 그 말을 들은 후 단숨에 알아차렸다.“그렇게 된 것이군요! 저하, 그럼 소인이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바라십니까?”주세호가 서둘러 묻자 윤구주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소씨 가문은 돈을 얻기 위해 딸의 행복도 돌보지 않고 남과 혼인시키려 합니다. 나는 주세호 씨가 사람을 보내 그 여자를 꺼내주기를 바랍니다. 소씨 가문이 조금도 그 여자를 난처하게 만들어서는 안 돼요! 만약 누군가 그 여자를 감히 건드리려 한다면 반드시 죽이세요!”“알겠습니다. 소인 명 받들겠습니다. 부디 마음 놓으세요. 제가 곧 해결하러 가겠습니다!”그의 말에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제가 뭐 더 해드릴 게 있을까요?”그러자 윤구주는 손사래를 쳤다.“다른 것은 잠시 필요 없습니다. 단지 내 신분을 비밀로 하고 앞으로는 삼촌이라고 부를 테니 나를 먼 친척으로 여기세요.”‘엥? 삼촌?’삼촌이라는 말에 주세호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저하... 이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제가 어찌 삼촌으로...”주세호는 얼굴에 울상을 지었고 윤구주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괜찮습니다!”그렇게, 윤구주는 주세호의 먼 친척이 되었고 강성 제일 갑부는 그의 삼촌이 되었다!한편 서재 밖.길고 매끈한 다리로 서 있는 주안나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그의 아빠 주세호는 빈소를 지키며 연속 며칠 동안 회사의 그 어떤 일도 돌보지 않았다.뒤이어 갑자기 한 낯선 사람이 나타나서는 주세호를 혼비백산으로 만들어놓았다.‘내가 알던 아빠 맞아?’아름다운 눈빛으로 방을 살피던 주안나는 옆에 있던 집사, 표태
강성, 소 씨 저택.소채은은 데려져 온 이후로 줄곧 방에 갇혀 있었다.밀폐된 방에서는 한 여자의 목소리만 들렸다.“채은아, 너 엄마 화병으로 죽게 하려고 작정했지? 말해봐, 왜 그랬어? 왜 낯선 남자랑 휴가를 갔느냔 말이야. 그리고 그 남자를 네가 세 든 집에 데려가기까지 해?”목소리의 주인공은 소채은의 엄마, 천희수였다.“그 남자는 대체 누구야? 너희들 언제부터 같이 있었어?”천우희가 윽박지르며 묻는 것을 듣자, 소채은은 억울함이 몰려왔다.“엄마, 내가 이미 말했잖아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니까요? 사귄 적도 없어요! 그 사람은 단지 내가 바다에서 구출해 온 낯선 사람일 뿐이에요!”“얘가 인제 와서 엄마를 속이려고 해?”천희수는 몹시 화가 났다.“채은아, 엄마가 어렸을 적부터 지켜봐 온 너는 그렇게 거짓말을 좋아하는 나쁜 여자애가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됐어?”천희수는 계속해서 쓴소리했고 소채은은 단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좀 제대로 봐봐, 너 지금 온 집안이 미움을 사게 했어. 게다가 중해 그룹 성훈 도련님까지 때렸으니, 말해봐, 이제 어떡할 거야?”“엄마, 이건 내 탓이 아니에요! 누가 그 사람더러 그렇게 심하게 남을 괴롭히라고 했나요?!”소채은은 작게 중얼거렸다.“심하게 괴롭혔다고? 도련님은 네 약혼자야. 그런데도 어떻게 네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엄마, 엄마는 저 조성훈이 어떤 놈인지 나보다 더 잘 알잖아요! 그러니 그 사람 대신 좋은 말 할 필요 없어요! 더구나, 나는 원래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저 가족을 위해서 마지못해 그와 결혼하기로 승낙한 거예요. 만약 그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나랑 파혼할 수 있어요!”말을 끝마치자마자 '쾅' 하고 방문이 열렸다!“이 망할 계집애야, 감히 파혼하겠다니? 어디 한 번 내가 네 다리라도 부러뜨려 줄까?”소채은의 눈에는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소청하가 보였다.천희수는 소청하가 들어
소 씨 가문에서 소천홍은 줄곧 소청하를 압박 하고 있었다.가까스로 이번에 딸을 중해 그룹 아들에게 시집 보낼 수 있게 되어, 소청하는 가문에서 조금이나마 고개를 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소채은이 뜻밖에도 이렇게 가문에 치욕적인 일을 저지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형님, 죄송합니다! 조성훈과의 일은 반드시 제가 형님과 가문을 위해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러자 소천홍은 피식 냉소했다.“해결? 어떻게 해결할 건데? 지금 중해 그룹은 이미 완전히 우리와의 협력을 중단했고, 게다가 우리 SK그룹의 일도 곧 없어질 텐데. 대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나한테 말해줄래?”소청하가 탄식하며 말했다.“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도련님에게 사과하러 갈게요!”“사과해도 소용없어!”“너 알아? 도련님이 네 그 착한 딸이 만나는 불륜남과 마주친 건 물론, 그 남자한테 구타당했다는 거? 지금 듣자 하니 아직도 병원에 있다던데!”소천홍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소진욱도 피식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둘째아버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채은이가 밖에서 이렇게 호방하게 놀 줄 말이에요.”그 두 부자에게 수모를 당한 소청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둘째야, 잘 들어!”“이번에 만약 우리 소씨 가문이 중해 그룹과 혼인을 할 수 없다면, 내가 형님인 것을 탓하지 마라!”“너도 알겠지. 여러 해 동안 우리 소씨 가문이 줄곧 나에 의해 유지됐다는 걸. 만약 내가 없었다면 우리 소씨 가문은 벌써 무너졌을 거다!”“그래서, 만약 네 딸이 남자와 놀아나서 이번 협력을 망친다면, 그때 너는 순순히 SK그룹에 남은 모든 주식을 넘겨줘야 할 거다!”그 말을 들은 소청하는 가슴이 흠칫 떨렸다.오랜 세월 동안, 소청하보다 자기 형님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은 없었다.소천홍은 줄곧 그의 수중에 있는 마지막 SK그룹 지분을 차지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만약 이번에, 소채은이 정말 중해 그룹과의 혼인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소천홍은 서둘러 한 마리의 발바리처럼 웃는 얼굴과 함께 다가갔다.“소씨 가문의 소천홍이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그쪽은?”“제 이름은 표태훈이올시다. DH 그룹 주 회장님의 곁에 있는 작은 집사일 뿐이지요!" 표태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상대가 진짜 강성 제일의 DH 그룹이라는 말에 소천홍은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표 집사님이시군요. 이거 정말 반갑습니다!”“표 집사님께서 처음 방문하셨는데 멀리 마중 나가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우리 소씨 가문의 지주로서의 우의를 다하도록 부디 이 누추한 집으로 들어와 주십쇼!”소천홍은 서둘러 다시 빌붙으며 말했다.그러나 표태훈은 오히려 살짝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소씨 가문에 온 것은 주로 우리 주 회장님께서 찾을 분이 계셔서입니다!”“찾을 분이요?”그 말에 소천홍과 소청하는 귀가 쫑긋해졌다.SK그룹은 강성에서는 그저 삼류 가문에 불과했다.그러기에 DH 그룹과 비교하면, 개미와 코끼리의 차이와 다름 없었다.지금 갑자기 이 대단한 그룹에서 소씨 가문의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말을 들으니, 소천홍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표 집사는 대체 누구를 찾으시려 하는 것인지요?”“소채은입니다!”이 세 글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소씨 가문의 가족들은 어리둥절해졌다.소청하를 비롯해서 말이다.“표 집사께서 왜 제 조카를 찾으시나요? 설마 그 어린 조카를 아십니까?”소천홍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자 표태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소씨 가문 아가씨가 곧 결혼할 것 같지만 현재 가문에 의해 감금되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까?”‘어?그 말이 나오자 소천홍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그는 재빨리 말했다.“아니요, 표 집사님께서 오해하신 겁니다! 저희가 어떻게 그 계집애를 감금할 수 있겠습니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서둘러 소청하를 바라보았다.“둘째야, 너도 아비
백여 명의 사람들이 섬 곳곳에 흩어져 비밀리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저택의 침실 안.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소녀가 손에 든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방금 세상을 떠난 헨드리의 여왕이었던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멍하니 사진 속 어머니를 바라보던 소녀는 사진을 품에 껴안고 흐느끼기 시작했다.“공주님.”이때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그 남자는 헨드리 정보부의 엘리트 요원 윌리엄이었다. 윌리엄은 수차례 외국의 테러 음모를 저지했고 항상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해 냈다.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윌리엄 경.”설윤 공주는 눈물을 닦으며 그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윌리엄도 억지로 미소를 짓고 공주에게 경례를 올렸다.“윌리엄, 어때요? 소식이 있나요? 해외에 주둔 중인 함대와 연락은 닿았나요?”그들은 헨드리를 벗어나야만 살 수 있었다.함대와 연락을 취해 먼바다로 나아간다면 아직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공주님, 실망시키게 되어 죄송합니다. 함대와의 연결은커녕 공주님의 지지자들과의 연락마저 끊겼습니다. 상황이 몹시 나쁩니다. 디크스 경이 이미 우리를 추적한 것 같습니다.”윌리엄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이 말을 들은 설윤은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현재 그녀의 위치를 안 삼촌이 섬과 외부의 연결을 끊은 것이 틀림없다. 그녀를 도와줬던 정보원들도 이미 처형당했을 것이다.“공주님, 저는 왕실에 충성을 맹세한 자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공주님을 보호하겠습니다. 섬에 주둔해 있는 로얄 특수부대도 전투 준비를 마쳤습니다.”설윤은 혼이 나간 듯 몸을 비틀거리며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공주님!”“윌리엄,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이젠 뭐든 받아들일 수 있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목숨을 잃고 싶지 않아요.”설윤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공주의 모습을 본 윌리엄은 죄책감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최악의 소식을 전했다.“함대 한 척이 섬 근해에 접근 중인데 흑해골 특수부대
정보 요원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들이 가진 정보는 인간세계에 국한되어 있었고 곤륜 구역 일은 접할 자격이 없었다. “계속 보고해. 그 유일하게 남은 왕실 구성원은 지금 어디에 있지?” 윤구주가 물었다. “왕, 남은 이 왕실 구성원은 원래 내정된 계승자였습니다. 그녀는 헨드리의 진주이자 왕실의 총애를 받는 이자벨라 설윤입니다. 현재 황실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황실 섬 영진 장원에 거주 중입니다. 저희가 알기로는 아사 신전에 투항한 왕실 구성원인 설윤의 삼촌 디크스가 이미 그녀의 소재를 파악했습니다. 곧 이 공주를 처치할 것입니다.” 정보 요원은 보고하며 영진 장원의 상세 지도를 스크린에 띄웠다. 바로 이때, 한 줄기 차가운 기운이 닥쳐왔다. “극 신급 절정의 기운이야!” 백호, 주작, 현모 세 사람이 즉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 한 줄기 빙기가 기지로 날아와 윤구주 앞에 멈춰 섰다. “빙신전의 잡놈들이야! 망할! 어떻게 우리가 여기 있는 줄 알았지?” 백호는 욕을 내뱉었다. 주작과 현모는 백호처럼 흥분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빙신전 부전주가 구주왕에게 귀순했으니 아마 윤구주가 이 사람에게 행적을 알려준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의아해했다. ‘이 자는 북주에 남아있지 않았던가?’ “너희들도 모르는 걸 문씨 가문의 첩자들이야 오죽하겠어.” 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 이 말에 두 사람은 모든 걸 깨달았다. 그들의 왕이 일부러 이렇게 계획한 것이었다. 이 정보를 누설하도록 말이다. “왕, 음모를 꾸미시는 솜씨는 문아름도 따를 수 없겠습니다.” 깨달은 백호가 혀를 차며 말했다. 윤구주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말을 잘 못하면 하지 마, 입 다물어.” 윤구주가 꾸짖었다. 윤구주는 이 빙기를 받아들였고 하이렌의 전음도 동시에 들려왔다. “왕, 왕의 명령대로 제가 미리 헨드리 제국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빙신전은 이미 혼란에 빠졌고 희랍 신전과 화신전이 동시에
정보 요원이 여기까지 말하자 백호는 의아해했다. “재미있군. 지원받은 왕실 구성원이라면 아사 신전에는 개나 다름없는 꼭두각시 왕 아닌가? 그런데 병권을 꼭두각시에게 줄 필요가 있나?” 주작과 현모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백호, 너랑은 달라. 너는 너무 미쳐서 혼령술도 통하지 않아. 하지만 그 지원받은 왕실 구성원은 아마 아사 신전에 완전히 통제당했을 거야. 그렇다면 병권이 뭐 그리 중요하겠어? 아사 신전이 있으면 평범한 인간도 억지로 500년은 더 살 수 있어.” 현모가 설명했다. 주작도 한마디 보탰다. “500년은 적어. 한 번 노예가 되면 대대로 신전을 위해 봉사해야 해. 신이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이 말은 맞아. 옛날 봉신 때 그 신들은 화진 제국을 전복한 공으로 신이 되었어. 신이 되기는 쉽지 않아. 한 평범한 인간이 신이 되려면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해. 혼자서 일생으로는 다 갚을 수 없어.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아. 나는 당사자가 노예가 되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받아들였을 거라고 생각해. 신앙이라는 건 정말 무서운 거야.” 윤구주도 말했다. 그는 곤륜 구역에서 수련했고 신전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지 알고 있었다. 최고 경지의 심술은 상대방이 기꺼이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생각하며 윤구주는 문씨 가문을 떠올렸다. 과거 자신은 이미 문아름의 심술에 걸려 마음이 함락되어 그녀를 완전히 믿었지만 단 한 가지, 윤구주의 기준과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문씨 가문은 윤구주가 말을 듣고 일을 하길 원했다. 옳은 일이라면 윤구주는 그대로 따랐다. 화진에 불리한 일이면 문아름의 말도 통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어떤 일들로 인해 갈등이 있었지만 윤구주는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다툰다는 건 정상이니까.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 말을 듣지 않고 문아름의 의지대로 행동하지 않아 통제를 벗어났기 때문에 문씨 가문이 미리 손을 쓴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아사 신전이 헨
이 특수 요원들은 해외에 상주하며 귀국할 시간도 많지 않았고 구주왕을 뵙는 건 더욱 힘든 일이었다. 이번 갑작스러운 만남에 강인한 사내들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번 힘을 써주길 바라!” 윤구주는 앞으로 나아가 요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왕! 나라를 위해 충성하는 것은 본분입니다!” “왕의 휘하에서 복무할 수 있는 것은 더 영광입니다!” “우리는 이미 언제든 나라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요원들은 하나같이 경례하며 말했다. 윤구주는 흐뭇했다. 세계 각국을 둘러봐도 화진의 전사들과 비교할 만한 나라는 없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잡담은 생략했다. 윤구주가 여기에 온 것은 일을 보기 위함이지 옛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 아니었다. 주작은 복귀하여 암부 부장을 다시 맡았다. 암부는 세계 각지에 분부 기지를 두고 있었다. 세계 정보를 수집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정보 부서라고 할 수 있었다. 기지 안에서 주작의 정보 요원이 최근 발생한 한 큰 사건을 윤구주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윤구주도 주작의 보고를 통해 이 일을 알고 유럽으로 오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왕, 아사 신전의 세력은 주로 서유럽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서유럽이 그들의 발원지이기 때문이죠. 왕도 아시다시피 근대 서유럽 각국의 국력은 많이 약화하였습니다. 특히 우리 화진이 부상하면서 그들은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헨드리 제국은 세계의 오랜 강국입니다. 비록 이 제국은 현재 과거의 영광을 잃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강국 중 하나입니다. 이 제국 자체는 아사 신전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는 헨드리 문명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 나라는 아사 신전의 무술 정신에 흥미가 없습니다. 그들의 본업은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이죠. 곤륜 구역 정보는 우리가 가진 것이 제한적입니다. 다만 이곳은 세력이 많고 내부 경쟁이 치열하며 세력의 흥망이 잦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헨드리는 정확히 말해 특
“음, 괜찮아. 남자애들은 원래 생각이 많은 법이지. 가끔은 불평도 늘어놓고 말이야. 하하!” 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 “이 자식아! 이게 무슨 불평이야! 안 돼, 나는 네가 나를 떠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야. 무슨 일이든 백호, 주작, 현모 그들 세 놈에게 시켜. 너 그들을 단련시키려는 거 아니었어? 모든 걸 네가 다 할 필요는 없잖아.” 임홍연은 졸라대며 윤구주가 자신을 떠나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지치고 졸릴 때까지 울며 불평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윤구주를 꽉 안고 깊이 잠들었다. “우리 공주님, 나랑 자려고 오더니 정말 잠들어버렸네.” 윤구주는 가볍게 임홍연의 뺨을 꼬집으며 그녀를 안고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윤구주는 방을 나섰다. 임홍연을 깨우지 않기 위해 그는 특별히 그녀에게 잠드는 술법을 걸어 아름다운 꿈을 꾸게 했다. “공주마마는 최근 매우 피곤하셨어. 푹 쉬게 해. 깨우지 말고 스스로 깨도록 해.” 윤구주는 왕도에서 온 시녀들에게 당부하고 저택을 떠났다. 저택 밖에는 주작, 현모, 백호 세 사람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다 준비됐어?” 윤구주는 다시 화진을 위엄 잡는 구주왕이 되어 있었다. 어젯밤 하늘의 운명과 미래를 탄식하던 윤구주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모두 왕의 명령대로 준비되었습니다. 언제든 출발할 수 있습니다.” 세 사람은 일제히 대답했다. 다시 출발할 때가 왔다. 어젯밤 술을 마신 후, 윤구주는 세 사람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화진 북역 변경을 안정시키는 것은 단순히 북라국 하나를 굴복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풀을 뽑으면 뿌리까지 없애야 한다. 뒤에 있는 큰 호랑이를 처단해야만 근본적으로 후환을 없앨 수 있었다. 화진 북역의 큰 근심은 바로 아사 신전이었다. 이번에 윤구주가 정벌할 목표는 바로 아사 신전이었다. 갈 사람은 네 명이면 충분했다. “그럼 출발하자. 너희 셋은
공주는 공주만의 장점이 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현실의 방해로 인해 자신의 감정이 변한 적이 없다. 그녀는 사랑을 위해, 윤구주과 함께하기 위해 공주의 신분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더 나아가 그녀가 첩이 되고 소채은에게 황후 자리를 양보해 줄 수 있었다. 이런 말들은 윤구주가 그녀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소채은에 대해서는 더욱 말할 수 없었다. 임정설이 임씨 일가의 비전을 아낌없이 소채은에게 전수한 것은 단순히 윤구주의 체면 때문만이 아니었다. 현문 비술에 관한 일은 단순한 관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원칙과 기준이 있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관계로 인해 소채은에게 최대한의 배려를 할 수는 있었다. 심지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비전을 전수하는 일은 윤구주가 직접 부탁해도 허락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바보야, 어떤 일들은 미래에 알게 될 거야.” 윤구주는 한 마디도 설명하지 않고 그저 임홍연을 가볍게 품에 안았다. 천 마디 말보다 이 가벼운 포옹이 자신의 마음속에 그녀가 있다는 걸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임홍연은 코를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말하기 싫은 거 다 알아. 모든 걸 마음속에 묻어두면 안 힘들어? 너 또 어디 가려는 거지?” “하하, 무슨 소리야. 내가 또 어딜 가겠어? 그저 우리의 작은 집을 지키기 위한 것뿐이지. 무너진 나라 아래 온전한 집이 어디 있겠어. 나 윤구주는 이미 매우 운이 좋은 편이야. 적어도 큰 집을 지키면 이 작은 집의 안전은 보장될 테니. 우리 화진 백성들과는 다르게 그들은 대부분 아직도 수렁에서 허우적대고 있어. 권력과 부, 명문 가문, 종문 같은 상류층들을 견제하지 않으면 화진 백성들은 영원히 진정한 행복을 얻지 못할 거야. 나는 천추만대의 업적을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화진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을 뿐이야. 염황의 자손으로서 우리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더욱 윤씨 가문의 자손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윤씨 가문은 장 선생의 말을 가훈
‘결국 공주님 기질을 발휘하는구나.’ 윤구주에게 성질을 부릴 수 있는 인물은 손에 꼽히는데 임홍연이 바로 그중 하나였다.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를 줄 알아? 네 머릿속은 소채은으로 가득 차 있잖아. 그 계집애는 지금 너보다 훨씬 잘 나가고 있어. 나 같은 공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야. 우리 아버지가 몰래 임씨 가문의 비전을 전수해 줬는데 머리가 나빠 외우지 못할까 봐 특별히 공법을 적어 주셨어.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어? 일세의 절학은 모두 문파의 수장 머릿속에만 새겨져 있지. 아무리 조심해도 가문 속의 도적은 막기 어렵네. 공법을 글로 남기면 반드시 유출되고 말 거야. 아버지는 그렇다 치고 너는 당대 최강자인 김 어르신을 소채은의 스승으로 모셨다니. 내게 이런 자원이 있었다면 이미 날아다녔을 거야.” 임홍연은 윤구주의 이런 배려에 매우 불만이 많다는 걸 드러냈다. 윤구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먼저 그녀가 김도현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물었다. “나는 곤륜 구역에 가본 적 없고 아버지도 가본 적 없지만 우리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가 곤륜 구역에 가셨던 걸 잊지 마. 나는 증조할아버지를 뵌 적이 있어. 증조할아버지께서 진정한 강자들에 대해 말씀해 주셨지! 김도현은 곤륜 구역 검도의 도주이자 신계 최강의 세 파벌 중 하나의 수장이며 전 세계가 인정한 검성이지. 이런 인물은 우리 증조할아버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야.” 임홍연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음, 맞는 말이야. 김도현은 확실히 당시 최강자지만 나는 그를 검성으로 인정하지 않아.” 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 임홍연은 깜짝 놀랐다. ‘윤구주가 김도현을 모실 정도면 둘 사이가 나쁘지 않을 텐데.’ 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윤구주도 검객이었다. ‘검을 쓰는 고수가 어떻게 다른 검객을 인정할 수 있겠어?’ “아이고, 내가 헛소리했네. 다 네 탓이야. 나랑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다 알았을 텐데. 네가 검을 쓴다는 걸 까먹었잖아.” 임홍연은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모두 총독부로 자리를 옮겼다. 윤구주는 북역의 크고 작은 문무 관료들을 소집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는 걸 보고 남궁서준은 의아해했다. ‘남궁 가문 이주 문제인데 이렇게 공식적으로 할 일인가?’ 윤구주가 영주 문서를 꺼내자 남궁서준은 비로소 깨달았다. “남궁서준, 앞으로 나오게. 넌 태백산 전투에서 공을 세워 화진에 이바지했으므로 특별히 너를 북주 후작으로 봉하며 관청을 개설하고 관직을 설치해 남궁 세가를 이끌고 영원히 북주를 지키게 하노라!” 남궁서준은 당황했다. ‘무슨 뜻이지? 어떻게 갑자기 후작으로 봉해지는 거지?’ “네가 당황하는 건 알겠어. 사실 국주께서는 일찍이 후작으로 봉할 뜻을 가지고 계셨지만 네가 공을 세우지 않아서 결정하기 어려웠지. 이제 공을 세웠으니 국주의 뜻을 따르게 된 거야. 오늘부터 남궁서준은 화진의 제일가는 소년 후작이다! 명을 받들게. 혹시 거역할 생각은 아니겠지?” 이에 남궁서준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문서를 받았다. 남궁서준의 머리로는 윤구주가 이렇게 한 목적을 알 수 없었다. 후작으로 봉한 것은 다른 문제였다. 북주에는 이미 진동왕이 버티고 있어 남궁 가문을 하나 더 두는 건 다소 불필요했다. 진동왕을 경계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건 화진의 세가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윤구주는 단지 그들을 괴롭히기만 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바로잡고 공이 있으면 반드시 상을 주었다. 남궁 가문이 후작으로 봉해질 수 있듯 다른 세가들도 공을 세우면 후작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세가 문벌은 다 죽일 수 없는 법이다. 이 가문을 멸하면 저 가문이 나타날 뿐, 중요한 건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고 바른 군주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날 밤, 윤구주는 형제들과 한자리에 모여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즐겁게 보냈다. 윤구주가 방으로 돌아오자 임홍연이 슬그머니 문 옆을 돌아 밖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화진의 공주라면 당당하게 문으로 들어와야지. 거기서 몰래 뭐 하는 거야?” 윤
“하지만 네가 나서지 않았다면 남궁 가문의 실력으로는 백호의 화형 성수조차 깨뜨릴 수 없었을 거야. 네 아버지는 너보다 더 어려운 입장이었지. 한편으로는 화진을 지켜야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친아들을 보호해야 했으니까.” 윤구주의 이 설명을 듣고서야 남궁서준은 아버지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며 흘러내렸다. “다행히 모든 게 지나갔어. 넌 공식적으로 세상에 나섰고 홀로서기 할 수 있게 되었어. 그래서 네 아버지가 가문의 이주 결정권을 너에게 맡긴 거야. 난 네 의견을 완전히 존중해.” 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 남궁서준의 정신이 다른 데로 가 있는 걸 눈치챈 윤구주는 더 묻지 않기로 했다.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로 한 것이다. 윤구주가 돌아서려는 순간, 남궁서준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궁 가문은 북주로 이주하겠습니다. 우리 남궁 가문이 대대로 북주를 지킬 수 있게 해주시니, 이는 남궁 가문의 영광입니다!” 윤구주는 이 말을 듣고 돌아보았다. 남궁서준의 눈빛은 확고했다. 이 순간 윤구주는 드디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 컸네.’ “좋아, 나를 따라와.” 윤구주가 앞장서 걸어가자 남궁서준은 한 발짝도 뒤처지지 않고 따랐다. 윤구주는 문을 활짝 열었다. 밖에서 싸우던 일행은 모두 얼어붙었다. 방금까지 주작에게 시비를 걸던 임홍연은 교활한 표정을 지으며 윤구주에게 고자질했다. “윤구주, 네 부하 주작이 날 괴롭혔어! 봐! 저기서 아직도 이를 드러내며 날 협박하고 있잖아!” 윤구주는 주작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강한 질투심이 가득했고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임홍연은 반응이 더 빨랐다. 그녀는 주작보다 먼저 울음을 터뜨렸다. 백호는 아주 재미있다는 듯 구경했다. “하하, 왕. 그냥 주작도 공주로 봉하시죠. 주작은 항상 왕을 아버지처럼 모시잖아요. 주작의 소원대로 임홍연와 다투게 하시죠. 생각만 해도 재미있겠네!” 주작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 임홍연은 깜짝 놀랐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