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시에서 DH 그룹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DH 그룹이 강성시 최고 재벌인 것 외에 남부 창용 부대를 뒷배로 두고 있다는 걸 더 잘 알고 있었다.그중 절반 이상의 거래는 군부대와 협력하고 있었다.지금 강성시에서 제일 번화한 시내 중심에 위치한 고층빌딩이 DH 그룹 본사였다.88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이다.이때 한 택시가 DH 그룹 앞에 멈췄다.차 문이 열리고 웅장한 체격에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윤구주가 보였다. 그는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렸다.그는 고개를 들어 DH 빌딩을 한번 보더니 빌딩 안으로 걸어갔다.빌딩 밖에는 슈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DH 그룹은 반은 군수 기업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들어가는 사람을 엄격히 제한해야 했다.윤구주가 문 앞에 도착하자 매끈한 슈트를 차려입은 경호원이 그를 향애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여긴 외부 인원의 참관을 금지하는 구역입니다. 물러나 주세요.”윤구주가 경호원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사람을 찾으러 왔어요.”“사람을 찾는다고요? 죄송합니다.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경호원이 재차 말했다.이 말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경호원을 난감하게 하지 않았다. 이렇게 큰 회사가 외부인을 통제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당신들 사장님 주세호를 만나러 왔는데 들어갈 수 없나요?”윤구주가 다시 한번 말했다.경호원은 윤구주가 사장님의 이름을 대자 그를 다시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윤구주를 보며 경호원이 잠깐 고민하더니 물었다.“혹시 저희 사장님과 아는 사이신가요?”“아니요. 하지만 이 물건을 건네주면 저를 알 거예요.”윤구주는 이렇게 말하며 몸에 지녔던 구주 영패를 경호원에게 전했다.경호원이 멈칫하더니 윤구주에게서 영패를 건네받았다.“이게 뭐죠?”“주세호 씨한테 보여주면 알 거예요.”경호원이 어리둥절해 있는데 갑자기 먼 곳에서 경적이 들려왔다.뒤를 돌아보니 빨간색 마세라티 오픈카가
주안나를 보자마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아가씨, 안녕하세요!”“표 집사님, 저희 아빠는요?”주안나는 다가가 노인에게 물었다.그러자 주씨 가문 집사인 표태훈은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주 회장님은 여전히 안에서 빈소를 지키고 계십니다!”“하, 표 집사님, 말해주세요, 도대체 아빠는 누구 빈소를 지키고 계시는 거예요? 왜 며칠째 회사 일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 대신 빈소를 지키고 있는 거냐고요.”그 말에 표태훈이 피식 웃었다.“아가씨,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주안나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우리 화진 9주 중 제일로 가는 군신이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다는 소식, 아가씨도 들었죠?”‘아!’주안나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당연히 알고 있죠! 그분은 오직 한 사람이 군대 역할을 도맡아 하며 여러 해 동안 우리 화진을 침공한 10개국의 야심을 물리쳤고, 더욱이 한 번의 전쟁으로 10개국을 핍박하여 정전협정을 맺게 했잖아요. 이런 전설적인 영웅을 화진 사람으로서 어찌 모를 수 있겠어요?”“그럼 아가씨도 더 잘 아시겠네요. 우리 화진 9주의 군신이 비록 10개국의 침략을 막았지만, 그분은...”표태훈이 다시 입을 열었고, 그 말을 들은 주안나는 그제야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그러니까 표 집사님의 뜻은, 저희 아빠가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게 바로 그 9주의 군신이라는 말씀이세요?”“맞습니다!”표태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도 우리 DH 그룹이 오늘날의 위치에 올라선 건 전부 그 9주의 군신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시, 우리 주씨 가문이 군부와의 합작에 참여할 것을 그분이 승낙하지 않았다면, 아마도...”주안나는 DH그룹의 사람으로서, 회사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 말을 듣고 난 후, 그녀는 단번에 깨달았다.“저 알았어요! 어쩐지 아빠가 회사 일도 돌보지 않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군신의 빈소를 지키고 있던 거였군요!”한숨을 푹 내뱉은
아빠가 이렇게 넋이 나간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주안나는 서둘러 말했다.“이 영패는 회사 입구에 있는 한 젊은이의 것이에요!”“젊은이? 무슨 젊은이?”“저야 모르죠! 저도 경비원한테 들은 게 다예요, 그 젊은이가 아빠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 물건을 아빠한테 드리면, 아빠가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될 거라면서요!”그 말을 듣던 주세호의 머릿속이 갑자기 “쿵”하며 진동했다.그리고 1분이 지난 뒤, 주세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빨리 말해줘,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니?”“회사 앞에 있어요!”“어서, 어서, 어서 그 사람한테 나 좀 데려다줘!”주세호는 미친 듯이 사무실을 뛰쳐나갔다.남겨진 주안나는 이 광경에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아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냥 새까만 철판 아니에요? 아빠 표정이 왜...”...윤구주는 지금 어이가 없었다.자신의 9주의 영패를 본래 주세호에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한 여자가 실수로 가져갔으니 말이다.게다가 출입문을 지키는 경비원의 입을 통해 알아낸바, 그 영패를 가져간 사람은 바로 주세호의 딸, 주안나라고 한다.현재 영패도 실수로 남에게 전해졌지, 더군다나 경비원이 말하기를 주세호도 며칠째 본사에 오지 않는다고 하니 윤구주는 잠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길가에 서서 윤구주는 택시를 타고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바로 그때,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가 랜드로버 차량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DH 그룹 입구에 도착했다.“끼익!”고급 차가 멈추자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내 차 안에서는 순간 열댓 명의 경호원이 나왔고 뒤이어 강성의 제일 갑부, 주세호가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그의 딸 주안나도 함께 말이다.“아빠, 이 사람이 그 젊은이예요, 철로 된 영패가 바로 이 사람 것이에요.”주안나는 매끈하고 긴 두 다리를 뽐내며 차에서 내린 뒤, 입구에 서 있는 윤구주를 가리키며 말했다.시선이 윤구주에게 닿은 순간, 주세호는 또 몸을 흠칫 떨었다.비록 한 번도 9주
서재에 도착해, 주안나도 안에 들어서려 했지만, 주세호가 바로 말했다.“안나야, 그리고 모두 먼저 밖에서 기다려! 나는 귀빈과 단둘이 얘기해야겠으니!”“네.”주안나는 시무룩해져 눈을 치켜뜨고 윤구주를 노려보았다.‘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아빠가 이렇게 극진히 대하시는 거야?’그렇게 윤구주는 주세호를 따라 그의 개인 서재로 들어갔다.서재에 들어선 후.윤구주는 서재 정중앙에 놓여있는 위패를 발견했다.구주왕의 위패 말이다!윤구주는 곧바로 다가가 묵묵히 위패를 오랫동안 응시했다.“저하! 이 소인의 절을 받으소서!”‘철퍼덕’하는 소리와 함께 재산을 20조 원이나 소유한 강성 제일의 갑부인 주세호는 윤구주의 뒤에서 무릎을 꿇었다.그러나 윤구주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담담히 물었다.“내가 누구인지 아십니까?””알다마다요! 사실, 비록 소인 한 번도 저하를 뵙진 못했지만, 9주의 영패가 저하의 증표라는 것은 압니다! 하늘 아래, 저하를 제외한 그 누구도 9주의 영패를 소유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무릎을 꿇고 앉은 주세호는 전전긍긍하며 대답했다.윤구주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일어서세요!”“네!”주세호는 일어서면서도 가슴 벅찬 감격을 감추지 못해 몸을 떨었다.“이 위패는, 당신이 나를 위해 모시는 것입니까?”윤구주는 위패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렇습니다!”“마음 썼네요!”“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인은 저하께서 살아계신 줄 모르고...”주세호는 서둘러 해명했다. 그러자 윤구주가 고개를 저었다.“세인들은 모두 나 윤구주가 죽은 줄로만 알지 이건 모르죠. 내가 사실 살아있었다는 걸요!”“주세호 씨, 혹시 내가 왜 아직도 살아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습니까?”주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윤구주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의 눈빛에서는 싸늘한 추위가 마구 뿜어져 나왔다.“10국의 전쟁, 그 어떤 것이라도 언급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왕 모든 사람이 내가 죽었다고
주세호는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하! 소인 소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상관없습니다! 내가 알기로 이 소씨 가문은 강성의 작은 가문일 뿐이거든요. 그리고 이 일도 소씨 가문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뒤이어 윤구주는 소채은네 가문의 일을 짧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주세호는 그 말을 들은 후 단숨에 알아차렸다.“그렇게 된 것이군요! 저하, 그럼 소인이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바라십니까?”주세호가 서둘러 묻자 윤구주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소씨 가문은 돈을 얻기 위해 딸의 행복도 돌보지 않고 남과 혼인시키려 합니다. 나는 주세호 씨가 사람을 보내 그 여자를 꺼내주기를 바랍니다. 소씨 가문이 조금도 그 여자를 난처하게 만들어서는 안 돼요! 만약 누군가 그 여자를 감히 건드리려 한다면 반드시 죽이세요!”“알겠습니다. 소인 명 받들겠습니다. 부디 마음 놓으세요. 제가 곧 해결하러 가겠습니다!”그의 말에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제가 뭐 더 해드릴 게 있을까요?”그러자 윤구주는 손사래를 쳤다.“다른 것은 잠시 필요 없습니다. 단지 내 신분을 비밀로 하고 앞으로는 삼촌이라고 부를 테니 나를 먼 친척으로 여기세요.”‘엥? 삼촌?’삼촌이라는 말에 주세호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저하... 이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제가 어찌 삼촌으로...”주세호는 얼굴에 울상을 지었고 윤구주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괜찮습니다!”그렇게, 윤구주는 주세호의 먼 친척이 되었고 강성 제일 갑부는 그의 삼촌이 되었다!한편 서재 밖.길고 매끈한 다리로 서 있는 주안나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그의 아빠 주세호는 빈소를 지키며 연속 며칠 동안 회사의 그 어떤 일도 돌보지 않았다.뒤이어 갑자기 한 낯선 사람이 나타나서는 주세호를 혼비백산으로 만들어놓았다.‘내가 알던 아빠 맞아?’아름다운 눈빛으로 방을 살피던 주안나는 옆에 있던 집사, 표태
강성, 소 씨 저택.소채은은 데려져 온 이후로 줄곧 방에 갇혀 있었다.밀폐된 방에서는 한 여자의 목소리만 들렸다.“채은아, 너 엄마 화병으로 죽게 하려고 작정했지? 말해봐, 왜 그랬어? 왜 낯선 남자랑 휴가를 갔느냔 말이야. 그리고 그 남자를 네가 세 든 집에 데려가기까지 해?”목소리의 주인공은 소채은의 엄마, 천희수였다.“그 남자는 대체 누구야? 너희들 언제부터 같이 있었어?”천우희가 윽박지르며 묻는 것을 듣자, 소채은은 억울함이 몰려왔다.“엄마, 내가 이미 말했잖아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니까요? 사귄 적도 없어요! 그 사람은 단지 내가 바다에서 구출해 온 낯선 사람일 뿐이에요!”“얘가 인제 와서 엄마를 속이려고 해?”천희수는 몹시 화가 났다.“채은아, 엄마가 어렸을 적부터 지켜봐 온 너는 그렇게 거짓말을 좋아하는 나쁜 여자애가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됐어?”천희수는 계속해서 쓴소리했고 소채은은 단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좀 제대로 봐봐, 너 지금 온 집안이 미움을 사게 했어. 게다가 중해 그룹 성훈 도련님까지 때렸으니, 말해봐, 이제 어떡할 거야?”“엄마, 이건 내 탓이 아니에요! 누가 그 사람더러 그렇게 심하게 남을 괴롭히라고 했나요?!”소채은은 작게 중얼거렸다.“심하게 괴롭혔다고? 도련님은 네 약혼자야. 그런데도 어떻게 네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엄마, 엄마는 저 조성훈이 어떤 놈인지 나보다 더 잘 알잖아요! 그러니 그 사람 대신 좋은 말 할 필요 없어요! 더구나, 나는 원래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저 가족을 위해서 마지못해 그와 결혼하기로 승낙한 거예요. 만약 그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나랑 파혼할 수 있어요!”말을 끝마치자마자 '쾅' 하고 방문이 열렸다!“이 망할 계집애야, 감히 파혼하겠다니? 어디 한 번 내가 네 다리라도 부러뜨려 줄까?”소채은의 눈에는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소청하가 보였다.천희수는 소청하가 들어
소 씨 가문에서 소천홍은 줄곧 소청하를 압박 하고 있었다.가까스로 이번에 딸을 중해 그룹 아들에게 시집 보낼 수 있게 되어, 소청하는 가문에서 조금이나마 고개를 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소채은이 뜻밖에도 이렇게 가문에 치욕적인 일을 저지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형님, 죄송합니다! 조성훈과의 일은 반드시 제가 형님과 가문을 위해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러자 소천홍은 피식 냉소했다.“해결? 어떻게 해결할 건데? 지금 중해 그룹은 이미 완전히 우리와의 협력을 중단했고, 게다가 우리 SK그룹의 일도 곧 없어질 텐데. 대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나한테 말해줄래?”소청하가 탄식하며 말했다.“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도련님에게 사과하러 갈게요!”“사과해도 소용없어!”“너 알아? 도련님이 네 그 착한 딸이 만나는 불륜남과 마주친 건 물론, 그 남자한테 구타당했다는 거? 지금 듣자 하니 아직도 병원에 있다던데!”소천홍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소진욱도 피식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둘째아버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채은이가 밖에서 이렇게 호방하게 놀 줄 말이에요.”그 두 부자에게 수모를 당한 소청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둘째야, 잘 들어!”“이번에 만약 우리 소씨 가문이 중해 그룹과 혼인을 할 수 없다면, 내가 형님인 것을 탓하지 마라!”“너도 알겠지. 여러 해 동안 우리 소씨 가문이 줄곧 나에 의해 유지됐다는 걸. 만약 내가 없었다면 우리 소씨 가문은 벌써 무너졌을 거다!”“그래서, 만약 네 딸이 남자와 놀아나서 이번 협력을 망친다면, 그때 너는 순순히 SK그룹에 남은 모든 주식을 넘겨줘야 할 거다!”그 말을 들은 소청하는 가슴이 흠칫 떨렸다.오랜 세월 동안, 소청하보다 자기 형님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은 없었다.소천홍은 줄곧 그의 수중에 있는 마지막 SK그룹 지분을 차지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만약 이번에, 소채은이 정말 중해 그룹과의 혼인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소천홍은 서둘러 한 마리의 발바리처럼 웃는 얼굴과 함께 다가갔다.“소씨 가문의 소천홍이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그쪽은?”“제 이름은 표태훈이올시다. DH 그룹 주 회장님의 곁에 있는 작은 집사일 뿐이지요!" 표태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상대가 진짜 강성 제일의 DH 그룹이라는 말에 소천홍은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표 집사님이시군요. 이거 정말 반갑습니다!”“표 집사님께서 처음 방문하셨는데 멀리 마중 나가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우리 소씨 가문의 지주로서의 우의를 다하도록 부디 이 누추한 집으로 들어와 주십쇼!”소천홍은 서둘러 다시 빌붙으며 말했다.그러나 표태훈은 오히려 살짝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소씨 가문에 온 것은 주로 우리 주 회장님께서 찾을 분이 계셔서입니다!”“찾을 분이요?”그 말에 소천홍과 소청하는 귀가 쫑긋해졌다.SK그룹은 강성에서는 그저 삼류 가문에 불과했다.그러기에 DH 그룹과 비교하면, 개미와 코끼리의 차이와 다름 없었다.지금 갑자기 이 대단한 그룹에서 소씨 가문의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말을 들으니, 소천홍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표 집사는 대체 누구를 찾으시려 하는 것인지요?”“소채은입니다!”이 세 글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소씨 가문의 가족들은 어리둥절해졌다.소청하를 비롯해서 말이다.“표 집사께서 왜 제 조카를 찾으시나요? 설마 그 어린 조카를 아십니까?”소천홍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자 표태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소씨 가문 아가씨가 곧 결혼할 것 같지만 현재 가문에 의해 감금되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까?”‘어?그 말이 나오자 소천홍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그는 재빨리 말했다.“아니요, 표 집사님께서 오해하신 겁니다! 저희가 어떻게 그 계집애를 감금할 수 있겠습니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서둘러 소청하를 바라보았다.“둘째야, 너도 아비
문제가 생겼다는 말 한마디에 식사를 하던 윤구주가 멈칫했다.그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박창용, 염수천, 박천후 세 장수를 바라보았다.“서울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야?”윤구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박창용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는 얘기하기가 적절치 않다는 뜻이었다.“여기서 얘기해도 괜찮아.”윤구주가 명령을 내렸다.“저하, 조금 전 서울 황성에서의 비밀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말하기 국주님께서 폐황령을 내리셨고 이미 폐관에 돌입한 상태라고 합니다.”박창용이 말했다.폐황령?그 세 글자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화진의 구주왕으로서 윤구주는 폐황령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폐황령을 내렸다는 것은 국주가 당분간은 천하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게다가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이 비밀리에 전한 소식에 따르면 종문의 사람들이 서울에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저하를 상대하려는 것 같습니다.”박창용이 다시 말했다.종문이라는 두 글자에 연규비와 백경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무인으로서 그들은 종문의 저력과 무시무시함을 알고 있었다.조금 전 박창용은 종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다들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오직 윤구주만이 평온한 얼굴로 테이블 위 잔을 들어 단번에 순을 삼키며 말했다.“종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구주야,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소채은은 화진의 무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박창용 등 사람들의 얘기를 들은 그녀는 서둘러 걱정스러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큰일 아니야. 내가 잘 처리할게.”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소청하 부부에게 얘기했다.“아버님, 어머님. 일단 식사하세요. 저는 나가서 얘기 나눌게요.”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박창용, 염수천, 박천후를 데리고 몸을 돌려 거실에서 나갔다.정자 쪽에서 박창용은 윤구주를 향해 상황을 보고했다.“저하
윤구주는 중얼대며 말하더니 갑자기 얘기를 꺼냈다.“채은아, 나와 같이 서울로 가줄 수 있어?”“서울로 가자고?”갑작스러운 질문에 소채은은 잠깐 당황했다.“응. 난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나와 함께 서울로 가는 거야. 그곳에 있으면 나도 널 보살필 수 있어.”윤구주는 자신의 진짜 생각을 솔직히 얘기했다.윤구주가 함께 서울로 가겠냐고 묻자 소채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하지만 내가 서울로 가면 우리 집은 어떡해? 내 직장은?”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걱정하지 마. 네가 정말 나와 함께 서울로 간다면 내가 새로운 회사를 세워줄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해도 돼.”윤구주는 화진의 구주왕이었으니 돈이나 직장 같은 건 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그러나 소채은은 여전히 걱정이 되는 듯했다.“하지만 우리 부모님에게 자식은 나 하나뿐인걸. 내가 떠나면 우리 부모님은 누가 돌봐줘?”“그건 걱정하지 마. 네가 나와 같이 서울에 간다면 너희 부모님도 당연히 서울로 모실 거야.”윤구주가 말했다.소채은은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침묵했다.“구주야, 나 조금만 더 고민하고 대답해도 될까?”윤구주는 강성이 소채은의 고향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갑자기 강성을 떠나야 한다면 당연히 미련이 남을 것이다.그녀는 소채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당연하지. 잘 고민해 봐.”소채은은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윤구주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두 사람이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콜록콜록.”“채은아, 구주야. 음식 다 됐으니까 와서 밥 먹어.”말을 꺼낸 사람은 천희수였다.엄마가 들어오자 소채은은 얼굴을 붉히면서 서둘러 윤구주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네, 네!”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고 말했다.“구주야, 다들 우리가 가서 밥을 먹길 기다리는 것 같으니 같이 나가자.”“그래!”두 사람은 거실로 향했다.널따란 거실 안, 원형의 크리
윤신우는 진실을 얘기했고 이홍연은 당황했다.“삼촌 말씀은 아버지께서 일부러 폐관하셨다는 건가요?”윤신우가 말했다.“그래요.”“그게 정말이에요? 아버지께서는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어요. 게다가 구주를 우리 화진의 호국군신으로 임명할 거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걸까요?”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순간 어이가 없었다.“공주님, 괜한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국주님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이홍연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자 윤신우가 그녀를 설득했다.“왜요? 대체 무엇 때문에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우리 화진은 원래 무도로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죠. 우리 아들 한 명을 위해 천하 무도를 적으로 돌리는 건 현실적이지 않잖아요.”윤신우는 잔혹한 진실을 천천히 얘기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3대 서열은 그 뿌리가 깊고 또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국주가 윤구주 한 명을 위해 화진을 내란에 빠뜨릴 일은 없었다.이홍연은 결국 침묵을 선택했다.그녀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윤신우는 뒷짐을 지고 자신 있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아들 일은 제 일이기도 합니다. 누구든 제 아들을 건드린다면 죽일 겁니다.”윤신우가 패기 넘치게 말하자 이홍연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성.윤구주가 돌아온 뒤로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소채은과 소채은의 부모님이었다.그들이 매일 그리워하던 윤구주가 드디어 돌아왔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용인 빌리지는 매우 떠들썩했다.소씨 일가 사람들과 백경재, DH 그룹의 주세호, 백화궁의 연규비, 박창용, 박천후, 염수천 등 사람들을 모두 그곳에 모여 있었다.그들은 모두 화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윤구주를 따르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평범한 인물일 수는 없었다.“저하, 민규현 지휘사님과 정태웅 지휘사님은요? 두 사람 모두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한 것 같아요.”백경재는 눈을 가늘게 뜨면
“말씀해 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누가 여러분들을 공격한 거죠?”이홍연은 아름다운 눈으로 민규현과 천현수를 바라보았다.“공주님, 사실 저희를 공격한 건 종문 사람이었습니다.”민규현이 사실대로 얘기했다.종문이라는 말에 이홍연은 안색이 살짝 달라졌고 심지어 뒤에 있던 주도의 미간도 찌푸려졌다.“화진 무도 3대 서열 중 최강이라고 불리는 종문이요?”이홍연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고 민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젠장, 그동안 줄곧 숨어 지내던 종문이 왜 지금 이때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거죠? 게다가 왜 여러분을 공격한 거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화진의 무인들은 무도 중 최강인 종문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화진의 무도에 크나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그들은 저하를 상대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민규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뭐?’“구주를 상대하려고요?”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네.”민규현이 대답했다.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종문 사람들 미친 거 아니에요? 구주를 상대한다니요? 빌어먹을 놈들, 구주는 얼마 전 설국을 속국으로 만든 우리 화진의 공신이라고요!”이홍연은 씩씩대면서 말했다.민규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 추측에 의하면 종문 사람들이 저하를 상대하려고 하는 이유는 저하께서 문벌과 세가들을 처단하여 그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거예요. 무도 3대 서열은 그 뿌리가 같고 또 아주 깊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이홍연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젠장! 구주가 우리 화진을 위해 문벌과 세가들을 정리한 이유는 암세포 같은 자들을 뿌리뽑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종문 사람들이 그들의 편을 들면서 뛰쳐나오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민규현 지휘사님, 신우 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돌아가서 아버지께 이 사실을
말을 마친 뒤 이홍연은 앞에서 안내했고 주도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윤씨 일가 저택에 발을 들이는 순간, 주도는 아주 강한 기운들이 그곳에 숨어있다는 걸 느꼈다.윤씨 일가 저택은 비로 겉보기에는 텅 비어 있는 것 같고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숨겨진 기운들이 수십 개는 될 듯했다.게다가 그 기운들은 모두 절정 수준이었다.“역시 한때 천하제일 윤씨 일가라고 불릴 만했어. 이 정도 힘이라니.”주도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기운 하나가 빠르게 접근했다.“누가 감히 윤씨 일가에 멋대로 발을 들인 것이지?”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이홍연의 앞에 나타났다.“창현 삼촌, 절 기억하지 못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눈앞의 건장 체구를 가진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바로 윤씨 일가 삼 형제 중 한 명인 윤창현이었다.“공주님이었군요. 윤창현, 공주님을 뵙습니다.”윤창현은 이홍연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정중하게 말했다.“그렇게 예를 갖추실 필요는 없어요. 삼촌, 어서 일어나세요.”이홍연이 말했다.“공주님,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미리 저희에게 얘기하셨으면 저희가 마중 나갔을 텐데요.”윤창현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실 필요 없죠. 참, 신우 삼촌은 계시나요?”이홍연은 곧바로 물었다.윤창현은 이홍연이 윤씨 일가의 가주 윤신우를 찾는다는 걸 알았다.널찍한 거실 안.윤신우는 민규현, 천현수 등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을 제외하고 용민과 재이, 철영도 있었는데 그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서 있었다.바로 이때, 윤창현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형님, 공주님께서 오셨습니다.”그의 목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이홍연이 주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윤신우는 비록 윤씨 일가의 가주지만 공주를 만나면 그녀에게 예를 갖추어야 했다.거실에 있던 민규현, 천현수는 이홍연이 이때 윤씨 일가 저택을 방문할 줄은 몰랐다. 그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공주님
칭찬을 받은 은설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웃더니 윤하율의 통통한 손을 잡고 말했다.“그럼. 당연히 그럴 거야.”윤하율은 기쁜 얼굴로 웃었다.“할머니, 할머니!”이때 윤하율은 하미연이 안쪽에서 나오는 걸 발견했다.윤하율은 서둘러 하미연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품에 안기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머니, 언니가 그랬어요. 앞으로 저도 크면 언니처럼 예쁠 거라고요!”하미연은 윤하율의 얼굴을 꼬집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 우리 하율이는 앞으로 가장 예쁜 사람이 될 거야!”“헤헤!”“하율아, 넌 저기 가서 놀고 있어. 할머니는 손님과 잠깐 얘기를 나눌게.”하미연이 그렇게 얘기하자 윤하율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윤하율은 그렇게 말한 뒤 혼자 그네 쪽으로 달려가서 놀았다.윤하율이 떠나자 은설아는 서둘러 하미연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안녕하세요, 어르신.”윤씨 일가의 저택에서 지내게 된 뒤로 은설아는 이곳이 한때 윤구주가 살았던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녀의 앞에 있는 하미연은 윤구주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였다.“그렇게 예를 갖출 필요는 없단다.”하미연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아들 말을 들어 보니 구주의 친구라도 하던데 그게 사실이니?”하미연의 질문에 은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래. 구주는 어렸을 때 집을 떠났어. 구주의 친구를 보게 됐으니 정말 여한이 없어.”하미연은 감개하며 말했다.“참, 우리 구주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니?”하미연이 윤구주에 대해 묻자 은설아는 고개를 저었다.“민규현 씨 말을 들어 보니 강성에 볼일을 보러 간 것 같아요.”“강성?”그 말을 듣는 순간 하미연의 하나뿐인 동공이 살짝 빛났다.“설마 우리 손주며느리를 데리러 간 건가?”하미연은 중얼대며 말했다.‘뭐라고?’은설아는 손주며느리라는 말에 살짝 당황했다.“구주가 나한테 그랬었거든. 강성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게다가 그 아이가 우리 구주를 구한 적이 있대. 내 생각에
“공주님, 얼른 여기 와보세요!”이때 밖에서 갑자기 주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목소리를 들은 이홍연은 서둘러 그에게로 걸어갔다.“무슨 일이에요?”주도가 기묘한 표정으로 주변 바닥을 살피면서 말했다.“제 판단이 맞다면 이곳에서 한차례 전투가 있었을 겁니다.”“전투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홍연은 서둘러 물었다.“여기 바닥에 생긴 균열을 보세요.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주도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을 가리켰다.바닥에는 팔뚝만큼 굵은 균열이 아주 촘촘히 분포되어 있었고 그밖에 왼쪽에는 부러진 나무도 있었다.그 흔적들을 본 이홍연이 말했다.“마치... 검흔 같아요.”“맞아요! 이렇게 강한 검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정 강자일 거예요!”그 말을 들은 순간 이홍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절정 강자라고요? 민규현 씨 일행이 절정 강자에게 공격당했다는 말인가요?”주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전 최근 들어 서울에 절정 강자들이 아주 많이 나타났다는 걸 느꼈어요.”주도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다시금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주도는 수십 년 전 무시무시한 육도 절정에 다다른 사람이었다.게다가 지금의 그는 칠살에 발을 들인 상태였다.그래서 이홍연은 주도의 말을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그가 절정 강자가 민규현 일행을 공격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큰일이에요. 지금 구주는 서울에 없는데, 만약 정말로 절정 강자가 민규현 씨 일행을 공격했다면 그들은 분명 크게 다쳤을 거예요.”이홍연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어떡하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민규현 씨 일행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이홍연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참! 하마터면 신우 삼촌을 잊을 뻔했네요.”이홍연은 갑자기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신우 삼촌이요?”이홍연이 갑자기 신우 삼촌이라고 하자 주도는 당황했다.“네. 구주 아버지이자 윤씨 일가의 가주 말이에요! 아버지 말씀에
황성, 공주저.“뭐라고? 우리 아버지께서 폐관하신다고? 그게 정말이야?”아버지를 찾아가서 윤구주의 상황을 물을 생각이었던 이홍연은 폐황령이 반포됐고 국주가 폐관에 들어갔다는 걸 알고서는 비명을 질렀다.“네, 사실입니다.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의 말을 들어 보니 국주님께서 이미 폐관에 들어가셨답니다. 조정의 일은 모두 육도진 우상에게 맡겼답니다.”한 하인이 대답했다.이홍연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 금방 금란 대전에 갔다 왔었는데. 아버지께서 벌써 폐관에 들어가셨다고?”왠지 모르게 이홍연은 아주 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안 돼. 아버지를 찾아가서 똑똑히 물어봐야겠어.”’말을 마친 뒤 여섯째 공주는 다시금 금란 대전으로 향했다.이홍연이 금란 대전에 도착했을 때, 금란 대전의 오래된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게다가 밖에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가득했고 그들 외에도 황성의 최고 절정 강자 한진모이 있었다.굳게 닫힌 금란 대전의 대문을 바라보던 이홍연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면서 빠르게 걸어갔다.“한진모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우리 아버지는요?”내시 옷을 입은 한진모가 웃으며 대답했다.“공주님, 국주님께서는 폐관에 들어가셨습니다.”“폐관이요? 우리 아버지가 왜 난데없이 갑자기 폐관을 한단 말이죠?”이홍연이 물었다.한진모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한진모의 대답을 들은 이홍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결국 그녀는 다시 공주저로 돌아왔다.“우리 아버지께서는 왜 갑자기 폐관에 들어가셨지? 설마 당분간 정무도 보지 않으실 생각인 건가? 그리고 태산봉선을 할 거라고,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었는데! 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이홍연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답했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답답해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폐관에 들어간 국주를 방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에라 모르겠다. 일단 구주부터 찾아가야겠어.’이홍연은 속으로 생각했다.‘그런데 구주는 대체
“결국 올 게 왔어.”국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나는 종문이 구주 때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었어. 내가 종문을 너무 얕봤던 것 같아.”국주가 갑자기 다시 말했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님, 괜한 걱정하시는 겁니다. 전 구주왕의 실력이라면 종문의 난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국주는 손을 내저으면서 금빛 왕좌에서 일어났다.“내가 걱정하는 건 구주의 실력이 아니야. 난 구주가 종문과 싸우게 되면 우리 화진의 무도까지 그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돼. 만약 우리 화진의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은 엄청난 위기에 빠질 거야. 게다가 현재 조정에는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알게 모르게 종문과 결탁한 내각 대신들이 아주 많아. 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조정 또한 혼란에 빠질 거야.”육도진은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그는 국주의 말이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은 오랜 역사가 있었다.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 또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그렇게 되면 세력들은 서로 다툴 것이고 난세가 펼쳐질 것이니 화진의 국주로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육도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국주는 대답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로 먼 곳을 바라보며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난 폐황령을 가동할 생각이야.”‘뭐라고?’“폐황령이요?”폐황령이라는 세 글자에 육도진은 깜짝 놀랐다.폐황령이란 무엇인가?폐황령이란 국주가 당분간 나랏일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그것이 바로 폐황령이었다.쉽게 말하자면 폐황령이 가동되는 순간 종문, 문벌, 세가 모두 마음껏 싸울 수 있다는 뜻이다.물론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반대로 전쟁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황성 쪽에서는 그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국주님 말씀은 구주왕 홀로 무도 3대 서열을 상대하게 할 거란 뜻입니까? 이제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