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소천홍은 서둘러 한 마리의 발바리처럼 웃는 얼굴과 함께 다가갔다.“소씨 가문의 소천홍이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그쪽은?”“제 이름은 표태훈이올시다. DH 그룹 주 회장님의 곁에 있는 작은 집사일 뿐이지요!" 표태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상대가 진짜 강성 제일의 DH 그룹이라는 말에 소천홍은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표 집사님이시군요. 이거 정말 반갑습니다!”“표 집사님께서 처음 방문하셨는데 멀리 마중 나가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우리 소씨 가문의 지주로서의 우의를 다하도록 부디 이 누추한 집으로 들어와 주십쇼!”소천홍은 서둘러 다시 빌붙으며 말했다.그러나 표태훈은 오히려 살짝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소씨 가문에 온 것은 주로 우리 주 회장님께서 찾을 분이 계셔서입니다!”“찾을 분이요?”그 말에 소천홍과 소청하는 귀가 쫑긋해졌다.SK그룹은 강성에서는 그저 삼류 가문에 불과했다.그러기에 DH 그룹과 비교하면, 개미와 코끼리의 차이와 다름 없었다.지금 갑자기 이 대단한 그룹에서 소씨 가문의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말을 들으니, 소천홍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표 집사는 대체 누구를 찾으시려 하는 것인지요?”“소채은입니다!”이 세 글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소씨 가문의 가족들은 어리둥절해졌다.소청하를 비롯해서 말이다.“표 집사께서 왜 제 조카를 찾으시나요? 설마 그 어린 조카를 아십니까?”소천홍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자 표태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소씨 가문 아가씨가 곧 결혼할 것 같지만 현재 가문에 의해 감금되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까?”‘어?그 말이 나오자 소천홍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그는 재빨리 말했다.“아니요, 표 집사님께서 오해하신 겁니다! 저희가 어떻게 그 계집애를 감금할 수 있겠습니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서둘러 소청하를 바라보았다.“둘째야, 너도 아비
그러자 표태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채은 양, 안녕하세요! 저는 주 회장님의 명령을 받고 특별히 아가씨를 만나러 왔습니다!”“주 회장님이요? 그분이 누구신데요?”소채은은 조금 의아해하며 물었다.“주 회장님의 성함은 바로 주세호입니다!”이 세 글자가 나오자 소천홍, 소청하는 하마터면 땅에 무릎을 꿇을 뻔했다.맙소사!전설의 강성 제일 갑부!그러나 소채은은 이름을 듣고도 입으로 중얼거렸다.“주세호... 죄송합니다, 저는 정말 모르는 분이세요!”이 말에 소천홍, 소청하는 다시 한번 무릎을 꿇을 뻔했다.“채은 양이 우리 주 회장님을 모르는 것은 정상입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오늘부터 아가씨는 우리 주 회장님의 귀빈이라고요. 그러니 만약 무슨 문제가 생기면, 꼭 저희에게 알려주세요!”“또 주 회장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강성에서는 아가씨 말 한마디면 무슨 일이든 우리 DH 그룹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이를테면... 채은 양 가족들이 채은 양을 감금하고, 채은 양의 자유를 통제하려 한다는 것 등등 말이에요!”표태훈이 이 말을 하자, 모든 소씨 가문 가족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들은 강성 제1의 부자가 소채은과 인연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더욱 충격적인 것은 주세호가 뜻밖에도 소채은을 위해 나서려 한다는 것이다.‘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이 망할 계집애!’비록 그녀는 정말로 DH 그룹도, 더군다나 주세호도 알지 못했지만, 표태훈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예쁜 눈동자를 또륵또륵 굴렸다.“어떤 분들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맙습니다, 표 집사님!”그러자 표태훈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알겠습니다. 할 말은 다 전했으니. 이제 저도 가봐야겠어요.”“채은 양, 이건 우리 회장님의 개인 전화번호예요. 잘 간직하고 있어요!”표태훈은 금실로 수놓은 진귀한 명함을 들어 소채은에게 건넸다.소채은도 당연히 마다하지 않고 서둘러 받았다. “이 늙은이는 이미 전달을 끝냈으니, 그다음 모
소채은이 막 가자마자, 소천홍이 서재 안에서 분노하며 욕설을 퍼붓는 것이 들려왔다.“때려죽일 계집애, 천한 계집애, 자기가 정말 주세호를 알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야?”“화가 나 죽겠네!”쨍그랑!방 안에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와, 소천홍이 이번에 상당히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빠, 화 푸세요! 그 계집애는 어차피 오래 날뛰지 못할 거예요. 일단 그년이 조 도련님한테 시집만 간다면, 우리는 소씨 가문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거예요!”소진욱이 입을 열었고, 그제야 소천홍은 점차 분노를 억눌렀다.그러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네 말이 맞아! 하지만, 나는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대체 그 계집애가 어떻게 주세호 같은 큰 사람을 알게 됐을까?”“아빠, 제 추측으로는 아마 도련님 때문인 것 같아요!”“조성훈?”“맞아요!”“아빠, 생각해 보세요. 중해 그룹이 DH 그룹 같은 거물과 접촉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 외에, 누가 그런 자격을 가질 수 있겠어요?”소천홍도 그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도련님의 뜻이라 하더라도, 주 회장님은 왜 우리에게 그 천한 계집애를 감금하지 못하게 했을까?”그러자 소진욱은 턱을 문지르며 천천히 대답했다.“제 추측으로는 도련님께서 채은이를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걔를 벌할까 봐 두려운 거고요.”소천홍이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뭔가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그래! 그래! 도련님이 그런 사랑꾼인 줄은 몰랐네!" ...윤구주는 주 씨 저택에서 돌아온 후, 스카이 가든에서 조용히 지냈다.옆에는 검은색 마스티프가 있었는데, 그것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윤구주의 곁에 얌전히 엎드려 있었다.“소채은"에 관해 윤구주는 주세호가 나서면 그녀는 틀림없이 자유를 되찾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기에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었다.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윤구주의 온몸이 움직였다. 그 순
그녀는 기억을 잃은 그가 이런 낯선 곳에 있으면, 틀림없이 머리 없는 파리처럼 마구 뛰어다니리라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윤구주는 그녀가 빌린 별장에 가만히 있었다.윤구주도 소채은을 보고 웃었다.“저 안 갔어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하하, 잘했어요! 참 똑똑하네요. 저를 기다릴 줄도 아시고! 만약 도망갔었다면, 저는 책임지지 않았을 거예요.”소채은은 가방을 살짝 내려놓으면서 말했다.“우리 까망이, 나 보고 싶었지?”가방을 내려놓고, 소채은은 서둘러 마스티프 쪽으로 달려가 큰 머리를 문질렀다.그러자 마스티프가 윤구주의 곁을 향해 자리를 옮겼다.“구주 씨, 전에는 고마웠어요.”소채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윤구주에게 말했다.“뭐라고요?”윤구주는 어리둥절했다.“이제 구주 씨라고 부를게요. 이름이 윤구주라고 하지 않았나요?”“...”‘화진의 군신이자 9주의 왕인 내가, 이 어린 계집애에게 구주 씨라고 불린단 말인가? ? ?’“구주 씨, 전에 저를 풀어주신 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 대신 그 조씨 성을 가진 멍청한 놈을 호되게 혼내준 것도 말이에요!”소채은은 다시 한번 짧게 말했다.그러자 윤구주도 더 소채은이 자신을 어떻게 부르는지 개의치 않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별일도 아닌데요, 뭐!”“하지만, 그 멍청한 조 씨 놈은 흠은 당하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반드시 나쁜 짓을 하려고 들 거예요. 저는 그 사람이 틀림없이 구주 씨한테 복수할까 봐 걱정돼요!"소채은은 갑자기 또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구주 씨, 아니면 제가 돈을 좀 줄 테니 도망가는 건 어때요?”‘뭐?’“도망을 가요?”윤구주는 처음으로 누군가 자신에게 이 두 단어를 말하는 것을 들었다.“네! 그 조씨 성을 가진 악당은 강성의 부잣집 2세예요! 구주 씨가 비록 그 사람을 때리기는 했지만, 그 사람은 결코 쉽게 구주 씨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구주 씨가 빨리 도망쳐서 괴롭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물론 소채은은
그러나 소채은은 윤구주의 입가의 띤 웃음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우리 강성에서 으뜸가는 갑부, DH 그룹 알죠? 게다가 그 주세호는 재산 20조 원의 부자잖아요!!!”“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꿈에도 내가 DH 그룹의 회장님을 알게 될 줄은 몰랐어요.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들은 주 회장님께서 나를 알 뿐만 아니라, 또 내가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얼마든지 찾아오라고 하더라고요!”“구주 씨,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그러자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그리 이상할 건 없는 것 같은데요!”“헐, 이상하지 않다고요? 기억상실증이라 강성 최고 갑부가 뭔지 모르는 거예요? 20조 원 재산의 부자가 뭔지도요?”말을 끝내고 소채은은 자신의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이층집 보이죠? 만약 주세호의 재산을 현금으로 환전한다 치면, 그건 이 이층집을 다 채우고도 남을 정도예요. 이제 이해하겠어요?”윤구주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됐어요, 됐어.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한테 내가 뭘 말해.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하는데!”소채은은 윤구주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보기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 '자동차 정비공'은, 어떻게 해도 조 단위 돈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아무튼, 난 오늘 정말 행복해요. 강성의 제일 갑부를 알게 되어서 말이에요! 만약 이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자유롭게 구주 씨를 만나러 올 수 없었을 거예요!”그러더니 그녀는 갑자기 소파에 앉아 양손에 아름다운 턱을 짚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구주 씨, 말해봐요, 이 DH 그룹의 주세호 회장님이 왜 나를 알고 싶어 하는 걸까요?”“혹시 내 용모가 너무 아름다워서?”한쪽에 서 있던 윤구주는 이 말을 듣고, 입 안에 머금고 있던 물을 뿜었다.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소채은은 예쁜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왜 뿜어요? 왜, 설마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몸매가 부족한가? 아니면 주세호 회장님께 어울리지 않
소채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그때, 윤구주가 물었다.“그런데 문제는, DH그룹에서 누가 채은 씨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잖아요?”그러자 소채은은 얼굴에 교활한 웃음을 띠었다.“아직 이해 못 했어요?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지금 내가 DH그룹 눈에 들었다는 겁니다. 비록 그들이 왜 갑자기 나를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그 이유는 우리 집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모르는 거예요!”“그 말은?”“헤헤.”소채은은 다시 못된 웃음을 지었다.“내 말은 아주 간단해요. 아무나 가짜 상대를 찾아서 그가 DH그룹 회장님의 아들이나 친척이라고 말하면 되지 않겠어요?”“뭐요? 가짜를 찾는다고요?”윤구주는 순식간에 어이가 없어졌다.“그래요!”“생각해봐요, 어차피 우리 소씨 가문 식구들도 지금 모두 어리둥절해 있어요. 아무도 DH그룹이 왜 나를 찾아왔는지 모른다고요, 제 그 음험하고 악랄한 큰아버지를 포함해서 말이죠. 만약 DH그룹의 아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들도 감히 믿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소채은을 총명한 수를 생각해냈다.그리고 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었다.‘이 여자가 정말, 중해그룹 조성훈한테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군. 뜻밖에도 가짜를 만들어낼 생각까지 하다니. 하지만 그 생각 확실히 좋아 보이긴 하네. 중해그룹은 주세호 씨의 DH그룹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같은 레벨이 아니니까!’“하지만, 문제가 있어요.”윤구주가 갑자기 물었다.“무슨 문제요?”“문제는 주 회장에게 아들이 없는 것 같아요!”이것만큼은 윤구주가 사실대로 말했다.“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소채은은 조금 의아해하며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윤구주는 턱을 문지르며 대답했다.“그냥 아무렇게 추측해본 거예요.”소채은은 더 깊이 추궁하지 않고, 달 모양의 눈썹을 찌푸렸다.잠시 후 그녀는 갑자기 눈동자를 또륵또륵 굴렸다.“아들이 없으면 아들을 만들 수 있잖아요!”“네? 아들을 만든다
‘뭐? 나더러 주세호 씨의 수양아들 행세를 하라고?’그 말에 윤구주는 하마터면 화가 폭발할 뻔했다.“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요...”“왜 아니에요? 이렇게 잘생기고, 키도 크고, 기품이 넘치니, 주 회장님 수양아들 역할에 구주 씨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그러더니 소채은은 윤구주를 살짝 잡아당겼다.“구주 씨,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네? 내가 구주 씨를 바다에서 구해냈으니, 구주 씨도 나한테 보답해야 하지 않겠어요? 제발요!”그녀가 애걸복걸하는 것을 바라보며 윤구주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이 9주의 왕더러 주세호 씨의 수양아들 행세를 하라고? 젠장! 설사 내가 그런 척하더라도 주세호 씨는 감히 아는 척 못 할 테지만...’그의 옆에서 소채은은 여전히 최선을 다해 윤구주에게 애원하고 있었다.“구주 씨,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그녀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요! 한번 연기해 줄게요. 나를 살려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예요!”“정말이요?”“네! 이번 한 번만!”소채은은 윤구주가 승낙하는 것을 듣고, 감격에 겨워 곧 벌떡 일어났다.“정말 고마워요, 구주 씨! 구주 씨는 내 구원자예요!”말을 끝내고 그녀는 직접 윤구주를 와락 안았다.소채은의 몸매는 아주 볼륨감이 있었는데, 윤구주는 안기자마자 바로 그녀의 가슴에 이는 파문을 감지했다!‘크잖아!’그러나 소채은은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즐거운 표정으로 윤구주를 안아본 뒤 손을 풀고 위아래로 윤구주를 훑어보았다.“쯧쯧, 역시 구주 씨 멋지네요! 그런데 이 옷뿐이에요? 얼른 근사한 새 옷 몇 벌로 갈아입어요!”“구주 씨, 기다려요, 내가 가방 가져올 테니까 조금 이따 우리 쇼핑센터로 가요, 이 누나가 구주 씨한테 맞는 멋진 옷을 골라줄 거니까요!”이렇게 말하며 소채은은 이내 가방을 들어 윤구주를 데리고 쇼핑하러 갈 준비를 했다. ...강성에서 가장 화려한 쇼핑센터 건물.두 명의 연예인 같은 미남, 미녀가 건물 안에서 걸어나왔다.아르
마지막으로 더 예를 들자면, 어떻게 부자 같은 고귀함을 드러낼 수 있는가 등등!“구주 씨, 잘 들어요, 구주 씨는 이미 강성 제일 갑부의 수양아들이 되었으니, 어떤 사람이든 안중에 둘 필요가 없어요!”“그리고, 구주 씨는 특히 늘 기품 있고, 실속 있게 행동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돈이있어야 합니다!”윤구주는 그녀의 말에 하마터면 또 화가 폭발할 뻔했다.‘이 여자가 감히 한때 200만 명의 강력한 군사를 장악했던 이 구주왕에게 기질을 가르치려 들어? 게다가 돈까지?!’두 시간 남짓한 세심한 가르침이 끝나자, 소채은은 목구멍에서 연기가 날 지경이었다.“구주 씨, 내가 가르친 거 다 알아들었죠?”윤구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들었으면 됐어요!”“그럼 이제 집으로 갑시다!”소채은은 곧장 자신의 가방을 들며 말했다.“지금 바로요? 너무 빠르지 않을까요?”“뭐가 빨라요? 내일모레 내가 조성훈 그 얼간이랑 결혼한다는 거 까먹었어요?”말을 마치자마자, 소채은은 이내 윤구주를 잡아당겨 집으로 돌아갔다.돌아가는 길.소채은은 또 한편으로 윤구주에게 당부했다.“제발 티 내지 말고 절대 들키지 말아요! 그리고, 기억해요. 말은 항상 아껴야 한다는 거! 무슨 할 말 있으면 내가 대신 말해줄게요!”“자, 이건 DH그룹의 상세한 상황, 그리고 족보예요. 모두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거니까 구주 씨는 빨리 다시 한번 숙지하고 외워요!”소채은은 핸드폰으로 찾아온 주세호의 가족 상황을 윤구주에게 일일이 건네며 말했다.그 바람에 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30분 후, 소채은은 윤구주와 함께 차를 몰고 소씨 저택으로 돌아왔다.앞에 있는 별장을 바라보며 소채은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그러더니 그녀는 윤구주를 보며 말했다.“구주 씨, 오늘 이 모든 건 구주 씨한테 달려 있어요!”“기억해요, 지금부터 당신은 더 이상 윤구주도 아니고, 더더욱 예전의 자동차 정비공도 아니고, DH그룹의 회장 주세호의 수양아들이라는 것을!”
“방금 뭐라고 했어?”세나미는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네가 무고한 유목민들을 풀어주는 걸 보지 못했더라면 난 일찌감치 너희를 전부 다 죽였을 거야.”윤구주가 다시 말했다.세나미는 그 말을 듣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설마... 두 시간 전쯤 우리 주변에 있던 게 당신이었나?”윤구주는 호탕하게 웃었다.“드디어 조금 똑똑해졌네.”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인들 모두 넋이 나갔다.예전에 세나미의 북극 늑대가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을 때 설국 제사장과 광전사들은 세나미가 너무 의심 많은 성격이라 근처에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라고 여겼다.그러나 윤구주가 그들의 앞에서 그 얘기를 언급하자 다들 깜짝 놀랐다.“이... 이럴 수가... 우리는 무려 80여 킬로미터의 길을 걸었는데, 어떻게 당시에 근처에 있었다는 거지?”한 제사장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벌레만도 못한 놈들, 내가 원한다면 아무리 먼 곳에 있는 것도 난 다 볼 수 있어!”설국인들은 윤구주의 신념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지 못했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제사장들은 다시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세나미가 갑자기 말했다.“설마 전설 속 유체 이탈의 경지에 오른 건가?”“유체 이탈이요?”제사장은 세나미를 바라보았다.“맞아. 우리 선생님께서는 능력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유체 이탈이 가능해서 백 리 밖으로도 갈 수 있다고 하셨어.”세나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그녀가 선생님을 언급하자 그 자리에 있던 제사장들은 모두 흠칫했다.세나미의 선생님이 설국 광명 신전의 제1 대신관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젠장, 저 자식 정말로 화진의 절정 강자인가 보네요!”다룬 제사장이 소리쳤다.절정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드리워졌다.그러나 윤구주는 오히려 웃었다.“설국 놈들 정말 너무 약하네. 절정 따위는 내게 아무것도 아니야.”윤구주의 말을 들은 설국인들은 전부 분노
“다들 물러나. 당신들은 이 화진 사람의 상대가 되지 않아.”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검을 뽑은 뒤 호통을 쳤고, 남아있는 광전사들과 제사장들은 세나미의 말을 듣고 뒤로 물러났다.세나미는 검을 꼭 쥐고 싸늘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오늘 당신의 상대는 나야.”세나미가 말을 마치자마자 두 장검에서 갑자기 기묘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한눈에 봐도 평범한 물건은 아니었다.설국 군신인 세나미의 두 검이 반짝이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절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윤구주는 덤덤한 눈길로 세나미를 바라보더니 차갑게 웃었다.“겨우 네가?”세나미는 윤구주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걸 알고는 코웃음을 쳤다.곧이어 은색 갑옷을 입은 설국 군신 세나미는 훌쩍 뛰어올랐고 동시에 그녀가 쥐고 있던 두 장검에서 무시무시한 불꽃이 눈부시게 뿜어져 나왔다.“염도결!”세나미가 외치자 두 검에서 일그러진 화염이 순식간에 길게 뿜어져 나왔다.검은 섬뜩하게 빛나면서 뜨거운 화염과 함께 윤구주를 베려고 했다.역시나 설국의 군신다웠다.그녀의 공격은 화진의 절정 삼중천의 강자와 맞먹을 정도였다.특히 그녀가 들고 있는 핏빛의 검은 보기 드문 보물이었다.핏빛의 검이 뜨거운 화염과 함께 허공에서 내려와 윤구주를 공격하려고 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녀가 안중에도 없었다.비록 세나미의 실력은 절정 삼중천과 엇비슷한 정도였지만 사상이나 오악, 육도 수준의 절정 강자도 윤구주 앞에서는 맥을 못 췄으니 세나미는 말할 것도 없었다.검이 날아오는데도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살짝 튕겼고 쿵 소리와 함께 금색 빛줄기 두 개가 세나미의 장검을 공격하며 쾅쾅 소리를 냈다.세나미는 윤구주의 공격에 충격을 받고 허공에서 날아갔다.그렇게 수십 미터쯤 물러나서야 그녀는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지면이 쩌적 소리를 내면서 갈라졌다.검을 쥔 세나미의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뼈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손목에서 전해졌고, 정령 같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
윤구주가 단칼에 수많은 광전사들을 죽이자 다룬 제사장뿐만 아니라 세나미 역시 표정이 어두워졌다.윤구주가 이렇게 강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다들 조심해! 이 건방진 놈은 신급 경지인 것 같아!”다룬 제사장이 외쳤다.신급 경지라는 말에 광전사들은 더는 방심할 수 없었다.그들은 곧바로 입으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주문을 읊자 그들의 피부에서 빛이 나면서 곧 동공에서 야수와도 같은 난폭함이 날뛰기 시작했다.그것은 설국의 유명한 수화술이었다.수화라는 것은 광전사들로 하여금 야수처럼 변하게 하는 술법이었다. 그들은 수화를 통해 야수와도 같은 힘과 속도를 가지게 되고 공격력도 한 배 더 증가하게 된다.“죽이자!”수화를 한 광전사들은 다시금 윤구주를 향해 덤벼들었다.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윤구주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윤구주는 또 한 번 손가락으로 검을 만들었고 무시무시한 검기가 다시 한번 광전사들을 공격했다. 그가 매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여러 명의 광전사들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처절한 비명과 앓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윤구주는 자신에게 덤비는 자들을 모두 죽였다.설국 병사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연민이 전혀 없었다.그들이 먼저 죽음을 자초했기 때문이다.감히 화진의 영토를 침범하다니?게다가 화진의 백성들을 괴롭히다니?그런 자들이 죽지 않으면 누가 죽어야 한단 말인가?잠시 뒤 백여 명의 설국 광전사들이 윤구주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새하얗던 눈밭은 이미 핏빛으로 물들었고 시체는 산더미처럼 쌓였다.“젠장! 저 화진 놈 너무 강해요! 우리가 같이 덤벼야 해요!”다룬 제사장이 입을 열었고 다른 네 명의 제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갑시다!”다섯 명은 빠르게 움직여 전투에 참여했다.설국 제사장은 화진의 술법 수련자들과 비슷했다.그들은 술법을 수련하여 여러 가지 신통한 술법을 부렸다.다섯 명의 제사장은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들었다. 순간 쿵 소리와 함께 잿빛 하늘에 검은 소용돌이가 생겼다.소용돌이가 생기자 다룬 제사장이
‘뭐라고? 4,000여 명의 설국 전사들을 죽였다고?’윤구주의 말을 들은 순간 다룬 제사장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물었다.“설마... 네가 우리 설국의 진영 다섯 개를 전부 파괴했다는 거야?”“그래!”윤구주는 패기 넘치게 인정했다.“그... 그... 그게 가능해? 어떻게 혼자서 우리의 수많은 설국 정예군들을 죽일 수 있지?”다룬 제사장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말했다.“흥, 벌레만도 못한 설국. 당시 낭파산 전투에서 설국의 백만 정예군이 우리 화진 병사들의 손에 죽었다. 그러니 겨우 4,000명은 아무것도 아니지.”윤구주의 말에 검은색 망토를 입은 다룬 제사장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수염까지 덜덜 떨렸다.“이 건방진 놈! 감히 우리 설국 땅에서 이토록 횡포를 부리다니, 죽고 싶은가 보구나!”6년 전의 낭파산 전투는 설국의 가장 큰 치욕이었다.특히 당시 윤구주는 혼자서 검 하나를 들고 설국 수도까지 쳐들어와 설국의 문무백관들 앞에서 전임 설국 국주를 단칼에 죽였었다.마지막에 국제중재 센터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설국이 토지를 할양하고 배상금을 내지 않았더라면 설국은 아마 6년 전 멸망했을 것이다.그런데 윤구주가 그러한 과거를 언급했으니 설국 제사장인 다룬은 당연히 참을 수가 없었다.다룬 제사장이 윤구주를 공격하려는데 붉은색 머리카락에 정교한 갑옷을 입은 세나미가 결국 나섰다.“다룬 제사장, 물러나!”다룬 제사장은 내키지 않는 얼굴로 윤구주를 힐끗 바라보더니 소매를 휘날리면서 뒤로 물러났다.다룬 제사장이 물러나자 세나미는 그제야 파란 눈동자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묻지. 당신은 대체 누구지? 무엇 때문에 우리 설국 병영에 쳐들어와서 우리 병사들을 죽인 거야?”“그들 모두 죽어 마땅한 놈들이니까!”윤구주는 당당하게 대꾸했다.“빌어먹을! 내가 당신을 죽이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 거야?”세나미도 윤구주가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했다.“세나미 아가씨, 저 화진의 건방진 놈을 죽입시다!”“맞아요, 세나미 아가씨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명령을 내릴 때, 설산 꼭대기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윤구주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드디어 왔네.”그는 그렇게 말한 뒤 갑자기 합장을 했고, 반경 백여 리의 천지 원기가 모두 그의 몸에 흡수되었다.천지 원기를 모두 흡수한 뒤 윤구주는 그 자리에서 쿵 일어났다.“저것 봐요! 저 자식이 일어났어요! 우리를 발견한 걸까요?”“제기랄, 당장 잡아야 해요! 도망치게 놔두면 안 돼요!”산 아래, 세나미가 이끌고 온 광전사 부대는 윤구주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가 도망칠 거라고 예상했다.그러나 그들이 말을 마치자마자 윤구주는 빠르게 움직여서 높은 설산 위에서 내려와 바닥에 착지했다.쿵!그의 두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대지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그 광경에 설국의 광전사들 모두 충격에 빠졌다.그들은 오랫동안 전쟁터를 누볐고 또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광전사였지만, 윤구주가 높은 설산 위에서 그대로 뛰어내려서 그들 앞에 착지하는 순간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구주의 잘생긴 얼굴이 그들 앞에 나타났을 때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의 싸늘한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세나미의 뒤에 있던 북극 늑대는 으르렁대면서 발톱으로 바닥을 긁었다.마치 언제든 윤구주를 공격할 듯이 말이다.“드디어 왔네.”윤구주는 천천히 말하더니 시선을 들며 번뜩이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의 광전사들은 또 한 번 당황했다.“말투를 들어보니 화진 사람이에요!”“빌어먹을, 화진 사람이 왜 우리 설국 영지에 나타난 걸까요? 게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광전사들이 하나같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가 드디어 앞으로 나섰다.“당신은 누구야? 왜 우리 설국 진영에 멋대로 쳐들어온 거지?”세나미의 질문을 들은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설국 만이족들은 내 신분을 알 필요가 없어.”설국 만이족이라니!윤구주의 말을 들은 광전사들은 그 순간 모두 분노했다.추운 지역인 설국은 줄곧 다른
세나미 일행이 두 번째 진영에 도착했을 때, 똑같이 파괴당한 설국 진영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세나미는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폐허가 된 병영을 보고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그녀의 뒤에 있던 광전사들 또한 비분에 찬 표정을 지었다.국경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은 모두 설국의 정예군들이었다.그런데 적이 누군지도 알지 못한 채 그들의 진영 두 개가 파괴되었다. 설국인들로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세나미 아가씨, 큰일입니다! 전방에 또 파괴당한 진영이 있습니다!”이때 또 하나의 비보가 들려왔다.이내 파괴당한 다섯 개의 설국 진영 모두 세나미가 이끌고 온 부대에 발견되었다.겨우 30분 사이, 세나미 일행은 무려 다섯 개의 파괴당한 설국 진영을 발견한 것이다.특히 마지막 진영은 대형 진영으로 2,000여 명에 달하는 설국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곳이었다.그 진영은 설국 정예군으로 이루어졌으며 화포, 기관총 등이 갖춰진 진영이었다.그러나 그곳의 건물들은 모두 무너졌고 땅은 갈라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땅을 찢어버린 듯 그곳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게다가 무기들마저 전부 산산이 조각나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이러한 상황에 설국 군신인 세나미는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빌어먹을! 대체 누가 우리 설국 전사들을 죽인 거지?”그녀의 붉은 머리가 바람에 마구 휘날렸다. 그녀가 뿜어대는 엄청난 살기가 그녀를 한 마리의 야수처럼 보이게 했다.주변에 있던 제사장들과 광전사들 역시 모두 눈이 벌게졌다.죽은 사람들은 설국의 정예군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아우!이때 갑자기 거대한 몸집을 가진 북극 늑대가 울부짖었다.그렇게 울부짖은 뒤 북극 늑대는 피에 굶주린 눈빛으로 멀리 있는 설산을 바라보았다.“북극 늑대 왕이 적을 발견했다. 모두 날 따라와!”세나미는 어렸을 때부터 북극 늑대 왕을 타고 다녔기에 누구보다도 설국의 맹수인 북극 늑대를 잘 알고 있었다.북극 늑대 왕은 굉장히 똑똑해서 위험한 기운이거나
설국 제사장은 몇 번이나 연락을 해보았지만 전화는 통하지 않았다.심상치 않은 상황에 다룬 제사장은 서둘러 아름다운 세나미를 향해 말했다.“세나미 아가씨,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세나미는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우리 주둔지에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졌나 보네. 내 명령을 전해. 더 빠르게 주둔지에 도착할 수 있게끔 지금부터 속도를 높이도록!”“네!”세나미는 명령을 내린 뒤 곧바로 두 다리로 북극 늑대 왕의 몸통을 찼고 거대한 몸집을 가진 북극 늑대 왕은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더니 눈보라를 가르며 빠르게 달렸다.눈보라 속.윤구주에게 가장 처음 소멸당한 주둔지는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이때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가 폭풍우 속에서 들려왔다.잠시 뒤 세나미를 태운 거대한 북극 늑대 왕과 그들의 뒤에 있던 설국 광전사 부대들이 눈보라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1번 진영은?”입을 연 사람은 다룬 제사장이었다.그는 폐허를 바라보면서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젠장, 우리 주둔지가 파괴당한 것 같은데요?”다른 제사장이 빠르게 앞으로 나오더니 이미 초토화되어 버린 땅과 폐허가 된 주둔지를 바라보고 당황했다.세나미는 북극 늑대 왕 위에서 뛰어내렸다.눈앞의 폐허가 된 설국 병영과 눈에 깊이 파묻힌 설국 병사들의 시체를 본 순간, 세나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세나미 장군님, 큰일입니다. 적이 우리의 주둔지를 습격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가 감히 우리 설국 병영에 쳐들어와서 우리 병사들을 죽인 걸까요? 이곳은 화진과 접하고 있는 국경 지역이니 혹시 화진에서 몰래 병사를 파견해 우리 병사들을 급습한 걸까요?”한 제사장이 입을 열었다.“말도 안 돼요! 화진의 국경 지역에는 병사들이 2,000여 명밖에 없어요. 그들이 어떻게 감히 우리 병영을 공격하겠어요?”다룬 제사장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장기간 국경 지역에 주둔한 경력이 있는 다룬 제사장은 화진의 국경수비대가 겨우 2,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세나미 곁에 있던 네 명의 제사장 또한 싸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 보였다.주위는 고요했고 오직 눈보라만이 거세게 몰아칠 뿐이었다.고요함 속에서 북극 늑대 왕의 거친 숨소리를 제외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이러한 상황은 거의 십 분가량 이어졌다.결국 한 제사장이 입을 열었다.“세나미 씨, 이 주변에는 위험이 없는 듯합니다.”세나미는 마치 군신처럼 북극 늑대 왕 위에 도도하게 앉아 있었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대꾸했다.“말도 안 돼. 내 북극 늑대는 최고의 영수야. 얘가 위험을 감지했다는 건 적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의미해.”그녀의 말을 들은 다른 제사장이 말했다.“하지만...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세나미는 파란 눈동자로 차갑게 잿빛 하늘을 바라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건 한 가지 상황만을 의미해.”“무슨 상황이요?”곁에 있던 제사장들은 궁금한 듯 물었다.“적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그녀의 말을 들은 제사장들은 비록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다들 코웃음을 쳤다. 이곳은 설국의 국경 지역인데 누가 감히 이곳에 잠복한단 말인가? 게다가 그들의 광전사 부대는 다른 나라의 정예군을 만난다고 해도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세나미가 너무 의심이 많고 걱정이 많다고 생각했다.설국의 광전사 부대가 경계 태세를 취하자 팔십 킬로미터 밖에 있던 윤구주는 의아함을 느꼈다.윤구주의 신념술을 일반 강자들은 느낄 수 없었다.절정 수준의 강자라고 해도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그런데 북극 늑대 왕이 그걸 감지한 것이다.신념으로 북극 늑대 왕을 확인한 윤구주는 갑자기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짐승에 불과한 것이 감각은 아주 기민하네.”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신념을 거두어들이더니 설국 광전사 부대를 무시하고 다시 눈을 감고 수련하기 시작했다.윤구주가 신념술을 거두어들이자
설국 광전사들은 세나미가 음식과 물을 유목민에게 나눠주라고 하자 다들 다시금 넋이 나갔다.“장군님, 이 사람들은 적국의 유목민들입니다. 게다가 다른 나라도 아니고 화진의...”한 병사가 말했다.그런데 그가 입을 떼자마자 세나미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순간 그의 뺨 위로 붉은 손바닥 자국이 남았다.“내 말 못 알아듣겠어?”세나미가 싸늘하게 말했다.거대한 몸집을 가진 광전사는 더는 말대꾸하지 못했다. 겁을 먹은 그는 황급히 말했다.“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장군님!”말을 마친 뒤 그는 곧바로 뒤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다들 뭘 넋 놓고 있어? 어서 물과 음식들을 이 유목민들에게 나눠주도록 해!”설국 병사들은 물과 음식들을 꺼내서 가련한 유목민들에게 건넸다.음식을 다 나눈 뒤 정령 같은 세나미는 그제야 풀려난 유목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들 이제 집으로 돌아가. 명심해.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우리 설국 땅에 발을 들이지 마!”풀려난 유목민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말문이 막혔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세나미를 바라보았다.“정, 정말 저희를 풀어주시는 겁니까?”세나미가 말했다.“그럼! 이제 가봐도 돼!”유목민들은 얼빠진 얼굴로 서로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세나미를 향해 짧게 감사 인사를 한 뒤 곧바로 도망쳤다.유목민들이 떠나는 모습을 확인한 뒤 세나미는 그제야 다시 최전방으로 돌아갔다.“출발!”그녀는 명령을 내리자마자 빠르게 움직여 북극 늑대 왕의 몸 위로 다시 올라탔다.팔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윤구주는 그 광경을 신념으로 포착했다.윤구주는 비록 팔십 킬로미터 밖에 있었지만 이미 전성기 실력을 회복한 그는 신념으로 모든 걸 볼 수 있었다.그래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을 풀어주는 걸 본 순간,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저 설국 여자는 꽤 좋은 사람이군. 우리 화진 사람을 죽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만약 우리 화진인 한 명을 죽였다면 나도 똑같이 설국인 한 명을 죽였을 테니까.”그렇게 말한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