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채은이 막 가자마자, 소천홍이 서재 안에서 분노하며 욕설을 퍼붓는 것이 들려왔다.“때려죽일 계집애, 천한 계집애, 자기가 정말 주세호를 알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야?”“화가 나 죽겠네!”쨍그랑!방 안에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와, 소천홍이 이번에 상당히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빠, 화 푸세요! 그 계집애는 어차피 오래 날뛰지 못할 거예요. 일단 그년이 조 도련님한테 시집만 간다면, 우리는 소씨 가문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거예요!”소진욱이 입을 열었고, 그제야 소천홍은 점차 분노를 억눌렀다.그러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네 말이 맞아! 하지만, 나는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대체 그 계집애가 어떻게 주세호 같은 큰 사람을 알게 됐을까?”“아빠, 제 추측으로는 아마 도련님 때문인 것 같아요!”“조성훈?”“맞아요!”“아빠, 생각해 보세요. 중해 그룹이 DH 그룹 같은 거물과 접촉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 외에, 누가 그런 자격을 가질 수 있겠어요?”소천홍도 그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도련님의 뜻이라 하더라도, 주 회장님은 왜 우리에게 그 천한 계집애를 감금하지 못하게 했을까?”그러자 소진욱은 턱을 문지르며 천천히 대답했다.“제 추측으로는 도련님께서 채은이를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걔를 벌할까 봐 두려운 거고요.”소천홍이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뭔가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그래! 그래! 도련님이 그런 사랑꾼인 줄은 몰랐네!" ...윤구주는 주 씨 저택에서 돌아온 후, 스카이 가든에서 조용히 지냈다.옆에는 검은색 마스티프가 있었는데, 그것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윤구주의 곁에 얌전히 엎드려 있었다.“소채은"에 관해 윤구주는 주세호가 나서면 그녀는 틀림없이 자유를 되찾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기에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었다.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윤구주의 온몸이 움직였다. 그 순
그녀는 기억을 잃은 그가 이런 낯선 곳에 있으면, 틀림없이 머리 없는 파리처럼 마구 뛰어다니리라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윤구주는 그녀가 빌린 별장에 가만히 있었다.윤구주도 소채은을 보고 웃었다.“저 안 갔어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하하, 잘했어요! 참 똑똑하네요. 저를 기다릴 줄도 아시고! 만약 도망갔었다면, 저는 책임지지 않았을 거예요.”소채은은 가방을 살짝 내려놓으면서 말했다.“우리 까망이, 나 보고 싶었지?”가방을 내려놓고, 소채은은 서둘러 마스티프 쪽으로 달려가 큰 머리를 문질렀다.그러자 마스티프가 윤구주의 곁을 향해 자리를 옮겼다.“구주 씨, 전에는 고마웠어요.”소채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윤구주에게 말했다.“뭐라고요?”윤구주는 어리둥절했다.“이제 구주 씨라고 부를게요. 이름이 윤구주라고 하지 않았나요?”“...”‘화진의 군신이자 9주의 왕인 내가, 이 어린 계집애에게 구주 씨라고 불린단 말인가? ? ?’“구주 씨, 전에 저를 풀어주신 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 대신 그 조씨 성을 가진 멍청한 놈을 호되게 혼내준 것도 말이에요!”소채은은 다시 한번 짧게 말했다.그러자 윤구주도 더 소채은이 자신을 어떻게 부르는지 개의치 않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별일도 아닌데요, 뭐!”“하지만, 그 멍청한 조 씨 놈은 흠은 당하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반드시 나쁜 짓을 하려고 들 거예요. 저는 그 사람이 틀림없이 구주 씨한테 복수할까 봐 걱정돼요!"소채은은 갑자기 또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구주 씨, 아니면 제가 돈을 좀 줄 테니 도망가는 건 어때요?”‘뭐?’“도망을 가요?”윤구주는 처음으로 누군가 자신에게 이 두 단어를 말하는 것을 들었다.“네! 그 조씨 성을 가진 악당은 강성의 부잣집 2세예요! 구주 씨가 비록 그 사람을 때리기는 했지만, 그 사람은 결코 쉽게 구주 씨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구주 씨가 빨리 도망쳐서 괴롭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물론 소채은은
그러나 소채은은 윤구주의 입가의 띤 웃음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우리 강성에서 으뜸가는 갑부, DH 그룹 알죠? 게다가 그 주세호는 재산 20조 원의 부자잖아요!!!”“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꿈에도 내가 DH 그룹의 회장님을 알게 될 줄은 몰랐어요.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들은 주 회장님께서 나를 알 뿐만 아니라, 또 내가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얼마든지 찾아오라고 하더라고요!”“구주 씨,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그러자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그리 이상할 건 없는 것 같은데요!”“헐, 이상하지 않다고요? 기억상실증이라 강성 최고 갑부가 뭔지 모르는 거예요? 20조 원 재산의 부자가 뭔지도요?”말을 끝내고 소채은은 자신의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이층집 보이죠? 만약 주세호의 재산을 현금으로 환전한다 치면, 그건 이 이층집을 다 채우고도 남을 정도예요. 이제 이해하겠어요?”윤구주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됐어요, 됐어.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한테 내가 뭘 말해.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하는데!”소채은은 윤구주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보기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이 '자동차 정비공'은, 어떻게 해도 조 단위 돈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아무튼, 난 오늘 정말 행복해요. 강성의 제일 갑부를 알게 되어서 말이에요! 만약 이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자유롭게 구주 씨를 만나러 올 수 없었을 거예요!”그러더니 그녀는 갑자기 소파에 앉아 양손에 아름다운 턱을 짚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구주 씨, 말해봐요, 이 DH 그룹의 주세호 회장님이 왜 나를 알고 싶어 하는 걸까요?”“혹시 내 용모가 너무 아름다워서?”한쪽에 서 있던 윤구주는 이 말을 듣고, 입 안에 머금고 있던 물을 뿜었다.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소채은은 예쁜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왜 뿜어요? 왜, 설마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몸매가 부족한가? 아니면 주세호 회장님께 어울리지 않
소채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그때, 윤구주가 물었다.“그런데 문제는, DH그룹에서 누가 채은 씨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잖아요?”그러자 소채은은 얼굴에 교활한 웃음을 띠었다.“아직 이해 못 했어요?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지금 내가 DH그룹 눈에 들었다는 겁니다. 비록 그들이 왜 갑자기 나를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그 이유는 우리 집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모르는 거예요!”“그 말은?”“헤헤.”소채은은 다시 못된 웃음을 지었다.“내 말은 아주 간단해요. 아무나 가짜 상대를 찾아서 그가 DH그룹 회장님의 아들이나 친척이라고 말하면 되지 않겠어요?”“뭐요? 가짜를 찾는다고요?”윤구주는 순식간에 어이가 없어졌다.“그래요!”“생각해봐요, 어차피 우리 소씨 가문 식구들도 지금 모두 어리둥절해 있어요. 아무도 DH그룹이 왜 나를 찾아왔는지 모른다고요, 제 그 음험하고 악랄한 큰아버지를 포함해서 말이죠. 만약 DH그룹의 아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들도 감히 믿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소채은을 총명한 수를 생각해냈다.그리고 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었다.‘이 여자가 정말, 중해그룹 조성훈한테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군. 뜻밖에도 가짜를 만들어낼 생각까지 하다니. 하지만 그 생각 확실히 좋아 보이긴 하네. 중해그룹은 주세호 씨의 DH그룹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같은 레벨이 아니니까!’“하지만, 문제가 있어요.”윤구주가 갑자기 물었다.“무슨 문제요?”“문제는 주 회장에게 아들이 없는 것 같아요!”이것만큼은 윤구주가 사실대로 말했다.“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소채은은 조금 의아해하며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윤구주는 턱을 문지르며 대답했다.“그냥 아무렇게 추측해본 거예요.”소채은은 더 깊이 추궁하지 않고, 달 모양의 눈썹을 찌푸렸다.잠시 후 그녀는 갑자기 눈동자를 또륵또륵 굴렸다.“아들이 없으면 아들을 만들 수 있잖아요!”“네? 아들을 만든다
‘뭐? 나더러 주세호 씨의 수양아들 행세를 하라고?’그 말에 윤구주는 하마터면 화가 폭발할 뻔했다.“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요...”“왜 아니에요? 이렇게 잘생기고, 키도 크고, 기품이 넘치니, 주 회장님 수양아들 역할에 구주 씨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그러더니 소채은은 윤구주를 살짝 잡아당겼다.“구주 씨,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네? 내가 구주 씨를 바다에서 구해냈으니, 구주 씨도 나한테 보답해야 하지 않겠어요? 제발요!”그녀가 애걸복걸하는 것을 바라보며 윤구주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이 9주의 왕더러 주세호 씨의 수양아들 행세를 하라고? 젠장! 설사 내가 그런 척하더라도 주세호 씨는 감히 아는 척 못 할 테지만...’그의 옆에서 소채은은 여전히 최선을 다해 윤구주에게 애원하고 있었다.“구주 씨,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그녀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요! 한번 연기해 줄게요. 나를 살려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예요!”“정말이요?”“네! 이번 한 번만!”소채은은 윤구주가 승낙하는 것을 듣고, 감격에 겨워 곧 벌떡 일어났다.“정말 고마워요, 구주 씨! 구주 씨는 내 구원자예요!”말을 끝내고 그녀는 직접 윤구주를 와락 안았다.소채은의 몸매는 아주 볼륨감이 있었는데, 윤구주는 안기자마자 바로 그녀의 가슴에 이는 파문을 감지했다!‘크잖아!’그러나 소채은은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즐거운 표정으로 윤구주를 안아본 뒤 손을 풀고 위아래로 윤구주를 훑어보았다.“쯧쯧, 역시 구주 씨 멋지네요! 그런데 이 옷뿐이에요? 얼른 근사한 새 옷 몇 벌로 갈아입어요!”“구주 씨, 기다려요, 내가 가방 가져올 테니까 조금 이따 우리 쇼핑센터로 가요, 이 누나가 구주 씨한테 맞는 멋진 옷을 골라줄 거니까요!”이렇게 말하며 소채은은 이내 가방을 들어 윤구주를 데리고 쇼핑하러 갈 준비를 했다. ...강성에서 가장 화려한 쇼핑센터 건물.두 명의 연예인 같은 미남, 미녀가 건물 안에서 걸어나왔다.아르
마지막으로 더 예를 들자면, 어떻게 부자 같은 고귀함을 드러낼 수 있는가 등등!“구주 씨, 잘 들어요, 구주 씨는 이미 강성 제일 갑부의 수양아들이 되었으니, 어떤 사람이든 안중에 둘 필요가 없어요!”“그리고, 구주 씨는 특히 늘 기품 있고, 실속 있게 행동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돈이있어야 합니다!”윤구주는 그녀의 말에 하마터면 또 화가 폭발할 뻔했다.‘이 여자가 감히 한때 200만 명의 강력한 군사를 장악했던 이 구주왕에게 기질을 가르치려 들어? 게다가 돈까지?!’두 시간 남짓한 세심한 가르침이 끝나자, 소채은은 목구멍에서 연기가 날 지경이었다.“구주 씨, 내가 가르친 거 다 알아들었죠?”윤구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들었으면 됐어요!”“그럼 이제 집으로 갑시다!”소채은은 곧장 자신의 가방을 들며 말했다.“지금 바로요? 너무 빠르지 않을까요?”“뭐가 빨라요? 내일모레 내가 조성훈 그 얼간이랑 결혼한다는 거 까먹었어요?”말을 마치자마자, 소채은은 이내 윤구주를 잡아당겨 집으로 돌아갔다.돌아가는 길.소채은은 또 한편으로 윤구주에게 당부했다.“제발 티 내지 말고 절대 들키지 말아요! 그리고, 기억해요. 말은 항상 아껴야 한다는 거! 무슨 할 말 있으면 내가 대신 말해줄게요!”“자, 이건 DH그룹의 상세한 상황, 그리고 족보예요. 모두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거니까 구주 씨는 빨리 다시 한번 숙지하고 외워요!”소채은은 핸드폰으로 찾아온 주세호의 가족 상황을 윤구주에게 일일이 건네며 말했다.그 바람에 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30분 후, 소채은은 윤구주와 함께 차를 몰고 소씨 저택으로 돌아왔다.앞에 있는 별장을 바라보며 소채은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그러더니 그녀는 윤구주를 보며 말했다.“구주 씨, 오늘 이 모든 건 구주 씨한테 달려 있어요!”“기억해요, 지금부터 당신은 더 이상 윤구주도 아니고, 더더욱 예전의 자동차 정비공도 아니고, DH그룹의 회장 주세호의 수양아들이라는 것을!”
넓은 서씨 저택 거실. 값비싼 양복을 입고, 마치 세가의 권위자 같은 모습을 한 윤구주는 그렇게 소채은의 곁에 서 있었다.소채은은 조금 긴장한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그녀는 침착하게, 침착하게, 반드시 침착해야 한다고 자신에게 암시하며 노력했다.반면, 오히려 윤구주는 매우 편안한 표정이었다.“구주 씨, 절대 잊지 말아요. 지금 구주 씨는 20조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주세호의 수양아들이라는 것을요. 절대 두려워하지 말고. 티 내지 마요.”그러자 윤구주는 싱긋 웃었다.‘농담도 참! 이런 작은 일에 두려움을 느낄 게 뭐가 있다고!’그녀가 나지막한 소리로 윤구주를 일깨우고 있을 때, 밖에서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소채은은 발소리를 듣자마자 부모님이 오셨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두운 얼굴로 들어오는 소청하, 천희수를 바라보며 재빨리 외쳤다.“엄마, 아빠!”그러나 소청하는 자신의 딸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들어오자마자 윤구주에게 시선을 돌렸다.“이쪽은 누구시냐?”소청하는 옷을 갈아입고 분위기가 확 달라진 윤구주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아빠, 저랑 같이 있던 사람이에요...”소채은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청하는 마침내 알아차렸다.“당신이야? 이제야 알겠군!”“이 망할 계집애, 누가 너더러 이런 짐승만도 못한 남자를 데려오라고 했어? 소채은, 너 정말 낯이 있기는 한거야? 어떻게 이 남자를 우리 소씨 저택에 데려오려고 해? 네 엄마랑 내가 화병으로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소청하는 윤구주를 알아본 후 단번에 펄쩍 뛰었다.그는 자신의 딸이 뜻밖에도 이 '짐승 같은 남자'를 데리고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아빠, 제 설명 들어봐요. 사실, 저희 둘은 오랫동안 사귀고 있었어요!”“뭐라고? 너희들... 너희들... 정말 같이 사귀었었어?”소청하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거의 기절할 뻔했다.천희수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채은아, 그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 이런 남자와 함부로
“아빠, 제 남자친구를 너무 얕잡아 보시는 거 아니에요?”“오늘 아침, 왜 강성의 제일 갑부인 DH그룹이 저를 찾아왔는지 아세요?”소채은의 말에 소청하는 단숨에 목구멍이 꽉 막힌 것 같았다.“그게 무슨 말이야...?”" “제 뜻이 아직 충분히 분명하지 않았나요? 엄마, 아빠, 제 남자친구는 사실 강성 제일의 갑부, DH그룹의 수양아들 윤구주예요!”천둥이 치는 듯 그녀의 폭탄 발언에 소청하와 천희수는 완전히 얼떨떨해지고 말았다.‘DH그룹의 수양아들? 윤구주?’ 다시 윤구주를 바라본 소청하와 천희수는 그만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그때, 윤구주도 마침내 입을 열었다.“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세요!”윤구주가 인사하는 것을 보고 소청하는 십여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정... 정... 정말 강성 제일의 갑부 주 회장님의 수양아들입니까?”윤구주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에잇취!”그와 동시에 저 멀리 윈워터힐스의 휘황찬란한 거실에 앉아 있던, 강성 제1의 갑부 주세호가 재채기를 했다!‘어울리지 않아!’순순히 인정하는 윤구주의 모습에 소청하는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곁에 있던 천희수도 눈이 휘둥그레진 채 서 있었다.만약 윤구주의 신분이 정말 강성 제일의 갑부 주세호의 수양아들이라면, 조성훈은 그에 비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었다.“채은아, 너 우리 속이는 거 아니지? 정말 그 주 회장님의 수양아들이야?”소청하는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어떻게 부모님을 속일 수 있겠어요?”“아빠, 제가 일찍이 말씀드렸죠. 아빠 딸은 일반적인 금수저한테 시집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서 제 팔자를 계산해 주셨던 것을 기억해요? 제가 구천봉황의 팔자라고 하셨어요. 이제 조금 믿으시겠어요?”소채은은 계속해서 허풍을 떨었고, 천희수는 또다시 침묵했다.그녀가 갓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확실히 사람을 찾아서 소채은의 팔자를 계산해 주었
”감옥에?” 천해가 잠시 놀라더니, 이내 억제할 수 없는 기쁨에 휩싸였다.윤구주가 목숨만 살려준다면 다른 죄목 따윈 문제되지 않았다.극 신급 절정 중기의 실력자라면 화진에서 윤구주 다음 가는 존재였다. 주인이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감히 그를 건드릴 자가 누구랴?백호만 찾아낸다면 그의 지위는 확고해질 터였다.“주인님께 솔직히 고하자면 당시 저희는 주인님이 사해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사대 군신을 노렸습니다.”“문아름이 청룡을 함정에 빠뜨려 관외의 제신법진으로 유인해 혼백을 빼앗고 나머지 셋 한테도 차례로 손을 댈 계획이었습니다.”윤구주를 제외한 문씨 가문이 가장 두려워한상대는 바로 청룡이었다.당시 청룡은 화진의 형법을 완전히 틀어쥐고 오직 윤구주만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국주 임정설조차 그에게 명령 한 줄 내리지 못할 정도였다.이 때문에 청룡을 말리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국주 임정설은 문씨 가문이 청룡을 공격할 때 현모와 주작은 보호했지만 백호는 우리 빙신전이 직접 손을 대 지켜내지 못했습니다.”윤구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내가 들은 바에선 청룡이 내 사해 사건을 알고 혼자 관외로 뛰쳐나가 열 국에게 복수했다더라. 그게 문아름의 계략이었단 말이냐?”천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네. 문씨 가문이 열 국의 고수를 모아 청룡을 공격하게 했지요. 결국 청룡과 열 국이 모두 부상을 입었고 문씨 가문이 그 틈을 타 청룡의 혼을 빼앗아 열 국의 국운을 무너뜨렸습니다.”“문씨 가문이 열 국의 국운을 무너뜨린 이유는 모르겠으나 문아름의 왕위 계승을 위한 발판이었을 겁니다. 큰 그림으론 문씨 가문이 이씨를 대신해 국주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헛소리 말아라! 내가 어린애로 보이느냐?”“문씨 가문은 곤륜의 꼭두각시다!”“그들이 권력을 잡으면 종맹이 화진을 갈가리 찢으려 든다는 계획이 성공할 거 아닌가!”주작이 칼날 같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천해가 손사래를 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주작 님! 저는 단지 객관적인
그 말인즉 혹시 몇 년 뒤 북라국이 다시 전쟁을 일으키면 윤구주는 북라국을 철저히 역사 속으로 보내 버리겠다는 뜻이었다.데이로는 이내 간담이 서늘해졌다.구주왕은 결코 자신이 뱉은 말에 전혀 에누리를 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하늘을 무너뜨린대도 이 남자가 말하면 믿을 수밖에......”데이로는 그 말에 의심을 표할 용기조차 없었다.“이 데이로가 북라국의 국주가 되겠습니다! 구주왕 님께 맹세컨대 제가 즉위한 후 절대 화진을 선제 공격하지 않겠습니다!”데이로는 더 이상 명장이라는 연연함에서 벗어나 푯말에 매달리지 않았다. 자칫 망설이기라도 하면 기회가 사라질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좋아 한번 믿는다.”“나도 약속하노라. 북라국이 본분을 지키는 한 화진은 영원히 너희와 전쟁하지 않겠다.”곧바로 준비된 금색 책봉 문서 위에 윤구주가 주술 부적으로 데이로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너를 북라국 친왕으로 책봉하는 바 왕의 예법으로 왕정을 세우고 오조용포를 입을 권한을 준다!”헉!졸지에 데이로는 큰 들숨과 함께 두 눈이 을방울처럼 켜졌다.북라국과 화진은 완전히 다른 문명을 가졌는 바 전혀 신룡의 도를 믿은 적이 없었다.“이제 막 맹세해 놓고 이내 후회하는 거야? 금인은 이미 찍혔어. 만약 지금 명을 거부하려고 한다면......”풍덩!윤구주의 눈초리가 날아가자 데이로는 순간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었다.“감히 그럴 생각 없습니다. 화진의 책봉은 제 영광입니다.”“... 그러지. 이 앞으로 두 나라가 평화롭게 지내길 바라노라.”“이미 진동왕한테 북역 1개 주의 군량 조달을 지시했으니 곧 북라국에 도착할 것이며 동시에 무역 관문을 개방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북라국으로 생필품을 공급하겠다.”“새 나라를 세울 테니 왕정의 장수 임명은 네가 결정하라. 친왕 작위는 세습 가능하지만, 부하에게 작위를 수여하는 권한은 없어. 북라국에 새로운 귀족이 태어나선 안 된다!”윤구주의 목소리에 위엄이 깃들었다.이 조건에 데이로는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그
하지만 윤구주의 의도에 대해 불만을 품을 수 없었다.모든 문제는 결국 북라국 국주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만약 상층 귀족들이 무도하지 않았다면 만약 그가 이미 귀족들에게 깊은 불만을 품지 않았다면 그리고 또 만약 그 국주가 정말 죽어 마땅한 자가 아니었다면 이 많은 경우가 다 아니었다면 데이로도 또 어떻게 윤구주의 꾀에 넘어갈 수 있으리.데이로는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을 떨쳐내려 애쓰며 무거운 마음으로 다가올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마음을 다잡은 데이로는 윤구주가 건넨 양다리를 받아 들고 짐승처럼 크게 베어 물었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잊고 지냈던 따뜻한 음식의 온기가 그의 메마른 감정을 조금씩 녹이는 듯했다.이를 지켜보던 현무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식사 시작!”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맛있는 음식이 쏟아져 나오고 커다란 나무통에 담긴 술이 병사들 앞에 놓였다.삼천 명의 병사들은 굶주린 맹수처럼 음식으로 달려들어 미친 듯이 먹기 시작했다. 며칠을 굶주린 듯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쑤셔 넣는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했다.그들의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보이는 눈은 퀭했지만 고기를 씹는 입가에는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섞여 흘러내려 그 짠맛을 더했다.단순히 맛있는 음식 때문만은 아니었다.그들은 북라국의 정예병이었지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전투와 굶주림에 지쳐있었다.전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렇게 풍성하고 따뜻한 음식을 먹어본 적이 또 언제었더라… … 척박한 땅에서 희망 없이 싸워온 그들에게 이 식사는 단순한 포만감을 넘어선 잊고 지냈던 인간적인 존중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한 줄기 희망과도 같았다.그 어디 병사들뿐이랴 북라국의 총사령관인 데이로마저 기나긴 시간 동안 이런 따뜻한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그는 묵묵히 고기를 씹으며 북받쳐 오르는 뜨거운 감정을 애써 삼켰다.그때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데이로 네가 국경에 주둔할 때 우리 진동왕과 여러 차례 전투를 벌
북라국 잔여병력은 주작의 손에 모조리 정리됐다.30여 명의 봉지 귀족들의 피범벅이 된 머리가 암부를 통해 데이로가 진을 친 설원으로 배달되었다.피투성이 머리 더미 앞에서 데이로와 3천 병사들은 심경이 착잡하기만 했다.오랜 억울함이 단번에 풀리는 듯한 후련함과 함께 이들의 원한을 대신 풀어준 이가 화진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윤구주의 의도는 불 보듯 뻔했다.데이로가 노골적인 회유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데이로는 3천 부하들의 의견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전투든 항복이든 사령관 님의 결정을 따르겠습니다.”단호한 답변만이 돌아왔다.데이로가 고민하던 중 황천관에 파견된 정찰병이 돌아왔다.화진 군이 포로 학살을 하지 않을 거란 사실은 알았으나 정찰병의 직접 보고를 듣자 병영 전체가 침묵에 휩싸였다.화진 군이 북라국 국경에 난민들을 위한 성채를 건설 중이며 포로들에게까지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였다.허무한 굴복은 원치 않았으나 부하들의 눈빛에서 이미 전의가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데이로가 갈등 속에서 침묵하던 그때 군영 중심에 윤구주의 모습이 홀연히 드러났다.구주왕!쿠궁!3천 병사들이 동시에 일어났다.경계와 경의가 뒤섞인 반응이었다.비록 적이지만 평민을 구한 자에 대한 존경이었다.“적이라 해도 약자를 보호하는 자는 존경받을 만할 터, 구주왕은 진정한 전사십니다.”데이로가 허리를 90도로 굽혔다.“구주왕 님을 뵙겠습니다.”“항복한 병사들을 살려둔 것에 감사를 표하는 건가?”“그런 이유라면 필요 없지.”“그들은 대부분 강제 징집된 평민일 뿐 화진의 어떤 장군이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윤구주는 북라국 병사들 한가운데로 걸어가 모닥불 옆에 주저앉았다.그의 손짓에 화진군이 줄을 지어 식자재를 운반해 왔다.구수한 고기냄새가 3천 병사들의 배고픈 창자를 두들겼고 침 삼키는 소리가 우레처럼 울렸다.모든 시선은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양갈비로 향했지만 움직이는 자는 없었다.“뭐 독이라도 탔을지 두려
진동왕은 해결할 방법이 없어 윤구주를 찾아가 이 일을 알렸다.“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북라국과 화진의 접경한 국경 주변에 도시 몇 개를 건설합시다. 우리 북역 삼주는 모두 곡물 생산이 많은 지역이라 백만 명을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우선 그들이 무사히 겨울을 나게 도와줘야겠네요. 북라국 국경 쪽은 광물이 많죠? 도시를 건설하면 공업을 발전시킬 수 있잖아요. 저는 몇 년 안에 국경이 번영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국경 무역만으로도 북라국 경제를 이끌 수 있을 것이에요.”윤구주가 말했다.진동왕은 윤구주의 말을 듣고 그가 북라국과 연합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진동왕이 윤구주의 결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북라국 경제를 일으켰다가 나중에 배신당할까 봐 걱정이었다. 북방 여러 나라들이 모두 배은망덕한 놈들이었기에 그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나쁜 것은 사람 마음이죠. 하지만 고통받는 것은 백성들 뿐입니다. 백성들이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합니까? 전쟁의 목적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입니다. 제가 북라국 귀족들을 완전히 없애고 은혜를 아는 군주를 북라국의 국주로 세우면 미래에 북라국은 우리 화진 최고의 협력자가 될 것입니다. 아저씨 걱정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곡물은 모두 우리 화진에 있으니 화진이 흥하면 북라국도 흥할 수 밖에 없죠. 두 나라의 이익이 하나가 되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고 그들을 괴롭히는 귀족들도 사라졌는데 누가 자신의 밥그릇을 깨려 하겠습니까?”윤구주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좋아. 그럼 모든 것을 네 명령대로 할게. 지금 바로 우리 화진 북역 삼주에서 곡물을 운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함께 기초 시설을 건설해야겠어.”진동왕이 중얼거렸다.진동왕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말에 윤구주는 누군가를 떠올렸다.“상인을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강성의 주세호를 불러오세요. 제 사람이니 믿고 쓸 수 있어요.”“주세호?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주 회장님인가? 이 둘이 같은 사람이었어?.”진동왕이
영원히 환생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충성스럽게 나라를 지키다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데이로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쏜살같이 달려 나가 북라국 국주를 땅바닥에 내던졌다.“건방진 놈. 이 천민이 뭘 하려는 거야?”북라국 국주는 항상 횡포를 부리던 터라 데이로가 감히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내가 뭘 하겠냐고? 전쟁은 너희가 일으켰는데 우리가 전선에서 피를 흘리며 희생하고 너희는 편안하게 즐기기만 했잖아. 이기면 명예와 땅, 보석은 모두 너희 것이고 지면 죽는 건 우리 천민뿐인데 이 승패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우리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저주받아야 하냐? 북라국은 조만간 너희들 손에 망할 것이야. 그러니 나는 천하를 뒤집어볼 것이다.”데이로는 분노에 찬 주먹을 휘둘러 북라국 국주의 머리를 날려버린 뒤에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주먹을 한 방 또 한 방 휘둘러 지금까지 참아온 분노를 마구 쏟아냈다. 분노를 모두 쏟아낸 데이로는 완전히 무너졌고 하늘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막막함으로 가득했다.그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데이로의 삼천 명 형제들이 달려와 으깨진 북라국 국주의 시체를 짓밟았고 어떤 이들은 그의 살점을 뜯어먹기까지 했다.데이로는 이제야 모두가 북라국 귀족들에게 불만이 가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북라국 백성들은 귀족으로 인한 고통을 오랫동안 겪어왔지.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때가 된 것을 본 빙신전 부전주가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무슨 뜻이냐? 우리 북라국이 너희 빙신전을 위해 일하길 바라는 거냐? 내 눈에서 너희와 아사 신전은 다를 바 없다. 네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 지난 몇 년간 우리 북라국 백성들을 해친 건 바로 너희들이야.”데이로는 부전주를 노려보며 자신의 실력이 부족함을 한탄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손을 썼을 것인데.“말 잘했네. 빙신전과 아사 신전은 모두 한통속이야. 곁에 있는 대국을 본받고 가까이하는 것이 정확한 길이다.”빙신전 부전주가 웃으며 말했다
데이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국면을 역전시켜 북라국을 부흥시키고 싶었다. 끝까지 이렇게 버틸 수만은 없었다. 개혁하지 않고 신들을 타도하지 않으면 결국 나라가 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이 나라에서 데이로 같은 천민 출신은 영원히 출세할 길이 없었다.절망의 그림자가 모든 사람을 덮쳤고 모든 전사는 긴 전투에 지쳐 있었다. 윤구주가 그들을 추격하지 않아도 이 눈 덮인 숲만으로도 그들을 죽일 수 있었다.데이로가 고민에 빠진 그때 빙신전의 부전주가 도착했다.하늘에서 내려온 빙신전 부전주 곁에는 반쯤 얼어 죽은 것 같은 북라국 국주가 있었다.삼천 명의 전사들은 즉시 정신을 차렸고 갑자기 나타난 자가 빙신전의 신임을 알고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데이로는 이 신을 마지막 희망으로 삼았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현재 아사 신전의 지원군은 보이지 않았지만 빙신전과 연합하면 다시 반격할 수 있을 것이다. 화진이 황천관을 점령하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틈을 타서 갑자기 공격하면 패배를 역전시킬 수도 있다.“저는 데이로입니다. 북라국 총사령관으로서 신을 뵙습니다. 국주님...”데이로는 국주가 왜 빙신전 사람과 함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재 가장 급한 일은 전쟁이었기에 국주를 잠시 제쳐두었다.“야, 말해, 내가 방금 너한테 뭐라고 했지?”빙신전 부전주가 국주를 한 번 훑어보자 국주는 겁에 잔뜩 질린 채 존재감을 낮추었다.그는 부전주가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데이로를 대할 때는 국주의 위엄이 다시 돌아왔다.“건방지구나, 데이로. 내가 언제 너를 북라국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느냐? 너는 고작 작은 단장일 뿐이야. 네가 이분을 참배할 자격이 있느냐? 예법에 따라 엎드려 대답하라.”이 말을 들은 데이로는 이 노골적인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할 뻔했다.국주의 말은 사실이었다. 총사령관은 허위적인 직위였고 데이로는 단장에 불과했다. 이것이 북라국 천민 출신의 장수가 얻을 수
한 번의 술법으로 빙신전 부전주를 날려버린 주작은 약간 당황했다.‘이런 인물은 곤륜에서도 강자로 꼽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가 있지? 게다가 방금 그 역겨운 미소는 또 무슨 뜻이었나? 그리고 빙신전 부전주가 대체 왜 북라국 국주를 데리고 있지?’하늘 위에 있는 북라국 국주는 너무 추워 얼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주작이 누군지 몰랐지만 그녀가 빙신전 부전주를 때리는 것을 보고 즉시 주작에게 구원을 요청했다.“이봐! 나는 북라국 국주야. 어서 나를 호위해라.”“그게 뭔 개소리야?”주작이 그를 죽이려는 순간 정태웅의 연락이 도착했다.“누님, 저하께서 도망친 북라국 귀족들을 암살하라고 하셨어요. 위치는 이미 보냈으니 얼른 가보세요.”“저하가 황천관에 도착하셨니? 그럼 거긴 내가 필요 없겠네. 그보다 저하께 왜 빙신전 놈들이 북라국 국주랑 같이 있냐고 물어봐 줘.”주작은 의혹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이때 빙신전 부전주가 초라한 모습으로 날아오더니 비굴한 태도를 보였다.“주작님! 저는 지금 당신들과 같은 편입니다. 저하께서 제게 북라국 국주를 데려오라고 명령하셨습니다.”“뭐라고? 미친 거 아니야? 어디서 개소리를 지껄여? 우리 저하께서 어떻게 너희 빙신전과 협력할 수 있겠냐.”주작은 엄청난 목소리로 외치며 바로 결전을 벌이려 했다.이때 윤구주의 전음이 도착했다.“당황하지 마라. 이 녀석은 우리에게 투항해 지금 내 노예가 되었다. 아직은 쓸 데가 있으니 잠시 목숨을 붙여두고 우리 화진을 위해 속죄하게 하라.”이 말을 들은 뒤에야 주작은 기세를 거두었다.“보세요, 제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죠? 저는 지금 당신들과 한 편입니다. 전 이제는 곤륜의 가짜 신이 아닙니다. 오늘부터 저도 화진 사람입니다!”빙신전 부전주가 서둘러 말했다. 주작은 윤구주의 휘하 군신으로 화진에서 지위가 높으니 그녀를 잘 보좌하는 것이 옳았다.“입 다물어. 너 같은 놈이 우리 화진 사람이 되겠다고? 이건 우리 화진의 피를 더럽히는 짓이다. 그리고 너는 우리 저하의 노예
북라국을 완전히 누르려면 데이로처럼 애국심이 강하고 시비를 분명히 하는 사람을 국주로 세워야 후환을 없앨 수 있다.“구주왕, 당신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북라국의 총사령관입니다. 누구든 항복할 수 있지만 저는 항복하면 안 됩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맞서 싸울 것입니다.”데이로에게 항복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는 이를 악물고 말을 마친 후 수천 명의 호위병을 이끌고 북라국 안으로 돌아갔다.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데이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고 있었다.총사령관이 물러나자 나머지 북라국 전사들은 완전히 중심을 잃었고 항복하면 무죄라는 한 마디에 거의 백만 명이 무기를 내려놓았다.데이로는 수천 명의 호위병을 이끌고 성공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눈 덮인 숲속으로 사라졌다.“하, 거참. 저하, 일부러 그런 거죠?”정태웅이 어느새 윤구주 옆에 와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너 뭐라고 했어? 예의 없이.”윤구주는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정태웅을 시멘트 구덩이로 날려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왕이 후방 대군을 이끌고 황천관에 도착했다.그가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북라국의 항복한 병사들을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짓는 것이었다.이 평민들은 지금까지 배고픔에 시달렸고 7일 동안 배불리 먹지 못했다.북라국은 심한 눈 폭풍을 겪었고 각지의 귀족들은 군대에 들어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며 그들을 전쟁터로 데려왔다.백만 명의 평민을 위해 동시에 밥을 짓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었다.“저하, 일부러 데이로를 놓아준 건가요?”이때 도착한 현모가 물었다.“데이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윤구주는 현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명장답습니다. 전쟁이 이 지경까지 왔고 이렇게 열세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우리 군에 일정한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병사를 거느리는 능력은 우리 화진에서도 장군의 직위를 받을 만합니다.”현모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