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였다.그는 무쇠와도 같은 팔로 조성훈의 팔을 부여더니 아무 표정 없이 말했다.“털끝이라도 건드려 봐. 죽여버릴 테니까.”“나를 죽인다고?”팔을 잡힌 조성훈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트렸다.“젠장, 네가 뭔데 나한테...”조성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구주는 팔을 들더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중해 그룹 도련님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사람은 저만치 튕겨 나갔다.튕겨 나간 몸은 문에 부딪혀 문을 구멍 내고는 바깥으로 떨어졌다.이 광경을 목격한 소채은은 넋을 잃었다.밖에 서 있던 보디가드조차 전부 눈이 휘둥그레졌다.“성훈 도련님!”조성훈이 피투성이로 튕겨 나오자 그들은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가 부축했다.조성훈의 입은 피범벅이었고 너무 아파서 얼굴이 일그러졌다.부축을 받고 일어난 조성훈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화를 냈다.“개 같은 자식,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다 붙어. 저 잡것을 내가 오늘 무조건 죽이고 만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조성훈 옆에 서 있던 여섯 일곱 명의 보디가드가 일제히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별장에서 “쿵, 쿵, 쿵”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10초도 안 되는 사이에 하나둘씩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왔다.자세히 보니 다 조성훈이 데려온 경호원였다.재수 없는 놈들은 전부 손이 부러지지 않으면 다리가 부러졌다.그들을 그렇게 튕겨 나가 바닥에 쓰러진 채 비명을 질렀다.자기가 데려온 여섯 일곱 명의 보디가드가 10초도 안 되는 사이에 다 심하게 맞고 튕겨 나오자 이번엔 조성훈이 넋을 잃었다.별장 안에 있는 소채은도 이미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소채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과도 같은 윤구주를 쳐다봤다.‘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지? 기억을 잃은 차량 정비 엔지니어 맞아?’소채은이 아직 답답해하고 있는데 윤구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서워하지 마요. 내가 있는 한 당신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이렇게 말하고는 빠르게 바깥으로 나왔다.소채은도 몇초 멍해 있더니 곧장 따라서 나왔다.그
“아빠, 내 말 좀 들어봐요. 진짜 그런 적 없어요...”소채은은 다시 한번 오해를 받을까 봐 최대한 해명했다.“아직도 설명할게 남았어? 그럼 말해봐. 이 남자 도대체 누구야? 왜 너와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냈는지, 지금은 왜 너희 집에 있는 건지 말이야.”소청하가 손가락으로 윤구주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소채은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망할 놈의 계집애, 잘 들어. 엄마는 너 때문에 어제 저녁만 해도 두 번이나 쓰러졌어.”“그리고 소 씨 집안도 너 때문에 중해 그룹과 완전히 틀어졌고.”“만약 아직도 소씨 성을 쓰고 싶으면 당장 고분고분 따라와.”“만약 계속 이 외간 남자와 있겠다고 한다면 다시 소 씨 집안 문턱을 밟을 생각을 말거라.”소청하는 이렇게 호통을 치더니 자리를 떴다.소채은은 어찌했으면 좋을지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윤구주를 보더니 결국 눈물을 뚝뚝 떨구며 가족들과 떠나려고 했다.“잠깐만요.”이때 윤구주가 입을 열었다.윤구주가 갑자기 말하자 소 씨 집안사람들이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돌아봤다.“너 이 새끼 뭐 하자는 거야?”소청하는 윤구주를 보며 화를 주체하지 못해 치를 떨었다.윤구주가 천천히 걸어오더니 물었다.“뭘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왜 아버지가 돼서 딸에게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협박하는 거예요?”이 말을 들은 소청하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화를 내기 시작했다.“네가 뭔데 여기서 날 교육하려 들어?”“내가 뭔지 알 필요는 없어요.”“그냥 이 말만 해주고 싶어요. 몇 푼도 안 되는 돈을 바라거나 집안을 위한답시고 딸의 행복을 망친다면 언젠간 후회하게 될 거라고요.”윤구주가 천천히 말했다.소청하가 듣더니 웃음을 터트렸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뭘 안다고 지껄여? 우스워서 정말.”“채은아, 가자.”소청하는 소채은을 끌고 억지로 차에 오르려 했다.소채은도 핍박에 못 이겨 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
강성시에서 DH 그룹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DH 그룹이 강성시 최고 재벌인 것 외에 남부 창용 부대를 뒷배로 두고 있다는 걸 더 잘 알고 있었다.그중 절반 이상의 거래는 군부대와 협력하고 있었다.지금 강성시에서 제일 번화한 시내 중심에 위치한 고층빌딩이 DH 그룹 본사였다.88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이다.이때 한 택시가 DH 그룹 앞에 멈췄다.차 문이 열리고 웅장한 체격에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윤구주가 보였다. 그는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렸다.그는 고개를 들어 DH 빌딩을 한번 보더니 빌딩 안으로 걸어갔다.빌딩 밖에는 슈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DH 그룹은 반은 군수 기업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들어가는 사람을 엄격히 제한해야 했다.윤구주가 문 앞에 도착하자 매끈한 슈트를 차려입은 경호원이 그를 향애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여긴 외부 인원의 참관을 금지하는 구역입니다. 물러나 주세요.”윤구주가 경호원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사람을 찾으러 왔어요.”“사람을 찾는다고요? 죄송합니다.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경호원이 재차 말했다.이 말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경호원을 난감하게 하지 않았다. 이렇게 큰 회사가 외부인을 통제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당신들 사장님 주세호를 만나러 왔는데 들어갈 수 없나요?”윤구주가 다시 한번 말했다.경호원은 윤구주가 사장님의 이름을 대자 그를 다시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윤구주를 보며 경호원이 잠깐 고민하더니 물었다.“혹시 저희 사장님과 아는 사이신가요?”“아니요. 하지만 이 물건을 건네주면 저를 알 거예요.”윤구주는 이렇게 말하며 몸에 지녔던 구주 영패를 경호원에게 전했다.경호원이 멈칫하더니 윤구주에게서 영패를 건네받았다.“이게 뭐죠?”“주세호 씨한테 보여주면 알 거예요.”경호원이 어리둥절해 있는데 갑자기 먼 곳에서 경적이 들려왔다.뒤를 돌아보니 빨간색 마세라티 오픈카가
주안나를 보자마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아가씨, 안녕하세요!”“표 집사님, 저희 아빠는요?”주안나는 다가가 노인에게 물었다.그러자 주씨 가문 집사인 표태훈은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주 회장님은 여전히 안에서 빈소를 지키고 계십니다!”“하, 표 집사님, 말해주세요, 도대체 아빠는 누구 빈소를 지키고 계시는 거예요? 왜 며칠째 회사 일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 대신 빈소를 지키고 있는 거냐고요.”그 말에 표태훈이 피식 웃었다.“아가씨,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주안나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우리 화진 9주 중 제일로 가는 군신이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다는 소식, 아가씨도 들었죠?”‘아!’주안나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당연히 알고 있죠! 그분은 오직 한 사람이 군대 역할을 도맡아 하며 여러 해 동안 우리 화진을 침공한 10개국의 야심을 물리쳤고, 더욱이 한 번의 전쟁으로 10개국을 핍박하여 정전협정을 맺게 했잖아요. 이런 전설적인 영웅을 화진 사람으로서 어찌 모를 수 있겠어요?”“그럼 아가씨도 더 잘 아시겠네요. 우리 화진 9주의 군신이 비록 10개국의 침략을 막았지만, 그분은...”표태훈이 다시 입을 열었고, 그 말을 들은 주안나는 그제야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그러니까 표 집사님의 뜻은, 저희 아빠가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게 바로 그 9주의 군신이라는 말씀이세요?”“맞습니다!”표태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도 우리 DH 그룹이 오늘날의 위치에 올라선 건 전부 그 9주의 군신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시, 우리 주씨 가문이 군부와의 합작에 참여할 것을 그분이 승낙하지 않았다면, 아마도...”주안나는 DH그룹의 사람으로서, 회사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 말을 듣고 난 후, 그녀는 단번에 깨달았다.“저 알았어요! 어쩐지 아빠가 회사 일도 돌보지 않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군신의 빈소를 지키고 있던 거였군요!”한숨을 푹 내뱉은
아빠가 이렇게 넋이 나간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주안나는 서둘러 말했다.“이 영패는 회사 입구에 있는 한 젊은이의 것이에요!”“젊은이? 무슨 젊은이?”“저야 모르죠! 저도 경비원한테 들은 게 다예요, 그 젊은이가 아빠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 물건을 아빠한테 드리면, 아빠가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될 거라면서요!”그 말을 듣던 주세호의 머릿속이 갑자기 “쿵”하며 진동했다.그리고 1분이 지난 뒤, 주세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빨리 말해줘,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니?”“회사 앞에 있어요!”“어서, 어서, 어서 그 사람한테 나 좀 데려다줘!”주세호는 미친 듯이 사무실을 뛰쳐나갔다.남겨진 주안나는 이 광경에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아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냥 새까만 철판 아니에요? 아빠 표정이 왜...”...윤구주는 지금 어이가 없었다.자신의 9주의 영패를 본래 주세호에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한 여자가 실수로 가져갔으니 말이다.게다가 출입문을 지키는 경비원의 입을 통해 알아낸바, 그 영패를 가져간 사람은 바로 주세호의 딸, 주안나라고 한다.현재 영패도 실수로 남에게 전해졌지, 더군다나 경비원이 말하기를 주세호도 며칠째 본사에 오지 않는다고 하니 윤구주는 잠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길가에 서서 윤구주는 택시를 타고 스카이 가든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바로 그때, 롤스로이스 팬텀 한 대가 랜드로버 차량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DH 그룹 입구에 도착했다.“끼익!”고급 차가 멈추자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내 차 안에서는 순간 열댓 명의 경호원이 나왔고 뒤이어 강성의 제일 갑부, 주세호가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그의 딸 주안나도 함께 말이다.“아빠, 이 사람이 그 젊은이예요, 철로 된 영패가 바로 이 사람 것이에요.”주안나는 매끈하고 긴 두 다리를 뽐내며 차에서 내린 뒤, 입구에 서 있는 윤구주를 가리키며 말했다.시선이 윤구주에게 닿은 순간, 주세호는 또 몸을 흠칫 떨었다.비록 한 번도 9주
서재에 도착해, 주안나도 안에 들어서려 했지만, 주세호가 바로 말했다.“안나야, 그리고 모두 먼저 밖에서 기다려! 나는 귀빈과 단둘이 얘기해야겠으니!”“네.”주안나는 시무룩해져 눈을 치켜뜨고 윤구주를 노려보았다.‘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아빠가 이렇게 극진히 대하시는 거야?’그렇게 윤구주는 주세호를 따라 그의 개인 서재로 들어갔다.서재에 들어선 후.윤구주는 서재 정중앙에 놓여있는 위패를 발견했다.구주왕의 위패 말이다!윤구주는 곧바로 다가가 묵묵히 위패를 오랫동안 응시했다.“저하! 이 소인의 절을 받으소서!”‘철퍼덕’하는 소리와 함께 재산을 20조 원이나 소유한 강성 제일의 갑부인 주세호는 윤구주의 뒤에서 무릎을 꿇었다.그러나 윤구주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담담히 물었다.“내가 누구인지 아십니까?””알다마다요! 사실, 비록 소인 한 번도 저하를 뵙진 못했지만, 9주의 영패가 저하의 증표라는 것은 압니다! 하늘 아래, 저하를 제외한 그 누구도 9주의 영패를 소유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무릎을 꿇고 앉은 주세호는 전전긍긍하며 대답했다.윤구주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일어서세요!”“네!”주세호는 일어서면서도 가슴 벅찬 감격을 감추지 못해 몸을 떨었다.“이 위패는, 당신이 나를 위해 모시는 것입니까?”윤구주는 위패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렇습니다!”“마음 썼네요!”“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소인은 저하께서 살아계신 줄 모르고...”주세호는 서둘러 해명했다. 그러자 윤구주가 고개를 저었다.“세인들은 모두 나 윤구주가 죽은 줄로만 알지 이건 모르죠. 내가 사실 살아있었다는 걸요!”“주세호 씨, 혹시 내가 왜 아직도 살아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습니까?”주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윤구주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의 눈빛에서는 싸늘한 추위가 마구 뿜어져 나왔다.“10국의 전쟁, 그 어떤 것이라도 언급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왕 모든 사람이 내가 죽었다고
주세호는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하! 소인 소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상관없습니다! 내가 알기로 이 소씨 가문은 강성의 작은 가문일 뿐이거든요. 그리고 이 일도 소씨 가문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뒤이어 윤구주는 소채은네 가문의 일을 짧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주세호는 그 말을 들은 후 단숨에 알아차렸다.“그렇게 된 것이군요! 저하, 그럼 소인이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바라십니까?”주세호가 서둘러 묻자 윤구주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소씨 가문은 돈을 얻기 위해 딸의 행복도 돌보지 않고 남과 혼인시키려 합니다. 나는 주세호 씨가 사람을 보내 그 여자를 꺼내주기를 바랍니다. 소씨 가문이 조금도 그 여자를 난처하게 만들어서는 안 돼요! 만약 누군가 그 여자를 감히 건드리려 한다면 반드시 죽이세요!”“알겠습니다. 소인 명 받들겠습니다. 부디 마음 놓으세요. 제가 곧 해결하러 가겠습니다!”그의 말에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제가 뭐 더 해드릴 게 있을까요?”그러자 윤구주는 손사래를 쳤다.“다른 것은 잠시 필요 없습니다. 단지 내 신분을 비밀로 하고 앞으로는 삼촌이라고 부를 테니 나를 먼 친척으로 여기세요.”‘엥? 삼촌?’삼촌이라는 말에 주세호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저하... 이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제가 어찌 삼촌으로...”주세호는 얼굴에 울상을 지었고 윤구주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괜찮습니다!”그렇게, 윤구주는 주세호의 먼 친척이 되었고 강성 제일 갑부는 그의 삼촌이 되었다!한편 서재 밖.길고 매끈한 다리로 서 있는 주안나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그의 아빠 주세호는 빈소를 지키며 연속 며칠 동안 회사의 그 어떤 일도 돌보지 않았다.뒤이어 갑자기 한 낯선 사람이 나타나서는 주세호를 혼비백산으로 만들어놓았다.‘내가 알던 아빠 맞아?’아름다운 눈빛으로 방을 살피던 주안나는 옆에 있던 집사, 표태
강성, 소 씨 저택.소채은은 데려져 온 이후로 줄곧 방에 갇혀 있었다.밀폐된 방에서는 한 여자의 목소리만 들렸다.“채은아, 너 엄마 화병으로 죽게 하려고 작정했지? 말해봐, 왜 그랬어? 왜 낯선 남자랑 휴가를 갔느냔 말이야. 그리고 그 남자를 네가 세 든 집에 데려가기까지 해?”목소리의 주인공은 소채은의 엄마, 천희수였다.“그 남자는 대체 누구야? 너희들 언제부터 같이 있었어?”천우희가 윽박지르며 묻는 것을 듣자, 소채은은 억울함이 몰려왔다.“엄마, 내가 이미 말했잖아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니까요? 사귄 적도 없어요! 그 사람은 단지 내가 바다에서 구출해 온 낯선 사람일 뿐이에요!”“얘가 인제 와서 엄마를 속이려고 해?”천희수는 몹시 화가 났다.“채은아, 엄마가 어렸을 적부터 지켜봐 온 너는 그렇게 거짓말을 좋아하는 나쁜 여자애가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됐어?”천희수는 계속해서 쓴소리했고 소채은은 단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좀 제대로 봐봐, 너 지금 온 집안이 미움을 사게 했어. 게다가 중해 그룹 성훈 도련님까지 때렸으니, 말해봐, 이제 어떡할 거야?”“엄마, 이건 내 탓이 아니에요! 누가 그 사람더러 그렇게 심하게 남을 괴롭히라고 했나요?!”소채은은 작게 중얼거렸다.“심하게 괴롭혔다고? 도련님은 네 약혼자야. 그런데도 어떻게 네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엄마, 엄마는 저 조성훈이 어떤 놈인지 나보다 더 잘 알잖아요! 그러니 그 사람 대신 좋은 말 할 필요 없어요! 더구나, 나는 원래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저 가족을 위해서 마지못해 그와 결혼하기로 승낙한 거예요. 만약 그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나랑 파혼할 수 있어요!”말을 끝마치자마자 '쾅' 하고 방문이 열렸다!“이 망할 계집애야, 감히 파혼하겠다니? 어디 한 번 내가 네 다리라도 부러뜨려 줄까?”소채은의 눈에는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소청하가 보였다.천희수는 소청하가 들어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명령을 내릴 때, 설산 꼭대기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윤구주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드디어 왔네.”그는 그렇게 말한 뒤 갑자기 합장을 했고, 반경 백여 리의 천지 원기가 모두 그의 몸에 흡수되었다.천지 원기를 모두 흡수한 뒤 윤구주는 그 자리에서 쿵 일어났다.“저것 봐요! 저 자식이 일어났어요! 우리를 발견한 걸까요?”“제기랄, 당장 잡아야 해요! 도망치게 놔두면 안 돼요!”산 아래, 세나미가 이끌고 온 광전사 부대는 윤구주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가 도망칠 거라고 예상했다.그러나 그들이 말을 마치자마자 윤구주는 빠르게 움직여서 높은 설산 위에서 내려와 바닥에 착지했다.쿵!그의 두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대지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그 광경에 설국의 광전사들 모두 충격에 빠졌다.그들은 오랫동안 전쟁터를 누볐고 또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광전사였지만, 윤구주가 높은 설산 위에서 그대로 뛰어내려서 그들 앞에 착지하는 순간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구주의 잘생긴 얼굴이 그들 앞에 나타났을 때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의 싸늘한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세나미의 뒤에 있던 북극 늑대는 으르렁대면서 발톱으로 바닥을 긁었다.마치 언제든 윤구주를 공격할 듯이 말이다.“드디어 왔네.”윤구주는 천천히 말하더니 시선을 들며 번뜩이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의 광전사들은 또 한 번 당황했다.“말투를 들어보니 화진 사람이에요!”“빌어먹을, 화진 사람이 왜 우리 설국 영지에 나타난 걸까요? 게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광전사들이 하나같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가 드디어 앞으로 나섰다.“당신은 누구야? 왜 우리 설국 진영에 멋대로 쳐들어온 거지?”세나미의 질문을 들은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설국 만이족들은 내 신분을 알 필요가 없어.”설국 만이족이라니!윤구주의 말을 들은 광전사들은 그 순간 모두 분노했다.추운 지역인 설국은 줄곧 다른
세나미 일행이 두 번째 진영에 도착했을 때, 똑같이 파괴당한 설국 진영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세나미는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폐허가 된 병영을 보고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그녀의 뒤에 있던 광전사들 또한 비분에 찬 표정을 지었다.국경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은 모두 설국의 정예군들이었다.그런데 적이 누군지도 알지 못한 채 그들의 진영 두 개가 파괴되었다. 설국인들로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세나미 아가씨, 큰일입니다! 전방에 또 파괴당한 진영이 있습니다!”이때 또 하나의 비보가 들려왔다.이내 파괴당한 다섯 개의 설국 진영 모두 세나미가 이끌고 온 부대에 발견되었다.겨우 30분 사이, 세나미 일행은 무려 다섯 개의 파괴당한 설국 진영을 발견한 것이다.특히 마지막 진영은 대형 진영으로 2,000여 명에 달하는 설국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곳이었다.그 진영은 설국 정예군으로 이루어졌으며 화포, 기관총 등이 갖춰진 진영이었다.그러나 그곳의 건물들은 모두 무너졌고 땅은 갈라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땅을 찢어버린 듯 그곳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게다가 무기들마저 전부 산산이 조각나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이러한 상황에 설국 군신인 세나미는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빌어먹을! 대체 누가 우리 설국 전사들을 죽인 거지?”그녀의 붉은 머리가 바람에 마구 휘날렸다. 그녀가 뿜어대는 엄청난 살기가 그녀를 한 마리의 야수처럼 보이게 했다.주변에 있던 제사장들과 광전사들 역시 모두 눈이 벌게졌다.죽은 사람들은 설국의 정예군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아우!이때 갑자기 거대한 몸집을 가진 북극 늑대가 울부짖었다.그렇게 울부짖은 뒤 북극 늑대는 피에 굶주린 눈빛으로 멀리 있는 설산을 바라보았다.“북극 늑대 왕이 적을 발견했다. 모두 날 따라와!”세나미는 어렸을 때부터 북극 늑대 왕을 타고 다녔기에 누구보다도 설국의 맹수인 북극 늑대를 잘 알고 있었다.북극 늑대 왕은 굉장히 똑똑해서 위험한 기운이거나
설국 제사장은 몇 번이나 연락을 해보았지만 전화는 통하지 않았다.심상치 않은 상황에 다룬 제사장은 서둘러 아름다운 세나미를 향해 말했다.“세나미 아가씨,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세나미는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우리 주둔지에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졌나 보네. 내 명령을 전해. 더 빠르게 주둔지에 도착할 수 있게끔 지금부터 속도를 높이도록!”“네!”세나미는 명령을 내린 뒤 곧바로 두 다리로 북극 늑대 왕의 몸통을 찼고 거대한 몸집을 가진 북극 늑대 왕은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더니 눈보라를 가르며 빠르게 달렸다.눈보라 속.윤구주에게 가장 처음 소멸당한 주둔지는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이때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가 폭풍우 속에서 들려왔다.잠시 뒤 세나미를 태운 거대한 북극 늑대 왕과 그들의 뒤에 있던 설국 광전사 부대들이 눈보라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1번 진영은?”입을 연 사람은 다룬 제사장이었다.그는 폐허를 바라보면서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젠장, 우리 주둔지가 파괴당한 것 같은데요?”다른 제사장이 빠르게 앞으로 나오더니 이미 초토화되어 버린 땅과 폐허가 된 주둔지를 바라보고 당황했다.세나미는 북극 늑대 왕 위에서 뛰어내렸다.눈앞의 폐허가 된 설국 병영과 눈에 깊이 파묻힌 설국 병사들의 시체를 본 순간, 세나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세나미 장군님, 큰일입니다. 적이 우리의 주둔지를 습격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가 감히 우리 설국 병영에 쳐들어와서 우리 병사들을 죽인 걸까요? 이곳은 화진과 접하고 있는 국경 지역이니 혹시 화진에서 몰래 병사를 파견해 우리 병사들을 급습한 걸까요?”한 제사장이 입을 열었다.“말도 안 돼요! 화진의 국경 지역에는 병사들이 2,000여 명밖에 없어요. 그들이 어떻게 감히 우리 병영을 공격하겠어요?”다룬 제사장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장기간 국경 지역에 주둔한 경력이 있는 다룬 제사장은 화진의 국경수비대가 겨우 2,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세나미 곁에 있던 네 명의 제사장 또한 싸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 보였다.주위는 고요했고 오직 눈보라만이 거세게 몰아칠 뿐이었다.고요함 속에서 북극 늑대 왕의 거친 숨소리를 제외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이러한 상황은 거의 십 분가량 이어졌다.결국 한 제사장이 입을 열었다.“세나미 씨, 이 주변에는 위험이 없는 듯합니다.”세나미는 마치 군신처럼 북극 늑대 왕 위에 도도하게 앉아 있었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대꾸했다.“말도 안 돼. 내 북극 늑대는 최고의 영수야. 얘가 위험을 감지했다는 건 적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의미해.”그녀의 말을 들은 다른 제사장이 말했다.“하지만...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세나미는 파란 눈동자로 차갑게 잿빛 하늘을 바라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건 한 가지 상황만을 의미해.”“무슨 상황이요?”곁에 있던 제사장들은 궁금한 듯 물었다.“적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그녀의 말을 들은 제사장들은 비록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다들 코웃음을 쳤다. 이곳은 설국의 국경 지역인데 누가 감히 이곳에 잠복한단 말인가? 게다가 그들의 광전사 부대는 다른 나라의 정예군을 만난다고 해도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세나미가 너무 의심이 많고 걱정이 많다고 생각했다.설국의 광전사 부대가 경계 태세를 취하자 팔십 킬로미터 밖에 있던 윤구주는 의아함을 느꼈다.윤구주의 신념술을 일반 강자들은 느낄 수 없었다.절정 수준의 강자라고 해도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그런데 북극 늑대 왕이 그걸 감지한 것이다.신념으로 북극 늑대 왕을 확인한 윤구주는 갑자기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짐승에 불과한 것이 감각은 아주 기민하네.”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신념을 거두어들이더니 설국 광전사 부대를 무시하고 다시 눈을 감고 수련하기 시작했다.윤구주가 신념술을 거두어들이자
설국 광전사들은 세나미가 음식과 물을 유목민에게 나눠주라고 하자 다들 다시금 넋이 나갔다.“장군님, 이 사람들은 적국의 유목민들입니다. 게다가 다른 나라도 아니고 화진의...”한 병사가 말했다.그런데 그가 입을 떼자마자 세나미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순간 그의 뺨 위로 붉은 손바닥 자국이 남았다.“내 말 못 알아듣겠어?”세나미가 싸늘하게 말했다.거대한 몸집을 가진 광전사는 더는 말대꾸하지 못했다. 겁을 먹은 그는 황급히 말했다.“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장군님!”말을 마친 뒤 그는 곧바로 뒤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다들 뭘 넋 놓고 있어? 어서 물과 음식들을 이 유목민들에게 나눠주도록 해!”설국 병사들은 물과 음식들을 꺼내서 가련한 유목민들에게 건넸다.음식을 다 나눈 뒤 정령 같은 세나미는 그제야 풀려난 유목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들 이제 집으로 돌아가. 명심해.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우리 설국 땅에 발을 들이지 마!”풀려난 유목민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말문이 막혔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세나미를 바라보았다.“정, 정말 저희를 풀어주시는 겁니까?”세나미가 말했다.“그럼! 이제 가봐도 돼!”유목민들은 얼빠진 얼굴로 서로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세나미를 향해 짧게 감사 인사를 한 뒤 곧바로 도망쳤다.유목민들이 떠나는 모습을 확인한 뒤 세나미는 그제야 다시 최전방으로 돌아갔다.“출발!”그녀는 명령을 내리자마자 빠르게 움직여 북극 늑대 왕의 몸 위로 다시 올라탔다.팔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윤구주는 그 광경을 신념으로 포착했다.윤구주는 비록 팔십 킬로미터 밖에 있었지만 이미 전성기 실력을 회복한 그는 신념으로 모든 걸 볼 수 있었다.그래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을 풀어주는 걸 본 순간,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저 설국 여자는 꽤 좋은 사람이군. 우리 화진 사람을 죽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만약 우리 화진인 한 명을 죽였다면 나도 똑같이 설국인 한 명을 죽였을 테니까.”그렇게 말한 뒤
그 뒤로 그녀는 설국의 군신이라고 불렸다.지금 그녀는 설국의 국주와 결혼할 계획이라 이제 곧 설국의 가장 유명한 황후가 될 예정이었다.북극 늑대 왕을 타고 있는 세나미는 도도한 자태에 정령 같은 얼굴을 하고선 광전사 부대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국경 지역으로 향하고 있었다.“주둔지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더 걸려?”감미롭지만 차가운 목소리가 북극 늑대 왕을 타고 있는 세나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녀의 파란색 눈동자는 앞에 펼쳐진 회색빛 하늘을 서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곁에는 네 명의 노인이 있었는데 그 노인들은 광명 신전의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그들은 광명 신전의 제사장들이었다.질문을 받은 제사장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세나미 아가씨, 주둔지까지는 팔십여 킬로미터 정도 남아있습니다.”“박차를 가해야겠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주둔지에 도착해야 해.”세나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세나미 아가씨, 우리 설국의 땅을 침범했던 포로들은 행동이 너무 굼뜬데 전부 버리고 갈까요? 아니면 죽일까요?”제사장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그들의 뒤에는 실수로 설국 땅을 밟았던 유목민들이 손발이 묶인 채 눈밭을 힘겹게 걷고 있었다.그 유목민 중 대부분이 화진 사람이었다.그리고 대충 봐도 20여 명은 될 듯했다.그들은 설국 땅에 실수로 들어갔다가 설국 병사들에게 잡혔다.사실 유목민들은 죽을 뻔했는데 세나미는 전쟁은 전쟁일 뿐, 무고한 민간인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어느 나라든 똑같았다.제사장이 화진의 유목민들을 죽이겠다고 하자 세나미는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것이냐?”그녀의 말 한마디에 제사장은 서둘러 몸을 숙이며 말했다.“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그렇다면 저 유목민들을 잘 챙기도록 해! 영원히 명심해야 할 거야. 전쟁터에서의 일은 전쟁터에서 해결해야 해. 감히 무고한 민간인들을 죽이는 놈들은 그 자리에서 법에 따라 처단할 것이다!”세나미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고 제사장은 서둘러
윤구주에게서 팔십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서는 설국 병사들이 기세등등하게 그가 있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그 설국 병사들은 윤구주가 죽였던 병사들과는 완전히 달랐다.그 병사들은 모두 기골이 장대하고 근육이 탄탄했다.게다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동물 가죽 하나만 걸치고 있었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상체를 드러내놓고 있었다.그들은 현대의 화기를 들고 있지 않고 다들 섬뜩하게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었다.약 600명 정도 될 듯한 병사들은 책 속에서나 볼 법했던 거인처럼 보였다.게다가 자세히 보니 그들의 동공에는 모두 피에 굶주린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그들이 바로 설국에서 가장 유명한 광전사들이었다.설국 광전사들은 설국에만 있는 독특한 부대였고, 설국의 가장 강한 광명 신전 출신들이었다.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설국의 남아들은 태어난 뒤 모두 광명 신전의 검사를 받게 되는데 검사에 합격하면 신전으로 가서 일당백의 광전사로 길러진다고 한다.그 광전사들은 용감무쌍하다고 한다.당시 제1 제국의 가장 강한 특수부대원들을 상대할 때, 광전사 한 명이 특수부대원 열 명을 상대했다고 한다. 만약 상대가 평범한 군인이었다면 혼자서 백 명도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게다가 광전사들의 몸에 어떤 술법이 걸려있는지는 몰라도 그의 몸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단단하여 일반적인 총이나 칼은 그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다고 한다.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설국의 광전사들은 화진의 병사들을 꽤 많이 죽였다.그런데 이때 흑여산맥의 국경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광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광전사로 이루어진 부대 앞에서 갑자기 섬뜩한 늑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시선을 들어보니 깜짝 놀랐다.온몸이 흰색 털로 뒤덮인 아주 큰 북극 늑대의 왕이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설국은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이었고 설국의 북극 늑대는 아주 유명했다.그런데 그 북극 늑대 왕이 이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심지어 그 북극 늑대 왕은 털이 흰 눈처럼 하얬고,
그러나 윤구주가 말했다.“네 탓을 하려던 건 아니야. 너 보고 떠나라고 한 건 내가 따로 할 일이 있기 때문이야.”“따로 할 일이 있으시다고요?”유기철은 당황했다.“그래. 그러니 이만 돌아가.”윤구주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유기철은 윤구주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윤구주가 혼자 이곳에 남아있어도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걸 알고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저하께서 먼저 가보시라고 하셨으니 일단 병영으로 돌아가서 저하를 기다리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는 윤구주를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그러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유기철이 떠났다.밖은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고 바람 또한 휘휘 소리를 내면서 불고 있었다.부지면적이 수만 제곱미터에 달하며 2,000여 명의 병사들이 있는 설국 병영은 폐허가 되어 버렸다.윤구주는 덤덤한 눈길로 병영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그 순간 그의 두 눈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고, 동시에 그는 신념술을 사용하여 반경 수십 킬로미터를 전부 뒤덮었다.신념술을 사용하자 근처 설산 위에 있던 천지의 원기가 갑자기 사면팔방에서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역시 이곳은 아주 좋아! 천지의 원기가 기산보다도 더 풍부해!”윤구주는 두 눈을 반짝이면서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사실 윤구주가 유기철에게 먼저 떠나라고 한 이유는 이곳에서 아주 짙은 천지의 원기를 느꼈기 때문이다.예전에 구음만상결을 수련했을 때 윤구주는 완벽히 성공하지는 못했다. 기산 마궁의 천지 원기가 너무 희박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끊임없이 이어진 흑여산맥과 상쾌한 공기, 거기에 아주 짙은 천지 원기까지.순수한 천지 원기가 있었기에 윤구주는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수 있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 수련에 성공한다면 윤구주의 실력은 몇 배나 더 성장할 것이다.윤구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제일 높은 설산 위에 섰다.그 설산은 아주 가파른 산이었다.윤구주는 그곳에 착지한 뒤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는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고 곧 체내에서
윤구주의 반산술이 시작되자 진영의 대지가 갑자기 금이 가기 시작하며 여러 갈래로 찢어졌던 틈들이 지면으로부터 우지직거리며 전부 벌어지고 따라 수많은 진영 건축물이 무너지기 시작하며 갈라진 틈으로 떨어졌다.곧이어 윤구주가 큰 손으로 땅을 향해 다시 한번 내리누르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수십 미터나 되는 지면의 한 조각이 그의 손에 쥐어지면서 허공에 떠 있었다.지면을 잡고 있던 윤구주는 잔혹한 눈길로 밑에 있는 설국 사병들을 향해 소리쳤다.“죽어라!”수십 미터나 되는 대지가 우르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진영을 전부 부숴버렸다.그 위력에 수십 리가 되는 지면이 전부 흔들리기 시작했고 심지어 뒤에 있는 산들까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눈앞에 있던 군사 진영은 윤구주의 반산술에 의해 바로 파멸되어 버렸고 설국의 사병들, 장군들, 심지어 갑탱크랑 전쟁 무기들까지 전부 포함하여 최후의 폭발 소리와 함께 모두 파멸되었다.흔들림이 몇 분간 지속되다가 드디어 완전히 잠잠해졌고 2천여 명이 지키고 있던 이 군사 진영은 이렇게 눈앞에서 윤구주로 인해 완전히 초토화되었다.이제 이 설국 군사 진영의 모든 것들이 윤구주의 반산술에 인해 철저히 뒤덮였다.대전이 끝난 후,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군사진영과 윤구주의 반산술에 묻혀버린 설국 사병들의 시체를 바라보던 유기철은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다섯 번째 설국 진영을 파멸시킨 후 윤구주는 허공에서 날아내려 폐허 속에 서 있었다.“저하의 위엄! 저하는 정말 대단하십니다!”유기철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어 금방 내려와 서 있는 윤구주에게 엎드려 절을 하며 말했다.“여기가 몇 번째 진영이더냐!”윤구주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진영에 서서 유기철에게 물었다.“저하께 아뢰옵니다, 여기는 지금까지 저하께서 멸망시킨 다섯 번째 진영입니다.”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거의 다 됐어!”유기철은 윤구주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세상에나!윤구주는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연속 다섯 개의 진영을 포함한 4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