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채은은 옷을 갈아입고 멍해서 쓰러진 남자 곁을 지켰다.이 남자는 진짜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게다가 온몸으로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쓰러져 있지만 않으면 남신이 분명했다.“이 사람 도대체 누구지?”“왜 바다에 떠 있었던 거지?”“그리고 왜 간단한 손놀림만으로 소씨 가문 보디가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거지?”무수히 많은 의문이 소채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소채은은 이 남자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소채은은 침대맡에 누워 잠이 들었다.그때 소채은은 작은 움직임을 느꼈다.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떴다가 이내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어느새 기절했던 남자가 깨어 있었다.그리고 아주 올곧은 자세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이 광경을 보고 소채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고 경계 태세로 물었다.“당... 당신... 뭐하자는 거예요?”남자는 막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멍한 눈빛으로 다시 소채은을 쳐다봤다.“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죠?”매력 있는 목소리였지만 의문으로 가득 찬 말투였다.소채은이 얼른 대답했다.“저는 소채은이라고 해요. 제가 바다에서 당신을 구한 거예요.”“바다요?”남자가 다시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바다에 떠 있었던 거 기억 안 나요?”소채은이 귀띔했다.남자는 바다라는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갑자기 머릿속에 수많은 죽음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셀 수도 없는 시체들이 핏빛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보였다.매캐한 연기와 군함이 불바다 속에서 망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목 놓아 부르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그는 사방에서 까맣게 몰려오는 강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던 걸 떠올렸다.최후의 최후에 그는 사람들이 그를 향해 “구주왕... 구주왕...”이라고 외쳐대는 걸 들었다.“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칼로 가르고 침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하...”소채은은 한숨을 내쉬고는 윤구주를 힐끔 올려다봤다.“됐어요. 너무 잘생겨서 제가 끝까지 선심 쓸게요.”“어찌 됐든 간에 시내로 돌아가면 병원에는 데려가 줄게요. 치료받을 수 있게 노력해 볼게요.”“그래서 회복되면 내 가족에게 잘 설명해 줬으면 좋겠어요.”소채은이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지금부터 시내로 돌아갈 짐을 쌀 거예요. 먼저 여기서 티비 좀 보고 있어요. 아무 데도 가면 안 돼요. 알겠죠? 내 물건에도 손대지 말고요.”소채은은 낯선 남자에게 이렇게 당부하고는 윤구주에게 티비를 켜주었다.윤구주는 멍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티브이로 돌렸다.마침 티브이에서 죽음의 바다에서 일어난 10개국 간의 전쟁을 방송하고 있었다. 화면속을 가득 채운 전함에서는 까만 연기가 솟아올랐고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전투기가 날고 있었다.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뚫고 화진의 군사들이 10개국의 침략자들과 싸우는 장면이 윤구주의 눈에 들어왔다.이 화면이 윤구주의 머릿속에 박히면서 또 “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러면서 수많은 기억이 그의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구주왕, 그는 윤구주였다. 화진에서 종횡무진하는 9주 군신 윤구주.10개국 간의 전쟁은 서른 살도 안 되는 그가 최강의 경지에 접어들면서 다른 나라들이 벌인 침략 전쟁이었다.10개국에서 무서워하는 저승사자, 그들에게 난 벗어날 수 없는 악몽 같은 존재다.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10개국에서 100여 명의 최강 고수를 파견했고 10개국을 지키는 열세 명의 신급 강자들이 오로지 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그는 혼자서 한 개 군을 이끌고 10개국의 백만 대군을 맞섰고 결국 일곱 명의 신급 강자를 무찔렀다.허나 결국 여자 하나 때문에 패전하고 말았다. 그 여자는 바로 선우아름, 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였다.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는 대전이 끝날 무렵 윤구주에게 세상에서 제일 독하다는 기린 화독을 내렸고 그 화독이 심장을 공략한 바람에 윤구주는 10개
몇 분 뒤, 소채은이 짐 정리를 마치고 방에서 걸어 나왔다.기억 상실인 척하는 윤구주는 자연스럽게 목석처럼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저기, 기억 잃으신 분, 이제 갑시다.”소채은은 이렇게 말하더니 윤구주를 쳐다보지도 않고 짐가방을 들고는 밖으로 나가며 중얼거렸다.“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만 아니었으면 집안의 오해를 사는 일도 없었을 텐데. 이제 집에 가서 뭐라고 설명해요?”소채은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짐가방을 끌고 밖에 세워둔 하얀색 미니 쿠퍼로 향했다.짐가방을 트렁크에 실은 후 소채은이 말했다.“타요.”기억을 잃은 척 연기 중인 윤구주는 “네”라는 간단한 대답과 함께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차 안은 핑크로 장식했고 향기로웠다.앉자마자 소채은이 말했다.“아주 복받은 사람이네. 이 차에 한 번도 남자를 태워본 적이 없는데.”윤구주는 속으로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내로 갑시다.”소채은은 차에 시동을 걸었고 집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소채은은 운전하면서 노래를 들었다.옆에 앉은 윤구주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몸 안의 기운을 움직여 온몸에 난 상처를 천천히 치유하고 있었다.소채은은 드문드문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를 돌아봤다. 잘생긴 이목구비에 진한 눈썹과 맑은 눈동자, 어쩜 콧대도 높았다.‘기억을 잃지만 않았어도 진짜 남신이 따로 없는데. 이런 남자가 내 남친이면 진짜 괜찮겠다.’남자 친구는 무슨, 가족의 도구로서 곧 중해 그룹의 바람둥이와 결혼을 앞둔 마당에 자기의 행복을 선택할 자유는 없었다.소채은은 씁쓸하게 웃더니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차는 계속 앞으로 내달렸다.여기서 강성시까지 가려면 적어도 5시간은 걸렸다. 고속도로에 다 와 가는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차 앞쪽 엔진에서 큰 소음이 들려왔다. 그러더니 차에서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소채은은 깜짝 놀라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내려서 검사했다.보닛을 열자 까만 연기가 엔진에서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소채은은
그는 까만 연기를 뿜어내는 엔진과 회로판 내에서 전해지는 탄 냄새를 맡고는 바로 뭐가 문젠지 알아냈다.화진의 유일한 구주왕으로서 차가 퍼진 문제는 그에게 너무나도 작은 문제였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트렁크 쪽으로 걸어가 차에 상비된 스패너를 꺼내 나사를 뽑고 엔진 커버를 열었다.전화를 치던 소채은은 기억을 잃은 사람이 자신의 차 앞에서 이것저것 만지고 있으니 잠시 넋을 잃었다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뭐 하는 거예요?”소채은이 걸어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엔진 커버를 따는 윤구주를 쳐다봤다.“잉?”“지금 차 정비하는 거예요?”소채은이 궁금해서 다시 물었다.윤구주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이 차만 만졌다.2분 뒤 윤구주는 안에서 끊어진 두 개의 전선을 연결하고 말했다.“됐어요.”소채은은 더 멍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쳐다보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고쳤다고요? 진짜?”윤구주가 그저 “네”하고 대답만 할 뿐이었다.기억을 잃은 남자가 차를 고칠 줄 안다니, 소채은은 의문이 들었다.의문을 가진 채 소채은은 빠르게 차로 돌아가 시동을 걸었고 아니나 다를까 차는 시동이 걸렸다. 아까 엔진에서 나던 이상한 소리도 사라지고 더 이상 연기도 나지 않았다.확실히 고쳐진 차를 보며 소채은은 기뻐했다.“하하, 몰랐는데 차도 고칠 줄 아네요?”“혹시 전에 차량 정비하던 사람인가?”“?”윤구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전에 차량 정비공이었나보네.”소채은은 윤구주의 예전 신분을 거의 확정하듯 말했다. 윤구주는 어이가 없었다.그렇게 차는 윤구주에 의해 완전히 고쳐졌다.소채은은 다시 기분 좋게 운전해 윤구주를 데리고 시내로 향했다.가는 길에 소채은은 윤구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진짜 기술이 괜찮은데요?”윤구주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천하의 9주 군신이 차를 정비하는 엔지니어로 불리게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한 그림이었다.고속도로를 타자 소채은의 차는 속도가 붙었다.이때 뒤에서 패기 넘치는 군용차가
윤구주가 남부 부대의 차량을 보며 감개무량해하는데 소채은이 윤구주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물었다.“기억을 잃은 윤구주 씨,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윤구주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근데 그렇게 넋을 놓고 보고 있다고?”소채은이 다시 캐물었다.“그냥 익숙해서 뚫어져라 보는 거겠죠.”“익숙하다고요?”“기억을 잃은 사람이 남부 창용부대 차량을 보고 익숙할 게 뭐가 있어요. 혹시 전에 군인이었어요?”소채은이 캐물었다.그 물음에 윤구주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군인만 한 게 아니었다.윤구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채은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내가 봤을 때 당신은 그냥 차량 정비 엔지니어였을 거예요.”“시내로 돌아가면 꼭 큰 병원으로 데려가서 기억상실증 고쳐줄게요.”“기억 돌아오면 꼭 차 자주 고쳐주면서 보답해야 해요.”소채은의 말을 들으며 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었다.3시간 뒤, 드디어 소채은은 윤구주를 데리고 강성시로 돌아왔다.주변에 즐비하게 서 있는 고층 빌딩을 보며 윤구주는 침묵을 유지했다.소채은은 시내로 돌아오자 서란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채은아, 지금 어디야?”전화를 받자마자 서란이 냉큼 물었다.“베프”의 전화에 소채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나 이미 강성시로 돌아왔어. 서란아, 하나 물어볼게. 우리 집안과 아빠가 어떻게 내가 옛 본가로 간 일을 알고 있지? 혹시 네가 일러바친 거야?”소채은은 바보가 아니었다.“베프”와 통화를 하고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아빠가 사람을 데리고 옛 본가에 나타났다. 이걸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수화기 너머의 서란이 이걸 듣더니 다급히 해명했다.“채은아, 미안해. 아버님이 계속 보채서 말할 수밖에 없었어... 채은아, 내 탓 하는 거 아니지?”서란은 전화에 대고 불쌍한 척해댔다.소채은은 원래 화가 잔뜩 나 있었지만 “베프”가 먼저 승인하자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말했다.“됐어. 이번 일은 이렇게 넘기자. 네 탓한 적 없어.”“고마워, 채
소채은은 “베프” 서란과 통화를 마치고는 윤구주를 데리고 스카이가든으로 향했다.이 곳은 소채은이 세를 들어 지내고 있는 곳이었다.어릴 때부터 가족의 미움을 받고 지내던 그녀는 진작에 이사를 나와 자취하고 있었다.“드디어 돌아왔네.”소채은은 단지 안까지 운전해 한 별장 앞에 세우고는 차에서 내렸다.윤구주도 따라서 내렸다. 눈앞에 우뚝 솟은 단독 별장을 보고는 괜찮은 집이라고 생각했다.“저기, 기억 잃은 윤구주 씨, 잘 들어요. 집에 아직 남자를 들인 적이 없어요.”“그러니 이따 들어가면 아무데나 돌아다니면 안돼요. 알았죠?”윤구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소채은은 그렇게 짐가방을 들고 윤구주와 별장으로 들어갔다.별장의 도어락을 열자마자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소채은을 향해 덮쳤다.윤구주는 순간 표정이 변했고 손을 쓰려는데 소채은이 그 까만 물건을 안으며 즐겁게 불렀다.“까망아, 나 왔다.”소채은이 안고 있는 건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를 가진 체형이 거대한 검은 강아지였다.아니, 까만색 마스티프였다.마스티프는 소채은의 품에 안겨 머리를 부비적대더니 멍멍 짖기까지 했다.이 사나운 마스티프가 소채은에게만은 매우 친절하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까망아, 두날이나 못 봤는데 나 안 보고 싶었어?”소채은은 마스티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승냥이보다도 사납다는 마스티프는 지금 소채은의 품에 안긴 채 온순한 장난감 같았다.하지만 소채은의 뒤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성질을 내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봤다.까망이가 윤구주를 향해 으르렁대자 소채은이 재빨리 그를 당겼다.“까망아, 안돼. 저 사람은 우리 친구야. 알았지?”이 마스티프는 사람 말을 꽤 알아듣는 것 같았다. 주인이 이렇게 말하자 다시 차가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보더니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며 머리를 숙였다.소채은은 조금 더 까망이와 놀아주다가 그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됐어. 이제 알아서 놀아.”이렇게 말하자 마스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문 앞에 서서 세상에서 공격성이 제일 강한 견종인 마스티프를 쳐다봤다.마스티프는 낮은 소리로 으르렁댔다. 음침한 두 눈은 언제든 윤구주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그저 실눈을 뜨고 마스티프를 지켜봤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기운이 나타나자 방 전체가 갑자기 흔들렸다. 그러자 세상에서 공격성이 제일 강한 마스티프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거대한 몸체를 자기도 모르게 뒤로 빼기 시작했다.마치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까망아, 무서워하지 마.”“나는 널 해치지 않아.”윤구주는 마스티프가 무서워하자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그러자 마스티프는 너무 놀라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머리도 쳐들지 못했다.윤구주는 마스티프의 목덜미를 살살 주무르며 말했다.“가자, 산책 좀 하자.”이렇게 윤구주는 마스티프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소채은이 샤워하고 핑크색 츄리닝을 입고 나왔다.윤구주가 얌전히 집에 있을 줄 알았는데 나오자 윤구주가 보이지 않았다.“기억도 잃은 사람이 어디 갔대?”“설마, 길 잃은 건 아니겠지?”윤구주가 아직 기억을 잃은 상태기도 했고 낯선 곳에 금방 왔으니 소채은은 냉큼 밖으로 뛰쳐나가 윤구주를 찾았다.밖으로 나가자마자 어이없는 장면이 소채은의 눈앞에 펼쳐졌다.햇빛 아래 그녀가 반년을 넘게 길들인 까망이가 온순한 양처럼 윤구주의 발밑에 엎드려 있었다.윤구주는 단지에 설치한 정자 안에 앉아 즐겁게 볕 쪼임을 하고 있었다.‘미친 거 아니야?’이 광경을 목격한 소채은은 자기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사납고 공격성이 강하던 까망이가 기억을 잃은 사람 발밑에 엎드려 있다니, 말도 안 되었다.“윤구주 씨!”소채은이 재빨리 달려와 윤구주를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소리를 들은 윤구주가 잘생긴 얼굴을 돌려 소채은을 향해 웃어 보였다.“기억도 잃은 사람이 이렇게 막 나오면 어떡해요?”“말해봐요. 만약에 당신 잃어버리면 어떡
고급 승용차 네 대가 소채은의 별장에 멈춰서더니 슈트를 입은 건장한 보디가드가 줄지어 내렸다.그중 제일 먼저 차에서 내린 건 중해 그룹 도련님 조성훈이었다.차에서 내린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채은이 사는 별장을 훑어보더니 부하에게 지시했다.“일단 다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이렇게 말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향해 걸어왔다.“딩동!”전자 초인종이 울렸다. 방 안에 있던 소채은이 소리를 듣고는 자기의 “베프”가 온 줄 알고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서...”문을 연 소채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베프” 서란인줄 알았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자신의 약혼남이었다.“조... 조... 성훈 씨?”소채은이 넋을 놓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조성훈이 그런 소채은을 힐끔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소채은 씨, 나를 보고 많이 놀랐나요?”소채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소채은 씨, 두 날만 지나면 결혼하는데, 약혼 상대를 보고도 들어와 앉으라고 하지 않는 건가요?”소채은은 더욱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눈앞에 서 있는 조성훈은 이미 명의상 약혼남이 맞았다.하지만 방안에는 윤구주도 있었다.소채은은 조금 고민하다가 황급히 대답했다.“아... 아니...”“지금은 좀 불편해요.”조성훈이 음침하게 웃으며 물었다.“불편하다니, 집에 외간 남자라도 숨긴 건 아니죠?”조성훈은 이렇게 말하며 바로 문을 밀고 들어왔다. 소채은은 막아보고 싶었지만 아예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조성훈은 안까지 쳐들어왔다.별장 안.윤구주는 거실에 떡하니 서 있었다.억지로 쳐들어온 조성훈은 당연히 한눈에 잘생긴 윤구주를 발견했다.중해 그룹 도련님인 조성훈도 잘생기고 돈이 많은 편이었다.하지만 지금 아우라도, 체격도, 얼굴도 자기보다 훨씬 낳은 윤구주를 보고 조성훈의 얼굴은 세게 어두워졌다.“소채은 씨, 이 남자는 누군지 말해줄래요?”조성훈은 손가락으로 윤구주를 가리키며 물었다.소채은이 황급히 달려와 설명했다.“성훈 씨, 오해하지 말아요. 그냥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명령을 내릴 때, 설산 꼭대기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윤구주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드디어 왔네.”그는 그렇게 말한 뒤 갑자기 합장을 했고, 반경 백여 리의 천지 원기가 모두 그의 몸에 흡수되었다.천지 원기를 모두 흡수한 뒤 윤구주는 그 자리에서 쿵 일어났다.“저것 봐요! 저 자식이 일어났어요! 우리를 발견한 걸까요?”“제기랄, 당장 잡아야 해요! 도망치게 놔두면 안 돼요!”산 아래, 세나미가 이끌고 온 광전사 부대는 윤구주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가 도망칠 거라고 예상했다.그러나 그들이 말을 마치자마자 윤구주는 빠르게 움직여서 높은 설산 위에서 내려와 바닥에 착지했다.쿵!그의 두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대지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그 광경에 설국의 광전사들 모두 충격에 빠졌다.그들은 오랫동안 전쟁터를 누볐고 또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광전사였지만, 윤구주가 높은 설산 위에서 그대로 뛰어내려서 그들 앞에 착지하는 순간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구주의 잘생긴 얼굴이 그들 앞에 나타났을 때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의 싸늘한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세나미의 뒤에 있던 북극 늑대는 으르렁대면서 발톱으로 바닥을 긁었다.마치 언제든 윤구주를 공격할 듯이 말이다.“드디어 왔네.”윤구주는 천천히 말하더니 시선을 들며 번뜩이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의 광전사들은 또 한 번 당황했다.“말투를 들어보니 화진 사람이에요!”“빌어먹을, 화진 사람이 왜 우리 설국 영지에 나타난 걸까요? 게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광전사들이 하나같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가 드디어 앞으로 나섰다.“당신은 누구야? 왜 우리 설국 진영에 멋대로 쳐들어온 거지?”세나미의 질문을 들은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설국 만이족들은 내 신분을 알 필요가 없어.”설국 만이족이라니!윤구주의 말을 들은 광전사들은 그 순간 모두 분노했다.추운 지역인 설국은 줄곧 다른
세나미 일행이 두 번째 진영에 도착했을 때, 똑같이 파괴당한 설국 진영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세나미는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폐허가 된 병영을 보고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그녀의 뒤에 있던 광전사들 또한 비분에 찬 표정을 지었다.국경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은 모두 설국의 정예군들이었다.그런데 적이 누군지도 알지 못한 채 그들의 진영 두 개가 파괴되었다. 설국인들로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세나미 아가씨, 큰일입니다! 전방에 또 파괴당한 진영이 있습니다!”이때 또 하나의 비보가 들려왔다.이내 파괴당한 다섯 개의 설국 진영 모두 세나미가 이끌고 온 부대에 발견되었다.겨우 30분 사이, 세나미 일행은 무려 다섯 개의 파괴당한 설국 진영을 발견한 것이다.특히 마지막 진영은 대형 진영으로 2,000여 명에 달하는 설국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곳이었다.그 진영은 설국 정예군으로 이루어졌으며 화포, 기관총 등이 갖춰진 진영이었다.그러나 그곳의 건물들은 모두 무너졌고 땅은 갈라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땅을 찢어버린 듯 그곳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게다가 무기들마저 전부 산산이 조각나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이러한 상황에 설국 군신인 세나미는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빌어먹을! 대체 누가 우리 설국 전사들을 죽인 거지?”그녀의 붉은 머리가 바람에 마구 휘날렸다. 그녀가 뿜어대는 엄청난 살기가 그녀를 한 마리의 야수처럼 보이게 했다.주변에 있던 제사장들과 광전사들 역시 모두 눈이 벌게졌다.죽은 사람들은 설국의 정예군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아우!이때 갑자기 거대한 몸집을 가진 북극 늑대가 울부짖었다.그렇게 울부짖은 뒤 북극 늑대는 피에 굶주린 눈빛으로 멀리 있는 설산을 바라보았다.“북극 늑대 왕이 적을 발견했다. 모두 날 따라와!”세나미는 어렸을 때부터 북극 늑대 왕을 타고 다녔기에 누구보다도 설국의 맹수인 북극 늑대를 잘 알고 있었다.북극 늑대 왕은 굉장히 똑똑해서 위험한 기운이거나
설국 제사장은 몇 번이나 연락을 해보았지만 전화는 통하지 않았다.심상치 않은 상황에 다룬 제사장은 서둘러 아름다운 세나미를 향해 말했다.“세나미 아가씨,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세나미는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우리 주둔지에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졌나 보네. 내 명령을 전해. 더 빠르게 주둔지에 도착할 수 있게끔 지금부터 속도를 높이도록!”“네!”세나미는 명령을 내린 뒤 곧바로 두 다리로 북극 늑대 왕의 몸통을 찼고 거대한 몸집을 가진 북극 늑대 왕은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더니 눈보라를 가르며 빠르게 달렸다.눈보라 속.윤구주에게 가장 처음 소멸당한 주둔지는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이때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가 폭풍우 속에서 들려왔다.잠시 뒤 세나미를 태운 거대한 북극 늑대 왕과 그들의 뒤에 있던 설국 광전사 부대들이 눈보라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1번 진영은?”입을 연 사람은 다룬 제사장이었다.그는 폐허를 바라보면서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젠장, 우리 주둔지가 파괴당한 것 같은데요?”다른 제사장이 빠르게 앞으로 나오더니 이미 초토화되어 버린 땅과 폐허가 된 주둔지를 바라보고 당황했다.세나미는 북극 늑대 왕 위에서 뛰어내렸다.눈앞의 폐허가 된 설국 병영과 눈에 깊이 파묻힌 설국 병사들의 시체를 본 순간, 세나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세나미 장군님, 큰일입니다. 적이 우리의 주둔지를 습격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가 감히 우리 설국 병영에 쳐들어와서 우리 병사들을 죽인 걸까요? 이곳은 화진과 접하고 있는 국경 지역이니 혹시 화진에서 몰래 병사를 파견해 우리 병사들을 급습한 걸까요?”한 제사장이 입을 열었다.“말도 안 돼요! 화진의 국경 지역에는 병사들이 2,000여 명밖에 없어요. 그들이 어떻게 감히 우리 병영을 공격하겠어요?”다룬 제사장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장기간 국경 지역에 주둔한 경력이 있는 다룬 제사장은 화진의 국경수비대가 겨우 2,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세나미 곁에 있던 네 명의 제사장 또한 싸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 보였다.주위는 고요했고 오직 눈보라만이 거세게 몰아칠 뿐이었다.고요함 속에서 북극 늑대 왕의 거친 숨소리를 제외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이러한 상황은 거의 십 분가량 이어졌다.결국 한 제사장이 입을 열었다.“세나미 씨, 이 주변에는 위험이 없는 듯합니다.”세나미는 마치 군신처럼 북극 늑대 왕 위에 도도하게 앉아 있었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대꾸했다.“말도 안 돼. 내 북극 늑대는 최고의 영수야. 얘가 위험을 감지했다는 건 적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의미해.”그녀의 말을 들은 다른 제사장이 말했다.“하지만...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세나미는 파란 눈동자로 차갑게 잿빛 하늘을 바라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건 한 가지 상황만을 의미해.”“무슨 상황이요?”곁에 있던 제사장들은 궁금한 듯 물었다.“적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그녀의 말을 들은 제사장들은 비록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다들 코웃음을 쳤다. 이곳은 설국의 국경 지역인데 누가 감히 이곳에 잠복한단 말인가? 게다가 그들의 광전사 부대는 다른 나라의 정예군을 만난다고 해도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세나미가 너무 의심이 많고 걱정이 많다고 생각했다.설국의 광전사 부대가 경계 태세를 취하자 팔십 킬로미터 밖에 있던 윤구주는 의아함을 느꼈다.윤구주의 신념술을 일반 강자들은 느낄 수 없었다.절정 수준의 강자라고 해도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그런데 북극 늑대 왕이 그걸 감지한 것이다.신념으로 북극 늑대 왕을 확인한 윤구주는 갑자기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짐승에 불과한 것이 감각은 아주 기민하네.”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신념을 거두어들이더니 설국 광전사 부대를 무시하고 다시 눈을 감고 수련하기 시작했다.윤구주가 신념술을 거두어들이자
설국 광전사들은 세나미가 음식과 물을 유목민에게 나눠주라고 하자 다들 다시금 넋이 나갔다.“장군님, 이 사람들은 적국의 유목민들입니다. 게다가 다른 나라도 아니고 화진의...”한 병사가 말했다.그런데 그가 입을 떼자마자 세나미가 그의 뺨을 후려쳤다.순간 그의 뺨 위로 붉은 손바닥 자국이 남았다.“내 말 못 알아듣겠어?”세나미가 싸늘하게 말했다.거대한 몸집을 가진 광전사는 더는 말대꾸하지 못했다. 겁을 먹은 그는 황급히 말했다.“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장군님!”말을 마친 뒤 그는 곧바로 뒤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다들 뭘 넋 놓고 있어? 어서 물과 음식들을 이 유목민들에게 나눠주도록 해!”설국 병사들은 물과 음식들을 꺼내서 가련한 유목민들에게 건넸다.음식을 다 나눈 뒤 정령 같은 세나미는 그제야 풀려난 유목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들 이제 집으로 돌아가. 명심해.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우리 설국 땅에 발을 들이지 마!”풀려난 유목민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말문이 막혔다.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세나미를 바라보았다.“정, 정말 저희를 풀어주시는 겁니까?”세나미가 말했다.“그럼! 이제 가봐도 돼!”유목민들은 얼빠진 얼굴로 서로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세나미를 향해 짧게 감사 인사를 한 뒤 곧바로 도망쳤다.유목민들이 떠나는 모습을 확인한 뒤 세나미는 그제야 다시 최전방으로 돌아갔다.“출발!”그녀는 명령을 내리자마자 빠르게 움직여 북극 늑대 왕의 몸 위로 다시 올라탔다.팔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윤구주는 그 광경을 신념으로 포착했다.윤구주는 비록 팔십 킬로미터 밖에 있었지만 이미 전성기 실력을 회복한 그는 신념으로 모든 걸 볼 수 있었다.그래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을 풀어주는 걸 본 순간,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저 설국 여자는 꽤 좋은 사람이군. 우리 화진 사람을 죽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만약 우리 화진인 한 명을 죽였다면 나도 똑같이 설국인 한 명을 죽였을 테니까.”그렇게 말한 뒤
그 뒤로 그녀는 설국의 군신이라고 불렸다.지금 그녀는 설국의 국주와 결혼할 계획이라 이제 곧 설국의 가장 유명한 황후가 될 예정이었다.북극 늑대 왕을 타고 있는 세나미는 도도한 자태에 정령 같은 얼굴을 하고선 광전사 부대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국경 지역으로 향하고 있었다.“주둔지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더 걸려?”감미롭지만 차가운 목소리가 북극 늑대 왕을 타고 있는 세나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녀의 파란색 눈동자는 앞에 펼쳐진 회색빛 하늘을 서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곁에는 네 명의 노인이 있었는데 그 노인들은 광명 신전의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그들은 광명 신전의 제사장들이었다.질문을 받은 제사장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세나미 아가씨, 주둔지까지는 팔십여 킬로미터 정도 남아있습니다.”“박차를 가해야겠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주둔지에 도착해야 해.”세나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세나미 아가씨, 우리 설국의 땅을 침범했던 포로들은 행동이 너무 굼뜬데 전부 버리고 갈까요? 아니면 죽일까요?”제사장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그들의 뒤에는 실수로 설국 땅을 밟았던 유목민들이 손발이 묶인 채 눈밭을 힘겹게 걷고 있었다.그 유목민 중 대부분이 화진 사람이었다.그리고 대충 봐도 20여 명은 될 듯했다.그들은 설국 땅에 실수로 들어갔다가 설국 병사들에게 잡혔다.사실 유목민들은 죽을 뻔했는데 세나미는 전쟁은 전쟁일 뿐, 무고한 민간인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어느 나라든 똑같았다.제사장이 화진의 유목민들을 죽이겠다고 하자 세나미는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것이냐?”그녀의 말 한마디에 제사장은 서둘러 몸을 숙이며 말했다.“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그렇다면 저 유목민들을 잘 챙기도록 해! 영원히 명심해야 할 거야. 전쟁터에서의 일은 전쟁터에서 해결해야 해. 감히 무고한 민간인들을 죽이는 놈들은 그 자리에서 법에 따라 처단할 것이다!”세나미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고 제사장은 서둘러
윤구주에게서 팔십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서는 설국 병사들이 기세등등하게 그가 있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그 설국 병사들은 윤구주가 죽였던 병사들과는 완전히 달랐다.그 병사들은 모두 기골이 장대하고 근육이 탄탄했다.게다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동물 가죽 하나만 걸치고 있었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상체를 드러내놓고 있었다.그들은 현대의 화기를 들고 있지 않고 다들 섬뜩하게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었다.약 600명 정도 될 듯한 병사들은 책 속에서나 볼 법했던 거인처럼 보였다.게다가 자세히 보니 그들의 동공에는 모두 피에 굶주린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그들이 바로 설국에서 가장 유명한 광전사들이었다.설국 광전사들은 설국에만 있는 독특한 부대였고, 설국의 가장 강한 광명 신전 출신들이었다.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설국의 남아들은 태어난 뒤 모두 광명 신전의 검사를 받게 되는데 검사에 합격하면 신전으로 가서 일당백의 광전사로 길러진다고 한다.그 광전사들은 용감무쌍하다고 한다.당시 제1 제국의 가장 강한 특수부대원들을 상대할 때, 광전사 한 명이 특수부대원 열 명을 상대했다고 한다. 만약 상대가 평범한 군인이었다면 혼자서 백 명도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게다가 광전사들의 몸에 어떤 술법이 걸려있는지는 몰라도 그의 몸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단단하여 일반적인 총이나 칼은 그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다고 한다.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설국의 광전사들은 화진의 병사들을 꽤 많이 죽였다.그런데 이때 흑여산맥의 국경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광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광전사로 이루어진 부대 앞에서 갑자기 섬뜩한 늑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시선을 들어보니 깜짝 놀랐다.온몸이 흰색 털로 뒤덮인 아주 큰 북극 늑대의 왕이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설국은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이었고 설국의 북극 늑대는 아주 유명했다.그런데 그 북극 늑대 왕이 이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심지어 그 북극 늑대 왕은 털이 흰 눈처럼 하얬고,
그러나 윤구주가 말했다.“네 탓을 하려던 건 아니야. 너 보고 떠나라고 한 건 내가 따로 할 일이 있기 때문이야.”“따로 할 일이 있으시다고요?”유기철은 당황했다.“그래. 그러니 이만 돌아가.”윤구주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유기철은 윤구주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윤구주가 혼자 이곳에 남아있어도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걸 알고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저하께서 먼저 가보시라고 하셨으니 일단 병영으로 돌아가서 저하를 기다리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는 윤구주를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그러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유기철이 떠났다.밖은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고 바람 또한 휘휘 소리를 내면서 불고 있었다.부지면적이 수만 제곱미터에 달하며 2,000여 명의 병사들이 있는 설국 병영은 폐허가 되어 버렸다.윤구주는 덤덤한 눈길로 병영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그 순간 그의 두 눈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고, 동시에 그는 신념술을 사용하여 반경 수십 킬로미터를 전부 뒤덮었다.신념술을 사용하자 근처 설산 위에 있던 천지의 원기가 갑자기 사면팔방에서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역시 이곳은 아주 좋아! 천지의 원기가 기산보다도 더 풍부해!”윤구주는 두 눈을 반짝이면서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사실 윤구주가 유기철에게 먼저 떠나라고 한 이유는 이곳에서 아주 짙은 천지의 원기를 느꼈기 때문이다.예전에 구음만상결을 수련했을 때 윤구주는 완벽히 성공하지는 못했다. 기산 마궁의 천지 원기가 너무 희박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끊임없이 이어진 흑여산맥과 상쾌한 공기, 거기에 아주 짙은 천지 원기까지.순수한 천지 원기가 있었기에 윤구주는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수 있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 수련에 성공한다면 윤구주의 실력은 몇 배나 더 성장할 것이다.윤구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제일 높은 설산 위에 섰다.그 설산은 아주 가파른 산이었다.윤구주는 그곳에 착지한 뒤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는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고 곧 체내에서
윤구주의 반산술이 시작되자 진영의 대지가 갑자기 금이 가기 시작하며 여러 갈래로 찢어졌던 틈들이 지면으로부터 우지직거리며 전부 벌어지고 따라 수많은 진영 건축물이 무너지기 시작하며 갈라진 틈으로 떨어졌다.곧이어 윤구주가 큰 손으로 땅을 향해 다시 한번 내리누르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수십 미터나 되는 지면의 한 조각이 그의 손에 쥐어지면서 허공에 떠 있었다.지면을 잡고 있던 윤구주는 잔혹한 눈길로 밑에 있는 설국 사병들을 향해 소리쳤다.“죽어라!”수십 미터나 되는 대지가 우르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진영을 전부 부숴버렸다.그 위력에 수십 리가 되는 지면이 전부 흔들리기 시작했고 심지어 뒤에 있는 산들까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눈앞에 있던 군사 진영은 윤구주의 반산술에 의해 바로 파멸되어 버렸고 설국의 사병들, 장군들, 심지어 갑탱크랑 전쟁 무기들까지 전부 포함하여 최후의 폭발 소리와 함께 모두 파멸되었다.흔들림이 몇 분간 지속되다가 드디어 완전히 잠잠해졌고 2천여 명이 지키고 있던 이 군사 진영은 이렇게 눈앞에서 윤구주로 인해 완전히 초토화되었다.이제 이 설국 군사 진영의 모든 것들이 윤구주의 반산술에 인해 철저히 뒤덮였다.대전이 끝난 후,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군사진영과 윤구주의 반산술에 묻혀버린 설국 사병들의 시체를 바라보던 유기철은 놀라 멍하니 서 있었다.다섯 번째 설국 진영을 파멸시킨 후 윤구주는 허공에서 날아내려 폐허 속에 서 있었다.“저하의 위엄! 저하는 정말 대단하십니다!”유기철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어 금방 내려와 서 있는 윤구주에게 엎드려 절을 하며 말했다.“여기가 몇 번째 진영이더냐!”윤구주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진영에 서서 유기철에게 물었다.“저하께 아뢰옵니다, 여기는 지금까지 저하께서 멸망시킨 다섯 번째 진영입니다.”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거의 다 됐어!”유기철은 윤구주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세상에나!윤구주는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연속 다섯 개의 진영을 포함한 4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