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채은은 옷을 갈아입고 멍해서 쓰러진 남자 곁을 지켰다.이 남자는 진짜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게다가 온몸으로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쓰러져 있지만 않으면 남신이 분명했다.“이 사람 도대체 누구지?”“왜 바다에 떠 있었던 거지?”“그리고 왜 간단한 손놀림만으로 소씨 가문 보디가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거지?”무수히 많은 의문이 소채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소채은은 이 남자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소채은은 침대맡에 누워 잠이 들었다.그때 소채은은 작은 움직임을 느꼈다.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떴다가 이내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어느새 기절했던 남자가 깨어 있었다.그리고 아주 올곧은 자세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이 광경을 보고 소채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고 경계 태세로 물었다.“당... 당신... 뭐하자는 거예요?”남자는 막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멍한 눈빛으로 다시 소채은을 쳐다봤다.“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죠?”매력 있는 목소리였지만 의문으로 가득 찬 말투였다.소채은이 얼른 대답했다.“저는 소채은이라고 해요. 제가 바다에서 당신을 구한 거예요.”“바다요?”남자가 다시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바다에 떠 있었던 거 기억 안 나요?”소채은이 귀띔했다.남자는 바다라는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갑자기 머릿속에 수많은 죽음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셀 수도 없는 시체들이 핏빛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보였다.매캐한 연기와 군함이 불바다 속에서 망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목 놓아 부르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그는 사방에서 까맣게 몰려오는 강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던 걸 떠올렸다.최후의 최후에 그는 사람들이 그를 향해 “구주왕... 구주왕...”이라고 외쳐대는 걸 들었다.“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칼로 가르고 침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하...”소채은은 한숨을 내쉬고는 윤구주를 힐끔 올려다봤다.“됐어요. 너무 잘생겨서 제가 끝까지 선심 쓸게요.”“어찌 됐든 간에 시내로 돌아가면 병원에는 데려가 줄게요. 치료받을 수 있게 노력해 볼게요.”“그래서 회복되면 내 가족에게 잘 설명해 줬으면 좋겠어요.”소채은이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지금부터 시내로 돌아갈 짐을 쌀 거예요. 먼저 여기서 티비 좀 보고 있어요. 아무 데도 가면 안 돼요. 알겠죠? 내 물건에도 손대지 말고요.”소채은은 낯선 남자에게 이렇게 당부하고는 윤구주에게 티비를 켜주었다.윤구주는 멍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티브이로 돌렸다.마침 티브이에서 죽음의 바다에서 일어난 10개국 간의 전쟁을 방송하고 있었다. 화면속을 가득 채운 전함에서는 까만 연기가 솟아올랐고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전투기가 날고 있었다.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뚫고 화진의 군사들이 10개국의 침략자들과 싸우는 장면이 윤구주의 눈에 들어왔다.이 화면이 윤구주의 머릿속에 박히면서 또 “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러면서 수많은 기억이 그의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구주왕, 그는 윤구주였다. 화진에서 종횡무진하는 9주 군신 윤구주.10개국 간의 전쟁은 서른 살도 안 되는 그가 최강의 경지에 접어들면서 다른 나라들이 벌인 침략 전쟁이었다.10개국에서 무서워하는 저승사자, 그들에게 난 벗어날 수 없는 악몽 같은 존재다.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10개국에서 100여 명의 최강 고수를 파견했고 10개국을 지키는 열세 명의 신급 강자들이 오로지 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그는 혼자서 한 개 군을 이끌고 10개국의 백만 대군을 맞섰고 결국 일곱 명의 신급 강자를 무찔렀다.허나 결국 여자 하나 때문에 패전하고 말았다. 그 여자는 바로 선우아름, 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였다.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는 대전이 끝날 무렵 윤구주에게 세상에서 제일 독하다는 기린 화독을 내렸고 그 화독이 심장을 공략한 바람에 윤구주는 10개
몇 분 뒤, 소채은이 짐 정리를 마치고 방에서 걸어 나왔다.기억 상실인 척하는 윤구주는 자연스럽게 목석처럼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저기, 기억 잃으신 분, 이제 갑시다.”소채은은 이렇게 말하더니 윤구주를 쳐다보지도 않고 짐가방을 들고는 밖으로 나가며 중얼거렸다.“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만 아니었으면 집안의 오해를 사는 일도 없었을 텐데. 이제 집에 가서 뭐라고 설명해요?”소채은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짐가방을 끌고 밖에 세워둔 하얀색 미니 쿠퍼로 향했다.짐가방을 트렁크에 실은 후 소채은이 말했다.“타요.”기억을 잃은 척 연기 중인 윤구주는 “네”라는 간단한 대답과 함께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차 안은 핑크로 장식했고 향기로웠다.앉자마자 소채은이 말했다.“아주 복받은 사람이네. 이 차에 한 번도 남자를 태워본 적이 없는데.”윤구주는 속으로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내로 갑시다.”소채은은 차에 시동을 걸었고 집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소채은은 운전하면서 노래를 들었다.옆에 앉은 윤구주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몸 안의 기운을 움직여 온몸에 난 상처를 천천히 치유하고 있었다.소채은은 드문드문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를 돌아봤다. 잘생긴 이목구비에 진한 눈썹과 맑은 눈동자, 어쩜 콧대도 높았다.‘기억을 잃지만 않았어도 진짜 남신이 따로 없는데. 이런 남자가 내 남친이면 진짜 괜찮겠다.’남자 친구는 무슨, 가족의 도구로서 곧 중해 그룹의 바람둥이와 결혼을 앞둔 마당에 자기의 행복을 선택할 자유는 없었다.소채은은 씁쓸하게 웃더니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차는 계속 앞으로 내달렸다.여기서 강성시까지 가려면 적어도 5시간은 걸렸다. 고속도로에 다 와 가는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차 앞쪽 엔진에서 큰 소음이 들려왔다. 그러더니 차에서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소채은은 깜짝 놀라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내려서 검사했다.보닛을 열자 까만 연기가 엔진에서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소채은은
그는 까만 연기를 뿜어내는 엔진과 회로판 내에서 전해지는 탄 냄새를 맡고는 바로 뭐가 문젠지 알아냈다.화진의 유일한 구주왕으로서 차가 퍼진 문제는 그에게 너무나도 작은 문제였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트렁크 쪽으로 걸어가 차에 상비된 스패너를 꺼내 나사를 뽑고 엔진 커버를 열었다.전화를 치던 소채은은 기억을 잃은 사람이 자신의 차 앞에서 이것저것 만지고 있으니 잠시 넋을 잃었다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뭐 하는 거예요?”소채은이 걸어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엔진 커버를 따는 윤구주를 쳐다봤다.“잉?”“지금 차 정비하는 거예요?”소채은이 궁금해서 다시 물었다.윤구주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없이 차만 만졌다.2분 뒤 윤구주는 안에서 끊어진 두 개의 전선을 연결하고 말했다.“됐어요.”소채은은 더 멍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쳐다보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고쳤다고요? 진짜?”윤구주가 그저 “네”하고 대답만 할 뿐이었다.기억을 잃은 남자가 차를 고칠 줄 안다니, 소채은은 의문이 들었다.의문을 가진 채 소채은은 빠르게 차로 돌아가 시동을 걸었고 아니나 다를까 차는 시동이 걸렸다. 아까 엔진에서 나던 이상한 소리도 사라지고 더 이상 연기도 나지 않았다.확실히 고쳐진 차를 보며 소채은은 기뻐했다.“하하, 몰랐는데 차도 고칠 줄 아네요?”“혹시 전에 차량 정비하던 사람인가?”“?”윤구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전에 차량 정비공이었나보네.”소채은은 윤구주의 예전 신분을 거의 확정하듯 말했다. 윤구주는 어이가 없었다.그렇게 차는 윤구주에 의해 완전히 고쳐졌다.소채은은 다시 기분 좋게 운전해 윤구주를 데리고 시내로 향했다.가는 길에 소채은은 윤구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진짜 기술이 괜찮은데요?”윤구주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천하의 9주 군신이 차를 정비하는 엔지니어로 불리게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한 그림이었다.고속도로를 타자 소채은의 차는 속도가 붙었다.이때 뒤에서 패기 넘치는 군용차가
윤구주가 남부 부대의 차량을 보며 감개무량해하는데 소채은이 윤구주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물었다.“기억을 잃은 윤구주 씨,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윤구주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근데 그렇게 넋을 놓고 보고 있다고?”소채은이 다시 캐물었다.“그냥 익숙해서 뚫어져라 보는 거겠죠.”“익숙하다고요?”“기억을 잃은 사람이 남부 창용부대 차량을 보고 익숙할 게 뭐가 있어요. 혹시 전에 군인이었어요?”소채은이 캐물었다.그 물음에 윤구주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군인만 한 게 아니었다.윤구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채은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내가 봤을 때 당신은 그냥 차량 정비 엔지니어였을 거예요.”“시내로 돌아가면 꼭 큰 병원으로 데려가서 기억상실증 고쳐줄게요.”“기억 돌아오면 꼭 차 자주 고쳐주면서 보답해야 해요.”소채은의 말을 들으며 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었다.3시간 뒤, 드디어 소채은은 윤구주를 데리고 강성시로 돌아왔다.주변에 즐비하게 서 있는 고층 빌딩을 보며 윤구주는 침묵을 유지했다.소채은은 시내로 돌아오자 서란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채은아, 지금 어디야?”전화를 받자마자 서란이 냉큼 물었다.“베프”의 전화에 소채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나 이미 강성시로 돌아왔어. 서란아, 하나 물어볼게. 우리 집안과 아빠가 어떻게 내가 옛 본가로 간 일을 알고 있지? 혹시 네가 일러바친 거야?”소채은은 바보가 아니었다.“베프”와 통화를 하고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아빠가 사람을 데리고 옛 본가에 나타났다. 이걸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수화기 너머의 서란이 이걸 듣더니 다급히 해명했다.“채은아, 미안해. 아버님이 계속 보채서 말할 수밖에 없었어... 채은아, 내 탓 하는 거 아니지?”서란은 전화에 대고 불쌍한 척해댔다.소채은은 원래 화가 잔뜩 나 있었지만 “베프”가 먼저 승인하자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말했다.“됐어. 이번 일은 이렇게 넘기자. 네 탓한 적 없어.”“고마워, 채
소채은은 “베프” 서란과 통화를 마치고는 윤구주를 데리고 스카이가든으로 향했다.이 곳은 소채은이 세를 들어 지내고 있는 곳이었다.어릴 때부터 가족의 미움을 받고 지내던 그녀는 진작에 이사를 나와 자취하고 있었다.“드디어 돌아왔네.”소채은은 단지 안까지 운전해 한 별장 앞에 세우고는 차에서 내렸다.윤구주도 따라서 내렸다. 눈앞에 우뚝 솟은 단독 별장을 보고는 괜찮은 집이라고 생각했다.“저기, 기억 잃은 윤구주 씨, 잘 들어요. 집에 아직 남자를 들인 적이 없어요.”“그러니 이따 들어가면 아무데나 돌아다니면 안돼요. 알았죠?”윤구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소채은은 그렇게 짐가방을 들고 윤구주와 별장으로 들어갔다.별장의 도어락을 열자마자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소채은을 향해 덮쳤다.윤구주는 순간 표정이 변했고 손을 쓰려는데 소채은이 그 까만 물건을 안으며 즐겁게 불렀다.“까망아, 나 왔다.”소채은이 안고 있는 건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를 가진 체형이 거대한 검은 강아지였다.아니, 까만색 마스티프였다.마스티프는 소채은의 품에 안겨 머리를 부비적대더니 멍멍 짖기까지 했다.이 사나운 마스티프가 소채은에게만은 매우 친절하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까망아, 두날이나 못 봤는데 나 안 보고 싶었어?”소채은은 마스티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승냥이보다도 사납다는 마스티프는 지금 소채은의 품에 안긴 채 온순한 장난감 같았다.하지만 소채은의 뒤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성질을 내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봤다.까망이가 윤구주를 향해 으르렁대자 소채은이 재빨리 그를 당겼다.“까망아, 안돼. 저 사람은 우리 친구야. 알았지?”이 마스티프는 사람 말을 꽤 알아듣는 것 같았다. 주인이 이렇게 말하자 다시 차가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보더니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며 머리를 숙였다.소채은은 조금 더 까망이와 놀아주다가 그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됐어. 이제 알아서 놀아.”이렇게 말하자 마스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문 앞에 서서 세상에서 공격성이 제일 강한 견종인 마스티프를 쳐다봤다.마스티프는 낮은 소리로 으르렁댔다. 음침한 두 눈은 언제든 윤구주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그저 실눈을 뜨고 마스티프를 지켜봤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기운이 나타나자 방 전체가 갑자기 흔들렸다. 그러자 세상에서 공격성이 제일 강한 마스티프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거대한 몸체를 자기도 모르게 뒤로 빼기 시작했다.마치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까망아, 무서워하지 마.”“나는 널 해치지 않아.”윤구주는 마스티프가 무서워하자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그러자 마스티프는 너무 놀라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머리도 쳐들지 못했다.윤구주는 마스티프의 목덜미를 살살 주무르며 말했다.“가자, 산책 좀 하자.”이렇게 윤구주는 마스티프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소채은이 샤워하고 핑크색 츄리닝을 입고 나왔다.윤구주가 얌전히 집에 있을 줄 알았는데 나오자 윤구주가 보이지 않았다.“기억도 잃은 사람이 어디 갔대?”“설마, 길 잃은 건 아니겠지?”윤구주가 아직 기억을 잃은 상태기도 했고 낯선 곳에 금방 왔으니 소채은은 냉큼 밖으로 뛰쳐나가 윤구주를 찾았다.밖으로 나가자마자 어이없는 장면이 소채은의 눈앞에 펼쳐졌다.햇빛 아래 그녀가 반년을 넘게 길들인 까망이가 온순한 양처럼 윤구주의 발밑에 엎드려 있었다.윤구주는 단지에 설치한 정자 안에 앉아 즐겁게 볕 쪼임을 하고 있었다.‘미친 거 아니야?’이 광경을 목격한 소채은은 자기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사납고 공격성이 강하던 까망이가 기억을 잃은 사람 발밑에 엎드려 있다니, 말도 안 되었다.“윤구주 씨!”소채은이 재빨리 달려와 윤구주를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소리를 들은 윤구주가 잘생긴 얼굴을 돌려 소채은을 향해 웃어 보였다.“기억도 잃은 사람이 이렇게 막 나오면 어떡해요?”“말해봐요. 만약에 당신 잃어버리면 어떡
고급 승용차 네 대가 소채은의 별장에 멈춰서더니 슈트를 입은 건장한 보디가드가 줄지어 내렸다.그중 제일 먼저 차에서 내린 건 중해 그룹 도련님 조성훈이었다.차에서 내린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채은이 사는 별장을 훑어보더니 부하에게 지시했다.“일단 다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이렇게 말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향해 걸어왔다.“딩동!”전자 초인종이 울렸다. 방 안에 있던 소채은이 소리를 듣고는 자기의 “베프”가 온 줄 알고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서...”문을 연 소채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베프” 서란인줄 알았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자신의 약혼남이었다.“조... 조... 성훈 씨?”소채은이 넋을 놓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조성훈이 그런 소채은을 힐끔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소채은 씨, 나를 보고 많이 놀랐나요?”소채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소채은 씨, 두 날만 지나면 결혼하는데, 약혼 상대를 보고도 들어와 앉으라고 하지 않는 건가요?”소채은은 더욱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눈앞에 서 있는 조성훈은 이미 명의상 약혼남이 맞았다.하지만 방안에는 윤구주도 있었다.소채은은 조금 고민하다가 황급히 대답했다.“아... 아니...”“지금은 좀 불편해요.”조성훈이 음침하게 웃으며 물었다.“불편하다니, 집에 외간 남자라도 숨긴 건 아니죠?”조성훈은 이렇게 말하며 바로 문을 밀고 들어왔다. 소채은은 막아보고 싶었지만 아예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조성훈은 안까지 쳐들어왔다.별장 안.윤구주는 거실에 떡하니 서 있었다.억지로 쳐들어온 조성훈은 당연히 한눈에 잘생긴 윤구주를 발견했다.중해 그룹 도련님인 조성훈도 잘생기고 돈이 많은 편이었다.하지만 지금 아우라도, 체격도, 얼굴도 자기보다 훨씬 낳은 윤구주를 보고 조성훈의 얼굴은 세게 어두워졌다.“소채은 씨, 이 남자는 누군지 말해줄래요?”조성훈은 손가락으로 윤구주를 가리키며 물었다.소채은이 황급히 달려와 설명했다.“성훈 씨, 오해하지 말아요. 그냥
문창정이 전음을 받자마자 건너편에서부터 귀청을 찌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네놈이 감히 우리를 팔아넘겨? 문씨 가문이 배신을 밥 먹듯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우리를 팔아먹을 줄이야! 그 사신이 다시 권력을 잡으니 우리 뒤통수를 치다니.”문창정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몰라 멍해졌다.“망했어요. 윤구주가 이미 손을 썼나 봐요.”문아름의 얼굴에서 놀란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들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면 윤구주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을 터였는데 너무 늦었다.문창정이 급히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묻자 화가 잔뜩 난 것 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연기 그만하지? 그쪽이 신전 출병 정보를 흘려서 빙신전 3천 신병이 윤구주에게 전멸당했소. 지난번 대제사장님의 원한도 갚지 못했는데 이번엔 세 명의 대제사장과 12명의 중요한 부하가 몰살당했소. 나조차 죽을 뻔했다고.”문창정에게 연락을 보낸 빙신전 부전주는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이때 그의 말을 들은 문아름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뭔가 이상해요. 빙신전 부전주는 극 신급 절정 중기 실력이고 다른 대제사장 두 명도 부전주와 같은 실력이었는데 전부 윤구주에게 살해당했다면서요. 이 상황에서 부전주가 어떻게 혼자 살아남은 거죠?”문창정도 문아름의 말에 숨은 뜻을 알아듣고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다.“저 빌어먹을 자식이 우리를 팔아넘긴 거야. 윤구주에게 정보를 줌으로써 목숨을 건진 게 분명해. 추가 정보도 넘겼을 테지.”문창정은 빙신전 부전주의 말을 무시하고 3천 가족을 버린 채 문아름과 함께 문씨 가문의 비밀기지를 떠났다.그는 윤구주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북라국은 핑계일 뿐이었고 윤구주의 진짜 목표는 그들임이 분명했다.같은 시각 북라국.넓은 평원의 한가운데 검게 탄 땅이 수백 리나 펼쳐져 있었다.푸른 바다 같았던 초원이 불에 태워져서 이젠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었다.아직도 검은 연기가 치솟는 이 지역엔 빙신전의 3천 신병의 시체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
아래쪽 귀족 출신의 대신들은 신의 피를 물려받은 신혈 무사들이 그들을 도와주러 올 뿐만 아니라 그 전공이 모두 자기들에게 돌아간다고 하니 순식간에 열의를 불태웠다. 원래 그들은 화진군이 쳐들어오는 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여겨서 데이로가 싸워 이기면 좋고 지거나 전사하면 그 자리에서 도망칠 생각이었다.지금 그들에게 신을 기쁘게 할 기회가 왔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평소 데이로를 깔보던 귀족들도 일제히 두 손을 들어 찬성했다.한편 북라국으로부터 보내온 답장을 받은 현모는 분노가 폭발했다.“우리 화진군더러 물러가라니 참 어이없군. 전쟁을 장난으로 여기나? 협상을 제안해? 데이로가 북라국을 대표할 자격도 없거니와 설사 된다 한들 내가 원하는 건 북라국의 항복이지 담판이 아니다.”“내 명령을 전하라. 지금 당장 출병해서 성을 친다.”현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성수인이 발동되었다.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 성수가 사지를 땅에 내리찍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북라국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데이로는 신의 피를 물려받은 신혈 전사들의 지원 소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간신히 사기를 유지했다.10만 대군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그는 살상 무기 사용을 감히 명령하지 못했다. 그가 먼저 사용한다면 뒤에서 기다리는 진동왕이 즉시 황천산에 포격을 퍼부을 것이 뻔했다.3백만 군대가 한곳에 모여있어 포격을 몇 차례만 맞으면 사기가 완전히 붕괴할 것이다.그는 광전사 부대와 휘하 변경 군단을 최전방에 배치했고 각지에서 온 30여 명의 귀족 대신들은 후방에서 지원하도록 했다.전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은 즉시 진동왕과 북라국에 깊숙이 잠입해 있는 주작에게 전해졌다.진동왕은 현모의 성수인이 일반 병기로는 뚫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북라국이 살상 무기를 사용할 경우 후방에서 중화기로 보복을 하기로 했다.주작은 북라국 후방 방어망을 교란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적의 동향을 감시했다.두 사람 모두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나서야 진짜 승부
“사람을 보내 데이로에게 전투 신청서를 전하라!”현모가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곧 도발적인 내용이 담긴 전투 신청서가 데이로의 손에 들어갔다.“절대 물러설 수 없습니다. 현모 따위가 뭐라고 그럽니까? 윤구주 휘하의 제일 약한 장수일 뿐입니다.”“맞습니다. 화진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신의 피가 흐르고 있는 우리 북라국 무사들에게 화진의 놈들이 감히 상대되겠습니까?”전투 신청서를 본 휘하 장군들이 일제히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의 신경질적인 어조는 분명히 데이로를 자극하려는 수작이었다.북라국은 무술을 중요히 여기는 나라라 강자의 명령만을 따른다. 만약 데이로가 화진의 도발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물러선다면 휘하 장군들은 더는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데이로는 화진의 전투 신청서를 받은 뒤로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천민 출신인 그는 양국의 역사를 잘 알고 있었다. 예로부터 화진과 북라국은 아무런 원한이 없었다. 북라국은 영토 대부분이 사시사철 눈에 덮여있고 나머지도 불모지라 발전이 가능한 땅이 극히 적었다.옛날 폭설 때문에 큰 피해를 보았을 때마다 화진이 도움의 손길을 내주었음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 화진이 쇠퇴하자 북라국은 그 은혜를 잊고 대대적으로 화진을 침략했다.그뿐만 아니라 세계열강이 화진을 약탈할 틈을 타서 화진의 땅을 탐냈다.현대에 이르러서는 화진 임씨가 역사의 원수를 뒤로하고 잘 대해줬음에도 북라국은 반성 없이 구주왕의 위기를 틈타 불의의 기습을 감행했다.화진 측에서 그들에게 전투 신청서를 보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데이로는 마음속으로 큰 죄책감을 느꼈지만 북라국 총사령관으로서 나라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었다.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싸울 수밖에 없었다.황천관을 잃으면 화진 10만 대군이 쳐들어올 것이고 북라국은 이대로 멸망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현모, 구주왕 휘하 4대 군신 중 한 명. 지난날 화진 남부 구역을 지키며 남해에 있는 제국
북라국 후방 기지에서 30여 명의 귀족들이 암부에게 목이 잘렸다. 기지 밖의 경비병과 참모부도 모두 죽임을 당했으며 수천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임무를 완수한 민규현은 다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대를 이끌고 이동했다. 정태웅은 암부 한 부대를 이끌고 기지 안의 수송기를 타고 황천관으로 향했다. 황천관, 북라국의 요충지로 북라국 내부의 부유한 도시로 통하는 길을 지키고 있었다. 이 관문이 함락되면 화진군은 이틀 안에 북라국의 수도로 쳐들어갈 수 있었다. 현모가 이끄는 십만 구주군은 황천관에서 불과 100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구주군의 진군 속도로는 최대 반 시간 안에 황천관 아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전투 직전에 황천관은 혼란에 빠졌다. 모집된 300만 명의 병력이 관문 안에 모여들어 난장판이 되었다. 그 이유는 얼마 전에 황천관을 원격으로 지휘하던 지휘 센터와의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었다. 이 300만 명의 병력은 30여 개의 영지에서 모인 병력이었다. 황천관을 담당하는 북라국 총사령관은 이렇게 많은 병력을 지휘할 수 없었다. 게다가 후방 지휘부가 화진의 미사일로 전멸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미 혼란에 빠진 군대는 반란 직전까지 갔다. 황천관 총사령관은 몇 명의 귀족을 죽여야만 군중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300만 명의 병력이 관문에 전법을 펼치고 있을 때 현모가 이끄는 구주군이 도착했다. 주작의 행동은 이미 현모에게 알려졌다. 현재 황천관은 지휘부가 무너져 북라국의 특성상 이미 반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현모는 예상했다. 하지만 황천관 아래에 도착해 300만 명의 깃발 전법을 보자 현모는 깜짝 놀랐다. “이번에 황천관을 지키는 총사령관은 데이로야. 이 녀석은 능력이 뛰어나. 평범한 인물이 아니야.” 현모가 말했다. 데이로, 북라국의 유명한 장군으로 북방 여러 나라와의 전쟁에서 패배를 모르고 공격할 때마다 승리했던 인물이다. 이후 국경에 주둔하며 북경왕과 몇 번 마찰을 빚었지만 항상 우위를 점했다. 북경왕은 이 인물을
화진의 민주주의와 달리 북라국은 귀족제도를 실시하고 있었다. 북라국의 국왕은 더 큰 연맹의 수장과 같았고 국왕의 권력은 제한적이었다. 왕위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귀족을 좌우로 끌어모아야 했기 때문에 윤구주는 북라국을 대국의 이름만 가진 나라라고 평가했다. 현재, 이 지휘소는 북라국의 베리 공작이 총지휘를 맡고 있었다. 베리 공작은 여러 귀족과 함께 황천산의 군대 배치를 보며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공작님, 정말 훌륭한 계획입니다. 화진군은 우리 국경에 병사가 없는 것을 보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줄 알고 곧장 우리의 심장부로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수도로 공격하려 한다면 황천관이 반드시 거쳐야 할 길입니다. 화진군이 다른 도시를 공격하려 해도 우리 북라국 남부는 땅이 넓고 인구가 적어 도중의 도시들은 이미 우리가 보급품을 모두 쓸어버렸으니 천 리 설원에는 보급품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의 십만 병력은 굶주림으로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 여러 귀족은 칭찬을 늘어놓았다. 베리 공작도 자신의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이 전쟁은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있었다. “전략을 세우고 계획을 세우는 데 능숙하군요. 화진에는 제갈량이라는 인물이 있어요. 후방에 앉아서도 천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엔 그 제갈량 따위는 별거 아니네요. 본 공작은 여기서 와인을 마시며 여러분과 담소를 나누며 아주 쉽게 화진의 십만 구주군을 전멸시킬 수 있어요. 화진에서 가장 강한 이 십만 정예군을 없애면 그때 전군을 출동시켜 북역 삼주를 수복할 거예요. 여러분 모두 이 공로를 세우게 될 것이니 그때는 국주조차 나를 세 번은 우러러봐야 할 것입니다.” 베리 공작은 여러 귀족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귀족들은 매우 영리했다. 그들은 곧바로 공작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역 삼주를 점령했을 때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좋은 말만 늘어놓았다. 이 귀족들이 아직도 삼주의 부유한 도시를 자신의 영지로 삼으려는 꿈을 꾸고 있을 때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
문아름이 계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을 본 문창정은 직접 나서기로 했다. “빙신전과 아사 신전은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해. 윤구주는 신경 쓰지 마. 너희들의 목표는 그 십만 구주군이다. 임씨 일가의 기운은 이미 쇠약해졌으니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구주군에서 탄생한 새로운 국운을 반드시 싹부터 잘라내는 거야. 문씨 가문은 전적으로 너희들의 행동에 협력할 것이다.” 문창정은 직접 두 신전에 전언을 보냈다. 북주에는 현모가 직접 10만 대군을 이끌고 청관을 나와 국경을 넘어 북라국을 공격했다. 진동왕은 50만 대군을 이끌고 중간에서 협공했다. 현모의 군대는 빠르게 진군했지만 북라국 국경에 도착했을 때 눈 덮인 산맥에는 단 한 명의 병사도 없었다. 오랜 전쟁 경험을 가진 현모는 즉시 음모의 냄새를 맡았다. “북라국의 설관은 지형적 이점을 가지고 있어. 내가 이 관문을 점령한다면 10만이 아니라 100만 명도 막을 수 있어. 지금 이렇게 좋은 방어 지점을 북라국이 단 한 명의 병사도 배치하지 않고 이렇게 쉽게 화진에 넘겨준다고?” 이곳의 중요성은 현모도 잘 알고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관문을 점령하면 북라국 군대를 막을 수 있다. 이 관문을 지키는 것은 화진 국경을 지키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를 이토록 쉽게 화진에 넘겨준다는 것은 현모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현모님, 북라국이 우리를 깊숙이 끌어들여 한꺼번에 전멸시키려는 건 아닐까요?” 한 장군이 분석했다. 다른 장군은 곧바로 의문을 제기했다. “두 나라가 전쟁할 때 원인을 떠나서 북라국이 화진을 공격한다면 화진은 적군을 국경 밖에서 막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우리를 깊숙이 끌어들여 전멸시키려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 큰 위험입니다. 제 생각에는 북라국이 화진과 전쟁할 때 곤륜 구역 세력이 지원한다 해도 전황은 여전히 오십 대 오십입니다.” 두 장군의 말 모두 일리가 있었지만 최종 결정권은 현모에게 있었다. 한편으로는 지난 치욕을 씻고 구주왕의 위엄을 세워야 하니 이번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알아보다니?” 주작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정말로 대장님이시군요! 무슨 말씀이세요? 대장님은 재가 되더라도 제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천현수는 감격에 겨워 울부짖었다. 주변의 암부들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군신 현모가 돌아온 것도 암부에게는 기쁜 일이었지만 주작만큼은 그들의 중심이었다. 현모와 비교했을 때 주작은 그들에게 단순히 대장님이 아니라 가족 같은 존재였다. 암부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눈물을 흘렸다. “다들 이게 무슨 꼴이야? 그리고 내가 떠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너희들은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구나. 가문의 규율을 적용해야겠어.” 암부들의 감격과 달리 주작은 매우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 암부들은 다시 무릎을 꿇었다. 천현수도 땅에 엎드려 벌을 청했다. “벌은 돌아가서 주겠다. 지금은 전쟁이 코앞이다. 현모 쪽에서 우리 정보가 필요하니 너희가 알아낸 상황을 모두 내게 보고해. 북라국은 작지만 빙신전과 아사 신전에 대한 정보가 가장 중요해.” 주작이 기지 안으로 들어가자 천현수와 몇몇 대장들도 다급하게 따라 들어갔다. “대장님, 전황이 급박합니다. 현모는 이미 출병했어요.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왕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북라국만 놓고 보면 현모가 주력을 이끌고 출격하고 진동왕이 협공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장님 말씀처럼 빙신전과 아사 신전이 진짜 적이에요.” 천현수는 진지하게 말했다. 두 신전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북라국을 이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왕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들만으로는 두 신전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누가 왕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어? 이번에는 내가 왕과 함께 서울에서 돌아왔어.” 주작은 차갑게 말했다. 중요한 점을 설명하려던 천현수는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 “네? 왕께서 돌아오셨다고요? 그럼 국주께서는 안전하시다는 건가요?” 천현수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국주가 무사하기를 바라지 않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천현수의 그런 속마음은
7일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아직도 윤구주는 북주로 돌아오지 않았다. “현모, 아직 윤구주가 돌아오지 않았으니 모든 결정은 윤구주가 돌아올 때까지 미루자.” 임홍연은 청관에 있는 현모와 통화진며 말했다. “장군이 전장에 나가면 군령을 따르지 않을 때도 있죠. 왕께서 7일 후에 전쟁을 시작하라 하셨으니 7일 후에 전쟁을 시작할 것입니다. 제가 직접 구주군을 이끌고 북라국을 공격하겠어요.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제가 전적으로 책임지겠습니다.” 현모의 대답은 단호했다. 임홍연도 전쟁 선포가 내려진 이상 전 세계가 이 전쟁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는데도 출병하지 않는다면 화진의 국제적 위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미 화살은 시위에 걸려 있고 발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임홍연이 할 수 있는 일은 현모의 행동에 협력하는 것뿐이었다. 하나를 움직이면 전체가 따라 움직인다. 북경 삼주의 군사력이 동시에 출동했다. 현모는 청관을 떠나 병력을 이끌고 나가는 동시에 북라국 내부에서는 암부가 세운 비밀 기지에 예기치 못한 침입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아무런 저항 없이 수많은 방어선을 뚫고 기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기지 밖에 도착했을 때 천현수는 비로소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신무 주작진을 펼쳐!” 상대가 혼자서 기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실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천현수는 곧바로 삼백 명의 암부에게 진을 짜서 대응하라고 명령했다. “죽여라!” 300명의 암부가 일제히 돌진했다. 신무 주작진은 수많은 고수를 쓰러뜨린 전법으로 일류의 신급 강자가 와도 맞설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천현수는 암부를 시험 삼아 보내고 자신은 기회를 노려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돌멩이 여러 개를 들어 암부들을 쓰러뜨렸다. 열몇 명이 쓰러지자 전법의 기운도 흩어져 버렸다. 전법이 제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상대는 손쉽게 전법을 무너뜨렸다. 천현수는
이 말을 들은 임홍연은 며칠 동안 연속으로 바쁘게 일하느라 지쳐 있었지만 순간 피로가 사라졌다. 탁! 임홍연이 책상을 치며 진동왕을 노려보자 임성진은 어리둥절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는 지금 모두 구주왕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모두 구주왕의 부하예요. 이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흠, 너 이 녀석. 할아버지를 꾸짖는구나. 네 아버지도 나에게 감히 이런 식으로 말하지 못했어!” 임성진도 화가 났다. 구주군 중에서 그는 윤구주만을 존경했고 윤구주 다음으로 자신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다. 공주 따위는 별것 아니었다. “할아버지! 제발 정신 차리세요. 구주왕의 명성은 죽여서 얻은 것이에요! 제 아버지 같은 인자한 왕과는 달라요! 구주가 당신을 쓰는 것은 할아버지가 구주에게 유용하고 화진에 유용한 인물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만약 언젠가 구주가 당신이 화진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거나 당신이 구주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구주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우리 아버지가 가장 먼저 당신을 처단할 거예요! 믿든 말든 그게 현실이에요.” 임홍연은 엄숙하게 말했다. 이 말은 임성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임정설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한계를 넘지 않는 한 마음대로 놀게 해주지만 한계를 넘는 순간 삼촌이라도 죽일 수 있다. “알았어, 충고 고마워. 나도 그냥 말만 한 것뿐이야. 군자는 행실로 판단 받지 속마음으로 판단 받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말하자면 너는 정말 누가 왕이 되든 상관없어? 그래, 우리 임씨 일가가 왕이 되면 너는 공주이고 윤구주가 왕이 되면 너는 왕후지. 어쨌든 우리 임씨 일가는 손해 볼 것이 없네!” 진동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특히 왕후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할아버지, 입 다물어요! 저는 왕후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리고 만약 윤구주가 정말 왕이 된다면 이 왕후 자리는 제 것이 아니에요. 저는 그 자격이 없어요.” 임홍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응? 그렇게 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