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위해 진서준은 감방에 3년 갇혀 있었는데 그녀는 정작 가해자와 함께 아들을 낳고 살았다... 출소 후 진서준은 물려받은 보물로 원수를 가차 없이 짓밟았고 돈과 명예, 미녀와 권력이 모조리 그에게 다가왔다!
View More“어서 송 어르신과 다른 분들을 병원으로 옮겨.”“아가씨, 어서 도망치십시오. 이 자들은 아가씨를 잡으러 왔습니다.”송휘운이 다급히 외쳤다.“저를 잡으러 왔다고요?”김연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너희 둘은 누구야? 왜 우리 진씨 가문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네가 김연아야?”소르의 질문에 김연아가 대답했다.“그래, 내가 김연아야.”“우리랑 같이 가야겠어.”루돌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김연아가 왜 너희랑 가야 하지? 너희는 대체 누구야?”김혜민이 이들을 손가락질하며 불쾌한 목소리로 따졌다.“안 따라가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죽을 거야.”소르의 표정에는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소르는 진씨 가문 전체를 인질 삼아 김연아를 협박하고 있었다.그 말을 듣자 김연아의 얼굴이 차분해졌다.“좋아, 너희와 함께 가지.”“야. 너 미쳤어? 저놈들이 순순히 널 풀어줄 것 같아? 저놈들 따라가면 목숨도 장담 못 해.”김혜민은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굴렀다.“잠깐만, 내가 지금 진서준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할게.”김혜민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네 전화를 기다려줄 시간 없어. 지금 출발하자.”소르가 무심하게 말했다.“알겠어.”진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인지라 김연아는 망설이지 않았다.“안 돼, 기다려. 진서준이 오면 우리를 구해줄 거야.”김혜민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김혜민은 예전부터 김연아를 미워했지만 요새 여러 일을 겪으며 점점 이복형제인 김연아를 좋아하게 되었다.“난 괜찮아. 진서준에게 연락해서 절대 무모한 짓 하지 말라고 전해 줘.”김연아는 조용히 마지막 부탁을 남기고 망설임 없이 소르의 차에 올라타 진씨 저택을 떠났다.“젠장!”김혜민은 다급히 진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때 진서준은 오영수와 술을 마시며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 있어 전화 소리를 듣지 못했다.“왜 전화를 안 받아?”김혜민은 초조하게 휴대폰을 연신 바라보며 발을 굴렀다.“진서준, 빨리 전화 받아!”한편, 김연아는 소르와 루
밤은 먹물을 풀어놓은 듯 짙게 깔려 있었다.유령 같은 실루엣 두 개가 진씨 가문의 대문 앞에 나타났다.“멈춰, 너희는 누구야?”문 앞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즉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이들은 바로 아담과 함께 온 천의방 강자였다.한 사람은 천의방 79위에 올라와 있는 소르였는데 그는 평생 해외를 누비며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한때, 소르는 혼자서 초아국의 가장 삼엄한 감옥을 습격해 안에 갇혀 있던 부자를 한 명 구출해 냈다.그 일로 인해 초아국에서 몇 년간 수배당했고 결국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그 후, 소르는 얼굴과 신분을 바꾼 뒤 차이더리스 가문에 숨어들었다.또 한 사람은 천의방 77위에 올라와 있는 루돌프였다.소르와는 달리 루돌프는 한 차례 패배한 적이 있었다.그러나 그건 결코 치욕적인 패배는 아니었다.루돌프가 마주한 상대는 바로 교회의 주교였기 때문이다.지선에게 패하고도 살아서 도망쳐 나온 것 자체가 오히려 공포스러운 일이었다.그런 천의방 고수 두 명이 직접 김연아를 잡으러 온 것이다.이것만으로도 진씨 가문에 대한 큰 예우라 할 수 있었다.금발의 남자가 어색한 대한민국어로 말했다.“김연아가 우리와 함께 가줘야겠어.”“네 놈이 뭔데 우리 가주께서 따라가야 한단 말이야? 거기 사람 없어? 여기서 소란을 피우는 놈들이 있어!”경호원이 즉시 지원을 요청하자 순식간에 수많은 경호원들이 몰려와 소르와 루돌프를 단단히 포위했다.“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보안대장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어휴, 어쩔 수 없네. 또 손을 써야겠군.”소르가 고개를 저었다.“대한민국 놈들은 원래 그래. 직접 쓴맛을 봐야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아.”루돌프가 차가운 얼굴을 한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쿵!산을 뒤엎을 듯한 위압이 루돌프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순간 그 자리에서 열 명이 넘는 경호원이 그 기세를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루돌프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네
“뭐, 귀찮긴 하겠죠. 하지만 이미 귀찮은 일에는 익숙해 있습니다. 게다가 그 녀석은 진짜 한 대 처맞을 짓을 했거든요?”진서준의 눈빛이 싸늘해졌다.하경범은 도지아를 강제로 성추행하려다 실패하자 그녀의 커리어를 박살 내버렸다.그런 놈은 맞아도 쌌고 때려죽여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솔직히 진서준의 여자가 그런 일을 당했더라면 진서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녀석을 죽였을 것이다.“걱정 마세요. 르벨에 가더라도 절대 오씨 가문에 폐를 끼치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이 오영수와 약속했다.“진서준 씨,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죠.”오영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반박했다.“진서준 씨는 우리 전신전에 엄청난 도움을 줬습니다. 지금 진서준 씨는 우리 전신전의 은인이라고 봐도 됩니다. 게다가 진서준 씨는 용맥의 일족이잖아요. 우리 아홉 후손 가문은 용맥의 일족을 보호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하씨 가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 오씨 가문과 부딪히게 된다면 우리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오씨 가문은 천 년을 이어온 가문이었고 가문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무도 강자였다.하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된다면 승패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싸움이 될 것이다.“좋아요, 그럼 저도 미리 준비할게요. 출발할 때 미리 연락해 주세요.”진서준의 말에 오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죠.”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둘이서 뭔 얘기 그렇게 길게 해? 얼른 들어와서 술 마셔.”용홍권이 두 사람을 안으로 불렀다.“네, 우리 들어갈게요.”강남 국제공항.차이더리스 특유의 마크가 새겨진 비행기 몇 대가 천천히 착륙했다.곧이어 비행기의 문이 열리더니 검은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남자들은 공항 전체의 안전 상황을 빠르게 장악했다.모든 것이 이상 없음을 확인한 후, 비로소 가운데 비행기의 문이 열렸다.그리고 선글라스를 낀 월런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월런의 뒤에는 금발 중년 남자 두 명이 따라 나왔다.겉보기엔 아담과 비슷한 나이였으나 사실 이
진서준이 구해주고 있던 노인은 바로 며칠 전 김혜민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그 장애인이었다.노인은 눈, 귀, 입이 온전치 않았고 얼굴의 절반은 망가진 상태였다.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누군가가 쇠판을 용접해 강제로 붙여놓았다.진서준은 설마 이곳에서 다시 이 노인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어르신, 나쁜 놈들은 우리가 전부 쫓아냈습니다. 이제 안전하니까 시름 놓으세요.”진서준은 노인의 손에 천천히 글씨를 적었다.그러자 노인은 그 자리에서 오열하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정말, 정말 고맙네.”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답을 적었다.납치된 노숙자들을 모두 지상으로 보낸 뒤 용홍권은 곧바로 지역 군부에 연락을 취해 연구소의 모든 장비를 수거하도록 지시했다.“이런 실험실이 과연 여기 하나뿐일까?”용홍권이 깊은 고민에 잠겼다.“이번에 하나를 들켰으니 놈들이 더욱 조심할 게 뻔합니다. 앞으로 단속도 더 어려워질 거고요. 진서준 씨, 오늘 진서준 씨가 없었다면 이렇게 순리롭지 않았을 겁니다.”용홍권은 진서준을 향해 다시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별말씀을요. 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진서준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그때, 용홍권이 갑자기 제안했다.“아직 시간이 이르니 우리 다 같이 술 한잔하는 게 어떨까요?”다른 이들도 바로 동조했다.“좋죠. 오늘 큰일을 해냈으니 한잔할 만하죠.”“그러게요. 오랜만에 술 마시고 싶었는데 잘됐네요.”전신전의 규율은 매우 엄격해서 작전 중 술을 마시는 건 절대 금지 사항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무 종료인지라 다들 이 기회에 마음껏 마시고 싶었다.용홍권 일행이 열렬하게 초대하자 진서준도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오영수에게서 용맥의 일족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생각이었다.“좋습니다. 초대해 주셨으니 저도 굳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모두 차에 올라 근처 호텔에서 내린 후, 술과 음식을 실컷 즐겼다.술자리가 끝난 후, 진서준은
진서준의 아버지 진요한은 진혁이 주워 키운 아이였다.그렇다면 진서준과 진요한의 진짜 성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었다.“뭐,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토론하죠. 지금은 일단 저 개조인들을 처치하는 게 우선입니다.”진서준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먼저 눈앞의 일을 해결한 다음, 전력을 다해 아버지의 행방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아버지만 찾을 수 있다면 진서준 마음속의 수수께끼들도 하나씩 풀릴 것이다.셋은 계속 걸어가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부전주님 일행이 아직 안 왔는데...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성미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부전주님은 워낙 강하시니까 이 개조인 따위는 상대도 안 될 거야.”오영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약 10분쯤 기다리자 드디어 용홍권 일행이 도착했다.하지만 용홍권을 제외한 나머지 몇 명은 정도가 다르게 다쳤다.“너희가 우리보다 먼저 도착할 줄은 몰랐어.”용홍권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다 진서준 씨 덕분입니다. 저랑 미영은 딱히 한 게 없어요.”오영수가 씁쓸하게 웃었다.개조인을 주먹 한 방에 터뜨려 버리는 진서준을 보며 오영수와 성미영은 도저히 싸움에 낄 틈은 없었다.지금 진서준은 혈기가 사라진 상태라서 등에 있던 오조금용도 모습을 감췄다.그래서 용홍권 일행은 그 신비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용맥의 일족은 철저히 숨겨진 존재였기에 전신전의 부전주라 할지라도 오영수가 먼저 밝힐 순 없었다.“진서준 씨를 모셔 오길 정말 잘한 것 같군요.”용홍권이 웃으며 말했다.“잡담은 그만하죠. 지금 당장 이 연구소를 박살 내고 배후에서 지시하는 흑막을 찾아내죠.”진서준이 앞장서며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용홍권 일행도 그를 따라 움직였다.지상은 폐허처럼 엉망진창이었지만 지하 주차장은 오히려 새것처럼 깔끔했다.주차장 깊숙한 곳에서 환한 불빛과 함께 귀를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서두르자, 얼른 사람 살려야 해.”모두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철판으로 만들어진 연구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개조 전사가 되고 나면 고통이 뭔지도 모르고 죽음도 두렵지 않게 된다.게다가 뼈와 근육의 강도도 예전보다 열 배 이상 강해진다.천의방 강자라 해도 개조 전사를 한 방에 터뜨려 핏물로 만들어버리는 건 불가능했다.그런데 지금 그 신기한 장면이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이... 이게 진서준 씨 진짜 실력인가?”오영수가 침을 꿀꺽 삼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예전에 자칫 자기를 죽일 뻔한 개조인이 진서준 앞에선 장난감처럼 한순간에 박살 났다.이 압도적인 격차를 오영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 순간, 오영수는 동북 무명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설마... 그때 모든 게 진서준 씨가 한 거였어?”생각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컸다.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그 묘강의 수배범을 처리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였을 거였다.“너... 넌 도대체 누구지?”개조인의 두목이 공포에 질려 진서준을 바라봤다.“당장 죽을 놈이 알 필요 없어.”진서준은 덤덤하게 말을 마치고는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그리고 다음 순간, 진서준은 개조인 두목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그리고 전력을 다해 두목에게 주먹을 내리꽂았다.펑!두목은 아무런 반항도 못 한 채 다른 개조인처럼 핏방울이 되어 흩어져 사라졌다.“오 대장, 저 녀석 등에 있는 문신 봤어요? 움직이는 거 같던데요?”성미영이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그건 문신이 아니야.”오영수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라고요? 그럼 뭔데요?”성미영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태어날 때부터 생긴 건 아니겠죠?”성미영은 저런 이상한 걸 설명할 방법이 문신 외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대한민국에는 특별한 혈통을 갖고 태어난 이들이 있어. 그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보통 인간과는 다른 강대한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지. 대한민국의 후손이 용의 후손이라 불리는 이유가 뭔지 알아? 수천 년 전, 문명을 처음 개척한 자들은 등에 오조금용을 새기고 있었어. 그리고 외부인들은 자연스레 그 사람들을 용맥의 일족이
“넌 그렇게까지 지은이 날 떠났으면 해?”진서준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당연하지. 지은은 내 가장 소중한 친구야. 내가 어떻게 절친이 너라는 심연에 빠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어?”성미영이 콧방귀를 끼며 말을 이었다.“너 실력은 강한데 사람 상대하는 건 진짜 꽝이야.”성미영은 남자가 여자 여럿을 끼고 다니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다.“맞아, 사람 상대하는 거 난 진짜 서툴러.”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응? 너 오늘 좀 이상한데?”진서준이 순순히 인정하자 성미영이 의아해했다.“아무것도 아냐.”진서준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쳇, 말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마. 나도 별로 듣고 싶지 않으니까.”성미영이 새침하게 돌아섰다.30분 후, 차는 오래전에 폐쇄된 한 병원 앞에 멈춰 섰다.“도착했습니다.”용홍권의 말에 진서준이 차에서 내려 폐허가 된 병원을 바라보았다.병원 밖에서 보기만 해도 뭔가 섬뜩한 기운이 감돌았다.“이 병원은 10년도 더 전에 폐쇄됐습니다. 그놈들이 연구 장소로 여길 택한 것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을 겁니다.”용홍권이 천천히 설명했다.“연구소는 이 병원의 지하 주차장에 있습니다.”용홍권이 오늘 밤 작전을 지시했다.“우린 두 팀으로 나뉠 겁니다. 진서준 씨와 성미영, 오영수랑 한 팀이고요. 나머지는 저랑 같이 움직일 겁니다. 동쪽과 서쪽 입구로 나뉘어 진입한 후, 나중에 지하 주차장 앞에서 합류하죠.”일행 중에서 진서준과 용홍권이 가장 강했다.두 사람이 각각 팀을 나눠 이끌어야 다른 사람들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거였다.“그렇게 하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팀을 나눈 후, 일행은 즉시 움직였다.병원에 들어서자 싸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얼마 가지 않아 어둠 속에서 그림자 여러 개가 모습을 드러냈고 바로 운대산에서 마주쳤던 그 개조인들이었다.“설마 여길 쫓아올 줄이야.”개조인 무리의 두목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살기 싫다면 그냥 여기서
하씨 가문은 확실히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가문이었다.하지만 하경범은 단지 하씨 가문의 직계 중 한 명일 뿐이었다.하씨 가문의 직계만 해도 백 명이 넘는데 하 어르신이 손자 하나 때문에 황씨 가문과 전면 전쟁을 선포할 수가 없었다.조금 전 하경범이 한 말 중에 틀린 건 사실 없었다.상인의 세계에서는 이익이 가장 중요했다.황예은은 하경범 한 명만 때렸을 뿐이지 하씨 가문 자체를 모욕한 게 아니었다.그러니 하씨 가문 전체가 황예은을 상대로 복수하지는 않을 것이다.“진서준, 아까 네 덕에 일이 잘 풀렸어. 한잔 받아 줘.”도지아는 술을 한 잔 따라 올렸다.“난 술 안 마실 거야. 밤에 할 일이 좀 있어서 그래.”진서준이 거절하자 황예은이 즉시 질문을 던졌다.“누구랑 데이트라도 하려고?”“전신전 사람들이랑 볼일이 있어.”진서준은 대충 둘러댔다.“그래? 이젠 남자들도 좋아하게 된 거야?”황예은이 정색한 얼굴로 말하자 도지아의 입꼬리가 바르르 떨렸다.황예은이 설마 저런 말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밥 먹을 때는 제발 입 좀 다물고 밥만 먹어.”진서준이 한숨 쉬며 눈을 흘겼다.‘이 여자가 점점 선을 넘네. 혹시 내가 이 여자의 이상한 취향을 깨워버린 건가? 설마 그럴 리 없겠지?’저녁 식사가 끝난 후, 진서준은 경호원 역할을 하며 두 사람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황예은은 이번에 오기 전에 강남에 대뜸 별장을 하나 사버렸다.이게 바로 부자의 삶이었다.뭐든지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게 돈의 힘이기에 사람들이 돈에 그렇게 집착하는 것이다.도지아는 기분이 좋아서 술을 많이 마셨고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잠들어 있었다.진서준은 도지아를 업고 방까지 데려다주었다.“난 이만 가볼게. 여긴 명주가 아니야. 오늘 네가 하경범을 그렇게 개망신 줬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진서준이 마지막으로 귀띔했다.“응, 너도 조심해.”황예은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너 정말 남자들이랑 데이트하러 가는 거 아니지?”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헛디
하경범은 미친 사자처럼 포효했다.“너희 둘은 거기서 뭘 멀뚱히 보고만 있어? 나 방금 맞은 거 안 보여?”하경범의 두 부하는 겁먹은 표정을 지을 뿐,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얼마 전 링 위에서 벌어진 처참한 장면을 똑똑히 목격했었다.진서준이 천의방 고수를 어떻게 박살 냈는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했다.“진서준 씨, 당신이 싸움을 잘하는 건 알겠는데 우리 하씨 가문에도 천의방 고수는 많습니다.”하씨 가문의 중년 남자가 경고했다.“우리 르벨의 하씨 가문을 건드리면 절대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당장 우리 도련님을 놓아주세요.”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술렁였다.“뭐? 저 사람들이 르벨 하씨 가문 사람이었어?”“하씨 가문이 그렇게 대단한 집안이야? 난 처음 듣는데?”“당연히 대단하지. 르벨 도박왕이 바로 하씨 가문의 현 가주야. 자산만 해도 조 단위를 넘고 세력이 어마어마하지. 경성 최고급 가문들도 하씨 가문은 함부로 못 건드려.”“헐, 그렇게 대단한 집안이었어? 그럼 저 세 사람은 완전히 끝난 거 아니야?”사람들은 하씨 가문의 실력에 감탄하며 웅성거렸다.“때릴 거면 얼른 때려, 때릴 용기 없으면 그냥 닥치고 서 있어.”진서준은 싸늘한 눈길로 상대를 내려다봤다.그러고는 도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더 때릴래? 다 때렸으면 밥이나 먹자. 근데 내가 너라면 한 대만 때리고 끝내진 않을 거야.”도지아는 그 말에 이를 악물고 양손을 번갈아 휘둘러 열 대도 넘게 따귀를 날렸고 너무 거칠게 후려쳐 손바닥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꺼져.”진서준이 발차기를 날려 하경범의 배를 거칠게 걷어차자 하경범은 공중으로 날아가 10미터나 떨어진 테이블에 처박혔다.테이블과 의자가 넘어지며 식당은 난장판이 되었다.식당 주인은 그 장면을 보고도 섣불리 다가서지 못했다.바닥에 쓰러진 하경범은 어제저녁에 먹은 것까지 다 토해 버렸다.“너희 셋, 가만두지 않겠어. 두고 보자.”하경범은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진서준 일행을 손가락으
“진서준 씨, 모범수로 조기 석방되었습니다.”높은 담장 밖엔 잡초가 무성하고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진서준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먼 곳을 바라봤다. 두 눈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감옥에 있는 3년 동안 엄마랑 서라는 잘 있나 모르겠네.”감옥에 갇힌 3년 동안 엄마와 여동생은 단 한 번도 그를 면회하러 오지 않았다. 이에 진서준은 걱정이 스치기 마련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서준은 헝겊을 가득 꿰맨 가방에서 편지 한 통 꺼냈다.편지봉투를 열자 안에는 쪽지와 ‘천기각’이라고 새겨진 옥패 한 개가 들어 있었다.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옥패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아마 가장 좋은 화씨 옥으로 조각한 듯싶다.진서준은 옥패를 허리춤에 차고 쪽지를 펼쳐보았는데 단 두 문장만 적혀 있었다.「서준아, 넌 앞으로 천기각의 주인이고 이 옥패가 바로 그 증표야.」「내년 3월 꽃 필 무렵에 옥패를 가지고 신농산에 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다.」이건 진서준이 출소 전에 감방 동기 구창욱 어르신께 받은 편지이다.구창욱 어르신은 종일 신경질적이어서 감방에 아무도 그와 얘기 나누려는 자가 없다. 오직 진서준만 별일 없을 때 어르신을 찾아와 얘기를 나눈다.어르신은 매일 자신이 천기각 주인이라고 허풍을 치셨다. 천문학과 지리학을 꿰뚫고 의술도 뛰어나다고 하셨다.진서준은 애초에 어르신이 자신을 속이는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어르신을 따라 무술을 연마하고 온갖 기이한 것들을 배우면서 조금씩 어르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3년 동안 진서준은 많은 재능을 습득했다.이젠 그의 두 손으로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감옥에 들어온 이유는 바야흐로 3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3년 전 진서준은 여자 친구 유지수와 함께 갓 졸업하고 같은 회사에 들어갔다.어느 한 비즈니스 미팅에서 이지성이라는 바이어가 유지수를 탐내면서 그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고 제안했다.진서준은 한창 젊고 패기가 넘쳐 술병을 번쩍 들더니 이지성의 얼굴에 가차 없이 내리쳤다.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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