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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허사연은 재빨리 다가와 아빠가 깨신 걸 보더니 마음이 훨씬 놓였다.

“아빠, 좀 어때요?”

그녀가 물었다.

“많이 좋아졌어.”

허성태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그는 부영권을 보더니 그가 구해준 줄 알고 두 손을 맞잡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신의님, 구해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부영권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아니라 우리 천기각 주인님께서 구해주셨어요!”

허사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해명했다.

“아빠, 서준 씨가 구해드렸어요.”

“진서준 씨가?”

허성태는 의자에 앉아있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감격과 흥분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 그는 진서준에게 두 번이나 구원받았다.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있을까?

“살려줘서 고맙네. 자네는 앞으로 우리 가문의 귀빈이야!”

진서준이 허씨 일가의 귀빈으로 거듭나자 병실 안에 있는 의사들은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허씨 일가는 서울시를 휘어잡는 존재이다!

그런 가문의 귀빈으로 된다는 것은 앞으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진서준은 나이가 젊고 허성태의 두 딸도 아직 미혼이다.

어쩌면 허씨 일가의 따님과 좋은 인연을 맺을 수도 있다.

“다들 이만 물러가거라. 어르신 편히 쉬게 해드려.”

부영권이 병실의 의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감히 더는 머무르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인파로 붐볐던 병실이 한순간 텅 비어버렸다.

“서준 씨, 저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저한테 연락 주세요.”

부영권은 개인 번호를 그에게 남겨주었다.

강남 명수 부영권의 개인 전화번호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10명을 초과하지 않는다.

허씨 일가라 해도 부영권 조수의 번호만 갖고 있다.

허성태는 부영권이 진서준에게 이토록 깍듯이 대하자 놀랍기도 하고 이해되지도 않았다.

번호를 받은 후 진서준도 몸이 거의 회복한 것 같아 자리를 떠나려 했다.

“저도 이만 가볼게요. 약재를 다 구하시거든 다시 연락 주세요.”

진서준이 말했다.

“잠깐만요, 서준 씨!”

허사연이 재빨리 그를 불러세웠다.

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치켰다.

“또 무슨 일이시죠?”

허사연은 두 볼이 살짝 빨개져서 나지막이 물었다.

“또 다른 분부하실 일은 없으세요?”

허사연의 수줍어하는 모습에 진서준은 그녀의 속셈을 바로 알아챘다.

“없어요.”

그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허사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가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부영권이 방금 진서준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그녀도 진서준의 의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바로 알아챘다.

이런 인물이라면 허씨 일가에서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

그리고 허사연은 사실 밝고 멋진 이 남자에게 나름 호감이 갔다.

“약재 다 구하시거든 연락 줘요.”

말을 마친 진서준은 곧게 문밖을 나섰다.

그가 떠난 후 허성태와 허윤진이 동시에 허사연을 쳐다봤다.

“아빠, 왜 그렇게 날 봐요?”

허사연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피했다.

딸을 아는 건 아빠밖에 없다고, 방금 그녀의 수줍어하는 모습에 허성태는 곧장 알아챘다. 그녀는 지금 진서준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고 있다!

“사연아, 아까 내가 기절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허성태가 웃으며 물었다.

허사연은 아빠가 용건을 묻자 얼른 방금 있은 일을 한 번 설명해 드렸다.

부영권 같은 큰 인물도 진서준에게 두 손 맞잡고 경례를 올렸다고 하니 허성태의 마음속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역시 뛰어난 인재였어!”

허성태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어서 그는 허사연에게 말했다.

“너 얼른 진서준 씨 쫓아가서 글라리아 A급 별장을 선물해 드려.”

허윤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빠, 그 별장은 아빠가 무려 400억을 들여서 산 거예요!”

“단돈 400억이 뭘? 진서준 씨와 친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2000억도 가치가 있어!”

허성태가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강남의 은씨 일가라고 들어봤어?”

허성태가 화제를 돌렸다.

강남의 은씨 가문은 첫째가는 재벌 가문이라 권력과 자산이 하늘을 찌른다. 그들은 무려 경성의 4대 가문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이다.

허윤진이 머리를 끄덕였다.

“네, 알아요.”

“그해 은씨 일가는 부영권 신의의 도움을 빌려 부상할 수 있었던 거야. 부영권 신의의 라인을 통해 수많은 협력 파트너를 알게 됐지!”

허성태가 아득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윤진아, 너 그거 알아야 해. 신의란 의술만 대단하다고 되는 게 아니야. 신의는 다른 세가와의 협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단다. 지금 우리가 진서준 씨와 가깝게 지낸다면 나중에 서준 씨가 성장했을 때 우리 가문도 서울시에서 일 순위로 꼽히는 가문으로 거듭날 수 있어!”

일 순위 가문? 허윤진은 입이 쩍 벌어졌다.

오직 한 사람으로 한 개 가문을 부상하여 일 순위 가문으로 거듭나게 해준다고?

...

오션 호텔 2층 더킹 룸에서 이지성이 한창 아들의 백일잔치로 분주히 보내고 있었다.

300평 되는 연회장에 하객들로 꽉 들어차 분위기가 들끓었다.

이씨 일가는 서울시 재벌 1위 가문은 아니지만 수천억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연회에 참석한 하객들도 모두 일반인이 아니었다.

조희선의 집에 찾아가 돈을 받아내려던 전갈남 변우재 일행이 씩씩거리며 이지성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귓가에 나지막이 구시렁댔다.

“도련님, 3년 전에 도련님께서 감방에 처넣은 그 병신 새X가 출소했습니다!”

“진서준이 출소했다고?”

이지성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 새끼가 우릴 이렇게 만들었어요. 실력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변우재는 분노가 채 가시지 않은 듯싶었다.

이지성은 그를 힐긋 보더니 욕설을 퍼부었다.

“다섯이서 한 명도 못 감당해? 쓸모없는 것들, 이래서 무슨 일을 하겠어!”

변우재가 고개를 푹 떨구고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썩 꺼져! 연회 끝나거든 내가 직접 찾아갈 거야!”

더킹 룸 밖에서 진서준이 한창 문 앞의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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