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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무가
허사연은 재빨리 다가와 아빠가 깨신 걸 보더니 마음이 훨씬 놓였다.

“아빠, 좀 어때요?”

그녀가 물었다.

“많이 좋아졌어.”

허성태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그는 부영권을 보더니 그가 구해준 줄 알고 두 손을 맞잡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신의님, 구해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부영권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아니라 우리 천기각 주인님께서 구해주셨어요!”

허사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해명했다.

“아빠, 서준 씨가 구해드렸어요.”

“진서준 씨가?”

허성태는 의자에 앉아있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감격과 흥분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 그는 진서준에게 두 번이나 구원받았다.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있을까?

“살려줘서 고맙네. 자네는 앞으로 우리 가문의 귀빈이야!”

진서준이 허씨 일가의 귀빈으로 거듭나자 병실 안에 있는 의사들은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허씨 일가는 서울시를 휘어잡는 존재이다!

그런 가문의 귀빈으로 된다는 것은 앞으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진서준은 나이가 젊고 허성태의 두 딸도 아직 미혼이다.

어쩌면 허씨 일가의 따님과 좋은 인연을 맺을 수도 있다.

“다들 이만 물러가거라. 어르신 편히 쉬게 해드려.”

부영권이 병실의 의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감히 더는 머무르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인파로 붐볐던 병실이 한순간 텅 비어버렸다.

“서준 씨, 저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저한테 연락 주세요.”

부영권은 개인 번호를 그에게 남겨주었다.

강남 명수 부영권의 개인 전화번호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10명을 초과하지 않는다.

허씨 일가라 해도 부영권 조수의 번호만 갖고 있다.

허성태는 부영권이 진서준에게 이토록 깍듯이 대하자 놀랍기도 하고 이해되지도 않았다.

번호를 받은 후 진서준도 몸이 거의 회복한 것 같아 자리를 떠나려 했다.

“저도 이만 가볼게요. 약재를 다 구하시거든 다시 연락 주세요.”

진서준이 말했다.

“잠깐만요, 서준 씨!”

허사연이 재빨리 그를 불러세웠다.

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치켰다.

“또 무슨 일이시죠?”

허사연은 두 볼이 살짝 빨개져서 나지막이 물었다.

“또 다른 분부하실 일은 없으세요?”

허사연의 수줍어하는 모습에 진서준은 그녀의 속셈을 바로 알아챘다.

“없어요.”

그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허사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가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부영권이 방금 진서준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그녀도 진서준의 의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바로 알아챘다.

이런 인물이라면 허씨 일가에서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

그리고 허사연은 사실 밝고 멋진 이 남자에게 나름 호감이 갔다.

“약재 다 구하시거든 연락 줘요.”

말을 마친 진서준은 곧게 문밖을 나섰다.

그가 떠난 후 허성태와 허윤진이 동시에 허사연을 쳐다봤다.

“아빠, 왜 그렇게 날 봐요?”

허사연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피했다.

딸을 아는 건 아빠밖에 없다고, 방금 그녀의 수줍어하는 모습에 허성태는 곧장 알아챘다. 그녀는 지금 진서준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고 있다!

“사연아, 아까 내가 기절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허성태가 웃으며 물었다.

허사연은 아빠가 용건을 묻자 얼른 방금 있은 일을 한 번 설명해 드렸다.

부영권 같은 큰 인물도 진서준에게 두 손 맞잡고 경례를 올렸다고 하니 허성태의 마음속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역시 뛰어난 인재였어!”

허성태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어서 그는 허사연에게 말했다.

“너 얼른 진서준 씨 쫓아가서 글라리아 A급 별장을 선물해 드려.”

허윤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빠, 그 별장은 아빠가 무려 400억을 들여서 산 거예요!”

“단돈 400억이 뭘? 진서준 씨와 친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2000억도 가치가 있어!”

허성태가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강남의 은씨 일가라고 들어봤어?”

허성태가 화제를 돌렸다.

강남의 은씨 가문은 첫째가는 재벌 가문이라 권력과 자산이 하늘을 찌른다. 그들은 무려 경성의 4대 가문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이다.

허윤진이 머리를 끄덕였다.

“네, 알아요.”

“그해 은씨 일가는 부영권 신의의 도움을 빌려 부상할 수 있었던 거야. 부영권 신의의 라인을 통해 수많은 협력 파트너를 알게 됐지!”

허성태가 아득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윤진아, 너 그거 알아야 해. 신의란 의술만 대단하다고 되는 게 아니야. 신의는 다른 세가와의 협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단다. 지금 우리가 진서준 씨와 가깝게 지낸다면 나중에 서준 씨가 성장했을 때 우리 가문도 서울시에서 일 순위로 꼽히는 가문으로 거듭날 수 있어!”

일 순위 가문? 허윤진은 입이 쩍 벌어졌다.

오직 한 사람으로 한 개 가문을 부상하여 일 순위 가문으로 거듭나게 해준다고?

...

오션 호텔 2층 더킹 룸에서 이지성이 한창 아들의 백일잔치로 분주히 보내고 있었다.

300평 되는 연회장에 하객들로 꽉 들어차 분위기가 들끓었다.

이씨 일가는 서울시 재벌 1위 가문은 아니지만 수천억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연회에 참석한 하객들도 모두 일반인이 아니었다.

조희선의 집에 찾아가 돈을 받아내려던 전갈남 변우재 일행이 씩씩거리며 이지성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귓가에 나지막이 구시렁댔다.

“도련님, 3년 전에 도련님께서 감방에 처넣은 그 병신 새X가 출소했습니다!”

“진서준이 출소했다고?”

이지성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 새끼가 우릴 이렇게 만들었어요. 실력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변우재는 분노가 채 가시지 않은 듯싶었다.

이지성은 그를 힐긋 보더니 욕설을 퍼부었다.

“다섯이서 한 명도 못 감당해? 쓸모없는 것들, 이래서 무슨 일을 하겠어!”

변우재가 고개를 푹 떨구고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썩 꺼져! 연회 끝나거든 내가 직접 찾아갈 거야!”

더킹 룸 밖에서 진서준이 한창 문 앞의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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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에 누워 있던 유옥순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바로 일그러졌다.“너 바로 아빠에게 전화해 여기 오라고 해.”힘이 넘치는 말투만 보면 전혀 위독한 환자 같지 않았다.“아빠, 빨리 대한민국 금도로 오세요. 엄마가 누군가에게 맞아 위독해요. 금도에 있는 삼촌은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빨리 오세요. 늦으면 엄마 마지막 얼굴도 못 볼 거예요.”노아연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는데 그 모습은 유옥순이 정말 임종을 앞둔 사람인 것 같았다.하지만 유옥순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엄지를 척 내밀어 딸의 연기를 칭찬했다.“내일 아침에 온다고요? 알았어요, 우리 기다릴게요.”노아연은 전화를 끊고 매우 흥분했다.“아빠가 내일 온대요. 이제 아빠가 오면 반드시 삼촌에게 사과를 받아내야 해요. 엄마가 불치병에 걸렸는데도 명의를 데리고 오지 않다니, 이런 가족이 어디 있어요?”노아연의 말투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그러게 말이야. 난 우리 오빠 친동생인데, 너무 오래 만나지 않아서 정이 다 식었나 봐.”유옥순은 한숨을 쉬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유옥순은 자기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모든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렸다.이런 사람은 전형적인 자기가 세계 중심에 선 듯한 이기적인 부류의 사람이었다.자기가 태양이 아닌데도 억지로 태양이 되려고 하니, 곁에 있는 사람들이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정오가 거의 다 되어서야 진서준이 약방에서 나왔다.진서준의 손에는 뜨거운 청색 턍약이 담긴 그릇이 들려 있었다.거실에 들어서자 강력한 약기운이 순간 퍼져 나갔다.“향기롭네.”허윤진이 코를 킁킁거렸다.“서라야, 어서 이 탕약을 마셔.”“알았어, 오빠.”진서라는 탕약을 받아 온도를 확인한 후, 한입에 마셨다.순간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이 진서준의 사지로 퍼져 나갔다.체내에 있던 독도 이 따뜻한 기운에 휩쓸려 마지막에는 위장에 모였다.“나... 화장실 좀 갈게.”진서라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서라는 이제 괜찮아진 거야?”조희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97화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유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본 조희선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서라야, 네 독을 치료할 약재를 전부 찾았어. 오늘 네 체내 독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거야.”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희소식을 털어놨다.“오빠, 그동안 절 위해 정말 고생했어요.”진서라는 그 말에 눈가가 붉어졌다.요 몇 년 동안 진서준은 진서라 체내의 독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쉬지 않고 약재를 찾았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건 오빠가 응당 해야 할 일이야. 내 동생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지. 일단 먼저 얘기들 해. 난 약을 달이러 갈게.”몇 마디를 나눈 후, 진서준은 준비한 약재를 들고 유씨 가문의 약방으로 향했다.이 약재들은 전부 최고급 약재였기에 제조할 때 매우 조심해야 했다.한 번 실수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진서준은 문 앞에 출입 금지 표지를 걸어 놓아 다른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진서준이 약을 달이는 동안, 유기태가 돌아왔다.“진서준은 이미 돌아왔어?”유기태의 질문에 허사연이 차를 따라주며 대답했다.“네, 지금 서라를 위해 약을 달이고 있어요. 삼촌, 서준을 찾으시는 건가요?”“고마워.”유기태는 차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우리 집에 친척이 하나 왔는데 집에 오기도 전에 누군가가 때려 병원에 입원했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불치병에 걸렸다고 하더라고. 몸이 점점 안 좋아지는데 병원 의사들도 어쩌지 못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온 거야.”이 말을 듣자 허사연은 순간 멈칫했다.방금 허사연과 진서준이 혼뜨검을 낸 유옥순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허사연은 두 사람을 연관 짓지 않았다.유옥순은 거칠고 오만했지만 유기명과 유기태는 전부 교양이 있고 점잖은 사람이었다.정말 한 가족이라면 어떻게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있겠는가?“삼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진서준이 약을 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96화

    방금 허사연과 유옥순의 대화를 진서준은 전부 들었다.“우리 사이의 일은 뭔 소리야?”유옥순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유옥순이 진서준과 허사연의 관계를 몰랐기 때문이다.“네가 내 여자친구를 대놓고 욕했잖아.”진서준의 냉랭한 말에 유옥순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오호라, 너랑 이 년이 한패였구나.”말이 떨어지자 진서준은 손을 들어 거침없이 따귀를 날렸다.짝!따귀 소리가 울리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환호했다.유옥순은 그 따귀를 맞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사고할 수 없었다.“네가 역주행해서 사고를 내고도 반성은커녕 오히려 내가 사람을 구하는 걸 방해하려고 했어.”짝!“네 딸이 상처 같지도 않은 상처를 입었다고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그 어린 소녀가 동맥이 터져 대출혈을 한 건 못 봤어?”짝!“그리고 이 한 대는 네가 내 여자친구를 욕한 대가야.”짝!“이 한 대는 네게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 주는 거야. 외국에 시집갔으면 외국에서나 허풍을 떨어. 우리 대한민국에서 깡패짓하지 마. 우리 대한민국은 너 같은 쓰레기를 환영하지 않아.”진서준의 따귀를 여러 대 맞자 유옥순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부풀어 올랐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이런 여자는 제대로 된 참교육을 받아야 했다.“엄마! 감히 우리 엄마를 때려? 너 오늘 여기서 무사하게 떠날 생각 하지 마!”노아연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자 진서준이 냉정하게 받아쳤다.“큰일 날 사람은 이 여자야. 네 엄마는 불치병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할 거야.”“개소리하지 마. 우리 엄마는 이렇게 정정하신데 불치병 같은 헛소리를 지껄여?”노아연은 예상치 못한 화제에 분노를 터뜨렸다.“네가 감히 우리 엄마를 저주해?”“너희가 매일 진수성찬을 먹으며 폭식해서 영양 과다로 불치병이 생긴 거야.”진서준은 쌀쌀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믿지 않겠으면 이따가 병원에 가서 검사해 봐.”진서준이 농담하는 것 같지 않자 노아연과 유옥순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설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95화

    “날 때리겠다고? 한번 해봐.”허사연은 유옥순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네가 역주행해서 사고를 내고 이 어린 소녀를 중상으로 만들었잖아. 이제 와서 모든 죄를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우다니, 너 인간 맞아? 네 딸 그 상처도 다친 거라고 호들갑을 떨어? 검지에 살짝 긁힌 상처면 반창고로 붙이면 될 일을 의사를 찾아달라고 울부짖다니, 네 딸은 뭐 금은보화만 먹고 자랐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다리가 부러진 줄 알겠네.”허사연의 일갈에 현장 사람들은 다들 통쾌한 표정을 지으며 공감했다.“잘 말했어, 조금 전부터 저 둘이 거슬렸어.”“그러게, 분명 자기 잘못인데 방귀 낀 놈이 화낸다고 저렇게 건방지다니.”“긴말 필요 없어. 바로 경찰에 신고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유옥순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무례할 뿐만 아니라 어린 소녀의 생명을 무시하다니, 이건 누가 봐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기막힌 일이었다.“닥쳐! 다들 닥치라고!”유옥순이 사납게 소리쳤다.“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난 샛터 사람이야, 남편은 조 단위 자산을 자랑하는 부자야. 너희 시장도 날 깍듯하게 모시는데 너희가 뭔데 감히 내게 손가락질이야? 계속 함부로 지껄이면 전화해서 너희를 전부 감옥에 잡아넣을 거야.”이 말이 떨어지자 떠들썩하던 현장이 조금 조용해졌다.이 여자가 금은보화로 가뜩 치장한 모습을 보니 거짓말 같지 않았다.샛터라는 나라는 거지도 한 달에 수천만 원을 버는 곳인데 현지 부자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엄마, 이 쓰레기들하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의사 불러서 제 상처 치료하게 해요.”노아연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들었어? 당장 우리 딸 상처 치료해.”유옥순이 다짜고짜 진서준에게 명령했다.오만방자한 모습에 사람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호족이 세력을 믿고 깡패짓하니 평범한 백성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꿈 깨.”허사연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유옥순과 눈을 마주쳤다.“젠장, 어디서 굴러온 천한 년이 이렇게 나대?”유옥순은 화가 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94화

    조수석에는 피투성이가 된 어린 소녀가 누워 있었다.일곱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딱 봐도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딸!”노란색 옷의 여성이 소녀를 보자 더욱 목 놓아 울부짖었다.이 교통사고에서 여자도 똑같은 피해자였다.“얼른 구급차를 불러요.”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서둘러 구급차를 부르려고 했다.“안 돼요, 구급차가 오기 전에 이 소녀는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을 겁니다.”진서준이 방금 소녀의 상처를 검사하자 여러 동맥이 손상되어 피가 멈추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노란색 옷의 여성은 그 말을 듣자 기절할 뻔했다.“혹시 여기 의사 없나요?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우리 딸을 구해주세요.”노란색 옷의 여성은 거의 통곡에 가까운 소리로 부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안타깝기만 할 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몸을 쓰는 힘든 일은 도울 수 있지만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는 일은 어쩔 수 없었다.“일단 진정하세요. 제가 의사입니다. 당신 딸을 구할 수 있어요.”진서준이 위로했다.“정말요? 의사님, 감사합니다.”노란색 옷의 여성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했다.상황이 급박해서 여자는 진서준이 청년인지 아닌지 따질 여유가 없었다.진서준은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냈고 병 안에는 지혈할 수 있고 흉터도 없애는 약 가루가 들어 있었다.진서준은 영기로 상처 입은 동맥 주변의 혈관을 막고 약 가루를 조심스럽게 뿌렸다.진서준이 사람을 구하는 동안 역주행하던 고급 차에서 한 모녀가 내렸다.모녀는 금은보화를 잔뜩 차려입고 있어서 한눈에 부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너희 눈멀었어? 운전할 줄 알아, 몰라? 내 차가 달려오는 거 못 봤어? 비켜줄 줄 몰라?”유옥순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욕을 퍼부었고 이 여자의 말은 순간 현장 사람들의 불만을 샀다.“자기가 역주행해 놓고 사과는커녕 오히려 여기서 언성을 높이고 난리야?”누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유옥순이 부자인지라 아무도 공개적으로 대들지 못했다.부자를 건드리면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93화

    “어서 와.”공항 입구에서 허사연이 직접 차를 몰고 와 진서준을 마중했다.다른 사람들은 오늘 따라오지 않았는데 그들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비록 며칠 만에 만났지만 진서준은 몇 년 만에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진서준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허사연을 꽉 안았다.“사연아, 너무 보고 싶었어.”“나도 보고 싶었어.”허사연은 진서준을 안으며 진서준의 향기를 천천히 음미했다.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은 다들 갈 길이 바쁜지 진서준과 허사연을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잠시 떨어져 있던 연인은 새로 사귄 연인보다 더 달콤한 법이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안고 있다가 진서준이 허사연을 내려놓았다.“전화로 들었는데, 서라를 치료할 마지막 약초를 구했다면서?”차에 탄 후, 허사연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응, 천년병제련을 구했어. 이제 돌아가면 서라 체내의 독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거야.”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참 다행이야.”허사연도 기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허사연은 조용히 진서준의 얘기를 기다렸다.“누군가가 우리 아버지를 신농 금지 구역에서 밖으로 데려갔는데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어.”진서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힘들게 얘기를 꺼냈다.아버지가 신농 금지구역에 계셨다면 진서준은 자기 실력을 키우기만 하면 됐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아버지의 행방이 묘연해졌다.그러니 지금은 일단 구지범이 아버지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찾아야 했다.“뭐라고? 누군가가 아버님을 빼돌렸다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응, 근데 그 사람이 언젠가 날 직접 찾아올 거야. 난 이렇게 당하기만 싫어. 그래서 그 사람이 날 찾아오기 전에 아버지를 먼저 찾고 싶어.”진서준이 계획을 털어놨다.이렇게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느낌은 너무 괴로웠다.하지만 아버지의 은신처를 찾는 게 그렇게 쉬울 리가 없었다.구지범 그 자식은 계획이 너무 치밀해서 당장은 찾기 어려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92화

    “이래도 계속할 거야?”지현민이 여전히 평온한 말투로 물었다.“이 영감탱이가 뭐 이렇게 나대? 네가 저 녀석을 한번 구할 수 있다 해도 평생은 못 구할 거야.”“오늘 일은 기억해 두겠어. 두고 보자!”“가자!”백운성은 체내에서 끓어오르는 기혈을 억지로 누르며 불만을 가득 안고 링에서 내려와 떠났다.방금 그 한 방으로 백운성은 자기와 지현민의 차이를 확연히 알게 되었다.지선이 되지 못하면 아무리 수련해도 여전히 개미처럼 하찮은 존재에 불과했다.지현민을 이기려면 반드시 동등한 수준의 지선이 나서야 한다.“장로님, 이렇게 포기하는 겁니까?”양지천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그럼 너 혼자 여기 남아.”백운성이 양지천을 노려보며 불쾌하게 말했다.“아니요, 저도 갈 겁니다.”양자천은 바로 꼬리를 내리며 따라갔다.주자청도 콧방귀를 끼며 으름장을 놓았다.“영감탱이, 오늘 이 일은 우리 곤륜도 기억해 둘 거야. 우리 종주가 직접 찾아올 때 알아서 그분에게 제대로 해명해 봐.”말을 마치고 주자청은 바로 곤륜 제자들을 데리고 떠났다.“진서준 오빠, 제가 돌아가서 우리 아빠에게 잘 설명할게요.”조슬기도 서둘러 한마디 남기고 함께 떠났다.문추원은 아무 말 없이 제자들을 데리고 현장을 떠났다.순식간에 4대 종문 중 세 종문이 소림을 떠났고 오직 용전 일행만이 남았다.“용전 선배, 우리도 빨리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은범이 조심스럽게 여쭸다.“진서준, 다음에 또 만나면 넌 절대 도망가지 못할 거야.”용전은 협박을 남기고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임배는 진서준에게 꼭 조심하라는 눈빛을 슬쩍 주고 함께 떠났다.다른 무인들도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뿔뿔이 도망쳤다.“지현민 지주님, 정말 감사합니다.”진서준은 지현민을 향해 공손하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진 시주님이 심은 작은 나무가 결국 열매를 맺은 것뿐입니다.”지현민이 평온하게 말했다.서북 지역 일만 아니었다면 오늘 지현민은 진서준을 구해주지 않았을 것이다.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91화

    “흥, 장로 세 명이 함께 공격하면 지선이라도 전력을 다해야 막아낼 수 있는데, 고작 육급 대종사에 불과한 저놈이 어떻게 장로들의 상대가 될 수 있겠어?”도권우는 콧방귀를 뀌며 경멸이 가득 찬 눈빛으로 진서준을 노려봤다.아무리 봐도 진서준의 행동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진서준, 오늘 절대 널 살려두지 않을 거야!”양지천의 눈에는 원한과 원망이 가득했다.양지천은 진서준을 죽일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진서준 때문에 양지천은 가문에서 고개를 들고 떳떳하게 지낼 수 없게 되었기에 진서준을 죽여야만 그 원한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이봐, 네가 슬기를 구한 걸 감안해서 선법만 넘기면 목숨은 살려주마.”주자청은 뒷짐을 지고 이미 최후 승리를 거둔 사람처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먼지 속에서 진서준은 천천히 일어섰다.진서준의 옷은 찢어져 있었고 온몸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날 죽이기엔 너희들은 역부족이야.”진서준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건방지긴 짝이 없구나!”문추원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우리 셋이 전력을 다해서 공격했다면 방금 넌 저세상에 갔을 거야. 오늘 네가 선법을 넘기지 않는다면 넘길 때까지 흠씬 두들겨 팰 거야.”말이 떨어지자 세 사람은 다시 움직였다.“여러분, 일단 제 말을 들어보시오.”불법이 가득한 목소리가 멀리서 가까이로 천천히 들려왔다.그 강력한 법력에 주자청 세 사람은 순간 몸이 굳었다.세 사람은 머리를 돌려 눈을 가늘게 뜨고 지현민을 바라봤다.이 영감이 벌써 지선급에 이르렀단 말인가?지선, 즉 가짜 금단은 삼천대도 중 하나를 깨달은 자를 말한다.지현민의 방금 목소리에는 깊숙한 불법이 담겨 있었는데 이건 지현민이 불가의 도 하나를 깨달았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지현민 주지님, 이 자식 편을 들려는 건 아니겠죠?”주자청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고발했다.“지금 시체가 널브러진 이 상황은 전부 이 자식이 한 짓입니다. 설마 지주님 불문이 이 악마를 보호하려는 건 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90화

    그때, 문추원과 나머지 두 장로가 천천히 일어섰다.“애송이야, 그 선법을 넘겨. 그럼 적어도 네 목숨은 살려줄 수 있어.”주자청이 입을 열었다.“이장로님, 진서준 오빠는 제 생명의 은인인데 어떻게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 있죠?”조슬기가 굳어진 얼굴로 급히 따졌다.“이장로님이 이러는 건 우리 곤륜을 불의와 부정의 늪에 밀어 넣는 것과 같은 일이에요.”하지만 주자청은 미간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반박했다.“지금 이 자식을 무사하게 이곳을 떠나게 하는 거야말로 우리 곤륜을 불의와 부정의 늪에 밀어 넣는 거야.”“장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제 이 자식은 도망칠 수 없을 거야.”주자청을 비롯한 장로가 나서자 은범 일행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장로들은 실력이 막강했다.백운성은 십급 대종사로 한 걸음만 더 가면 지선급에 도달할 수 있었다.게다가 주자청과 문추원은 구급 대종사였다.이런 무시무시한 조합은 대한민국 경성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하물며 진서준 같은 애송이를 잡는 건 전혀 어려울 게 없었다.비록 선법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실력 차이 앞에선 아무 소용도 없었다.노인 세 명은 협공의 자세로 진서준을 가운데 가두었다.그 모습을 본 진서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그저 차분하게 장로들을 바라보았다.“이봐, 선법을 넘겨. 그럼 널 그냥 보내주마.”문추원의 말에 진서준은 침착하게 대응했다.“우리 아버지가 신농에 20년 동안 갇혔지만 절대 선법을 넘기지 않았어. 근데 내가 너희에게 넘길 것 같아?”“넘기지 않으면 크게 다칠 준비를 해야 할 거야. 현명한 판단을 내려.”백운성도 옆에서 경고했다.“고작 너희 셋이서?”진서준은 콧방귀를 끼며 비웃었다.“선법이 있다고 해서 천하무적이 된 거라고 착각하면 큰 오산이야.”주자청도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고했다.“우리가 대한민국 최정상 종문으로 오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그건 나도 알아.”진서준은 평온하게 말을 이어갔다.“너희는 가짜 선법을 배우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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