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은 강인한 남자였다. 스스로 팔을 부러뜨리면서 아픈 신음 하나 내지 않았다.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를 버린 후 성철은 몸을 돌려 서준을 보았다.“선생님, 마음에 드십니까?”“음, 나쁘지 않군요.”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의 부하더러 붓, 주사 그리고 노란 종이를 가져오라고 해요.”곧 성철은 서준이 원하는 모든 물건들을 가져오게 했다.그는 종이를 탁자에 놓고 붓을 들어 주사를 먹으로 삼고 손을 휘저으며 재난을 막는 부적을 그렸다.“이걸 갖고 다니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성철은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얻는 것처럼 부적을 옷 주머니에 넣었다.예전엔 성철은 이런 풍수지리를 믿지 않았다. 미신적이라 여겼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서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서준은 성철이 이 부적을 손에 넣은 후 그에게 해를 가하는 게 두렵지 않았다. 상대방을 살릴 수 있으면 당연히 그를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재난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선생님, 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말만 하시면 오늘 이씨 부자의 목숨을 끊을 수 있습니다.”이 말이 끝나자마자 이씨 부자의 안색은 순간 창백해지면서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놀란 얼굴을 했다.“이렇게 죽이기엔 너무 아까워요. 가끔은 빈털터리로 사는 것도 죽음보다 잔인할 때가 있거든요.”홀의 기온은 서준이 이 말을 한 후 물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게 변했다.지수는 눈앞의 서준을 보았다. 정말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자신이 마음대로 괴롭히던 서준이 이렇게 변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서준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사람을 구하면서 세상을 어진 마음으로 대하는 의사,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악마.도대체 뭐가 진정한 너야?’“이지성, 얼마 남지 않은 즐거운 시간을 잘 보내길 바라.”말을 마친 후, 서준은 몸을 돌려 호텔 밖으로 나갔다.서준이 간 후, 성철은 혁진을 차갑게 쏘
희선의 말을 듣자, 서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제가 전화해 볼게요.”서준은 핸드폰을 꺼내 서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두세 번이 지나도록 받는 사람이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점점 더 강해졌다.“어머니, 서라가 어디에서 출근해요? 제가 찾으러 갈게요.”“서라는 요즘 명성 호텔에서 출근해. 이 길 따라 남쪽으로 한 3킬로미터 정도 가면 돼.”희선은 창문 밖의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서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서준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았다. 오분도 되지 않았을 때 그는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이건 사성급 호텔이었는데 아까 서준이 갔던 오션 호텔과 비교할 수 없었다.그렇더라도 일반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서준은 빠른 걸음으로 호텔 안에 걸어갔다.호텔 로비에 서 있던 두 직원은 서준을 보자 얼굴에 경멸스러운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여기에서 일 년간 일하면서 서준처럼 두꺼운 낯짝으로 들어오는 가난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안녕하세요.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진서라가 여기서 일합니까?”서준은 직원 한 명 앞에서 예의 있게 물었다.하지만 직원은 불쾌하다는 듯 코를 막으면서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조금 떨어져요. 본인 몸에서 역겨운 냄새가 나는 줄도 몰라요?”오전 동안 바쁘게 다니다 보니까 몸에선 확실히 땀 냄새가 났다. 그러나 심하진 않았다.상대방이 자신을 깔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원하는 게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합니다. 진서라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서준이 서라를 물어보는 것을 듣자 여직원의 두 눈엔 경멸로 가득했다.“진서라 취향도 참 독특하다니까. 이런 남자도 눈에 들어오나 보지?”다른 여직원이 이 말을 들은 후 함께 비웃었다.“전엔 그렇게 청순한 척하더니 지금은 자기를 갖고 논 남자가 이렇게 일하는 데까지 찾아오고 말이야.”두 사람이 자신의 동생을 모욕하는 것을 듣자 서준은 순간 화가 났다.가족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거였다. 감히 함
십 분 전, 명성 호텔 매니저 사무실 안.“황 매니저님, 절 찾으셨어요?”서라는 긴장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는 중년 남자를 보았다.중년 남자는 황고석, 바로 명성 호텔의 매니저였다.비록 마흔 살 초반이었지만 탈모가 너무 심한 나머지 머리카락이 얼마 붙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신장에 좋다는 보약을 많이 먹어서 평소에 몇 걸음 걷지 않아도 숨을 헐떡인다.하지만 그런 몸 상태를 갖고 있어도 그는 저질적인 눈빛으로 호텔 안의 여직원을 훑고 다녔다.소문에 의하면 호텔 안 얼굴이 반반하게 생긴 여직원들과 다 잤다고 한다.서라는 전부터 황고석의 암시를 받았지만 엄숙하게 거절했다.그 후, 고석은 서라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월급을 깎았다.만약 집에 진 빚만 아니었어도 일찍이 사직하고 그만뒀을 것이다.오늘 퇴근하기 전, 그는 서라를 사무실에 불렀다.“서라 씨, 최근 서라 씨에 대한 컴플레인이 들어왔어요.”고석은 음탕한 눈빛으로 서라를 훑으며 시도 때도 없이 입술을 핥았다. 서라는 이 장면을 보자 구역질이 났다.“컴플레인이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저는 호텔 룰에 따라 일했을 뿐이에요.”서라는 불쾌한 듯 말했다.“그건 전 모르죠. 아무튼 전 컴플레인을 받았어요.”고석은 시선을 거두고 한 쪽 다리를 탁자에 올려놓았다.“손님 한 분이 서라 씨를 곧 사퇴하라고 하던데, 어떡할까요?”서라는 순간 당황했다. 그녀는 얼른 고석에게 빌었다.“매니저님, 제발 절 사퇴하지 말아주세요. 집에 진 빚을 다 갚지 못했단 말이에요.”돈을 갚기 위해 서라는 하루에 알바 세 개를 뛰었다.아침에 일찍 일어나 국밥집에서 일했고 점심 때엔 명성 호텔에 갔다. 저녁에 퇴근한 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노래방에서 일하면서 하루에 6시간도 되지 않는 수면시간을 가졌다.그녀도 좋은 일자리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고졸이어서 웨이터 외 다른 직업은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명성 호텔에서 잘린다면 단시간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건 괜찮지만 빚을 갚는 시간을 넘어서는 안 됐다.서라가 이
아까 서준에게 맞은 두 여직원도 위층에 올라왔다. 그들은 땅바닥에 널브러져있는 매니저를 보자 재빨리 달아갔다.“어머, 매니저님, 괜찮으세요?”“너희 둘은 눈깔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니? 이 꼴에 되도록 처맞았는데 괜찮을 리가 있어?”황고석은 두 여직원에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여직원은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억울함을 서라에게 퍼부었다.“진서라 씨, 당신 남매는 이제 끝이에요! 경비를 쳤을 뿐만 아니라 매니저님도 쳤으니 오늘 반드시 신고해서 당신들 감방에 처넣을 거예요!”여직원의 말을 듣자, 서라도 서준과 재회한 기쁨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서준이 다시 감방에 들어갈 것을 원하지 않아 연이어 사과했다.“죄송해요, 매니저님께서 제 몸에 손을 대려고 했어요. 그래서 오빠가 때린 거예요.”“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천한 년 몸에 손댈 수 있어? 분명 네년이 날 꼬신 거잖아!”고석은 큰 소리로 외쳤다.“그러니까요. 저희 매니저님이 얼마나 훌륭하신 분인데요. 어떻게 서라 씨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지금 당장 신고해요. 절대 이 남매를 봐줘선 안 돼요!”서준은 서늘한 시선을 하며 고석을 향해 걸어갔다.“당... 당신 뭐 하려는 거야?”몸에서 전해지는 통증은 여전히 고석의 대뇌를 자극하고 있었다. 서준을 바라보는 눈길엔 두려움이 가득했다.“내 동생에게 사과해요. 그리고 사실대로 말해요.”서준은 서늘하게 말했다.“사실 같은 소리 하네요. 이 호텔 전부가...”여직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쳤다. 순간 그녀는 멀리 날아갔다.“계속 내 동생을 모욕하면 영원히 그 입 닥치게 해줄 거예요!”서준의 몸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사무실 공기마저 얼어붙을 정도였다.아까 서라와 안을 때 그녀의 맥을 짚어보았다. 서라의 신체 내 여러 기관의 기능이 극도로 약해진 것을 발견했다.이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고강도로 일하느라 초래된 증상이었다.이 집을 위해 서라가 너무 많이 희생했다.서
고석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맞은 건 그인데 왜 잘렸는지 말이다.“사장님, 뭔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 이년이 먼저 절 꼬셨어요. 그리고 맞은 것도 전데 왜 절 자르세요?”고석은 억울한 표정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사장을 보며 말했다.“당신을 꼬셨다고요?”연아의 시선은 매우 차갑고 날카로웠다. 이 한눈에 고석은 마치 얼음으로 가득한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거울 좀 봐요. 당신 꼴이 어떤지.”다른 직원들은 이 말을 듣자 입을 막으면서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아까 고석의 편을 들던 두 여직원은 서로를 바라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고석은 마흔 살이 넘었고 머리카락도 몇 가닥 붙어있지 않았으며 얼굴에 잡힌 살은 반사될 지경이었다.호텔 매니저만 아니었어도 직원들이 그와 말을 섞는 일은 없었을 거다.“사장님, 그 말은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고석은 살짝 내키지 않았다.“제가 생긴 건 이래도 적어도 호텔 매니저예요! 저에게서 뭔가 얻으려고 꼬신 게 분명하다니까요! 하지만 전 매우 정직한 사람이니 이런 규율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어요.”고석은 정의가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는데 연기 실력은 현재 젊은 배우를 뛰어넘을 정도였다.하지만 현장에 있는 직원은 잘 알고 있었다. 고석은 직원의 월급을 착취하고 호텔 공금을 빼돌린 뱀파이어라는 것을.해가 서쪽에서 떴다는 것을 믿을지언정 고석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본분을 지킨다는 개소리를 믿지 않을 것이다.연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이 년 동안 비록 호텔에 와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당신이 한 짓을 모를 줄 알았어요?”강한 아우라에 고석의 이마엔 식은땀이 났다.“사장님, 잘못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전 절대 사장님에게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이 년 동안 고석은 확실히 호텔의 공금을 많이 탐냈고 만약 연아가 정말 그를 고소한다면 후반생은 족히 감방에서 보낼 수 있었다.“황고석 씨, 당신 동생이 내 아래에서 일을 착실하게 하지만 않았어도 당신은 이미 감방에 들어갔어요.
연아의 비서는 더는 참지 못하고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말했다.“어서 이 막말하는 경호원을 내던져요!”경호원이 손을 쓸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연아가 입을 열었다.“내 몸에 질병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이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 이지연과 서라는 깜짝 놀랐다.연아에게 정말 질병이 있다고? 그럴 리가!“당연히 눈으로 보아낸 거죠.”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한의학엔 네 가지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바로 환자의 병세를 보고, 듣고, 묻고, 맥을 짚어 보는 것입니다. 당신의 병은 실력 있는 한의사라면 한눈에 보아낼 수 있어요.”서준이 자화자찬하는 것이 아니었다. 연아의 한기는 너무 심했다. 삼 미터 밖에 있는 서준도 선명히 느낄 정도였다.이건 그녀의 차가운 아우라에서 나오는 기운이 아니라 그녀의 몸 내부였다.이 점에 대해 다른 사람은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에너지가 있는 서준은 선명히 느껴졌다.“잘난 척 좀 그만해요.”잠시 멈칫한 후 지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쪽 모양새를 보니 대학을 금방 졸업한 것 같은데 학교에서 몇 년 공부 좀 했다고 정말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죠?”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의술의 높고 낮음은 나이를 본다.만약 상대방이 60살이 넘는 어르신이었다면 믿음이 가지만 상대방이 금방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라면 감히 그에게 자신의 병을 맡길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나이가 의술이라는 생각은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었다.그래서 지연이 깔볼 때 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연아도 서준의 의술을 의심했다.그는 연아에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은 찬 음식과 찬 맥주를 마시지 못해요, 매번 이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심장과 위에 통증을 느끼죠. 그리고 내분비가 그렇게 균형되지 못하고 매달 월경 기간 많은 양의 피를 흘리죠.”서준의 말을 듣자 연아의 표정은 급변했다.다 맞는 말이었다.“당신의 체온은 점점 낮아져요. 비록 당신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가까이 오는 사람들은 한기를 느끼곤 해요.”이번엔 지연이 놀
얼굴은 아름다웠고 몸은 옥처럼 희고 고왔는데 흠잡을 곳이 없었다.좋은 몸매에 걸쳐진 속옷은 남자의 신경을 자극했다.서준은 잠시 멈칫한 후, 정신을 바로잡고 속으로 장청결을 읊으며 욕구를 떨쳐버렸다.서준은 정상적인 남자였다. 장청결을 수련했지만 연아의 완벽한 몸을 보았을 때 조금의 욕구가 생겼다.하지만 그는 욕구가 활활 타오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었다.지연은 서준이 이렇게 빨리 마음을 다잡은 것을 보자 조금 놀랐다.여자인 그녀도 연아의 완벽한 몸을 보았을 때 자신의 손을 통제할 수 없었는데 남자인 서준은 덜 할까.서준은 침대에 걸어가 연아의 곁에 섰다. 그는 연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아까보다 더 심한 것을 발견했다.연아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속으론 무척 긴장했다. 그래서 몸이 조금 떨렸다.서준은 연아의 허리 부근에서 숨겨진 청색 기운을 발견했다.그건 바로 한기가 모여있는 곳이었다.서준은 소독한 침을 꺼내 연아의 허리 부근에 놓았다.“긴장 풀어요.”서준이 위로해 주었다.경직되었던 그녀의 몸이 점점 풀렸을 때 서준은 계속 침을 놓았다.여섯 바늘이 떨어진 후, 서준은 체내의 에너지를 돌리며 바늘을 통해 연아의 복부에 밀어 넣었다.에너지가 들어가면서 청색 기운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따뜻한 기류를 느끼자 연아는 너무 편한 나머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사장님, 왜 그러세요?”곁에 있던 지연이 이 소리를 들은 후 즉시 물었다.“괜... 괜찮아요.”연아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너무 편해서 낸 소리라고 말할 리가 없었다.곧이어 형용할 수 없는 편안한 느낌이 밀물처럼 한 번 또 한 번 밀려왔는데 점점 참기 힘들었다.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지연에게도 잘 들리는 소리를 냈다.사람의 마음을 간질간질 건드리는 그런 소리였다.아직 남자친구를 사귀지 못한 지연은 이 소리를 들은 후 얼굴이 달아올라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얼음 같은 사장님이 이렇게 낯 뜨거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걸 보니 도대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
은행을 지날 때, 서준은 사연에게서 받은 수표를 생각하며 고민했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안에 들어갔다.이삼 년 동안, 희선과 서라는 많은 고생을 했다. 이젠 서준이 돈을 벌었으니 당연히 가족들에게 좋은 생활을 제공하고 싶다. 은행에서 업무를 처리하려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서준은 로비 직원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수표를 어디서 현금화할 수 있나요?" "진서준 아니야? 네가 감옥에서 나왔어?" 이 순간, 진한 향수 냄새가 몰려왔고, 그 후에 키가 크고 아름다운 여성이 서준의 앞에 나타났다. 서준은 상대를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이 여자는 장혜윤, 서준의 대학 동기였다. 서준과 지수가 사귀기 전에 혜윤은 그를 쫓아다녔지만 서준에게 거절당했다. 그 후, 헤윤은 마음에 원한을 품고 서준에 대한 다양한 루머를 퍼뜨리며 다녔다. 삼 년 전, 서준이 감옥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후, 혜윤은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세계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소식을 반급 채팅에 올리기까지 했다.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수표를 현금화하려고 하는 거야? 진짜 웃기다.”혜윤은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은 출근해야 해서 지수 아들의 백일잔치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금 전에 자신이 좋다고 쫓아다녔던 남자가 이 꼴로 사는 것을 보자 혜윤은 더 비웃고 싶었다."모르지? 지수는 이씨 집안의 도련님과 결혼해서 이미 아들을 낳았어. 한때 너는 자수를 위해 희생해 줬지만, 네가 감방 생활할 때 이씨 집안 도련님과 결혼했어.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너무 웃겨." 혜윤의 목소리는 엄청 컸고, 업무를 처리하려고 온 사람들도 모두 주목했다. 서준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난 뒤, 사람들은 즉시 그를 가리키며 궁시렁거렸다. "장혜윤, 얘기할 때 좀 조심하는 게 좋겠어."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은행 고객이야. 여기서 수표를 현금화하러 온 거지, 네 수모를 겪으려고 온 게 아니야!"혜윤은 팔짱을 끼며 무시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침대에 누워 있던 유옥순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바로 일그러졌다.“너 바로 아빠에게 전화해 여기 오라고 해.”힘이 넘치는 말투만 보면 전혀 위독한 환자 같지 않았다.“아빠, 빨리 대한민국 금도로 오세요. 엄마가 누군가에게 맞아 위독해요. 금도에 있는 삼촌은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빨리 오세요. 늦으면 엄마 마지막 얼굴도 못 볼 거예요.”노아연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는데 그 모습은 유옥순이 정말 임종을 앞둔 사람인 것 같았다.하지만 유옥순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엄지를 척 내밀어 딸의 연기를 칭찬했다.“내일 아침에 온다고요? 알았어요, 우리 기다릴게요.”노아연은 전화를 끊고 매우 흥분했다.“아빠가 내일 온대요. 이제 아빠가 오면 반드시 삼촌에게 사과를 받아내야 해요. 엄마가 불치병에 걸렸는데도 명의를 데리고 오지 않다니, 이런 가족이 어디 있어요?”노아연의 말투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그러게 말이야. 난 우리 오빠 친동생인데, 너무 오래 만나지 않아서 정이 다 식었나 봐.”유옥순은 한숨을 쉬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유옥순은 자기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모든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렸다.이런 사람은 전형적인 자기가 세계 중심에 선 듯한 이기적인 부류의 사람이었다.자기가 태양이 아닌데도 억지로 태양이 되려고 하니, 곁에 있는 사람들이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정오가 거의 다 되어서야 진서준이 약방에서 나왔다.진서준의 손에는 뜨거운 청색 턍약이 담긴 그릇이 들려 있었다.거실에 들어서자 강력한 약기운이 순간 퍼져 나갔다.“향기롭네.”허윤진이 코를 킁킁거렸다.“서라야, 어서 이 탕약을 마셔.”“알았어, 오빠.”진서라는 탕약을 받아 온도를 확인한 후, 한입에 마셨다.순간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이 진서준의 사지로 퍼져 나갔다.체내에 있던 독도 이 따뜻한 기운에 휩쓸려 마지막에는 위장에 모였다.“나... 화장실 좀 갈게.”진서라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서라는 이제 괜찮아진 거야?”조희선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유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본 조희선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서라야, 네 독을 치료할 약재를 전부 찾았어. 오늘 네 체내 독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거야.”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희소식을 털어놨다.“오빠, 그동안 절 위해 정말 고생했어요.”진서라는 그 말에 눈가가 붉어졌다.요 몇 년 동안 진서준은 진서라 체내의 독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쉬지 않고 약재를 찾았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건 오빠가 응당 해야 할 일이야. 내 동생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지. 일단 먼저 얘기들 해. 난 약을 달이러 갈게.”몇 마디를 나눈 후, 진서준은 준비한 약재를 들고 유씨 가문의 약방으로 향했다.이 약재들은 전부 최고급 약재였기에 제조할 때 매우 조심해야 했다.한 번 실수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진서준은 문 앞에 출입 금지 표지를 걸어 놓아 다른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진서준이 약을 달이는 동안, 유기태가 돌아왔다.“진서준은 이미 돌아왔어?”유기태의 질문에 허사연이 차를 따라주며 대답했다.“네, 지금 서라를 위해 약을 달이고 있어요. 삼촌, 서준을 찾으시는 건가요?”“고마워.”유기태는 차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우리 집에 친척이 하나 왔는데 집에 오기도 전에 누군가가 때려 병원에 입원했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불치병에 걸렸다고 하더라고. 몸이 점점 안 좋아지는데 병원 의사들도 어쩌지 못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온 거야.”이 말을 듣자 허사연은 순간 멈칫했다.방금 허사연과 진서준이 혼뜨검을 낸 유옥순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허사연은 두 사람을 연관 짓지 않았다.유옥순은 거칠고 오만했지만 유기명과 유기태는 전부 교양이 있고 점잖은 사람이었다.정말 한 가족이라면 어떻게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있겠는가?“삼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진서준이 약을 다
방금 허사연과 유옥순의 대화를 진서준은 전부 들었다.“우리 사이의 일은 뭔 소리야?”유옥순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유옥순이 진서준과 허사연의 관계를 몰랐기 때문이다.“네가 내 여자친구를 대놓고 욕했잖아.”진서준의 냉랭한 말에 유옥순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오호라, 너랑 이 년이 한패였구나.”말이 떨어지자 진서준은 손을 들어 거침없이 따귀를 날렸다.짝!따귀 소리가 울리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환호했다.유옥순은 그 따귀를 맞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사고할 수 없었다.“네가 역주행해서 사고를 내고도 반성은커녕 오히려 내가 사람을 구하는 걸 방해하려고 했어.”짝!“네 딸이 상처 같지도 않은 상처를 입었다고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그 어린 소녀가 동맥이 터져 대출혈을 한 건 못 봤어?”짝!“그리고 이 한 대는 네가 내 여자친구를 욕한 대가야.”짝!“이 한 대는 네게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 주는 거야. 외국에 시집갔으면 외국에서나 허풍을 떨어. 우리 대한민국에서 깡패짓하지 마. 우리 대한민국은 너 같은 쓰레기를 환영하지 않아.”진서준의 따귀를 여러 대 맞자 유옥순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부풀어 올랐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이런 여자는 제대로 된 참교육을 받아야 했다.“엄마! 감히 우리 엄마를 때려? 너 오늘 여기서 무사하게 떠날 생각 하지 마!”노아연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자 진서준이 냉정하게 받아쳤다.“큰일 날 사람은 이 여자야. 네 엄마는 불치병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할 거야.”“개소리하지 마. 우리 엄마는 이렇게 정정하신데 불치병 같은 헛소리를 지껄여?”노아연은 예상치 못한 화제에 분노를 터뜨렸다.“네가 감히 우리 엄마를 저주해?”“너희가 매일 진수성찬을 먹으며 폭식해서 영양 과다로 불치병이 생긴 거야.”진서준은 쌀쌀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믿지 않겠으면 이따가 병원에 가서 검사해 봐.”진서준이 농담하는 것 같지 않자 노아연과 유옥순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설마
“날 때리겠다고? 한번 해봐.”허사연은 유옥순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네가 역주행해서 사고를 내고 이 어린 소녀를 중상으로 만들었잖아. 이제 와서 모든 죄를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우다니, 너 인간 맞아? 네 딸 그 상처도 다친 거라고 호들갑을 떨어? 검지에 살짝 긁힌 상처면 반창고로 붙이면 될 일을 의사를 찾아달라고 울부짖다니, 네 딸은 뭐 금은보화만 먹고 자랐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다리가 부러진 줄 알겠네.”허사연의 일갈에 현장 사람들은 다들 통쾌한 표정을 지으며 공감했다.“잘 말했어, 조금 전부터 저 둘이 거슬렸어.”“그러게, 분명 자기 잘못인데 방귀 낀 놈이 화낸다고 저렇게 건방지다니.”“긴말 필요 없어. 바로 경찰에 신고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유옥순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무례할 뿐만 아니라 어린 소녀의 생명을 무시하다니, 이건 누가 봐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기막힌 일이었다.“닥쳐! 다들 닥치라고!”유옥순이 사납게 소리쳤다.“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난 샛터 사람이야, 남편은 조 단위 자산을 자랑하는 부자야. 너희 시장도 날 깍듯하게 모시는데 너희가 뭔데 감히 내게 손가락질이야? 계속 함부로 지껄이면 전화해서 너희를 전부 감옥에 잡아넣을 거야.”이 말이 떨어지자 떠들썩하던 현장이 조금 조용해졌다.이 여자가 금은보화로 가뜩 치장한 모습을 보니 거짓말 같지 않았다.샛터라는 나라는 거지도 한 달에 수천만 원을 버는 곳인데 현지 부자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엄마, 이 쓰레기들하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의사 불러서 제 상처 치료하게 해요.”노아연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들었어? 당장 우리 딸 상처 치료해.”유옥순이 다짜고짜 진서준에게 명령했다.오만방자한 모습에 사람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호족이 세력을 믿고 깡패짓하니 평범한 백성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꿈 깨.”허사연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유옥순과 눈을 마주쳤다.“젠장, 어디서 굴러온 천한 년이 이렇게 나대?”유옥순은 화가 나
조수석에는 피투성이가 된 어린 소녀가 누워 있었다.일곱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딱 봐도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딸!”노란색 옷의 여성이 소녀를 보자 더욱 목 놓아 울부짖었다.이 교통사고에서 여자도 똑같은 피해자였다.“얼른 구급차를 불러요.”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서둘러 구급차를 부르려고 했다.“안 돼요, 구급차가 오기 전에 이 소녀는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을 겁니다.”진서준이 방금 소녀의 상처를 검사하자 여러 동맥이 손상되어 피가 멈추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노란색 옷의 여성은 그 말을 듣자 기절할 뻔했다.“혹시 여기 의사 없나요?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우리 딸을 구해주세요.”노란색 옷의 여성은 거의 통곡에 가까운 소리로 부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안타깝기만 할 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몸을 쓰는 힘든 일은 도울 수 있지만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는 일은 어쩔 수 없었다.“일단 진정하세요. 제가 의사입니다. 당신 딸을 구할 수 있어요.”진서준이 위로했다.“정말요? 의사님, 감사합니다.”노란색 옷의 여성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했다.상황이 급박해서 여자는 진서준이 청년인지 아닌지 따질 여유가 없었다.진서준은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냈고 병 안에는 지혈할 수 있고 흉터도 없애는 약 가루가 들어 있었다.진서준은 영기로 상처 입은 동맥 주변의 혈관을 막고 약 가루를 조심스럽게 뿌렸다.진서준이 사람을 구하는 동안 역주행하던 고급 차에서 한 모녀가 내렸다.모녀는 금은보화를 잔뜩 차려입고 있어서 한눈에 부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너희 눈멀었어? 운전할 줄 알아, 몰라? 내 차가 달려오는 거 못 봤어? 비켜줄 줄 몰라?”유옥순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욕을 퍼부었고 이 여자의 말은 순간 현장 사람들의 불만을 샀다.“자기가 역주행해 놓고 사과는커녕 오히려 여기서 언성을 높이고 난리야?”누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유옥순이 부자인지라 아무도 공개적으로 대들지 못했다.부자를 건드리면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어서 와.”공항 입구에서 허사연이 직접 차를 몰고 와 진서준을 마중했다.다른 사람들은 오늘 따라오지 않았는데 그들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비록 며칠 만에 만났지만 진서준은 몇 년 만에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진서준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허사연을 꽉 안았다.“사연아, 너무 보고 싶었어.”“나도 보고 싶었어.”허사연은 진서준을 안으며 진서준의 향기를 천천히 음미했다.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은 다들 갈 길이 바쁜지 진서준과 허사연을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잠시 떨어져 있던 연인은 새로 사귄 연인보다 더 달콤한 법이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안고 있다가 진서준이 허사연을 내려놓았다.“전화로 들었는데, 서라를 치료할 마지막 약초를 구했다면서?”차에 탄 후, 허사연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응, 천년병제련을 구했어. 이제 돌아가면 서라 체내의 독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거야.”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참 다행이야.”허사연도 기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허사연은 조용히 진서준의 얘기를 기다렸다.“누군가가 우리 아버지를 신농 금지 구역에서 밖으로 데려갔는데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어.”진서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힘들게 얘기를 꺼냈다.아버지가 신농 금지구역에 계셨다면 진서준은 자기 실력을 키우기만 하면 됐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아버지의 행방이 묘연해졌다.그러니 지금은 일단 구지범이 아버지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찾아야 했다.“뭐라고? 누군가가 아버님을 빼돌렸다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응, 근데 그 사람이 언젠가 날 직접 찾아올 거야. 난 이렇게 당하기만 싫어. 그래서 그 사람이 날 찾아오기 전에 아버지를 먼저 찾고 싶어.”진서준이 계획을 털어놨다.이렇게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느낌은 너무 괴로웠다.하지만 아버지의 은신처를 찾는 게 그렇게 쉬울 리가 없었다.구지범 그 자식은 계획이 너무 치밀해서 당장은 찾기 어려울
“이래도 계속할 거야?”지현민이 여전히 평온한 말투로 물었다.“이 영감탱이가 뭐 이렇게 나대? 네가 저 녀석을 한번 구할 수 있다 해도 평생은 못 구할 거야.”“오늘 일은 기억해 두겠어. 두고 보자!”“가자!”백운성은 체내에서 끓어오르는 기혈을 억지로 누르며 불만을 가득 안고 링에서 내려와 떠났다.방금 그 한 방으로 백운성은 자기와 지현민의 차이를 확연히 알게 되었다.지선이 되지 못하면 아무리 수련해도 여전히 개미처럼 하찮은 존재에 불과했다.지현민을 이기려면 반드시 동등한 수준의 지선이 나서야 한다.“장로님, 이렇게 포기하는 겁니까?”양지천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그럼 너 혼자 여기 남아.”백운성이 양지천을 노려보며 불쾌하게 말했다.“아니요, 저도 갈 겁니다.”양자천은 바로 꼬리를 내리며 따라갔다.주자청도 콧방귀를 끼며 으름장을 놓았다.“영감탱이, 오늘 이 일은 우리 곤륜도 기억해 둘 거야. 우리 종주가 직접 찾아올 때 알아서 그분에게 제대로 해명해 봐.”말을 마치고 주자청은 바로 곤륜 제자들을 데리고 떠났다.“진서준 오빠, 제가 돌아가서 우리 아빠에게 잘 설명할게요.”조슬기도 서둘러 한마디 남기고 함께 떠났다.문추원은 아무 말 없이 제자들을 데리고 현장을 떠났다.순식간에 4대 종문 중 세 종문이 소림을 떠났고 오직 용전 일행만이 남았다.“용전 선배, 우리도 빨리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은범이 조심스럽게 여쭸다.“진서준, 다음에 또 만나면 넌 절대 도망가지 못할 거야.”용전은 협박을 남기고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임배는 진서준에게 꼭 조심하라는 눈빛을 슬쩍 주고 함께 떠났다.다른 무인들도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뿔뿔이 도망쳤다.“지현민 지주님, 정말 감사합니다.”진서준은 지현민을 향해 공손하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진 시주님이 심은 작은 나무가 결국 열매를 맺은 것뿐입니다.”지현민이 평온하게 말했다.서북 지역 일만 아니었다면 오늘 지현민은 진서준을 구해주지 않았을 것이다.그
“흥, 장로 세 명이 함께 공격하면 지선이라도 전력을 다해야 막아낼 수 있는데, 고작 육급 대종사에 불과한 저놈이 어떻게 장로들의 상대가 될 수 있겠어?”도권우는 콧방귀를 뀌며 경멸이 가득 찬 눈빛으로 진서준을 노려봤다.아무리 봐도 진서준의 행동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진서준, 오늘 절대 널 살려두지 않을 거야!”양지천의 눈에는 원한과 원망이 가득했다.양지천은 진서준을 죽일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진서준 때문에 양지천은 가문에서 고개를 들고 떳떳하게 지낼 수 없게 되었기에 진서준을 죽여야만 그 원한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이봐, 네가 슬기를 구한 걸 감안해서 선법만 넘기면 목숨은 살려주마.”주자청은 뒷짐을 지고 이미 최후 승리를 거둔 사람처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먼지 속에서 진서준은 천천히 일어섰다.진서준의 옷은 찢어져 있었고 온몸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날 죽이기엔 너희들은 역부족이야.”진서준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건방지긴 짝이 없구나!”문추원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우리 셋이 전력을 다해서 공격했다면 방금 넌 저세상에 갔을 거야. 오늘 네가 선법을 넘기지 않는다면 넘길 때까지 흠씬 두들겨 팰 거야.”말이 떨어지자 세 사람은 다시 움직였다.“여러분, 일단 제 말을 들어보시오.”불법이 가득한 목소리가 멀리서 가까이로 천천히 들려왔다.그 강력한 법력에 주자청 세 사람은 순간 몸이 굳었다.세 사람은 머리를 돌려 눈을 가늘게 뜨고 지현민을 바라봤다.이 영감이 벌써 지선급에 이르렀단 말인가?지선, 즉 가짜 금단은 삼천대도 중 하나를 깨달은 자를 말한다.지현민의 방금 목소리에는 깊숙한 불법이 담겨 있었는데 이건 지현민이 불가의 도 하나를 깨달았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지현민 주지님, 이 자식 편을 들려는 건 아니겠죠?”주자청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고발했다.“지금 시체가 널브러진 이 상황은 전부 이 자식이 한 짓입니다. 설마 지주님 불문이 이 악마를 보호하려는 건 아
그때, 문추원과 나머지 두 장로가 천천히 일어섰다.“애송이야, 그 선법을 넘겨. 그럼 적어도 네 목숨은 살려줄 수 있어.”주자청이 입을 열었다.“이장로님, 진서준 오빠는 제 생명의 은인인데 어떻게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 있죠?”조슬기가 굳어진 얼굴로 급히 따졌다.“이장로님이 이러는 건 우리 곤륜을 불의와 부정의 늪에 밀어 넣는 것과 같은 일이에요.”하지만 주자청은 미간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반박했다.“지금 이 자식을 무사하게 이곳을 떠나게 하는 거야말로 우리 곤륜을 불의와 부정의 늪에 밀어 넣는 거야.”“장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제 이 자식은 도망칠 수 없을 거야.”주자청을 비롯한 장로가 나서자 은범 일행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장로들은 실력이 막강했다.백운성은 십급 대종사로 한 걸음만 더 가면 지선급에 도달할 수 있었다.게다가 주자청과 문추원은 구급 대종사였다.이런 무시무시한 조합은 대한민국 경성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하물며 진서준 같은 애송이를 잡는 건 전혀 어려울 게 없었다.비록 선법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실력 차이 앞에선 아무 소용도 없었다.노인 세 명은 협공의 자세로 진서준을 가운데 가두었다.그 모습을 본 진서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그저 차분하게 장로들을 바라보았다.“이봐, 선법을 넘겨. 그럼 널 그냥 보내주마.”문추원의 말에 진서준은 침착하게 대응했다.“우리 아버지가 신농에 20년 동안 갇혔지만 절대 선법을 넘기지 않았어. 근데 내가 너희에게 넘길 것 같아?”“넘기지 않으면 크게 다칠 준비를 해야 할 거야. 현명한 판단을 내려.”백운성도 옆에서 경고했다.“고작 너희 셋이서?”진서준은 콧방귀를 끼며 비웃었다.“선법이 있다고 해서 천하무적이 된 거라고 착각하면 큰 오산이야.”주자청도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고했다.“우리가 대한민국 최정상 종문으로 오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그건 나도 알아.”진서준은 평온하게 말을 이어갔다.“너희는 가짜 선법을 배우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