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의 비서는 더는 참지 못하고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말했다.“어서 이 막말하는 경호원을 내던져요!”경호원이 손을 쓸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연아가 입을 열었다.“내 몸에 질병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이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 이지연과 서라는 깜짝 놀랐다.연아에게 정말 질병이 있다고? 그럴 리가!“당연히 눈으로 보아낸 거죠.”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한의학엔 네 가지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바로 환자의 병세를 보고, 듣고, 묻고, 맥을 짚어 보는 것입니다. 당신의 병은 실력 있는 한의사라면 한눈에 보아낼 수 있어요.”서준이 자화자찬하는 것이 아니었다. 연아의 한기는 너무 심했다. 삼 미터 밖에 있는 서준도 선명히 느낄 정도였다.이건 그녀의 차가운 아우라에서 나오는 기운이 아니라 그녀의 몸 내부였다.이 점에 대해 다른 사람은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에너지가 있는 서준은 선명히 느껴졌다.“잘난 척 좀 그만해요.”잠시 멈칫한 후 지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쪽 모양새를 보니 대학을 금방 졸업한 것 같은데 학교에서 몇 년 공부 좀 했다고 정말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죠?”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의술의 높고 낮음은 나이를 본다.만약 상대방이 60살이 넘는 어르신이었다면 믿음이 가지만 상대방이 금방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라면 감히 그에게 자신의 병을 맡길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나이가 의술이라는 생각은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었다.그래서 지연이 깔볼 때 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연아도 서준의 의술을 의심했다.그는 연아에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은 찬 음식과 찬 맥주를 마시지 못해요, 매번 이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심장과 위에 통증을 느끼죠. 그리고 내분비가 그렇게 균형되지 못하고 매달 월경 기간 많은 양의 피를 흘리죠.”서준의 말을 듣자 연아의 표정은 급변했다.다 맞는 말이었다.“당신의 체온은 점점 낮아져요. 비록 당신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가까이 오는 사람들은 한기를 느끼곤 해요.”이번엔 지연이 놀
얼굴은 아름다웠고 몸은 옥처럼 희고 고왔는데 흠잡을 곳이 없었다.좋은 몸매에 걸쳐진 속옷은 남자의 신경을 자극했다.서준은 잠시 멈칫한 후, 정신을 바로잡고 속으로 장청결을 읊으며 욕구를 떨쳐버렸다.서준은 정상적인 남자였다. 장청결을 수련했지만 연아의 완벽한 몸을 보았을 때 조금의 욕구가 생겼다.하지만 그는 욕구가 활활 타오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었다.지연은 서준이 이렇게 빨리 마음을 다잡은 것을 보자 조금 놀랐다.여자인 그녀도 연아의 완벽한 몸을 보았을 때 자신의 손을 통제할 수 없었는데 남자인 서준은 덜 할까.서준은 침대에 걸어가 연아의 곁에 섰다. 그는 연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아까보다 더 심한 것을 발견했다.연아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속으론 무척 긴장했다. 그래서 몸이 조금 떨렸다.서준은 연아의 허리 부근에서 숨겨진 청색 기운을 발견했다.그건 바로 한기가 모여있는 곳이었다.서준은 소독한 침을 꺼내 연아의 허리 부근에 놓았다.“긴장 풀어요.”서준이 위로해 주었다.경직되었던 그녀의 몸이 점점 풀렸을 때 서준은 계속 침을 놓았다.여섯 바늘이 떨어진 후, 서준은 체내의 에너지를 돌리며 바늘을 통해 연아의 복부에 밀어 넣었다.에너지가 들어가면서 청색 기운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따뜻한 기류를 느끼자 연아는 너무 편한 나머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사장님, 왜 그러세요?”곁에 있던 지연이 이 소리를 들은 후 즉시 물었다.“괜... 괜찮아요.”연아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너무 편해서 낸 소리라고 말할 리가 없었다.곧이어 형용할 수 없는 편안한 느낌이 밀물처럼 한 번 또 한 번 밀려왔는데 점점 참기 힘들었다.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지연에게도 잘 들리는 소리를 냈다.사람의 마음을 간질간질 건드리는 그런 소리였다.아직 남자친구를 사귀지 못한 지연은 이 소리를 들은 후 얼굴이 달아올라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얼음 같은 사장님이 이렇게 낯 뜨거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걸 보니 도대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
은행을 지날 때, 서준은 사연에게서 받은 수표를 생각하며 고민했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안에 들어갔다.이삼 년 동안, 희선과 서라는 많은 고생을 했다. 이젠 서준이 돈을 벌었으니 당연히 가족들에게 좋은 생활을 제공하고 싶다. 은행에서 업무를 처리하려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서준은 로비 직원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수표를 어디서 현금화할 수 있나요?" "진서준 아니야? 네가 감옥에서 나왔어?" 이 순간, 진한 향수 냄새가 몰려왔고, 그 후에 키가 크고 아름다운 여성이 서준의 앞에 나타났다. 서준은 상대를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이 여자는 장혜윤, 서준의 대학 동기였다. 서준과 지수가 사귀기 전에 혜윤은 그를 쫓아다녔지만 서준에게 거절당했다. 그 후, 헤윤은 마음에 원한을 품고 서준에 대한 다양한 루머를 퍼뜨리며 다녔다. 삼 년 전, 서준이 감옥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후, 혜윤은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세계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소식을 반급 채팅에 올리기까지 했다.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수표를 현금화하려고 하는 거야? 진짜 웃기다.”혜윤은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은 출근해야 해서 지수 아들의 백일잔치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금 전에 자신이 좋다고 쫓아다녔던 남자가 이 꼴로 사는 것을 보자 혜윤은 더 비웃고 싶었다."모르지? 지수는 이씨 집안의 도련님과 결혼해서 이미 아들을 낳았어. 한때 너는 자수를 위해 희생해 줬지만, 네가 감방 생활할 때 이씨 집안 도련님과 결혼했어.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너무 웃겨." 혜윤의 목소리는 엄청 컸고, 업무를 처리하려고 온 사람들도 모두 주목했다. 서준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난 뒤, 사람들은 즉시 그를 가리키며 궁시렁거렸다. "장혜윤, 얘기할 때 좀 조심하는 게 좋겠어."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은행 고객이야. 여기서 수표를 현금화하러 온 거지, 네 수모를 겪으려고 온 게 아니야!"혜윤은 팔짱을 끼며 무시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주위의 사람들은 진서준이 범죄자였다는 소문을 듣고는 이 수표가 손버릇이 나쁜 진서준이 훔친 것이라고 생각했다.전과가 있기 때문에 누구도 진서준의 말을 믿지 않았다.몇몇 여직원은 입꼬리를 치켜들고는 경멸에 찬 표정을 지었다.‘3년 동안이나 감옥에 있었으면서도 결국 물건을 훔치는 본성은 고쳐지지 않았구나. 정말 쓰레기네.’이내 형사 두 명이 은행에 도착하였다.“형사님, 이 사람이 20억짜리 수표를 훔쳤어요. 절대 여기서 빠져나가게 하지 마세요.”장혜윤이 진서준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그중 사각형 얼굴의 한 형사가 진서준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 수표 당신이 훔친 겁니까?”“당연히 아니죠. 이 수표는 주인께서 저한테 주신 겁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바로 이때, 정장 차림을 한 중년 남자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무슨 일인가요?”그 사람을 발견한 장혜윤은 이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지점장님, 이 사람이 훔친 수표로 돈을 꺼내려 합니다.”최우식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장혜윤의 말이 좀 석연치 않다는 걸 느꼈다.수표라는 건 막 함부로 훔칠 수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최우식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장혜윤은 이내 진서준이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가 전과자였다는 얘기를 듣고 최우식과 두 명의 형사는 장혜윤의 말을 반쯤 믿기 시작했다.장혜윤은 진서준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진서준, 빨리 죄를 인정하는 게 어때? 안 그럼 또 감방에 갈지도 몰라.”“넌 2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한 경험이 있으니 그곳이 얼마나 복잡한 곳인지는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한편, 최우식은 장혜윤을 향해 입을 열었다.“수표 한번 줘봐요.”그녀는 냉큼 최우식에게 수표를 건네주었고 수표를 건네받은 최우식은 수표 위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간이 부었군요. 감히 허성태 씨의 수표를 훔치다니.”허성태는 서울시 몇몇 은행의 VIP 고객이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은행의 지점장들은 허성태의 사인을 알고 있었다.
20억짜리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은행 카드에 입금한 후 진서준은 현금 40만 원을 꺼내 집으로 향했다.집으로 가는 길에 그는 과일 가게에 들러 과일을 많이 샀다. 거의 집에 도착했을 때, 진서라가 길가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오빠.”눈치가 빠른 진서라는 진서준을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이렇게 더운 날씨에 왜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땀으로 범벅이 된 진서라를 보며 진서준은 가슴이 아팠다. “안 더워.”진서라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진서준의 손에 든 과일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오빠, 무슨 과일을 이렇게 많이 샀어?”“얼마 안 돼. 집에 가서 밥 먹자.”진서준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 과일은 모두 합쳐도 2만 원밖에 되지 않았지만 진서라와 조희선한테는 명절에도 먹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난 3년 동안 두 사람은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 “응.”진서라가 주머니를 들어주려고 손을 뻗자 진서준은 그녀를 막아서고는 계속해서 집으로 걸어갔다. 양철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뜨거운 폭풍이 몰아치는 느낌이 들었다. 양철집에는 단열재가 전혀 없었고 태양이 오전 내내 내리쬐고 있어 방 안의 온도는 거의 50도에 도달하여 찜질방보다 더 뜨거웠다. 아까 만든 음식이 이미 다 상해 버린 탓에 조희선은 더위를 무릅쓰고 다시 음식을 하고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진서준은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어머니, 요리 그만하세요. 지금 당장 이사해요. 이사하고 나서 서라랑 목욕하러 갔다 오시면 우리 큰 호텔에 밥 먹으러 가요.”“오빠, 이사라니? 우리가 어디로 이사 간다는 거야?”“글라리아 별장. 내가... 아니, 우리 사장님께서 잠시 빌려주셨어.”진서라는 조희선에 비해 아는 것이 많았다. 글라리아 별장이라는 말을 듣고 그녀는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그곳은 서울시에서 가장 호화로운 별장 단지였고 재벌이거나 신분이 높은 사람들만 살 수 있는 곳이었다.“왜? 오빠 못 믿겠어?”진서라의 놀란 표정을 보며 진
진서준은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설명했다.“이 열쇠는 허성태 씨의 딸이 저한테 준 겁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 당신 같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 열쇠 가져요?”경비원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무전기에 대고 사람을 불렀고 이내 덩치 큰 경비원 여섯 명이 달려왔다. 글라리아 별장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몸이 건장한 전역한 군인들이었다. 진서준이 6명의 경비원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고 진서라는 바로 차 문을 열고 조희선을 안고 내려왔다. “이 세 사람, 도망가지 못하게 잘 지키고 있어. 난 허성태 씨한테 전화하고 올게.”말을 마친 경비원은 즉시 경비실로 달려갔고 6명의 경비원을 남겨두어 진서준을 지키게 하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택시 기사는 바로 그들의 캐리어 두 개를 던져버리고는 차를 몰고 도망갔다.“오빠, 무슨 일이야?”진서라는 겁먹은 표정으로 경비원들을 쳐다보다가 진서준 뒤에 숨으며 물었다.“괜찮아, 그냥 일반적인 검사를 하고 있을 뿐이야. 글라리아 별장의 보안은 매우 엄격한 편이거든.”진서준은 엄마와 여동생이 걱정하지 않도록 거짓말을 하며 그들을 위로했다.“하지만...”진서라는 바보가 아니다. 그녀는 경비원들이 그들에게 적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내 눈치챘다. 조희선은 미간을 찌푸린 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향해 소리쳤다.“서준아, 그만 돌아가자. 친구 귀찮게 하지 말고.”이곳의 수려한 풍경만 봐도 별장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 괜찮아요, 조금 있으면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웃으며 그녀를 위로했다.바로 이때, 은색의 BMW 차량 한 대가 세 사람 옆에 천천히 멈춰 섰다.“진서준, 여기가 네가 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많은 물건까지 가지고. 설마 글라리아 별장으로 이사하려는 건 아니겠지?”차 문이 열리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장혜윤이 차에서 내렸다. 곧이어 배불뚝이 중년 남자가 차에서 내려왔다. “자기야, 당신 친구야?”중년 남자는
방금까지 막대기를 들고 진서준을 가리키던 경비원들은 바로 그의 비위를 맞추며 그들의 짐을 차에 실었다. 경비원의 차에 올라타자 진서라는 숭배하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진서준은 항상 진서라를 지켜주었다. 어렸을 때 진서라가 동네 꼬마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적이 있었는데 진서준이 그 사실을 알고 바로 혼자 달려들어 그 꼬마들과 싸웠었다. 비록 진서준은 상처투성이가 될 때까지 맞았지만 진서라의 마음속에 진서준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히어로였다.“서준아, 앞으로 너희 사장님을 위해 일 열심히 일해야 해. 절대 실망시켜 드려서는 안 된다. 알겠지?”차 안에서, 조희선은 흥분한 얼굴로 길가의 경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온갖 꽃이 만발하고 버드나무의 향기가 차창을 통해 사람들의 콧속으로 스며들었다.“알겠습니다, 어머니.”조희선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진서준도 많이 기뻤다. “서준아, 나중에 시간 되면 사장님을 집에 초대하거라.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네, 제가 기회를 봐서 사장님께 말씀드릴게요.”산 중턱에 있는 별장 앞에서 설경구의 BMW 차량이 멈춰 섰다.설경구는 장혜윤의 허리를 끌어안고 별장 입구에 서서 자신의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혜윤아, 이 별장은 내 거야. 앞으로 넌 여기서 살아.”장혜윤은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별장을 쳐다보았다. “자기야 고마워. 이렇게 럭셔리한 곳에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하하, 별거 아니야.”설경구는 싱긋 웃으며 맨 꼭대기에 있는 A급 별장을 가리켰다.“그 별장이야말로 최상급이었는데 아쉽게도 허성태 씨가 사버렸지 뭐야.”장혜윤은 그의 손가락을 따라 복숭아꽃으로 둘러싸인 A급 별장을 쳐다보았고 그녀의 눈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바로 이때, 차 한 대가 그들 앞을 지나갔다.차창이 반쯤 열리자 진서준의 얼굴이 드러났고 그는 길가에 서 있는 장혜윤을 차갑게 쳐다보았다.장혜윤은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별장을 쳐다보았다. “진서준?”장혜윤도 진서준을
설경구처럼 권세에 아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진서준은 호감이 별로 없었다.지금은 자신을 공손하게 대하고 있지만 만약 자신이 초라한 처지가 된다면 가장 먼저 등에 칼을 꽂을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이니까. 하여 진서준은 설경구와 거리를 둘 생각이다. 잠시 후, 진서준은 조희선과 진서라를 도와 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별장은 지상 3층과 지하 1층으로 되어 있었고 지하 1층에는 주차장과 헬스장 그리고 3층 옥상으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위층에는 거실과 주방, 다이닝룸이 있었고 2층에는 서재와 침실, 침실마다 화장실과 욕실을 따로 갖추고 있었으며 3층에는 각종 오락실로 구성되어 있었다.위로 올라가면 천장이 있었고 옥상에는 야외 수영장도 있었다. 거기 서서 경치를 바라보면 서울시의 반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글라리아의 맨 꼭대기에는 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워 보였다. 방 정리를 마친 세 사람은 옥상으로 나와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빠져들었다. 한참을 지켜보던 진서라와 조희선은 눈시울을 붉혔다.그동안 그녀들의 삶을 생각하면 이런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제 현실이 되니 그저 꿈만 같았다.“어머니, 서라야. 이제부터 여기서 살 겁니다. 이곳은 공기도 아주 좋아서 두 사람이 요양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에요.”진서준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 하자.”조희선은 눈을 비비며 감격스러워했다.“서라야, 당분간 일하지 말고 집에서 엄마도 돌보고 몸보신도 해. 너 지금 너무 말랐어.”진서준은 뼈가 앙상한 진서라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응.”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모시고 샤워하고 와. 갔다 오면 우리 밥 먹으러 가자.”진서라와 조희선은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 진서준과 함께 밥을 먹으러 나가려고 했다.바로 그때, 문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서 확인해 보니 허사연이 온 것이었다. “허사연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진서준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허사연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