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5화

Author: 무가
설경구처럼 권세에 아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진서준은 호감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자신을 공손하게 대하고 있지만 만약 자신이 초라한 처지가 된다면 가장 먼저 등에 칼을 꽂을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이니까.

하여 진서준은 설경구와 거리를 둘 생각이다.

잠시 후, 진서준은 조희선과 진서라를 도와 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별장은 지상 3층과 지하 1층으로 되어 있었고 지하 1층에는 주차장과 헬스장 그리고 3층 옥상으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위층에는 거실과 주방, 다이닝룸이 있었고 2층에는 서재와 침실, 침실마다 화장실과 욕실을 따로 갖추고 있었으며 3층에는 각종 오락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위로 올라가면 천장이 있었고 옥상에는 야외 수영장도 있었다. 거기 서서 경치를 바라보면 서울시의 반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글라리아의 맨 꼭대기에는 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워 보였다.

방 정리를 마친 세 사람은 옥상으로 나와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빠져들었다.

한참을 지켜보던 진서라와 조희선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동안 그녀들의 삶을 생각하면 이런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제 현실이 되니 그저 꿈만 같았다.

“어머니, 서라야. 이제부터 여기서 살 겁니다. 이곳은 공기도 아주 좋아서 두 사람이 요양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에요.”

진서준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 하자.”

조희선은 눈을 비비며 감격스러워했다.

“서라야, 당분간 일하지 말고 집에서 엄마도 돌보고 몸보신도 해. 너 지금 너무 말랐어.”

진서준은 뼈가 앙상한 진서라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

“응.”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모시고 샤워하고 와. 갔다 오면 우리 밥 먹으러 가자.”

진서라와 조희선은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 진서준과 함께 밥을 먹으러 나가려고 했다.

바로 그때, 문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서 확인해 보니 허사연이 온 것이었다.

“허사연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

진서준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허사연을 쳐다보았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6화

    “너무 고마워요.”거실을 나선 진서준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허사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허사연이 오지 않았다면 조희선은 한동안 잠을 푹 자지 못했을 것이다. “자꾸만 나한테 이렇게 예를 차리면 정말 화낼 거예요.”허사연은 괜히 진서준을 쏘아보며 화난 척 입을 열었다.“하하... 사연 씨. 주차장에 있는 차, 내가 타고 다녀도 될까요? 이따가 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리고 나가 밥을 먹고 싶어서요.”아까 별장을 둘러볼 때 그는 주차장 안에 스포츠카 두 대와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글라리아 별장 앞에서는 택시가 전혀 잡히지 않아 외출하려면 차를 운전해야 했다. 진서준은 대학 때 이미 운전면허를 땄고 3년 동안 차를 만져보지 못했지만 운전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연하죠.”허사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이 별장에 있는 모든 것들은 서준 씨 마음대로 해도 돼요. 돌아가면 바로 사람을 시켜 명의 이전 해줄게요.”허사연을 보내고 진서준은 별장 거실로 돌아와 조희선과 진서라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서준아, 사장님 참 좋은 분인 것 같더구나. 꼭 열심히 일해야 한다.”조희선 다시 한번 그에게 신신당부했다. “어머니, 열심히 일할 테니까 안심하세요.”진서준은 웃으며 대답했다. 주차장 안에는 아우디, 빨간색 페라리, 그리고 은색의 람보르기니가 있었다.진서라는 스포츠카를 보고 눈빛을 반짝거렸다. 동생의 눈빛을 알아차린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서라야, 내일 당장 가서 학원에 등록해. 운전면허 따면 이 두 대 스포츠카 중에서 네가 마음 드는 걸로 하나 골라.”진서라는 고개를 저었다.“됐어, 오빠. 이 차들은 너무 사치스러워. 난 전동 스쿠터도 좋아.”“어떻게 그래.”진서준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차들은 지금 모두 허씨 가문의 것들이지만 오빠가 약속할게. 네가 면허증을 따면 너한테 스포츠카를 선물할게.” 스포츠카 한 대는 기껏해야 수억 정도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7화

    여종업원의 태도에 진서준은 약간 화가 났다. 그는 이 세상에 왜 이렇게 사람을 깔보는 자가 많은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약한 자에게는 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꼼짝도 하지 못한 인간들이 수없이 많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가난하게 사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서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종업원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당신... 뭐 하자는 겁니까?”여종업원은 진서준의 차가운 시선에 온몸이 오싹해졌고 한기가 올라왔다.“경고하는데 함부로 굴지 말아요. 저희 가게의 경호원들은 다 군인 출신들이라고요.”“서준아, 싸우지 마!”조희선도 놀라서 진서준의 팔을 끌어당겼다. 진서준은 조희선을 쳐다보고 웃으며 달래듯 말했다.“어머니, 제가 왜 싸우겠어요? 계산하러 갈 생각이었어요.”이어 진서준은 여종업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지금 바로 계산할게요.”“좋아요!” 여종업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즉시 몸을 돌려 길을 안내했다. 진서준이 종업원을 따라 계산하러 가는 사이 명찰에 박수영이라고 적힌 여종업원이 진서라와 조희선에게로 다가왔다. 박수영은 이 레스토랑의 홀 매니저였다. 옅은 화장을 한 그녀는 몸매와 외모가 뛰어난 편이었지만 진서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이건 윤 도련님께서 사신 술입니다.”박수영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고 그녀는 쟁반에 놓인 60만 원짜리 와인을 진서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저한테요?”두 모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박수영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그쪽에는 아르마니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그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젊고, 잘생기고, 돈도 많고, 딱 봐도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의 곁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녀들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진서라와 조희선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서라는 단번에 그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방의 호의를 단칼에 거절했다.“죄송합니다만 전 저 사람 모릅니다. 이 술은 받지 않을게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8화

    레스토랑 안의 다른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한 모습이었다.“이제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기겠어!”박수영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도도하게 말했다.“윤 도련님이 직접 오셨는데 계속 시치미를 떼실지 두고 봐야지.”박수영은 윤준후와의 관계가 있기 전까진 윤준후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윤준후가 돈을 주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윤준후와 가까워졌다.“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윤준후입니다. 반갑습니다.”윤준후는 진서라 앞에 나서서 신사처럼 매우 우아하게 인사를 건넸다.“오늘 인연이 닿았으니 술 한잔하며 친구라도 사귀는 게 어때요?”여유, 자신감, 적지 않은 싱글 여성들은 그 모습에 살짝 긴장했다.옆에 있는 진서준은 그렇게 그녀들에게 무시당했다.진서라는 윤준후를 힐끗 쳐다보고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죄송합니다. 가족들이랑 식자 중이라서요.”“두 사람은 당신 가족이군요? 그럼 다 함께하면 되겠어요.”장애가 있는 조희선과 수수한 옷차림을 한 진서준을 보며 윤준후는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자신이 조금만 호기를 부려도 그녀의 가족들 마음을 빼앗을 수 있지 않겠냐 생각했다.“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야, 아니면 귀먹은 거야!”진서준은 차갑게 윤준후를 노려보았다.“어? 뭐라고?”윤준후는 자신의 귀를 후비며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박수영도 어리둥절해하더니 화난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맞고 싶어? 감히 윤 도련님을 욕하다니?”윤준후는 손을 내저으며 박수영을 뒤로 당기고 품에서 BMW 열쇠와 피커 별장 출입 카드를 꺼냈다.“난 개성 있는 사람이 좋아요!”윤준후가 웃으며 말했다.“예쁜 아가씨, 당신이 나와 함께 한다면 이 두 가지는 모두 아가씨 것이 될 거예요!”“1억4000만 원짜리 차에 4억짜리 빌라 한 채는 어때요?”뒤에 있는 그의 친구들이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박수영은 경멸의 눈빛을 보였고 다른 손님들도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난 듯 모두 이곳을 쳐다보며 진서준 가족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고 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9화

    박수영은 앞으로 나와 진서준을 가리키며 물었다.“너 뭔데 우리 윤 도련님한테 협박이야??”“우리 윤 도련님이 누군지 알아?”“사해 그룹 계열사 사장일 뿐만 아니라 허 사장의 친척이야. 너 같은 촌놈이 감히 우리 윤 도련님에게 손찌검하다니!”박수영은 정말 주인의 좋은 개였다. 보고 있는 진서준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다른 사람들의 관심사는 진서준과 달랐다.윤준후가 사해 그룹 계열사 사장이고 허 사장의 친척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 소리를 질렀다.사해 그룹은 이 도시에서 유명한 그룹으로서 시가총액이 조 단위를 넘는다!‘진서준은 망했어! 진서라도 곧 망칠 거야!’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진서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짖어대는 박수영을 바라보았다.“내가 술병으로 남의 머리를 때린 적은 있어도 아직 아무도 나를 때린 적은 없어.”윤준후는 모든 사람이 경외하는 시선을 즐기며 머리를 감싸고 진서준에게 다가갔다.“배짱은 그런대로 대단하네.”“하지만, 너 큰 사고 쳤어!”윤준후의 말이 끝나자 그의 친구들이 술병을 들고 진서준에게 다가가 언제든지 진서준과 싸우려 했다.“당신들 함부로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진서리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소리쳤다.“경찰에 신고해?”박수영은 코웃음 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한 번 해봐!”“한마디 경고하는데, 우리 윤 도련님은 많은 사람을 알고 있어!”“경찰에 신고하면 오히려 너의 오빠를 들여보낼 수도 있어!”진서준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덤덤하게 말했다.“용서비는 걸 포기한 것 같군.”“용서?”윤준후가 코웃음 쳤다.“난 평생 용서를 구한다는 말을 행동에 옮겨본 적이 없어!”“그럼 내가 가르쳐줄게!”그러자 진서준이 갑자기 주먹을 쥐더니 윤준후의 얼굴을 내리쳤다. 주먹 한 방에 윤준후의 이빨이 빠졌다.윤준후의 친구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진서준이 이미 그들 앞으로 돌진해 왔다.턱턱.진서준의 테이블을 제외하고 다른 테이블은 모두 엉망진창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0화

    “진서라 씨, 미안해요. 방금 제가 눈이 멀었어요.”“제발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윤준후는 진서라를 돌아보며 필사적으로 용서를 빌었다.진서준만큼 모질지 않았던 진서라는 피투성이가 된 윤준후를 보며 진서준에게 말했다.“오빠, 그냥 보내줘.”“가도 되지만, 한 손을 잘라야 해.”진서준은 차갑게 윤준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알았어요... 지금 당장 스스로 내 손을 끊을게요!”손 하나로 생명을 바꾸는 일인데 바보라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알 것이다.그러자 윤준후는 손목 굵기의 쇠몽둥이를 구해다가 자신의 왼손을 향해 내리쳤다.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레스토랑에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머리털이 곤두섰다.다들 시간이 멈춘 것 같았고 숨 쉬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그들의 시선은 모두 진서준에게 집중되었고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방금 그들은 진서준이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조롱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오히려 윤준후가 한 손을 잘라버렸다.‘이 사람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설마 허씨 가문 아가씨의 약혼자는 아니겠지?’박수영은 너무 놀라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방금 윤준후의 뺨은 그녀를 순식간에 깨웠다. 그녀는 지금 이 청년을 해치우는 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꺼져.”순간 윤준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러진 왼손을 고깃덩어리처럼 뭉쳐 레스토랑 밖으로 도망쳐 나갔다.하지만 레스토랑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2층에 가지 않는 한 더는 식사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겁에 질린 레스토랑 지배인을 바라보던 진서준은 덤덤하게 한마디 했다.“2층에 자리를 마련해줘요. 우린 식사를 계속해야겠어요.”“네. 네, 저를 따라오세요.”레스토랑 지배인이 겁먹은 얼굴로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윤준후조차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남자이니 이렇게 작은 레스토랑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레스토랑 2층에 들어서자 그곳은 조용했다.곧 웨이터가 진서준이 방금 주문한 음식을 다시 내놓았고, 레스토랑 지배인이 와인 한 병을 들고 다가왔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1화

    집에 돌아온 조희선은 방에 들어가 좀 쉬겠다 하고 남매 둘만 거실에 있었다.“서라야, 다른 일은 그만두고 집에서 좀 쉬다가 하얏트 레스토랑에 출근해.”진서준이 이렇게 말하니 진서라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 말대로 할게.”“하얏트 호텔 매니저의 번호야, 저장해.”진서준은 번호를 진서라한테 보냈다.진서라는 몇 년 전에 산 노키아 전화를 꺼낸 후 껍질이 닳아 떨어진 핸드폰 버튼을 조심스럽게 눌렀다.진서라가 핸드폰 번호를 저장한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서라야, 핸드폰을 바꿀 때도 되었어.”진서라 뿐만 아니라 진서준의 핸드폰도 낡은 휴대전화여서 바꿀 때가 되었다.“오빠, 나 출근해서 월급받으면 바꿀게.”진서라는 어색한 듯 말했다. 그녀는 예전 호텔에서 일할 때 주변 동료들은 전부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으나 그 혼자만 옛날식 노키아를 쓰고 있었다. 동료들이 드러낸 경멸의 눈길들은 그를 불편케 했다.“오빠 지금 돈 있어, 지금 바로 새 핸드폰 사러 가자.”진서준은 말하며 동생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자기 손을 꽉 잡고 있는 오빠를 바라보니 진서라는 너무 행복했다. 오빠만 곁에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두렵지 않았다!진서준은 차를 몰고 시내에 있는 휴대전화 가게에 왔다.3년 동안 감옥에서 지내 온 진서준은 사회생활과 멀게 느껴졌다. 그러니 핸드폰 같은 전자제품도 잘 알 리가 없었다.“서라야, 어떤 브랜드의 핸드폰을 사고 싶어?”진서준이 물었다.그의 말에 진서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실 나도 뭐가 좋을지 모르겠어.”생각해 보니 진서라도 3년 동안 계속 열심히 돈만 버느라 보니 이런 전자 제품들에 대해 잘 몰랐다.“그럼, 일단 직원이 추천하는 걸 들어나 보자.”진서준은 이렇게 말했다.남매 2인은 핸드폰 가게로 들어왔다.“안녕하세요, 핸드폰을 사러 오셨나요?”한 여직원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핸드폰을 사고 싶은데 좋은 핸드폰이 있으면 추천 좀 해주실 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2화

    강미연의 말투에는 경멸의 뜻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등학교 시절에 강미연이 좋아하던 남학생은 계속 진서라만 좋아했고 강미연을 무시했다.이에 따라 강미연이 진서라에 대한 질투심은 다른 여자 학생들보다도 더 강했다.과거에 자신보다 잘 나갔던 진서라가 지금 이런 모양으로 자신 앞에 서있으니, 강미연은 당연히 진서라한테 복수하고 싶었다.자기 여동생을 모욕하는 말을 들은 진서준은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짙은 화장을 한 강미연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말할 줄 모르면 그 입을 닥쳐!”“넌 누구야? 감히 나한테 이렇게 말해?”강미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내며 말했다.“난 서라의 오빠야!”진서준은 차갑게 대답했다.“아. 하긴 어쩐지 다 거지 같다 했더니!”강미연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경멸에 찬 눈빛을 드러내며 말했다.“너랑 무슨 상관이야.”“원래는 상관없었는데 지금 상관있어!”강미연은 팔짱을 낀 채 거만한 표정으로 갤럭시 S24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핸드폰은 내꺼야. 너희 돈도 없으면서 여기서 시간 낭비 하지 마!!”이어 강미연은 여직원한테 말했다.“이 핸드폰은 우리가 살게요! 이 두 사람의 꼬락서니를 보세요, 어디 핸드폰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보여요?”여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비록 강미연은 진서라 같은 비주얼과 기질이 없었지만, 강미연은 돈이 많은 호구가 있잖아!돈 없는 사람에게 현실은 가혹하다.진서라는 입술을 깨물며 달갑지 않은 눈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핸드폰을 못 산다고 누가 그래?”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강미연은 비웃으며 진서준의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입고 있는 옷 좀 봐봐, 다 합쳐도 2만 원도 안 될걸? 20만 원짜리 옷도 못 사 입으면서, 200만 원짜리 핸드폰을 산다고?”외모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말이 있지만 때로는 외모뿐만 아니라 그가 입고 있는 옷을 봐도 알 수 있었다.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입고 있는 옷과 액세서리로 그 사람이 돈이 있는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3화

    중년 남자가 전화하고 있을 때 강미연은 진서준과 진서라를 향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 남자는 호스텔 그룹의 은호 오빠랑 아주 친한 사이야.”“은호 오빠가 오면, 너희 둘은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걸!”다른 사람은 호스텔 그룹을 들어 본 적이 없겠지만 이곳의 직원들은 다 알고 있었다.그룹이라 하지만 사실상 가게에서 자릿세를 받으며 살아가는 지하 세력들이었다.이 핸드폰 가게도 호스텔 그룹에 자릿세를 낸 적이 있었다.강미연이 말한 은호 오빠는 바로 이 구역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가게 안 여직원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진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불쌍함이 가득했다.그들은 모두 진서준 진서라 남매가 끝장났다고 생각했다!방금 진서준에게 핸드폰을 판매했던 여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진서준에게 귀띔해 주었다.“고객님, 아마도 빨리 이 사람들한테 사과하는 것이 나을 거 같아요. 은호라는 사람은 아주 무서운 사람이에요!”여직원은 좋은 마음으로 얘기했다. 그녀는 진서준 진서라 남매가 남한테 물매를 맞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허허.”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은호라는 사람이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맞는지 아닌지는 그 사람이 와봐야 알죠.”만약에 이 중년 남자가 말하는 은호라는 사람이 점심때 마침 호텔에 갔다면 일은 더 쉬워질 것이다.진서준은 진서라를 잡아당기며 담담하게 의자에 앉아 새로 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놀았다.강미연과 중년 남자는 이러는 모습을 보고 화가 더더욱 치밀어 올랐다. 이건 대수롭지 않게 강미연과 자신을 무시하는 거니까!“그래 좋아. 진서라. 은호 오빠가 오면 난 너희 둘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하게 할 거야.”강미연은 화가 나서 진서준과 진서라한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진서준은 강미연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했던 말을 꼭 기억해.”핸드폰 가게 앞에 미니버스 두 대가 도착했다.열 몇 명 되는 러닝셔츠 차림을 한 남자들이 차에서 내려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이 모

Latest chapter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22화

    “너희 동창 모임인데 내가 거길 왜 가?”진서준이 한심하다는 듯 물었다.“그 남자가 예전에 날 쫓아다녔거든. 듣자 하니 이번에 돌아와서도 계속 고백할 생각인가 봐.”김혜민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그 녀석 눈이 멀었네? 널 좋아하는 걸 보니.”진서준이 의아하다는 듯 비꼬았다.“눈먼 건 너겠지.”김혜민이 분노하며 소리치자 가슴이 부르르 떨렸다.“날 방패 삼아 화력을 내게 돌리려는 거야? 그런 귀찮은 일은 사양이야.”진서준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이런 일에 괜히 끼어들었다가 피곤해지기만 할 것이고 쓸데없는 문제를 만들 수도 있었다.이번에 강남에 온 목적은 딱 두 가지였다.첫째는 김연아와 서지은을 만나러 온 것이었고 둘째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이렇게 과중한 임무를 안고 왔는데 남의 연애 싸움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다.“너 그래도 국안부 소속이잖아. 이 정도 일로 쫄아?”김혜민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미안한데 자극적인 말로 날 도발해도 난 움직이지 않을 거야. 그냥 포기해.”진서준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진서준이 요지부동하자 김혜민은 결국 김연아에게 도움을 청했다.“설득 좀 해줘.”김연아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혜민아, 너 그 남자가 그렇게 싫어?”“아니, 싫지는 않은데 관심이 없어.”김혜민이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런데 오늘 술자리에서 분명 고백할 거야. 그러면 다른 애들도 분위기 맞추려고 부추기겠지. 내가 거절하면 모임 분위기가 싸해질 게 뻔해.”그 말을 듣고 진서준이 피식 웃었다.“결국 체면 문제잖아.”“나 친구가 몇 명 없단 말이야. 이런 어이없는 일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면 나중에 누구랑 만나야 해?”김혜민이 툴툴거렸다.김혜민에게는 대학 동창들이 거의 유일한 친구였다.그런데 이런 일로 관계가 어색해지면 나중에 결혼할 때 들러리도 못 구할 판이었다.그런 처참한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서준아, 점심때 혜민을 좀 도와줘. 난 마침 회사에 가봐야 해.”김연아가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21화

    리앙은 낯선 청년에게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얻어맞았다.이 치욕을 리앙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이대로 복수하지 않으면 자다가도 화가 치밀어 깨어날 판이었다.“도련님, 차라리 진씨 가문이랑 서씨 가문한테 조사를 맡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쨌든 이 동네 사정을 잘 아니 사람을 찾는 건 그들이 더 능숙할 겁니다.”옆에서 노련한 집사가 조심스레 권고했다.“당장 김태영이랑 서동현에게 연락해. 내일 해 지기 전까지 놈을 찾아내라고 전해.”리앙이 이를 갈며 명령했다.그 시각, 단꿈에 빠져 있던 김태영과 서동현은 갑작스러운 전화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둘은 내일 아침 일찍부터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범인을 찾기로 했다.이튿날 아침.진서준은 얼굴이 간질거리는 느낌에 눈을 떴다.눈앞에는 김연아가 부드러운 머리카락으로 진서준의 뺨을 간지럽히고 있었다.“왜 이렇게 일찍 깼어? 좀 더 자지 그래?”진서준이 김연아를 자연스럽게 끌어안았다.“어제 밤엔 꽤 힘들었을 텐데?”진서준이 장난스레 말했다.“그런 말 하지 마.”김연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오랜만의 재회는 꿀보다 더 달았다.서로 못 본 지 몇 달이 지났고 어젯밤 적당히 술까지 곁들였으니 당연히 두 사람은 불이 붙어버릴 수밖에 없었다.다행히도 김연아는 하녀를 부리는 습관이 없었다.하녀가 있었다면 정말 크게 망신당할 뻔했다.“아침 운동할래?”진서준의 시선이 김연아의 매끈한 몸매를 훑었고 손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온몸이 부서질 것 같아서 도저히 못 뛰겠어.”김연아가 고개를 저었다.“내가 말한 아침 운동은 그게 아닌데?”진서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김연아가 잠시 멈칫한 순간, 진서준은 순식간에 김연아 몸 위에 올라탔다.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두 사람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방을 나서자마자 김혜민이 거실에서 두 사람에게 아니꼽게 말했다.“너희 둘,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는 거야?”김혜민은 기다리다 지쳤는지 언짢은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20화

    김연아가 직설적으로 물었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김혜민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요 며칠 동안 리앙이 나한테 계속 협상하자고 했거든. 물론 난 전부 거절했지.”김연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리앙은 우리랑 손잡고 싶어 했어.”김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둘뿐만 아니라 서씨 가문 서동현도 끼어들기로 했어. 근데 그놈들이 날 이렇게 배신할 줄은 몰랐네.”이제야 김혜민은 진서준과 김연아의 말을 조금씩 믿기 시작했다.이 둘이 자기를 속일 이유는 없었지만 김태영은 달랐다.아까 식사 자리에서 리앙이 분명히 김태영에게 자기에게 충분한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설마 그 충분한 성의라는 게 김혜민의 몸이었단 말인가?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김혜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집에 돌아가서 김태영이 누가 널 구했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해.”진서준이 입을 열었다.“그리고 계속 그놈들하고 어울리는 척해.”“무슨 뜻이야? 날 너희 스파이로 사용하겠단 말이야?”김혜민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자기는 어디까지나 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였다.이런 고귀한 신분으로 도청이나 염탐 같은 비겁한 스파이 짓을 하라니 내킬 수 없었다.“스파이 노릇은 우리한테 진 신세를 갚는 거라고 생각해.”진서준이 가볍게 말을 이었다.“넌 김태영이랑 리앙이 어떤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인지 보고 싶지도 않아? 너랑 연아가 아무리 얼굴을 붉히며 싸운다고 해도 결국은 피로 이어진 가족이잖아. 하지만 김태영이랑 리앙은 완벽한 외부인이지.”가족이라고?김혜민은 순간 멈칫하다가 복잡한 시선으로 김연아를 바라봤다.김연아가 오기 전까지 아버지 김형섭은 오직 자신만 아끼고 사랑했다.하지만 김연아가 집에 들어온 후, 아버지는 자기에게 쏟던 관심을 점차 줄였다.그때부터 김혜민이 김연아를 시기하고 원망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그 원망과 질투의 감정은 점점 희미해졌다.그리고 김연아가 진씨 가문을 손에 넣은 후에도 딱히 자기를 곤란하게 한 적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19화

    진서준이 나오자마자 김연아는 급히 다가갔다.“어때?”“괜찮아. 옷이 좀 찢어졌을 뿐이야.”진서준은 차 문을 열고 김혜민을 뒷좌석에 던져 넣었다.김연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사하면 됐어.”둘이 차에 오르자 차가 출발했다.“응? 여기는 어디지?”얼마 지나지 않아 김혜민이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김혜민이 어렴풋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펴보니 낯선 차 안이었다.그리고 자기 몸 위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외투가 덮여 있었다.순간, 김혜민의 얼굴이 굳어버렸다.“이게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김혜민은 단숨에 만취 상태에서 완전히 깨어났다.“깨어났어?”김연아가 고개를 돌려 김혜민을 바라봤다.“김연아? 왜 내가 네 차에 있는 거야? 그리고 내 옷은 왜 이래?”김혜민은 연달아 질문을 던지며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술 마시기 전까지만 해도 김혜민은 김태영과 서동현 일행과 함께 있었다.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왜 김연아의 차 안에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술 마신 다음 기억이 하나도 없어?”김연아가 평온하게 물었다.“마지막 기억은... 김태영이랑 술 마시다가 취해서 기절한 것뿐이야.”김혜민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네가 기절한 후에 누가 널 데려갔는지는 알아?”“당연히 너희 아니야?”김연아의 질문에 김혜민은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우린 널 구한 거야.”운전 중이던 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뭐? 진서준, 너까지 왜 여기 있어?”김혜민은 깜짝 놀라면서도 급히 옷깃을 움켜쥐고 경계심을 높였다.“내가 없었으면 넌 이미 그놈한테 따먹혔을 거야.”진서준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하자 김혜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 무슨 뜻이야?”“너 아까 같이 술 마시던 사람 중에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외국 놈 있었지?”진서준이 물었다.“응, 그 사람은 차이더리스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잖아. 너 같은 놈이 감히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김혜민은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게다가, 그 사람은 나한테 엄청 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18화

    이건 되돌릴 수 없는 길이었다.한번 발을 들이면 후퇴는 있을 수 없었다.성공하면 권력을 잡지만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저세상에 가야 했다.한편, 리앙의 차는 한 5성급 고급 호텔 앞에 멈췄다.리앙은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김혜민을 안은 채 천천히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김태영, 짐승만도 못한 개자식.”김연아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김태영은 김혜민의 몸을 이용해 리앙과의 협력을 따내려는 것이었다.애초에 김태영과 리앙은 신분 자체가 넘사벽이라 김태영이 뭔가를 바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내가 가서 구해올 테니까 넌 모르는 척해.”진서준이 소리를 낮춰 말했다.“큰 고기를 낚으려면 긴 줄을 던져야지.”김연아는 그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부탁할게.”한편, VIP룸 안.리앙은 취한 김혜민을 침대 위에 눕힌 후 사냥감을 감상하듯 천천히 김혜민을 훑어보았다.리앙의 눈빛엔 노골적인 욕망이 가득했다.“쯧쯧, 역시 자매라 그런가? 몸매랑 얼굴이 비슷하네. 아쉽게도 오늘은 너 혼자지만... 뭐, 오래 걸리진 않겠지. 조만간 네 언니도 내 침대 위에 데려와야겠어.”그 순간을 상상하니 리앙의 입꼬리에 광기 어린 미소가 걸렸다.리앙은 여유롭게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샤워를 마친 후, 리앙은 수건을 걸친 채 룸으로 돌아왔다.“물... 물 좀...”김혜민이 술에 취한 채로 중얼거렸다.“걱정 마. 이따가 네가 흠뻑 젖도록 만들어줄 테니까.”리앙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녹화를 시작했다.“너희 대한민국 여자들은 순결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지? 이걸로 협박하면 넌 내 손바닥 안이겠지?”리앙은 핸드폰을 단단히 고정한 후, 김혜민을 향해 달려들었다.찌지직!김혜민의 겉옷이 거칠게 찢겨나갔고 새하얀 피부가 드러나며 은은한 향기가 퍼졌다.김혜민의 가슴은 풍만하게 올라붙어 있었다.리앙이 더 깊숙이 손을 뻗으려던 바로 그때였다.쿵!누군가 박살 내듯 문을 거칠게 걷어찼고 천장의 샹들리에까지 흔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17화

    “응? 김혜민이랑 김태영이 왜 저 남자랑 같이 있어?”모두 김연아의 시선을 따라갔다.멀지 않은 곳에서 김혜민과 김태영, 그리고 금발 남자가 함께 있었다.“어라? 저거 서동현 아냐? 근데 서동현이 왜 여기 있지?”서지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작년, 서씨 가문에서 김연아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했던 상대가 바로 서동현이었다.그때의 서동현은 정신 상태가 불안해 정상적이지 않았다.혼약이 깨진 후, 서광철은 유명한 명의들을 불러 서동현을 치료하려고 애썼다.덕분에 서동현의 정신 상태는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고 이전보다 훨씬 더 영리해졌다.“네가 차이더리스 가문과 협력하지 않으니 그 리앙이라는 남자가 다른 협력 상대를 찾은 거겠지.”진서준이 나름대로 추측했다.“진씨 가문 애들은 네가 가주인 걸 못마땅해하는 거야?”진서준이 김연아를 쳐다보며 물었다.“응... 그 사람들은 항상 날 외부인 취급하거든.”김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솔직히 말해 네가 아니었으면 난 벌써 내쫓겼을 거야.”김연아가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저걸 봐. 리앙이 김혜민을 데리고 가려고 해.”서지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혜민의 얼굴은 술기운으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비틀거리며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한눈에 봐도 술을 과하게 마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반면에 리앙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김혜민이 리앙과 함께 가면 이따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했다.“어쩔래? 내버려둘 거야?”진서준이 김연아를 바라봤다.“따라가자.”김연아의 표정이 싸늘해졌다.김혜민이 아무리 이복동생이라지만 리앙 같은 놈에게 더럽혀지는 건 막아야 했다.김연아의 아버지 김형섭이 저승에서 보고 있다면 원통해하며 눈을 감지 못할 터였다.“우리 둘이 가면 돼. 지은아, 넌 네 여전사 친구랑 함께 돌아가서 쉬어.”진서준이 한마디 했다.“가자, 지은아. 저 둘한테 맡기자.”성미영은 애초부터 진서준과 같이 있기 싫었다.“알겠어... 꼭 조심해.”서지은의 얼굴에 미련이 가득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16화

    “네?”성미영은 그 말에 아연실색했다.설마 이런 어이없는 이유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혹시 예전에 초아국 사람들과 충돌이라도 있었어요?”성미영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이유 없는 사랑도 없고 이유 없는 증오도 있을 수 없는 법이다.김연아가 초아국 사람을 싫어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진서준이 싫어하니까 저도 싫어하는 거예요.”김연아가 솔직하게 답했다.아까부터 진서준과 김연아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이 말을 들으니 더욱 확신이 들었다.“혹시 두 분은 무슨 사이죠?”성미영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자기 절친이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그냥 친구 사이예요. 그리고 초아국 사람들이 우리 동포를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 아세요? 지금도 우리 대한민국을 적대시하고 있는데 내가 왜 그 사람들을 좋아해야 하죠?”김연아가 되려 되묻자 성미영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대한민국 사람들 전부 김연아 씨처럼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요...”성미영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요즘 돈 때문에 해외 세력과 결탁하는 배신자가 너무 많았다.“두 분이 서지은의 친구라서 특별히 알려줄게요. 이번에 내가 강남에 온 임무 관련해서 말이에요.”성미영이 입을 열었다.“최근 초아국에서 새로운 약물을 개발했는데 그걸 복용하면 피로도 고통도 못 느끼고 오로지 머리를 베어야만 완전히 죽는다고 해요. 그리고 그 연구진이 우리 대한민국 본토에서 몰래 실험을 진행했다는 정보가 있어요. 우린 강남에 그 사람들의 연구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연구소를 박살 내러 온 거예요.”“응?”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사실 예전에 진서준이 개조 전사들을 직접 마주친 적이 있었다.그 전사들은 유지수의 여동생이 데려온 놈들이었다.“왜? 뭔가 아는 거라도 있어?”성미영이 예리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며칠 전에 네가 말한 개조 전사들을 만났어. 확실히 까다롭긴 하더라.”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뭐? 어디서 만났는데?”성미영의 눈이 반짝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15화

    “오? 무슨 문제가 있는데?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성미영은 가느다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오랜 기간 한약재에 몸을 담가 단련해 온 성미영은 그야말로 금강과 맞먹는 강인은 육신을 갖추고 있었다.“그럼 말해줄게.”진서준은 가감 없이 말했다.“네 간열이 심해서 내분비 장애가 있고 그로 인해 생리 불순이 잦은 데다가 가끔 두통도 있지? 아 맞다, 그리고 치질도 있어.”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성미영의 표정이 굳어졌다.“너... 그걸 어떻게 알았어?”성미영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성미영은 전신전의 여전사였다.부대의 특성상 수면 시간이 짧고 생활이 불규칙했기에 생리 불순은 늘 있는 일이었다.그리고 치질도 몇 년 전부터 앓아오던 고질병이었다.그런데 이 남자가 얼굴만 보고 단번에 알아맞히다니, 너무나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미영아, 이제 내 말 믿겠지? 진서준 의술은 정말 대단하다니까.”서지은이 자랑스럽게 말했다.진서준이 자기 남자라고 여기는 서지은은 진서준이 이렇게 뛰어난 모습을 보이니 덩달아 우쭐해졌다.“쳇, 겨우 이런 병이나 맞힌다고 신의 소리를 듣나?”성미영은 불만스럽게 입을 비쭉였다.그러자 진서준이 담담하게 덧붙였다.“그뿐만이 아니야. 몇 년 전에 넌 내상이 생겼고 경맥도 몇 군데 손상돼 있어. 게다가 체내에 열독이 쌓여 지금 심장 근처까지 퍼졌어. 지금 당장 휴식을 취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너 오래 못 살아.”“뭐? 오래 못 산다고?”성미영과 서지은이 동시에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말도 안 돼. 난 매일 약재를 달인 물에 몸을 담가 단련하는데 열독이 쌓일 리가 없어.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순간적으로 분노한 성미영이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을 깊이 신뢰하고 있는 서지은이 다급하게 달랬다.“미영아, 진서준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어. 제발 진서준 말을 듣고 한동안 푹 쉬어 봐.”“그럴 수 없어.”성미영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난 부대에서 그렇게 혹독한 훈련을 받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14화

    그러고는 노인의 손바닥에 글자 몇 개를 적었다.“어르신, 이 돈이라도 받아주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입니다.”진서준이 글을 다 적자 노인은 연신 허리를 굽혀 감사의 뜻을 표했다.비록 말할 수 없었지만 진서준은 노인의 진심이 담긴 감사의 뜻이 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노인이 멀어져 가자 김연아의 눈빛이 복잡해졌다.“이렇게까지 비참한 상황에서도 살아간다는 건 노인을 버티게 하는 깊은 집념이 있다는 뜻이야.”“그러게. 그런 집념이 없었다면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거야.”진서준은 씁쓸하게 말했다.노인의 장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런 일을 겪고도 살아갈 수 있었을까?대부분은 절망 속에서 삶을 포기했겠지만 저 노인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그때, 김연아가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말했다.“서지은한테 연락이 왔어. 벌써 호텔 VIP룸에 도착했대. 그리고 친구 한 명도 같이 데려왔다는데?”“그럼 얼른 가보자.”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연아와 함께 호텔로 들어갔다.럭셔리한 호텔 VIP룸.방 안에는 두 명의 절세미인이 앉아 있었다.한 명은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고결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다른 한 명은 올블랙의 전투복 차림에 단정한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고 눈빛은 날카롭고 당당했으며 전사 같은 강인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지은아, 네가 말한 그 남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전투복 차림의 여자가 의혹에 찬 눈빛으로 다시 확인했는데 아무래도 서지은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당연하지. 진서준은 진짜 엄청난 사람이야. 의술도 최고인데 무도 실력까지도 최강이라니까.”서지은은 존경과 애정이 뒤섞인 얼굴로 진서준을 소개했다.절친의 표정을 본 전투복 차림의 여자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쯧쯧... 너 사랑에 눈이 멀었구나.”“그렇지 않아. 나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못 믿겠으면 이따가 진서준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