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연의 말투에는 경멸의 뜻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등학교 시절에 강미연이 좋아하던 남학생은 계속 진서라만 좋아했고 강미연을 무시했다.이에 따라 강미연이 진서라에 대한 질투심은 다른 여자 학생들보다도 더 강했다.과거에 자신보다 잘 나갔던 진서라가 지금 이런 모양으로 자신 앞에 서있으니, 강미연은 당연히 진서라한테 복수하고 싶었다.자기 여동생을 모욕하는 말을 들은 진서준은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짙은 화장을 한 강미연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말할 줄 모르면 그 입을 닥쳐!”“넌 누구야? 감히 나한테 이렇게 말해?”강미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내며 말했다.“난 서라의 오빠야!”진서준은 차갑게 대답했다.“아. 하긴 어쩐지 다 거지 같다 했더니!”강미연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경멸에 찬 눈빛을 드러내며 말했다.“너랑 무슨 상관이야.”“원래는 상관없었는데 지금 상관있어!”강미연은 팔짱을 낀 채 거만한 표정으로 갤럭시 S24 휴대전화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핸드폰은 내꺼야. 너희 돈도 없으면서 여기서 시간 낭비 하지 마!!”이어 강미연은 여직원한테 말했다.“이 핸드폰은 우리가 살게요! 이 두 사람의 꼬락서니를 보세요, 어디 핸드폰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보여요?”여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비록 강미연은 진서라 같은 비주얼과 기질이 없었지만, 강미연은 돈이 많은 호구가 있잖아!돈 없는 사람에게 현실은 가혹하다.진서라는 입술을 깨물며 달갑지 않은 눈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핸드폰을 못 산다고 누가 그래?”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강미연은 비웃으며 진서준의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입고 있는 옷 좀 봐봐, 다 합쳐도 2만 원도 안 될걸? 20만 원짜리 옷도 못 사 입으면서, 200만 원짜리 핸드폰을 산다고?”외모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말이 있지만 때로는 외모뿐만 아니라 그가 입고 있는 옷을 봐도 알 수 있었다.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입고 있는 옷과 액세서리로 그 사람이 돈이 있는지
중년 남자가 전화하고 있을 때 강미연은 진서준과 진서라를 향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 남자는 호스텔 그룹의 은호 오빠랑 아주 친한 사이야.”“은호 오빠가 오면, 너희 둘은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걸!”다른 사람은 호스텔 그룹을 들어 본 적이 없겠지만 이곳의 직원들은 다 알고 있었다.그룹이라 하지만 사실상 가게에서 자릿세를 받으며 살아가는 지하 세력들이었다.이 핸드폰 가게도 호스텔 그룹에 자릿세를 낸 적이 있었다.강미연이 말한 은호 오빠는 바로 이 구역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가게 안 여직원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진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불쌍함이 가득했다.그들은 모두 진서준 진서라 남매가 끝장났다고 생각했다!방금 진서준에게 핸드폰을 판매했던 여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진서준에게 귀띔해 주었다.“고객님, 아마도 빨리 이 사람들한테 사과하는 것이 나을 거 같아요. 은호라는 사람은 아주 무서운 사람이에요!”여직원은 좋은 마음으로 얘기했다. 그녀는 진서준 진서라 남매가 남한테 물매를 맞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허허.”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은호라는 사람이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맞는지 아닌지는 그 사람이 와봐야 알죠.”만약에 이 중년 남자가 말하는 은호라는 사람이 점심때 마침 호텔에 갔다면 일은 더 쉬워질 것이다.진서준은 진서라를 잡아당기며 담담하게 의자에 앉아 새로 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놀았다.강미연과 중년 남자는 이러는 모습을 보고 화가 더더욱 치밀어 올랐다. 이건 대수롭지 않게 강미연과 자신을 무시하는 거니까!“그래 좋아. 진서라. 은호 오빠가 오면 난 너희 둘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하게 할 거야.”강미연은 화가 나서 진서준과 진서라한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진서준은 강미연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했던 말을 꼭 기억해.”핸드폰 가게 앞에 미니버스 두 대가 도착했다.열 몇 명 되는 러닝셔츠 차림을 한 남자들이 차에서 내려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이 모
마음 여린 진서라는 강미연과 중년 남자가 무릎까지 꿇은 것을 보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빠, 이제 그만해.”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장 꺼져, 앞으로 또 감히 내 동생을 괴롭히면 그때엔 아주 혼쭐 날 줄 알아.”“네네네.”중년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강미연을 챙길 겨를도 없이 핸드폰 가게를 나갔다. 중년 남자는 강미연이 아주 미웠다. 만약에 강미연이 아니었다면 그도 오늘 이렇게 큰 모욕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강미연은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고는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가게를 떠났다.“진 선생님, 제가 댁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한은호는 한결 공손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 괜찮아.”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서준과 진서라가 가게 밖으로 나오자, 진서라는 물었다.“오빠, 그런 사람은 어떻게 아는 거야?”진서라는 한은호 같은 사람은 사회 건달이었고 그와 비슷한 나쁜 사람만이 한은호랑 어울릴 거로 생각했다.자신의 오빠가 감옥에 간 적이 있지만, 진서라는 진서준의 인품을 믿었다.진서준은 점심에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진서라 한테 알려 줄 수가 없어서 거짓말을 했다.“저 사람은 내가 감옥에서 알고 지냈어. 감옥에서 한 번 구해준 적이 있지. 그 뒤로부터 줄곧 날 존경해 왔어.”진서라는 이 말을 믿었다. 하지만 그래도 오빠한테 말했다.“오빠, 아무래도 후에는 이런 사람이랑 어울리지 말아.”진서라가 자기 말에 의심하지 않는 것을 보고 진서준은 좀 미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서라야, 걱정하지 마. 절대 이런 사람과 연락하지 않을게. 집으로 돌아가자. 엄마가 일어나셨을 거야 아마도.”진서준은 진서라를 데리고 차를 몰고 별장으로 향했다.옆에 숨어 있던 강미연은 두 사람이 슈퍼카를 타는 것을 보고 더더욱 질투와 원망에 사로잡혔다.“진서라, 오늘 받은 모욕은, 내가 배로 갚아줄게!”진서준 남매가 집에 왔을 때 조희선은 이미 일어나서 앞마당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서준, 서라야, 어디에 갔다가 이제
조희선은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웃었고 서글픈 눈빛으로 말했다.“이미 오래전 일이니 말 안 해도 좋아요.”진서준은 그 자초지종을 전부 다 알고 있었다. 엄마의 다리가 부러진 건 이지성 그 한 놈 외에 그 짐승 새끼들도 있었다!오늘에 이지성의 두 다리를 부러뜨린 건 그냥 자그마한 벌일 뿐이다.진서준은 꼭 자신의 엄마 다리를 부러뜨린 그들을 찾아서 이지성보다 더 큰 고통을 안겨주리라 다짐했다!허사연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아주머니, 죄송해요. 제 동생이 눈치가 없었어요, 아주머니 화내지 말아요.”“이까짓 일 가지고 제가 왜 화를 내겠어요!”조희선은 웃으며 말했다.허윤진은 입을 삐죽이며 다시는 말하지 않았다.조희선은 허사연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어느새 한 시간 넘게 시간을 보냈다. 허윤진이 꾸벅꾸벅 졸자 그제야 허사연은 동생을 데리고 아쉬운 마음으로 별장을 떠났다.“서준아, 나가서 사연 씨랑 윤진 씨를 배웅해 주렴.”조희선은 황급히 말했다.조희선은 허사연이 보면 볼수록 더 마음에 들었다.하지만 진씨 집안과 허씨 집안 차이는 너무도 컸다. 진서준이 허사연과 결혼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진서준은 허 씨 자매를 배웅해 주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서준아, 사연 아가씨는 좋은 사장님뿐만 아니라 더더욱 좋은 여자야, 하지만 우리는 생각지도 말자, 이처럼 똑똑하고 돈 많은 여자애는, 우리가 함부로 다가가면 안 돼.”조희선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엄마.”“응.”조희선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며칠 뒤에 엄마가 옛 이웃집 아줌마랑 너한테 여자 소개해달라고 말할게. 너도 나이가 들 대로 들었으니 결혼해야 해.”진서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자신이 겨우 25살인데, 결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엄마, 결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제 걱정하지 마세요.”진서준이 대답했다.“그러면 여자 친구라도 찾아야지!”조희선이 정색하며 말했
이른 아침. 약방에는 진서준 외에 가게의 몇 명 직원들만 남았다.30대 후반의 한 직원이 진서준을 보고 물었다.“병 보러 오신 거예요? 약재를 사러 오셨어요?”이에 진서준은 물었다.“혹시 여기에 백년 인삼이 있어요?”이 말을 들은 직원은 진서준의 위아래를 훑어 보고는 비웃으며 말했다.“이보게 젊은이, 백년 인삼이 얼마나 비싼지를 알아? 옷차림새를 보니 평생 아르바이트를 하여도 못 살 것 같아!”백년 인삼, 이것은 정말 평시에 보기도 힘들 정도로 귀한 약재였다!백년 인삼을 사려면 돈은 물론 어마어마한 신분이 있어야만 살 수 있었다!어춘당에 백년 인삼은 단 한 그루뿐이었고 단지 관상용일 뿐 절대 판매하지 않았다.다른 사람이 200억 원의 가격에 사려했지만 어춘당의 사장님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단숨에 거절할 정도였다.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여기에 있다면 제가 사겠어요!”“허허!”이 말을 들은 직원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허세를 부리기는, 그렇게 사고 싶다면 날 따라 와 보게나!”진서준은 이 말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고,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헛되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은 직원과 함께 2층으로 왔다. 유리장 안에 보관된 인삼이 한눈에 안겨 왔다.진서준이 가까이에서 보니 이 인삼은 확실히 100년쯤 된 것 같았다!“이 인삼이 얼마예요? 제가 살게요!”진서준은 이렇게 말하며 직원을 바라보았다.직원은 경멸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보게 젊은이, 이 인삼은 우리 가게의 제일 진귀한 물건일세. 200억 원을 준다 해도 우리 사장님이 안 파실걸!”직원이 진지해지는 모습을 보고 진서준이 말했다.“제가 인삼을 사는 이유는 단약을 만들어 어머니의 부러진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서예요. 사장님께 좀 잘 말해주세요.”직원은 진서준의 진심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잠깐만 기다리게나. 내가 가서 사장님께 말씀드리지.”“형님, 부탁해요!”진서준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곧이어, 3층에서 한 노인이 내려왔
“스승님! 제가 이 세상에 없던 인재를 만났어요!”늘 스승을 존경하던 이휘산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부영권이 입을 열기 도전에 먼저 말했다.부영권은 자기 제자를 너무 잘 알았기에 이휘산이 이렇게 흥분한 걸 봐서는 그가 한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니, 그 사람이 어떤 인재이길래 오십이 넘은 노인이 이렇게 흥분할 수 있어?”“스승님, 그 사람이 방금 가마솥으로 연단했어요! 그것도 단번에 성공했어요!”이휘산이 격동에 찬 어조로 말했다.가마솥으로 단약을 제련한다고?소파에 앉아 있던 부영권은 순간 몸을 일으키면서 다급히 물었다.“방금 네가 말한 사람이 누구야?”“진서준이라고 하는 20대 청년이에요!”“스승님, 전 난생처음 이렇게 대단한 청년을 보았어요! 훗날이면 아마도 스승님도 초월할 수 있을 것 같아요!”진서준 이라는 이름을 듣자 부영권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웃으며 말했다.“너, 우리 주인님을 만났구나!”“네?”이휘산은 의혹에 찬 얼굴로 물었다.“스승님, 혹시 이 분을 아세요?”“알지 그럼!”부영권은 웃으며 말했다.“네가 이 청년을, 반드시 나보다 더 공손히 모셔야 해!”이휘산은 완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기 스승님이 왜서 이렇게 진서준을 중히 여기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동시에 이휘산은 갑자기 몹시 두려워졌다. 방금 그가 진서준을 크게 모욕하지 않았으니 진짜 다행이었다!전화를 끊은 후, 이휘산은 허리를 굽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한테 말했다.“진서준 선생님, 아까 저의 무례한 행동을 용서해 주세요!”옆에 있던 점원은 이휘산이 진서준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을 보고 경악한 나머지 아무 말도 못 했다.진서진은 얼른 이휘산을 일으켜 세우면서 그를 탓을 할 기세라곤 하나도 없었다.“어르신, 저 인삼을 제가 이제는 살 수 있는 건가요?”진서준은 웃으며 물었다.“선생님께서 사실 필요가 없어요. 원하신다면 제가 그냥 드릴게요!”이휘산은 이렇게 말했다.그냥 준다고?점원이 이
서울시 골동품 거리.서울시는 잘 발전된 제일 큰 도시였고, 서울시 골동품 거리도 가장 큰 골동품 거리였다.골동품 애호가들은 거의 전부 다 서울로 와서 여기에서 골동품을 찾았다.거리에는 열린 가게들도 있었고 양쪽 편에는 다양한 고급스러운 그림들과 금,동,옥으로 만들어진 골동품들을 판매하는 노점들도 있었다!이곳에 오면 사고 싶은 골동품은 거의 다 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골동품 중에는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었기에, 그걸 구별할 수 있는지는 개개인의 능력에 달렸다.골동품 고수들도 서울 골동품 거리에서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었다.심지어 골동품 가게는 3년 동안 단 한 번의 매출이 없다가도 한 번의 매출로 3년을 먹고산다는 말도 있었다.이런 곳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능력이 있는 셈이었다!진서준은 이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없었고 이번이 처음이었다.여러 가지 아름다운 골동품들을 보니 진서준도 약간 호기심이 생겼다.일부 사장님들은 진서준을 보자 얼굴에 희색을 띠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눈에 멍때리고 있는 진서준이 처음으로 여기에 온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진서준처럼 이런 젊은이들이, 속임수에 당하기 제일 쉬웠다.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진서준의 가는 길을 막아 나서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뭘 사고 싶소? 내 여기엔 없는 것이 없다네, 게다가 전부 다 진품이야!”그는 계속하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보배들은 말이지, 전부 다 내가 땅속에서 파낸 것이야. 수천 년의 역사가 있는 물건들이지, 자네가 사면 진짜 이득이야.”중년 남자의 노점을 보니 3미터도 안 되어 보였고 위에는 여러 가지 골동품들이 놓여 있었는데 대부분 청동으로 만들어진 골동품들이었으며 표면에는 녹이 가득 슬었다.단지 보기만 해도 진서준은 반 이상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친분이 없는데 왜 보물이라 하는 소위 골동품들을 처음 만난 사람한테 팔려고 하는 걸까?이 도리는 매우 간단했으나,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오히려 적었다.진서준이
중년 남자의 말을 들은 여대학생은 속이 더 급해졌다.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사장님, 제발 부탁인데 좀 더 비싸게 받아주시면 안 돼요? 아직 병상에 누워 계신 우리 엄마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그래요.”중년 남자는 이러는 여대학생을 보고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고 있었다.내 앞에서 불쌍한 척하다니, 넌 아직 멀었어!중년 남자도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내 아들도 병원에 누워있는데 그도 수술해야 할 돈이 급히 필요하다네.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만 아니었다면, 이런 집 안의 보물들은 절대 안 팔아!”여대학생이 이를 보고 진짜인 줄로 여기고 연이어 중년 남자한테 사과했다.“사장님, 죄송해요. 집안 사정이 어려운 줄 몰랐어요, 제가 다른 가게에 가서 물어볼게요.”“서두르지 마! 자네가 굳이 팔고 싶다면 내가 가격을 좀 더 올려 줄 수는 있어!”중년 남자는 이 옥패 장사를 놓쳐버리면 자신이 후회할 것 같았다.“최고 얼마까지 줄 수 있어요?”여학생은 조심스럽게 묻자, 중년 남자는 손가락 두 개를 내밀며 말했다.“20만 원, 이것이 내 마지막 가격이야!”여학생은 옥패를 한 번 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팔려고 했다.이때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저기요, 당신의 옥패는 제가 사겠어요. 200만 원을 드리겠어요.”이 말을 마치자, 중년 남자와 여대학생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정말이에요?”놀란 여대학생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진짜죠. 200만 원, 지금 바로 드릴게요!”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이 여학생의 손에 쥐고 있는 옥패는 평범한 옥패가 아니었다. 옥패 안에는 짙은 영기가 있었다!진서준이 방금 산 검은 돌보다도 엄청 많은 영기가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의 이 행동이 중년 남자를 화나게 했다.“젊은이, 이렇게 가로채기하면 좀 어처구니가 없군! 이러면 자네가 곤란해질 수도있어!”중년 남자가 협박이 섞인 어조로 말하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화
“군부에 잡혔어.”진서준의 말에 진서훈의 목소리가 다소 불쾌해졌다.“어느 군구야?”“너희는 어느 군구 소속이야?”진서준이 군관을 보며 물었다.“동부 임해 전구야.”“동부 임해 전구라고? 알았어.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낼게.”진서훈은 여전히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군관은 진서준의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았다.하지만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침묵만 지키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군부 사람들과 함께 차를 타고 두 시간 이상 간 후, 진서준 일행은 깊은 산속에 도착했다.마침내 차는 흑석영이라는 군사 기지에 도달했다.흑석영 군사 기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만이 갇히는 곳이다.일단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는 사람은 없다고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했다.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주변 환경을 천천히 살폈다.은은한 달빛과 반짝이는 별이 먹구름에 가려져 있었고 주변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딱 봐도 곧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그때 두 사람이 진서준과 황예은을 향해 다가왔다.“황예은 씨, 제 이름은 박신준입니다. 흑석영 군사 기지 총책임자입니다.”장군 훈장을 단 중년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박씨 성을 듣자 진서준과 황예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혹시 이 사람이 박씨 가문의 사람인가?하지만 황예은은 박씨 가문에 군부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왜 날 잡아들였죠?”황예은이 차가운 목소리로 따졌다.황예은은 장군급 군관을 상대하면서도 여전히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다.“황예은 씨는 반역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박신준이 차갑게 말하자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간첩이냐 아니냐는 네가 잘 알지 않아?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까놓고 다 말하는 게 낫지 않겠어?”박신준의 얼굴을 보니 이전에 만났던 박진강과 조금 닮아있는 듯했다.이 사람은 박진강의 삼촌이나 큰아버지일 가능성도 있었다.박신준이 진서준을 힐끗 보더니 이내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이 두 사람 분리해서 구속해.”박신준이 두 사람을 따로 구속하려는
군부 사람들이 자기를 찾으러 온 것을 본 황예은은 눈꺼풀이 저절로 뛰기 시작했다.그동안 박씨 가문 회사를 전적으로 맡고 있는 동안, 황예은은 군부 사람들과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국민은 절대 공무원과 싸우지 말고 공무원은 절대 군부 사람과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역사적으로 군부는 언제나 국가의 최고 권력이었다.군부의 고위층을 건드리면 그 후엔 끔찍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진서준도 바로 그 군부 군관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알아보고 설표 특전대에서 교관직을 맡기로 했다.“제가 바로 황예은이에요. 무슨 일이죠?”군부가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황예은의 말투는 여전히 그 여느 때와 다름없이 냉랭하고 자존심 강했다.그 군관은 황예은의 말을 듣고 얼굴에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넌 반역죄를 지질렀어. 넌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침투한 간첩이야.”군관이 거친 목소리로 꾸짖었다.반역죄를 저지른 간첩이라고?황예은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황씨 가문은 대대로 대한민국에 충성한 가문인데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죄를 지을 수 있을까?이건 명백히 누군가 고의로 자기를 음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심지어 상대방은 자기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군부까지 동원했다.황씨 가문은 군부에 아무런 인맥도 없었다.지금 이 상태로 군부로 끌려가면 그 처참한 결말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에요. 저는 절대로 간첩이 아닙니다.”황예은은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간첩인지 아닌지는 네 주장 하나로 해결할 수 없어. 우리와 함께 가서 조사받자.”군관도 똑같이 차가운 말투로 대응했다.그때, 진서준이 앞으로 나서서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누가 너희를 보냈어?”황씨 가문에 부귀전승이 존재하는 마당에 반역죄를 저지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황예은과 며칠을 함께 지내면서 진서준은 황예은이란 사람에 대해 자세하게 잘 알게 되었다.황예은은 극도로 자존심 강한 여자였
비밀 문 안으로 들어가니 아래는 온통 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10여 미터를 걸어 내려가니 대략 10평 정도 되는 지하실이 나타났다.지하실은 매우 간소했고 고작 탁자 하나, 의자 하나, 침대 하나만이 놓여 있었다.그 탁자 위에는 오래되어 누렇게 바랜 고서가 놓여 있었고 첫 장에는 큼지막하게 ‘부귀전승’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누님, 이거 우리 아빠가 남긴 거예요?”황현호는 탁자로 뛰어가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5년 전, 아빠가 신비스러운 태도로 날 불러 여기로 데려왔었어.”황예은의 눈빛은 추억에 젖은 듯했다.“그땐 아빠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건 널 위해 준비해 둔 것 같아.”그때 황경영은 황예은에게 이렇게 말했다.“황씨 가문에 큰 위기가 닥치면 현호 혼자 이 비밀 공간으로 내려와 책에 적힌 전승을 배우게 해.”황예은은 이미 이 책을 읽고 따라 연습해 본 적이 있었는데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당시 황예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자기처럼 똑똑한 사람도 장악하지 못한 걸 머리가 둔한 황현호가 배울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황현호는 부귀전승을 집어 들고 몇 장 넘겨보더니 곧 그 책에 푹 빠져들었다.“보아하니 이 책은 우리 동생을 위해 준비된 게 맞는 듯하군.”황현호의 몰입한 모습을 보며 황예은은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너 아까 왕권부귀라고 했잖아. 그럼 혹시 왕권전승 같은 것도 있는 거야?”황예은의 질문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당연하지. 다만, 왕권전승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나도 몰라.”국가급 지도자는 몇몇밖에 없었지만 진서준은 쉽게 추측할 수 없었다.과거 왕권과 부귀는 막상막하의 힘을 자랑했지만 과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부귀의 세력은 왕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졌다.황예은은 진서준을 향해 고개 숙이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진서준, 정말 고마워.”“내가 너희를 도운 건 단순히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들으려고 한 게 아니야.”진서준이
왕권부귀!이건 수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무도 수련의 체질이었다.예전에 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에게 이 체질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부귀의 체질은 그 자체로 부귀의 기운을 지니고 있어 무도를 수련하지 않더라도 가문을 번영하게 할 수 있었다.반면, 왕권의 체질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이 체질은 가문을 승승장구하게 하고 국가급 지도자 한 명은 반드시 배출해 낼 정도의 체질이었다.약 10분 뒤, 진서준은 황현호의 복부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끝났어.”황현호는 몸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꼈다.가장 놀라운 건, 황현호의 체내 에너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황현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손발을 움직여보더니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날 살리면 내 단전이 없어질 거라고 했잖아. 근데 왜 멀쩡하지?”황예은 또한 의아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황예은은 특히 진서준이 언급했던 ‘부귀의 체질’이라는 말에 더 신경이 쓰였다.진서준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힐끔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고 황예은은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 말했다.“다들 일단 여기서 나가.”방에 진서준과 황예은, 황현호 세 사람만 남자 진서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왕권부귀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어?”“그게 뭔데?”황현호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황현호는 예전부터 먹고 놀고 즐기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반면 황예은은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내가 기억하기론 아빠가 그런 말을 언급한 적이 있어. 근데 그땐 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진서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물었다.“황경영 씨가 너희에게 뭔가 남겨준 게 없냐?”대한민국의 최고 갑부 황경영이 장악한 정보는 적지 않을 게 분명했다.그러니 아마 황현호가 부귀의 체질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다만 황현호가 무도를 배울 생각이 없어 보이자 굳이 말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황현호의 태어난 부귀의 체질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진정
“어떻게 낮춰야 할지 모르겠어.”황예은은 솔직히 털어놓았다.“제발, 이 두 글자만 붙이면 돼요.”서지은의 조언을 들은 황예은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제발 내 동생을 구해줘.”“거 참 말투가 딱딱하네.”황예은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우리 동생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네가 동생을 살려준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할게.”하지만 진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봐...”황예은은 두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었다.“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도 모르잖아. 그냥 돌아가.”진서준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존중을 원한다 이거지?”황예은은 이를 악물더니 다리를 굽혀 무릎을 꿇었다.이 장면에 서지은과 허윤진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심지어 진서준조차도 순간 표정이 굳었다.그렇게 자존심 강한 여자가 지금 이 순간 동생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이 사실이 소문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명주시 상류층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제발 우리 동생을 살려줘.”황예은은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투는 조금도 나약하지 않았다.“일어나.”“네가 허락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을 거야.”황예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내가 구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없어.”진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길 안내해.”황예은은 그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곧장 일어나 진서준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황씨 가문으로 가는 내내 진서준은 아무런 말이 없었고 황예은 역시 침묵을 지켰다.30분 남짓이 지나 병실에 도착했을 때, 황현호는 얼굴이 창백해 종잇장 같았고 근육은 다 풀어져 완전히 말라비틀어진 상태였다.그 모습은 꼭 열흘은 굶은 떠돌이와도 같았다.진서준은 황현호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았다.“조금만 더 늦었으면 진짜 죽었을 거야.”진서준이 의아해하며 말했다.다시 말해 지금은 아직 살릴 기회가 있다는 뜻이었다.황예은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진서준은 황현호를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내가 널 살릴
“세상에 누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 때 그렇게 거만한 태도로 말해?”황예은은 평생을 높은 자리에 있었기에 어떻게 진심으로 부탁해야 하는지 깔끔하게 잊어 버렸다.지금 황씨 가문 남매가 죽는다면 진서준도 딱히 개의치 않을 터였다.설령 두 사람이 정말 죽는다 해도 곧 다른 누군가가 빈자리를 메울 것이다.국가가 황씨 그룹 같은 거대한 기업이 갑작스럽게 붕괴하는 걸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이전까지 진서준은 자기가 큰 착각의 늪에 빠져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바로 황씨 가문이 절대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인 양 여겼던 것이다.이 세상에서 사람은 전부 자기만의 개성이 있고 특별한 존재이긴 하지만 국가라는 거대한 기계 안에서는 누구든 대체될 수 있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우리 동생, 이제 정말 죽을 것 같아.”황예은은 성질을 억누르며 말했다.“네 동생 생사가 나랑 무슨 상관인데?”진서준이 즉각 되물었다.“어제 내가 분명 경고했지? 그 공법 그만두라고. 근데 내 말 안 듣고 내가 사기꾼이라느니 뭐라더라? 이제 와서 죽을 거 같으니까 뒤늦게 후회해? 모든 건 그 자식 자업자득이야.”황예은의 마음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너 정말 이렇게 매정하게 굴 거야?”진서준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우리가 서로 정이라도 있었던가? 설마 내가 네 몸을 보고 만졌다고 해서 그게 정이라도 되는 줄 알았어? 미안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야.”이틀간 진서준은 황씨 가문 일을 말없이 도왔다.그런데 황씨 가문 남매의 태도는 어땠는가?한쪽은 하늘의 선녀처럼 거만하기 이를 데 없었고 다른 쪽은 의심과 비난만 일삼았다.그때 진서준이 분을 꾹 참으며 황현호에게 손대지 않은 게 오히려 관대한 처사였다.“어떻게 하면 내 동생을 구할 수 있어?”황예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태도를 보여줘 봐.”진서준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의사를 구하려면 일단 태도를 바르게 해야 했다.진서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구걸하라는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예의는 갖춰야
황현호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 공법은 이제 그만두는 게 좋겠어.”황예은이 말에 황현호는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왜 그만둬야 하죠? 누님, 설마 그 녀석 말을 믿은 건 아니죠? 말해두는데, 그놈은 누님을 속이는 거예요. 나 이거 배운 지 몇 달 됐는데 아무 문제 없었잖아요. 문제가 있었으면 진작에 생겼겠죠.”진서준이 죽도록 싫은 황현호는 진서준의 말을 믿을 리 없었다.진서준이 하지 말라고 할수록 황현호는 오히려 더 하고 싶었다.말을 마친 황현호는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버렸다.다음 날 아침.하인이 급히 황예은을 흔들어 깨웠다.“아가씨, 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이야?”황예은은 잠옷도 갈아입을 겨를 없이 문을 열었다.“도련님 상태가 뭔가 이상합니다!”그 말을 듣자 황예은은 하인을 따라 급히 달려 나갔다.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히 활기차 보였던 황현호는 지금 장원 앞마당에 엎드려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간질 발작을 일으킨 환자처럼 보였다.“현호야, 왜 그래?”황예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주변에는 이미 황씨 가문의 주치의들이 와 있었고 다들 한참을 진단했지만 아무 이상도 찾지 못했다.“아가씨, 도련님은 조금 전까지 멀쩡히 수련하는 중이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떻게 된 건지 이렇게 쓰러져 일어날 수 없게 됐습니다. 저희가 방금 도련님을 진단해 봤지만 몸에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의사가 상황을 설명했다.“당장 병실로 옮겨!”황예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혹시 진서준의 말이 맞았던 걸까?“아야야! 좀 살살 들지 못해?”황현호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온몸의 뼈가 부서질 것 같았고 근육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와 도무지 참기 어려웠다.“어제 내가 분명 경고했지? 그 공법 그만두라고. 왜 끝까지 내 말 안 들어?”황예은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황현호를 나무랐다.“절대 공법 때문이 아니에요!”황현호는 이런 상태에서도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분명 내가 어젯밤에 제대로 못
“서준아, 황씨 가문으로 간다더니 웬일로 돌아왔어?”TV를 보던 서지은은 갑자기 나타난 진서준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서지은은 아직 진서준과 황예은이 이미 틀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황예은와 진서준, 두 사람 모두 성격이 워낙 강하다 보니 애인 관계는커녕 친구로 지내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그 여자는 새 경호원을 구했어.”진서준은 간단하게 대답했다.“서준아, 너희들 혹시 싸웠어?”서지은은 진서준의 표정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허윤진은 진서준과 황예은이 싸웠는지에 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진서준이 경호원 일을 그만둔 것이 잘된 일이라 여겼다.황예은은 명주시에서 소문이 자자한 으뜸가는 절세미인이었고 어마어마한 재산까지 겸비하고 있었다.진서준이 며칠이라도 황예은의 경호원를 하다 보면 혹시라도 그녀에게 홀려 넘어갈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그깟 경호원 그만두길 잘했어. 그 여자가 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도 돼?”허윤진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번엔 우리랑 시간 좀 보낼 수 있겠네.”“아니, 시간이 없어.”진서준은 손에 있던 자료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그건 뭐야?”허윤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박씨 가문과 관련된 거야.”진서준이 간단하게 설명했다.“난 올라가서 이 자료부터 볼게. 너희들도 일찍 쉬어.”말을 마친 진서준은 자료를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이상하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허윤진은 진서준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허윤진이 진서준을 알고 지낸 이래 이렇게 무겁고 침울한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말하기 싫으면 그냥 두자.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서지은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 역시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사랑하는 사람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자기 기분도 좋을 리 없기 때문이었다.방으로 돌아온 진서준은 곧바로 황예은이 준 자료를 열어보았다.자료를 볼수록 진서준의 마음속 경악은 더 커졌다.박씨 가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모든 자산을 해외로
황예은이 이때 깨어난 것이다.기절 상태에서 깨어난 황예은은 자기가 젖은 채로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상태라는 걸 깨닫고는 귀청이 터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우리 누님 왜 소리 지르는 거야?”황현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 누님은 괜찮아...”“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누님 바꿔.”황현호가 단호하게 명령했다.툭!진서준은 가차 없이 전화를 끊고 곧바로 황예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소리는 왜 지르는 거야?”황예은의 체내에 있던 약물은 이미 다 제거된 상태였다.하지만 뽀얀 얼굴에는 여전히 옅은 홍조가 남아 있었다.그 모습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취하게 할 정도였다.“여기가 어디야?”황예은은 몸을 이불로 감싸며 놀란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황예은은 기절하기 전의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누군가 자기에게 약을 먹이고 그 약기운에 눈앞의 이 남자를 강제로 키스했던 끔찍한 기억이 순간 떠올랐다.‘설마 이 남자가 이미 나를...’황예은은 이런 생각이 스치자 황급히 머리를 이불 속으로 넣고 자기 몸을 확인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하지만 온몸이 축축한 데다 속옷까지 젖어 있어 다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여기는 모텔이고 너와 대화하던 그 남자가 네게 약을 먹였어.”진서준은 덤덤하게 설명을 이어갔다.“체내 독소를 제거하려고 널 욕조에 넣은 거야.”“너... 혹시 나한테 무슨 짓 한 건 아니지?”황예은이 조심스럽게 묻자 진서준이 이내 되물었다.“무슨 짓 했다면 어쩔 건데?”황예은의 목숨을 구해줬는데 고맙다는 말은커녕 오히려 이런 소리를 듣다니. 진서준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고 차갑게 말을 이었다.“별일 없으면 옷 입고 회사로 돌아가.”진서준이 화났다는 걸 눈치챈 황예은은 뭐라 해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사실 황예은은 그냥 툭 던진 말일 뿐이었다.진서준이 정말 무슨 짓을 했더라도 황예은은 진서준을 탓할 자격조차 없었다.진서준이 아니었으면 황예은은 아까 그놈에게 이미 당했을 거였다.하지만 황예은의 도도하고 고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