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약방에는 진서준 외에 가게의 몇 명 직원들만 남았다.30대 후반의 한 직원이 진서준을 보고 물었다.“병 보러 오신 거예요? 약재를 사러 오셨어요?”이에 진서준은 물었다.“혹시 여기에 백년 인삼이 있어요?”이 말을 들은 직원은 진서준의 위아래를 훑어 보고는 비웃으며 말했다.“이보게 젊은이, 백년 인삼이 얼마나 비싼지를 알아? 옷차림새를 보니 평생 아르바이트를 하여도 못 살 것 같아!”백년 인삼, 이것은 정말 평시에 보기도 힘들 정도로 귀한 약재였다!백년 인삼을 사려면 돈은 물론 어마어마한 신분이 있어야만 살 수 있었다!어춘당에 백년 인삼은 단 한 그루뿐이었고 단지 관상용일 뿐 절대 판매하지 않았다.다른 사람이 200억 원의 가격에 사려했지만 어춘당의 사장님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단숨에 거절할 정도였다.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여기에 있다면 제가 사겠어요!”“허허!”이 말을 들은 직원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허세를 부리기는, 그렇게 사고 싶다면 날 따라 와 보게나!”진서준은 이 말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고,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헛되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은 직원과 함께 2층으로 왔다. 유리장 안에 보관된 인삼이 한눈에 안겨 왔다.진서준이 가까이에서 보니 이 인삼은 확실히 100년쯤 된 것 같았다!“이 인삼이 얼마예요? 제가 살게요!”진서준은 이렇게 말하며 직원을 바라보았다.직원은 경멸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보게 젊은이, 이 인삼은 우리 가게의 제일 진귀한 물건일세. 200억 원을 준다 해도 우리 사장님이 안 파실걸!”직원이 진지해지는 모습을 보고 진서준이 말했다.“제가 인삼을 사는 이유는 단약을 만들어 어머니의 부러진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서예요. 사장님께 좀 잘 말해주세요.”직원은 진서준의 진심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잠깐만 기다리게나. 내가 가서 사장님께 말씀드리지.”“형님, 부탁해요!”진서준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곧이어, 3층에서 한 노인이 내려왔
“스승님! 제가 이 세상에 없던 인재를 만났어요!”늘 스승을 존경하던 이휘산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부영권이 입을 열기 도전에 먼저 말했다.부영권은 자기 제자를 너무 잘 알았기에 이휘산이 이렇게 흥분한 걸 봐서는 그가 한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니, 그 사람이 어떤 인재이길래 오십이 넘은 노인이 이렇게 흥분할 수 있어?”“스승님, 그 사람이 방금 가마솥으로 연단했어요! 그것도 단번에 성공했어요!”이휘산이 격동에 찬 어조로 말했다.가마솥으로 단약을 제련한다고?소파에 앉아 있던 부영권은 순간 몸을 일으키면서 다급히 물었다.“방금 네가 말한 사람이 누구야?”“진서준이라고 하는 20대 청년이에요!”“스승님, 전 난생처음 이렇게 대단한 청년을 보았어요! 훗날이면 아마도 스승님도 초월할 수 있을 것 같아요!”진서준 이라는 이름을 듣자 부영권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웃으며 말했다.“너, 우리 주인님을 만났구나!”“네?”이휘산은 의혹에 찬 얼굴로 물었다.“스승님, 혹시 이 분을 아세요?”“알지 그럼!”부영권은 웃으며 말했다.“네가 이 청년을, 반드시 나보다 더 공손히 모셔야 해!”이휘산은 완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기 스승님이 왜서 이렇게 진서준을 중히 여기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동시에 이휘산은 갑자기 몹시 두려워졌다. 방금 그가 진서준을 크게 모욕하지 않았으니 진짜 다행이었다!전화를 끊은 후, 이휘산은 허리를 굽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한테 말했다.“진서준 선생님, 아까 저의 무례한 행동을 용서해 주세요!”옆에 있던 점원은 이휘산이 진서준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을 보고 경악한 나머지 아무 말도 못 했다.진서진은 얼른 이휘산을 일으켜 세우면서 그를 탓을 할 기세라곤 하나도 없었다.“어르신, 저 인삼을 제가 이제는 살 수 있는 건가요?”진서준은 웃으며 물었다.“선생님께서 사실 필요가 없어요. 원하신다면 제가 그냥 드릴게요!”이휘산은 이렇게 말했다.그냥 준다고?점원이 이
서울시 골동품 거리.서울시는 잘 발전된 제일 큰 도시였고, 서울시 골동품 거리도 가장 큰 골동품 거리였다.골동품 애호가들은 거의 전부 다 서울로 와서 여기에서 골동품을 찾았다.거리에는 열린 가게들도 있었고 양쪽 편에는 다양한 고급스러운 그림들과 금,동,옥으로 만들어진 골동품들을 판매하는 노점들도 있었다!이곳에 오면 사고 싶은 골동품은 거의 다 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골동품 중에는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었기에, 그걸 구별할 수 있는지는 개개인의 능력에 달렸다.골동품 고수들도 서울 골동품 거리에서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었다.심지어 골동품 가게는 3년 동안 단 한 번의 매출이 없다가도 한 번의 매출로 3년을 먹고산다는 말도 있었다.이런 곳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능력이 있는 셈이었다!진서준은 이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없었고 이번이 처음이었다.여러 가지 아름다운 골동품들을 보니 진서준도 약간 호기심이 생겼다.일부 사장님들은 진서준을 보자 얼굴에 희색을 띠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눈에 멍때리고 있는 진서준이 처음으로 여기에 온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진서준처럼 이런 젊은이들이, 속임수에 당하기 제일 쉬웠다.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진서준의 가는 길을 막아 나서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뭘 사고 싶소? 내 여기엔 없는 것이 없다네, 게다가 전부 다 진품이야!”그는 계속하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보배들은 말이지, 전부 다 내가 땅속에서 파낸 것이야. 수천 년의 역사가 있는 물건들이지, 자네가 사면 진짜 이득이야.”중년 남자의 노점을 보니 3미터도 안 되어 보였고 위에는 여러 가지 골동품들이 놓여 있었는데 대부분 청동으로 만들어진 골동품들이었으며 표면에는 녹이 가득 슬었다.단지 보기만 해도 진서준은 반 이상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친분이 없는데 왜 보물이라 하는 소위 골동품들을 처음 만난 사람한테 팔려고 하는 걸까?이 도리는 매우 간단했으나,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오히려 적었다.진서준이
중년 남자의 말을 들은 여대학생은 속이 더 급해졌다.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사장님, 제발 부탁인데 좀 더 비싸게 받아주시면 안 돼요? 아직 병상에 누워 계신 우리 엄마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그래요.”중년 남자는 이러는 여대학생을 보고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고 있었다.내 앞에서 불쌍한 척하다니, 넌 아직 멀었어!중년 남자도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내 아들도 병원에 누워있는데 그도 수술해야 할 돈이 급히 필요하다네.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만 아니었다면, 이런 집 안의 보물들은 절대 안 팔아!”여대학생이 이를 보고 진짜인 줄로 여기고 연이어 중년 남자한테 사과했다.“사장님, 죄송해요. 집안 사정이 어려운 줄 몰랐어요, 제가 다른 가게에 가서 물어볼게요.”“서두르지 마! 자네가 굳이 팔고 싶다면 내가 가격을 좀 더 올려 줄 수는 있어!”중년 남자는 이 옥패 장사를 놓쳐버리면 자신이 후회할 것 같았다.“최고 얼마까지 줄 수 있어요?”여학생은 조심스럽게 묻자, 중년 남자는 손가락 두 개를 내밀며 말했다.“20만 원, 이것이 내 마지막 가격이야!”여학생은 옥패를 한 번 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팔려고 했다.이때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저기요, 당신의 옥패는 제가 사겠어요. 200만 원을 드리겠어요.”이 말을 마치자, 중년 남자와 여대학생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정말이에요?”놀란 여대학생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진짜죠. 200만 원, 지금 바로 드릴게요!”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이 여학생의 손에 쥐고 있는 옥패는 평범한 옥패가 아니었다. 옥패 안에는 짙은 영기가 있었다!진서준이 방금 산 검은 돌보다도 엄청 많은 영기가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의 이 행동이 중년 남자를 화나게 했다.“젊은이, 이렇게 가로채기하면 좀 어처구니가 없군! 이러면 자네가 곤란해질 수도있어!”중년 남자가 협박이 섞인 어조로 말하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화
진서준도 자신이 산 보물을 들고 사람들과 함께 따라갔다.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골동품 가게에 백발의 동안 노인이 앉아 있었다.노인은 혈색이 좋고 말투에 힘이 충만한 것으로 보아하니 몸 상태가 매우 좋은 것 같았다.아무도 없던 골동품 가게가 사람들로 가득 찼고, 모두 골동품 거리에서 장사하고 있는 사장님들이었다.모든 사람은 손에 자기 집안의 보물들을 들고 있었고 그것들을 이 전문가한테 보여주고 싶었다.누군가는 감격에 겨워 떠났고, 누군가는 풀이 죽어 떠났다.진서준이 비집고 들어왔을 때, 때마침 방금 그에게 물건을 팔았던 그 중년 남자 차례였다.중년 남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그림 한 폭을 안고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황보 선생님, 이 보물은 우리 아버지께서 작년에 4,000만 원에 사신 것이에요, 당조 시기의 어떤 대가의 솜씨라고 하는데 한 번 부탁드릴게요.”중년 남자의 그림을 바라보는 구경꾼들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그들의 보았을 때, 이 그림은, 영락없이 당조 시기의 진품 같았다!그런데 어느 대가의 솜씨인지는 알 리가 없었다.황보식은 앞으로 다가와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진서준도 이 그림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 문제점을 발견한 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젊은이, 뭘 웃는가? 이 그림이 가짜인 거야?”한 사장님이 물었다.“이 젊은이가 뭘 알겠어? 방금 그는 진 사장한테 1억 원이나 사기당했잖아!”누군가가 진서준을 알아보고 즉시 방금 일어난 일을 말했다.주변 사람들은 진서준의 불운이 자신한테 옮겨질까, 두려워하며 진서준을 멀리했다.“이 그림은 가짜에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중년 남자는 이 말을 듣고 진서준을 째려보며 말했다.“너 이 자식, 뭐라고? 그 아가리를 찢어 버릴라!”그림을 지켜보던 황보식도 이 말을 듣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말을 한 사람이 젊은이인 것을 보고 황보식도 궁금해서 웃으며 물었다.“어디를 보아서 가짜 그림인가?”황보식이 이렇게 말하자 옆에 서있던 중년 남자
“젊은이, 내가 급하게 나오느라 카드를 안 가지고 나왔네. 자네 조금 있다 나랑 같이 우리집으로 갔다 와도 괜찮겠어?”“물론이죠.”황보식이 웃으며 말하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옆에 있던 중년 남자는 번뜩 정신을 가다듬고 대뜸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 그림 안 팔 거야. 1억 돌려줄게!”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돌려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김씨, 자네 이건 규칙 위반이야! 내기를 했으면 결과에 승복해야지. 자네가 직접 팔아놓고 후회하면 어쩌자는 건가?”“황보 선생님도 여기 계시는데, 자네 앞으로 골동품 거리에서 장사하고 싶지 않은 건가?”“김 씨, 여기서 망신 사는 짓을 그만하고 빨리 돌아가!”모두가 그를 나무라는 소리에 중년 남자가 일갈했다.“다 입 다물어!”자그마치 6억이다. 보통 사람이 족히 평생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큰돈이었다. 중년 남자가 지금 번복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는 누구라도 참지 못할 것이다.“당장 내 그림 내놔, 이 자식아!”중년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진서준이 가볍게 웃어넘겼다.“당신 기어코 규칙을 위반할 셈인가요?”“개소리 작작 해!”안색이 몹시 어두워진 황보식은 중년 남자가 감히 자기 앞에서 규칙을 위반하려고 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자네 앞으로 더 이상 골동품 장사를 하고 싶지 않아?”황보식의 말에 중년 남자가 말했다.“황보 선생, 내가 충고하는데 당신은 이 일에 참견하지 마요. 난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으니까.”말하던 중년 남자는 품에서 20센티미터 되는 과일칼을 꺼내 들었다. 눈부신 햇빛 아래에서 서늘한 빛을 번뜩이는 과일칼을 본 사람들은 오금이 저렸다.이 미친개 같은 놈이 칼을 들고 설치다가 혹여 자신한테 피해라도 줄까 봐 모두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경고했다.“지금 떠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해 줄게요.”“개소리 작작 해. 당장 내 그림 내놔. 아니면 오늘 기필코 피를 보게 될 거야!”이미 두
진서준이 돌아올 때 마침 황보식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젊은 친구 이만 돌아가도 될까?”“황보 선생님의 의견에 따를게요.”황보식이 웃으며 말하자 진서준도 미소로 답했다. 조금도 뽐내지 않고 한결같이 예의 바른 진서준을 보며 황보식이 그에 대한 평가가 또 한층 높아졌다.황보식이 접촉하는 대부분 사람은 고위 인사들이었다. 그런 집안 자녀들은 스스로는 아무 실력도 없으며 하나같이 건방지다.진서준은 황보식을 따라 골동품 거리의 입구로 나와 그의 자가용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 황보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네 지금 어디에서 출근하나?” “아직 직업을 찾지 못했습니다.”진서준이 사실대로 말하자 황보식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내가 아는 골동품 가게가 있는데 지금 마침 관리인이 필요하거든. 어때 관심이 있나?”“황보 선생님의 호의는 정말 고맙지만 전 이쪽 일에는 관심이 없어요.”진서준은 유연하게 황보식의 호의를 거절했다. 현재 진서준은 오로지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해 드리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마음 편히 수련할 수 있었기에 직업을 찾는 일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만약 돈이 필요해지면 그의 신묘한 손으로 얼마든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어제 받은 수표와 은행카드가 바로 그 증거나 마찬가지이다.진서준이 거절했지만 황보식은 화내지 않고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문득 황보식의 눈빛이 예리해지더니 진서준의 허리에 있는 옥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자네 이 옥패가 어디에서 난 건지 말해줄 수 있나?”황보식은 옥패를 짚으며 다급히 물었다.“이건 제 스승님이 주신 겁니다.”진서준은 대답하며 황보식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고 의아해서 물었다.“황보 선생님, 이 옥패를 아세요?”황보식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의 성과를 거둔 건 온전히 그 신비로운 선인의 덕분이었다.“그럼, 알다마다!”황보식은 얼굴의 근육까지 떨려왔다.“자네 스승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진서준이 나오기 전 구창욱은 자신에 대한 소식을
“전 집 주인에 따르면 이 나무는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여러 번의 전쟁에서 조금도 다친 적이 없다고 하네.”황보식이 미소를 지으며 소개하자 진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황보식에게 조언했다.“황보 선생님, 이 정원의 온도가 낮은 이유를 알았어요.”“그래? 자네 설마 이 나무 때문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바로 그거예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 나무는 몹시 이상해요. 오래 살고 싶으시다면 아무래도 태워버리는 게 좋을 겁니다.”황보식은 눈썹을 찡그리고 조금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보게 젊은 친구 그게 무슨 말인가? 나를 죽으라고 저주하는 건가?”이때 황보식이 진서준에게 가지고 있던 호감은 깡그리 사라졌다. 그가 구창욱 어르신의 제자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쫓아냈을 것이다. 진서준은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황보 선생님, 제가 이렇게 말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황보식은 화가나 헛웃음을 쳤다.“이유? 자네 오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 옥패를 당장 내놓아야 할 거야!”황보식은 진서준이 천기각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아무 말이나 함부로 지껄이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천기각 주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혹시 이 나무 안에 뭐가 있는지 아십니까?”“뭐가 있는가? 뭐 요괴나 귀신이라도 있단 말인가?”황보식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21세기인데 황보식은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믿지 않았다.“요괴는 없지만 확실히 원한을 품은 영혼이 있어요. 게다가 그 수가 꽤 많아요.”진서준은 차분하게 계속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제 추측이 맞다면 수백 년 전 이곳은 아마 공동묘지였을 겁니다. 이 나무는 원혼을 억누르고 있는 진안이에요. 거대한 진이 깨진 후 원혼들이 전부 이 나무 안으로 들어왔어요. 귀신은 음에 속하고 이 정원의 온도가 낮은 이유는 이 나무 안에 원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죠. 저를 믿지 못하겠다면 나무 꼭대기를 보고 검은 무늬가 있는지 확인
그런데 진서준이 자기 애인을 보러 온 것임을 깨닫자 자연스레 투덜댔다.허사연의 눈빛 또한 장난기가 가득했다.“서준아, 대체 언제 그 조씨 가문 가주 딸이랑 특별한 관계로 엮인 거야?”진서준은 곧바로 쓴웃음을 지으며 해명에 나섰다.“오해야, 나랑 조민영은 그런 사이 아니야. 우리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고 난 그 아이를 단지 여동생처럼 생각할 뿐이야. 그 아이만 보면 꼭 서라를 보는 것 같거든.”진서준이 조민영을 여동생처럼 생각한다는 말을 듣자 허사연 자매의 싸늘한 분위기가 금세 누그러졌다.제아무리 지선까지 처치했던 진서준이지만 허사연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를 꺼내는 건 긴장하고 식은땀이 나는 일이었다.“여동생처럼 생각하는 거라면 괜찮아.”허사연이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조민영은 이제 막 성인이 됐어. 이따가 그 아이를 만나면 그 아이가 서라랑 얼마나 비슷한지 알게 될 거야.”진서준이 덧붙여 설명했다.처음에 진서준이 조민영을 돕기로 결심했던 것도 조민영의 성격이 진서라와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너 혼자 그 조씨 가문 아가씨 만나러 가봐. 우리 둘은 고향에 좀 들러볼게.” 허사연이 말에 진서준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고향에 가?”“그래, 우리 고향이 여기 봉천시거든. 근데 몇 년 동안 한 번도 오지 못했어. 이번 기회에 한 번 들려보려고 해.”허사연이 설명했다.진서준은 허사연의 고향이 이곳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허사연이 따로 얘기하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허사연이 태어나고 나서 지금까지 고향에 온 횟수는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그래,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해.”진서준은 손으로 전화 거는 제스처를 하며 말했다.“응, 너도 조심하고. 낯선 여자한테 홀리지 않도록 조심해.”허사연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순간 움찔했다.지금 진서준은 더 이상 다른 여자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허사연, 김연아, 서지은만으로도 이미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또 다른 배수정 같은
곧 설표 특전대의 목욕탕에서 귀신 울음소리 같은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약효가 너무 강렬해 모두가 뼈가 분해되어 다시 조립되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이 고통이 심할수록 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의 공포스러움이 증명되었다.한 시간 후, 설표 특전대 전원이 귀청이 터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다들 일제히 경지 돌파에 성공한 것이다.본인의 실력이 이전과 비교해 몇 배는 더 강해진 게 확실했다.내공 무인이었던 장서안을 비롯한 몇몇 장병들은 단숨에 내력 절정 경지에 이르러 종사 경지까지 단 한 걸음 남겨둔 상태였다.심지어 무인조차 아니었던 나머지 장병들도 내공 무인이 되어 진기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이 순간, 모두가 진서준을 신처럼 숭배하기 시작했다.“진 교관님, 정말 우리 부모와 같은 은인이십니다.”“진 교관님, 앞으로 무슨 명령이든 말씀만 하시면 그곳이 지옥이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뛰어들겠습니다!”“교관님이 주신 처방전과 새로 개량된 열풍권 덕분에 이번 8군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할 수 있을 겁니다.”기쁨에 찬 장병들의 모습을 보며 진서준도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이들은 진서준이 직접 가르친 병사들이었기에 그의 눈에 반쯤은 자기 자식 같은 존재였다.자기 자식이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을 본 부모가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다들 열심히 수련해. 그리고 15일 후에 처방전을 한 번 더 사용해. 난 일이 있어 먼저 떠나야겠어.”진서준이 떠난다는 말을 듣자 다들 아쉬워 발을 동동 구르며 그의 이탈을 원치 않았다.진서준이 부대에 온 지 고작 이틀 만에 병사들의 태도를 이처럼 극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진서준이 조금만 더 머물러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설표 특전대원들은 대한민국 군부의 최고 전당인 전신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전신전은 대한민국 8대 특전대 위에 군림하는 최고의 전당이었다.전신전에 소속한 인원은 극히 적어 단 50명뿐이었지만 이 50명은 대한민국 군부의 최고 정점에 선 존재들이었다.장서안을 포함한
“정말 중요한 친구 한 명이 연락이 닿지 않아서요. 빨리 가서 확인해 봐야 합니다.”진서준은 한마디 덧붙였다.“우선 설표 특전대원들에게 이번에 도착한 약재로 샤워부터 하게 해주세요. 병사들이 전부 사용하고 나면 그때 떠나겠습니다.”“알겠습니다... 아, 맞다, 진 교관님, 이번에 설표 특전대가 8군 대회에서 우승만 하면 제가 교관님을 위해 신청한 군 계급도 곧 내려올 겁니다.”소정태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군 계급을 신청하다니?진서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제 권한으로는 소장 계급까지만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표 특전대가 우승하면 다른 7개 특전대도 진 교관님을 모시려 들겠죠. 그때가 되면 교관님은 곧바로 중장으로 승진할 겁니다.”소정태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장군 계급은 수많은 군인의 꿈이자 목표였다.하지만 평생을 전장에 바쳐도 고작 위관 계급에서 머무는 군인이 허다했다.그런데 진서준은 위관과 교관 계급을 건너뛰고 바로 소장이 될 수 있었다.이는 최근 군 역사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소정태는 진서준이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었다.진서준의 훈련을 받은 설표 특전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특히 개량된 열풍권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이 훈련 덕분에 설표 특전대는 향후 임무 수행 중 생존율과 완수율 모두 크게 높아질 터였다.대한민국 8대 특전대 임무는 항상 국가의 핵심 이익과 연관이 있는 중요한 임무였다.임무 완수율이 높아지면 국가에도 막대한 이익이 돌아올 것이다.사실 진서훈이 직접 나서 군 고위층에 요구한다면 진서준은 중장이 아니라 상장까지도 바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었다.단 한 번의 보해 전투만으로도 진서준은 소장 계급에 오를 자격을 충분히 입증했다.진서준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제가 군에 머물 시간이 없어서요. 장군 계급은 좀...”“아니요, 절대 교관님을 강제로 군에 묶어두진 않습니다.”소정태가 급히 해명했다.“교관님께 드리는 군 계급은 국안부 상경과 같은 개념입니다. 별다른
조태희가 강 종사를 같이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하자 조기강은 순간 망설였다.“형, 강 종사는 집에 남겨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근데 천산 근처에 대요괴가 출몰하는데 너 혼자 가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조태희의 얼굴엔 우려가 가득했다.동북 천산은 사계절 내내 눈이 덮여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바로 그 근처에 거대한 요괴가 출몰하기 때문이었다.천산 아래에는 영맥이 흐르고 있어 그 지역 동물들이 영기를 흡수하며 영지를 얻곤 했다.예컨대 얼마 전 진서준이 보운산에서 길들인 누렁이도 그런 대요괴 중 하나였다.조기강은 최근 연이어 전투를 치르며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그런 조기강을 혼자 천산으로 보내는 건 조태희에게도 불안한 일이었다.“대요괴를 만나면 내가 이길 순 없더라도 도망칠 수는 있어.”조기강이 단호하게 말했다.“강 종사가 나와 함께 가면 우리 가문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변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이 틈을 타 공격하면 어쩌려고 그래?”조기강의 눈엔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심씨 가문이 이번 가문 사이 혼인을 제안하면서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지도 몰랐다.겉으론 결혼을 빌미로 선의를 베푸는 척하지만 사실은 다른 목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컸다.조기강의 뜻을 이해한 조태희는 한참 동안 고심한 끝에 결국 동생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기강아, 정말 조심해야 해. 너까지 민영 때문에 다치면 내가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조태희는 동생의 손을 붙잡으며 진심으로 당부했다.40년 넘게 이어진 형제애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만약 조기강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조태희는 아마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조기강은 간단히 짐을 챙기고 곧바로 차를 타고 북쪽 천산으로 향했다.조기강이 봉천시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 모두 이 소식을 접했다.그러나 두 집안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마치 조기강이 봉천시를 떠난 사실조차 모르는 듯한 태도
“좋아요, 번거롭게 해드려 미안하네요.”밤이 완전히 내려앉은 후, 소정태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진서준과 허사연 일행에게 방 세 개를 준비했다.방은 별로 화려하지 않고 심플하고 깔끔했고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조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벨이 오래 울렸음에도 아무도 받지 않자 진서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진서준이 전화를 몇 번 더 걸어봤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조민영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지난번 양씨 가문에서 조민영은 자기 목숨을 걸고 진서준 앞을 막아섰다.그 용기 하나만으로도 진서준은 조민영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조민영은 이미 친동생과도 같은 존재였다.“모레쯤 조씨 가문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봉천시.조씨 가문 저택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조씨 가문의 개인 병원 병실 내 조민영이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조민영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숨결이 미약했으며 기운은 극도로 쇠약했다.조민영 곁에는 조태희와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의 대머리 남성이 서 있었다.“장 의사님, 제 딸 상태가 어떻습니까?”조태희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장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가주님, 따님께서 단순히 병에 걸린 것이면 다행이었겠지만 문제는 병이 아니라 중독된 겁니다.”딸이 중독되었다는 말을 듣자 조태희의 얼굴이 굳어졌다.‘중독이라고? 언제 중독된 거지? 내가 왜 몰랐지?’“무슨 독에 중독된 겁니까?”지금 범인을 찾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은 딸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딸을 살린 후에 범인을 찾아도 늦지 않았다.“민영 아가씨 상태를 보아하니 칠채지독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이 독은 오독의 독액에 빙정과 천산설련을 섞어 만든 무색무취의 독입니다.”장 의사가 자세하게 독에 관해 설명했다.설명을 들은 조태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빙정과 천산설련은 매우 희귀한 약재로 천지산 근처에서만 발견될 수
뜨거운 김이 피어나는 욕조를 보며 소정태는 머리를 돌려 진서준에게 물었다.“진 교관님, 이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그래요, 근데 처음에는 좀 아플 거니까 꾹 참아야 해요.”진서준이 한마디 일러두었다.소정태는 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소정태가 횡련 대종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여러 전장에서 생존한 덕분이었다.몸에는 칼자국과 총상투성이였고 아무리 강렬한 고통이라도 소정태는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소정태는 옷을 단숨에 벗어 던지고 욕조로 뛰어들었다.그 순간, 소정태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강렬한 약효가 소정태의 근육과 뼈대를 자극하며 우두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결국 소정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괴로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은 단번에 효과를 발휘했다.잠깐 사이에 소정태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소정태의 고통스러운 비명은 무려 30분간 이어졌다.30분 후, 욕조 안의 약효는 완전히 사라졌고 피처럼 붉었던 욕조 물은 다시 맑고 투명해졌다.소정태를 다시 보니 온몸에서 이전보다 더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난 소정태는 드디어 경지를 돌파하게 된 것이었다.소정태는 일급 대종사의 절정 단계에서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다.평생 이급 대종사에 이르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 덕분에 단숨에 이급으로 돌파한 것이다.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기쁨과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욕조에서 나온 소정태는 급히 옷을 입고 무릎을 꿇어 진서준에게 머리를 숙였다.“진 교관님, 당신은 제게 새 생명을 주신 분이나 다름없습니다.”진서준이 없었다면 소정태는 평생 이급 대종사라는 경지의 문턱에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 덕분에 소정태는 단 30분 만에 평생 넘지 못할 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진서준은 소정태를 일으키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사령관님이 돌파할 수 있었던 건 사령관님이 이전부터 쌓아온
이때 병사들이 몰려와 허윤진에게 칭찬과 존경을 연신 쏟아냈다.“사모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젊으신데 벌써 종사라뇨.”“이런 대단한 사모님이 계시니 저희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사모님이라 부르자 허윤진은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허윤진은 허사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서둘러 사람들을 정정했다.“저는 사모님이 아니에요. 저분이 사모님이고 저는 저분 동생이에요.”처제를 사모님으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다들 아부하려다 큰 실수를 한 셈이었다.사람들은 급히 허사연 곁으로 가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저희가 착각했어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사모님, 저희 때문에 교관님과 다투지 마세요.”“진 교관님, 정말 죄송합니다...”진서준의 얼굴이 잔뜩 굳어지더니 병사들에게 소리쳤다.“다들 한가한 모양이지? 어서 가서 권법 연습이나 해.”백여 명의 병사들은 재빨리 진서준이 개량한 열풍권을 연습하러 뛰어갔다.“진서준, 방금 내 실력 어땠어?”허윤진은 깡충깡충 뛰어 진서준 앞으로 오더니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칭찬했다.“정말 강하던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이 훨씬 늘었어.”“당연하지. 내가 누군데.”허윤진은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좋아, 너희는 알아서 구경하고 있어. 난 소정태의 상태를 좀 보고 올게.”소정태에게 중상을 입혔으니 진서준은 당연히 확인하러 가야 했다.진서준이 군구 병원에 도착했을 때, 간호사가 소정태에게 붕대를 감고 있었다.“진 교관님!”진서준이 오자마자 소정태는 벌떡 일어나 경례를 올렸다.“크게 다쳤는데 얼른 앉으세요.”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한쪽에 있던 간호사는 놀라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소정태가 어떤 사람인지 군구 전체가 다 알고 있었다.심지어 군구 최고 책임자를 마주해도 소정태는 항상 당당했다.그런 소정태가 이제 겨우 스무 살 넘은 청년에게 먼저 경례를
고소연은 설표 특전대에서 유일한 여성 종사였고 그 실력은 압도적이었다.장서안 같은 일반 대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부사령관인 박준명조차 고소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허윤진과 고소연의 대결 전, 사실 대다수 병사는 허윤진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여겼다.진서준이 강하다고 해서 그의 여자친구도 강할 거란 보장은 없었다.병사들은 두 사람을 위해 넓은 공터를 마련했다.“허윤진 씨, 실례하겠습니다.”고소연은 허윤진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저를 봐주지 말고 모든 실력을 보여주세요.”허윤진도 똑같이 예를 갖추어 답했다.그 말이 끝나자 고소연은 미세하게 다리를 굽힌 후 치타처럼 순식간에 허윤진을 향해 돌진했다.고소연의 속도는 너무 빨라서 주변에서 지켜보던 병사들의 시선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소연이 자기 실력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허윤진의 눈빛에도 투지가 활활 불타올랐다.고소연은 허리를 낮춘 채 양손을 날카로운 발톱처럼 치켜들고 허윤진의 팔을 향해 덤벼들었다.고소연의 의도는 단순했다.허윤진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제압하려고 했던 것이다.“마침 잘 왔네요.”허윤진은 체내의 영기를 모으더니 불꽃처럼 타오르는 기운이 그녀의 양손에 뿜어져 나왔다.이 광경을 본 병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맙소사, 진 교관님의 여자친구도 종사였어?.”“세상에, 그래서 사모님이 고소연 부사령관님에게 대련을 신청했구나. 이제야 이해할 것 같네.”“사모님이라고? 야, 너 진짜 표현 잘한다.”곧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병사들 사이에서 퍼졌다.진서준은 그 단어를 듣자 얼굴이 어두워졌다.‘윤진은 내 처제가 아니야. 내 여자친구는 옆에 있는 사연이라고.’고소연은 허윤진도 종사라는 사실을 깨닫자 단전의 강기를 모아 기세를 더욱 끌어 올렸다.쾅...두 사람의 팔이 부딪히며 둔탁한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지면 위의 눈이 순간적으로 튕겨 나가며 사방으로 흩날렸다.허윤진은 제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고소연은 일곱 발짝 이상 뒤로 물러나며 겨우 몸을 가눴다.
진서준의 말에 소정태는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진 교관님.”소정태는 감격해하며 한마디 더 보탰다.“진 교관님, 제 식구는 이제 진 교관님께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부디 제대로 된 훈련 부탁드립니다.”소정태가 떠난 후, 진서준은 백여 명의 병사를 평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아직도 날 못 믿겠다는 사람이 있나요?”“없습니다. 우리 모두 진 교관님을 믿고 따르겠습니다!”병사들이 일제히 외치는 모습을 보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렇다면 특훈을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진서준은 설교 특전대에서 주목을 받는 장서안을 가리켰다.“이리 와 보세요.”장서안은 바로 앞으로 나와 공손히 물었다.“진 교관님, 무슨 지시가 있으십니까?.”“아까 여러분이 연습한 그 권법을 한 번 더 보여줘요.”진서준의 말을 듣자 장서안은 망설임 없이 설표 특전대 특유의 열풍권을 선보이기 시작했다.열풍권이란 권법은 이름 그대로였다.모든 주먹과 발차기가 굉장히 빠르고 맹렬했으며 거의 내지를 때마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이 권법은 특전대 병사들의 직업 특성과도 관련이 있었다.특전대 병사들은 다들 국가를 지키고 전장에서 적을 처치해야 하는 군인이었다.한 방에 적을 죽이지 못하면 죽는 건 바로 병사들 자신일 것이다.이러한 절박함 때문에 열풍권은 빠르고 강렬하기는 했지만 방어 자세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그래서 상대가 자기와 동등한 실력이라면 열풍권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나 상대가 더 강하다면 한 번의 공격 이후에 쓰러지는 건 오히려 아무런 방어도 없는 본인일 가능성이 높았다.진서준은 열풍권을 유심히 본 후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 권법은 참 허점투성이군요.”“네?”진서준의 평가에 병사들은 전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이제 내가 그 권법을 개량해 줄 거니까 다들 집중해서 보세요.”진서준은 창욱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는 3년 동안 권법, 발차기, 검술, 도법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혔다.이렇게 여러 분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