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제가 이 세상에 없던 인재를 만났어요!”늘 스승을 존경하던 이휘산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부영권이 입을 열기 도전에 먼저 말했다.부영권은 자기 제자를 너무 잘 알았기에 이휘산이 이렇게 흥분한 걸 봐서는 그가 한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니, 그 사람이 어떤 인재이길래 오십이 넘은 노인이 이렇게 흥분할 수 있어?”“스승님, 그 사람이 방금 가마솥으로 연단했어요! 그것도 단번에 성공했어요!”이휘산이 격동에 찬 어조로 말했다.가마솥으로 단약을 제련한다고?소파에 앉아 있던 부영권은 순간 몸을 일으키면서 다급히 물었다.“방금 네가 말한 사람이 누구야?”“진서준이라고 하는 20대 청년이에요!”“스승님, 전 난생처음 이렇게 대단한 청년을 보았어요! 훗날이면 아마도 스승님도 초월할 수 있을 것 같아요!”진서준 이라는 이름을 듣자 부영권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웃으며 말했다.“너, 우리 주인님을 만났구나!”“네?”이휘산은 의혹에 찬 얼굴로 물었다.“스승님, 혹시 이 분을 아세요?”“알지 그럼!”부영권은 웃으며 말했다.“네가 이 청년을, 반드시 나보다 더 공손히 모셔야 해!”이휘산은 완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기 스승님이 왜서 이렇게 진서준을 중히 여기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동시에 이휘산은 갑자기 몹시 두려워졌다. 방금 그가 진서준을 크게 모욕하지 않았으니 진짜 다행이었다!전화를 끊은 후, 이휘산은 허리를 굽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한테 말했다.“진서준 선생님, 아까 저의 무례한 행동을 용서해 주세요!”옆에 있던 점원은 이휘산이 진서준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을 보고 경악한 나머지 아무 말도 못 했다.진서진은 얼른 이휘산을 일으켜 세우면서 그를 탓을 할 기세라곤 하나도 없었다.“어르신, 저 인삼을 제가 이제는 살 수 있는 건가요?”진서준은 웃으며 물었다.“선생님께서 사실 필요가 없어요. 원하신다면 제가 그냥 드릴게요!”이휘산은 이렇게 말했다.그냥 준다고?점원이 이
서울시 골동품 거리.서울시는 잘 발전된 제일 큰 도시였고, 서울시 골동품 거리도 가장 큰 골동품 거리였다.골동품 애호가들은 거의 전부 다 서울로 와서 여기에서 골동품을 찾았다.거리에는 열린 가게들도 있었고 양쪽 편에는 다양한 고급스러운 그림들과 금,동,옥으로 만들어진 골동품들을 판매하는 노점들도 있었다!이곳에 오면 사고 싶은 골동품은 거의 다 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골동품 중에는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었기에, 그걸 구별할 수 있는지는 개개인의 능력에 달렸다.골동품 고수들도 서울 골동품 거리에서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었다.심지어 골동품 가게는 3년 동안 단 한 번의 매출이 없다가도 한 번의 매출로 3년을 먹고산다는 말도 있었다.이런 곳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능력이 있는 셈이었다!진서준은 이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없었고 이번이 처음이었다.여러 가지 아름다운 골동품들을 보니 진서준도 약간 호기심이 생겼다.일부 사장님들은 진서준을 보자 얼굴에 희색을 띠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눈에 멍때리고 있는 진서준이 처음으로 여기에 온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진서준처럼 이런 젊은이들이, 속임수에 당하기 제일 쉬웠다.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진서준의 가는 길을 막아 나서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뭘 사고 싶소? 내 여기엔 없는 것이 없다네, 게다가 전부 다 진품이야!”그는 계속하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보배들은 말이지, 전부 다 내가 땅속에서 파낸 것이야. 수천 년의 역사가 있는 물건들이지, 자네가 사면 진짜 이득이야.”중년 남자의 노점을 보니 3미터도 안 되어 보였고 위에는 여러 가지 골동품들이 놓여 있었는데 대부분 청동으로 만들어진 골동품들이었으며 표면에는 녹이 가득 슬었다.단지 보기만 해도 진서준은 반 이상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친분이 없는데 왜 보물이라 하는 소위 골동품들을 처음 만난 사람한테 팔려고 하는 걸까?이 도리는 매우 간단했으나,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오히려 적었다.진서준이
중년 남자의 말을 들은 여대학생은 속이 더 급해졌다.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사장님, 제발 부탁인데 좀 더 비싸게 받아주시면 안 돼요? 아직 병상에 누워 계신 우리 엄마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그래요.”중년 남자는 이러는 여대학생을 보고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고 있었다.내 앞에서 불쌍한 척하다니, 넌 아직 멀었어!중년 남자도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내 아들도 병원에 누워있는데 그도 수술해야 할 돈이 급히 필요하다네.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만 아니었다면, 이런 집 안의 보물들은 절대 안 팔아!”여대학생이 이를 보고 진짜인 줄로 여기고 연이어 중년 남자한테 사과했다.“사장님, 죄송해요. 집안 사정이 어려운 줄 몰랐어요, 제가 다른 가게에 가서 물어볼게요.”“서두르지 마! 자네가 굳이 팔고 싶다면 내가 가격을 좀 더 올려 줄 수는 있어!”중년 남자는 이 옥패 장사를 놓쳐버리면 자신이 후회할 것 같았다.“최고 얼마까지 줄 수 있어요?”여학생은 조심스럽게 묻자, 중년 남자는 손가락 두 개를 내밀며 말했다.“20만 원, 이것이 내 마지막 가격이야!”여학생은 옥패를 한 번 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팔려고 했다.이때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저기요, 당신의 옥패는 제가 사겠어요. 200만 원을 드리겠어요.”이 말을 마치자, 중년 남자와 여대학생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정말이에요?”놀란 여대학생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진짜죠. 200만 원, 지금 바로 드릴게요!”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이 여학생의 손에 쥐고 있는 옥패는 평범한 옥패가 아니었다. 옥패 안에는 짙은 영기가 있었다!진서준이 방금 산 검은 돌보다도 엄청 많은 영기가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의 이 행동이 중년 남자를 화나게 했다.“젊은이, 이렇게 가로채기하면 좀 어처구니가 없군! 이러면 자네가 곤란해질 수도있어!”중년 남자가 협박이 섞인 어조로 말하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화
진서준도 자신이 산 보물을 들고 사람들과 함께 따라갔다.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골동품 가게에 백발의 동안 노인이 앉아 있었다.노인은 혈색이 좋고 말투에 힘이 충만한 것으로 보아하니 몸 상태가 매우 좋은 것 같았다.아무도 없던 골동품 가게가 사람들로 가득 찼고, 모두 골동품 거리에서 장사하고 있는 사장님들이었다.모든 사람은 손에 자기 집안의 보물들을 들고 있었고 그것들을 이 전문가한테 보여주고 싶었다.누군가는 감격에 겨워 떠났고, 누군가는 풀이 죽어 떠났다.진서준이 비집고 들어왔을 때, 때마침 방금 그에게 물건을 팔았던 그 중년 남자 차례였다.중년 남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그림 한 폭을 안고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황보 선생님, 이 보물은 우리 아버지께서 작년에 4,000만 원에 사신 것이에요, 당조 시기의 어떤 대가의 솜씨라고 하는데 한 번 부탁드릴게요.”중년 남자의 그림을 바라보는 구경꾼들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그들의 보았을 때, 이 그림은, 영락없이 당조 시기의 진품 같았다!그런데 어느 대가의 솜씨인지는 알 리가 없었다.황보식은 앞으로 다가와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진서준도 이 그림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 문제점을 발견한 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젊은이, 뭘 웃는가? 이 그림이 가짜인 거야?”한 사장님이 물었다.“이 젊은이가 뭘 알겠어? 방금 그는 진 사장한테 1억 원이나 사기당했잖아!”누군가가 진서준을 알아보고 즉시 방금 일어난 일을 말했다.주변 사람들은 진서준의 불운이 자신한테 옮겨질까, 두려워하며 진서준을 멀리했다.“이 그림은 가짜에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중년 남자는 이 말을 듣고 진서준을 째려보며 말했다.“너 이 자식, 뭐라고? 그 아가리를 찢어 버릴라!”그림을 지켜보던 황보식도 이 말을 듣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말을 한 사람이 젊은이인 것을 보고 황보식도 궁금해서 웃으며 물었다.“어디를 보아서 가짜 그림인가?”황보식이 이렇게 말하자 옆에 서있던 중년 남자
“젊은이, 내가 급하게 나오느라 카드를 안 가지고 나왔네. 자네 조금 있다 나랑 같이 우리집으로 갔다 와도 괜찮겠어?”“물론이죠.”황보식이 웃으며 말하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옆에 있던 중년 남자는 번뜩 정신을 가다듬고 대뜸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 그림 안 팔 거야. 1억 돌려줄게!”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돌려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김씨, 자네 이건 규칙 위반이야! 내기를 했으면 결과에 승복해야지. 자네가 직접 팔아놓고 후회하면 어쩌자는 건가?”“황보 선생님도 여기 계시는데, 자네 앞으로 골동품 거리에서 장사하고 싶지 않은 건가?”“김 씨, 여기서 망신 사는 짓을 그만하고 빨리 돌아가!”모두가 그를 나무라는 소리에 중년 남자가 일갈했다.“다 입 다물어!”자그마치 6억이다. 보통 사람이 족히 평생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큰돈이었다. 중년 남자가 지금 번복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는 누구라도 참지 못할 것이다.“당장 내 그림 내놔, 이 자식아!”중년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진서준이 가볍게 웃어넘겼다.“당신 기어코 규칙을 위반할 셈인가요?”“개소리 작작 해!”안색이 몹시 어두워진 황보식은 중년 남자가 감히 자기 앞에서 규칙을 위반하려고 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자네 앞으로 더 이상 골동품 장사를 하고 싶지 않아?”황보식의 말에 중년 남자가 말했다.“황보 선생, 내가 충고하는데 당신은 이 일에 참견하지 마요. 난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으니까.”말하던 중년 남자는 품에서 20센티미터 되는 과일칼을 꺼내 들었다. 눈부신 햇빛 아래에서 서늘한 빛을 번뜩이는 과일칼을 본 사람들은 오금이 저렸다.이 미친개 같은 놈이 칼을 들고 설치다가 혹여 자신한테 피해라도 줄까 봐 모두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경고했다.“지금 떠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해 줄게요.”“개소리 작작 해. 당장 내 그림 내놔. 아니면 오늘 기필코 피를 보게 될 거야!”이미 두
진서준이 돌아올 때 마침 황보식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젊은 친구 이만 돌아가도 될까?”“황보 선생님의 의견에 따를게요.”황보식이 웃으며 말하자 진서준도 미소로 답했다. 조금도 뽐내지 않고 한결같이 예의 바른 진서준을 보며 황보식이 그에 대한 평가가 또 한층 높아졌다.황보식이 접촉하는 대부분 사람은 고위 인사들이었다. 그런 집안 자녀들은 스스로는 아무 실력도 없으며 하나같이 건방지다.진서준은 황보식을 따라 골동품 거리의 입구로 나와 그의 자가용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 황보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네 지금 어디에서 출근하나?” “아직 직업을 찾지 못했습니다.”진서준이 사실대로 말하자 황보식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내가 아는 골동품 가게가 있는데 지금 마침 관리인이 필요하거든. 어때 관심이 있나?”“황보 선생님의 호의는 정말 고맙지만 전 이쪽 일에는 관심이 없어요.”진서준은 유연하게 황보식의 호의를 거절했다. 현재 진서준은 오로지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해 드리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마음 편히 수련할 수 있었기에 직업을 찾는 일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만약 돈이 필요해지면 그의 신묘한 손으로 얼마든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어제 받은 수표와 은행카드가 바로 그 증거나 마찬가지이다.진서준이 거절했지만 황보식은 화내지 않고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문득 황보식의 눈빛이 예리해지더니 진서준의 허리에 있는 옥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자네 이 옥패가 어디에서 난 건지 말해줄 수 있나?”황보식은 옥패를 짚으며 다급히 물었다.“이건 제 스승님이 주신 겁니다.”진서준은 대답하며 황보식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고 의아해서 물었다.“황보 선생님, 이 옥패를 아세요?”황보식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의 성과를 거둔 건 온전히 그 신비로운 선인의 덕분이었다.“그럼, 알다마다!”황보식은 얼굴의 근육까지 떨려왔다.“자네 스승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진서준이 나오기 전 구창욱은 자신에 대한 소식을
“전 집 주인에 따르면 이 나무는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여러 번의 전쟁에서 조금도 다친 적이 없다고 하네.”황보식이 미소를 지으며 소개하자 진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황보식에게 조언했다.“황보 선생님, 이 정원의 온도가 낮은 이유를 알았어요.”“그래? 자네 설마 이 나무 때문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바로 그거예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 나무는 몹시 이상해요. 오래 살고 싶으시다면 아무래도 태워버리는 게 좋을 겁니다.”황보식은 눈썹을 찡그리고 조금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보게 젊은 친구 그게 무슨 말인가? 나를 죽으라고 저주하는 건가?”이때 황보식이 진서준에게 가지고 있던 호감은 깡그리 사라졌다. 그가 구창욱 어르신의 제자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쫓아냈을 것이다. 진서준은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황보 선생님, 제가 이렇게 말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황보식은 화가나 헛웃음을 쳤다.“이유? 자네 오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 옥패를 당장 내놓아야 할 거야!”황보식은 진서준이 천기각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아무 말이나 함부로 지껄이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천기각 주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혹시 이 나무 안에 뭐가 있는지 아십니까?”“뭐가 있는가? 뭐 요괴나 귀신이라도 있단 말인가?”황보식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21세기인데 황보식은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믿지 않았다.“요괴는 없지만 확실히 원한을 품은 영혼이 있어요. 게다가 그 수가 꽤 많아요.”진서준은 차분하게 계속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제 추측이 맞다면 수백 년 전 이곳은 아마 공동묘지였을 겁니다. 이 나무는 원혼을 억누르고 있는 진안이에요. 거대한 진이 깨진 후 원혼들이 전부 이 나무 안으로 들어왔어요. 귀신은 음에 속하고 이 정원의 온도가 낮은 이유는 이 나무 안에 원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죠. 저를 믿지 못하겠다면 나무 꼭대기를 보고 검은 무늬가 있는지 확인
황보식은 진서준이 돈을 원한다고 생각해서 재빨리 말했다.“서준 씨, 이 나무를 지킬 수만 있다면 원하는 가격을 말해 주세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는 돈을 원하는 게 아니라 여기 영골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어르신을 따라온 겁니다.” 영골?황보식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새로웠다.“서준 씨, 여기에는 영골이 없는데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황보식이 제안했다.“그것도 좋습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진서준은 황보식을 따라 이 마당 안의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백여 점에 가까운 보물들이 놓여 있어 보는 이들의 눈을 현혹했다.진서준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황보식이 이토록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이 보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영기를 지니고 있어서 원혼이 깃든 나무로부터 분리될 수 있었다.하지만 몇 년만 더 지나면 이 보물들의 기운도 사라지고 황보식의 생명도 끝날 것이다.게다가 원혼과 싸우기 위해 이 보물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진사님, 제 보물은 모두 여기 있으니 어느 것이 영골인지 보시죠.”황보식이 말했다.하지만 그가 말하기 전에 진서준은 이미 둘러보고 있었다.백 개의 보물이 있었는데, 그중 아흔 개 이상이 진짜였고 가짜는 몇 개에 불과했다.게다가 이 몇 개의 가짜 보물은 풍수 기법을 적용하여 진품과 똑같이 보이게 만들었다.풍수 기법을 지우면 이 보물들은 일반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가짜로 보일 것이다.진서준은 누군가 풍수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그는 청룡이 진주를 뱉어내는 모양의 보물을 가리키며 물었다.“어르신, 이 보물은 어디서 구했습니까?”황보식은 그 보물을 보고는 말했다.“서준 씨께서는 안목이 좋으시네요. 이건 제가 한 대가에게서 산 겁니다! 이 외에도 황금 두꺼비와 칠성 거울도 있는데, 모두 그 대가께서 저에게 팔아 주신 겁니다!”그러나 황보식이 말한 나머지 두 개의 보물도 가짜였다.진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고생하는 건 괜찮았어. 하지만 문제는 유명해지자마자 우리 사장이 나한테 권력층들을 접대하라고 시켰다는 거야. 심지어 일반 접대도 아니고 성접대였어. 난 당연히 거절했지. 그랬더니 별의별 수단을 다 써서 협박하고 회유하더라고. 결국 화가 나서 계약을 해지했지만 사장은 끝까지 날 놓아주지 않았어. 그래서 몰래 강남으로 도망쳤는데 결국 또 찾아온 거야.”말을 마친 조수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그 뒤에 감춰진 조수아의 고통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톱스타? 영화제 여우주연상? 그건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었다.연예계는 정치판 다음으로 더러운 곳이었다.조수아가 신념을 끝까지 지키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녀도 이미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이 썩을 놈들, 감히 우리 수아에게 성접대를 강요해?”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거친 욕을 내뱉었다.“완전 미친놈들이네. 계약까지 해지했는데도 이 정도로 집착한다고? 수아야, 걱정 마. 네가 어떤 사장을 건드렸든 우리가 책임지고 널 지켜줄게.”장주완이 가슴을 탕탕 치며 장담하자 조수아는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얘들아, 정말 고마워.”“그래서 그 회사 이름이 뭐야?”보라색 원피스 여자가 물었다.“에리 스튜디오야. 사장 성은 박씨야.”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두의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박씨에 에리 스튜디오라면 대한민국 전역에서 오직 한 가문이 떠오르게 된다.바로 명주시 박씨 가문이었다.그 가문은 대한민국 최상위 재벌 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가문이었다.심지어 모두가 매일 쓰는 결제 앱조차 박씨 가문이 만든 거였다.조수아의 사장이 확실히 박씨 가문의 사람이라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상대였다.“뭐야? 왜 다들 그런 얼굴이야?”조수아는 모두의 이상한 반응을 보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조수아는 오랫동안 촬영에만 매진했기에 대한민국 명문대가에 관해 잘 요해하지 못했다.그러니 자연스레 박씨 가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전
경호원들이 앞으로 나서며 조수아를 강제로 끌고 가려 했다.“동작 그만!”장주완이 벌떡 일어서더니 살기가 가득한 띤 얼굴로 경고했다.“딱 3초 줄 테니까 당장 꺼져. 안 그러면 내가 너희를 가만 안 놔둘 거야.”“맞아, 우리 앞에서 사람을 끌고 가겠다고? 우릴 뭐로 보는 거야?”다른 남자도 맞장구쳤다.조수아는 이 모임에서 가장 예쁜 여자였다.비록 김혜민처럼 집안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누가 봐도 완벽한 여신이었다.이 상황에서 영웅이 되어 조수아를 구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평생 자랑할 무용담이 될 터였다.“흥, 너희 주제에 영웅이 미녀를 구하는 판타지를 꿈꾸는 거야?”중년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좋게 좋게 말할 때 알아서 밥이나 처먹어. 안 그러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중년 남자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두 남자를 위협했다.“웃기고 자빠졌네. 수아 일이자 내 일이야. 내가 있는 한 너희는 수아를 끌고 갈 꿈이나 깨.”장주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맞섰다.그의 당당한 태도에 현장에 있던 여자들의 눈에 경외심이 넘쳤다.위험한 순간에도 앞장서는 남자야말로 진짜 완벽한 남자였다.반면, 김혜민의 남자친구 진서준은 아직도 묵묵히 밥 먹고 있었다.이 차이는 정말 엄청나게 컸다.“좋게 말할 때 안 듣는다는 거지? 싸가지 없는 놈들, 이놈 다리나 하나씩 부러뜨려서 내던져.”중년 남자가 격노하며 명령을 내리자 경호원들이 곧바로 달려들었다.“하, 경호원 주제에 감히 나한테 덤벼? 나 혼자서도 너희를 상대하기엔 충분하거든.”장주완이 코웃음을 치며 혼자서 경호원들과 맞섰다.30초도 채 안 걸려 경호원들은 비참하게 바닥에 쓰러졌다.“주먹질 좀 한다고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 생각을 한 거야?”중년 남자의 얼굴이 새파래졌다.“너,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네가 누군지 내가 알 이유가 있어?”장주완이 그대로 중년 남자의 왼쪽 눈가를 향해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주먹을 정통으로 맞은 중년 남자의 왼쪽 눈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했다.
“무도라고? 혜민아, 너 아직도 어린애 같네.”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친구로서 한마디 하자면 남자는 믿음직한 사람을 골라야 해. 예를 들면 장주완 같은 남자 말이야. 유학 갔다 와서 지금 차이더리스에서 일하고 있고 연봉도 수십억대야. 이런 남자가 너한테 어울리는 거지.”여기 있는 사람들은 장주완이 대학 때부터 김혜민을 좋아했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혜민은 장주완의 여러 차례 고백을 전부 단칼에 거절했다.그런데 그런 김혜민이 지금 직업도 없는 돌팔이를 남자친구로 데려왔다니, 다들 납득할 수 없었다.“내 남자친구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김혜민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뭐가 어때서? 난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보라색 드레스 여자는 태연하게 말했다.“사람은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해. 괜히 계층을 넘나들 생각 같은 건 하지 않는 게 좋아. 이 식사만 해도 그래. 혜민아, 네가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이 사람 평생 열심히 벌어도 겨우 두세 번이나 먹을까 말까겠지? 하지만 우리한테 이런 밥 한 끼는 그냥 평범한 일상이잖아?”보라색 드레스 여자는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루아 언니 말이 맞아. 솔직히 계층 차이를 무시한 연애는 오래 못 가.”“게다가 장주완도 이제 완전히 귀국했잖아. 혜민아, 한번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걸?”“맞아, 맞아. 이 평범한 남자랑 있는 것보단 훨씬 낫지.”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거들기 시작했다.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김혜민과 진서준을 갈라놓는 것이었다.그러자 김혜민이 인상을 쓰며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만해. 내 남자는 내가 알아서 선택해.”김혜민이 버럭 화를 내자 사람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연애하면 바보가 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말인 것 같았다.장주완의 눈에 순간 싸늘한 기운이 스쳤지만 곧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혜민아, 너무 화내지 마. 그냥 다들 농담한 거야.”“이런 농담, 내 남자친구 앞에서는
“다들 오랜만이야.”김혜민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소개할 사람이 있어. 내 남자친구 진서준이야. 한 명 더 데리고 왔는데 괜찮지?”이 말이 떨어지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진짜 남자친구라고?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금테 안경을 쓴 남자에게 향했다.“혜민아, 오랜만이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예뻐졌어. 더 여성스러워진 것 같아.”안경 남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칭찬 고마워.”김혜민은 싱긋 웃으며 진서준을 이끌고 자리에 앉았다.“진서준, 소개할게. 이쪽은 우리 반 반장이었던 장주완이고 이쪽분들은 대학 시절 가장 친했던 미녀 친구들이야. 특히 여기 조수아는 우리나라 톱스타야.”김혜민은 왼쪽에 앉은 여자들을 가리키며 하나씩 소개했다.“안녕하세요.”진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끼리끼리 어울린다더니 김혜민이 워낙 미인이니 그녀의 친구들도 예쁠 수밖에 없었다.특히 조수아라는 여자는 외모와 몸매 모두 김혜민 못지않았는데 역시 톱스타가 될 만한 비주얼이었다.“혜민아, 그런데 네 남자친구는 어디 사람이야? 강남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물었다.“진서준은 외지인이야. 강남 출신은 아니고.”김혜민이 설명했다.“그렇구나. 그럼 무슨 일 해?”장주완이 두 손을 모으고 미소 지으며 물었다.“그건...”김혜민이 잠시 머뭇거렸다.“혹시 비밀스러운 직업에 종사하는 거야?”보라색 드레스 여자가 농담처럼 말했다.“난 의사입니다.”진서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네? 의사라고요?”순간, 모두가 얼어붙었다.진씨 가문의 금지옥엽이고 강남의 유명한 미녀인 김혜민이 고작 의사를 남자친구로 둔다고?이게 소문이라도 나면 사람들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혜민은 굳어버린 얼굴로 진서준을 불쾌하게 쏘아봤다.‘어차피 이 사람들은 네 정체도 모른단 말이야. 대충 멋있어 보이는 직업으로 둘러대면 안 돼?’“진서준 씨는 어느 의대 출
“너희 동창 모임인데 내가 거길 왜 가?”진서준이 한심하다는 듯 물었다.“그 남자가 예전에 날 쫓아다녔거든. 듣자 하니 이번에 돌아와서도 계속 고백할 생각인가 봐.”김혜민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그 녀석 눈이 멀었네? 널 좋아하는 걸 보니.”진서준이 의아하다는 듯 비꼬았다.“눈먼 건 너겠지.”김혜민이 분노하며 소리치자 가슴이 부르르 떨렸다.“날 방패 삼아 화력을 내게 돌리려는 거야? 그런 귀찮은 일은 사양이야.”진서준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이런 일에 괜히 끼어들었다가 피곤해지기만 할 것이고 쓸데없는 문제를 만들 수도 있었다.이번에 강남에 온 목적은 딱 두 가지였다.첫째는 김연아와 서지은을 만나러 온 것이었고 둘째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이렇게 과중한 임무를 안고 왔는데 남의 연애 싸움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다.“너 그래도 국안부 소속이잖아. 이 정도 일로 쫄아?”김혜민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미안한데 자극적인 말로 날 도발해도 난 움직이지 않을 거야. 그냥 포기해.”진서준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진서준이 요지부동하자 김혜민은 결국 김연아에게 도움을 청했다.“설득 좀 해줘.”김연아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혜민아, 너 그 남자가 그렇게 싫어?”“아니, 싫지는 않은데 관심이 없어.”김혜민이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런데 오늘 술자리에서 분명 고백할 거야. 그러면 다른 애들도 분위기 맞추려고 부추기겠지. 내가 거절하면 모임 분위기가 싸해질 게 뻔해.”그 말을 듣고 진서준이 피식 웃었다.“결국 체면 문제잖아.”“나 친구가 몇 명 없단 말이야. 이런 어이없는 일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면 나중에 누구랑 만나야 해?”김혜민이 툴툴거렸다.김혜민에게는 대학 동창들이 거의 유일한 친구였다.그런데 이런 일로 관계가 어색해지면 나중에 결혼할 때 들러리도 못 구할 판이었다.그런 처참한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서준아, 점심때 혜민을 좀 도와줘. 난 마침 회사에 가봐야 해.”김연아가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
리앙은 낯선 청년에게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얻어맞았다.이 치욕을 리앙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이대로 복수하지 않으면 자다가도 화가 치밀어 깨어날 판이었다.“도련님, 차라리 진씨 가문이랑 서씨 가문한테 조사를 맡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쨌든 이 동네 사정을 잘 아니 사람을 찾는 건 그들이 더 능숙할 겁니다.”옆에서 노련한 집사가 조심스레 권고했다.“당장 김태영이랑 서동현에게 연락해. 내일 해 지기 전까지 놈을 찾아내라고 전해.”리앙이 이를 갈며 명령했다.그 시각, 단꿈에 빠져 있던 김태영과 서동현은 갑작스러운 전화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둘은 내일 아침 일찍부터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범인을 찾기로 했다.이튿날 아침.진서준은 얼굴이 간질거리는 느낌에 눈을 떴다.눈앞에는 김연아가 부드러운 머리카락으로 진서준의 뺨을 간지럽히고 있었다.“왜 이렇게 일찍 깼어? 좀 더 자지 그래?”진서준이 김연아를 자연스럽게 끌어안았다.“어제 밤엔 꽤 힘들었을 텐데?”진서준이 장난스레 말했다.“그런 말 하지 마.”김연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오랜만의 재회는 꿀보다 더 달았다.서로 못 본 지 몇 달이 지났고 어젯밤 적당히 술까지 곁들였으니 당연히 두 사람은 불이 붙어버릴 수밖에 없었다.다행히도 김연아는 하녀를 부리는 습관이 없었다.하녀가 있었다면 정말 크게 망신당할 뻔했다.“아침 운동할래?”진서준의 시선이 김연아의 매끈한 몸매를 훑었고 손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온몸이 부서질 것 같아서 도저히 못 뛰겠어.”김연아가 고개를 저었다.“내가 말한 아침 운동은 그게 아닌데?”진서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김연아가 잠시 멈칫한 순간, 진서준은 순식간에 김연아 몸 위에 올라탔다.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두 사람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방을 나서자마자 김혜민이 거실에서 두 사람에게 아니꼽게 말했다.“너희 둘,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는 거야?”김혜민은 기다리다 지쳤는지 언짢은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김연아가 직설적으로 물었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김혜민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요 며칠 동안 리앙이 나한테 계속 협상하자고 했거든. 물론 난 전부 거절했지.”김연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리앙은 우리랑 손잡고 싶어 했어.”김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둘뿐만 아니라 서씨 가문 서동현도 끼어들기로 했어. 근데 그놈들이 날 이렇게 배신할 줄은 몰랐네.”이제야 김혜민은 진서준과 김연아의 말을 조금씩 믿기 시작했다.이 둘이 자기를 속일 이유는 없었지만 김태영은 달랐다.아까 식사 자리에서 리앙이 분명히 김태영에게 자기에게 충분한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설마 그 충분한 성의라는 게 김혜민의 몸이었단 말인가?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김혜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집에 돌아가서 김태영이 누가 널 구했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해.”진서준이 입을 열었다.“그리고 계속 그놈들하고 어울리는 척해.”“무슨 뜻이야? 날 너희 스파이로 사용하겠단 말이야?”김혜민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자기는 어디까지나 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였다.이런 고귀한 신분으로 도청이나 염탐 같은 비겁한 스파이 짓을 하라니 내킬 수 없었다.“스파이 노릇은 우리한테 진 신세를 갚는 거라고 생각해.”진서준이 가볍게 말을 이었다.“넌 김태영이랑 리앙이 어떤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인지 보고 싶지도 않아? 너랑 연아가 아무리 얼굴을 붉히며 싸운다고 해도 결국은 피로 이어진 가족이잖아. 하지만 김태영이랑 리앙은 완벽한 외부인이지.”가족이라고?김혜민은 순간 멈칫하다가 복잡한 시선으로 김연아를 바라봤다.김연아가 오기 전까지 아버지 김형섭은 오직 자신만 아끼고 사랑했다.하지만 김연아가 집에 들어온 후, 아버지는 자기에게 쏟던 관심을 점차 줄였다.그때부터 김혜민이 김연아를 시기하고 원망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그 원망과 질투의 감정은 점점 희미해졌다.그리고 김연아가 진씨 가문을 손에 넣은 후에도 딱히 자기를 곤란하게 한 적
진서준이 나오자마자 김연아는 급히 다가갔다.“어때?”“괜찮아. 옷이 좀 찢어졌을 뿐이야.”진서준은 차 문을 열고 김혜민을 뒷좌석에 던져 넣었다.김연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사하면 됐어.”둘이 차에 오르자 차가 출발했다.“응? 여기는 어디지?”얼마 지나지 않아 김혜민이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김혜민이 어렴풋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펴보니 낯선 차 안이었다.그리고 자기 몸 위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외투가 덮여 있었다.순간, 김혜민의 얼굴이 굳어버렸다.“이게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김혜민은 단숨에 만취 상태에서 완전히 깨어났다.“깨어났어?”김연아가 고개를 돌려 김혜민을 바라봤다.“김연아? 왜 내가 네 차에 있는 거야? 그리고 내 옷은 왜 이래?”김혜민은 연달아 질문을 던지며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술 마시기 전까지만 해도 김혜민은 김태영과 서동현 일행과 함께 있었다.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왜 김연아의 차 안에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술 마신 다음 기억이 하나도 없어?”김연아가 평온하게 물었다.“마지막 기억은... 김태영이랑 술 마시다가 취해서 기절한 것뿐이야.”김혜민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네가 기절한 후에 누가 널 데려갔는지는 알아?”“당연히 너희 아니야?”김연아의 질문에 김혜민은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우린 널 구한 거야.”운전 중이던 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뭐? 진서준, 너까지 왜 여기 있어?”김혜민은 깜짝 놀라면서도 급히 옷깃을 움켜쥐고 경계심을 높였다.“내가 없었으면 넌 이미 그놈한테 따먹혔을 거야.”진서준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하자 김혜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 무슨 뜻이야?”“너 아까 같이 술 마시던 사람 중에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외국 놈 있었지?”진서준이 물었다.“응, 그 사람은 차이더리스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잖아. 너 같은 놈이 감히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김혜민은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게다가, 그 사람은 나한테 엄청 호
이건 되돌릴 수 없는 길이었다.한번 발을 들이면 후퇴는 있을 수 없었다.성공하면 권력을 잡지만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저세상에 가야 했다.한편, 리앙의 차는 한 5성급 고급 호텔 앞에 멈췄다.리앙은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김혜민을 안은 채 천천히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김태영, 짐승만도 못한 개자식.”김연아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김태영은 김혜민의 몸을 이용해 리앙과의 협력을 따내려는 것이었다.애초에 김태영과 리앙은 신분 자체가 넘사벽이라 김태영이 뭔가를 바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내가 가서 구해올 테니까 넌 모르는 척해.”진서준이 소리를 낮춰 말했다.“큰 고기를 낚으려면 긴 줄을 던져야지.”김연아는 그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부탁할게.”한편, VIP룸 안.리앙은 취한 김혜민을 침대 위에 눕힌 후 사냥감을 감상하듯 천천히 김혜민을 훑어보았다.리앙의 눈빛엔 노골적인 욕망이 가득했다.“쯧쯧, 역시 자매라 그런가? 몸매랑 얼굴이 비슷하네. 아쉽게도 오늘은 너 혼자지만... 뭐, 오래 걸리진 않겠지. 조만간 네 언니도 내 침대 위에 데려와야겠어.”그 순간을 상상하니 리앙의 입꼬리에 광기 어린 미소가 걸렸다.리앙은 여유롭게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샤워를 마친 후, 리앙은 수건을 걸친 채 룸으로 돌아왔다.“물... 물 좀...”김혜민이 술에 취한 채로 중얼거렸다.“걱정 마. 이따가 네가 흠뻑 젖도록 만들어줄 테니까.”리앙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녹화를 시작했다.“너희 대한민국 여자들은 순결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지? 이걸로 협박하면 넌 내 손바닥 안이겠지?”리앙은 핸드폰을 단단히 고정한 후, 김혜민을 향해 달려들었다.찌지직!김혜민의 겉옷이 거칠게 찢겨나갔고 새하얀 피부가 드러나며 은은한 향기가 퍼졌다.김혜민의 가슴은 풍만하게 올라붙어 있었다.리앙이 더 깊숙이 손을 뻗으려던 바로 그때였다.쿵!누군가 박살 내듯 문을 거칠게 걷어찼고 천장의 샹들리에까지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