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말을 들은 여대학생은 속이 더 급해졌다.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사장님, 제발 부탁인데 좀 더 비싸게 받아주시면 안 돼요? 아직 병상에 누워 계신 우리 엄마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그래요.”중년 남자는 이러는 여대학생을 보고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고 있었다.내 앞에서 불쌍한 척하다니, 넌 아직 멀었어!중년 남자도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내 아들도 병원에 누워있는데 그도 수술해야 할 돈이 급히 필요하다네. 내 아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만 아니었다면, 이런 집 안의 보물들은 절대 안 팔아!”여대학생이 이를 보고 진짜인 줄로 여기고 연이어 중년 남자한테 사과했다.“사장님, 죄송해요. 집안 사정이 어려운 줄 몰랐어요, 제가 다른 가게에 가서 물어볼게요.”“서두르지 마! 자네가 굳이 팔고 싶다면 내가 가격을 좀 더 올려 줄 수는 있어!”중년 남자는 이 옥패 장사를 놓쳐버리면 자신이 후회할 것 같았다.“최고 얼마까지 줄 수 있어요?”여학생은 조심스럽게 묻자, 중년 남자는 손가락 두 개를 내밀며 말했다.“20만 원, 이것이 내 마지막 가격이야!”여학생은 옥패를 한 번 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팔려고 했다.이때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저기요, 당신의 옥패는 제가 사겠어요. 200만 원을 드리겠어요.”이 말을 마치자, 중년 남자와 여대학생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정말이에요?”놀란 여대학생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진짜죠. 200만 원, 지금 바로 드릴게요!”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이 여학생의 손에 쥐고 있는 옥패는 평범한 옥패가 아니었다. 옥패 안에는 짙은 영기가 있었다!진서준이 방금 산 검은 돌보다도 엄청 많은 영기가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의 이 행동이 중년 남자를 화나게 했다.“젊은이, 이렇게 가로채기하면 좀 어처구니가 없군! 이러면 자네가 곤란해질 수도있어!”중년 남자가 협박이 섞인 어조로 말하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화
진서준도 자신이 산 보물을 들고 사람들과 함께 따라갔다.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골동품 가게에 백발의 동안 노인이 앉아 있었다.노인은 혈색이 좋고 말투에 힘이 충만한 것으로 보아하니 몸 상태가 매우 좋은 것 같았다.아무도 없던 골동품 가게가 사람들로 가득 찼고, 모두 골동품 거리에서 장사하고 있는 사장님들이었다.모든 사람은 손에 자기 집안의 보물들을 들고 있었고 그것들을 이 전문가한테 보여주고 싶었다.누군가는 감격에 겨워 떠났고, 누군가는 풀이 죽어 떠났다.진서준이 비집고 들어왔을 때, 때마침 방금 그에게 물건을 팔았던 그 중년 남자 차례였다.중년 남자는 자신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그림 한 폭을 안고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황보 선생님, 이 보물은 우리 아버지께서 작년에 4,000만 원에 사신 것이에요, 당조 시기의 어떤 대가의 솜씨라고 하는데 한 번 부탁드릴게요.”중년 남자의 그림을 바라보는 구경꾼들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그들의 보았을 때, 이 그림은, 영락없이 당조 시기의 진품 같았다!그런데 어느 대가의 솜씨인지는 알 리가 없었다.황보식은 앞으로 다가와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진서준도 이 그림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 문제점을 발견한 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젊은이, 뭘 웃는가? 이 그림이 가짜인 거야?”한 사장님이 물었다.“이 젊은이가 뭘 알겠어? 방금 그는 진 사장한테 1억 원이나 사기당했잖아!”누군가가 진서준을 알아보고 즉시 방금 일어난 일을 말했다.주변 사람들은 진서준의 불운이 자신한테 옮겨질까, 두려워하며 진서준을 멀리했다.“이 그림은 가짜에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중년 남자는 이 말을 듣고 진서준을 째려보며 말했다.“너 이 자식, 뭐라고? 그 아가리를 찢어 버릴라!”그림을 지켜보던 황보식도 이 말을 듣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말을 한 사람이 젊은이인 것을 보고 황보식도 궁금해서 웃으며 물었다.“어디를 보아서 가짜 그림인가?”황보식이 이렇게 말하자 옆에 서있던 중년 남자
“젊은이, 내가 급하게 나오느라 카드를 안 가지고 나왔네. 자네 조금 있다 나랑 같이 우리집으로 갔다 와도 괜찮겠어?”“물론이죠.”황보식이 웃으며 말하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옆에 있던 중년 남자는 번뜩 정신을 가다듬고 대뜸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 그림 안 팔 거야. 1억 돌려줄게!”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돌려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김씨, 자네 이건 규칙 위반이야! 내기를 했으면 결과에 승복해야지. 자네가 직접 팔아놓고 후회하면 어쩌자는 건가?”“황보 선생님도 여기 계시는데, 자네 앞으로 골동품 거리에서 장사하고 싶지 않은 건가?”“김 씨, 여기서 망신 사는 짓을 그만하고 빨리 돌아가!”모두가 그를 나무라는 소리에 중년 남자가 일갈했다.“다 입 다물어!”자그마치 6억이다. 보통 사람이 족히 평생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큰돈이었다. 중년 남자가 지금 번복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는 누구라도 참지 못할 것이다.“당장 내 그림 내놔, 이 자식아!”중년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진서준이 가볍게 웃어넘겼다.“당신 기어코 규칙을 위반할 셈인가요?”“개소리 작작 해!”안색이 몹시 어두워진 황보식은 중년 남자가 감히 자기 앞에서 규칙을 위반하려고 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자네 앞으로 더 이상 골동품 장사를 하고 싶지 않아?”황보식의 말에 중년 남자가 말했다.“황보 선생, 내가 충고하는데 당신은 이 일에 참견하지 마요. 난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으니까.”말하던 중년 남자는 품에서 20센티미터 되는 과일칼을 꺼내 들었다. 눈부신 햇빛 아래에서 서늘한 빛을 번뜩이는 과일칼을 본 사람들은 오금이 저렸다.이 미친개 같은 놈이 칼을 들고 설치다가 혹여 자신한테 피해라도 줄까 봐 모두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경고했다.“지금 떠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해 줄게요.”“개소리 작작 해. 당장 내 그림 내놔. 아니면 오늘 기필코 피를 보게 될 거야!”이미 두
진서준이 돌아올 때 마침 황보식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젊은 친구 이만 돌아가도 될까?”“황보 선생님의 의견에 따를게요.”황보식이 웃으며 말하자 진서준도 미소로 답했다. 조금도 뽐내지 않고 한결같이 예의 바른 진서준을 보며 황보식이 그에 대한 평가가 또 한층 높아졌다.황보식이 접촉하는 대부분 사람은 고위 인사들이었다. 그런 집안 자녀들은 스스로는 아무 실력도 없으며 하나같이 건방지다.진서준은 황보식을 따라 골동품 거리의 입구로 나와 그의 자가용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 황보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네 지금 어디에서 출근하나?” “아직 직업을 찾지 못했습니다.”진서준이 사실대로 말하자 황보식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내가 아는 골동품 가게가 있는데 지금 마침 관리인이 필요하거든. 어때 관심이 있나?”“황보 선생님의 호의는 정말 고맙지만 전 이쪽 일에는 관심이 없어요.”진서준은 유연하게 황보식의 호의를 거절했다. 현재 진서준은 오로지 어머니의 다리를 치료해 드리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마음 편히 수련할 수 있었기에 직업을 찾는 일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만약 돈이 필요해지면 그의 신묘한 손으로 얼마든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어제 받은 수표와 은행카드가 바로 그 증거나 마찬가지이다.진서준이 거절했지만 황보식은 화내지 않고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문득 황보식의 눈빛이 예리해지더니 진서준의 허리에 있는 옥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자네 이 옥패가 어디에서 난 건지 말해줄 수 있나?”황보식은 옥패를 짚으며 다급히 물었다.“이건 제 스승님이 주신 겁니다.”진서준은 대답하며 황보식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고 의아해서 물었다.“황보 선생님, 이 옥패를 아세요?”황보식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의 성과를 거둔 건 온전히 그 신비로운 선인의 덕분이었다.“그럼, 알다마다!”황보식은 얼굴의 근육까지 떨려왔다.“자네 스승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진서준이 나오기 전 구창욱은 자신에 대한 소식을
“전 집 주인에 따르면 이 나무는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여러 번의 전쟁에서 조금도 다친 적이 없다고 하네.”황보식이 미소를 지으며 소개하자 진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황보식에게 조언했다.“황보 선생님, 이 정원의 온도가 낮은 이유를 알았어요.”“그래? 자네 설마 이 나무 때문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바로 그거예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 나무는 몹시 이상해요. 오래 살고 싶으시다면 아무래도 태워버리는 게 좋을 겁니다.”황보식은 눈썹을 찡그리고 조금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보게 젊은 친구 그게 무슨 말인가? 나를 죽으라고 저주하는 건가?”이때 황보식이 진서준에게 가지고 있던 호감은 깡그리 사라졌다. 그가 구창욱 어르신의 제자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쫓아냈을 것이다. 진서준은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황보 선생님, 제가 이렇게 말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황보식은 화가나 헛웃음을 쳤다.“이유? 자네 오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그 옥패를 당장 내놓아야 할 거야!”황보식은 진서준이 천기각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아무 말이나 함부로 지껄이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천기각 주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혹시 이 나무 안에 뭐가 있는지 아십니까?”“뭐가 있는가? 뭐 요괴나 귀신이라도 있단 말인가?”황보식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21세기인데 황보식은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믿지 않았다.“요괴는 없지만 확실히 원한을 품은 영혼이 있어요. 게다가 그 수가 꽤 많아요.”진서준은 차분하게 계속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제 추측이 맞다면 수백 년 전 이곳은 아마 공동묘지였을 겁니다. 이 나무는 원혼을 억누르고 있는 진안이에요. 거대한 진이 깨진 후 원혼들이 전부 이 나무 안으로 들어왔어요. 귀신은 음에 속하고 이 정원의 온도가 낮은 이유는 이 나무 안에 원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죠. 저를 믿지 못하겠다면 나무 꼭대기를 보고 검은 무늬가 있는지 확인
황보식은 진서준이 돈을 원한다고 생각해서 재빨리 말했다.“서준 씨, 이 나무를 지킬 수만 있다면 원하는 가격을 말해 주세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는 돈을 원하는 게 아니라 여기 영골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어르신을 따라온 겁니다.” 영골?황보식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새로웠다.“서준 씨, 여기에는 영골이 없는데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는 건 어떨까요?”황보식이 제안했다.“그것도 좋습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진서준은 황보식을 따라 이 마당 안의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백여 점에 가까운 보물들이 놓여 있어 보는 이들의 눈을 현혹했다.진서준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황보식이 이토록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이 보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영기를 지니고 있어서 원혼이 깃든 나무로부터 분리될 수 있었다.하지만 몇 년만 더 지나면 이 보물들의 기운도 사라지고 황보식의 생명도 끝날 것이다.게다가 원혼과 싸우기 위해 이 보물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진사님, 제 보물은 모두 여기 있으니 어느 것이 영골인지 보시죠.”황보식이 말했다.하지만 그가 말하기 전에 진서준은 이미 둘러보고 있었다.백 개의 보물이 있었는데, 그중 아흔 개 이상이 진짜였고 가짜는 몇 개에 불과했다.게다가 이 몇 개의 가짜 보물은 풍수 기법을 적용하여 진품과 똑같이 보이게 만들었다.풍수 기법을 지우면 이 보물들은 일반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가짜로 보일 것이다.진서준은 누군가 풍수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그는 청룡이 진주를 뱉어내는 모양의 보물을 가리키며 물었다.“어르신, 이 보물은 어디서 구했습니까?”황보식은 그 보물을 보고는 말했다.“서준 씨께서는 안목이 좋으시네요. 이건 제가 한 대가에게서 산 겁니다! 이 외에도 황금 두꺼비와 칠성 거울도 있는데, 모두 그 대가께서 저에게 팔아 주신 겁니다!”그러나 황보식이 말한 나머지 두 개의 보물도 가짜였다.진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황보식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가짜 물건을 판 대가가 돌아오면 반드시 진서준에게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진서준은 황보식이 말한 대가를 만나 영골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진서준이 시간을 보니 정오가 거의 되어 밥을 먹으러 돌아가야 할 때였다.“황보식 어르신, 시간이 늦었으니 저는 이만 돌아갈게요.”황보식은 서둘러 말했다.“주인님만 괜찮다면 여기서 편하게 식사하세요. 제가 준비해 오겠습니다!”“아닙니다. 제 가족들이 다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황보식의 눈에는 실망한 흔적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덧붙였다.“주인님, 내일 서울시의 고위 인사들을 소개해 드릴 테니 앞으로 주인님이 서울시에서 무슨 일 처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황보식의 제안을 들은 진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앞으로 서울시에서 수련을 할 때 필요한 물건이 꽤 많을 것이 분명했다. 황보식이 없으면 계속 허씨 가문을 찾아가서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황보식이 거물들을 소개해 주면 인맥을 쌓을 필요가 있는 진서준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좋아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진서준은 고마운 듯 미소를 지었다.“괜찮습니다. 주인님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황보식이 서둘러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모셔다드리겠습니다!”...서울시 병원의 고급 병동 내부.이지성의 다리는 무릎 골절이 심해 병원 최고의 의사들도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하룻밤 휴식을 취한 이지성도 이제 깨어났고, 유지수가 그를 돌보고 있었다.“진서준이라는 놈이 감히 내 다리를 부러뜨렸으니 죽여 버려야겠어!”이지성은 큰 소리로 포효하며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자신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아들의 백일잔치를 방해하고, 서울시의 권력자들과 부유층 앞에서 이씨 가문을 조롱거리로 만들었으니, 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여보, 화내지 마. 다시 경찰에 전화해서 진서준을 감옥에 보내고 남은 평생 안에서 보내게 하자.”유지수는 포도 껍질
아버지가 일단 진서준을 조사해 보겠다고 하자 이지성은 살짝 기분이 언짢았다.“아버지, 허사연이 나서겠다고 한 건 분명 그놈에게 속은 게 틀림없어요! 그 자식이 진짜 배경이 있었다면 그때 우리에게 속아 감옥에 들어가지 않았겠죠!”이지성이 화를 내며 말했다.“사람을 보내서 그놈 동생과 엄마를 납치해야겠어요. 그래도 그놈이 날뛸 수 있는지 보자고요!”자신의 아들이 이토록 멍청한 것을 보고 이혁진은 그를 노려보았다.“그 입 다물어!”이지성은 순간 깜짝 놀라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옆에 있는 유지수는 옷매무시를 다듬고 말했다.“아버님, 제가 진서준을 잘 아는데 정말 아무 배경도 없어요. 우리는 대학교 동창이었는데 진서준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서 걔를 키웠어요. 그리고 진서준의 여동생도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남자와 만난 적은 없어요.”이혁진은 유지수를 힐끗 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유부녀가 뭘 안다고 그래? 너만 아니었으면 내 아들이 이렇게 되지도 않았다! 재수 없는 년!”그러고는 말을 마치자마자 떠났다.이혁진은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이 세상에 예쁜 여자가 많고도 많은데, 자신의 아들은 왜 아무 쓸모가 없는 얼굴만 예쁜 유지수를 좋아하게 되었을까.비록 이씨 가문은 너무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사람들이 함부로 넘볼 수 있는 가문은 아니었다.이혁진에게 욕을 들은 유지수는 억울해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감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자칫 잘못하면 이씨 가문에서 빈털터리로 쫓겨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부유한 집에 시집간 대가이다.“망할 놈의 진서준,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야!”유지수는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감히 뭐라고 할 수 없어 마음속의 불만을 진서준에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황보식의 운전기사가 진서준을 골동품 거리 입구까지 배웅한 후, 진서준은 즉시 차를 몰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 진서라는 마침 점심을 차려놓고 진서준에게 전화하
“군부에 잡혔어.”진서준의 말에 진서훈의 목소리가 다소 불쾌해졌다.“어느 군구야?”“너희는 어느 군구 소속이야?”진서준이 군관을 보며 물었다.“동부 임해 전구야.”“동부 임해 전구라고? 알았어.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낼게.”진서훈은 여전히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군관은 진서준의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았다.하지만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침묵만 지키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군부 사람들과 함께 차를 타고 두 시간 이상 간 후, 진서준 일행은 깊은 산속에 도착했다.마침내 차는 흑석영이라는 군사 기지에 도달했다.흑석영 군사 기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만이 갇히는 곳이다.일단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는 사람은 없다고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했다.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주변 환경을 천천히 살폈다.은은한 달빛과 반짝이는 별이 먹구름에 가려져 있었고 주변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딱 봐도 곧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그때 두 사람이 진서준과 황예은을 향해 다가왔다.“황예은 씨, 제 이름은 박신준입니다. 흑석영 군사 기지 총책임자입니다.”장군 훈장을 단 중년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박씨 성을 듣자 진서준과 황예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혹시 이 사람이 박씨 가문의 사람인가?하지만 황예은은 박씨 가문에 군부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왜 날 잡아들였죠?”황예은이 차가운 목소리로 따졌다.황예은은 장군급 군관을 상대하면서도 여전히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다.“황예은 씨는 반역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박신준이 차갑게 말하자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간첩이냐 아니냐는 네가 잘 알지 않아?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까놓고 다 말하는 게 낫지 않겠어?”박신준의 얼굴을 보니 이전에 만났던 박진강과 조금 닮아있는 듯했다.이 사람은 박진강의 삼촌이나 큰아버지일 가능성도 있었다.박신준이 진서준을 힐끗 보더니 이내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이 두 사람 분리해서 구속해.”박신준이 두 사람을 따로 구속하려는
군부 사람들이 자기를 찾으러 온 것을 본 황예은은 눈꺼풀이 저절로 뛰기 시작했다.그동안 박씨 가문 회사를 전적으로 맡고 있는 동안, 황예은은 군부 사람들과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국민은 절대 공무원과 싸우지 말고 공무원은 절대 군부 사람과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역사적으로 군부는 언제나 국가의 최고 권력이었다.군부의 고위층을 건드리면 그 후엔 끔찍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진서준도 바로 그 군부 군관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알아보고 설표 특전대에서 교관직을 맡기로 했다.“제가 바로 황예은이에요. 무슨 일이죠?”군부가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황예은의 말투는 여전히 그 여느 때와 다름없이 냉랭하고 자존심 강했다.그 군관은 황예은의 말을 듣고 얼굴에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넌 반역죄를 지질렀어. 넌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침투한 간첩이야.”군관이 거친 목소리로 꾸짖었다.반역죄를 저지른 간첩이라고?황예은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황씨 가문은 대대로 대한민국에 충성한 가문인데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죄를 지을 수 있을까?이건 명백히 누군가 고의로 자기를 음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심지어 상대방은 자기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군부까지 동원했다.황씨 가문은 군부에 아무런 인맥도 없었다.지금 이 상태로 군부로 끌려가면 그 처참한 결말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에요. 저는 절대로 간첩이 아닙니다.”황예은은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간첩인지 아닌지는 네 주장 하나로 해결할 수 없어. 우리와 함께 가서 조사받자.”군관도 똑같이 차가운 말투로 대응했다.그때, 진서준이 앞으로 나서서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누가 너희를 보냈어?”황씨 가문에 부귀전승이 존재하는 마당에 반역죄를 저지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황예은과 며칠을 함께 지내면서 진서준은 황예은이란 사람에 대해 자세하게 잘 알게 되었다.황예은은 극도로 자존심 강한 여자였
비밀 문 안으로 들어가니 아래는 온통 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10여 미터를 걸어 내려가니 대략 10평 정도 되는 지하실이 나타났다.지하실은 매우 간소했고 고작 탁자 하나, 의자 하나, 침대 하나만이 놓여 있었다.그 탁자 위에는 오래되어 누렇게 바랜 고서가 놓여 있었고 첫 장에는 큼지막하게 ‘부귀전승’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누님, 이거 우리 아빠가 남긴 거예요?”황현호는 탁자로 뛰어가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5년 전, 아빠가 신비스러운 태도로 날 불러 여기로 데려왔었어.”황예은의 눈빛은 추억에 젖은 듯했다.“그땐 아빠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건 널 위해 준비해 둔 것 같아.”그때 황경영은 황예은에게 이렇게 말했다.“황씨 가문에 큰 위기가 닥치면 현호 혼자 이 비밀 공간으로 내려와 책에 적힌 전승을 배우게 해.”황예은은 이미 이 책을 읽고 따라 연습해 본 적이 있었는데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당시 황예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자기처럼 똑똑한 사람도 장악하지 못한 걸 머리가 둔한 황현호가 배울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황현호는 부귀전승을 집어 들고 몇 장 넘겨보더니 곧 그 책에 푹 빠져들었다.“보아하니 이 책은 우리 동생을 위해 준비된 게 맞는 듯하군.”황현호의 몰입한 모습을 보며 황예은은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너 아까 왕권부귀라고 했잖아. 그럼 혹시 왕권전승 같은 것도 있는 거야?”황예은의 질문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당연하지. 다만, 왕권전승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나도 몰라.”국가급 지도자는 몇몇밖에 없었지만 진서준은 쉽게 추측할 수 없었다.과거 왕권과 부귀는 막상막하의 힘을 자랑했지만 과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부귀의 세력은 왕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졌다.황예은은 진서준을 향해 고개 숙이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진서준, 정말 고마워.”“내가 너희를 도운 건 단순히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들으려고 한 게 아니야.”진서준이
왕권부귀!이건 수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무도 수련의 체질이었다.예전에 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에게 이 체질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부귀의 체질은 그 자체로 부귀의 기운을 지니고 있어 무도를 수련하지 않더라도 가문을 번영하게 할 수 있었다.반면, 왕권의 체질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이 체질은 가문을 승승장구하게 하고 국가급 지도자 한 명은 반드시 배출해 낼 정도의 체질이었다.약 10분 뒤, 진서준은 황현호의 복부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끝났어.”황현호는 몸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꼈다.가장 놀라운 건, 황현호의 체내 에너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황현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손발을 움직여보더니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날 살리면 내 단전이 없어질 거라고 했잖아. 근데 왜 멀쩡하지?”황예은 또한 의아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황예은은 특히 진서준이 언급했던 ‘부귀의 체질’이라는 말에 더 신경이 쓰였다.진서준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힐끔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고 황예은은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 말했다.“다들 일단 여기서 나가.”방에 진서준과 황예은, 황현호 세 사람만 남자 진서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왕권부귀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어?”“그게 뭔데?”황현호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황현호는 예전부터 먹고 놀고 즐기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반면 황예은은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내가 기억하기론 아빠가 그런 말을 언급한 적이 있어. 근데 그땐 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진서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물었다.“황경영 씨가 너희에게 뭔가 남겨준 게 없냐?”대한민국의 최고 갑부 황경영이 장악한 정보는 적지 않을 게 분명했다.그러니 아마 황현호가 부귀의 체질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다만 황현호가 무도를 배울 생각이 없어 보이자 굳이 말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황현호의 태어난 부귀의 체질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진정
“어떻게 낮춰야 할지 모르겠어.”황예은은 솔직히 털어놓았다.“제발, 이 두 글자만 붙이면 돼요.”서지은의 조언을 들은 황예은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제발 내 동생을 구해줘.”“거 참 말투가 딱딱하네.”황예은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우리 동생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네가 동생을 살려준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할게.”하지만 진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봐...”황예은은 두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었다.“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도 모르잖아. 그냥 돌아가.”진서준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존중을 원한다 이거지?”황예은은 이를 악물더니 다리를 굽혀 무릎을 꿇었다.이 장면에 서지은과 허윤진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심지어 진서준조차도 순간 표정이 굳었다.그렇게 자존심 강한 여자가 지금 이 순간 동생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이 사실이 소문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명주시 상류층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제발 우리 동생을 살려줘.”황예은은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투는 조금도 나약하지 않았다.“일어나.”“네가 허락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을 거야.”황예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내가 구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없어.”진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길 안내해.”황예은은 그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곧장 일어나 진서준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황씨 가문으로 가는 내내 진서준은 아무런 말이 없었고 황예은 역시 침묵을 지켰다.30분 남짓이 지나 병실에 도착했을 때, 황현호는 얼굴이 창백해 종잇장 같았고 근육은 다 풀어져 완전히 말라비틀어진 상태였다.그 모습은 꼭 열흘은 굶은 떠돌이와도 같았다.진서준은 황현호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았다.“조금만 더 늦었으면 진짜 죽었을 거야.”진서준이 의아해하며 말했다.다시 말해 지금은 아직 살릴 기회가 있다는 뜻이었다.황예은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진서준은 황현호를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내가 널 살릴
“세상에 누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 때 그렇게 거만한 태도로 말해?”황예은은 평생을 높은 자리에 있었기에 어떻게 진심으로 부탁해야 하는지 깔끔하게 잊어 버렸다.지금 황씨 가문 남매가 죽는다면 진서준도 딱히 개의치 않을 터였다.설령 두 사람이 정말 죽는다 해도 곧 다른 누군가가 빈자리를 메울 것이다.국가가 황씨 그룹 같은 거대한 기업이 갑작스럽게 붕괴하는 걸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이전까지 진서준은 자기가 큰 착각의 늪에 빠져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바로 황씨 가문이 절대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인 양 여겼던 것이다.이 세상에서 사람은 전부 자기만의 개성이 있고 특별한 존재이긴 하지만 국가라는 거대한 기계 안에서는 누구든 대체될 수 있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우리 동생, 이제 정말 죽을 것 같아.”황예은은 성질을 억누르며 말했다.“네 동생 생사가 나랑 무슨 상관인데?”진서준이 즉각 되물었다.“어제 내가 분명 경고했지? 그 공법 그만두라고. 근데 내 말 안 듣고 내가 사기꾼이라느니 뭐라더라? 이제 와서 죽을 거 같으니까 뒤늦게 후회해? 모든 건 그 자식 자업자득이야.”황예은의 마음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너 정말 이렇게 매정하게 굴 거야?”진서준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우리가 서로 정이라도 있었던가? 설마 내가 네 몸을 보고 만졌다고 해서 그게 정이라도 되는 줄 알았어? 미안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야.”이틀간 진서준은 황씨 가문 일을 말없이 도왔다.그런데 황씨 가문 남매의 태도는 어땠는가?한쪽은 하늘의 선녀처럼 거만하기 이를 데 없었고 다른 쪽은 의심과 비난만 일삼았다.그때 진서준이 분을 꾹 참으며 황현호에게 손대지 않은 게 오히려 관대한 처사였다.“어떻게 하면 내 동생을 구할 수 있어?”황예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태도를 보여줘 봐.”진서준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의사를 구하려면 일단 태도를 바르게 해야 했다.진서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구걸하라는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예의는 갖춰야
황현호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 공법은 이제 그만두는 게 좋겠어.”황예은이 말에 황현호는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왜 그만둬야 하죠? 누님, 설마 그 녀석 말을 믿은 건 아니죠? 말해두는데, 그놈은 누님을 속이는 거예요. 나 이거 배운 지 몇 달 됐는데 아무 문제 없었잖아요. 문제가 있었으면 진작에 생겼겠죠.”진서준이 죽도록 싫은 황현호는 진서준의 말을 믿을 리 없었다.진서준이 하지 말라고 할수록 황현호는 오히려 더 하고 싶었다.말을 마친 황현호는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버렸다.다음 날 아침.하인이 급히 황예은을 흔들어 깨웠다.“아가씨, 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이야?”황예은은 잠옷도 갈아입을 겨를 없이 문을 열었다.“도련님 상태가 뭔가 이상합니다!”그 말을 듣자 황예은은 하인을 따라 급히 달려 나갔다.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히 활기차 보였던 황현호는 지금 장원 앞마당에 엎드려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간질 발작을 일으킨 환자처럼 보였다.“현호야, 왜 그래?”황예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주변에는 이미 황씨 가문의 주치의들이 와 있었고 다들 한참을 진단했지만 아무 이상도 찾지 못했다.“아가씨, 도련님은 조금 전까지 멀쩡히 수련하는 중이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떻게 된 건지 이렇게 쓰러져 일어날 수 없게 됐습니다. 저희가 방금 도련님을 진단해 봤지만 몸에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의사가 상황을 설명했다.“당장 병실로 옮겨!”황예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혹시 진서준의 말이 맞았던 걸까?“아야야! 좀 살살 들지 못해?”황현호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온몸의 뼈가 부서질 것 같았고 근육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와 도무지 참기 어려웠다.“어제 내가 분명 경고했지? 그 공법 그만두라고. 왜 끝까지 내 말 안 들어?”황예은은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황현호를 나무랐다.“절대 공법 때문이 아니에요!”황현호는 이런 상태에서도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분명 내가 어젯밤에 제대로 못
“서준아, 황씨 가문으로 간다더니 웬일로 돌아왔어?”TV를 보던 서지은은 갑자기 나타난 진서준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서지은은 아직 진서준과 황예은이 이미 틀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황예은와 진서준, 두 사람 모두 성격이 워낙 강하다 보니 애인 관계는커녕 친구로 지내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그 여자는 새 경호원을 구했어.”진서준은 간단하게 대답했다.“서준아, 너희들 혹시 싸웠어?”서지은은 진서준의 표정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허윤진은 진서준과 황예은이 싸웠는지에 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진서준이 경호원 일을 그만둔 것이 잘된 일이라 여겼다.황예은은 명주시에서 소문이 자자한 으뜸가는 절세미인이었고 어마어마한 재산까지 겸비하고 있었다.진서준이 며칠이라도 황예은의 경호원를 하다 보면 혹시라도 그녀에게 홀려 넘어갈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그깟 경호원 그만두길 잘했어. 그 여자가 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도 돼?”허윤진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번엔 우리랑 시간 좀 보낼 수 있겠네.”“아니, 시간이 없어.”진서준은 손에 있던 자료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그건 뭐야?”허윤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박씨 가문과 관련된 거야.”진서준이 간단하게 설명했다.“난 올라가서 이 자료부터 볼게. 너희들도 일찍 쉬어.”말을 마친 진서준은 자료를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이상하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허윤진은 진서준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허윤진이 진서준을 알고 지낸 이래 이렇게 무겁고 침울한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말하기 싫으면 그냥 두자.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서지은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 역시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사랑하는 사람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자기 기분도 좋을 리 없기 때문이었다.방으로 돌아온 진서준은 곧바로 황예은이 준 자료를 열어보았다.자료를 볼수록 진서준의 마음속 경악은 더 커졌다.박씨 가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모든 자산을 해외로
황예은이 이때 깨어난 것이다.기절 상태에서 깨어난 황예은은 자기가 젖은 채로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상태라는 걸 깨닫고는 귀청이 터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우리 누님 왜 소리 지르는 거야?”황현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 누님은 괜찮아...”“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누님 바꿔.”황현호가 단호하게 명령했다.툭!진서준은 가차 없이 전화를 끊고 곧바로 황예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소리는 왜 지르는 거야?”황예은의 체내에 있던 약물은 이미 다 제거된 상태였다.하지만 뽀얀 얼굴에는 여전히 옅은 홍조가 남아 있었다.그 모습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취하게 할 정도였다.“여기가 어디야?”황예은은 몸을 이불로 감싸며 놀란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황예은은 기절하기 전의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누군가 자기에게 약을 먹이고 그 약기운에 눈앞의 이 남자를 강제로 키스했던 끔찍한 기억이 순간 떠올랐다.‘설마 이 남자가 이미 나를...’황예은은 이런 생각이 스치자 황급히 머리를 이불 속으로 넣고 자기 몸을 확인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하지만 온몸이 축축한 데다 속옷까지 젖어 있어 다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여기는 모텔이고 너와 대화하던 그 남자가 네게 약을 먹였어.”진서준은 덤덤하게 설명을 이어갔다.“체내 독소를 제거하려고 널 욕조에 넣은 거야.”“너... 혹시 나한테 무슨 짓 한 건 아니지?”황예은이 조심스럽게 묻자 진서준이 이내 되물었다.“무슨 짓 했다면 어쩔 건데?”황예은의 목숨을 구해줬는데 고맙다는 말은커녕 오히려 이런 소리를 듣다니. 진서준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고 차갑게 말을 이었다.“별일 없으면 옷 입고 회사로 돌아가.”진서준이 화났다는 걸 눈치챈 황예은은 뭐라 해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사실 황예은은 그냥 툭 던진 말일 뿐이었다.진서준이 정말 무슨 짓을 했더라도 황예은은 진서준을 탓할 자격조차 없었다.진서준이 아니었으면 황예은은 아까 그놈에게 이미 당했을 거였다.하지만 황예은의 도도하고 고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