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이 차에서 내렸을 때 노부인은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할머니, 괜찮으세요?”진서준은 재빨리 다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이때 진서라도 차에서 내려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진서준이 지금 있는 이곳은 교외여서 오가는 차량도 거의 없었다.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재빨리 차를 몰고 가버렸다.“빨리 도와줘!”노부인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이를 본 진서준은 즉시 허리를 굽혀 노부인을 도왔다.그런데 노부인을 일으켜 세우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나운 표정으로 바뀌었다.“나를 넘어뜨린 건 너희들이니 당장 병원비 물어줘!”진서준 남매는 순간 얼어붙었다.“할머니, 양심 있으시면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분명히 할머니 저절로 넘어진 거잖아요!”진서준의 눈썹을 찡그리고 불쾌한 듯 말했다.자신은 분명히 선행을 베푼 것인데 상대방은 거짓으로 그를 비난하고 있다.“헛소리!”노부인은 소리쳤다.“날 치지도 않았으면서 왜 나를 부축했어?”진서준은 어리둥절했다.선행을 베푼 것이 잘못이란 말인가?옆에 있던 진서라는 이것을 보고 즉시 그들이 노부인에게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2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당시 진서준은 아직 감옥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몰랐지만 진서라는 이와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그때 그녀는 설마 세상에 이런 나쁜 노인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이제 본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자 진서라는 자신이 너무 단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오빠, 우리 지금 이 할머니한테 당하고 있어!”진서라는 진서준에게 속삭였다.“당했다고?”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서라는 진서준에게 지난 2년 동안 자주 발생했던 사건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었다.이 말을 들은 진서준은 가슴 속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이용해 속이는 이런 사람은 정말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면 나중에 노인이 정말 아파서 쓰러졌을 때 아무도
상대방이 화를 내며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을 본 진서준의 얼굴은 어두워졌다.“꺼져!”진서준이 손을 뻗어 건장한 남자의 팔을 때리자 남자는 바로 뒤로 물러났다.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화난 목소리로 욕했다.“차를 몰다가 사람을 부딪친 것도 모자라 어떻게 감히 나에게 손을 대?!”진서준의 인내심은 이 사기꾼들 때문에 바닥이 날 것 같았다.그는 건장한 남자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길을 비키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가만히 있지 않겠다고?”건장한 남자는 얼굴에 경멸이 가득 찬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어떻게 할지 보고 싶군!”노부인은 비열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오늘 돈 안 주면 못 가!”지나가던 차량 몇 대가 이 광경을 보고는 한참을 쳐다보다가 재빨리 자리를 떴다.그들 중 일부는 전에 이미 그들에게 당한 적이 있다.이 사기꾼들은 교외에 위치한 사기 치기 알맞은 장소를 선택했고 도로에는 보행자가 거의 없었다.그리고 이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보통 사업을 하러 가는 사람들이라 돈이 적지도 않았다.부자들은 수백만 원 때문에 이런 악당들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늘 이 사기꾼들은 운이 나빠서 진서준을 만났다. 이런 불의에 대해 진서준은 절대 그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진서준은 악인을 제거할 방법이 따로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그래서 진서준은 즉시 휴대폰을 꺼내 강성철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건 사람이 진서준이라는 것을 확인한 강성철은 서둘러 전화를 받고 감히 대들지 않고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진 선생님,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강성철이 자세를 낮춘 것을 본 진서준은 마음이 불편했다.“성철 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진서준이 말했다.“뭔데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서울시에서 제가 해결 못 할 게 뭐가 있겠어요!”강성철은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별거 아닌데, 건장하고 싸움 잘하는 부하 몇 명을 연북로로 보내주세요.”
진서준이 제시한 두 가지 선택지를 들은 노부인의 가족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어떤 선택을 하든 그들은 큰일날 것이기 때문이었다.지난 1년 동안 이 가족은 이런 수법으로 6천만-8천만 원을 갈취했다.평범한 사람이 10년 동안 일해도 벌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었다.그들이 경찰에 연락해서 자기 잘못을 자백하면 형량은 줄어들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감옥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하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진서준은 그들을 한호철과 그의 부하들에게 넘겨서 처리할 것이다.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었다.노부인의 가족은 급히 용서를 빌며 말했다.“선생님, 제발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안 돼요!”진서준은 망설임 없이 바로 거절했다.그는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이런 사람을 용납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조금 전까지 이 가족에게 기회를 줬었다.진서준이 계속 자신들을 밀어붙이는 것을 본 건장한 남자는 이를 악물며 화를 냈다.“너 이 자식, 내 인내심을 건드리지 마. 너도 우리와 같이 망하게 만드는 수가 있어!”이 말을 들은 한호철은 즉시 기뻐하며 건장한 남자의 뺨을 때렸다.이 한 방에 건장한 남자는 머리가 멍해지고 눈앞에 별이 보이는 것 같았다.“젠장, 우리가 누군지 알아?”“우리는 호스텔 그룹이다! 우리와 죽을 때까지 싸울 힘이 있어?”건장한 남자는 분명 조폭 출신이었다. 그는 한호철의 자기소개를 듣자마자 다시 한번 움찔했다.그도 속한 조직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작은 조직원일 뿐이었다.그들의 보스는 그를 위해 호스텔 그룹 사람들과 싸우지 않을 것이다.“형님, 우리가 직접 경찰에 신고해서 자백해도 괜찮을까요?”건장한 남자는 울먹이는 얼굴로 자비를 구걸했다.진서준은 한호철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문제는 호철 씨에게 맡길게요.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서요.”“진 선생님, 저 한호철이 반드시 이 문제를 처리할 테니 안심하셔도 됩니다!”한호철은 자기 가
진서준의 차가 막 출발했을 때 허사연의 전화를 받았다.“사연 씨, 무슨 일이에요?”진서준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허사연의 전화를 받았다.“서준 씨, 지금 시간 있어요? 당신과 함께 가서 옷을 몇 벌 사야겠어요.”“옷을 산다고요?”진서준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웃으며 말했다.“마침 서라를 데리고 옷을 사러 가는 길이에요. 저희랑 같이 가실래요?”“좋아요. 어딘데요?”허사연이 설렌 마음으로 물었다.“서라랑 지금 가는 중이니 장소를 알려주면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진서준이 말했다.단순히 옷을 사러 진서라를 데리고 간다면 진서준은 그냥 큰 쇼핑몰을 찾았을 것이다.만약 허사연 이 아가씨도 함께 간다면 당연히 아무 곳이나 갈 수 없었다.“그럼 서산 쇼핑몰로 가요!”허사연이 말했다.“좋아요. 그럼 서산 쇼핑몰에서 봅시다!”그렇게 말한 후 진서준은 전화를 끊고 다시 차의 시동을 걸었다.진서라는 서산 쇼핑몰에 간다는 말을 듣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오빠, 서산 쇼핑몰에서 파는 물건들은 너무 비싸.”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옷 한 벌 따위가 비싸 봤자 얼마나 비싸겠어?”진서준의 눈에 가장 비싼 옷은 고작 몇백만 원에 불과했다.“그리고 사연 씨도 가는 거니까 마침 보답으로 옷을 사줘야겠어.”“그래, 그게 좋겠네.”진서라는 만약 싼 물건을 사줬다가 허사연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서울시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서산 쇼핑몰에는 모든 유명 브랜드가 모여 있었다.우리가 생각하지 못했을 뿐, 없는 물건은 없었다.진서준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며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차장 안에는 수억 원짜리 고급 자동차는 물론 수십억 원짜리 자동차도 몇 대 있었다.“가자,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사연 씨를 기다리자.”진서준은 진서라를 데리고 먼저 서산 쇼핑몰로 들어갔다.백화점 안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많은 선남선녀가 짝을 지어 여러 명품 매장을 드나들고 있었다.서산 쇼핑몰 안의 물건들은 비쌌지만 매일 사람들이 끊이지 않
“서라 말이 맞아요. 이 두 미친년과 싸우는 건 우리 품위만 실추시킬 뿐이에요!”허사연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유지수와 장혜윤의 표정은 빠르게 굳었다. 유지수는 언성까지 높이며 얘기했다.“누구한테 미친년이라고 하는 거예요!”“너한테 말하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고고하고 도도한 허사연에게는 차가운 여왕 같은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허사연이 담담하게 걸어오며 얘기하자 허사연을 본 유지수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이씨 가문의 사람들도 건드리지 못하는 허사연을, 유지수 같은 ‘장식품’ 따위가 건드릴 수 있을 리 없었다. 진서준은 예쁘게 차려입은 허사연을 보면서 마음이 약간 떨렸다.허사연은 여전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이 비현실적인 외모, 동그란 눈, 앵두 같은 입술, 복숭앗빛으로 물든 두 볼. 그리고 가느다란 목선과 어깨를 감싼 검은 머리카락. 그 아래로는 봉긋한 가슴과 곧게 뻗은 다리가 있었다.허사연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은백색의 오피스룩을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등장에 다른 여자들은 빛은 잃은 그림자가 되어버렸다.허사연에게서는 도도하고 성숙된 도발적인 매력이 있었다.그런 여자 앞에서 설레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그런 여자가 지금 진서준을 도와 유지수 같은 멍청이와 대치하고 있었다.“쳇. 집에 돈 좀 많은 거로 무슨 유세를 떨어요!”유지수가 분에 겨워 얘기했다.“돈 많으면 다죠. 안 그래요?”허사연은 유지수의 체면을 전혀 봐 주지 않고 차갑게 얘기했다.“얼른 내 친구한테 사과해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허씨 가문의 산업에 발을 들일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저...!”부잣집에 시집간 지 2년이 넘었지만 유지수의 성격은 그대로였다.차가운 얼음 마녀 같은 허사연 앞에서 말문이 막힌 유지수는 눈시울을 붉혔다.“이건 갑질이에요! 허씨 가문의 아가씨가 나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어요!”유지수는 아예 일을 크게 벌이려고 마음먹은
유지수의 표정을 본 진서준은 마음이 통쾌했다.진서준은 유지수를 위해 피 흘리며 싸우고 그녀를 위해 감옥에 가는 것도 감수했었다. 하지만 유지수는 진서준의 원수와 결혼하여 아들까지 낳았다.지금의 진서준은 유지수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너... 너 헛소리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이씨 가문이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경악하던 유지수는 두려움에 떨면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네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지금 쇼핑몰의 모든 사람한테 이 일을 알릴 수도 있으니까.”“너...!”유지수는 화가 나서 목까지 벌게졌다.그 모습은 본 장혜윤이 궁금해하면서 물었다.“무슨 일인데?”“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끼어들지 마!”유지수는 갑자기 호통을 쳤다.친구한테서 욕을 먹은 장혜윤은 얼굴에 억울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진서준, 네가 협박하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았어? 네가 얘기한다고 해도 그걸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유지수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차갑게 얘기했다.이 비밀은 그녀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물론 유지수는 진서준이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 일로 진서준이 자기를 골려 먹으려고 한다는 것은 눈치챘다.그래서 유지수는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유지수가 뻔뻔하게 나오는 것을 본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그래. 네가 당당하다면 괜찮아. 아까는 네가 무릎 꿇고 빌면서 그 비밀을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었거든.”“네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고? 꿈도 꾸지 마!”유지수는 진서준을 확 노려보고 몸을 돌려 떠났다.장혜윤은 빠르게 유지수를 뒤따라가며 얘기했다.“지수야, 기다려봐!”몰려있던 사람들도 경비원들에 의해 흩어졌다.허사연은 굳은 표정을 풀고 미소 지으며 진서준과 진서라를 쳐다보았다.“나 때문에 놀란 건 아니죠?”“당연하죠. 아까 모습, 꽤 멋있었어요.”진서준이 웃으면서 얘기했다.“사연 언니... 아까 정말 여왕 같았
허사연이 또 얘기했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네. 도움이 필요하면 저도 뻔뻔하게 손을 내밀 겁니다.”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면서 얘기했다.이때 진서라가 하얀 반팔 티를 들고 걸어왔다.“오빠, 이 옷 어때?”평범한 반팔이긴 하지만 노점상에서 파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노점상의 옷보다 디자인이 더욱 고급스러워 보였다.“그래. 네 마음에 들면 입어봐.”진서준이 웃으면서 얘기했다.“그런데... 조금 비싸.”진서라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괜찮아.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드는 건 그냥 사면 돼.”진서준은 꿀 떨어지는 눈으로 진서라를 쳐다보며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렇게 부드러운 여동생이 다시는 상처 받지 않도록 지켜낼 것이다.허사연도 옆에서 얘기했다.“그래요. 진서준 씨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마음대로 사요! 이 매장의 모든 옷을 다 사도 될 정도의 돈이 있거든요.”진서라는 환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그럼 이 옷을 먼저 피팅해볼게요.”진서라는 빠르게 하얀 반팔 티로 갈아입고 피팅룸에서 걸어 나왔다.역시, 원래도 예쁜 진서라가 멋있는 옷을 입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새 옷을 입은 진서라를 보며 진서준과 허사연은 눈이 번쩍 뜨였다.“오빠, 사연 언니. 어때요?”진서라가 부끄러워하며 물었다.“잘 어울리네.”진서준이 칭찬했다.“얼른 몇 벌 더 골라요.”“아니요. 이것만 있으면 돼요.”진서라가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허사연은 진서라의 손을 잡고 매장을 돌아 다녔다.“그럼 안되죠. 진서준 씨는 지금 돈이 엄청 많아요. 그러니까 돈 걱정은 안 해도 돼요.”허사연이 진서라를 데리고 쇼핑하며 두 사람의 손에는 7, 8벌의 옷과 두 켤레의 신이 들려졌다.“진서준 씨, 서준 씨 차례예요.”허사연이 웃으면서 카운터를 향해 눈짓했다.진서준은 은행카드를 들고 가서 계산을 했다.이 옷들은 다 합해서 200만 원 정도였다. 지금의 진서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진서
원래는 자기가 돈을 내겠다고 했었지만 결국 허사연이 진서준의 물건을 다 사준 것이 되어버렸다.옷, 신발, 바지, 벨트, 시계... 이 모든 것을 다 합치면 거의 4억 가까이 되었다.진서준은 이런 것들을 가지는 꿈도 꿔본 적이 없다. 꿈에서도 이런 사치품들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였다.“오빠, 사연 언니가 오빠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꼭 붙잡아야지. 놓치면 안 돼!”차에서 진서라가 진서준을 향해 얘기했다.여동생이 놀리듯이 얘기하니 진서준의 얼굴은 금세 붉어졌다.“뭐라는 거야! 사연 씨가 나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진서준이 얘기했다.“좋아하는 게 아니면 왜 4억이나 넘는 물건들을 사주는 건데.”진서라가 작게 웃으면서 말했다.“게다가 아까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 사연 언니의 눈을 봤어. 좋아하는 마음은 감출 수 없다니까!”“헛소리 그만해. 나랑 사연 씨는 이제 안 지 일주일밖에 안 돼.”진서준이 급하게 해명했다.허사연은 재벌 집 딸인 데다가 성격도 좋고 이해심도 넓으며 사업에도 수완이 있었다.이렇게 완벽한 여자이니,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은 그저 의술과 도술이 조금 뛰어날 뿐, 허사연의 마음을 사로잡을 능력은 없었다.만약 허사연에게 설렌 적이 있냐고 물으면 대답은 당연히 ‘있다’였다.요조숙녀인 허사연을 싫어할 남자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설렘은 설렘일 뿐, 진서준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잘 알았다.“한 주일밖에 안 된 게 뭐가 어때서? 첫눈에 반할 수도 있는 거지!”진서라가 물러서지 않고 대답했다.“첫눈에 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진서준은 여동생을 향해 눈을 흘기고 얘기했다.“그건 그냥 성욕을 좋게 포장해서 얘기한 거야. 상대방이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다면 첫눈에 반할 리가 있겠어?”진서라가 반박했다.“외모가 중요하긴 해도, 알고 지내다 보면 외모 때문에 만나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의 성격을 보는 거지. 오빠, 나도 여자야. 여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하여튼, 오빠는 그저 사연
그런데 진서준이 자기 애인을 보러 온 것임을 깨닫자 자연스레 투덜댔다.허사연의 눈빛 또한 장난기가 가득했다.“서준아, 대체 언제 그 조씨 가문 가주 딸이랑 특별한 관계로 엮인 거야?”진서준은 곧바로 쓴웃음을 지으며 해명에 나섰다.“오해야, 나랑 조민영은 그런 사이 아니야. 우리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고 난 그 아이를 단지 여동생처럼 생각할 뿐이야. 그 아이만 보면 꼭 서라를 보는 것 같거든.”진서준이 조민영을 여동생처럼 생각한다는 말을 듣자 허사연 자매의 싸늘한 분위기가 금세 누그러졌다.제아무리 지선까지 처치했던 진서준이지만 허사연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를 꺼내는 건 긴장하고 식은땀이 나는 일이었다.“여동생처럼 생각하는 거라면 괜찮아.”허사연이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조민영은 이제 막 성인이 됐어. 이따가 그 아이를 만나면 그 아이가 서라랑 얼마나 비슷한지 알게 될 거야.”진서준이 덧붙여 설명했다.처음에 진서준이 조민영을 돕기로 결심했던 것도 조민영의 성격이 진서라와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너 혼자 그 조씨 가문 아가씨 만나러 가봐. 우리 둘은 고향에 좀 들러볼게.” 허사연이 말에 진서준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고향에 가?”“그래, 우리 고향이 여기 봉천시거든. 근데 몇 년 동안 한 번도 오지 못했어. 이번 기회에 한 번 들려보려고 해.”허사연이 설명했다.진서준은 허사연의 고향이 이곳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허사연이 따로 얘기하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허사연이 태어나고 나서 지금까지 고향에 온 횟수는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그래,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해.”진서준은 손으로 전화 거는 제스처를 하며 말했다.“응, 너도 조심하고. 낯선 여자한테 홀리지 않도록 조심해.”허사연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순간 움찔했다.지금 진서준은 더 이상 다른 여자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허사연, 김연아, 서지은만으로도 이미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또 다른 배수정 같은
곧 설표 특전대의 목욕탕에서 귀신 울음소리 같은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약효가 너무 강렬해 모두가 뼈가 분해되어 다시 조립되는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이 고통이 심할수록 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의 공포스러움이 증명되었다.한 시간 후, 설표 특전대 전원이 귀청이 터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다들 일제히 경지 돌파에 성공한 것이다.본인의 실력이 이전과 비교해 몇 배는 더 강해진 게 확실했다.내공 무인이었던 장서안을 비롯한 몇몇 장병들은 단숨에 내력 절정 경지에 이르러 종사 경지까지 단 한 걸음 남겨둔 상태였다.심지어 무인조차 아니었던 나머지 장병들도 내공 무인이 되어 진기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이 순간, 모두가 진서준을 신처럼 숭배하기 시작했다.“진 교관님, 정말 우리 부모와 같은 은인이십니다.”“진 교관님, 앞으로 무슨 명령이든 말씀만 하시면 그곳이 지옥이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뛰어들겠습니다!”“교관님이 주신 처방전과 새로 개량된 열풍권 덕분에 이번 8군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할 수 있을 겁니다.”기쁨에 찬 장병들의 모습을 보며 진서준도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이들은 진서준이 직접 가르친 병사들이었기에 그의 눈에 반쯤은 자기 자식 같은 존재였다.자기 자식이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을 본 부모가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다들 열심히 수련해. 그리고 15일 후에 처방전을 한 번 더 사용해. 난 일이 있어 먼저 떠나야겠어.”진서준이 떠난다는 말을 듣자 다들 아쉬워 발을 동동 구르며 그의 이탈을 원치 않았다.진서준이 부대에 온 지 고작 이틀 만에 병사들의 태도를 이처럼 극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진서준이 조금만 더 머물러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설표 특전대원들은 대한민국 군부의 최고 전당인 전신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전신전은 대한민국 8대 특전대 위에 군림하는 최고의 전당이었다.전신전에 소속한 인원은 극히 적어 단 50명뿐이었지만 이 50명은 대한민국 군부의 최고 정점에 선 존재들이었다.장서안을 포함한
“정말 중요한 친구 한 명이 연락이 닿지 않아서요. 빨리 가서 확인해 봐야 합니다.”진서준은 한마디 덧붙였다.“우선 설표 특전대원들에게 이번에 도착한 약재로 샤워부터 하게 해주세요. 병사들이 전부 사용하고 나면 그때 떠나겠습니다.”“알겠습니다... 아, 맞다, 진 교관님, 이번에 설표 특전대가 8군 대회에서 우승만 하면 제가 교관님을 위해 신청한 군 계급도 곧 내려올 겁니다.”소정태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군 계급을 신청하다니?진서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제 권한으로는 소장 계급까지만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표 특전대가 우승하면 다른 7개 특전대도 진 교관님을 모시려 들겠죠. 그때가 되면 교관님은 곧바로 중장으로 승진할 겁니다.”소정태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장군 계급은 수많은 군인의 꿈이자 목표였다.하지만 평생을 전장에 바쳐도 고작 위관 계급에서 머무는 군인이 허다했다.그런데 진서준은 위관과 교관 계급을 건너뛰고 바로 소장이 될 수 있었다.이는 최근 군 역사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소정태는 진서준이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었다.진서준의 훈련을 받은 설표 특전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특히 개량된 열풍권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이 훈련 덕분에 설표 특전대는 향후 임무 수행 중 생존율과 완수율 모두 크게 높아질 터였다.대한민국 8대 특전대 임무는 항상 국가의 핵심 이익과 연관이 있는 중요한 임무였다.임무 완수율이 높아지면 국가에도 막대한 이익이 돌아올 것이다.사실 진서훈이 직접 나서 군 고위층에 요구한다면 진서준은 중장이 아니라 상장까지도 바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었다.단 한 번의 보해 전투만으로도 진서준은 소장 계급에 오를 자격을 충분히 입증했다.진서준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제가 군에 머물 시간이 없어서요. 장군 계급은 좀...”“아니요, 절대 교관님을 강제로 군에 묶어두진 않습니다.”소정태가 급히 해명했다.“교관님께 드리는 군 계급은 국안부 상경과 같은 개념입니다. 별다른
조태희가 강 종사를 같이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하자 조기강은 순간 망설였다.“형, 강 종사는 집에 남겨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근데 천산 근처에 대요괴가 출몰하는데 너 혼자 가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조태희의 얼굴엔 우려가 가득했다.동북 천산은 사계절 내내 눈이 덮여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바로 그 근처에 거대한 요괴가 출몰하기 때문이었다.천산 아래에는 영맥이 흐르고 있어 그 지역 동물들이 영기를 흡수하며 영지를 얻곤 했다.예컨대 얼마 전 진서준이 보운산에서 길들인 누렁이도 그런 대요괴 중 하나였다.조기강은 최근 연이어 전투를 치르며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그런 조기강을 혼자 천산으로 보내는 건 조태희에게도 불안한 일이었다.“대요괴를 만나면 내가 이길 순 없더라도 도망칠 수는 있어.”조기강이 단호하게 말했다.“강 종사가 나와 함께 가면 우리 가문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변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이 틈을 타 공격하면 어쩌려고 그래?”조기강의 눈엔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심씨 가문이 이번 가문 사이 혼인을 제안하면서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지도 몰랐다.겉으론 결혼을 빌미로 선의를 베푸는 척하지만 사실은 다른 목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도 컸다.조기강의 뜻을 이해한 조태희는 한참 동안 고심한 끝에 결국 동생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기강아, 정말 조심해야 해. 너까지 민영 때문에 다치면 내가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조태희는 동생의 손을 붙잡으며 진심으로 당부했다.40년 넘게 이어진 형제애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만약 조기강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조태희는 아마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조기강은 간단히 짐을 챙기고 곧바로 차를 타고 북쪽 천산으로 향했다.조기강이 봉천시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 모두 이 소식을 접했다.그러나 두 집안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마치 조기강이 봉천시를 떠난 사실조차 모르는 듯한 태도
“좋아요, 번거롭게 해드려 미안하네요.”밤이 완전히 내려앉은 후, 소정태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진서준과 허사연 일행에게 방 세 개를 준비했다.방은 별로 화려하지 않고 심플하고 깔끔했고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조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벨이 오래 울렸음에도 아무도 받지 않자 진서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진서준이 전화를 몇 번 더 걸어봤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조민영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지난번 양씨 가문에서 조민영은 자기 목숨을 걸고 진서준 앞을 막아섰다.그 용기 하나만으로도 진서준은 조민영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조민영은 이미 친동생과도 같은 존재였다.“모레쯤 조씨 가문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봉천시.조씨 가문 저택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조씨 가문의 개인 병원 병실 내 조민영이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조민영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숨결이 미약했으며 기운은 극도로 쇠약했다.조민영 곁에는 조태희와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의 대머리 남성이 서 있었다.“장 의사님, 제 딸 상태가 어떻습니까?”조태희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장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가주님, 따님께서 단순히 병에 걸린 것이면 다행이었겠지만 문제는 병이 아니라 중독된 겁니다.”딸이 중독되었다는 말을 듣자 조태희의 얼굴이 굳어졌다.‘중독이라고? 언제 중독된 거지? 내가 왜 몰랐지?’“무슨 독에 중독된 겁니까?”지금 범인을 찾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은 딸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딸을 살린 후에 범인을 찾아도 늦지 않았다.“민영 아가씨 상태를 보아하니 칠채지독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이 독은 오독의 독액에 빙정과 천산설련을 섞어 만든 무색무취의 독입니다.”장 의사가 자세하게 독에 관해 설명했다.설명을 들은 조태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빙정과 천산설련은 매우 희귀한 약재로 천지산 근처에서만 발견될 수
뜨거운 김이 피어나는 욕조를 보며 소정태는 머리를 돌려 진서준에게 물었다.“진 교관님, 이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그래요, 근데 처음에는 좀 아플 거니까 꾹 참아야 해요.”진서준이 한마디 일러두었다.소정태는 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소정태가 횡련 대종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여러 전장에서 생존한 덕분이었다.몸에는 칼자국과 총상투성이였고 아무리 강렬한 고통이라도 소정태는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소정태는 옷을 단숨에 벗어 던지고 욕조로 뛰어들었다.그 순간, 소정태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강렬한 약효가 소정태의 근육과 뼈대를 자극하며 우두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결국 소정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괴로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은 단번에 효과를 발휘했다.잠깐 사이에 소정태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소정태의 고통스러운 비명은 무려 30분간 이어졌다.30분 후, 욕조 안의 약효는 완전히 사라졌고 피처럼 붉었던 욕조 물은 다시 맑고 투명해졌다.소정태를 다시 보니 온몸에서 이전보다 더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난 소정태는 드디어 경지를 돌파하게 된 것이었다.소정태는 일급 대종사의 절정 단계에서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다.평생 이급 대종사에 이르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 덕분에 단숨에 이급으로 돌파한 것이다.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기쁨과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욕조에서 나온 소정태는 급히 옷을 입고 무릎을 꿇어 진서준에게 머리를 숙였다.“진 교관님, 당신은 제게 새 생명을 주신 분이나 다름없습니다.”진서준이 없었다면 소정태는 평생 이급 대종사라는 경지의 문턱에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 덕분에 소정태는 단 30분 만에 평생 넘지 못할 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진서준은 소정태를 일으키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사령관님이 돌파할 수 있었던 건 사령관님이 이전부터 쌓아온
이때 병사들이 몰려와 허윤진에게 칭찬과 존경을 연신 쏟아냈다.“사모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젊으신데 벌써 종사라뇨.”“이런 대단한 사모님이 계시니 저희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사모님이라 부르자 허윤진은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허윤진은 허사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서둘러 사람들을 정정했다.“저는 사모님이 아니에요. 저분이 사모님이고 저는 저분 동생이에요.”처제를 사모님으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다들 아부하려다 큰 실수를 한 셈이었다.사람들은 급히 허사연 곁으로 가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저희가 착각했어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사모님, 저희 때문에 교관님과 다투지 마세요.”“진 교관님, 정말 죄송합니다...”진서준의 얼굴이 잔뜩 굳어지더니 병사들에게 소리쳤다.“다들 한가한 모양이지? 어서 가서 권법 연습이나 해.”백여 명의 병사들은 재빨리 진서준이 개량한 열풍권을 연습하러 뛰어갔다.“진서준, 방금 내 실력 어땠어?”허윤진은 깡충깡충 뛰어 진서준 앞으로 오더니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칭찬했다.“정말 강하던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이 훨씬 늘었어.”“당연하지. 내가 누군데.”허윤진은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좋아, 너희는 알아서 구경하고 있어. 난 소정태의 상태를 좀 보고 올게.”소정태에게 중상을 입혔으니 진서준은 당연히 확인하러 가야 했다.진서준이 군구 병원에 도착했을 때, 간호사가 소정태에게 붕대를 감고 있었다.“진 교관님!”진서준이 오자마자 소정태는 벌떡 일어나 경례를 올렸다.“크게 다쳤는데 얼른 앉으세요.”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한쪽에 있던 간호사는 놀라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소정태가 어떤 사람인지 군구 전체가 다 알고 있었다.심지어 군구 최고 책임자를 마주해도 소정태는 항상 당당했다.그런 소정태가 이제 겨우 스무 살 넘은 청년에게 먼저 경례를
고소연은 설표 특전대에서 유일한 여성 종사였고 그 실력은 압도적이었다.장서안 같은 일반 대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부사령관인 박준명조차 고소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허윤진과 고소연의 대결 전, 사실 대다수 병사는 허윤진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여겼다.진서준이 강하다고 해서 그의 여자친구도 강할 거란 보장은 없었다.병사들은 두 사람을 위해 넓은 공터를 마련했다.“허윤진 씨, 실례하겠습니다.”고소연은 허윤진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저를 봐주지 말고 모든 실력을 보여주세요.”허윤진도 똑같이 예를 갖추어 답했다.그 말이 끝나자 고소연은 미세하게 다리를 굽힌 후 치타처럼 순식간에 허윤진을 향해 돌진했다.고소연의 속도는 너무 빨라서 주변에서 지켜보던 병사들의 시선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소연이 자기 실력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허윤진의 눈빛에도 투지가 활활 불타올랐다.고소연은 허리를 낮춘 채 양손을 날카로운 발톱처럼 치켜들고 허윤진의 팔을 향해 덤벼들었다.고소연의 의도는 단순했다.허윤진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제압하려고 했던 것이다.“마침 잘 왔네요.”허윤진은 체내의 영기를 모으더니 불꽃처럼 타오르는 기운이 그녀의 양손에 뿜어져 나왔다.이 광경을 본 병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맙소사, 진 교관님의 여자친구도 종사였어?.”“세상에, 그래서 사모님이 고소연 부사령관님에게 대련을 신청했구나. 이제야 이해할 것 같네.”“사모님이라고? 야, 너 진짜 표현 잘한다.”곧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병사들 사이에서 퍼졌다.진서준은 그 단어를 듣자 얼굴이 어두워졌다.‘윤진은 내 처제가 아니야. 내 여자친구는 옆에 있는 사연이라고.’고소연은 허윤진도 종사라는 사실을 깨닫자 단전의 강기를 모아 기세를 더욱 끌어 올렸다.쾅...두 사람의 팔이 부딪히며 둔탁한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지면 위의 눈이 순간적으로 튕겨 나가며 사방으로 흩날렸다.허윤진은 제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고소연은 일곱 발짝 이상 뒤로 물러나며 겨우 몸을 가눴다.
진서준의 말에 소정태는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진 교관님.”소정태는 감격해하며 한마디 더 보탰다.“진 교관님, 제 식구는 이제 진 교관님께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부디 제대로 된 훈련 부탁드립니다.”소정태가 떠난 후, 진서준은 백여 명의 병사를 평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아직도 날 못 믿겠다는 사람이 있나요?”“없습니다. 우리 모두 진 교관님을 믿고 따르겠습니다!”병사들이 일제히 외치는 모습을 보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렇다면 특훈을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진서준은 설교 특전대에서 주목을 받는 장서안을 가리켰다.“이리 와 보세요.”장서안은 바로 앞으로 나와 공손히 물었다.“진 교관님, 무슨 지시가 있으십니까?.”“아까 여러분이 연습한 그 권법을 한 번 더 보여줘요.”진서준의 말을 듣자 장서안은 망설임 없이 설표 특전대 특유의 열풍권을 선보이기 시작했다.열풍권이란 권법은 이름 그대로였다.모든 주먹과 발차기가 굉장히 빠르고 맹렬했으며 거의 내지를 때마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이 권법은 특전대 병사들의 직업 특성과도 관련이 있었다.특전대 병사들은 다들 국가를 지키고 전장에서 적을 처치해야 하는 군인이었다.한 방에 적을 죽이지 못하면 죽는 건 바로 병사들 자신일 것이다.이러한 절박함 때문에 열풍권은 빠르고 강렬하기는 했지만 방어 자세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그래서 상대가 자기와 동등한 실력이라면 열풍권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나 상대가 더 강하다면 한 번의 공격 이후에 쓰러지는 건 오히려 아무런 방어도 없는 본인일 가능성이 높았다.진서준은 열풍권을 유심히 본 후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 권법은 참 허점투성이군요.”“네?”진서준의 평가에 병사들은 전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이제 내가 그 권법을 개량해 줄 거니까 다들 집중해서 보세요.”진서준은 창욱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는 3년 동안 권법, 발차기, 검술, 도법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혔다.이렇게 여러 분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