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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Author: 무가
“서라 말이 맞아요. 이 두 미친년과 싸우는 건 우리 품위만 실추시킬 뿐이에요!”

허사연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유지수와 장혜윤의 표정은 빠르게 굳었다. 유지수는 언성까지 높이며 얘기했다.

“누구한테 미친년이라고 하는 거예요!”

“너한테 말하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고고하고 도도한 허사연에게는 차가운 여왕 같은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허사연이 담담하게 걸어오며 얘기하자 허사연을 본 유지수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이씨 가문의 사람들도 건드리지 못하는 허사연을, 유지수 같은 ‘장식품’ 따위가 건드릴 수 있을 리 없었다.

진서준은 예쁘게 차려입은 허사연을 보면서 마음이 약간 떨렸다.

허사연은 여전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이 비현실적인 외모, 동그란 눈, 앵두 같은 입술, 복숭앗빛으로 물든 두 볼. 그리고 가느다란 목선과 어깨를 감싼 검은 머리카락. 그 아래로는 봉긋한 가슴과 곧게 뻗은 다리가 있었다.

허사연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은백색의 오피스룩을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등장에 다른 여자들은 빛은 잃은 그림자가 되어버렸다.

허사연에게서는 도도하고 성숙된 도발적인 매력이 있었다.

그런 여자 앞에서 설레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여자가 지금 진서준을 도와 유지수 같은 멍청이와 대치하고 있었다.

“쳇. 집에 돈 좀 많은 거로 무슨 유세를 떨어요!”

유지수가 분에 겨워 얘기했다.

“돈 많으면 다죠. 안 그래요?”

허사연은 유지수의 체면을 전혀 봐 주지 않고 차갑게 얘기했다.

“얼른 내 친구한테 사과해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허씨 가문의 산업에 발을 들일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저...!”

부잣집에 시집간 지 2년이 넘었지만 유지수의 성격은 그대로였다.

차가운 얼음 마녀 같은 허사연 앞에서 말문이 막힌 유지수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건 갑질이에요! 허씨 가문의 아가씨가 나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어요!”

유지수는 아예 일을 크게 벌이려고 마음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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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가 한껏 어색해졌다.도지아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종아리 상처가 벌어져 살짝만 움직여도 참기 어려운 통증이 몰려왔다.“너희들 계속해. 난 아무것도 못 봤어.”도지아 어머니는 얼굴을 굳히고는 뒤돌아 나가며 문을 닫았다.“아무 사이도 아니라더니, 진짜 아니면 이렇게 되겠어?”이제는 아예 도지아의 주장을 믿지도 않고 딸이 부끄러워서 숨기는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도지아 어머니는 딸도 어린 여자인지라 부끄러워할 수도 있다고 이해하려 했다.“네 어머니 오해가 좀 심한데?”진서준도 이제야 왜 침대 머리맡에 갑자기 약이 놓여 있는지 상황을 완전히 파악했다.“그, 그보다 네가 먼저 일어나 봐. 나 움직이면 아파서 못 견디겠어.”도지아는 울상이었다.이젠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상황이었다.진서준은 허리에 힘을 줘 도지아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방으로 데려다줄게.”진서준은 굳이 긴말하지 않고 가장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다.도지아의 방으로 돌아오니 도지아의 종아리에서 다시 피가 흘렀다.진서준은 재빠르게 붕대를 풀고 상처를 소독한 뒤 다시 약을 발랐다.모든 걸 마친 후, 진서준은 작별 인사를 나눴다.“난 이만 가볼게.”“이 시간에 돌아가려고? 너무 늦었어. 그냥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도지아는 침대에 누운 채로 말했다.“아까 그 방이 손님방이야. 원래 아무도 안 쓰던 곳이라 깨끗해. 지금 호텔 잡으러 나가기도 애매하고... 게다가 내일 아침이면 우리 동생도 돌아올 테니 한번 진단해 보는 게 좋겠지?”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오늘 신세 좀 질게.”“이불은 방 안에 있는 옷장에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꺼내 써.”“알았어.”진서준은 다시 손님방으로 돌아가 침대를 간단히 정리한 뒤 곧장 잠에 빠졌다.반면 도지아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아까 진서준과 너무 가까이 있었던 게 자꾸 떠올라서 잠을 청할 수 없었다.아까 그 순간은 도지아가 생전 처음 남자와 밀착된 순간이었다.심지어 진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24화

    ‘우리 딸이 어제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그래요, 다녀오세요. 난 지아 좀 보러 갈게요.”도지아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지아야, 너희 둘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미리 안전 조치는 좀 해야지.”“안전 조치요?”도지아가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곧바로 대답했다.“아, 방금 이미 소독했으니까 걱정 마세요, 엄마.”“소독했다고?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약은 먹었어?”도지아 어머니가 다시 물었다.“아니요, 진서준이 필요 없다고 했거든요.”도지아가 고개를 저었다.“너 확실해? 걔가 널 책임지겠다고 했어?”도지아 어머니가 얼굴을 굳혔다.“네? 엄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도지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봐, 너도 확신 못 하잖아. 만약 임신이라도 하면 걔가 발 빼면 어쩔 건데?”도지아 어머니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엄마도 다 겪어봐서 하는 말이야. 잠깐의 즐거움 때문에 평생 후회할 일을 만들면 안 돼. 방금 약 사 왔으니까 얼른 먹어. 그리고 다음에 그런 일 있을 땐 꼭 안전 조치하게 해.”도지아는 듣다 보니 점점 심상치 않았다.도지아가 얼른 약봉지를 받아 들고 확인하더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심지어 붉어진 기운이 귀 끝까지 번졌다.“엄마. 오해예요. 나랑 진서준은 그런 짓 한 거 아니에요.”“엄마 속이기 힘들걸? 아까 진서준이 피 묻은 휴지 한 봉지를 들고 나가는 걸 내가 직접 봤어.”도지아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진서준도 참, 널 좀 더 배려해 줬어야지. 첫 경험이면 좀 더 조심했어야 하는 거 아냐?”“엄마, 진짜 아니에요.”도지아는 웃다가 말고 울상을 지었다.“진서준이 내 다리 흉터 치료해 준 거예요. 오해가 심하네요.”“응?”도지아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자 도지아 어머니는 그녀의 다리를 내려다봤다.도지아의 말대로 다리에는 정말 붕대가 감겨 있었다.“진서준은 의사예요. 올 때 소개도 해줬잖아요. 내 다리 다 낫게 해 줄 수 있다고요.”도지아가 한 번 더 강조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23화

    “알겠어, 잠깐만 기다려. 씻고 바로 올게.”도지아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그동안 다리 흉터를 없애려고 유명한 의사들을 수도 없이 찾아다녔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누구도 제대로 된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그런데 지금 진서준이 완벽하게 흉터를 없앨 수 있다고 하니 도지아가 기쁠 수밖에 없었다.샤워를 마친 후, 도지아는 헐렁한 옷으로 갈아입고 곧장 진서준의 방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도지아 부모님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여보, 저 둘의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도지아 어머니가 살짝 망설였다.방금 저녁 식사 때, 진서준의 태도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덕분에 도지아의 부모는 진서준에게 꽤 좋은 인상을 받았다.하지만 벌써 이렇게 진도를 빼는 건 도지아 어머니로서는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요즘 젊은 애들 다 저러잖아. 지아가 남자를 데려온 것만 해도 어디야?”도지아 아버지가 태연하게 말했다.“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지아가 임신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도지아 어머니는 우려가 가득한 얼굴로 반박했다.“그럼 바로 결혼하면 되지. 우리 집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잖아. 지아만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해.”도지아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사실 이 정도면 도지아 부모는 꽤 개방적인 편이었다.지금 시대에 예물도 안 바라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여보, 그냥 우리 저 둘이 뭐 하는지 몰래 들어보고 올까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살짝 불안했다.“그래, 그럼 한번 들어보자.”도지아 부모는 진서준 방문 앞에 살금살금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그러자 곧 방 안에서 대화가 들려왔다.“처음엔 좀 아플 거야. 조금만 참아.”진서준이 말했다.“응, 괜찮아. 해봐. 나 참을 수 있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진서준이 설명했듯 다리 흉터를 완전히 없애려면 먼저 안쪽의 괴사한 피부 조직을 도려내야 했다.그때 김연아의 등에 바를 땐 상처가 덜 아물어서 바로 약을 발랐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진서준은 은침으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22화

    도지아는 그 표정이 왠지 묘하게 신경 쓰였다.부모님이 나가자 집 안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우리 집에 손님이 온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부모님이 좀 들뜨셨나 봐.”도지아가 무심하게 해명했다.“괜찮아, 이해해. 우리 집도 손님 올 때마다 우리 엄마 엄청 챙기시거든.”진서준이 웃으며 대응했다.“맞다, 아까 우리 동생 봤을 때 뭔가 이상한 점 못 느꼈어?”도지아가 본론을 꺼냈다.“이상한 점? 글쎄, 딱히 못 느꼈는데?”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애초에 네 동생이 원래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니까.”“아까 네가 유흥업소에 갇혔을 때, 걔가 엄승현 찾아가서 인맥을 동원해 널 구해달라고 부탁했어.”도지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우리 동생이 진짜 요즘 이상해. 말로는 독설을 퍼붓는데 속은 여전히 착해.”“혹시 일부러 너희를 멀리하는 거거나 너희를 보호하려는 거 아닐까?”진서준이 나름대로 추측했다.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뭔가 압박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걸 수도 있었다.“설마 민수가 잡혀갔을 때 하경범 부하들이 협박이라도 한 걸까?”도지아도 진서준의 추측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날, 도지아의 부모와 도민수는 따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도민수가 정확히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전화해서 집에 오라고 해야겠어.”도지아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지만 몇 번을 걸어도 도민수가 받지 않았고 나중에는 아예 꺼버렸다.“이 자식이 정말...”도지아가 인상을 찌푸렸다.“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한테는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일단 그냥 내버려둬. 말하고 싶으면 알아서 말하겠지.”진서준이 위로하듯 말했다.한편, 노래방의 한 방에서 도민수는 테이블에 엎드려 하얀 가루를 탐욕스럽게 들이마시고 있었다.그러고는 완전히 취한 듯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때? 기분 좋아?”노란 머리 청년이 민수의 머리채를 잡고 비열하게 웃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21화

    다들 그 말을 듣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진서준이 아무런 상처도 없이 깔끔한 상태로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따로 있을 것 같지 않았다.엄승현은 눈을 굴리더니 이내 눈치 빠르게 잽싸게 뛰어가 아부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호랑이님, 아까 소란을 일으킨 그놈 찾으시는 거죠? 제가 어디 갔는지 압니다. 당장 안내해 드릴게요.”“뭐라고?”조호의 얼굴이 싹 어두워졌고 당장이라도 사람을 찢어버릴 눈빛이 번뜩였다.엄승현은 그 모습을 보고 자기 예상이 맞았다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호랑이 씨, 그놈 진짜 제대로 혼내줘야 합니다. 원하시면 제가 지금 바로 길을 안내할게요.”“닥쳐, 이놈아.”철썩!조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엄승현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미친놈아, 죽고 싶으면 혼자 뒤져. 왜 애꿎은 사람까지 끌어들여? 꺼져!”힘들게 저 귀신 같은 무시무시한 녀석을 보내버렸는데 어디서 굴러온 개념 없는 놈이 다시 자기를 이끌고 저 녀석에게로 데려가겠다는 거지?조씨 가문 거물도 없는데 조호 본인이 감히 다시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조호는 화를 삭이지 못하고 씩씩대며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엄승현은 싸늘한 밤공기 속에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뭐, 뭐야? 호랑이가 지금 겁먹은 거야?”“이상하네, 저놈이 대단한 배경이라도 있나?”“말도 안 돼. 저놈 그냥 외지인이잖아. 배경은 개뿔.”하지만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엄승현은 씩씩거리며 이를 갈았다.“틀림없이 호랑이가 직접 손보려고 일부러 저러는 거야. 동부 구역은 호랑이 구역이잖아. 근데 내가 길을 안내하면 체면이 안 서잖아. 소문이 퍼지면 체면도 구겨질 거고.”“승현 오빠 말이 맞는 것 같아요.”다들 엄승현의 말에 공감하자 엄승현은 자신감을 되찾고 비웃었다.“두고 봐. 오늘 밤 도민수 그 녀석 가족이 다 뒤질 거야.”20분 후.진서준과 도지아는 차를 타고 한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건물에 들어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도지아 집 문 앞에 섰다.“엄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20화

    갑자기 누군가 봉쇄된 유흥업소에서 걸어 나오니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어라? 진짜 저 녀석이네? 근데 왜 멀쩡하지?”엄승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이상한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다.조호가 직접 나서서 판을 깔았다면 피를 안 보고 끝날 리가 없었다.진서준이 죽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만신창이가 됐어야 정상인데 지금 모습은 아무리 봐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깔끔했다.“어서 나랑 가서 진서준한테 감사하다고 하자.”도지아가 도민수를 잡아끌었다.“가고 싶으면 혼자 가. 난 안 가.”도민수의 말투에는 짜증이 가득했다.“뭐야, 너 왜 그래? 아까는 진서준을 누구보다 더 걱정했잖아?”동생의 앞뒤 다른 태도에 도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닥치고 신경 꺼.”도민수는 누나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동생의 거친 행동에 도지아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진서준을 찾아갔다.“이상하네, 저 녀석 진짜로 멀쩡하잖아?”엄승현 일행은 의아해하며 웅성거렸다.“승현 오빠, 혹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아세요?”“나도 몰라.”엄승현은 고개를 저었다.“혹시 저 녀석이 호랑이한테 뭔가 큰 보상을 약속한 거 아닐까요? 호랑이가 저 녀석을 저렇게 고분고분 풀어 줄 이유가 없잖아요?”단발머리 여자가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가능성 있어. 아니면 어떻게 호랑이의 구역에서 저렇게 멀쩡하게 나왔겠어?”“그래, 직접 물어보자.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떠나 진서준 쪽으로 걸어갔다.“진서준, 괜찮아?”도지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내가 다친 것처럼 보여?”진서준이 홀가분한 말투로 되물었다.“이깟 조무래기 건달도 못 이길 거면 내가 감히 하경범을 건드릴 수 있었겠어?”“그렇긴 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진서준이 어느 정도 실력자인지는 도지아도 잘 몰랐다.황예은에게 슬쩍 떠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너무 황당했다.황예은의 입에서 나온 진서준은 거의 만능 인간이었다.세상에 정말 그런 남자가 존재할까?“야, 너 대체 어떻게 호랑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9화

    “뭐? 네 개가 되라고?”정장 남자는 이 말을 듣자마자 분노가 폭발했다.“네가 뭔데 우리 아버지를 개 취급해? 거울이나 보고 네 꼴부터 확인해.”조호도 눈살을 찌푸렸다.“그래, 네가 종사인 건 인정해. 하지만 우리 귀도파에도 종사가 없는 게 아니야. 종사라는 이유로 날 얕볼 생각은 하지 마. 그리고 우리 귀도파도 그냥 조직이 아니야.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다고.”진서준은 그 말에 흥미를 보였다.“그래? 그럼 너희 귀도파 주인은 누구야?”조호의 입술이 씰룩거렸다.이 청년이 하는 말이 참 기분이 나빴다.진짜 주인이라니, 자기를 개 취급하는 것 같았다.그런데 기분 나쁘긴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조호가 이렇게 거들먹거릴 수 있는 건 귀도파 뒤에 거물이 있기 때문이었다.“르벨 하씨 가문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조호가 음침한 얼굴로 물었다.익숙한 가문의 이름에 진서준의 눈빛이 가늘어졌다.“결국 하씨 가문에 빌붙은 거였군.”“빌붙다니? 우리 조씨 가문은 단순히 의지하는 게 아니야. 하씨 가문에서 우리 조씨 가문의 대단한 인물을 공양하고 있거든. 그분은 대종사야.”조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그래? 대종사였어? 하씨 가문에서 그 대종사를 공양하고 있어?”진서준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짙은 흥미를 보였다.“그럼 나도 한 번 보고 싶네. 네가 말하는 그 대단한 인물 말이야.”“좋게 말하는데 너 선 넘지 마. 얼른 여기서 나가. 네가 종사라 오늘은 특별히 봐주겠어.”조호는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근데 계속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우리 가문 거물을 보겠다고 떠들면 내가 장담하건대 넌 무조건 죽을 거야.”종사와 대종사는 하늘과 땅 차이처럼 격차가 컸다.이 애송이가 조씨 가문의 거물을 이길 수 있다는 건 조호가 보기엔 한낱 망상일 뿐이었다.“상관없어. 마침 요즘 할 일도 없는데 잘 됐어.”진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언제든 너희 집안 그 거물 불러내. 하씨 가문이 공양하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구경 좀 해보자고.”“죽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18화

    “그럼 됐네요.”정장 남자는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흥, 우리 아버지한테 개기는 놈은 죽는 길밖에 없어.”하지만 정장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누군가가 공중을 가르며 정장 남자의 옆으로 날아가더니 벽에 거칠게 처박혔다.“뭐지?”조호 부자가 급히 뒤를 돌아보자 방금 날아간 게 귀도파 정예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지금 그 정예는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뭐야, 이게?”조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조호가 반응하기도 전에 연이어 비명이 울려 퍼졌다.조금 전까지 우쭐대며 다가가던 정예들이 전부 바닥에 나뒹굴며 신음을 내고 있었다.반면, 진서준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 광경을 본 조호의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몇 초 만에 자기 정예 부하들이 전부 나가떨어졌다.진서준이 설마 이렇게 강력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네 부하들, 영 쓸모가 없는데?”진서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네 차례인가?”조호의 표정이 잔뜩 굳어졌다.이곳 르벨의 고수들은 죄다 알고 있는 조호였지만 이 청년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설마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와 귀도파와 시비를 걸려는 놈인가?“대체 넌 누구야?”조호가 쌀쌀하게 물었다.“지금에서야 내 신분이 궁금해졌어? 늦어도 한참 늦었어.”진서준이 여유롭게 대답했다.“경고하지. 르벨 동부 구역은 내 구역이야. 설령 네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해도 내 구역에서 깽판 치면 살아 나가지 못할 거야.”조호가 굳은 얼굴로 위협했다.“그래? 그럼 네가 어떻게 날 못 나가게 하는지 한번 보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었다.조호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냈다.“네가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총알은 못 피하겠지?”옆에서 정장 남자도 한숨을 돌리며 비웃었다.“방금까지 그렇게 까불더니 총 앞에서도 한번 까불어 봐.”지금 시대에서 총을 손에 쥔 자가 곧 생사를 결정하는 법이다.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일반인은 총알 한 방이면 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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