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중은 글라리아 별장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 그곳에 사는 건 다 부자들이었다.유지수는 진서준이 그의 전 남자 친구라고 했다. 게다가 이지성 때문에 감옥에서 3년이나 있다가 얼마 전 갓 출소했다고 한다. 아무런 능력도 없이 얼굴 하나로 허씨 가문 아가씨의 마음에 들어 꽤 잘살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김다중은 유지수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만약 유지수가 그저 그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면? 그래서 김다중은 내일 사람을 찾아 진서준을 패러 갈 때, 몰래 숨어있으려고 했다.진서준은 자기가 타겟이 되었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이튿날 아침. 진서준은 일어나 아침을 먹고 운전해서 별장을 떠났다.하지만 글로리아 별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봉고차 세 대가 그의 앞을 막아 나섰다.심상치 않은 상대들의 등장에 진서준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차에서 걸어 내려왔다.“진서준이라고 했지?”가장 앞에 선 대머리 남자가 사진 속의 남자와 진서준을 비교하면서 얘기했다. 대머리의 뒤에는 야구 방망이를 든 남자가 7, 8명 있었는데 모두 험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나한테 볼 일이라도?”진서준은 차갑게 그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다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우리가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우리를 건드린 건 아니지만 누가 돈으로 너의 목숨을 샀어.”대머리가 차갑게 웃으면서 얘기했다.그가 봤을 때 진서준은 그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반인이었다.그런 일반인 앞에서는 그의 부하들도 필요 없었다.“누가 내 목숨을 산 거야? 알려주면 안 돼?”진서준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런 건 죽고 나서 염라대왕한테 물어봐!”말을 마친 대머리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한 부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일단 다리부터 부러뜨리고 끌고 가.”차가 다니는 곳에서 일을 벌였다가는 복잡해지기 십상이다.야구 방망이를 든 부하가 진서준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진서준을 보고 있지도 않고 한눈팔고 있었다.그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바로 진서준의 다리를 향해 가격했다.야구
대머리는 몸의 상처도 신경 쓰지 못한 채 다리를 절뚝이며 봉고차에 올라 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갔다.대머리가 떠난 후, 진서준도 자기 차에 다시 탔다. “유지수, 난 아직 너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감히 날 죽이려고 해?”진서준의 눈은 한기를 잔뜩 뿜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악독한 여자를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깊은 교훈을 줘야겠어.”먼 곳에서 자기가 부른 사람이 다 맞아서 도망가는 것을 본 김다중은 놀라서 그 자리를 떠났다.“미친 유지수. 감히 날 속여?!”김다중은 유지수가 자기를 속였다는 것에 매우 분노했다.진서준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어떻게 혼자서 아홉이나 상대할 수 있겠는가.진서준은 딱 봐도 실력자였다. 어쩌면 특수부대 출신일지도 몰랐다.김다중은 바로 유지수에게 문자를 보냈다.[당장 날 만나러 와.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야.]그 시각 유지수는 병원에서 이지성의 간호를 하고 있었다.‘그쪽’에 문제가 생긴 이지성은 요즘 유난히 폭력적이었다.심심하면 유지수에게 화를 내고 때리고 욕했다.“X발, 너 따위랑 결혼한 건 내 가문의 수치야! 진서준, 그 자식이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남자구실도 못 하게 했으니. 네가 아들을 낳은 점을 봐서 살려두고 있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진작 널 내쫓았을 거야.”이지성이 얼굴을 찡그리며 외쳤다.유지수는 억울하지만 반박할 수도 없어 그저 고개를 숙이고 참았다.이때 이혁진이 급하게 병원으로 와 병실에 들어와 이지성에게 정장 한 벌을 던져주었다.“저녁에 이 옷으로 갈아입어. 유지수, 넌 지성이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해.”이지성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버지, 제가 이 모양이 되었는데 연회에 참석하라고요?”“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해. 이 연회는 황보식 어르신이 주최한 거야!”이혁진이 표정을 굳히고 얘기했다.“황보식 어르신은 서울시를 위해 큰 인물을 소개해 준다고 했어. 이 초대장도 어렵게 구한 거야! 네가 가서 큰 인물을 좀 만나보라고! 그 사람한테 빌붙으라는 게 아니라 가서 더 넓은 세상을 보라는
조희선은 허사연을 꽤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젊고 예쁜 데다가 철도 들었으니 이런 여자를 싫어할 리가 없었다.진서준은 허사연이 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사장님은 저보다 발이 빠르시네요!”진서준이 웃으면서 얘기했다.허사연은 살짝 멍해 있다가 진서준이 예전에 한 말이 떠올랐다.진서준은 조희선과 진서라가 그를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자기가 허사연 회사에서 출근한다고 했었다.“사장이니까 먼저 퇴근하는 거죠.”허사연은 음식을 먹고 가볍게 웃으며 얘기했다.“사연 씨 말이 맞아. 사장이 하루 종일 바삐 돌아 치면 너 같은 직원은 뭘 하겠니.”조희선도 허사연의 편을 들어주었다.조희선의 말에 진서준은 속으로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연 씨가 너한테 기회를 줬으니 열심히 일해서 사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조희선이 계속 말을 이었다.“알겠어요, 어머니. 제가 월급만 타고 일은 안 하는 사람으로 보이나 봐요?”진서준을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사연 씨, 회사에서 서준이가 잘못하는 게 있으면 바로 혼내요! 말을 안 들으면 나한테 얘기해요. 내가 아주 혼쭐을 낼 테니까.”“알겠어요, 아주머니. 사실 서준 씨는 엄청 빠릿빠릿하게 일을 잘하는 스타일이에요.”허사연은 조희선이 계속 진서준을 향해 잔소리를 하는 것을 보고 약간 마음이 아팠다.“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죠.”조희선은 당연하다는 듯 얘기했다.진서준은 음식을 입안으로 집어넣으며 식사를 마쳤다.“어머니, 전 먼저 들어가서 휴식할게요. 더 이야기 나누세요.”말을 마친 진서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저 자식이!”조희선은 불만스러운 듯 진서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괜찮아요, 아주머니. 우리끼리 먹어요.”점심 식사를 마친 후, 허사연이 일어나 진서하와 함께 주방에서 설거지를 했다.조희선은 허사연이 점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이렇게 좋은 여자지만 진씨
모든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돈이 모자라지 않은 여자들은 더욱 그랬다. 화장품 가격이 몇천만, 심지어 몇억까지 올라가는 건 장난도 아니었다.돈이 없을 때는 먹고살기에 바쁘지만 돈이 많아지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허사연 주변의 여자들은 다 돈이 모자라지 않은 부자들이었다.허사연이 주안단을 꺼내기만 하면 그녀들은 서로 주안단을 가지기 위해 안달 날 것이다.진서준은 아직 그 세계를 잘 몰랐다.허사연을 보낸 후, 진서준은 침대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시간이 오후 세 시쯤 되었을 때, 진서준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났다.이지성이 어느 병원의 어느 병실에서 치료받고 있는지, 허사연이 이미 다 조사해 놓았다.진서준은 빠르게 운전해서 이지성이 있는 서울 병원으로 왔다.이지성의 병실 앞에 온 진서준은 창문을 통해 내부에 이지성 한 사람만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진서준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 “너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 너 때문에 목말라 죽을 뻔했잖아!”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이지성은 유지수가 돌아온 줄 알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유지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내가 주는 물을 마실 용기는 있어?”진서준은 이지성을 보면서 차갑게 웃었다.그 목소리는 이지성이 영원히 잊지 못할, 죽어서도 잊기 힘든, 악마 같은 목소리였다.“너 이 자식!”이지성은 고개를 돌려 원망 섞인 눈으로 두려워하면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 진서준이 밉고 또 두렵기도 했다.병실 안에는 그 혼자뿐이었다. 보디가드도 없고 유지수도 없었다.만약 진서준이 손을 댄다면 이지성은 그저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걱정하지 마. 내가 또 때리러 온 것도 아니고.”진서준은 그저 차갑게 웃었다.이지성은 진서준의 비웃음 섞인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진서준, 네가 허씨 가문에 빌붙었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알아? 허사연이 너를 버리면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해줄게.”진서준은 이지성의 원망 가득한 말을 들으면서 담담하게 웃었다.“지금 상황 파악이
그 말에 유지수는 바로 놀랐다.진서준이 직접 사진을 가져왔다면 이미 그녀와 김다중의 일을 알았을 수도 있다.“여보, 내 말 좀 들어봐! 진서준 그 자식이 날 모함한 거라고! 내가 왜 여보를 배신하겠어! 내가 오늘 이렇게 살 수 있는 것도 다 여보 덕분인데!”유지수는 눈물을 흘리면서 얘기했다.“내가 아무리 멍청해도 당신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를 찾을 리가 없잖아! 날 못 믿겠으면 그 자식을 불러서 얘기해 봐! 그리고 이 사진들은 다 정상적인 친구 사이에 할만한 행동이잖아!”유지수의 변명을 들은 이지성은 화가 많이 누그러졌다.화가 났지만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진서준이 직접 사진을 가져온 건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뜯는 것을 보기 위해서 일 것이다.“울지 마. 일단은 널 믿을게.”이지성은 눈물범벅이 된 유지수를 향해 소리쳤다.유지수는 그제야 한숨을 쉬고 눈물을 닦았다.“여보, 이 사진이 진서준이 직접 가져온 거라고?”유지수가 물었다.“응. 내가 너한테 전화하기 전에 사진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더라고.”이지성이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그 나대는 얼굴만 보면 당장 죽여버리고 싶어!”“여보, 진서준이 일부러 날 모함하고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서라니까!”유지수가 화가 나서 얘기했다.“내가 여보랑 결혼해서 아들을 낳아서 배알이 꼴렸겠지. 그래서 그런 더러운 수를 쓴 거야!”이지성도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맞아. 그럴 가능성이 아주 커. 흥, 오늘의 연회에 나도 참가해야겠어. 어떻게든지 그 큰 인물과 친해져서 나의 복수를 도와달라고 할 거야!”이지성이 원망 가득한 얼굴로 얘기했다.“여보, 그럼 내가 가서 정장을 가져올까?”유지수가 얘기했다.“그래. 빨리 갔다 와.”이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병실을 떠난 유지수는 얼른 김다중의 전화를 걸었다.“김다중 씨! 우리 점심에 만난 거, 진서준 그 자식이 다 사진을 찍었어요. 게다가 그 사진을 이지성한테 보냈어요!”유지수가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전화기 너머
유지수가 대놓고 이름을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이지성은 그 사람이 바로 진서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지성은 휠체어에 앉아 유지수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고개를 돌렸다. 진서준이 귀티가 흐르는 양복을 입고 홀로 휴대 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날 저기까지 데려다줘.”이지성의 두 눈에 원망이 가득했다. 오늘 밤 진서준도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도 중요한 자리에 감옥에 다녀온 적이 있는 진서준이 뻔뻔스럽게 오다니!허사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지성은 배짱이 더욱 두둑해졌다.곧이어 유지수가 이지성을 진서준의 앞에 데려다줬다.이지성은 비록 휠체어 신세였지만 표정만큼은 무척이나 오만방자했다.“비싼 양복을 입었다고 해서 자신이 부자라는 생각은 버려.”진서준은 고개를 들고 이지성과 유지수를 싸늘하게 쳐다보고는 코웃음을 쳤다.“적어도 난 다른 사람의 아이를 대신 키워주지 않았어.”그의 말에 유지수는 마음속의 분노가 순식간에 치밀어 올라 진서준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진서준, 날 함부로 모함하지 마! 우리 남편이 네 이간질에 넘어갈 것 같아? 목적을 이루지 못하니까 핑계를 대는 거 다 알아. 너 같은 사람은 사회의 쓰레기야, 인간쓰레기!”허사연이 없으니 유지수도 진서준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진서준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 앞에서 그녀에게 손찌검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오늘 밤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진짜로 권력이 있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었다. 그날 이씨 가문의 연회와는 완전히 다른 레벨이었다.진서준이 경멸 섞인 웃음을 지었다.“욕 다했어?”진서준이 자신의 말을 아예 귓등으로 듣자 유지수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어제 백화점에서는 그렇게 시건방을 떨더니 오늘 허씨 가문의 큰아가씨가 없으니까 쫄았어? 퉤! 무능한 자식!”유지수는 진서준에게 침을 뱉었다. 진서준은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몸을 살짝 비틀어서 유지수가 뱉은 침을 가볍게 피했다.“내가 여기서 널 못 때릴 것 같아?”이지성은 두 손으로 휠체어를 꽉 잡고 흉악한 표정으로
그 시각 황보식은 연회 준비가 한창인 홀에 있었다. 진서준과의 통화를 마친 후 바로 옆에 서 있던 우람한 체격의 중년 남자에게 분부를 내렸다.중년 남자의 이름은 조철용이었고 황보식의 경호원이다. 예전에 교룡 특전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조철용은 제대한 후 누군가의 소개를 통하여 황보식을 알게 되었는데 그 후로 쭉 그의 옆에서 안전을 책임졌다.황보식이 공식 석상에 나갈 때면 항상 조철용을 곁에 데리고 다니면서 안전을 책임지도록 했다.“문 앞의 경비원에게 가서 전해. 이혁진네 가족을 안으로 들이지 말라고. 만약 왔다면 그냥 내쫓으라고 해.”조철용은 황보식의 분부를 듣고 살짝 놀랐다. 왜냐하면 황보식은 온화하고 상냥한 성격이라 절대 다른 사람을 난감하게 굴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런 분부까지 내렸다는 건 이혁진네 가족이 황보식의 심기를 건드린 게 분명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서 전하겠습니다.”조철용은 재빨리 연회장 문 앞으로 다가가 경비원에게 분부를 전했다. 이미 도착한 유명 인사와 재벌들은 황보식의 주변을 맴돌며 담소를 나누었다.황보식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잠시 조용해달라고 했다.“여러분, 오늘 이 연회는 선물을 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비즈니스를 상의하려고 만든 자리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저 단순히 여러분에게 한 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어서 이렇게 초대한 것이니 너무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할 필요 없어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화들짝 놀랐다.황보식은 단순히 골동품 대가인 것만은 아니다. 그에게 세 아들이 있는데 하나는 군인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인이며 또 다른 아들은 사업을 한다. 세 아들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엄청난 실적을 쌓았다. 심지어 서울시에서 황보식을 건드릴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런 황보식이 단지 한 사람을 소개하려고 이런 연회를 열었다는 건 그 사람의 신분이 얼마나 대단할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호텔 밖, 허사연은 허윤진과 함께 진서준과 만났다.“서준 씨,
이지성은 사람들의 비웃음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툴툴거리면서 호텔을 떠났다.연회에 참석하러 왔다가 내쫓기는 건 다른 손님들도 아마 처음 보는 광경일 것이다.다들 이씨 가문이 황보식 어르신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웬만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심하게!그렇지 않으면 늘 인자한 황보식이 이씨 가문에 이 정도로 망신을 줄 리가 있겠는가?한편, 진서준은 허사연과 함께 홀로 들어왔다. 홀이 어찌나 큰지 거의 축구장 하나 정도 돼 보였다.술향기와 꽃향기가 코끝을 스쳤고 참석한 손님들 모두 화려한 옷차림에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오늘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은 전부 서울시에서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었다. 이씨 가문의 연회에 초대된 손님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가서 어르신께 인사하고 올게요. 윤진아, 서준 씨랑 자리 찾아서 앉아.”허사연이 여동생에게 말했다.“사연 씨, 나와 함께 가요.”진서준이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황보식이 오늘 이 연회를 연 목적이 바로 진서준이었다. 조금 전 통화할 때 황보식에게 이미 도착했다고 했으니 당연히 만나서 인사는 해야 했다.허윤진은 진서준의 얘기를 듣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우리 언니 신분이 어떻고 당신 신분이 어떤지 몰라서 그래요? 황보식 어르신은 우리 아빠도 존경하는 분이시라고요.”허윤진의 비웃음에도 진서준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런데요? 오늘 이 연회의 주인공이 저일지도 모르잖아요.”“풉!”허윤진의 두 눈에 담긴 경멸이 다 흘러나올 지경이었다.“진서준 씨,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요? 창피한 걸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죠.”허윤진은 진서준을 점점 더 질색했다.‘고작 의술을 조금 알고 있을 뿐이잖아? 그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공교롭게 우리 아빠의 목숨을 살려줬기에 이런 대접이라도 받지, 안 그러면 평생 이런 연회 근처에도 오지 못했을걸?’버릇없는 여동생의 모습에 허사연이 화를 냈다.“윤진아, 서준 씨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