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돈이 모자라지 않은 여자들은 더욱 그랬다. 화장품 가격이 몇천만, 심지어 몇억까지 올라가는 건 장난도 아니었다.돈이 없을 때는 먹고살기에 바쁘지만 돈이 많아지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허사연 주변의 여자들은 다 돈이 모자라지 않은 부자들이었다.허사연이 주안단을 꺼내기만 하면 그녀들은 서로 주안단을 가지기 위해 안달 날 것이다.진서준은 아직 그 세계를 잘 몰랐다.허사연을 보낸 후, 진서준은 침대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시간이 오후 세 시쯤 되었을 때, 진서준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났다.이지성이 어느 병원의 어느 병실에서 치료받고 있는지, 허사연이 이미 다 조사해 놓았다.진서준은 빠르게 운전해서 이지성이 있는 서울 병원으로 왔다.이지성의 병실 앞에 온 진서준은 창문을 통해 내부에 이지성 한 사람만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진서준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 “너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 너 때문에 목말라 죽을 뻔했잖아!”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이지성은 유지수가 돌아온 줄 알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유지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내가 주는 물을 마실 용기는 있어?”진서준은 이지성을 보면서 차갑게 웃었다.그 목소리는 이지성이 영원히 잊지 못할, 죽어서도 잊기 힘든, 악마 같은 목소리였다.“너 이 자식!”이지성은 고개를 돌려 원망 섞인 눈으로 두려워하면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 진서준이 밉고 또 두렵기도 했다.병실 안에는 그 혼자뿐이었다. 보디가드도 없고 유지수도 없었다.만약 진서준이 손을 댄다면 이지성은 그저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걱정하지 마. 내가 또 때리러 온 것도 아니고.”진서준은 그저 차갑게 웃었다.이지성은 진서준의 비웃음 섞인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진서준, 네가 허씨 가문에 빌붙었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알아? 허사연이 너를 버리면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해줄게.”진서준은 이지성의 원망 가득한 말을 들으면서 담담하게 웃었다.“지금 상황 파악이
그 말에 유지수는 바로 놀랐다.진서준이 직접 사진을 가져왔다면 이미 그녀와 김다중의 일을 알았을 수도 있다.“여보, 내 말 좀 들어봐! 진서준 그 자식이 날 모함한 거라고! 내가 왜 여보를 배신하겠어! 내가 오늘 이렇게 살 수 있는 것도 다 여보 덕분인데!”유지수는 눈물을 흘리면서 얘기했다.“내가 아무리 멍청해도 당신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를 찾을 리가 없잖아! 날 못 믿겠으면 그 자식을 불러서 얘기해 봐! 그리고 이 사진들은 다 정상적인 친구 사이에 할만한 행동이잖아!”유지수의 변명을 들은 이지성은 화가 많이 누그러졌다.화가 났지만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진서준이 직접 사진을 가져온 건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뜯는 것을 보기 위해서 일 것이다.“울지 마. 일단은 널 믿을게.”이지성은 눈물범벅이 된 유지수를 향해 소리쳤다.유지수는 그제야 한숨을 쉬고 눈물을 닦았다.“여보, 이 사진이 진서준이 직접 가져온 거라고?”유지수가 물었다.“응. 내가 너한테 전화하기 전에 사진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더라고.”이지성이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그 나대는 얼굴만 보면 당장 죽여버리고 싶어!”“여보, 진서준이 일부러 날 모함하고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서라니까!”유지수가 화가 나서 얘기했다.“내가 여보랑 결혼해서 아들을 낳아서 배알이 꼴렸겠지. 그래서 그런 더러운 수를 쓴 거야!”이지성도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맞아. 그럴 가능성이 아주 커. 흥, 오늘의 연회에 나도 참가해야겠어. 어떻게든지 그 큰 인물과 친해져서 나의 복수를 도와달라고 할 거야!”이지성이 원망 가득한 얼굴로 얘기했다.“여보, 그럼 내가 가서 정장을 가져올까?”유지수가 얘기했다.“그래. 빨리 갔다 와.”이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병실을 떠난 유지수는 얼른 김다중의 전화를 걸었다.“김다중 씨! 우리 점심에 만난 거, 진서준 그 자식이 다 사진을 찍었어요. 게다가 그 사진을 이지성한테 보냈어요!”유지수가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전화기 너머
유지수가 대놓고 이름을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이지성은 그 사람이 바로 진서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지성은 휠체어에 앉아 유지수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고개를 돌렸다. 진서준이 귀티가 흐르는 양복을 입고 홀로 휴대 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날 저기까지 데려다줘.”이지성의 두 눈에 원망이 가득했다. 오늘 밤 진서준도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도 중요한 자리에 감옥에 다녀온 적이 있는 진서준이 뻔뻔스럽게 오다니!허사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지성은 배짱이 더욱 두둑해졌다.곧이어 유지수가 이지성을 진서준의 앞에 데려다줬다.이지성은 비록 휠체어 신세였지만 표정만큼은 무척이나 오만방자했다.“비싼 양복을 입었다고 해서 자신이 부자라는 생각은 버려.”진서준은 고개를 들고 이지성과 유지수를 싸늘하게 쳐다보고는 코웃음을 쳤다.“적어도 난 다른 사람의 아이를 대신 키워주지 않았어.”그의 말에 유지수는 마음속의 분노가 순식간에 치밀어 올라 진서준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진서준, 날 함부로 모함하지 마! 우리 남편이 네 이간질에 넘어갈 것 같아? 목적을 이루지 못하니까 핑계를 대는 거 다 알아. 너 같은 사람은 사회의 쓰레기야, 인간쓰레기!”허사연이 없으니 유지수도 진서준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진서준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 앞에서 그녀에게 손찌검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오늘 밤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진짜로 권력이 있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었다. 그날 이씨 가문의 연회와는 완전히 다른 레벨이었다.진서준이 경멸 섞인 웃음을 지었다.“욕 다했어?”진서준이 자신의 말을 아예 귓등으로 듣자 유지수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어제 백화점에서는 그렇게 시건방을 떨더니 오늘 허씨 가문의 큰아가씨가 없으니까 쫄았어? 퉤! 무능한 자식!”유지수는 진서준에게 침을 뱉었다. 진서준은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몸을 살짝 비틀어서 유지수가 뱉은 침을 가볍게 피했다.“내가 여기서 널 못 때릴 것 같아?”이지성은 두 손으로 휠체어를 꽉 잡고 흉악한 표정으로
그 시각 황보식은 연회 준비가 한창인 홀에 있었다. 진서준과의 통화를 마친 후 바로 옆에 서 있던 우람한 체격의 중년 남자에게 분부를 내렸다.중년 남자의 이름은 조철용이었고 황보식의 경호원이다. 예전에 교룡 특전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조철용은 제대한 후 누군가의 소개를 통하여 황보식을 알게 되었는데 그 후로 쭉 그의 옆에서 안전을 책임졌다.황보식이 공식 석상에 나갈 때면 항상 조철용을 곁에 데리고 다니면서 안전을 책임지도록 했다.“문 앞의 경비원에게 가서 전해. 이혁진네 가족을 안으로 들이지 말라고. 만약 왔다면 그냥 내쫓으라고 해.”조철용은 황보식의 분부를 듣고 살짝 놀랐다. 왜냐하면 황보식은 온화하고 상냥한 성격이라 절대 다른 사람을 난감하게 굴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런 분부까지 내렸다는 건 이혁진네 가족이 황보식의 심기를 건드린 게 분명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서 전하겠습니다.”조철용은 재빨리 연회장 문 앞으로 다가가 경비원에게 분부를 전했다. 이미 도착한 유명 인사와 재벌들은 황보식의 주변을 맴돌며 담소를 나누었다.황보식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잠시 조용해달라고 했다.“여러분, 오늘 이 연회는 선물을 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비즈니스를 상의하려고 만든 자리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저 단순히 여러분에게 한 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어서 이렇게 초대한 것이니 너무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할 필요 없어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화들짝 놀랐다.황보식은 단순히 골동품 대가인 것만은 아니다. 그에게 세 아들이 있는데 하나는 군인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인이며 또 다른 아들은 사업을 한다. 세 아들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엄청난 실적을 쌓았다. 심지어 서울시에서 황보식을 건드릴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런 황보식이 단지 한 사람을 소개하려고 이런 연회를 열었다는 건 그 사람의 신분이 얼마나 대단할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호텔 밖, 허사연은 허윤진과 함께 진서준과 만났다.“서준 씨,
이지성은 사람들의 비웃음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툴툴거리면서 호텔을 떠났다.연회에 참석하러 왔다가 내쫓기는 건 다른 손님들도 아마 처음 보는 광경일 것이다.다들 이씨 가문이 황보식 어르신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웬만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심하게!그렇지 않으면 늘 인자한 황보식이 이씨 가문에 이 정도로 망신을 줄 리가 있겠는가?한편, 진서준은 허사연과 함께 홀로 들어왔다. 홀이 어찌나 큰지 거의 축구장 하나 정도 돼 보였다.술향기와 꽃향기가 코끝을 스쳤고 참석한 손님들 모두 화려한 옷차림에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오늘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은 전부 서울시에서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었다. 이씨 가문의 연회에 초대된 손님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가서 어르신께 인사하고 올게요. 윤진아, 서준 씨랑 자리 찾아서 앉아.”허사연이 여동생에게 말했다.“사연 씨, 나와 함께 가요.”진서준이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황보식이 오늘 이 연회를 연 목적이 바로 진서준이었다. 조금 전 통화할 때 황보식에게 이미 도착했다고 했으니 당연히 만나서 인사는 해야 했다.허윤진은 진서준의 얘기를 듣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우리 언니 신분이 어떻고 당신 신분이 어떤지 몰라서 그래요? 황보식 어르신은 우리 아빠도 존경하는 분이시라고요.”허윤진의 비웃음에도 진서준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런데요? 오늘 이 연회의 주인공이 저일지도 모르잖아요.”“풉!”허윤진의 두 눈에 담긴 경멸이 다 흘러나올 지경이었다.“진서준 씨,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요? 창피한 걸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죠.”허윤진은 진서준을 점점 더 질색했다.‘고작 의술을 조금 알고 있을 뿐이잖아? 그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공교롭게 우리 아빠의 목숨을 살려줬기에 이런 대접이라도 받지, 안 그러면 평생 이런 연회 근처에도 오지 못했을걸?’버릇없는 여동생의 모습에 허사연이 화를 냈다.“윤진아, 서준 씨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당
‘말도 안 돼!’금방 출소한 범죄자가 어떻게 황보 가문의 메인 자리에 앉을 수 있단 말인가?허윤진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고 두 눈에는 오로지 경악뿐이었다.조금 전 진서준이 했던 얘기가 허윤진의 뇌리에서 맴돌았다. 허윤진은 자기 팔을 힘껏 꼬집었다. 아픔이 느껴지는 걸 보니 꿈은 아닌 듯싶다.그런데 대체 왜?허윤진의 마음이 진정되기도 전에 진서준은 이미 메인 자리에 앉았다.“사연 씨는 진 선생님 옆에 앉으세요.”눈치 빠른 황보식은 진서준과 허사연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허씨 가문은 서울시에서 지위가 꽤 있고 허사연도 많은 남자들의 이상형으로 명성이 자자했다.만약 두 사람이 결혼한다면 앞으로 그 누구도 진서준을 깔보지 못할 것이다. 허사연도 마침 진서준의 옆에 앉으려던 생각이었던지라 황보식의 말에 바로 옆에 앉았다.“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요.”황보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사람들도 두 사람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허사연도 이런 자리에 자주 참석했었지만 여자인지라 부끄럼을 잘 탔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건네는 칭찬에 쑥스러운 나머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오늘 여러분에게 진 선생님을 소개하려고 이렇게 모셨어요. 진 선생님은 우리 황보 가문의 귀한 손님이니 앞으로 진 선생님을 만나면 깍듯하게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만약 함부로 대하거나 일부러 시비를 건다면 그건 우리 황보 가문과 맞서는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황보식의 말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저 녀석이 설마 황보식 아들의 사생아는 아니겠지?’“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어르신.”진서준이 덤덤하게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저 진서준은 그저 평범한 시민일 뿐입니다. 하지만 어디 편찮은 데 있으면 언제든지 절 찾아와도 좋아요.”사람들은 대충 귓등으로 듣기만 할 뿐 딱히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고작 20대 청년의 의술이 뛰어나봤자 얼마나 뛰어나겠는가?하지만 앞으로 진서준을 만난다면 예의 바르게 대해야 했다. 물론 이건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 이승재를 아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이승재의 남다른 카리스마를 본 손님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진서준의 시선도 이승재에게 머물렀다. 그 순간 그에게서 영기가 느껴졌다. 아주 미약하여 진서준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지만 일반인들 중에서는 극히 드문 존재였다.‘저 사람도 수련을 한 사람이군.’진서준은 바로 판단이 섰다.이승재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며 황보식에게로 걸어갔다.“어르신, 오랜만입니다.”“도사님도 잘 지냈나요?”황보식이 웃으며 말했다. 자신에게 사기를 친 이승재만 생각하면 치가 떨릴 정도로 얄미웠지만 지금은 화를 낼 때가 아니었다.오늘 밤 진서준은 사람들 앞에서 이 사기꾼의 진짜 정체를 까발릴 것이다.“어제 마침 남주성에 왔다가 어르신이 연회를 연다는 소리를 듣고 일부러 왔어요. 사부님께서 요 며칠 만드신 보물까지 가지고 왔어요.”이승재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그 보물을 봐도 될까요?”황보식이 흥분한 얼굴로 말하자 이승재는 오늘도 한 건 하겠다고 몹시 기뻐했다. 그가 사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돈 많은 사람들이 사 갈 것이다. 이런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을 속이는 건 이승재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허사연은 이승재에 관하여 들은 바가 있었다. 그녀는 진서준이 모르는 줄 알고 낮은 목소리로 소개했다.“저분은 이승재 도사님이신데 우리 남주성에서 아주 유명한 술법 마스터예요. 듣건대 귀신을 쫓고 보물도 만든대요. 적지 않은 명문가에서 저분의 은혜를 입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어르신도 저분과 깊은 친분이 있고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술법 마스터인지 아닌지는 이따가 곧 알게 될 겁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제가 한 말 다 사실이에요.”“이 세상에 초인적인 존재가 많다는 걸 저도 알아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두 부하가 보물 상자를 하나씩 들고 들어왔다.옥석으로 조각한 상자였는데 그 상자만 해도 아주 값어치
진서준의 목소리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귀에 정확하게 때려 박혔다.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미리 마음의 준비를 마친 황보식마저도 진서준의 말에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당신 정말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나 보네?”이승재의 낯빛이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워졌다.그의 사부가 만든 보물은 늘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누군가 나타나서 이 법기들이 전부 고철이라고 한 것도 모자라 사부를 쓰레기라고 모욕했다.“저 사람 진짜 황보식 어르신의 지인 맞아요? 왜 일부러 어르신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 같죠?”“도사님의 사부를 쓰레기라고 하다니,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군요.”“오늘 황보식 어르신이 계신다고 해도 저 사람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고 저마다 오늘이 진서준의 제삿날이라고 생각했다.허사연도 긴장감이 도는 얼굴로 진서준의 손을 잡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서준 씨, 얼른 도사님께 사과드려요. 도사님은 진짜로 실력이 있는 분이시란 말이에요. 도사님의 사부는 남주성에서 명성이 자자한 풍수 대가시고요.”허사연이 손을 잡자 진서준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하지만 이내 다시 진정했고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이 법기들은 어제 황보식의 집에서 봤던 것과 똑같이 전부 다 풍수술로 위장한 쓰레기들이었다.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보아낼 수 있는 사람은 진서준밖에 없었다.“제가 이것들을 고철이라고 한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예요.”진서준이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이 모셔 온 분의 안목이 참 남다르시나 봐요. 우리 하씨 가문은 황보 가문과 비할 바가 안 되죠. 어르신이 싫다고 하시면 그럼 제가 사겠습니다.”조금 전 법기를 사겠다던 유명 인사가 다시 나서서 말했다. 그의 이름은 하규천이었고 서울시 하씨 가문의 현 가주였다. 하씨 가문도 서울시에서는 나름 이름 있는 가문이었다.아까 그 한마디는 황보식이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를 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