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9화

작가: 무가
진서준이 제시한 두 가지 선택지를 들은 노부인의 가족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들은 큰일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이 가족은 이런 수법으로 6천만-8천만 원을 갈취했다.

평범한 사람이 10년 동안 일해도 벌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들이 경찰에 연락해서 자기 잘못을 자백하면 형량은 줄어들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감옥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진서준은 그들을 한호철과 그의 부하들에게 넘겨서 처리할 것이다.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었다.

노부인의 가족은 급히 용서를 빌며 말했다.

“선생님, 제발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안 돼요!”

진서준은 망설임 없이 바로 거절했다.

그는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이런 사람을 용납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조금 전까지 이 가족에게 기회를 줬었다.

진서준이 계속 자신들을 밀어붙이는 것을 본 건장한 남자는 이를 악물며 화를 냈다.

“너 이 자식, 내 인내심을 건드리지 마. 너도 우리와 같이 망하게 만드는 수가 있어!”

이 말을 들은 한호철은 즉시 기뻐하며 건장한 남자의 뺨을 때렸다.

이 한 방에 건장한 남자는 머리가 멍해지고 눈앞에 별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젠장,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는 호스텔 그룹이다! 우리와 죽을 때까지 싸울 힘이 있어?”

건장한 남자는 분명 조폭 출신이었다. 그는 한호철의 자기소개를 듣자마자 다시 한번 움찔했다.

그도 속한 조직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작은 조직원일 뿐이었다.

그들의 보스는 그를 위해 호스텔 그룹 사람들과 싸우지 않을 것이다.

“형님, 우리가 직접 경찰에 신고해서 자백해도 괜찮을까요?”

건장한 남자는 울먹이는 얼굴로 자비를 구걸했다.

진서준은 한호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문제는 호철 씨에게 맡길게요.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서요.”

“진 선생님, 저 한호철이 반드시 이 문제를 처리할 테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한호철은 자기 가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0화

    진서준의 차가 막 출발했을 때 허사연의 전화를 받았다.“사연 씨, 무슨 일이에요?”진서준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허사연의 전화를 받았다.“서준 씨, 지금 시간 있어요? 당신과 함께 가서 옷을 몇 벌 사야겠어요.”“옷을 산다고요?”진서준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웃으며 말했다.“마침 서라를 데리고 옷을 사러 가는 길이에요. 저희랑 같이 가실래요?”“좋아요. 어딘데요?”허사연이 설렌 마음으로 물었다.“서라랑 지금 가는 중이니 장소를 알려주면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진서준이 말했다.단순히 옷을 사러 진서라를 데리고 간다면 진서준은 그냥 큰 쇼핑몰을 찾았을 것이다.만약 허사연 이 아가씨도 함께 간다면 당연히 아무 곳이나 갈 수 없었다.“그럼 서산 쇼핑몰로 가요!”허사연이 말했다.“좋아요. 그럼 서산 쇼핑몰에서 봅시다!”그렇게 말한 후 진서준은 전화를 끊고 다시 차의 시동을 걸었다.진서라는 서산 쇼핑몰에 간다는 말을 듣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오빠, 서산 쇼핑몰에서 파는 물건들은 너무 비싸.”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옷 한 벌 따위가 비싸 봤자 얼마나 비싸겠어?”진서준의 눈에 가장 비싼 옷은 고작 몇백만 원에 불과했다.“그리고 사연 씨도 가는 거니까 마침 보답으로 옷을 사줘야겠어.”“그래, 그게 좋겠네.”진서라는 만약 싼 물건을 사줬다가 허사연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서울시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서산 쇼핑몰에는 모든 유명 브랜드가 모여 있었다.우리가 생각하지 못했을 뿐, 없는 물건은 없었다.진서준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며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차장 안에는 수억 원짜리 고급 자동차는 물론 수십억 원짜리 자동차도 몇 대 있었다.“가자,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사연 씨를 기다리자.”진서준은 진서라를 데리고 먼저 서산 쇼핑몰로 들어갔다.백화점 안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많은 선남선녀가 짝을 지어 여러 명품 매장을 드나들고 있었다.서산 쇼핑몰 안의 물건들은 비쌌지만 매일 사람들이 끊이지 않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1화

    “서라 말이 맞아요. 이 두 미친년과 싸우는 건 우리 품위만 실추시킬 뿐이에요!”허사연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유지수와 장혜윤의 표정은 빠르게 굳었다. 유지수는 언성까지 높이며 얘기했다.“누구한테 미친년이라고 하는 거예요!”“너한테 말하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고고하고 도도한 허사연에게는 차가운 여왕 같은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허사연이 담담하게 걸어오며 얘기하자 허사연을 본 유지수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이씨 가문의 사람들도 건드리지 못하는 허사연을, 유지수 같은 ‘장식품’ 따위가 건드릴 수 있을 리 없었다. 진서준은 예쁘게 차려입은 허사연을 보면서 마음이 약간 떨렸다.허사연은 여전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이 비현실적인 외모, 동그란 눈, 앵두 같은 입술, 복숭앗빛으로 물든 두 볼. 그리고 가느다란 목선과 어깨를 감싼 검은 머리카락. 그 아래로는 봉긋한 가슴과 곧게 뻗은 다리가 있었다.허사연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은백색의 오피스룩을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등장에 다른 여자들은 빛은 잃은 그림자가 되어버렸다.허사연에게서는 도도하고 성숙된 도발적인 매력이 있었다.그런 여자 앞에서 설레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그런 여자가 지금 진서준을 도와 유지수 같은 멍청이와 대치하고 있었다.“쳇. 집에 돈 좀 많은 거로 무슨 유세를 떨어요!”유지수가 분에 겨워 얘기했다.“돈 많으면 다죠. 안 그래요?”허사연은 유지수의 체면을 전혀 봐 주지 않고 차갑게 얘기했다.“얼른 내 친구한테 사과해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허씨 가문의 산업에 발을 들일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저...!”부잣집에 시집간 지 2년이 넘었지만 유지수의 성격은 그대로였다.차가운 얼음 마녀 같은 허사연 앞에서 말문이 막힌 유지수는 눈시울을 붉혔다.“이건 갑질이에요! 허씨 가문의 아가씨가 나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어요!”유지수는 아예 일을 크게 벌이려고 마음먹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2화

    유지수의 표정을 본 진서준은 마음이 통쾌했다.진서준은 유지수를 위해 피 흘리며 싸우고 그녀를 위해 감옥에 가는 것도 감수했었다. 하지만 유지수는 진서준의 원수와 결혼하여 아들까지 낳았다.지금의 진서준은 유지수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너... 너 헛소리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이씨 가문이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경악하던 유지수는 두려움에 떨면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네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지금 쇼핑몰의 모든 사람한테 이 일을 알릴 수도 있으니까.”“너...!”유지수는 화가 나서 목까지 벌게졌다.그 모습은 본 장혜윤이 궁금해하면서 물었다.“무슨 일인데?”“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끼어들지 마!”유지수는 갑자기 호통을 쳤다.친구한테서 욕을 먹은 장혜윤은 얼굴에 억울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진서준, 네가 협박하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았어? 네가 얘기한다고 해도 그걸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유지수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차갑게 얘기했다.이 비밀은 그녀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물론 유지수는 진서준이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 일로 진서준이 자기를 골려 먹으려고 한다는 것은 눈치챘다.그래서 유지수는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유지수가 뻔뻔하게 나오는 것을 본 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그래. 네가 당당하다면 괜찮아. 아까는 네가 무릎 꿇고 빌면서 그 비밀을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었거든.”“네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고? 꿈도 꾸지 마!”유지수는 진서준을 확 노려보고 몸을 돌려 떠났다.장혜윤은 빠르게 유지수를 뒤따라가며 얘기했다.“지수야, 기다려봐!”몰려있던 사람들도 경비원들에 의해 흩어졌다.허사연은 굳은 표정을 풀고 미소 지으며 진서준과 진서라를 쳐다보았다.“나 때문에 놀란 건 아니죠?”“당연하죠. 아까 모습, 꽤 멋있었어요.”진서준이 웃으면서 얘기했다.“사연 언니... 아까 정말 여왕 같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3화

    허사연이 또 얘기했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네. 도움이 필요하면 저도 뻔뻔하게 손을 내밀 겁니다.”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면서 얘기했다.이때 진서라가 하얀 반팔 티를 들고 걸어왔다.“오빠, 이 옷 어때?”평범한 반팔이긴 하지만 노점상에서 파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노점상의 옷보다 디자인이 더욱 고급스러워 보였다.“그래. 네 마음에 들면 입어봐.”진서준이 웃으면서 얘기했다.“그런데... 조금 비싸.”진서라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괜찮아.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드는 건 그냥 사면 돼.”진서준은 꿀 떨어지는 눈으로 진서라를 쳐다보며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렇게 부드러운 여동생이 다시는 상처 받지 않도록 지켜낼 것이다.허사연도 옆에서 얘기했다.“그래요. 진서준 씨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마음대로 사요! 이 매장의 모든 옷을 다 사도 될 정도의 돈이 있거든요.”진서라는 환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그럼 이 옷을 먼저 피팅해볼게요.”진서라는 빠르게 하얀 반팔 티로 갈아입고 피팅룸에서 걸어 나왔다.역시, 원래도 예쁜 진서라가 멋있는 옷을 입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새 옷을 입은 진서라를 보며 진서준과 허사연은 눈이 번쩍 뜨였다.“오빠, 사연 언니. 어때요?”진서라가 부끄러워하며 물었다.“잘 어울리네.”진서준이 칭찬했다.“얼른 몇 벌 더 골라요.”“아니요. 이것만 있으면 돼요.”진서라가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허사연은 진서라의 손을 잡고 매장을 돌아 다녔다.“그럼 안되죠. 진서준 씨는 지금 돈이 엄청 많아요. 그러니까 돈 걱정은 안 해도 돼요.”허사연이 진서라를 데리고 쇼핑하며 두 사람의 손에는 7, 8벌의 옷과 두 켤레의 신이 들려졌다.“진서준 씨, 서준 씨 차례예요.”허사연이 웃으면서 카운터를 향해 눈짓했다.진서준은 은행카드를 들고 가서 계산을 했다.이 옷들은 다 합해서 200만 원 정도였다. 지금의 진서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진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4화

    원래는 자기가 돈을 내겠다고 했었지만 결국 허사연이 진서준의 물건을 다 사준 것이 되어버렸다.옷, 신발, 바지, 벨트, 시계... 이 모든 것을 다 합치면 거의 4억 가까이 되었다.진서준은 이런 것들을 가지는 꿈도 꿔본 적이 없다. 꿈에서도 이런 사치품들을 떠올리지 못할 정도였다.“오빠, 사연 언니가 오빠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꼭 붙잡아야지. 놓치면 안 돼!”차에서 진서라가 진서준을 향해 얘기했다.여동생이 놀리듯이 얘기하니 진서준의 얼굴은 금세 붉어졌다.“뭐라는 거야! 사연 씨가 나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진서준이 얘기했다.“좋아하는 게 아니면 왜 4억이나 넘는 물건들을 사주는 건데.”진서라가 작게 웃으면서 말했다.“게다가 아까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 사연 언니의 눈을 봤어. 좋아하는 마음은 감출 수 없다니까!”“헛소리 그만해. 나랑 사연 씨는 이제 안 지 일주일밖에 안 돼.”진서준이 급하게 해명했다.허사연은 재벌 집 딸인 데다가 성격도 좋고 이해심도 넓으며 사업에도 수완이 있었다.이렇게 완벽한 여자이니,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은 그저 의술과 도술이 조금 뛰어날 뿐, 허사연의 마음을 사로잡을 능력은 없었다.만약 허사연에게 설렌 적이 있냐고 물으면 대답은 당연히 ‘있다’였다.요조숙녀인 허사연을 싫어할 남자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설렘은 설렘일 뿐, 진서준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잘 알았다.“한 주일밖에 안 된 게 뭐가 어때서? 첫눈에 반할 수도 있는 거지!”진서라가 물러서지 않고 대답했다.“첫눈에 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진서준은 여동생을 향해 눈을 흘기고 얘기했다.“그건 그냥 성욕을 좋게 포장해서 얘기한 거야. 상대방이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다면 첫눈에 반할 리가 있겠어?”진서라가 반박했다.“외모가 중요하긴 해도, 알고 지내다 보면 외모 때문에 만나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의 성격을 보는 거지. 오빠, 나도 여자야. 여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하여튼, 오빠는 그저 사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5화

    오후에 쇼핑몰에서 진서준이 한 말이 사실이었다. 유지수는 확실히 바람을 피웠다.하지만 좋아하는 남자가 생긴 것은 아니고, 그저 이지성에게 복수라고 싶었을 뿐이다.유지수와 이지성이 결혼한 지 반년 정도 되었을 때, 이지성은 아직 유지수를 마음에 들어 했다.하지만 반년이 지나 서로가 익숙해질 때쯤, 이지성은 또 전과 같은 플레이보이로 돌아갔다.일주일에 집에 들어오는 건 두 번 정도였고 집에 오자마자 머리부터 박고 자면서 유지수와 같이 잔 적은 한 번도 없었다.처음에 유지수는 그저 억울함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그러다가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그녀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욕하기 시작하자 유지수도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술집에 가서 아무 남자나 붙잡고 밤을 보냈다.이튿날, 유지수는 후회막심했다.만약 이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유지수는 한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날뿐더러 진서준과 같은 모양이 될 수도 있었다.하지만 운명은 항상 잔혹했다.하룻밤으로 유지수는 임신하게 되었다.게다가 임신 2개월 만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이씨 가문 사람들의 욕설을 떠올린 유지수는 굳게 마음을 먹었다.그녀는 유혹적인 속옷을 입고 이지성과 함께 밤을 보냈다.그 후에는 임신했다고 둘러댔다.이지성도 크게 의심하지 않았고 이지성의 부모도 유지수를 애지중지했다.유지수는 아이를 낳기 전, 실수하지 않기 위해 병원에서 친자확인을 책임진 의사를 매수했다.그리고 그 의사가 유지수에게 알려주었다. 이씨 가문 사람들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이지성과의 친자확인을 의뢰했다고. 유지수는 한숨을 돌리며 동시에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실망했다.친자확인을 책임진 의사는 이씨 가문이 평범한 가문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머리를 굴렸다.이씨 가문의 사모님이니, 그 정도의 돈을 달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대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유지수는 자기의 미래를 위해 이 의사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의사는 처음에 돈만 요구했다.하지만 그는 유지수를 마음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6화

    김다중은 글라리아 별장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 그곳에 사는 건 다 부자들이었다.유지수는 진서준이 그의 전 남자 친구라고 했다. 게다가 이지성 때문에 감옥에서 3년이나 있다가 얼마 전 갓 출소했다고 한다. 아무런 능력도 없이 얼굴 하나로 허씨 가문 아가씨의 마음에 들어 꽤 잘살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김다중은 유지수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만약 유지수가 그저 그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면? 그래서 김다중은 내일 사람을 찾아 진서준을 패러 갈 때, 몰래 숨어있으려고 했다.진서준은 자기가 타겟이 되었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이튿날 아침. 진서준은 일어나 아침을 먹고 운전해서 별장을 떠났다.하지만 글로리아 별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봉고차 세 대가 그의 앞을 막아 나섰다.심상치 않은 상대들의 등장에 진서준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차에서 걸어 내려왔다.“진서준이라고 했지?”가장 앞에 선 대머리 남자가 사진 속의 남자와 진서준을 비교하면서 얘기했다. 대머리의 뒤에는 야구 방망이를 든 남자가 7, 8명 있었는데 모두 험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나한테 볼 일이라도?”진서준은 차갑게 그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다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우리가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우리를 건드린 건 아니지만 누가 돈으로 너의 목숨을 샀어.”대머리가 차갑게 웃으면서 얘기했다.그가 봤을 때 진서준은 그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반인이었다.그런 일반인 앞에서는 그의 부하들도 필요 없었다.“누가 내 목숨을 산 거야? 알려주면 안 돼?”진서준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런 건 죽고 나서 염라대왕한테 물어봐!”말을 마친 대머리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한 부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일단 다리부터 부러뜨리고 끌고 가.”차가 다니는 곳에서 일을 벌였다가는 복잡해지기 십상이다.야구 방망이를 든 부하가 진서준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진서준을 보고 있지도 않고 한눈팔고 있었다.그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바로 진서준의 다리를 향해 가격했다.야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57화

    대머리는 몸의 상처도 신경 쓰지 못한 채 다리를 절뚝이며 봉고차에 올라 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갔다.대머리가 떠난 후, 진서준도 자기 차에 다시 탔다. “유지수, 난 아직 너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감히 날 죽이려고 해?”진서준의 눈은 한기를 잔뜩 뿜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악독한 여자를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깊은 교훈을 줘야겠어.”먼 곳에서 자기가 부른 사람이 다 맞아서 도망가는 것을 본 김다중은 놀라서 그 자리를 떠났다.“미친 유지수. 감히 날 속여?!”김다중은 유지수가 자기를 속였다는 것에 매우 분노했다.진서준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어떻게 혼자서 아홉이나 상대할 수 있겠는가.진서준은 딱 봐도 실력자였다. 어쩌면 특수부대 출신일지도 몰랐다.김다중은 바로 유지수에게 문자를 보냈다.[당장 날 만나러 와.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야.]그 시각 유지수는 병원에서 이지성의 간호를 하고 있었다.‘그쪽’에 문제가 생긴 이지성은 요즘 유난히 폭력적이었다.심심하면 유지수에게 화를 내고 때리고 욕했다.“X발, 너 따위랑 결혼한 건 내 가문의 수치야! 진서준, 그 자식이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남자구실도 못 하게 했으니. 네가 아들을 낳은 점을 봐서 살려두고 있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진작 널 내쫓았을 거야.”이지성이 얼굴을 찡그리며 외쳤다.유지수는 억울하지만 반박할 수도 없어 그저 고개를 숙이고 참았다.이때 이혁진이 급하게 병원으로 와 병실에 들어와 이지성에게 정장 한 벌을 던져주었다.“저녁에 이 옷으로 갈아입어. 유지수, 넌 지성이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해.”이지성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버지, 제가 이 모양이 되었는데 연회에 참석하라고요?”“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해. 이 연회는 황보식 어르신이 주최한 거야!”이혁진이 표정을 굳히고 얘기했다.“황보식 어르신은 서울시를 위해 큰 인물을 소개해 준다고 했어. 이 초대장도 어렵게 구한 거야! 네가 가서 큰 인물을 좀 만나보라고! 그 사람한테 빌붙으라는 게 아니라 가서 더 넓은 세상을 보라는

최신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6화

    “저기 있어...”진서준은 박신준을 바닥에 내던지고 빠르게 건물로 달려갔다.“경비 연대 좀 보내.”박신준은 숨을 두어 번 가까스로 몰아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오늘 박신준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황예은이 떠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하문천 어르신, 보셨죠? 저는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 얌전하게 있는데 저 녀석은 제 체면 따윈 신경도 안 씁니다.”박신준이 이를 악물고 바로 고자질하자 하문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만둬, 방금 일어난 일은 못 본 걸로 할게.”박신준은 하문천이 자기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 말은 사실 진서준에게 하는 말이었다.지선도 죽일 수 있는 진서준이 굳이 박신준을 두려워할 리 없다.진서준은 속도를 내서 뛰어가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진서준은 진한 피비린내를 맡고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빠르게 피비린내가 나는 쪽을 따라갔다.우르릉!갑자기 진서준은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황예은은 도살장에 끌려간 죽은 돼지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황예은의 몸은 피투성이였고 피부가 찢겨나갔으며 살점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갔다.지금 황예은의 몸에는 거의 온전한 상태의 피부가 보이지 않았다.피는 황예은의 발끝에서부터 조금씩 떨어져 바닥에 흘러내리고 있었다.쿵!진서준은 발로 감옥 문을 열어젖히고 참선검을 꺼내 밧줄을 끊어냈다.그러자 황예은이 이내 진서준의 품에 떨어졌다.“이 개자식!”진서준은 황예은의 처참한 몰골을 보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박신준이 여자에게 이렇게 가혹한 대우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더군다나 박신준의 아들 박진강은 황예은이 죽인 게 아니었다.참선검도 주인의 살기를 감지한 듯 미세한 빛을 발산했다.진서준은 황예은를 안고 천천히 건물을 빠져나갔고 참선검은 그의 뒤를 떠다녔다.작은 건물 밖에는 수백 명이 총을 장전하고 출구를 겨누고 있었다.진서준이 황예은를 안고 나오는 것을 보자 군인들은 총알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5화

    박신준은 흑석영에서 이미 수년을 지냈고 여기 있는 모든 군인은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그래서 박신준은 하문천에게 공개적으로 대들 수 있었던 것이다.박신준은 하문천이 고작 여자 하나를 위해 장군 계급인 자기와 공개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내가 손을 대야 정신을 차릴 거야?”하문천이 평온하게 물었다.흑석영에는 군단 하나 정도의 전력이 있었고 설령 지선이라고 해도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을 위해서라면 하문천은 기꺼이 흑석영을 상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왜냐하면 그들 호국부가 진서준에게 진 빚이 있기 때문이었다.보해 전투에서 진서준이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진서훈과 그 일행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하문천 어르신, 그 여자는 도대체 어르신에게 어떤 사람입니까?”박신준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여자라고?”하문천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네가 잡은 건 남자야, 여자야?”박신준도 의외의 질문에 멍하니 서 있다가 답했다.“어르신이 구하려는 사람은 황씨 가문 그 여자가 아니었습니까?”“당연히 아니야.”박신준은 비로소 자기가 하문천의 말을 오해한 사실을 깨달았다.하문천이 구하려는 사람은 진서준이지 황씨 가문의 여자가 아니었다.“너 도대체 몇 명 잡은 거야?”하문천이 냉랭하게 물었다.“두 명입니다. 그중 하나는 남자입니다.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오해가 풀리자 박신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박신준이 만약 호국장군과 싸운다면 나중에 군부에서 그를 해임할 가능성이 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신준과 하문천은 진서준이 갇혀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유리창 너머로 방 안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자 하문천은 박신준이 진서준에게 형벌을 가했음을 눈치챘다.다행히 진서준은 추위를 타지 않는 편이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얼어 죽었을지도 모른다.“얼른 문 열어. 왜 이렇게 멍하니 서 있어?”박신준이 언성을 높여 부하에게 소리쳤다.문이 열리자 뼈까지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박신준은 저도 몰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4화

    말을 마친 박신준은 손에 든 긴 채찍을 휘둘러 황예은의 옆구리를 강하게 내리쳤다.팍!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황예은의 옷이 찢어져 나가고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복부에는 깊은 핏자국이 남았다.채찍이 박신준의 손에 돌아올 때 길고 날카로운 가시들에 피와 살이 묻어 있었다.극심한 고통이 밀물처럼 밀려와 황예은은 기절할 뻔했다.그 후, 채찍은 폭우가 쏟아지듯 미친 듯이 황예은에게 내리쳤다.팍팍!결국 황예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뼈저린 고통에 황예은의 몸은 계속해서 경련을 일으켰다.본래 완벽했던 황예은의 몸매는 이 가혹한 형벌을 겪은 후, 살점과 피가 튀어나오고 끔찍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채찍의 가시에는 피와 살점이 가득했다.자세히 보면 황예은의 뼈마저 아슬하게 드러나 있었다.연약한 여자가 아니라 강철처럼 단련된 군인도 이 고문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옆에서 지켜보던 군인들도 이 광경이 너무 참혹해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장관님, 이 여자 기절했습니다.”“물을 부어 깨워.”박신준은 황예은이 하나도 불쌍하지 않았다.박진강은 박신준의 유일한 아들이었다.그런데 그 유일한 아들이 죽은 마당에 박신준은 절대 황예은을 가볍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대한민국 최고 부자의 딸이라 해도 상관없었다.박신준의 아들을 죽인 자는 반드시 그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이내 군인이 커다란 통에 담긴 고추 물을 들고 왔다.이 고추 물을 피범벅이 된 몸에 부으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었다.촤락!고추 물이 황예은의 몸을 타고 흐르면서 상처투성이인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극심한 고통에 기절해 있던 황예은은 다시 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자극을 받고 눈을 떴다.지금 황예은의 머릿속은 온통 고통과 아픔으로 꽉 차서 터질 것만 같았다.“그만해, 얼른 날 죽여...”황예은의 목소리를 듣자 박신준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죽고 싶어? 내가 네 말을 들을 것 같아?”팍팍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3화

    다른 심문실에서 황예은은 의자에 단단히 결박된 채 앉아 있었다.황예은의 맞은편에는 박신준이 앉아 있었다.박신준이 황예은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증오가 담겨 있었고 황예은은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은 분명 처음 만난 사이인데 왜 상대방이 이렇게 자기를 증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국가를 배반한 반역죄를 저질렀다니, 황예은은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었다.“황예은 씨, 박진강과 당신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었습니까?”박신준이 다짜고짜 물었다.“네?”황예은은 그제야 왜 자기가 이곳에 끌려왔는지 알 것 같았다.“당신은 그 사람 삼촌인가요?”황예은의 질문에 박신준이 퉁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난 박진강 아버지입니다!”이 말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고 황예은은 순간 얼음처럼 얼어붙었다.박서명이 자기 친형제에게 오쟁이를 지게 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박신준을 쳐다보는 황예은의 의아한 눈빛을 본 박신준은 한마디 덧붙였다.“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닙니다. 자강은 우리 형이 나한테서 직접 입양한 아들입니다.”황예은은 더 이상 그 이유에 관해 묻지 않았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박신준이라는 장군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였다.흑석영에서 박신준은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황예은과 진서준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없을 것이다.“당신 아들은 내가 다른 사람을 시켜 때린 거예요.”황예은의 말에 박신준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그냥 때리기만 했습니까?”“그래요.”“근데 우리 아들이 죽었네요!”박신준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죽었다고요?”황예은도 순간 당황했다.진서준이 그 당시에는 꽤 과격하게 행동했지만 박진강을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분명 누군가가 박진강을 죽였을 것이다.“내가 한 일이 아니에요...”황예은은 본래 우리라고 하려다가 곰곰이 생각하고는 혼자서 모든 걸 떠안기로 결심했다.황예은은 진서준에게 진 빚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2화

    “군부에 잡혔어.”진서준의 말에 진서훈의 목소리가 다소 불쾌해졌다.“어느 군구야?”“너희는 어느 군구 소속이야?”진서준이 군관을 보며 물었다.“동부 임해 전구야.”“동부 임해 전구라고? 알았어.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낼게.”진서훈은 여전히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군관은 진서준의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았다.하지만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침묵만 지키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군부 사람들과 함께 차를 타고 두 시간 이상 간 후, 진서준 일행은 깊은 산속에 도착했다.마침내 차는 흑석영이라는 군사 기지에 도달했다.흑석영 군사 기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만이 갇히는 곳이다.일단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는 사람은 없다고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했다.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주변 환경을 천천히 살폈다.은은한 달빛과 반짝이는 별이 먹구름에 가려져 있었고 주변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다.딱 봐도 곧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그때 두 사람이 진서준과 황예은을 향해 다가왔다.“황예은 씨, 제 이름은 박신준입니다. 흑석영 군사 기지 총책임자입니다.”장군 훈장을 단 중년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박씨 성을 듣자 진서준과 황예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혹시 이 사람이 박씨 가문의 사람인가?하지만 황예은은 박씨 가문에 군부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왜 날 잡아들였죠?”황예은이 차가운 목소리로 따졌다.황예은은 장군급 군관을 상대하면서도 여전히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다.“황예은 씨는 반역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박신준이 차갑게 말하자 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간첩이냐 아니냐는 네가 잘 알지 않아?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까놓고 다 말하는 게 낫지 않겠어?”박신준의 얼굴을 보니 이전에 만났던 박진강과 조금 닮아있는 듯했다.이 사람은 박진강의 삼촌이나 큰아버지일 가능성도 있었다.박신준이 진서준을 힐끗 보더니 이내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이 두 사람 분리해서 구속해.”박신준이 두 사람을 따로 구속하려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1화

    군부 사람들이 자기를 찾으러 온 것을 본 황예은은 눈꺼풀이 저절로 뛰기 시작했다.그동안 박씨 가문 회사를 전적으로 맡고 있는 동안, 황예은은 군부 사람들과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국민은 절대 공무원과 싸우지 말고 공무원은 절대 군부 사람과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역사적으로 군부는 언제나 국가의 최고 권력이었다.군부의 고위층을 건드리면 그 후엔 끔찍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진서준도 바로 그 군부 군관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알아보고 설표 특전대에서 교관직을 맡기로 했다.“제가 바로 황예은이에요. 무슨 일이죠?”군부가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황예은의 말투는 여전히 그 여느 때와 다름없이 냉랭하고 자존심 강했다.그 군관은 황예은의 말을 듣고 얼굴에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넌 반역죄를 지질렀어. 넌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침투한 간첩이야.”군관이 거친 목소리로 꾸짖었다.반역죄를 저지른 간첩이라고?황예은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황씨 가문은 대대로 대한민국에 충성한 가문인데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죄를 지을 수 있을까?이건 명백히 누군가 고의로 자기를 음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심지어 상대방은 자기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군부까지 동원했다.황씨 가문은 군부에 아무런 인맥도 없었다.지금 이 상태로 군부로 끌려가면 그 처참한 결말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에요. 저는 절대로 간첩이 아닙니다.”황예은은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간첩인지 아닌지는 네 주장 하나로 해결할 수 없어. 우리와 함께 가서 조사받자.”군관도 똑같이 차가운 말투로 대응했다.그때, 진서준이 앞으로 나서서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누가 너희를 보냈어?”황씨 가문에 부귀전승이 존재하는 마당에 반역죄를 저지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황예은과 며칠을 함께 지내면서 진서준은 황예은이란 사람에 대해 자세하게 잘 알게 되었다.황예은은 극도로 자존심 강한 여자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00화

    비밀 문 안으로 들어가니 아래는 온통 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10여 미터를 걸어 내려가니 대략 10평 정도 되는 지하실이 나타났다.지하실은 매우 간소했고 고작 탁자 하나, 의자 하나, 침대 하나만이 놓여 있었다.그 탁자 위에는 오래되어 누렇게 바랜 고서가 놓여 있었고 첫 장에는 큼지막하게 ‘부귀전승’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누님, 이거 우리 아빠가 남긴 거예요?”황현호는 탁자로 뛰어가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5년 전, 아빠가 신비스러운 태도로 날 불러 여기로 데려왔었어.”황예은의 눈빛은 추억에 젖은 듯했다.“그땐 아빠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건 널 위해 준비해 둔 것 같아.”그때 황경영은 황예은에게 이렇게 말했다.“황씨 가문에 큰 위기가 닥치면 현호 혼자 이 비밀 공간으로 내려와 책에 적힌 전승을 배우게 해.”황예은은 이미 이 책을 읽고 따라 연습해 본 적이 있었는데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당시 황예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자기처럼 똑똑한 사람도 장악하지 못한 걸 머리가 둔한 황현호가 배울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황현호는 부귀전승을 집어 들고 몇 장 넘겨보더니 곧 그 책에 푹 빠져들었다.“보아하니 이 책은 우리 동생을 위해 준비된 게 맞는 듯하군.”황현호의 몰입한 모습을 보며 황예은은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너 아까 왕권부귀라고 했잖아. 그럼 혹시 왕권전승 같은 것도 있는 거야?”황예은의 질문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당연하지. 다만, 왕권전승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나도 몰라.”국가급 지도자는 몇몇밖에 없었지만 진서준은 쉽게 추측할 수 없었다.과거 왕권과 부귀는 막상막하의 힘을 자랑했지만 과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부귀의 세력은 왕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졌다.황예은은 진서준을 향해 고개 숙이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진서준, 정말 고마워.”“내가 너희를 도운 건 단순히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들으려고 한 게 아니야.”진서준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99화

    왕권부귀!이건 수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무도 수련의 체질이었다.예전에 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에게 이 체질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부귀의 체질은 그 자체로 부귀의 기운을 지니고 있어 무도를 수련하지 않더라도 가문을 번영하게 할 수 있었다.반면, 왕권의 체질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이 체질은 가문을 승승장구하게 하고 국가급 지도자 한 명은 반드시 배출해 낼 정도의 체질이었다.약 10분 뒤, 진서준은 황현호의 복부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끝났어.”황현호는 몸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느꼈다.가장 놀라운 건, 황현호의 체내 에너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황현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손발을 움직여보더니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날 살리면 내 단전이 없어질 거라고 했잖아. 근데 왜 멀쩡하지?”황예은 또한 의아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황예은은 특히 진서준이 언급했던 ‘부귀의 체질’이라는 말에 더 신경이 쓰였다.진서준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힐끔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고 황예은은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 말했다.“다들 일단 여기서 나가.”방에 진서준과 황예은, 황현호 세 사람만 남자 진서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왕권부귀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어?”“그게 뭔데?”황현호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황현호는 예전부터 먹고 놀고 즐기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반면 황예은은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내가 기억하기론 아빠가 그런 말을 언급한 적이 있어. 근데 그땐 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진서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물었다.“황경영 씨가 너희에게 뭔가 남겨준 게 없냐?”대한민국의 최고 갑부 황경영이 장악한 정보는 적지 않을 게 분명했다.그러니 아마 황현호가 부귀의 체질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다만 황현호가 무도를 배울 생각이 없어 보이자 굳이 말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황현호의 태어난 부귀의 체질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진정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98화

    “어떻게 낮춰야 할지 모르겠어.”황예은은 솔직히 털어놓았다.“제발, 이 두 글자만 붙이면 돼요.”서지은의 조언을 들은 황예은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제발 내 동생을 구해줘.”“거 참 말투가 딱딱하네.”황예은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우리 동생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네가 동생을 살려준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할게.”하지만 진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봐...”황예은은 두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었다.“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도 모르잖아. 그냥 돌아가.”진서준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존중을 원한다 이거지?”황예은은 이를 악물더니 다리를 굽혀 무릎을 꿇었다.이 장면에 서지은과 허윤진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심지어 진서준조차도 순간 표정이 굳었다.그렇게 자존심 강한 여자가 지금 이 순간 동생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이 사실이 소문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명주시 상류층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제발 우리 동생을 살려줘.”황예은은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투는 조금도 나약하지 않았다.“일어나.”“네가 허락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을 거야.”황예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내가 구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없어.”진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길 안내해.”황예은은 그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곧장 일어나 진서준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황씨 가문으로 가는 내내 진서준은 아무런 말이 없었고 황예은 역시 침묵을 지켰다.30분 남짓이 지나 병실에 도착했을 때, 황현호는 얼굴이 창백해 종잇장 같았고 근육은 다 풀어져 완전히 말라비틀어진 상태였다.그 모습은 꼭 열흘은 굶은 떠돌이와도 같았다.진서준은 황현호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았다.“조금만 더 늦었으면 진짜 죽었을 거야.”진서준이 의아해하며 말했다.다시 말해 지금은 아직 살릴 기회가 있다는 뜻이었다.황예은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진서준은 황현호를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내가 널 살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