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까지 막대기를 들고 진서준을 가리키던 경비원들은 바로 그의 비위를 맞추며 그들의 짐을 차에 실었다. 경비원의 차에 올라타자 진서라는 숭배하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진서준은 항상 진서라를 지켜주었다. 어렸을 때 진서라가 동네 꼬마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적이 있었는데 진서준이 그 사실을 알고 바로 혼자 달려들어 그 꼬마들과 싸웠었다. 비록 진서준은 상처투성이가 될 때까지 맞았지만 진서라의 마음속에 진서준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히어로였다.“서준아, 앞으로 너희 사장님을 위해 일 열심히 일해야 해. 절대 실망시켜 드려서는 안 된다. 알겠지?”차 안에서, 조희선은 흥분한 얼굴로 길가의 경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온갖 꽃이 만발하고 버드나무의 향기가 차창을 통해 사람들의 콧속으로 스며들었다.“알겠습니다, 어머니.”조희선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진서준도 많이 기뻤다. “서준아, 나중에 시간 되면 사장님을 집에 초대하거라.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네, 제가 기회를 봐서 사장님께 말씀드릴게요.”산 중턱에 있는 별장 앞에서 설경구의 BMW 차량이 멈춰 섰다.설경구는 장혜윤의 허리를 끌어안고 별장 입구에 서서 자신의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혜윤아, 이 별장은 내 거야. 앞으로 넌 여기서 살아.”장혜윤은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별장을 쳐다보았다. “자기야 고마워. 이렇게 럭셔리한 곳에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하하, 별거 아니야.”설경구는 싱긋 웃으며 맨 꼭대기에 있는 A급 별장을 가리켰다.“그 별장이야말로 최상급이었는데 아쉽게도 허성태 씨가 사버렸지 뭐야.”장혜윤은 그의 손가락을 따라 복숭아꽃으로 둘러싸인 A급 별장을 쳐다보았고 그녀의 눈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바로 이때, 차 한 대가 그들 앞을 지나갔다.차창이 반쯤 열리자 진서준의 얼굴이 드러났고 그는 길가에 서 있는 장혜윤을 차갑게 쳐다보았다.장혜윤은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별장을 쳐다보았다. “진서준?”장혜윤도 진서준을
설경구처럼 권세에 아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진서준은 호감이 별로 없었다.지금은 자신을 공손하게 대하고 있지만 만약 자신이 초라한 처지가 된다면 가장 먼저 등에 칼을 꽂을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이니까. 하여 진서준은 설경구와 거리를 둘 생각이다. 잠시 후, 진서준은 조희선과 진서라를 도와 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별장은 지상 3층과 지하 1층으로 되어 있었고 지하 1층에는 주차장과 헬스장 그리고 3층 옥상으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위층에는 거실과 주방, 다이닝룸이 있었고 2층에는 서재와 침실, 침실마다 화장실과 욕실을 따로 갖추고 있었으며 3층에는 각종 오락실로 구성되어 있었다.위로 올라가면 천장이 있었고 옥상에는 야외 수영장도 있었다. 거기 서서 경치를 바라보면 서울시의 반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글라리아의 맨 꼭대기에는 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워 보였다. 방 정리를 마친 세 사람은 옥상으로 나와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빠져들었다. 한참을 지켜보던 진서라와 조희선은 눈시울을 붉혔다.그동안 그녀들의 삶을 생각하면 이런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제 현실이 되니 그저 꿈만 같았다.“어머니, 서라야. 이제부터 여기서 살 겁니다. 이곳은 공기도 아주 좋아서 두 사람이 요양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에요.”진서준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 하자.”조희선은 눈을 비비며 감격스러워했다.“서라야, 당분간 일하지 말고 집에서 엄마도 돌보고 몸보신도 해. 너 지금 너무 말랐어.”진서준은 뼈가 앙상한 진서라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응.”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모시고 샤워하고 와. 갔다 오면 우리 밥 먹으러 가자.”진서라와 조희선은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 진서준과 함께 밥을 먹으러 나가려고 했다.바로 그때, 문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서 확인해 보니 허사연이 온 것이었다. “허사연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진서준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허사연을 쳐다보았다.
“너무 고마워요.”거실을 나선 진서준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허사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허사연이 오지 않았다면 조희선은 한동안 잠을 푹 자지 못했을 것이다. “자꾸만 나한테 이렇게 예를 차리면 정말 화낼 거예요.”허사연은 괜히 진서준을 쏘아보며 화난 척 입을 열었다.“하하... 사연 씨. 주차장에 있는 차, 내가 타고 다녀도 될까요? 이따가 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리고 나가 밥을 먹고 싶어서요.”아까 별장을 둘러볼 때 그는 주차장 안에 스포츠카 두 대와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글라리아 별장 앞에서는 택시가 전혀 잡히지 않아 외출하려면 차를 운전해야 했다. 진서준은 대학 때 이미 운전면허를 땄고 3년 동안 차를 만져보지 못했지만 운전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연하죠.”허사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이 별장에 있는 모든 것들은 서준 씨 마음대로 해도 돼요. 돌아가면 바로 사람을 시켜 명의 이전 해줄게요.”허사연을 보내고 진서준은 별장 거실로 돌아와 조희선과 진서라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서준아, 사장님 참 좋은 분인 것 같더구나. 꼭 열심히 일해야 한다.”조희선 다시 한번 그에게 신신당부했다. “어머니, 열심히 일할 테니까 안심하세요.”진서준은 웃으며 대답했다. 주차장 안에는 아우디, 빨간색 페라리, 그리고 은색의 람보르기니가 있었다.진서라는 스포츠카를 보고 눈빛을 반짝거렸다. 동생의 눈빛을 알아차린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서라야, 내일 당장 가서 학원에 등록해. 운전면허 따면 이 두 대 스포츠카 중에서 네가 마음 드는 걸로 하나 골라.”진서라는 고개를 저었다.“됐어, 오빠. 이 차들은 너무 사치스러워. 난 전동 스쿠터도 좋아.”“어떻게 그래.”진서준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차들은 지금 모두 허씨 가문의 것들이지만 오빠가 약속할게. 네가 면허증을 따면 너한테 스포츠카를 선물할게.” 스포츠카 한 대는 기껏해야 수억 정도일
여종업원의 태도에 진서준은 약간 화가 났다. 그는 이 세상에 왜 이렇게 사람을 깔보는 자가 많은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약한 자에게는 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꼼짝도 하지 못한 인간들이 수없이 많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가난하게 사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서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종업원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당신... 뭐 하자는 겁니까?”여종업원은 진서준의 차가운 시선에 온몸이 오싹해졌고 한기가 올라왔다.“경고하는데 함부로 굴지 말아요. 저희 가게의 경호원들은 다 군인 출신들이라고요.”“서준아, 싸우지 마!”조희선도 놀라서 진서준의 팔을 끌어당겼다. 진서준은 조희선을 쳐다보고 웃으며 달래듯 말했다.“어머니, 제가 왜 싸우겠어요? 계산하러 갈 생각이었어요.”이어 진서준은 여종업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지금 바로 계산할게요.”“좋아요!” 여종업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즉시 몸을 돌려 길을 안내했다. 진서준이 종업원을 따라 계산하러 가는 사이 명찰에 박수영이라고 적힌 여종업원이 진서라와 조희선에게로 다가왔다. 박수영은 이 레스토랑의 홀 매니저였다. 옅은 화장을 한 그녀는 몸매와 외모가 뛰어난 편이었지만 진서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이건 윤 도련님께서 사신 술입니다.”박수영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고 그녀는 쟁반에 놓인 60만 원짜리 와인을 진서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저한테요?”두 모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박수영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그쪽에는 아르마니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그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젊고, 잘생기고, 돈도 많고, 딱 봐도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의 곁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녀들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진서라와 조희선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서라는 단번에 그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방의 호의를 단칼에 거절했다.“죄송합니다만 전 저 사람 모릅니다. 이 술은 받지 않을게요.”“
레스토랑 안의 다른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한 모습이었다.“이제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기겠어!”박수영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도도하게 말했다.“윤 도련님이 직접 오셨는데 계속 시치미를 떼실지 두고 봐야지.”박수영은 윤준후와의 관계가 있기 전까진 윤준후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윤준후가 돈을 주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윤준후와 가까워졌다.“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윤준후입니다. 반갑습니다.”윤준후는 진서라 앞에 나서서 신사처럼 매우 우아하게 인사를 건넸다.“오늘 인연이 닿았으니 술 한잔하며 친구라도 사귀는 게 어때요?”여유, 자신감, 적지 않은 싱글 여성들은 그 모습에 살짝 긴장했다.옆에 있는 진서준은 그렇게 그녀들에게 무시당했다.진서라는 윤준후를 힐끗 쳐다보고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죄송합니다. 가족들이랑 식자 중이라서요.”“두 사람은 당신 가족이군요? 그럼 다 함께하면 되겠어요.”장애가 있는 조희선과 수수한 옷차림을 한 진서준을 보며 윤준후는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자신이 조금만 호기를 부려도 그녀의 가족들 마음을 빼앗을 수 있지 않겠냐 생각했다.“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야, 아니면 귀먹은 거야!”진서준은 차갑게 윤준후를 노려보았다.“어? 뭐라고?”윤준후는 자신의 귀를 후비며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박수영도 어리둥절해하더니 화난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맞고 싶어? 감히 윤 도련님을 욕하다니?”윤준후는 손을 내저으며 박수영을 뒤로 당기고 품에서 BMW 열쇠와 피커 별장 출입 카드를 꺼냈다.“난 개성 있는 사람이 좋아요!”윤준후가 웃으며 말했다.“예쁜 아가씨, 당신이 나와 함께 한다면 이 두 가지는 모두 아가씨 것이 될 거예요!”“1억4000만 원짜리 차에 4억짜리 빌라 한 채는 어때요?”뒤에 있는 그의 친구들이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박수영은 경멸의 눈빛을 보였고 다른 손님들도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난 듯 모두 이곳을 쳐다보며 진서준 가족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고 했다
박수영은 앞으로 나와 진서준을 가리키며 물었다.“너 뭔데 우리 윤 도련님한테 협박이야??”“우리 윤 도련님이 누군지 알아?”“사해 그룹 계열사 사장일 뿐만 아니라 허 사장의 친척이야. 너 같은 촌놈이 감히 우리 윤 도련님에게 손찌검하다니!”박수영은 정말 주인의 좋은 개였다. 보고 있는 진서준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다른 사람들의 관심사는 진서준과 달랐다.윤준후가 사해 그룹 계열사 사장이고 허 사장의 친척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 소리를 질렀다.사해 그룹은 이 도시에서 유명한 그룹으로서 시가총액이 조 단위를 넘는다!‘진서준은 망했어! 진서라도 곧 망칠 거야!’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진서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짖어대는 박수영을 바라보았다.“내가 술병으로 남의 머리를 때린 적은 있어도 아직 아무도 나를 때린 적은 없어.”윤준후는 모든 사람이 경외하는 시선을 즐기며 머리를 감싸고 진서준에게 다가갔다.“배짱은 그런대로 대단하네.”“하지만, 너 큰 사고 쳤어!”윤준후의 말이 끝나자 그의 친구들이 술병을 들고 진서준에게 다가가 언제든지 진서준과 싸우려 했다.“당신들 함부로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진서리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소리쳤다.“경찰에 신고해?”박수영은 코웃음 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한 번 해봐!”“한마디 경고하는데, 우리 윤 도련님은 많은 사람을 알고 있어!”“경찰에 신고하면 오히려 너의 오빠를 들여보낼 수도 있어!”진서준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덤덤하게 말했다.“용서비는 걸 포기한 것 같군.”“용서?”윤준후가 코웃음 쳤다.“난 평생 용서를 구한다는 말을 행동에 옮겨본 적이 없어!”“그럼 내가 가르쳐줄게!”그러자 진서준이 갑자기 주먹을 쥐더니 윤준후의 얼굴을 내리쳤다. 주먹 한 방에 윤준후의 이빨이 빠졌다.윤준후의 친구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진서준이 이미 그들 앞으로 돌진해 왔다.턱턱.진서준의 테이블을 제외하고 다른 테이블은 모두 엉망진창이
“진서라 씨, 미안해요. 방금 제가 눈이 멀었어요.”“제발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윤준후는 진서라를 돌아보며 필사적으로 용서를 빌었다.진서준만큼 모질지 않았던 진서라는 피투성이가 된 윤준후를 보며 진서준에게 말했다.“오빠, 그냥 보내줘.”“가도 되지만, 한 손을 잘라야 해.”진서준은 차갑게 윤준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알았어요... 지금 당장 스스로 내 손을 끊을게요!”손 하나로 생명을 바꾸는 일인데 바보라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알 것이다.그러자 윤준후는 손목 굵기의 쇠몽둥이를 구해다가 자신의 왼손을 향해 내리쳤다.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레스토랑에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머리털이 곤두섰다.다들 시간이 멈춘 것 같았고 숨 쉬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그들의 시선은 모두 진서준에게 집중되었고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방금 그들은 진서준이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조롱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오히려 윤준후가 한 손을 잘라버렸다.‘이 사람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설마 허씨 가문 아가씨의 약혼자는 아니겠지?’박수영은 너무 놀라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방금 윤준후의 뺨은 그녀를 순식간에 깨웠다. 그녀는 지금 이 청년을 해치우는 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꺼져.”순간 윤준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러진 왼손을 고깃덩어리처럼 뭉쳐 레스토랑 밖으로 도망쳐 나갔다.하지만 레스토랑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2층에 가지 않는 한 더는 식사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겁에 질린 레스토랑 지배인을 바라보던 진서준은 덤덤하게 한마디 했다.“2층에 자리를 마련해줘요. 우린 식사를 계속해야겠어요.”“네. 네, 저를 따라오세요.”레스토랑 지배인이 겁먹은 얼굴로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윤준후조차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남자이니 이렇게 작은 레스토랑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레스토랑 2층에 들어서자 그곳은 조용했다.곧 웨이터가 진서준이 방금 주문한 음식을 다시 내놓았고, 레스토랑 지배인이 와인 한 병을 들고 다가왔다.“
집에 돌아온 조희선은 방에 들어가 좀 쉬겠다 하고 남매 둘만 거실에 있었다.“서라야, 다른 일은 그만두고 집에서 좀 쉬다가 하얏트 레스토랑에 출근해.”진서준이 이렇게 말하니 진서라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 말대로 할게.”“하얏트 호텔 매니저의 번호야, 저장해.”진서준은 번호를 진서라한테 보냈다.진서라는 몇 년 전에 산 노키아 전화를 꺼낸 후 껍질이 닳아 떨어진 핸드폰 버튼을 조심스럽게 눌렀다.진서라가 핸드폰 번호를 저장한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서라야, 핸드폰을 바꿀 때도 되었어.”진서라 뿐만 아니라 진서준의 핸드폰도 낡은 휴대전화여서 바꿀 때가 되었다.“오빠, 나 출근해서 월급받으면 바꿀게.”진서라는 어색한 듯 말했다. 그녀는 예전 호텔에서 일할 때 주변 동료들은 전부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으나 그 혼자만 옛날식 노키아를 쓰고 있었다. 동료들이 드러낸 경멸의 눈길들은 그를 불편케 했다.“오빠 지금 돈 있어, 지금 바로 새 핸드폰 사러 가자.”진서준은 말하며 동생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자기 손을 꽉 잡고 있는 오빠를 바라보니 진서라는 너무 행복했다. 오빠만 곁에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두렵지 않았다!진서준은 차를 몰고 시내에 있는 휴대전화 가게에 왔다.3년 동안 감옥에서 지내 온 진서준은 사회생활과 멀게 느껴졌다. 그러니 핸드폰 같은 전자제품도 잘 알 리가 없었다.“서라야, 어떤 브랜드의 핸드폰을 사고 싶어?”진서준이 물었다.그의 말에 진서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실 나도 뭐가 좋을지 모르겠어.”생각해 보니 진서라도 3년 동안 계속 열심히 돈만 버느라 보니 이런 전자 제품들에 대해 잘 몰랐다.“그럼, 일단 직원이 추천하는 걸 들어나 보자.”진서준은 이렇게 말했다.남매 2인은 핸드폰 가게로 들어왔다.“안녕하세요, 핸드폰을 사러 오셨나요?”한 여직원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핸드폰을 사고 싶은데 좋은 핸드폰이 있으면 추천 좀 해주실 수
“좋아요, 번거롭게 해드려 미안하네요.”밤이 완전히 내려앉은 후, 소정태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진서준과 허사연 일행에게 방 세 개를 준비했다.방은 별로 화려하지 않고 심플하고 깔끔했고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조민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벨이 오래 울렸음에도 아무도 받지 않자 진서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진서준이 전화를 몇 번 더 걸어봤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조민영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지난번 양씨 가문에서 조민영은 자기 목숨을 걸고 진서준 앞을 막아섰다.그 용기 하나만으로도 진서준은 조민영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조민영은 이미 친동생과도 같은 존재였다.“모레쯤 조씨 가문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봉천시.조씨 가문 저택은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조씨 가문의 개인 병원 병실 내 조민영이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조민영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숨결이 미약했으며 기운은 극도로 쇠약했다.조민영 곁에는 조태희와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의 대머리 남성이 서 있었다.“장 의사님, 제 딸 상태가 어떻습니까?”조태희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장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가주님, 따님께서 단순히 병에 걸린 것이면 다행이었겠지만 문제는 병이 아니라 중독된 겁니다.”딸이 중독되었다는 말을 듣자 조태희의 얼굴이 굳어졌다.‘중독이라고? 언제 중독된 거지? 내가 왜 몰랐지?’“무슨 독에 중독된 겁니까?”지금 범인을 찾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은 딸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딸을 살린 후에 범인을 찾아도 늦지 않았다.“민영 아가씨 상태를 보아하니 칠채지독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이 독은 오독의 독액에 빙정과 천산설련을 섞어 만든 무색무취의 독입니다.”장 의사가 자세하게 독에 관해 설명했다.설명을 들은 조태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빙정과 천산설련은 매우 희귀한 약재로 천지산 근처에서만 발견될 수
뜨거운 김이 피어나는 욕조를 보며 소정태는 머리를 돌려 진서준에게 물었다.“진 교관님, 이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그래요, 근데 처음에는 좀 아플 거니까 꾹 참아야 해요.”진서준이 한마디 일러두었다.소정태는 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소정태가 횡련 대종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여러 전장에서 생존한 덕분이었다.몸에는 칼자국과 총상투성이였고 아무리 강렬한 고통이라도 소정태는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소정태는 옷을 단숨에 벗어 던지고 욕조로 뛰어들었다.그 순간, 소정태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강렬한 약효가 소정태의 근육과 뼈대를 자극하며 우두둑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결국 소정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괴로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은 단번에 효과를 발휘했다.잠깐 사이에 소정태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소정태의 고통스러운 비명은 무려 30분간 이어졌다.30분 후, 욕조 안의 약효는 완전히 사라졌고 피처럼 붉었던 욕조 물은 다시 맑고 투명해졌다.소정태를 다시 보니 온몸에서 이전보다 더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난 소정태는 드디어 경지를 돌파하게 된 것이었다.소정태는 일급 대종사의 절정 단계에서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다.평생 이급 대종사에 이르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진서준이 작성한 처방전 덕분에 단숨에 이급으로 돌파한 것이다.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기쁨과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욕조에서 나온 소정태는 급히 옷을 입고 무릎을 꿇어 진서준에게 머리를 숙였다.“진 교관님, 당신은 제게 새 생명을 주신 분이나 다름없습니다.”진서준이 없었다면 소정태는 평생 이급 대종사라는 경지의 문턱에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 덕분에 소정태는 단 30분 만에 평생 넘지 못할 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진서준은 소정태를 일으키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사령관님이 돌파할 수 있었던 건 사령관님이 이전부터 쌓아온
이때 병사들이 몰려와 허윤진에게 칭찬과 존경을 연신 쏟아냈다.“사모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젊으신데 벌써 종사라뇨.”“이런 대단한 사모님이 계시니 저희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사모님이라 부르자 허윤진은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허윤진은 허사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서둘러 사람들을 정정했다.“저는 사모님이 아니에요. 저분이 사모님이고 저는 저분 동생이에요.”처제를 사모님으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다들 아부하려다 큰 실수를 한 셈이었다.사람들은 급히 허사연 곁으로 가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저희가 착각했어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사모님, 저희 때문에 교관님과 다투지 마세요.”“진 교관님, 정말 죄송합니다...”진서준의 얼굴이 잔뜩 굳어지더니 병사들에게 소리쳤다.“다들 한가한 모양이지? 어서 가서 권법 연습이나 해.”백여 명의 병사들은 재빨리 진서준이 개량한 열풍권을 연습하러 뛰어갔다.“진서준, 방금 내 실력 어땠어?”허윤진은 깡충깡충 뛰어 진서준 앞으로 오더니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칭찬했다.“정말 강하던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이 훨씬 늘었어.”“당연하지. 내가 누군데.”허윤진은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좋아, 너희는 알아서 구경하고 있어. 난 소정태의 상태를 좀 보고 올게.”소정태에게 중상을 입혔으니 진서준은 당연히 확인하러 가야 했다.진서준이 군구 병원에 도착했을 때, 간호사가 소정태에게 붕대를 감고 있었다.“진 교관님!”진서준이 오자마자 소정태는 벌떡 일어나 경례를 올렸다.“크게 다쳤는데 얼른 앉으세요.”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한쪽에 있던 간호사는 놀라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소정태가 어떤 사람인지 군구 전체가 다 알고 있었다.심지어 군구 최고 책임자를 마주해도 소정태는 항상 당당했다.그런 소정태가 이제 겨우 스무 살 넘은 청년에게 먼저 경례를
고소연은 설표 특전대에서 유일한 여성 종사였고 그 실력은 압도적이었다.장서안 같은 일반 대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부사령관인 박준명조차 고소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허윤진과 고소연의 대결 전, 사실 대다수 병사는 허윤진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여겼다.진서준이 강하다고 해서 그의 여자친구도 강할 거란 보장은 없었다.병사들은 두 사람을 위해 넓은 공터를 마련했다.“허윤진 씨, 실례하겠습니다.”고소연은 허윤진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저를 봐주지 말고 모든 실력을 보여주세요.”허윤진도 똑같이 예를 갖추어 답했다.그 말이 끝나자 고소연은 미세하게 다리를 굽힌 후 치타처럼 순식간에 허윤진을 향해 돌진했다.고소연의 속도는 너무 빨라서 주변에서 지켜보던 병사들의 시선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소연이 자기 실력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허윤진의 눈빛에도 투지가 활활 불타올랐다.고소연은 허리를 낮춘 채 양손을 날카로운 발톱처럼 치켜들고 허윤진의 팔을 향해 덤벼들었다.고소연의 의도는 단순했다.허윤진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제압하려고 했던 것이다.“마침 잘 왔네요.”허윤진은 체내의 영기를 모으더니 불꽃처럼 타오르는 기운이 그녀의 양손에 뿜어져 나왔다.이 광경을 본 병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맙소사, 진 교관님의 여자친구도 종사였어?.”“세상에, 그래서 사모님이 고소연 부사령관님에게 대련을 신청했구나. 이제야 이해할 것 같네.”“사모님이라고? 야, 너 진짜 표현 잘한다.”곧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병사들 사이에서 퍼졌다.진서준은 그 단어를 듣자 얼굴이 어두워졌다.‘윤진은 내 처제가 아니야. 내 여자친구는 옆에 있는 사연이라고.’고소연은 허윤진도 종사라는 사실을 깨닫자 단전의 강기를 모아 기세를 더욱 끌어 올렸다.쾅...두 사람의 팔이 부딪히며 둔탁한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지면 위의 눈이 순간적으로 튕겨 나가며 사방으로 흩날렸다.허윤진은 제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고소연은 일곱 발짝 이상 뒤로 물러나며 겨우 몸을 가눴다.
진서준의 말에 소정태는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진 교관님.”소정태는 감격해하며 한마디 더 보탰다.“진 교관님, 제 식구는 이제 진 교관님께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부디 제대로 된 훈련 부탁드립니다.”소정태가 떠난 후, 진서준은 백여 명의 병사를 평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아직도 날 못 믿겠다는 사람이 있나요?”“없습니다. 우리 모두 진 교관님을 믿고 따르겠습니다!”병사들이 일제히 외치는 모습을 보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렇다면 특훈을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진서준은 설교 특전대에서 주목을 받는 장서안을 가리켰다.“이리 와 보세요.”장서안은 바로 앞으로 나와 공손히 물었다.“진 교관님, 무슨 지시가 있으십니까?.”“아까 여러분이 연습한 그 권법을 한 번 더 보여줘요.”진서준의 말을 듣자 장서안은 망설임 없이 설표 특전대 특유의 열풍권을 선보이기 시작했다.열풍권이란 권법은 이름 그대로였다.모든 주먹과 발차기가 굉장히 빠르고 맹렬했으며 거의 내지를 때마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이 권법은 특전대 병사들의 직업 특성과도 관련이 있었다.특전대 병사들은 다들 국가를 지키고 전장에서 적을 처치해야 하는 군인이었다.한 방에 적을 죽이지 못하면 죽는 건 바로 병사들 자신일 것이다.이러한 절박함 때문에 열풍권은 빠르고 강렬하기는 했지만 방어 자세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그래서 상대가 자기와 동등한 실력이라면 열풍권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나 상대가 더 강하다면 한 번의 공격 이후에 쓰러지는 건 오히려 아무런 방어도 없는 본인일 가능성이 높았다.진서준은 열풍권을 유심히 본 후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 권법은 참 허점투성이군요.”“네?”진서준의 평가에 병사들은 전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이제 내가 그 권법을 개량해 줄 거니까 다들 집중해서 보세요.”진서준은 창욱 어르신의 가르침을 받는 3년 동안 권법, 발차기, 검술, 도법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혔다.이렇게 여러 분야의
진서준의 속도는 이미 음속을 훨씬 넘어설 정도로 빨라 아무도 그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지 못했다.심지어 눈 위에도 발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병사들이 정신을 차렸을 땐, 진서준이 이미 소정태의 바로 앞에 있었다.진서준이 모래 주먹 크기만 한 주먹으로 살짝 튕기는 듯한 동작을 하자 순식간에 수만 톤의 강력한 힘이 소정태의 가슴에 작렬했다.쿵!소정태는 곧바로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처럼 공중으로 날아가며 고막을 때리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소정태가 날아간 방향에 따라 새하얀 눈밭 위로 엄청나게 긴 구덩이가 생겼다.멀리서 보면 초음속 전투기가 눈 위를 스치듯 비행하며 생긴 자국 같았다.소정태가 날아가는 동안 훈련장에 있는 장비들과 눈으로 덮인 나무들은 연달아 부서져 갔다.소정태는 수백 미터나 날아간 후에야 땅에 사나운 기세로 떨어졌다.순간, 훈련장은 완전히 정적에 빠졌다.하늘에서 내리던 눈송이조차 그대로 멈춘 듯이 공중에 멍하니 떠 있는 느낌이었다.모든 사람은 입이 떡 벌어져 사과 두 개는 들어갈 듯한 모습이었다.다들 도대체 뭘 본 거지?설표 특전대의 최고 전투력을 자랑하는 횡련 대종사가 겨우 손가락 하나를 맞고 이 지경으로 된 것이다.거의 평지가 된 훈련장과 숲을 보며 병사들의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휘둥그레졌다.소정태가 방심한 것도 같지 않았다.소정태가 아무리 방심했다 하더라도 진서준이 충분한 실력이 없었다면 소정태를 저렇게 멀리 날려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사실 소정태를 날려 보낸 게 아니라 진서준은 가볍게 튕겨 버린 것이다.하지만 그 충격은 개미가 코끼리를 넘어뜨린 것처럼 너무나 공포스러웠다.이제 병사들은 자연스레 공포에 사로잡힌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게 되었다.고소연과 박준명조차 이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아무리 최강의 흑린군 사령관이라고 해도 소정태를 이 정도로 날려 보내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대박이야. 이 진 교관이라는 사람은 대체 무슨 사람이지?’“사람을 찾아서 병원에 보내. 이대로 두면 죽을 거야.
“만약 이분의 교관 자격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언제든 진 교관에게 도전해. 진 교관은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야.”소정태는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준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여러분 사령관 말대로 앞으로 며칠 동안 저는 여러분의 교관입니다. 저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언제든 도전하세요. 하지만 제 시간이 많지 않아 이런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우리 할아버지께 약속드렸거든요. 여러분이 이번 8대 특전대 대회에서 우승하도록 훈련하겠다고요.”진서준의 말에 훈련장은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알고 보니 이 청년이 자기 할아버지의 추천으로 이곳에 온 것이었다.그러니 이 청년의 거만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뒤에 나온 8대 특전대 대회 우승 이야기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병사들은 이건 분명 집안 어른들이 진서준의 경험이나 늘려주려고 이곳에 보냈다는 걸 이미 알아챘다.문제는 이번에 저 청년 집안에서 틀린 장소에 청년을 보냈다는 것이다.설표 특전대은는실력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곳이었다.아무리 높은 신분이어도 실력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누구의 인정도 받을 수 없었다.“진 교관, 일단 저는 개인적으로 당신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설표 특전대의 인재 장서안이 앞으로 나섰다.진서준은 장서안을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다른 사람은 다 저를 인정하는 겁니까?”“우리는 전부 인정하지 못합니다.”백 명의 병사가 동시에 외쳤다.병사들의 목소리는 하늘을 울릴 만큼 강렬했고 먼 산까지 울려 퍼졌다.소정태는 얕은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렇게 잘난 척하던 자식이 어떻게 해결하려나 보자.’자기를 인정하지 않는 병사들을 보고도 진서준은 전혀 화내지 않았다.병사들이 자기를 인정하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오히려 처음부터 진서준을 인정했다면 이상한 일이었다.“저는 여러분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괜히 여러분을 다치게 하면 훈련에 지장이 생길 테니까요.”진서준이
소정태의 얼굴은 물을 짜낼 만큼 어두워졌다.호국장군 진서훈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소정태는 방금 진서준에게 손을 대고도 남았을 것이다.설표 특전대 병사들이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그들은 소정태의 자식들이었다.부모의 눈앞에서 누가 감히 아이가 무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그건 부모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방금 설표 특전대 병사들이 약하다고 말했어?”이 말은 소정태의 치아 사이에서 억지로 새어 나온 것 같았다.“맞아, 내가 그랬어.”진서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의 직설적인 태도에 소정태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고소연과 박준명은 어느새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이건 소정태가 엄청난 분노를 터뜨리기 직전의 신호였다.이 진서준이라는 녀석은 이제 끝장났다고 볼 수 있었다.“그 병사들 앞에서 직접 그 말을 할 수 있겠어?”소정태는 웃음을 거두고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당연하지.”진서준은 여전히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소정태는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고소연과 박준명도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보고는 따라나섰다.“서준아,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면 병사들의 자신감을 꺾을 수도 있잖아.”허사연이 우려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그 병사들에겐 약간의 충격이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성장할 수 없어.”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서준은 소정태 일행을 따라 훈련장에 도착했다.“집합!”소정태의 우렁찬 외침이 하늘을 찔렀고 그 소리의 충격에 지면에 쌓인 눈이 떨리는 듯했다.훈련에 여념이 없던 백여 명의 병사들이 단 3초 만에 소정태 앞에 깔끔하게 정렬했다.모두의 표정은 비장했고 한 명 한 명이 마치 투창처럼 곧게 서 있었다.소정태는 자기 병사들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오늘 너희를 위해 특별한 교관을 초빙했어. 근데 이분이 내 사무실에서 너희 실력이 너무 약하다고 하더군.”소정태의 말에 병사들의
진서준은 훈련장을 대충 훑어본 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병사들의 수준이 너무 낮았다.훈련 중인 100명 중 절반은 무인이 아닌 일반인이었고 내공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병사들이 사용하는 권법은 허점투성이였다.심지어 진서준이 감옥에서 막 출소했을 때조차 이들 100명을 혼자 상대하는 것도 거뜬했을 것이다.훈련장을 지나 진서훈 일행은 세 층짜리 하얀 건물로 들어갔다.그 건물의 한 사무실 안에는 전투복을 입고 위엄 넘치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남자의 존재감은 호랑이와 같았고 몸에서 피가 끓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으며 체내에는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었다.딱 봐도 횡련 대종사가 분명한 인물이었다.남자는 바로 설표 특전대의 사령관 소정태였다.노크 소리가 울리자 소정태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들어와!”박준명은 문을 열고 진서준 일행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소정태는 남자 하나와 여자 둘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위엄이 가득한 눈으로 박준명을 노려보며 물었다.“진 어르신이 약속한 교관은 어디에 있어?”보이지 않는 압도적인 기세가 박준명에게로 쏟아졌다.박준명은 그 기세에 눌려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박준명은 억지로 심호흡을 한 뒤 경례하고 나서 말했다.“사령관님, 이분이 바로 진 어르신께서 찾아주신 교관 진서준 씨입니다.”소정태는 순간 멍해졌고 자기 귀를 의심했다.박준명이 자기를 속일 리 없다는 걸 모른다면 아마도 박준명에게 귀싸대기를 날렸을 것이다.스무 살 조금 넘은 젊은 청년을 설표 특전대 교관으로 데려오다니, 이보다 더 어이없는 농담은 없을 것이다.“이분이 진 어르신이 추천한 교관이라고?”소정태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거의 고함을 지르듯 물었다.“맞습니다. 바로 이분이 진 어르신이 추천하신 교관입니다.”박준명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소정태는 그 말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을 꼼꼼히 살펴보았다.반소매 차림인 걸로 보아 약간의 실력은 있는 듯했지만 진서준의 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