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철의 명성은 너무 큰지라 허씨 집안마저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진서준은 사연의 고려를 눈치챈 후 말했다.“허사연 씨, 사람을 데리고 돌아가세요. 이 일은 제가 처리하면 됩니다.”“당신이 직접 처리한다고?”이혁진은 비웃었다.“강성철 어르신께서 오시기만 하면 그쪽은 죽은 거나 다름없어!”사연은 어금니를 꼭 깨물고는 서준을 보며 말했는데 그녀의 시선은 아주 굳건했다.“진서준 씨, 당신은 저희 허씨 집안의 은인이세요. 그러니 저희는 절대 서준 씨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사연의 이런 단호한 태도는 서준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그래. 당신이 정 허씨 집안을 이 구렁텅이에 빠뜨리게 하고 싶다면 내가 힘을 보태주지!”혁진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이를 갈았다. 그는 직접 성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 성철이 그에게 진 신세를 써버리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소중한 기횐데 이런 작은 일에 사용하기엔 너무 아까웠다.그런데 만약 이씨 집안이 사연이 서준을 데려가는 것을 눈 뜨고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분명 상류사회의 비웃음을 자아낼 것이다.이후, 또 누가 이 씨네 와 비즈니스 합작을 하려 할 것인가!전화를 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호텔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면서 뒤이어 소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은 호기심에 유리창 너머로 밖을 보았는데 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래에는 사람들로 뒤덮여 있었고 그들의 손에는 칼을 들었다. 호텔은 삽시에 이들에 의해 막혔다. 대략 세어보니 적어서 백 명이나 되었다.사연은 이 장면을 보자 간신히 갖고 있던 희망이 재가 되는 것을 느꼈다.그녀도 비록 경호원을 데리고 오긴 했지만 이십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십 명이 백명과 싸운다면 질 게 뻔했다. 더욱이 상대방은 무기도 들고 있었다.비록 강성철이 그녀를 어떻게 하진 못하지만 진서준은 분명 죽을 것이다.끼익...연회장의 문이 열리면서 스무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두 줄로 들어와서 일자로 늘어섰다. 그들은 전부 키가 백구십 정도였고 검은색 양복을 입고
성철의 부하가 움직인 것을 보자 겁이 많은 사람들은 눈을 막으면서 이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감히 보지 못했다.성철은 부하를 막지 않았다. 자신이 죽을 거라고 계속 말하던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 보고 싶었다.하지만 시퍼런 칼이 서준의 팔에 닿으려 할 때 그는 움직였다.서준은 손을 내밀어 두 손가락으로 칼을 잡았는데 아주 안정적이었다.성철의 부하는 덩치도 컸고 키도 190이 넘었다. 몸엔 근육이 단단히 잡혀있었는데 마치 큰 돌덩이 같았다. 그러니 그의 힘은 비리비리한 서준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서준은 두 손가락으로 그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칼을 허공에 멈추게 했다.다들 입을 크게 벌렸고 성철도 제법 놀란 듯했다.젊었을 적 성철이라 해도 두 손가락으로 칼을 잡지는 못했을 것이다.“감히 나한테 칼을 휘두르다니, 죽지 못해서 안달이네요.”서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가락을 세게 튕겼다.펑!큰 소리 후 칼은 절반으로 갈라졌다.성철의 그 부하는 연이어 뒤로 물러서면서 탁자에 부딪혔다. 그때야 간신히 힘을 빼고 제대로 섰다.그때 그는 자신의 손이 찢기면서 선홍색 피가 용솟는 것을 발견했다.성철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서늘하게 말했다.“좀 배운 놈이구나. 그러니까 이렇게 날뛰는군.”“하지만 넌 상대를 잘 못 골랐어!”성철이 손을 쓸 거라고 생각한 찰나, 그의 머리 위에 달려 있던 샹들리에가 예고 없이 떨어졌다.이 위기의 순간에 성철의 부하 한 명이 힘껏 그를 밀어냈다.결국 이 부하는 성철 대신 떨어지는 샹들리에에 맞아 핏덩이로 되었다.서준도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순간 아직 경악 속에서 헤매고 있던 사연을 안고 새처럼 뒤로 몸을 날렸다.성철은 이 장면을 보자 심장이 미세하게 떨렸고 눈동자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만약 부하가 목숨으로 그를 구하지 않는다면 죽는 건 아마 그였을 거다.원래 성철은 이게 단순히 우연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조금 있다가 벌어지는 일은 그로 하여금 아까 서준이 했던 말을 믿게 하였다.
성철은 강인한 남자였다. 스스로 팔을 부러뜨리면서 아픈 신음 하나 내지 않았다.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를 버린 후 성철은 몸을 돌려 서준을 보았다.“선생님, 마음에 드십니까?”“음, 나쁘지 않군요.”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의 부하더러 붓, 주사 그리고 노란 종이를 가져오라고 해요.”곧 성철은 서준이 원하는 모든 물건들을 가져오게 했다.그는 종이를 탁자에 놓고 붓을 들어 주사를 먹으로 삼고 손을 휘저으며 재난을 막는 부적을 그렸다.“이걸 갖고 다니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성철은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얻는 것처럼 부적을 옷 주머니에 넣었다.예전엔 성철은 이런 풍수지리를 믿지 않았다. 미신적이라 여겼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서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서준은 성철이 이 부적을 손에 넣은 후 그에게 해를 가하는 게 두렵지 않았다. 상대방을 살릴 수 있으면 당연히 그를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재난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선생님, 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말만 하시면 오늘 이씨 부자의 목숨을 끊을 수 있습니다.”이 말이 끝나자마자 이씨 부자의 안색은 순간 창백해지면서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연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놀란 얼굴을 했다.“이렇게 죽이기엔 너무 아까워요. 가끔은 빈털터리로 사는 것도 죽음보다 잔인할 때가 있거든요.”홀의 기온은 서준이 이 말을 한 후 물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게 변했다.지수는 눈앞의 서준을 보았다. 정말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자신이 마음대로 괴롭히던 서준이 이렇게 변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서준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사람을 구하면서 세상을 어진 마음으로 대하는 의사,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악마.도대체 뭐가 진정한 너야?’“이지성, 얼마 남지 않은 즐거운 시간을 잘 보내길 바라.”말을 마친 후, 서준은 몸을 돌려 호텔 밖으로 나갔다.서준이 간 후, 성철은 혁진을 차갑게 쏘
희선의 말을 듣자, 서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제가 전화해 볼게요.”서준은 핸드폰을 꺼내 서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두세 번이 지나도록 받는 사람이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점점 더 강해졌다.“어머니, 서라가 어디에서 출근해요? 제가 찾으러 갈게요.”“서라는 요즘 명성 호텔에서 출근해. 이 길 따라 남쪽으로 한 3킬로미터 정도 가면 돼.”희선은 창문 밖의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서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서준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았다. 오분도 되지 않았을 때 그는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이건 사성급 호텔이었는데 아까 서준이 갔던 오션 호텔과 비교할 수 없었다.그렇더라도 일반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서준은 빠른 걸음으로 호텔 안에 걸어갔다.호텔 로비에 서 있던 두 직원은 서준을 보자 얼굴에 경멸스러운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여기에서 일 년간 일하면서 서준처럼 두꺼운 낯짝으로 들어오는 가난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안녕하세요.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진서라가 여기서 일합니까?”서준은 직원 한 명 앞에서 예의 있게 물었다.하지만 직원은 불쾌하다는 듯 코를 막으면서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조금 떨어져요. 본인 몸에서 역겨운 냄새가 나는 줄도 몰라요?”오전 동안 바쁘게 다니다 보니까 몸에선 확실히 땀 냄새가 났다. 그러나 심하진 않았다.상대방이 자신을 깔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원하는 게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합니다. 진서라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서준이 서라를 물어보는 것을 듣자 여직원의 두 눈엔 경멸로 가득했다.“진서라 취향도 참 독특하다니까. 이런 남자도 눈에 들어오나 보지?”다른 여직원이 이 말을 들은 후 함께 비웃었다.“전엔 그렇게 청순한 척하더니 지금은 자기를 갖고 논 남자가 이렇게 일하는 데까지 찾아오고 말이야.”두 사람이 자신의 동생을 모욕하는 것을 듣자 서준은 순간 화가 났다.가족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거였다. 감히 함
십 분 전, 명성 호텔 매니저 사무실 안.“황 매니저님, 절 찾으셨어요?”서라는 긴장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는 중년 남자를 보았다.중년 남자는 황고석, 바로 명성 호텔의 매니저였다.비록 마흔 살 초반이었지만 탈모가 너무 심한 나머지 머리카락이 얼마 붙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신장에 좋다는 보약을 많이 먹어서 평소에 몇 걸음 걷지 않아도 숨을 헐떡인다.하지만 그런 몸 상태를 갖고 있어도 그는 저질적인 눈빛으로 호텔 안의 여직원을 훑고 다녔다.소문에 의하면 호텔 안 얼굴이 반반하게 생긴 여직원들과 다 잤다고 한다.서라는 전부터 황고석의 암시를 받았지만 엄숙하게 거절했다.그 후, 고석은 서라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월급을 깎았다.만약 집에 진 빚만 아니었어도 일찍이 사직하고 그만뒀을 것이다.오늘 퇴근하기 전, 그는 서라를 사무실에 불렀다.“서라 씨, 최근 서라 씨에 대한 컴플레인이 들어왔어요.”고석은 음탕한 눈빛으로 서라를 훑으며 시도 때도 없이 입술을 핥았다. 서라는 이 장면을 보자 구역질이 났다.“컴플레인이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저는 호텔 룰에 따라 일했을 뿐이에요.”서라는 불쾌한 듯 말했다.“그건 전 모르죠. 아무튼 전 컴플레인을 받았어요.”고석은 시선을 거두고 한 쪽 다리를 탁자에 올려놓았다.“손님 한 분이 서라 씨를 곧 사퇴하라고 하던데, 어떡할까요?”서라는 순간 당황했다. 그녀는 얼른 고석에게 빌었다.“매니저님, 제발 절 사퇴하지 말아주세요. 집에 진 빚을 다 갚지 못했단 말이에요.”돈을 갚기 위해 서라는 하루에 알바 세 개를 뛰었다.아침에 일찍 일어나 국밥집에서 일했고 점심 때엔 명성 호텔에 갔다. 저녁에 퇴근한 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노래방에서 일하면서 하루에 6시간도 되지 않는 수면시간을 가졌다.그녀도 좋은 일자리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고졸이어서 웨이터 외 다른 직업은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명성 호텔에서 잘린다면 단시간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건 괜찮지만 빚을 갚는 시간을 넘어서는 안 됐다.서라가 이
아까 서준에게 맞은 두 여직원도 위층에 올라왔다. 그들은 땅바닥에 널브러져있는 매니저를 보자 재빨리 달아갔다.“어머, 매니저님, 괜찮으세요?”“너희 둘은 눈깔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니? 이 꼴에 되도록 처맞았는데 괜찮을 리가 있어?”황고석은 두 여직원에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여직원은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억울함을 서라에게 퍼부었다.“진서라 씨, 당신 남매는 이제 끝이에요! 경비를 쳤을 뿐만 아니라 매니저님도 쳤으니 오늘 반드시 신고해서 당신들 감방에 처넣을 거예요!”여직원의 말을 듣자, 서라도 서준과 재회한 기쁨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서준이 다시 감방에 들어갈 것을 원하지 않아 연이어 사과했다.“죄송해요, 매니저님께서 제 몸에 손을 대려고 했어요. 그래서 오빠가 때린 거예요.”“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천한 년 몸에 손댈 수 있어? 분명 네년이 날 꼬신 거잖아!”고석은 큰 소리로 외쳤다.“그러니까요. 저희 매니저님이 얼마나 훌륭하신 분인데요. 어떻게 서라 씨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지금 당장 신고해요. 절대 이 남매를 봐줘선 안 돼요!”서준은 서늘한 시선을 하며 고석을 향해 걸어갔다.“당... 당신 뭐 하려는 거야?”몸에서 전해지는 통증은 여전히 고석의 대뇌를 자극하고 있었다. 서준을 바라보는 눈길엔 두려움이 가득했다.“내 동생에게 사과해요. 그리고 사실대로 말해요.”서준은 서늘하게 말했다.“사실 같은 소리 하네요. 이 호텔 전부가...”여직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쳤다. 순간 그녀는 멀리 날아갔다.“계속 내 동생을 모욕하면 영원히 그 입 닥치게 해줄 거예요!”서준의 몸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사무실 공기마저 얼어붙을 정도였다.아까 서라와 안을 때 그녀의 맥을 짚어보았다. 서라의 신체 내 여러 기관의 기능이 극도로 약해진 것을 발견했다.이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고강도로 일하느라 초래된 증상이었다.이 집을 위해 서라가 너무 많이 희생했다.서
고석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맞은 건 그인데 왜 잘렸는지 말이다.“사장님, 뭔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 이년이 먼저 절 꼬셨어요. 그리고 맞은 것도 전데 왜 절 자르세요?”고석은 억울한 표정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사장을 보며 말했다.“당신을 꼬셨다고요?”연아의 시선은 매우 차갑고 날카로웠다. 이 한눈에 고석은 마치 얼음으로 가득한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거울 좀 봐요. 당신 꼴이 어떤지.”다른 직원들은 이 말을 듣자 입을 막으면서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아까 고석의 편을 들던 두 여직원은 서로를 바라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고석은 마흔 살이 넘었고 머리카락도 몇 가닥 붙어있지 않았으며 얼굴에 잡힌 살은 반사될 지경이었다.호텔 매니저만 아니었어도 직원들이 그와 말을 섞는 일은 없었을 거다.“사장님, 그 말은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고석은 살짝 내키지 않았다.“제가 생긴 건 이래도 적어도 호텔 매니저예요! 저에게서 뭔가 얻으려고 꼬신 게 분명하다니까요! 하지만 전 매우 정직한 사람이니 이런 규율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어요.”고석은 정의가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는데 연기 실력은 현재 젊은 배우를 뛰어넘을 정도였다.하지만 현장에 있는 직원은 잘 알고 있었다. 고석은 직원의 월급을 착취하고 호텔 공금을 빼돌린 뱀파이어라는 것을.해가 서쪽에서 떴다는 것을 믿을지언정 고석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본분을 지킨다는 개소리를 믿지 않을 것이다.연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이 년 동안 비록 호텔에 와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당신이 한 짓을 모를 줄 알았어요?”강한 아우라에 고석의 이마엔 식은땀이 났다.“사장님, 잘못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전 절대 사장님에게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이 년 동안 고석은 확실히 호텔의 공금을 많이 탐냈고 만약 연아가 정말 그를 고소한다면 후반생은 족히 감방에서 보낼 수 있었다.“황고석 씨, 당신 동생이 내 아래에서 일을 착실하게 하지만 않았어도 당신은 이미 감방에 들어갔어요.
연아의 비서는 더는 참지 못하고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말했다.“어서 이 막말하는 경호원을 내던져요!”경호원이 손을 쓸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연아가 입을 열었다.“내 몸에 질병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이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 이지연과 서라는 깜짝 놀랐다.연아에게 정말 질병이 있다고? 그럴 리가!“당연히 눈으로 보아낸 거죠.”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한의학엔 네 가지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바로 환자의 병세를 보고, 듣고, 묻고, 맥을 짚어 보는 것입니다. 당신의 병은 실력 있는 한의사라면 한눈에 보아낼 수 있어요.”서준이 자화자찬하는 것이 아니었다. 연아의 한기는 너무 심했다. 삼 미터 밖에 있는 서준도 선명히 느낄 정도였다.이건 그녀의 차가운 아우라에서 나오는 기운이 아니라 그녀의 몸 내부였다.이 점에 대해 다른 사람은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에너지가 있는 서준은 선명히 느껴졌다.“잘난 척 좀 그만해요.”잠시 멈칫한 후 지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쪽 모양새를 보니 대학을 금방 졸업한 것 같은데 학교에서 몇 년 공부 좀 했다고 정말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죠?”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의술의 높고 낮음은 나이를 본다.만약 상대방이 60살이 넘는 어르신이었다면 믿음이 가지만 상대방이 금방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라면 감히 그에게 자신의 병을 맡길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나이가 의술이라는 생각은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었다.그래서 지연이 깔볼 때 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연아도 서준의 의술을 의심했다.그는 연아에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은 찬 음식과 찬 맥주를 마시지 못해요, 매번 이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심장과 위에 통증을 느끼죠. 그리고 내분비가 그렇게 균형되지 못하고 매달 월경 기간 많은 양의 피를 흘리죠.”서준의 말을 듣자 연아의 표정은 급변했다.다 맞는 말이었다.“당신의 체온은 점점 낮아져요. 비록 당신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가까이 오는 사람들은 한기를 느끼곤 해요.”이번엔 지연이 놀
진서준은 무심하게 주머니에서 갈색 알약 하나를 꺼냈다.그 모습을 본 소르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알약은 입에 닿자마자 녹아들었고 엄청난 영기가 범람하는 홍수처럼 진서준의 단전에 쏟아져 들어갔다.“다음번 공격으로 널 지옥에 보내주마.”말을 마치자마자 막대한 영기가 참선검으로 흘러들었고 검신은 순식간에 푸른빛으로 물들었다.소르는 참선검에서 모든 걸 파괴할 듯한 어마어마한 힘이 분출되고 있다는 걸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소르의 머릿속에 꽉 찼다.지금 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도망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소르는 재빨리 몸을 돌려 필사적으로 뛰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백 미터를 달려 나갔다.“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진서준이 발을 내디디는 순간, 이미 소르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이봐, 사람은 한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해. 그래야 나중에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어?”소르의 얼굴이 어둡게 일그러졌다.“넌 날 다시 볼 기회 따위 없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참선검이 소르의 목을 스쳤다.가는 실처럼 섬세한 검광이 스쳐 소르의 목에 붉은 선이 그어지더니 곧이어 피가 샘물처럼 솟구쳤다.휘둥그레 뜬 소르의 두 눈에는 극도의 원한과 후회만이 가득했다.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천의방 두 고수가 차례로 죽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분도 되지 않았다.그리고 그들을 죽인 건 단 한 사람, 바로 진서준이었다.이 사실이 외부에 퍼진다면 아마 전 세계가 경악할 것이다.“쏴! 당장 쏴 죽이란 말이야!”월런이 격노하며 명령을 내렸다.그러자 주변의 총잡이들이 일제히 총구를 들어 진서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지며 진서준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오늘 여기 있는 놈들은 모조리 쳐 죽일 거야.”선천의 힘조차 진서준을 상처 입히기 어려운데 하물며 이런 총알 따위가 위협이 될 수 없었다.진서준은 검을 휘두르며 총잡이 속으로 뛰어들었다.진서준이 지나가는 곳마다 아무런 저항도
“세 공격 만에 날 죽이겠다고?”루돌프는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섬뜩한 웃음을 터뜨렸다.“방금 그 노인네가 있었으면 조금은 신경 썼겠지만 네가 직접 그 노인네를 내보냈으니 네 손으로 죽음을 택한 거야. 요즘 젊은것들은 왜 이렇게 건방진 거야?”소르도 진서준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약을 삼킨 루돌프의 실력은 단순히 조금 오른 정도가 아니었다.지금의 루돌프는 사실상 십급 대종사와 맞먹는 수준이었다.세 번 공격은커녕, 열 번 공격한다고 해도 진서준이 루돌프를 죽일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저놈을 죽여.”월런의 얼굴이 새파래졌다.하문천이 다시 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호국장군이 이 대결에 끼어든다면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웠다.“가자!”루돌프가 먼저 움직였다.하지만 진서준의 속도가 더 빨랐다.진서준의 발끝이 땅을 스치자 어둠 속에서 수많은 잔상이 춤추듯 번쩍였고 그의 등 뒤에 떠오른 오조금용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챙!진서준의 검이 루돌프 앞을 가로막는 선천의 힘에 부딪치며 금속이 부딪치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한 번.”진서준의 표정은 냉랭했다.“이봐, 설마 진짜로 세 번 안에 날 죽일 셈이야? 농담도 정도껏 해.”루돌프의 분노가 폭발했다.차이더리스 가문의 절대 강자이자 천의방 고수인 자기가 한낱 젊은 청년한테 이런 취급을 당하다니, 분노가 끓어오를 수밖에 없었다.참선검이 루돌프를 꿰뚫지 못했지만 진서준은 모든 게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듯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쿵!진서준이 또 주먹을 내지르자 포탄이 산을 강타하는 듯한 충격이 일어났다.땅이 흔들리고 발밑의 지면이 반 미터 깊이의 균열을 만들며 사방으로 갈라졌다.루돌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자기 앞을 보호하던 선천의 힘의 방어막에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두 번.”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네놈을 죽여버릴 거야. 네 뼈를 뽑아 개밥으로 던져 주마.”루돌프는 광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분노에 찬
심지어 어둠 속에서는 저격수가 기회를 노리고 진서준을 죽이려고 했다.철갑탄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했기에 대종사급 강자라 해도 이 탄환을 정면으로 맞으면 무사할 수 없었다.진서준은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았지만 이 찬환을 회피할 기회조차 없었다.푸슉!철갑탄이 진서준의 갈비뼈를 꿰뚫었고 붉은 피가 상처에서 샘물처럼 터져 나왔다.“저놈이 치명상을 입었어!”월런이 흥분한 목소리로 외치며 모두의 기세를 돋구어줬다.그제야 주변에 있던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설마 이 청년이 죽지 않는 악마는 아닐지 다들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그러나 총상을 입은 진서준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것처럼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게다가 진서준의 상처는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저놈, 진짜 악마 아냐?”소르는 그 모습에 놀란 목소리로 중얼댔다.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이런 회복 속도가 나올 리가 없다.“바로 지금이야, 다들 함께 달려들어 저놈을 죽여!”루돌프가 정신을 차리고 모두를 향해 외쳤다.“너희 차이더리스 놈들, 우리 대한민국 땅에서 너무 날뛰는 거 아니야? 눈에 뵈는 게 없어?”그때였다.멀리서부터 우렁찬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누구야?”모두가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그곳에서 한 사람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이 선명해지자 소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하문천? 저 녀석이 왜 여기 있어? 명주시에 있던 거 아니었나?”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대한민국 국안부의 진천진군 하문천이었다.하문천을 보자마자 월런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호국장군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내가 너희 국안부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니야. 너희 사람이 우리 아들을 죽였단 말이야.”월런이 앞으로 나서서 하문천과 눈을 마주쳤다.“얼씨구, 그래서 네가 직접 대한민국에 발을 붙인 거야?”하문천은 월런의 말에 의아해했다.사실 하문천은 차이더리스 가문이 급하게 전용기를 띄워 대량의 인원을 강남으로
“진서준!”진서준의 뒷모습을 본 김혜민은 흥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진서준이 다행히도 제때 도착한 모양이었다.하지만 진서준의 품에 안긴 김연아를 본 순간, 김혜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김연아는 온몸이 피범벅이었고 등에는 살점이 찢겨 나가 볼품없이 다쳐 있었다.김연아가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당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이 개자식들이 이렇게 끔찍한 짓을 저질러?”김혜민은 이를 갈며 분노했다.“닥쳐! 저 계집 도망 못 가게 잘 감시해.”소르는 쌀쌀하게 명령을 내린 후 바로 전장 한가운데로 걸어갔다.소르의 시선은 곧바로 이미 선약을 사용한 상태인 루돌프에게 향했다.루돌프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다니, 눈앞의 이 진서준이라는 청년의 실력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어라? 이건 오조금용이잖아? 대한민국 용맥의 가문이야?”소르가 가까이 다가오자 진서준의 등에 새겨진 오조금용을 발견했다.“소르, 같이 이놈을 잡자. 우리 둘이 대한민국 용맥의 가문 비밀을 죄다 파헤치는 거야.”루돌프가 소리쳤다.루돌프의 몸은 이미 뼈만 남은 해골처럼 말라버렸고 마치 꺼져가는 촛불 같았다.하지만 루돌프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세는 여전히 강렬했다.“천의방 강자 둘이 협력하면 저놈이 살아남을 리가 없지.”아직 살아있는 월런의 부하들은 다시 희망이 활활 타올랐고 월런 역시 안도의 숨을 깊이 내쉬었다.“어서 저놈 죽여 버려!”월런은 진서준을 1초도 살려두고 싶지 않았다.진서준이 살아있는 한, 월런은 한순간도 편할 수가 없었다.“가자!”순간, 소르가 땅을 구르며 화살처럼 튀어나와 진서준에게 돌진했고 루돌프 또한 소르와 동시에 움직였다.두 사람이 앞뒤에서 진서준을 협공했다.“이런 치사한 놈들, 둘이서 한 명을 상대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김혜민은 급한 마음에 발만 동동 굴렀다.그 말에 주변의 사람들이 폭소했다.생사가 걸린 전투에서 치사하고 부끄러운 걸 따질 수 없었다.어떤 비겁한 수단을 써서라도 살아남는 자만이 최후의 승자였기 때문이다
쾅!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음과 함께 저택 전체가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했다.두 사람의 발밑에서 균열이 일어나더니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설마 루돌프 씨도 저놈을 이기지 못하는 건가?”“말도 안 돼. 저 대한민국 애송이가 얼마나 어린데?”“가주님, 지금 혼란스러울 때 총을 쓰는 게 어떻겠습니까?”곁에 있던 집사가 낮은 목소리로 귀띔했다.월런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단을 내렸다.“저격총을 사용해. 반드시 한 방에 저놈을 끝내야 해.”이제 와서 무슨 수를 쓰든 상관없었다.어떻게든 저 괴물을 죽이기만 하면 된다는 게 월런의 생각이었다.“알겠습니다.”집사는 즉시 사람을 시켜 저격팀을 준비했다.그때, 진서준의 옷이 찢어지면서 등 뒤의 오조금용이 모습을 드러냈다.“아니, 이건 오조금용이잖아? 설마 네가 대한민국 용맥의 가문 사람이란 말이야?”루돌프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루돌프는 100년 넘게 살아오며 일반인이 모르는 수많은 비밀을 알고 있었다.심지어 루돌프는 지난번 대한민국 대재앙에 가담했었다.목적은 단 하나였는데 바로 용맥 가문의 또 다른 인물을 잡기 위해서였다.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다시 용맥의 가문 사람을 마주하게 되었다.“네놈이 이 어린 나이에 괴물 같은 실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가 이거였네.”루돌프는 그제야 모든 게 이해되었다.20년 전 만났던 그 남자도 지금 이 녀석처럼 실력이 막강했다.“네놈은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아.”진서준은 무심한 표정으로 루돌프의 말을 외면했다.지금 진서준의 머릿속에는 오직 이 늙다리를 찢어 죽이는 생각 하나만 남았다.이 늙다리를 처치한 후 저 짐승 같은 월런에게 생지옥을 맛보게 해야 했다.“이봐, 네가 용맥의 가문이면 뭐 어쩔 건데? 20년 전 그 녀석도 우리한테 쫓겨서 개처럼 도망쳤잖아.”루돌프가 무심결에 진서준을 도발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진서준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더 활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그럼 당시 우리 아버지를 추격하던 놈 중에 네놈도
진서준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참선검을 휘둘렀다.검광이 실처럼 얇게 뻗어나가며 돌진해 오는 무인들을 거침없이 베었다.푸슉!다음 순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날뛰던 십여 명의 무인이 그대로 허리가 잘려 두 동강이 났고 핏물이 폭우처럼 쏟아지며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이 광경을 본 모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너무나도 잔혹하고 폭력적이며 압도적인 장면이었다.심지어 천의방 고수인 루돌프조차도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조금 전 그 무인들은 보통 실력자가 아니었다.전부가 종사급 무인이었지만 이 무인들은 진서준의 일격도 막지 못하고 전멸당했다.진서준은 발끝을 살짝 굴러 한 손에는 검, 다른 한 손에는 김연아를 안은 채 화살처럼 월런을 향해 돌진했다.“당장 저놈 막아!”월런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발밑에서 서늘한 냉기가 온몸으로 펴졌다.이렇게 무시무시한 대한민국 사람은 월런도 처음이었다.그동안 월런이 알던 대한민국 사람은 전부 교활하고 비열하기만 했지, 이렇게 폭력적이지 않았다.지금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월런의 편견을 깔끔하게 박살 냈다.“날 막는 놈은 죽을 각오로 덤벼.”진서준의 등 뒤로 혈기가 솟구쳤고 그는 지옥에서 걸어 나온 마왕처럼 존재만으로도 공포를 자아냈다.하지만 월런의 정예 병력들은 여전히 겁도 없이 진서준의 길을 가로막았다.진서준은 검을 살짝 비틀어 순식간에 앞을 가로막은 정예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찰나의 순간, 정예 병사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숨을 거뒀다.곧바로 진서준은 다시 몸을 틀어 다른 병사에게 검을 내리꽂았다.진서준의 검술은 빠르고 정확했으며 마치 살인의 신처럼 눈앞의 모든 생명을 베어 나갔다.진서준이 지나간 자리에는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자기가 데려온 최정예 병력들이 하나둘씩 도륙당하는 모습을 보자 월런은 분노로 이를 갈았다.“루돌프, 당장 저놈 숨통 끊어버려!”“알겠습니다.”루돌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눈빛에는 이미 경계심이 가득했다.루돌프는 지금까지 수많은 강자와 싸워왔지
기절한 김연아는 극심한 고통에 여전히 미약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물 뿌려서 깨워. 계속 때려.”하지만 월런은 무자비했다.“네!”찬물이 쏟아지자 김연아는 숨을 헐떡이며 다시 눈을 떴다.“내가 직접 하지.”월런은 채찍을 들고 직접 나섰다.월런의 손길은 부하들보다 더욱 거칠었고 김연아의 몸은 곧바로 한계에 다다랐다.“죽여... 날 그냥 죽여...”“네 남자를 오라고 하면 깔끔하게 죽여주마.”월런이 싸늘하게 제안했지만 김연아는 여전히 같은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그 모습에 월런은 더욱 강하게 내려쳤고 결국 김연아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가주님, 이대로 계속 때리면 정말 죽을 수도 있습니다.”소르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이 여자를 매달아 둬. 그리고 너희는 다시 진씨 가문에 가서 사람들을 잡아와.”월런의 얼굴에는 여전히 냉랭한 기운이 가득했다.“진씨 가문 놈들이 전부 이렇게 끈기 있는 사람일 수 없어.”“그럼 제가 혼자 가보죠.”소르는 혼자 차를 몰고 진씨 가문으로 향했다.한편, 김혜민은 간신히 진서준과 연결되었다.“진서준, 우리 언니가 외국 놈들한테 잡혀갔어. 우리 언니를 어서 구해줘.”“뭐라고?”진서준은 술기운이 단숨에 날아가며 표정이 어두워졌다.“연아가 잡혔다고? 누구한테?”“몰라. 송 어르신도 그 두 사람에게 당할 정도였어.”김혜민이 다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전화가 끊기자 진서준은 곧바로 김연아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들려오는 건 전화가 꺼졌다는 소리일 뿐이었다.김연아는 차에서 내리기 전, 이미 휴대폰 유심칩을 부숴버렸다.“용홍권 씨, 당장 한 사람을 추적해 줘요.”진서준이 급히 소리쳤다.“무슨 일이죠?”용홍권도 진서준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술기운이 반쯤 깼다.“김연아가 납치됐습니다.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요.”“알겠습니다. 바로 위치 추적할게요.”곧이어 도로 CCTV를 통해 김연아의 위치가 확인되었다.위치를 확인한 순간, 진서준은 말없이 차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았다.별장 앞에 도착해 차에
“내가 여기까지 온 이상, 죽음을 두려워할 것 같아?”김연아는 전혀 겁먹지 않은 채 월런과 눈을 맞췄다.월런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온 이상 오래 머물지는 못할 것이다.시간만 끌면 월런이 대한민국을 떠날 것이고 그러면 진서준은 무사할 것이다.이게 바로 김연아의 계획이었다.자기 남자를 지킬 수만 있다면 김연아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김연아 씨, 난 이번에 우리 아들의 복수를 하러 왔을 뿐이야. 그러니 여자를 고문하도록 날 자극하지 마.”월런이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정말 네 아들의 복수를 원한다면 저놈을 죽여야 해. 내 남자와는 상관없는 일이야.”김연아는 손가락으로 아담을 가리켰다.“저놈도 죽일 거야. 하지만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네 남자 때문이야.”월런은 싸늘한 얼굴로 대답했다.그 말을 듣자 아담은 순간 기절할 뻔했다.“가주님, 저 여자 거짓말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 제가 셋째 도련님을 죽일 리가 없잖아요?”“그래?”월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아담을 바라보았다.“네 제자들 말이야. 이미 몰래 나한테 다 불었어. 네가 내 아들을 죽였다고.”“네?”아담은 그 말에 눈이 튀어나올 뻔했고 믿기 어려운 표정으로 제자들을 멍하니 바라봤다.“스승님, 죄송합니다.”한 제자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이, 이 빌어먹을 배신자 놈들이 감히 날 팔아먹어?”아담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저놈을 매달아라.”월런이 무심하게 아담을 가리켰다.“가주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그땐 저도 너무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던 겁니다.”아담은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애원했지만 경호원들은 단숨에 그를 나무에 매달고 채찍을 들어 거칠게 후려쳤다.“아악!”첫 채찍질이 떨어지자 아담의 살이 터지고 피가 솟구쳤다.채찍은 철사로 만들어졌고 고춧물에 오래 담가둔 상태였다.피부에 닿는 순간 살점이 찢겨 나가며 상처를 통해 고춧물이 스며들어 극심한 고통을 유발했다.“죽을 만큼 때려.”아담의 고통에도 월런이 아랑곳하지 않고 냉정하게 명령했다.얼마 지나지
“어서 송 어르신과 다른 분들을 병원으로 옮겨.”“아가씨, 어서 도망치십시오. 이 자들은 아가씨를 잡으러 왔습니다.”송휘운이 다급히 외쳤다.“저를 잡으러 왔다고요?”김연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너희 둘은 누구야? 왜 우리 진씨 가문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네가 김연아야?”소르의 질문에 김연아가 대답했다.“그래, 내가 김연아야.”“우리랑 같이 가야겠어.”루돌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김연아가 왜 너희랑 가야 하지? 너희는 대체 누구야?”김혜민이 이들을 손가락질하며 불쾌한 목소리로 따졌다.“안 따라가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죽을 거야.”소르의 표정에는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소르는 진씨 가문 전체를 인질 삼아 김연아를 협박하고 있었다.그 말을 듣자 김연아의 얼굴이 차분해졌다.“좋아, 너희와 함께 가지.”“야. 너 미쳤어? 저놈들이 순순히 널 풀어줄 것 같아? 저놈들 따라가면 목숨도 장담 못 해.”김혜민은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굴렀다.“잠깐만, 내가 지금 진서준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할게.”김혜민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네 전화를 기다려줄 시간 없어. 지금 출발하자.”소르가 무심하게 말했다.“알겠어.”진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인지라 김연아는 망설이지 않았다.“안 돼, 기다려. 진서준이 오면 우리를 구해줄 거야.”김혜민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김혜민은 예전부터 김연아를 미워했지만 요새 여러 일을 겪으며 점점 이복형제인 김연아를 좋아하게 되었다.“난 괜찮아. 진서준에게 연락해서 절대 무모한 짓 하지 말라고 전해 줘.”김연아는 조용히 마지막 부탁을 남기고 망설임 없이 소르의 차에 올라타 진씨 저택을 떠났다.“젠장!”김혜민은 다급히 진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때 진서준은 오영수와 술을 마시며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 있어 전화 소리를 듣지 못했다.“왜 전화를 안 받아?”김혜민은 초조하게 휴대폰을 연신 바라보며 발을 굴렀다.“진서준, 빨리 전화 받아!”한편, 김연아는 소르와 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