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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무가
오늘 연회에 참석한 하객들은 전부 상류층의 유명 인사들이라 진서준처럼 평범한 옷차림의 일반인은 제지당하기 마련이다. 문 앞의 경호원은 이런 옷차림의 하객을 처음 본지라 바로 차단했다.

“손님, 초대장 보여주시죠!”

경호원이 진서준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진서준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초대장 없어요.”

“초대장 없으면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경호원이 야유 조로 말을 이었다.

“밥 한 끼 얻어먹을 생각이라면 밖에 나가 우회전하시면 작은 식당이 하나 있거든요.”

진서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경호원을 노려봤다.

“나 이지성 찾으러 왔어. 들어가서 진서준 왔다고 전해. 바로 알아들을 거야!”

경호원은 여전히 듣는 척도 않고 진서준을 내쫓으려 했는데 칼날같이 예리한 그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알았어요... 지금 바로 가서 전할게요!”

경호원은 종종걸음으로 이지성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 나지막이 말했다.

“도련님, 진서준이라는 분이 도련님 찾으러 왔습니다.”

경호원의 말을 들은 이지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백일잔치가 끝나거든 그를 찾아가려 했는데 집 앞까지 먼저 찾아올 줄이야.

연회장의 뭇사람들을 보며 이지성이 변우재에게 손짓했다.

“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

“진서준 이 새끼가 지금 왔대. 이따가 들어오거든 너 애들 거느리고 그 자식 잘 감시해!”

이지성의 눈가에 야유가 가득 찼다.

“내가 오늘 이 새끼 서울시에서 이름 날리게 해 주겠어!”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진서준이 만약 여기서 창피를 당한다면 앞으로 서울시에서 취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연회가 끝난 후 이지성은 진서준도 제 엄마처럼 똑같이 장애인으로 만들어 종일 모욕을 당하게 할 생각이다!

“네, 도련님!”

변우재가 흥분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마치 진서준이 겪을 처참한 결말을 미리 보는 것만 같았다.

문밖에서 진서준이 5분 정도 기다린 후 대문이 벌컥 열리고 변우재가 열댓 명의 건달들을 거느리고 그를 싸늘하게 쳐다봤다.

“야 이 새끼야, 네가 제 발로 기어들어 왔으니 우리 지성 도련님 원망하면 안 돼!”

원수를 다시 만나니 변우재는 유난히 흥분되어 그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진서준은 차분한 눈길로 상대를 흘겨보더니 그대로 무시한 채 더킹 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막 들어서려는데 변우재가 대문을 확 닫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힘껏 짓눌렀다.

더킹 룸 안의 조명이 순식간에 꺼지고 커튼도 전부 쳐져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하객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스포트라이트가 가운데 긴 단상을 비추고 이지성과 유지수가 그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저희 아들 백일잔치에 참석해주신 모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지성이 마이크를 쥐고 늠름하게 말했다.

“이쪽은 제 아내 유지수입니다. 지수랑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한 분 덕분입니다.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분도 오늘 마침 이 자리에 참석해주셨습니다!”

이지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스포트라이트가 진서준을 비췄다.

뭇사람들은 나란히 고개 돌려 수수한 옷차림의 진서준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지성 같은 부잣집 도련님이 왜 이런 평범한 사람과 친분이 있고 또 그에게 뭐가 고맙다는 걸까?

“이름은 진서준이고 제 아내의 전 남자친구예요. 다만 제 아내와 줄곧 관계를 가진 적이 없지요. 그 방면으로 문제가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자식 오늘 막 출소했는데 집에 돌아가 다리가 부러진 어머니를 보살피는 게 아니라 그새를 못 참고 우리 아들 백일잔치에 와줬네요. 어찌나 감동적인지. 이 자리를 빌려 네게 먼저 한 잔 올릴게 서준아!”

이지성은 말하면서 술잔을 높이 들더니 잔에 담긴 술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이건 죽은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방식이잖아!'

게다가 이지성이 한 말까지 결부하면 이건 감격이 아니라 엄연한 조롱이었다!

“배신당한 것도 모자라 이지성 씨 때문에 감옥까지 들어가고, 이 녀석 인생도 참 비참하네!”

“조용히 해. 지성 씨 들을라.”

뭇사람들이 나지막이 쉬쉬거리며 야유와 연민이 섞인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

이지성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점점 더 짙어졌다. 그는 분노에 찬 진서준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서준아, 너희 집에서 아직 내게 2억 더 빚졌다. 방금 쏟은 술을 네가 깨끗이 핥으면 2억은 무를게! 그리고 푸세식 화장실 청소하는 일도 소개해줄게. 어때?”

유지수가 입을 가리고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

“자기야, 서준이 대학교 때 학생회 부회장이었어. 어떻게 푸세식 화장실 청소를 해?”

“감방까지 다녀온 놈이 지금 푸세식 화장실을 가릴 때야?”

이지성이 비꼬며 말했다.

무대 위에서 맞장구치는 부부를 보며 진서준의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지성, 우리 집에서 빚진 돈은 이미 다 갚았어! 네가 계략을 피워서 우리 엄마 두 다리를 부러뜨린 일은 오늘 반드시 결판을 내야겠다!”

진서준의 목소리는 살을 에는 것만 같았고 홀 안의 온도도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지성의 눈가에 두려움이 스쳤다.

그는 놀라움을 뒤로 한 채 씩씩거리며 말했다.

“결판을 내? 너 따위가 가당키나 해?”

변우재의 목소리가 진서준의 뒤에서 울려 퍼졌다.

“새끼야, 감히 함부로 움직이기만 해봐. 오늘 이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네 사지를 부러뜨릴 거야!”

“죽고 싶어 환장했나!”

진서준은 더이상 마음속의 울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퍽!

거대하고 둔탁한 소리가 더킹 룸 안에 울려 퍼졌다. 기세등등하던 변우재는 진서준의 주먹 한 방에 십여 미터 밖으로 튕겨 나가 예식장 테이블에 심하게 부딪혔다.

변우재는 선혈을 내뿜었고 피비린내가 홀 안에 진동했다.

이를 본 뭇사람들은 제 몸에도 피가 튀길까 봐 뿔뿔이 진서준을 멀리했다.

“저 새끼 사지를 부러뜨려!”

이지성은 진서준이 정말 손을 쓰자 황급히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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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고개 들어. 난 지난 일 따질 생각 없어.”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감사합니다, 진서준 씨. 정말 감사합니다.”도서욱은 감격한 듯 연신 고개를 숙였다.도서욱은 이 용존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진서준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자기 목이 붙어 있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한편, 주변에서 구경하던 이들도 도서욱을 알아보고 경악했다.“세상에. 이건 무슨 상황이지? 그 유명한 서욱 두목이 저 난동 부린 애송이한테 사과한다고?”“내 눈이 잘못된 거 아냐? 아니면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건가?”“독사는 완전 끝장난 거 아냐? 서욱 두목조차 저렇게 공손하게 대하는 사람한테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니.”누구도 분명 정해져 있던 결말이 이렇게 뒤집힐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이었다.“야, 당장 굴러와.”도서욱이 갑자기 독사를 향해 호통쳤다.독사는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더니 허겁지겁 도서욱의 앞으로 달려갔다.“저기요... 저는...”독사는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그의 부하들 또한 얼굴이 새파래져 있었다.“난 그냥 블랙의 부탁을 받아 저 녀석을 좀 손봐주려 한 것뿐이야.”진서준이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블랙에게 바지가랑이 사이를 기어가게 했지? 그러니까 너도 똑같이 해. 어때? 안 억울하겠지?”“아니요, 절대 억울하지 않습니다. 저 할 수 있습니다.”독사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저 녀석 바지 밑으로 기어가.”진서준이 아까 설치던 직원을 가리켰다.“알겠습니다. 당장 하겠습니다.”독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직원의 바지 밑을 기어갔다.독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도서욱조차 벌벌 떠는 인물이라면 이 청년이 마음만 먹으면 독사 따위는 그냥 개미 한 마리처럼 짓눌려 사라질 뿐이었다.“앞으로 블랙한테 앙갚음하려고 하지 마. 알겠어?”진서준이 마지막으로 경고했다.“알겠습니다. 절대 그런 일 없을 겁니다.”독사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일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3화

    그 외침은 굉장히 컸고 독사와 그 일당은 순간 멈칫했다.“도서욱? 서욱 두목이라고?”독사는 멍하니 서 있다가 부하에게 지시했다.“이놈 단단히 붙잡아 둬. 난 밖에 나가 확인하고 오겠어.”말을 마친 독사는 서둘러 바깥으로 나갔다.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독사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수백 명의 인파가 바깥에 가득 서 있었고 그 선두에는 바로 도서욱이 있었다.독사가 동성 깡패 그룹의 두목이라고 해도 도서욱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도서욱은 강남 지하 세계에서 최고로 군림하는 존재였고 무도 종사인 소 마스터와도 친분이 있었다.소 마스터 한 명이면 독사의 구역 따위는 하루아침에 초토화될 수 있었다.“방금 서욱 두목이 뭐라고 했지? 진서준 씨에게 사과하러 왔다고? 진서준 씨는 도대체 누구지?”독사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중얼거렸다.도서욱이 부하들을 이끌고 직접 사과하러 올 정도라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떤 수준의 거물이라는 거지?그런데 도서욱의 모양을 보면 분명 그 사람이 지금 이 술집 안에 있는 것 같았다.독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이런 거대한 존재가 자기 구역 안에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까맣게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독사는 허둥지둥 도서욱에게 다가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부했다.“서욱 두목, 어쩐 일로 여길 오셨습니까?”조금 전까지 술집에서 보이던 거만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진서준 씨에게 사과하러 왔어.”도서욱은 냉랭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오히려 내가 묻고 싶구나. 진서준 씨가 왜 네 구역에 와 있는 거지? 설마 네가 진서준 씨를 건드린 거야?”“네?”순간 독사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서욱 두목, 농담하시는 겁니까? 제 구역에 그런 거물이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정말 그런 분이 계셨다면 전 당장 제단을 차려서 모셨겠죠. 감히 건드릴 엄두도 못 냈을 겁니다.”도서욱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서욱 두목, 그분이 제 술집 안에 계신 게 맞습니까?”독사의 목소리가 떨렸다.“당연하지.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 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2화

    본래 약간 한산했던 공간이 이제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진서준도 서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저놈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몰라, 근데 누구든 간에 독사 형님 구역에서 사고 치면 무조건 죽는 거야.”사람들은 수군거리며 진서준을 쳐다보았고 다들 속으로 저 청년이 오늘 여기서 끝장날 거라는 생각을 했다.대략 100명은 되어 보이는 경호원들이 진서준을 완전히 에워쌌다.“저놈이 이소룡이 환생한 사람이라 해도 살아 나가기 힘들 거야.”진서준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분명 너희 두목을 찾으러 왔다고 했어. 왜 쓸데없이 너희가 대신 얻어맞으려고 하는 거야?”“닥쳐! 우리를 건드린 대가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마. 다들 저놈 죽여버려!”카운터 안쪽에 앉아 있던 김혜민의 표정이 굳어졌고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아무리 봐도 감당하기 힘든 숫자였다.한순간, 100여 명의 조직원들이 각종 무기를 들고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그러나 진서준은 침착하게 그 자리에서 손만 움직였다.콰지직!펑!“으아악!”사방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비명이 터져 나왔다.진서준은 마치 전쟁터의 신이라도 된 듯했고 아무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가까이 오는 자들은 주먹 한 방이면 허공으로 날아가고 따귀 한 대면 바닥에 나뒹굴었다.순식간에 100명 이상의 조직원이 쓰러졌다.그리고 무대 중앙에 홀로 서 있는 건 진서준뿐이었다.“대박, 이거 이소룡보다 더 미친 실력인데?”“100명이 한꺼번에 덤볐는데도 멀쩡하다고?”“이게 진짜 짱이야.”구경꾼들의 입이 떡 벌어졌고 직원들도 완전히 얼어붙었다.이렇게 싸움을 잘하는 놈은 난생처음이었다.진서준은 차갑게 마지막으로 경고했다.“마지막 기회 줄게. 두목한테 전화해. 아니면 이 술집을 통째로 날려버릴 테니까.”“알았어, 너 잠시만 기다려, 지금 당장 우리 두목한테 전화할게.”직원은 그제야 덜덜 떨며 급히 휴대폰을 꺼냈고 독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술집에서 소란을 피우는 놈이 있습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1화

    독사의 구역에 도착한 후, 진서준은 김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차에서 기다릴래? 좀 있다가 난장판 될 텐데 너까지 보호하기 힘들 수도 있어.”이번에 온 이유는 블랙을 위해 이곳의 조직 두목을 혼내주기 위해서였다.상대 쪽은 수가 많았지만 진서준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다만 일반인을 상대로 죽을 정도로 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적당히 손봐주기만 하면 됐다.“괜찮아, 난 너랑 같이 안 있을게. 그냥 구경꾼 모드로 있을 거야.”김혜민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진서준은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다.“그래, 알았어. 이따가 꼭 조심해.”진서준이 굳이 말려도 김혜민이 말을 들을 것 같진 않았으니 차라리 스스로 조심하라고 하는 게 나았다.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동성구에서 가장 큰 술집으로 향했다.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술집 안에는 이미 청년들이 꽤 있었다.귀를 찢을 듯한 음악과 어지러운 조명 속에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춤을 추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딱 봐도 열기로 가득한 분위기였다.이런 환경이 진서준은 영 익숙하지 않았다.대학 시절에도 이런 곳엔 오지 않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몇 번 온 게 전부였다.진서준은 들어서자마자 직원에게 다가갔다.“너희 사장 독사 있어?”직원은 진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처음 보는 얼굴이었기에 경계하며 물었다.“넌 누구야? 우리 사장을 왜 찾는 거야?”“당연히 볼 일이 있어서지.”“무슨 일이든 일단 나한테 말해.”직원이 차갑게 대응했다.“너한테는 말해봤자야. 내가 두들겨 패야 할 사람이 너희 두목이거든.”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직원은 순간 멍해졌다.“뭐라고? 우리 두목을 패겠다고?”“그래. 그러니까 전화해서 얼른 오라고 해. 10분 안에 안 오면 이 술집을 박살 내버릴 테니까.”진서준의 싸늘한 말투에 직원의 얼굴이 굳어졌고 바로 소리쳤다.“이 자식이 깽판 치러 왔네? 거기 경호원 없어?”곧이어 덩치 큰 남자 네 명이 다가왔다.“이 녀석이 지금 소란을 피우려고 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50화

    설마 진서준이 경성 진씨 가문의 후예였다니, 그건 왕족이나 다름없는 신분이었다.“진서준 씨, 이제 만족하셨습니까? 만족했다면 이제 어떤 정보를 살 건지 말해보시죠.”블랙은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말했다.“진요천의 현재 위치입니다.”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건 좀 어렵겠는데 일단 해볼게요.”블랙은 도서욱과는 달랐다.먼저 일을 처리하고 그다음에 가격을 부르는 타입이었다.블랙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한참을 검색했고 이윽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쉽지 않네요. 가장 최근 정보가 두 달 전입니다. 진요한이 강남에 있었다고 나오네요.”“뭐라고요? 강남이라고요?”진서준의 눈이 번뜩였다.“맞아요. 하지만 그건 두 달 전 얘기입니다. 지금도 거기 있는지는 저도 몰라요.”블랙이 고개를 저었다.두 달이라면 꽤 긴 시간이었기에 이미 구지범에게 딴 곳으로 끌려갔을 가능성이 컸다.“진요한은 혼자 있었나요? 아니면 누군가 같이 있었나요?”진서준이 다시 물었다.“정보에 따르면 처음엔 누군가 함께 있었고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은 사라졌고 결국 강남엔 진요한 혼자만 남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정확한 위치조차 파악이 안 되고요.”블랙은 어깨를 으쓱였다.“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요? 진요한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면 무조건 먼저 저한테 알려줘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 겁니다.”진서준이 다급하게 말했다.아버지를 찾을 수만 있다면 돈이 문제가 될 리 없었다.“돈은 이제 별로 필요 없어요. 대신 당신이 용존이라면 제 부탁 하나만 들어줘도 되나요?”블랙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뭔데요? 법률이나 도의에 어긋나는 거만 아니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요.”진서준이 단호하게 말했다.“강남 동성구의 깡패 조직 두목이 예전에 날 개 패듯이 팼어요. 저를 대신해서 그 자식 좀 혼쭐 내주세요.”이 말을 듣자 진서준은 순간 멈칫했다.“부탁이란 게 겨우 이것인가요?”대단한 일이라도 시키려나 했더니 고작 사람 하나 혼내주는 거였다.“이게 쉬운 일인가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49화

    “네?”도서욱은 얼이 빠졌다.‘아니, 예전에도 사람 죽이는 짓 많이 해놓고 오늘은 갑자기 사람 죽이라니까 그게 자기를 해치는 거라고?’“너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는 있어?”도서욱의 멍한 표정을 보자 소 마스터는 이를 악물고 분통을 터뜨렸다.“모르는데요? 유명한 놈인가요?”도서욱은 머리를 긁적였다.“그냥 좀 싸움 잘하는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소 마스터님 상대는 절대 못 되죠.”도서욱은 애써 비위를 맞추려 했지만 이번엔 제대로 헛발질했다.“개소리 집어치워!”소 마스터는 도서욱의 머리를 힘껏 후려쳤다.“나 같은 놈 백 명이 덤벼도 저분한테는 한 끗도 안 먹혀.”머리를 처맞은 도서욱은 화를 버럭 내려다가 그 말에 입을 떡 벌렸다.“네? 백 명이 덤벼도 안 된다고요?”“헛소리 말고 똑똑히 들어. 그분이 누군지 알아? 그분은 바로 전설 속의 용존이야. 단 일격으로 육급 대종사 둘을 처단한 괴물 같은 존재라고. 동북 지역을 주름잡는 두 명문대가조차 머리를 조아리게 한 절세 천재란 말이야. 그런 사람을 내가 죽이라고? 네가 미친 거야, 아니면 날 미치게 하려는 거야?”소 마스터는 혈압이 치솟아 도서욱을 한 대 더 패 죽여버리고 싶었다.“뭐라고요? 그놈이 바로 그 전설적인 용존이라고요?”도서욱은 말 그대로 정신이 아득해졌다.용존의 이름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오늘 그 전설적인 존재를 직접 봤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그 앞에서 행세하고 심지어 사기를 쳤다고?순식간에 도서욱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손등으로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도서욱은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었다.“소 마스터님, 그럼...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당장 사람 데리고 가서 무릎 꿇고 빌어. 용존께서 널 용서하지 않으면 넌 오늘부로 끝장이야.”소 마스터는 단호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바로 사람 모아 거기 가서 사죄드리겠습니다.”도서욱은 급히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48화

    “너... 너 대체 사람이야, 귀신이야?”진서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차갑게 다가가기만 했다.“오지 마. 오면 쏠 거야.”도서욱은 허둥지둥 품에서 작은 권총을 하나 꺼냈다.총이 등장하자 김혜민은 깜짝 놀라 외쳤다.“진서준, 조심해.”총은 여러 무기 가운데서도 차원이 다른 위력을 가진 무기였다.보통 사람이라면 총구 앞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무술을 익힌 무인이라 해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맞으면 반응하기 어려웠다.“네가 아무리 강해도 총 앞에서는 꼼짝 못 하겠지.”도서욱이 비굴한 웃음을 짓자 진서준의 눈빛이 한없이 차가워졌다.“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누군가 내 머리에 총을 들이대는 거야.”“그럼 당장 꺼져. 안 그러면 진짜로 쏠 거야.”도서욱이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진서준은 미동도 없이 그저 천천히 걸어갔다.“한번 쏴 봐. 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진서준이 전혀 위축되지 않자 도서욱은 이를 악물고 방아쇠를 당겼다.탕!총성이 울려 퍼졌다.“진서준!”겁에 질린 김혜민이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다음 순간, 도서욱과 김혜민은 동시에 얼어붙었다.고속 회전하며 날아가던 총알이 진서준의 눈앞에서 멈춰 선 것이다.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총알을 꽉 움켜쥔 것처럼 보였다.도서욱은 눈앞의 광경이 믿을 수 없어 말문이 턱 막혔다.사람이 어떻게 총알을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손을 뻗어 떠 있는 총알을 집어 들어 손끝에 힘을 줬다.우두둑!총알이 가루가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그 순간, 도서욱의 정신도 완전히 박살 났다.도석욱은 바닥에 풀썩 주저앉더니 곧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형님, 제가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총도 통하지 않는데 대체 무슨 수로 저 사람을 이길 수 있겠는가?결국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해야 했다.“이미 기회를 줬지만 네가 스스로 걷어찼지.”진서준이 싸늘하게 말했다.“형님, 제가 진짜 잘못했습니다. 방금 속여서 가져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47화

    “나쁜 결과를 감당하라고?”도서욱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이봐, 네가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도서욱은 애초에 진서준과 김혜민이 둘뿐인 걸 보고 쉽게 한탕 해먹을 생각이었다.어차피 돈을 뜯어내도 저 둘이 어쩔 수 없을 것이다.설마 주먹으로 해결하겠다고?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도서욱 뒤에 서 있는 경호원 네 명은 내공 무인으로서 실격이 대단한 사람이었다.게다가 복도에는 무려 백 명이 넘는 경호원이 대기 중이었다.이 애송이가 미치지 않고서야 혼자서 이 모든 사람을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내가 화내기 전에 네 여자 데리고 꺼져. 안 그러면 너희 둘 다 이곳에서 무사히 못 나갈 줄 알아.”도서욱이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 진서준 뒤에 서 있는 여자는 꽤 탐나는 미모였다.하지만 도서욱도 너무 욕심부리는 타입은 아니었다.이미 400억을 손에 넣었으니 이런 돈이면 원하는 여자를 전부 구할 수 있었다.게다가 상대방이 순식간에 400억을 쏜 걸 보면 신분도 만만치 않을 터였다.괜히 사태를 심각하게 끌고 가 불필요한 소란을 피울 필요는 없었다.도서욱 뒤에 서 있던 경호원이 네 명이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우락부락한 근육을 과시하며 진서준과 김혜민을 위협했다.그 모습을 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다.“진짜 안 돌려줄 거지?”“계속 떠들어 봐. 곧 이 방을 기어서 나가게 될 테니까.”도서욱은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야, 우리 사장님 말씀 못 들었어? 당장 꺼져.”경호원의 호통에 진서준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결국 힘으로 설득할 때가 온 것이다.진서준은 앞으로 나서더니 갑자기 손을 휘둘렀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따귀를 맞은 경호원은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입안에서 이빨이 피와 함께 튀어나왔다.“이 개자식이 감히 먼저 공격한다고?”도서욱은 테이블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진서준을 가리키며 분노를 터뜨렸다.“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46화

    “다른 곳은 몰라도 서욱 두목님한테는 당연히 규칙이 있지.”경호원이 쌀쌀하게 대답했다.“나 시간 없어. 돈 줄 테니까 정보나 줘.”진서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어차피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 내고 사는 건데 저렇게 거만하게 구는 건 아무리 봐도 기분 나쁜 일이었다.김혜민이 진서준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그만해, 진서준. 그냥 좀 기다려보자.”사실 김혜민도 여기 온 건 처음이었다.그저 친구한테서 도서욱의 정보력은 최고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허허, 성질 한번 급하구먼?”그제야 도서욱이 찻잔을 내려놓고 진서준을 바라봤다.“그래, 뭘 알고 싶은데?”“사람을 찾고 있어.”“누군데?”“진요한.”그 이름을 듣자 도서욱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설마 네가 찾는 진요한이 경성 진씨 가문의 그 사람이야?”이 반응에 진서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이 남자는 역시나 정보망이 있긴 한 모양이다.“맞아. 그 남자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진서준의 질문에 도서욱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물었다.“너랑 그 사람이 무슨 관계인데?”“그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정보만 말해.”진서준이 단칼에 질문을 잘랐다.“이 정보 절대 싸지 않을 거야.”도서욱이 눈을 가늘게 뜨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비싸다고? 설마 그 남자가 아직 신농 금지구역에 있다는 말 하려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코웃음을 쳤다.“어라? 너 신농 금지구역까지 알고 있네?”이번엔 도서욱이 놀랄 차례였다.눈앞의 녀석이 생각보다 아는 게 많았다.“하지만 넌 아직 멀었어. 진요한은 더 이상 신농 금지구역에 없어.”도서욱이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뭐? 그럼 어디에 있는지 알아?”진서준의 심장이 요동쳤다.과연 그토록 찾고 싶었던 아버지의 단서를 잡을 수 있을까?“정보를 주는 건 좋은데 네가 얼마를 낼 수 있어?”도서욱이 노골적으로 물었다.“그건 네가 가진 정보 가치에 따라 다르지.”“난 항상 먼저 가격을 정하고 그다음에 정보를 줘.”도서욱의 대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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