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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무가
“그 파렴치한 년과 결혼을 안 했으니 망정이지!”

진서준이 싸늘한 눈길로 말을 내뱉었다.

“안 그러면 당신들 같은 집구석에 걸려들었을 거잖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꿈에 나올까 봐 두렵네.”

유건우는 바닥에서 일어났는데 입이 삐뚤어 바보 꼴이 되었다.

“감히 날 때려? 매형에게 이를 거야. 너 또 감방에 처넣을 거라고!”

그는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게졌다.

진서준의 눈 밑에 차가운 한기가 감돌았다.

“어디 한번 해보시던가! 내가 이미 나왔으니 이지성과의 원한은 반드시 결판을 낼 거야!”

말을 마친 진서준은 몸을 홱 돌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이제 막 오션 호텔로 출발하려 할 때 주머니 속의 옛날 폰이 갑자기 울렸다.

전화를 받자 허사연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서준 씨, 얼른 병원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아빠가 위급해요!”

“또 위독해지셨어요?”

진서준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는 청하13침 중의 전 일곱 침으로 허성태의 병세를 안정시켰고 은침을 뽑지 않아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지금 위급하다는 건 누군가가 허성태의 은침을 건드렸다는 뜻이다.

“지금 어느 병원이죠?”

진서준이 물었다.

“서울 병원에 있어요. 얼른 와보세요, 얼른요!”

전화를 끊은 후 허사연은 병실로 돌아가 낯빛이 창백한 아빠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허윤진의 예쁘장한 얼굴도 사색이 되었고 두 눈에 두려움으로 휩싸였다.

허성태가 이렇게 된 건 오롯이 허윤진이 설쳐댔기 때문이다.

병원에 도착한 후 허사연은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녀가 화장실로 간 틈을 타 허윤진이 아빠의 몸에 꽂은 은침을 보더니 또다시 진서준의 당부와 그 거만한 자태가 떠올라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그녀는 몰래 은침 한 개를 뺐는데 아빠의 상태가 급격히 저하됐다.

허윤진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병원 의사들도 이 상황을 보더니 전부 속수무책이었다.

허사연 자매가 착잡해하고 있을 때 진서준이 병실로 들어왔다.

“서준 씨!”

허사연이 재빨리 앞으로 마중 가며 진서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차가운 섬섬옥수에 따스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

“얼른 우리 아빠 좀 봐주세요!”

그녀는 의사들에게 길을 비키라고 하며 진서준과 함께 아빠 앞으로 다가갔다.

진서준은 쭉 훑어보더니 곧바로 은침 한 개가 적어진 걸 발견했다.

“누가 은침 뺐어요?!”

진서준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병실 안의 의사들은 전부 머리를 내저었다. 그들이 들어왔을 때 허성태의 몸엔 은침 여섯 개만 꽂혀 있었다.

의사들은 진서준의 태도가 썩 탐탁지 않았다.

“내가 뺐어요.”

허윤진이 머리를 푹 숙이고 감히 진서준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너!”

허사연은 가슴을 들썩거리더니 손을 번쩍 들어 동생의 뺨을 치고 싶었지만 결국 참았다.

진서준도 싸늘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네요!”

진서준의 야유에 허윤진은 아무런 반박도 못 했다. 이번엔 자신이 얼마나 엄중한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 아니까.

“서준 씨, 제발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 아빠를 살려주신다면 서준 씨와 결혼하겠습니다. 절대 번복하는 일 없어요!”

허사연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결혼은 됐어요. 전에 받은 20억 원으로 아버님 치료 비용을 대신하면 됩니다.”

말을 마친 진서준이 곧장 치료에 나서려 했는데 이때 마침 누군가가 병실 문을 열어젖혔다. 이어서 고아한 풍채를 지닌 한 어르신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르신은 동안 외모에 씩씩한 발걸음으로 걸어왔는데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이때 허윤진이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신의님, 얼른 우리 아빠 좀 살려주세요! 아빠가 위독해요.”

다른 의사들도 부영권을 보더니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덕질하는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본 것처럼 기쁨에 겨워 있었다.

부영권은 한의학계에서 만인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강남의 모든 부자가 그의 은혜를 입었다.

위급한 상황에 부영권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허윤진은 냉큼 진서준을 밀치며 부영권에게 길을 내주었다.

진서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변했다. 허사연이 태도만 친절하지 않았어도 그는 진작 병실을 내팽개치고 떠났을 것이다.

부영권은 허성태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호흡이 매우 미약했다.

그리고 몸에 은침이 여섯 개 꽂혀 있었는데 이를 본 부영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이건... 청하13침 중의 전 여섯 침이잖아!”

부영권이 흥분 조로 외쳤다.

그는 돌연 미간을 구기며 머리를 내저었다.

“아니야, 이 여섯 침은 틀렸어. 첫 번째 침의 혈 자리가 여기가 아니지!”

부영권의 말을 들은 허윤진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의님, 그 침은 제가 빼버렸어요.”

부영권의 미간이 더 구겨졌다. 그는 허윤진을 쳐다보더니 머리를 내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휴, 네가 아빠를 해쳤어! 청하13침은 나도 앞 여섯 침밖에 몰라! 이 침을 놓은 사람을 찾기 전까지 아빠를 살리기 힘들 거야.”

부영권의 말에 허윤진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재빨리 진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한없이 차가워졌다.

살벌한 한기가 허윤진의 발끝에서 차올라 가슴속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는 진서준의 앞으로 다가가 연신 사과했다.

“진서준 씨, 아까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우리 아빠 좀 살려주세요!”

“이제야 머리 숙이는 겁니까? 방금 날 밀치고 모욕하던 기세는 다 어디 갔죠? 멀리 내다보는 법이라곤 없군요!”

진서준이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이렇게 무릎 꿇을게요!”

철퍼덕!

허씨 일가의 둘째 따님이 뭇사람들 앞에서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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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10화

    “너 정말 남의 집에서 주인 행세를 잘하는구나.”진서준이 눈을 부라리며 아니꼽게 말했다.“당연하지, 우리 사이가 보통 사이야?”소하비는 진서준의 어깨를 감싸며 어깨동무했다.이 모습을 본 크리스는 입이 떡 벌어졌다.샛터 왕자는 고귀한 사람이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이건 아무리 봐도 자기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강남, 진씨 가문.지금의 진씨 가문은 김연아의 통제 속에 있었다.김연아는 이제 진씨 가문의 가주가 되었다.본래 진씨 가문 내부에서 김연아에 대해 불만이 섞인 소리가 많았는데 김연아와 진서준의 관계가 공개된 후, 아무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진서준이 동북의 두 명문대가를 제압한 일은 이미 대한민국의 모든 가문에 널리 알려졌다.그러니 더 이상 진서준과 공개적으로 적대적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은 없었다.“아가씨, 차이더리스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 뵙고 싶다고 합니다.”진씨 가문의 집사가 김연아에게 보고했다.“또 왔어요?”김연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요새 차이더리스 가문의 셋째 도련님은 자주 김연아를 찾아왔다.말로는 진씨 가문과 협력하고 싶다고 했지만 김연아는 상대방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다.증거는 없지만 김연아의 직감은 항상 정확했다.“들어오게 하세요.”김연아는 잠시 생각한 후, 상대방을 방에 들이기로 했다.차이더리스 가문은 초아국 최고의 3대 가문 중 하나였다.가문 구성원은 거의 초아국의 군부, 사업체, 정부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그 세력이 무시무시했다.게다가 대한민국에서도 차이더리스 가문 산하의 회사가 적지 않게 있었다.이런 대단한 가문을 진씨 가문이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잠시 후, 금발에 푸른 눈의 잘생긴 청년이 사무실에 들어왔다.이 사람은 바로 차이더리스 현 가주의 셋째 아들 리앙이었다.“김연아 씨, 어제보다 더 아름다워지셨군요.”리앙은 들어오자마자 바로 김연아의 미모를 칭찬했다.“리앙 씨, 여기 오신 이유가 제 미모를 칭찬하기 위해서는 아니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09화

    “아, 허사연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전 그냥 진서준을 도와주러 왔을 뿐이에요.”예린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매우 당황했다.허사연과 진서준이 공식적인 연인 관계라는 걸 알고 있는 예린은 지금 자기가 바람피우다 걸린 기분이 들었다.머지않아 두 사람은 곧 결혼할 것 같은데 지금 자기가 상대방의 남자친구와 단둘이 방에 있다가 들킨 것이었다.“예린 씨는 샛터 공주님이잖아요. 이런 잡일은 우리에게 맡기세요.”허사연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저도 예전부터 약을 제조하는 걸 한번 쯤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예린의 말에 허사연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럼 우리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허사연이 돌아서서 방을 떠났다.“언니, 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어떡해?”허윤진은 허사연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허윤진은 사실 예린을 밀어내고 허사연과 함께 진서준을 도와 약재를 만들려고 했다.“그럼 어쩌겠어?”허사연이 되묻자 허윤진이 머리를 긁적였다.“이렇게 그냥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진서준이 저 공주에게 마음이라도 생긴다면 어쩔 건데?”예린은 중동 여인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린의 아름다운 미모는 세계 어느 나라 남자라도 충분히 끌어당길 수 있었다.아름다운 것에 대해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의견은 사실 일치했다.게다가 예린은 샛터의 공주였다.한 나라의 공주를 손에 넣는다면 그 성취감만으로도 수많은 남자의 정복욕을 자극할 수 있었다.“진서준을 믿어야 해.”허사연은 담담하게 웃으며 전혀 당황해하지 않았다.“알았어, 언니도 그렇게 태연한데 내가 굳이 당황할 필요는 없겠네.”자매가 방에서 나가자 예린은 마음이 불안해졌다.“진서준 씨, 제가 진서준 씨와 허사연 씨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요?”“아니요, 사연은 배려할 줄 알고 이해심도 깊은 사람이니 이런 일을 마음에 두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웃으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을 무조건 믿었고 진서준 또한 마찬가지로 허사연을 믿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08화

    “왜? 못 쓰겠어?”진서준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아, 아뇨. 씁니다, 쓸게요.”유옥순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지금 자기 목숨이 진서준 손에 달렸는데 감히 반항할 수 없었다.“손으로 써.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때울 생각은 하지 말고. 반성이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난 널 절대 치료하지 않을 거야.”진서준이 한마디 더 보탰다.펜으로 써야 한다는 말에 모녀는 울상이 되었다.하지만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황급히 종이와 펜을 찾아 들고 반성문을 쓰기 시작했다.“너희 둘은 정말 집안 망신이야. 돌아가면 제대로 혼내줄 거야.”크리스가 두 사람의 뒷모습에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해 이를 악물었다.그러고는 소하비 왕자에게 다가가 감사의 뜻을 표했다.“왕자님, 아까 제 아내를 위해 진 신의님을 설득하셔서 감사합니다.”“별거 아니에요. 같은 식구인데 도와주는 건 당연하죠. 다만...”소하비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앞으로 가족 교육에 신경 좀 쓰세요. 집안사람들이 밖에서 막 나가면 안 되잖아요.”“네, 알겠습니다. 셋째 왕자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크리스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 이쪽은 크리스 씨야. 샛터 4대 부자 중 한 명이야.”소하비가 소개하자 크리스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셋째 왕자님 앞에서 제가 감히 부자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겠습니까.”“괜히 겸손 떨지 마세요.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다 같은 식구잖아요.”소하비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진 신의님, 제 아내와 딸을 대신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크리스는 진서준을 향해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했다.“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요. 대신 저 두 사람을 데리고 역주행으로 크게 다친 소녀에게 사과하세요.”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사실 유옥순이 진서준한테 진 빚은 없었다.진서준이 유옥순을 치료해 주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두 사람의 오만함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걱정 마세요, 이따가 사고 피해자 두 분을 찾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07화

    진서준을 보자마자 유옥순의 머리는 새하얘졌고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아까부터 오른쪽 눈꺼풀이 계속 떨려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소하비 왕자가 말한 그 진 신의가 진짜 진서준이었다.수습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어제까지만 해도 진서준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는데, 과연 진서준이 유옥순을 치료해 줄까?“너희 서로 아는 사이야?”소하비는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하고 물었다.진서준의 얼굴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고 유옥순은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잘 알지. 게다가 우린 한 번만 만난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죠? 유옥순 씨?”진서준이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대체 무슨 일인데?”소하비는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이 둘 사이에 뭔가 갈등이 있었나?“단순한 일이야. 첫 번째 만남은, 이 사람들이 역주행해서 우리 차를 들이받을 뻔했어.”진서준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두 번째 만남은, 유기태 삼촌이 병원으로 날 데려갔는데 유옥순 씨가 내 의술을 믿지 않고 병원에서 쫓아냈지.”“그리고 오늘이 세 번째 만남이야.”이 말을 듣자 소하비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상황을 이해했다.진서준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단순했다.유옥순이 외모만 보고 대놓고 사람을 무시했기 때문이었다.유옥순의 얼굴은 완전히 창백해졌다.유옥순은 빠르게 머리를 굴린 후 이내 결정을 내렸다.“죄송합니다, 진서준 씨. 어제는 제가 너무 흥분해서 큰 실수를 했어요.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진서준과 소하비 왕자의 관계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지금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병도 못 치료할 뿐만 아니라 남편까지 곤란해질 수 있었다.“사과한다고?”진서준이 쌀쌀하게 비웃으며 말했다.“소하비 왕자가 여기 없었다면 과연 나한테 사과했을까?”자기 속셈을 그대로 들켜버리자 유옥순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응접실의 분위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베컨은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는 표정으로 유옥순을 쳐다보았다.유옥순은 오빠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06화

    “셋째 왕자님, 이쪽은 제 아내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온 건 베컨 닥터가 언급한 그 신의님한테서 아내의 병을 치료받고 싶어서입니다.”크리스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알겠습니다. 그 신의는 방금 화장실에 갔으니 금방 돌아올 겁니다.”소하비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맞다, 크리스 씨, 요즘 제가 들은 소문이 있는데 우리 큰형이 크리스 씨 유전을 겨냥하고 있다던데, 맞나요?”소하비가 갑자기 화제를 틀었다.“그건...”크리스가 쓴웃음을 지었다.“첫째 왕자님 지시인지는 모르겠지만 환경보호국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서는 우리 회사 유전이 오염이 심하다며 채굴을 중단하고 개조하라고 합니다. 3개월 안에 개조한 유전이 여전히 불합격이면 다른 회사에 유전을 넘기라고 하더군요.”유전은 바로 이 샛터 부자의 목숨과도 같았다.그런데 지금 크리스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하니 크리스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환경보호국의 국장은 첫째 왕자 행크와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다.크리스도 지금 샛터 와자들이 왕위 다툼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첫째 왕자 행크가 일부러 크리스의 트집을 잡는 건 크리스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였다.“역시 소문이 틀리지 않았네요.”소하비의 눈에 의미심장한 빛이 번뜩였다.“크리스 씨, 안심하세요. 며칠 후 제가 귀국하면 이 일을 다시 조사해 보겠습니다. 환경보호국 사람들이 정말로 생트집을 잡는 거라면 제가 크리스 씨를 위해 공정하게 처리할 겁니다.”“감사합니다, 셋째 왕자님.”크리스가 바로 일어나 감사를 표했다.강압적인 행크와 비교하면 소하비가 상대하기 훨씬 더 쉬웠다.크리스가 주동적으로 후원할 왕자를 선택한다면 아마 이 왕자를 선택할 것이다.하지만 왕위 다툼은 반드시 잘 판단하고 지원해야 한다.소하비가 성공적으로 왕위에 오르지 못한다면 크리스에게 차례질 것은 죽음뿐일 것이다.크리스가 모든 재산을 버리고 본국을 떠난다면 아마 죽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셋째 왕자님, 그 신의는 언제 오시나요?”유옥순의 질문에 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05화

    유옥순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 모습은 마치 어제 병원에서 유기태와 어떻게 다퉜는지 잊어버린 듯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유옥순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오빠에게 달려갔다.“큰오빠, 둘째 오빠!”어제 병원에서 오만방자했던 유옥순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어라? 너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어?”유기태가 눈살을 찌푸렸다.“베컨 닥터를 따라 여기에 계신다는 신의를 만나러 왔어.”유옥순이 활짝 웃으며 말하자 형제는 서로를 마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유옥순이 말한 신의가 진서준은 아니겠지?유옥순은 심지어 어제 신의 진서준과 한바탕 크게 말다툼까지 벌였다.“아 맞다, 내가 소개할게. 이분은 내 남편 크리스야. 샛터 4대 부자 중 한 명이야. 그리고 이쪽은 내 딸 노아연이야.”유옥순이 차례로 소개했다.“큰형님, 둘째 형님, 안녕하세요.”크리스가 유창한 대한민국어로 인사했다.크리스가 겸손하고 진심 어린 태도를 보이는 건 상대가 유옥순의 친오빠였기 때문이 아니라 소하비 왕자가 유씨 가문 저택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소하비 왕자가 유씨 가문에 있다는 건 소하비 왕자가 유씨 가문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걸 의미했다.그래서 당연히 유씨 가문의 두 가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안녕하세요.”크리스가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자 유씨 형제는 금세 호감을 느꼈다.“첫 만남인데 급하게 와서 제대로 준비한 선물이 없네요. 간단하게 선물 두 개를 준비했는데 두 분 제 성의를 받아주시길 바랍니다.”크리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뒤에 있던 경호원이 즉시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상자를 열어 보니 안에는 투명하고 깨끗한 옥으로 만든 반지 두 개가 있었다.반지 위에는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는데 대충 추정해도 다이아몬드 한 개의 가치는 최소 2000억 이상이었다.이 정도의 크기에 완벽한 외형을 자랑하는 다이아몬드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었다.유씨 형제는 처음 보는 후덜덜한 스케일에 깜짝 놀랐다.첫 만남에 이렇게 귀한 선물을 준비했다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04화

    “겸사겸사 셋째 왕자님도 이 기회에 뵈면 되겠네요.베컨의 말에 마틴이 또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스승님, 셋째 왕자님께서 지금 그 신의를 만나고 계신다고요?”“맞아요, 셋째 왕자님 외에도 넷째 공주님도 함께 계실 겁니다. 잠시 후 만날 때 다들 꼭 용모와 태도에 신경 써 주세요. 지금처럼 흥분해서 소리치거나 통곡하고 그러지 말고요.”베컨이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베컨 닥터, 안심하세요, 우리 절대 그러지 않을 거예요. 아연아, 얼른 내가 입을 옷을 다시 골라줘.”모녀는 바로 이쁘게 화장하고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유옥순 일행이 만나러 가는 사람은 신의뿐만 아니라 샛터 왕실 왕자와 공주도 있었다.이 인물들은 TV에서만 볼 수 있는 정상급 거물이었다.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런 인물을 직접 만나게 된다니, 유옥순뿐만 아니라 크리스도 흥분한 건 마찬가지였다.크리스는 예전에 소하비를 만난 적이 있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그래서 크리스는 이번에는 이 소중한 기회를 잡고 제대로 대화를 나눠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다들 일단 진정하세요. 제가 셋째 왕자님께 전화로 여쭤보고요.”베컨은 휴대폰을 꺼내 병실을 나가 소하비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인가요? 베컨 닥터?”“소하비 왕자님, 여기 환자가 한 명 있는데 오직 진서준 씨만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남편은 우리 샛터의 파리치 가문인데 왕자님을 직접 뵙고 싶어 합니다.”베컨이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네? 파리치 가문이요? 그럼 그분들을 여기로 모셔 오세요.”소하비가 고개를 끄덕였다.샛터에서 왕권 다툼은 반드시 누군가의 지지가 필요했다.이 파리치 가문은 샛터의 4대 재벌 중 하나였다.만약 파리치 가문의 후원을 받을 수 있다면 소하비가 후계자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소하비 왕자님이 동의하셨으니 다들 얼른 준비하고 바로 가죠.”“네, 알겠습니다.”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진서준, 잠시 후 베컨이 환자를 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03화

    “스승님,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몇 년 전처럼 젊고 멋지시네요.”마틴은 베컨을 보자마자 앞으로 나서서 존경심을 가득 담아 말했다.“너도 이제는 날 아부할 줄도 아는구나.”베컨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아부라니요? 제자가 하는 말은 다 진심입니다.”마틴도 웃으며 받아쳤다.“좋아, 먼저 환자를 보러 가자. 셋째 왕자님도 아직 날 기다리고 계셔.”그 말에 마틴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흥분한 말투로 물었다.“셋째 왕자님도 여기에 계신다고요? 선생님, 저를 셋째 왕자님께 소개해 주실 수 없나요? 저도 이 기회에 왕자님과 친분을 쌓고 싶습니다.”왕실 의사 팀에 들어가는 건 곧 출세를 의미한다.아무리 많은 명예나 칭호라도 왕실 의사라는 신분에는 미치지 못한다.샛터 의사들은 평생을 분투해도 목표는 오직 이 하나뿐이었다.베컨은 그 말을 듣자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네가 왕실 의사 팀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네 노력에 달려 있어. 네 의술과 인품이 충분히 뛰어나다면 분명히 들어갈 수 있을 거야.”“스승님, 전 그냥 스승님께 의술을 배우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이제 저는 스승님 빼고는 더 이상 의술을 배울 사람이 없습니다.”마틴은 빙빙 에둘러 말하며 베컨을 칭찬했다.마틴의 칭찬을 듣자 베컨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내가 이 환자를 치료하고 나면 나와 함께 셋째 왕자님을 뵈러 가자.”“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스승님!”마틴은 흥분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병실에 도착하자 마틴은 바로 크리스에게 소개했다.“크리스 씨, 이분이 제 스승님 베컨입니다.”“베컨 닥터, 일찍이 귀하의 명성을 들었습니다. 정말 오래전부터 왕실 수석 의사인 베컨 닥터를 알고 싶었습니다.”크리스는 거만한 태도 대신 존경심만 가득한 태도로 공손하게 말했다.심지어 유옥순도 침대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서 있었는데 이전의 그 오만방자하던 유옥순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과찬입니다. 그럼 잡담은 그만하고 먼저 환자 상태부터 보죠.”베컨이 손을 내저었다.“네, 이분이 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702화

    “아악!”노아연은 비명을 지르며 즉시 화장실로 달려가 씻기 시작했다.“마틴 닥터, 제 아내가 왜 이러는 겁니까?”크리스도 덩달아 깜짝 놀랐다.약을 먹으면 나아진다더니 왜 증상이 더 심해진 거지?“이상하니, 이럴 리가 없는데...”마틴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즉시 다시 전신 검사를 진행했다.검사 결과가 다시 나오자 마틴의 표정이 단번에 확 변했다.“큰일 났군요. 부인은 단순한 내분비 장애가 아닙니다. 불치병이 이미 깊숙이 온몸에 퍼져 있어 당장이라도 돌아가실 수 있겠네요.”“네? 정말 불치병이라고요?”유옥순은 마틴의 진단에 멘붕이 왔다.방금까지 괜찮다더니 이제 와서 불치병이라니,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마틴 닥터,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크리스가 절망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저는 정말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마틴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이... 이걸 어쩌면 좋아?”“하지만 제 스승님이라면 방법이 있을 겁니다.”마틴은 스승 베컨을 떠올렸다.“스승님이 샛터 왕실 수석 의사인데 어떻게 쉽게 나올 수 있겠습니까?”크리스는 눈살을 찌푸렸다.크리스는 어마어마한 부자이긴 하지만 샛터 왕실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있어야 했다.“제 스승님께서 최근에 대한민국에 계신다고 했어요. 아직 귀국하지 않았으니 일단 전화를 드려보죠.”마틴의 말에 부부는 다시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스승님, 제가 금도에 있는데 여기에 치료하기 까다로운 환자가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치료해 주셨으면 합니다. 네? 스승님도 방금 금도에 오셨다고요? 정말 다행입니다. 제가 차를 보내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마틴은 매우 흥분했다.“제 스승님께서 금도에 오셨습니다. 크리스 씨, 스승님을 모셔 오는 차를 보내면 될 것 같아요.”“그건 문제없죠.”크리스는 즉시 경호원을 보내 베컨을 맞이하도록 했다.한편.소하비와 예린 남매는 차를 타고 유씨 가문에 도착했다.“너희들 왜 이리 빨리 왔어?”진서준은 문 앞에서 두 사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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