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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무가
“그 파렴치한 년과 결혼을 안 했으니 망정이지!”

진서준이 싸늘한 눈길로 말을 내뱉었다.

“안 그러면 당신들 같은 집구석에 걸려들었을 거잖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꿈에 나올까 봐 두렵네.”

유건우는 바닥에서 일어났는데 입이 삐뚤어 바보 꼴이 되었다.

“감히 날 때려? 매형에게 이를 거야. 너 또 감방에 처넣을 거라고!”

그는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게졌다.

진서준의 눈 밑에 차가운 한기가 감돌았다.

“어디 한번 해보시던가! 내가 이미 나왔으니 이지성과의 원한은 반드시 결판을 낼 거야!”

말을 마친 진서준은 몸을 홱 돌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이제 막 오션 호텔로 출발하려 할 때 주머니 속의 옛날 폰이 갑자기 울렸다.

전화를 받자 허사연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서준 씨, 얼른 병원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아빠가 위급해요!”

“또 위독해지셨어요?”

진서준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는 청하13침 중의 전 일곱 침으로 허성태의 병세를 안정시켰고 은침을 뽑지 않아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지금 위급하다는 건 누군가가 허성태의 은침을 건드렸다는 뜻이다.

“지금 어느 병원이죠?”

진서준이 물었다.

“서울 병원에 있어요. 얼른 와보세요, 얼른요!”

전화를 끊은 후 허사연은 병실로 돌아가 낯빛이 창백한 아빠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허윤진의 예쁘장한 얼굴도 사색이 되었고 두 눈에 두려움으로 휩싸였다.

허성태가 이렇게 된 건 오롯이 허윤진이 설쳐댔기 때문이다.

병원에 도착한 후 허사연은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녀가 화장실로 간 틈을 타 허윤진이 아빠의 몸에 꽂은 은침을 보더니 또다시 진서준의 당부와 그 거만한 자태가 떠올라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그녀는 몰래 은침 한 개를 뺐는데 아빠의 상태가 급격히 저하됐다.

허윤진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병원 의사들도 이 상황을 보더니 전부 속수무책이었다.

허사연 자매가 착잡해하고 있을 때 진서준이 병실로 들어왔다.

“서준 씨!”

허사연이 재빨리 앞으로 마중 가며 진서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차가운 섬섬옥수에 따스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

“얼른 우리 아빠 좀 봐주세요!”

그녀는 의사들에게 길을 비키라고 하며 진서준과 함께 아빠 앞으로 다가갔다.

진서준은 쭉 훑어보더니 곧바로 은침 한 개가 적어진 걸 발견했다.

“누가 은침 뺐어요?!”

진서준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병실 안의 의사들은 전부 머리를 내저었다. 그들이 들어왔을 때 허성태의 몸엔 은침 여섯 개만 꽂혀 있었다.

의사들은 진서준의 태도가 썩 탐탁지 않았다.

“내가 뺐어요.”

허윤진이 머리를 푹 숙이고 감히 진서준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너!”

허사연은 가슴을 들썩거리더니 손을 번쩍 들어 동생의 뺨을 치고 싶었지만 결국 참았다.

진서준도 싸늘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네요!”

진서준의 야유에 허윤진은 아무런 반박도 못 했다. 이번엔 자신이 얼마나 엄중한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 아니까.

“서준 씨, 제발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 아빠를 살려주신다면 서준 씨와 결혼하겠습니다. 절대 번복하는 일 없어요!”

허사연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결혼은 됐어요. 전에 받은 20억 원으로 아버님 치료 비용을 대신하면 됩니다.”

말을 마친 진서준이 곧장 치료에 나서려 했는데 이때 마침 누군가가 병실 문을 열어젖혔다. 이어서 고아한 풍채를 지닌 한 어르신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르신은 동안 외모에 씩씩한 발걸음으로 걸어왔는데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이때 허윤진이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신의님, 얼른 우리 아빠 좀 살려주세요! 아빠가 위독해요.”

다른 의사들도 부영권을 보더니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덕질하는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본 것처럼 기쁨에 겨워 있었다.

부영권은 한의학계에서 만인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강남의 모든 부자가 그의 은혜를 입었다.

위급한 상황에 부영권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허윤진은 냉큼 진서준을 밀치며 부영권에게 길을 내주었다.

진서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변했다. 허사연이 태도만 친절하지 않았어도 그는 진작 병실을 내팽개치고 떠났을 것이다.

부영권은 허성태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호흡이 매우 미약했다.

그리고 몸에 은침이 여섯 개 꽂혀 있었는데 이를 본 부영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이건... 청하13침 중의 전 여섯 침이잖아!”

부영권이 흥분 조로 외쳤다.

그는 돌연 미간을 구기며 머리를 내저었다.

“아니야, 이 여섯 침은 틀렸어. 첫 번째 침의 혈 자리가 여기가 아니지!”

부영권의 말을 들은 허윤진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의님, 그 침은 제가 빼버렸어요.”

부영권의 미간이 더 구겨졌다. 그는 허윤진을 쳐다보더니 머리를 내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휴, 네가 아빠를 해쳤어! 청하13침은 나도 앞 여섯 침밖에 몰라! 이 침을 놓은 사람을 찾기 전까지 아빠를 살리기 힘들 거야.”

부영권의 말에 허윤진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재빨리 진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한없이 차가워졌다.

살벌한 한기가 허윤진의 발끝에서 차올라 가슴속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는 진서준의 앞으로 다가가 연신 사과했다.

“진서준 씨, 아까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우리 아빠 좀 살려주세요!”

“이제야 머리 숙이는 겁니까? 방금 날 밀치고 모욕하던 기세는 다 어디 갔죠? 멀리 내다보는 법이라곤 없군요!”

진서준이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이렇게 무릎 꿇을게요!”

철퍼덕!

허씨 일가의 둘째 따님이 뭇사람들 앞에서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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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서준은 감옥에서 출소한 이후, 선량한 사람과 심보가 고약한 사람을 수없이 많이 봤다.하지만 손원순처럼 자선 활동을 위해 생사가 걸린 경기에 뛰어드는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손원순의 상대는 기세만 봐도 손원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했다.진서준은 모니터에 나온 정보를 훑어봤다.“상대는 육급 대종사네. 승패는 이미 결정 났어.”이전에 곽윤상은 스승 손원순이 칠급 영선 술사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손원순을 이길 수 있는 무인은 적어도 칠급 절정 대종사 실력을 갖춰야 한다.진서준은 천용 반지를 쓰지 않고는 손원순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손원순은 백 년을 살아온 인물이라 그 깊은 내공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링 위에서 손원순은 차분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봤다.“너 스스로 경맥을 끊고 내려가.”육급 무도 대종사는 칠급 영선 술사인 손원순을 상대로 맞붙으면 승산이 전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대로 경맥을 끊고 내려가려고 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았다.70년 넘게 수련한 노인이 아무런 공격도 선보이지 않고 바로 항복하는 것은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될 것이다.“손 천사님, 여기까지 온 이상 전 천사님 필살기라도 보고 싶습니다.”노인이 순순히 항복하지 않았다.“고통은 네가 자초한 거야.”말을 마친 손원순은 손을 약간 떨자 손바닥에 보랏빛 번개가 모이기 시작했다.그 번개가 손을 떠나면서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져 반 미터 크기의 사자 형체를 이뤘다.이건 손바닥을 뒤집어 번개를 만든 술법이었다.”손원순의 실력을 여러 번 구경한 경험한 있는 권력자들도 이 장면을 보고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비록 실제 번개는 아니지만 그 위력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지하 경기장 전체에서 번개가 요란하게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진서준도 감탄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쳐다봤다.이 정도의 진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손원순의 재능과 실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걸 설명할 수 있었다.만약 진서준도 수선공법을 수련했다면 그의 실력은 상상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22화

    진서준 일행은 계속 내려가서 유람선의 가장 아래층으로 향했다.“진서준, 너 생사가 걸린 도박에 관심 없다고 하지 않았어?”이세아의 질문에 진서준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응? 이게 생사가 걸린 도박장으로 가는 길이야?”“당연하지, 남자들은 항상 그러더라. 입으로는 안 한다고 하면서 몸은 누구보다 더 정직하지...”이세아는 진서준의 하반신을 음흉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 여자는 정상적인 대화도 그쪽 화제로 돌리는 재간이 있는 것 같았다.진서준은 손으로 자기 중요한 부위를 가렸다.“농담이야, 날 따라와.”이세아는 웃으며 앞서서 두 사람에게 길을 안내했다.지하 1층에 도착한 진서준은 이곳이 또 다른 세상임을 발견했다.그 층의 한가운데에는 눈 부신 빛이 반짝이는 거대한 링이 있었다.주변에는 부자들이 앉아서 구경할 수 있도록 의자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그리고 링 위쪽에는 단면 유리로 된 방이 몇 개 있었다.이세아의 안내로 진서준과 황예은은 VIP 룸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갔다.방은 크지 않았지만 유리창을 통해 링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여기가 바로 생사가 달린 도박이 열리는 곳이야. 매번 내기 금액은 최소 200억이야.”이세아가 자세하게 설명을 이어갔다.“링 위에는 빨강과 검정 두 팀으로 나뉘어 있고 20분마다 파이터 두 명이 링에 올라. 경기를 통해 승패도 가리고 생사도 결정해.”짝짝!이세아가 손뼉을 치자 서비스 직원 두 명이 들어왔고 각자 모니터를 들고 있었다.“여기에는 참가자들의 자료가 있어. 너도 관심이 있다면 직접 올라갈 수도 있어. 한 판 이길 때마다 200억의 보상이 있어. 세 번 연속으로 이기면 추가로 200억이 더 주어져.”한 판 이길 때마다 200억이라고?진서준은 눈꺼풀이 살짝 뛰었다.이곳에서 돈을 버는 게 참 쉬운 일인 것 같았다.한 판만 이기면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참가자는 전부 대종사급 고수였고 그들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21화

    “서준아, 내가 윤진을 데리고 올게.”서지은은 허윤진이 충동적으로 과격한 행동이라도 할까 봐 걱정되어 급히 뛰어갔다.“남자는 여자 비위를 맞춰야 해. 그렇게 거칠게 대하면 나중에 두고두고 널 원망할 거야.”이세아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허윤진이 도박만 멀리하게 할 수만 있다면 원망받는 건 상관없어.”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했다.여색, 도박, 마약, 이 세 가지는 절대로 손대지 말아야 했고 특히 도박과 마약은 더욱 위험했다.이 위험한 것에 발을 들이면 가벼운 경우에는 재산을 다 잃고 심각한 경우에는 가정이 파탄 날 수 있었다.허윤진은 이제 진서준의 가족이다.진서준은 절대로 이런 비극이 가족에게 일어나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정말 고집 센 사람 같구나.”이세아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가끔씩 이런 카지노에 놀러 와서 기분 전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진서준은 그 말에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여기는 너희 그룹 산하 카지노잖아.”이세아는 멈칫하더니 이내 가볍게 웃어넘겼다.“난 이곳이 우리 가문 카지노라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다면 날 너무 가볍게 보는 거야. 모든 사람은 짜증 나고 심기가 불편할 때가 있잖아. 스트레스와 불안이 쌓이면 그걸 풀어야 하는데, 이때 도박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넌 황예은이란 든든한 배경이 있어 돈을 다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진서준은 이세아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스트레스는 확실히 풀어야 하지만 절대로 도박이나 마약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이 두 가지 방법은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었고 사람을 다시는 기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심연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이 도박이 네게는 별로일지 모르지만 내가 말하는 도박은 네가 관심이 있을지도 몰라.”이세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관심 없어.”진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떠날 준비를 했다.“왜 그렇게 서둘러 떠나려고 해? 너희 남자들은 뭐나 다 그렇게 서둘러 하길 좋아하더라.”이세아는 눈을 굴리며 진서준에게 일부러 뭔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20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은 여전히 일괄된 차가운 표정으로 이세아를 대했다.두 사람이 카지노에 도착해서야 이세아는 매력 발산을 그만두었다.카지노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많은 부자가 이곳에서 천금을 한순간에 쏟아내는 쾌감을 경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진서준, 오늘은 조금 놀아보려고 여기 온 거야?”이세아는 어느새 친숙하게 진서준에게 말을 놓으며 이름을 대놓고 불렀다.“아니야. 사람 찾으러 왔어.”진서준도 말을 놓았다.이세아는 진서준이 찾는 사람이 누구인지 굳이 묻지 않았다.어차피 물어봐도 진서준은 말하지 않을 게 뻔했다.어차피 진서준을 따라가면 누구를 찾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진서준은 섹시한 유니폼을 입은 여자 직원에게 다가갔다.“실례합니다, 21점 놀이는 어디에 있나요?”21점 놀이는 일종의 도박 게임이다.여기에는 고급 도박부터 일반적인 크기 비교 게임까지 모두 있었다.직원은 손으로 위치를 가리키며 알려주었다.진서준은 그 정보를 받은 후, 곧바로 그쪽으로 향했다.“또 터졌어!”진서준이 도착하기도 전에 허윤진의 절규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는 아무리 봐도 돈을 전부 잃은 도박꾼처럼 들렸다.옆에 있던 서지은이 허윤진을 말리며 말했다.“윤진아, 그만해, 서준이 곧 올 거야.”“안 돼, 이번 한 번만 할 거야. 내가 잃은 돈 전부 되찾을 거야!”허윤진은 눈이 충혈된 채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너무나 당황하고 초조한 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전화하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얼마나 졌어? 멀리서도 네 목소리가 들리네.”“서준아!”진서준이 오자 서지은는 처음에 기뻐했지만 황예은과 이세아 두 여자가 함께 있는 걸 보고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서준아, 빨리 와서 도와줘. 내가 잃은 돈을 전부 되찾아 줘.”허윤진은 진서준의 손을 잡고 그를 카드 테이블로 끌고 갔다.허윤진의 상태를 본 진서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중독됐어?”“아니야, 그냥 잃은 돈을 다 되찾고 싶을 뿐이야.”허윤진이 변명했지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19화

    치파오 같은 의상은 입는 사람의 몸매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다.너무 말랐다면 옷이 제대로 맞지 않고 너무 뚱뚱하면 몸에 있는 군살이 다 드러나 버린다.그래서 지금 거리에 치파오를 입은 여성은 보기 드물었다.어떤 여자도 굳이 치파오를 입고 완벽하지 않은 몸매를 드러내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이세아가 입고 있는 치파오는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된 것처럼 보였다.가슴은 우뚝 솟고 풍만한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까지, 몸에 군살 하나 없이 매끈했다.그리고 검은색 스타킹을 입은 가느다란 다리까지 함께 보면 이세아는 너무나 섹시해 보였다.지나가는 남자들, 심지어 여자와 함께 있는 남자까지도 이세아에게 눈길을 돌리며 뒤를 돌아봤다.황예은이 이세아를 바라보는 눈에는 적대감이 가득했다.“명양사해 업무는 다 끝났나요?”“보잘것없는 일들은 다른 직원들이 하면 되죠. 난 굳이 모든 업무를 다 지휘할 생각은 없어요.”이세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무슨 일이나 다 직접 하려고 한다면 제 몸이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일찍 죽게 되겠죠.”이세아는 황예은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은 모두 황예은을 빗대어서 하는 말이었다.황예은은 모든 일을 자기가 직접 해야만 시름을 놓는 성격이었다.황예은이 황씨 가문을 이끌면서 황씨 그룹의 수익은 3분의 1이나 증가했다.진서준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잘 알지 못했지만 두 여성 사이에 짙은 긴장감이 감도는 걸 느낄 수 있었다.두 여자가 지금 또 보이지 않는 대결을 하고 있었다.“이씨 가문은 전국을 누비고 다니잖아요. 그런데도 죽을까 봐 두려운 건가요?”황예은이 냉랭하게 말을 이어갔다.“우리 가문 내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두려워요.”이세아가 진서준 앞에 서서 유혹적인 눈빛을 보냈다.“어쨌든 나는 아직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덜컥 죽기라도 하면 평생 후회할 거예요. 진 선생님, 황예은 씨와 연인 관계는 아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18화

    하지만 진서준은 이 칠색정화를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진서준 씨가 치료한다고요?”소하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실례지만, 진서준 씨가 황예은 씨와 친구가 아니었다면 진서준 씨는 나와 대화할 자격도 없을 겁니다.”상당히 상처가 되는 말이었지만 냉혹한 사실이기도 했다.샛터의 국제적 위치는 매우 높아서 심지어 용란 같은 상임이사국보다도 우위에 있었다.그러니 소하비의 지위는 여태껏 진서준이 만났던 어떤 인물보다도 높았다.진서준은 지금 실력도 대단하고 지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긴 했지만 소하비 앞에서는 머리를 숙여야 했다.“네가 원한다면 내가 사줄 수 있어.”황예은이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그 말에 소하비의 눈에 질투가 스쳤다.소하비는 여태껏 황예은이 이렇게 남자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그만둬, 돈 낭비하지 마.”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이 왕자도 자기 가족을 구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쓰는 것인데 굳이 가격을 200조 단위까지 끌어올릴 필요는 없었다.정말 그 정도로 가격을 올린다면 오히려 명양사해 경매장만 이득을 볼 뿐이었다.“황예은 씨, 더 이상 경매하지 않으실 건가요?”이세아의 질문에 황예은이 되물었다.“이 정도면 명양사해가 수익을 충분히 올리지 않았나요?”진서준은 살짝 의아한 눈빛으로 황예은을 바라보았다.황예은의 성격이 항상 차갑고 도도한 건 알지만 누군가가 정상적으로 말을 건넸을 때 이렇게 거칠게 반격하지는 않았다.혹시 이 두 여자 사이에 갈등이라도 있었던 걸까?황예은의 날카로운 반응에 이세아는 가볍게 웃으며 대응했다.“세상에 돈 많이 버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어요? 황씨 가문이 이렇게 오래 대한민국 갑부 일인자 자리에 있었는데도 여전히 은퇴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잖아요.”그 후 이세아는 소하비를 보며 말했다.“소하비 왕자님, 이제 이 칠색정화는 왕자님 거예요.”200조라는 거액으로 약초 한 송이를 사다니,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너 저 여자와 갈등이라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17화

    변지산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이 약초는 사실 널 위해서 내가 사려고 했던 거야.”사실 예전에 진서준은 변지산에게 전화를 걸어 칠색정화를 포함한 여러 약재를 요구했었다.하지만 성약당 안에는 진서준이 필요로 하는 약재가 없었다.그래서 변지산은 이 약재들을 기억해 두고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진서준의 빚을 갚기 위해 주기로 했다.이번에 이씨 가문 사람이 변지산을 귀빈으로 초청했을 때, 변지산은 처음에 단호하게 거절했었다.하지만 이 약초가 바로 진서준이 필요로 하는 약초라는 소식을 듣고 변지산은 바로 초청에 응했다.변지산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도 바로 이 약초 때문이었다.“감사합니다, 변 어르신.”진서준이 고마워하며 말했다.모두가 이번 경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줄 알았을 때, 소하비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참 공교롭네요. 이 약초는 저도 필요하거든요.”소하비가 이 약초를 놓고 경쟁하려는 모습을 보자 다들 진서준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기 시작했다.조금 전에도 이 왕자는 1조 7600억이라는 거액을 불쑥 제시했으니 이 약초에도 어마어마한 가격을 제시할 게 분명했다.“진서준 씨, 제가 일부러 엿 먹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 약초가 정말 필요해서 그래요.”소하비가 적극적으로 해명하자 진서준이 물었다.“사람을 구하는 데 필요한 건가요?”“맞아요.”소하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제 여동생이 불치병에 걸려 있는데 교회 의사도 이 칠색정화라는 약초가 있어야만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어요.”소하비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진서준은 그가 말하는 게 진실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만약 소하비가 진심이라면 상황은 꽤나 복잡해질 것이다.칠색정화를 사용해야 하는 병이라면 진서준도 무조건 치료할 자신이 없었다.“그럼 공정하게 경매를 진행합시다.”진서준이 제안하자 소하비는 바로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2조!”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시작 가격이 1조에 불과한데 소하비는 그 가격을 단숨에 두 배로 올렸다.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박서명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16화

    이렇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쟁을 벌였다.황예은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고 그 목걸이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1조 7600억.”경매가 열린 후 줄곧 침묵을 지키던 소하비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순간, 경매장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방금 최고가는 6000억이었는데 소하비는 바로 1조가 넘는 돈을 더 올렸다.돈이 많다고 해서 이렇게 함부로 쓸 수 있는 건가?경쟁을 벌이던 부자들은 속으로 소하비를 무식하고 무모한 부자라고 욕설을 날렸다.“소하비 왕자님, 이렇게 거액을 들였는데 분명 왕자님이 원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으실 겁니다.”자주색 복장의 여성은 바로 축하하는 멘트를 날렸다.“그랬으면 좋겠습니다.”소하비가 덤덤하게 웃어넘겼다.소하비의 자신감 없어 보이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이렇게 엄청나게 비싼 목걸이로도 여자의 마음을 열지 못한다면 그 돈은 사실 불로 태워버린 거나 마찬가지였다.이건 1만도 아니고 1억도 아닌 1조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였다.잠시 후, 한 직원이 해양의 심장을 소하비에게 전달했다.하지만 소하비는 서둘러 황예은에게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 속에서 구애하는 데 실패하기라도 하면 소하비 왕자는 너무나 창피해 경매장에 남아 있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사치품이 여러 개 판매된 후, 자주색 복장의 여성이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여러분, 이제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됩니다. 우선, 칠색정화를 보여 드리겠습니다.”길이 약 30cm에 달하고 일곱 가지 색깔의 꽃이 핀 약초가 등장했다.“진 신의님, 이 약초가 맞죠?”이용진의 질문에 진서준은 흥분한 말투로 대답했다.“맞습니다.”오늘 진서준이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이 칠색정화였다.“이 약초가 바로 칠색정화입니다. 이 약초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약효가 있고 이 약초를 먹으면 10년은 더 살 수 있습니다.”자주색 복장의 여성이 칠색정화의 신기한 약효에 관해 간단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15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이건 소하비가 대한민국의 병법에 관련된 책에서 배운 말이다.지금 소하비는 이미 진서준을 잠재적인 위험인물 목록에 올려두었다.자기 정체를 몹시 궁금해하는 소하비에게 진서준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내 목표는 당신과 분명 다를 테니 내게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소하비는 그 말에 멈칫하더니 이내 진서준의 뜻을 알아챘다.“그 말을 믿어도 되는 거죠?”“난 거짓말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진서준이 평온하게 대답하자 소하비는 내심 기뻤다.“좋아요. 당신은 이제부터 내 친구입니다.”하지만 옆에서 대화를 듣던 황예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자기가 진서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자격조차 없을 정도로 매력이 없단 말인가?황예은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소하비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황예은 씨, 무슨 일 있나요? 몸이 불편한 건가요?”“괜찮아요.”황예은이 더욱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동안 익숙했던 황예은의 태도와는 거리가 먼 태도에 소하비는 저도 몰래 움찔했다.여자의 마음은 바다 밑의 바늘과도 같았다.조금 전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왜 눈앞의 여자가 갑자기 이런 태도로 변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두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박서명은 진서준과 소하비 왕자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박서명의 에리 그룹은 실력이 강력해 황씨 가문과 충분히 겨룰 수 있었지만 샛터 왕실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했고 약했다.그런데 진서준이 샛터 왕자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박서명은 더 이상 악의를 품고 진서준과 경쟁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반 시간 후, 경매장 홀의 불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밝은 빛 한 줄기가 무대 위로 비춰졌다.그리고 몸에 딱 맞는 자주색 전통 복장을 입은 여성이 무대 뒤에서 나왔다.“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어 저희 명양사해 경매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이렇게 많은 권력자와 부자 앞에서 여성은 전혀 기죽지 않아 보였고 대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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