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엄마를 보더니 몸에 스친 살의가 일찌감치 사라졌다.“엄마, 내가 감방에서 아주 대단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이 내게 무술과 의술을 가르쳐줬어요. 엄마 얼굴에 난 상처랑 부러진 다리까지 전부 치료해 드릴게요.”가슴이 움찔거렸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네가 이런 마음을 지닌 건 고맙지만 엄마는 네가 참 걱정이구나! 절대 두 번 다시 사고 치지 말아. 일자리 찾아서 이씨 일가에 진 빚을 다 갚고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꾸나.”진서준이 엄마를 다독이며 대답했다.“네, 엄마 말 들을게요. 지금 바로 나가서 일자리 찾아볼게요.”“그래, 일찍 돌아오너라. 이따가 서라한테 전화해서 퇴근하고 올 때 너 먹일 영양제 좀 사 오라고 해야겠어.”조희선은 마음속에 어렴풋이 희망이 생겨났다.집을 나선 진서준은 깊은 눈동자 속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지난날의 피맺힌 원한을 오늘 반드시 백 배로 갚게 해 줄 거야!’...“아빠, 조금만 버텨요. 병원 거의 다 왔어요! 언니, 좀 더 빨리 몰아!”창백한 얼굴에 겨우 숨을 몰아쉬는 아빠를 보며 허윤진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울지 마, 윤진아. 아빠 괜찮아.”허성태가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콰당!전력 질주하던 마이바흐가 갑자기 급정거했고 뒤에 앉은 허성태 부녀가 화들짝 놀랐다.허윤진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언니, 왜 갑자기 급정거해?”운전하던 허사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허둥지둥 차 문을 열었다.“나 사람 쳤어!”“뭐?”허 씨네 세 부녀가 함께 차에서 내렸다.진서준은 안 그래도 화가 나 있었는데 차에 부딪히기까지 하니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운전 어떻게 하는 거야? 똑바로 못 해?!”그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병원 모시고 가서 검사시켜 드릴까요?”허사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의 진심 어린 태도에 진서준은 분노가 많이 가라앉았다.한편 뒤에 서 있는 허윤진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언니, 이딴 사람에게 왜
두 자매가 아무리 의술을 몰라도 아빠의 혈색으로 보아 확실히 병세를 진정시켜 주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눈앞의 이 미쳐 날뛴 소년이 구해주었다!허성태가 비스듬히 눈을 떴다. 가슴에 꽉 막혔던 그 기운도 말끔히 사라졌다.“아빠, 괜찮으세요?”허윤진이 감격에 겨워하며 물었다.“괜찮아. 아까보다 몸이 훨씬 개운해진 것 같구나.”허성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꼼꼼한 허사연은 아빠 몸에 꽂은 은침을 아직 빼내지 않았다는 걸 바로 발견했다.그녀가 막 빼내려 할 때 진서준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움직이지 말아요! 지금 잠시 아버님 병세를 진정시켜 드렸을 뿐이에요. 침은 아직 빼면 안 돼요.”일곱 개의 은침은 북두칠성 모양으로 허성태의 몸에 꽂혀 있었다.이것은 청하13침 중의 일곱 번째 침, 이름하여 연명침이다!허성태가 두 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감격에 겨운 눈길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살려줘서 고맙네 젊은이!”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따님께서 제 부탁을 들어줘서 아버님을 구해드린 겁니다.”허사연과 허윤진은 진서준이 방금 말한 그 일이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 중 한 명만 진서준과 결혼하면 그녀들도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뜻밖에도 둘 다 시집가게 생겼으니 차오르는 수치심은 어쩔 수가 없었다.“그래? 무슨 부탁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허성태가 의아한 듯 물었다.그는 방금 혼미 상태에 빠져있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아버님을 구해드리면 제게 20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진서준이 말했다.이건 허윤진이 방금 꺼낸 얘기이다.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하는 건 단지 오만한 허윤진을 처벌하기 위한 진서준의 장난일 뿐이다.설사 결혼한다고 해도 허사연처럼 온화하고 착한 언니와 결혼하겠지.진서준이 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해야 한다는 일을 언급하지 않자 그제야 허사연 자매도 본인들이 놀림을 당했다는 걸 알아챘다.안도의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허윤진은 또다시 울화가 치밀었다.‘우리 두 자매가 설마
“그 파렴치한 년과 결혼을 안 했으니 망정이지!”진서준이 싸늘한 눈길로 말을 내뱉었다.“안 그러면 당신들 같은 집구석에 걸려들었을 거잖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꿈에 나올까 봐 두렵네.”유건우는 바닥에서 일어났는데 입이 삐뚤어 바보 꼴이 되었다.“감히 날 때려? 매형에게 이를 거야. 너 또 감방에 처넣을 거라고!”그는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게졌다.진서준의 눈 밑에 차가운 한기가 감돌았다.“어디 한번 해보시던가! 내가 이미 나왔으니 이지성과의 원한은 반드시 결판을 낼 거야!”말을 마친 진서준은 몸을 홱 돌리고 계단을 내려갔다.이제 막 오션 호텔로 출발하려 할 때 주머니 속의 옛날 폰이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허사연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 씨, 얼른 병원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아빠가 위급해요!”“또 위독해지셨어요?”진서준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그는 청하13침 중의 전 일곱 침으로 허성태의 병세를 안정시켰고 은침을 뽑지 않아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지금 위급하다는 건 누군가가 허성태의 은침을 건드렸다는 뜻이다.“지금 어느 병원이죠?”진서준이 물었다.“서울 병원에 있어요. 얼른 와보세요, 얼른요!”전화를 끊은 후 허사연은 병실로 돌아가 낯빛이 창백한 아빠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허윤진의 예쁘장한 얼굴도 사색이 되었고 두 눈에 두려움으로 휩싸였다.허성태가 이렇게 된 건 오롯이 허윤진이 설쳐댔기 때문이다.병원에 도착한 후 허사연은 화장실에 다녀왔다.그녀가 화장실로 간 틈을 타 허윤진이 아빠의 몸에 꽂은 은침을 보더니 또다시 진서준의 당부와 그 거만한 자태가 떠올라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그녀는 몰래 은침 한 개를 뺐는데 아빠의 상태가 급격히 저하됐다.허윤진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병원 의사들도 이 상황을 보더니 전부 속수무책이었다.허사연 자매가 착잡해하고 있을 때 진서준이 병실로 들어왔다.“서준 씨!”허사연이 재빨리 앞으로 마중 가며 진서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차가운 섬섬옥수에 따
부영권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허윤진의 말대로라면 바로 눈앞의 이 스무 살 남짓한 청년이 허성태에게 청하13침을 놓은 건데 문제는 진서준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 청하13침은 체내에 충분한 내력이 없으면 아예 끌어올릴 수 없고 치료는 더 말할 것도 없다!부영권은 문득 귀신을 쳐다보듯 두 눈을 크게 떴다.그는 앞으로 다가가 진서준의 허리춤에 찬 옥패를 잡고 황급히 물었다.“이 옥패는 어디서 났죠?”부영권의 행동에 장내에 있던 뭇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진서준은 ‘천기각’석 자가 새겨진 옥패를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구창욱 어르신께서 주셨습니다.”“구창욱 어르신이요? 아니 어떻게... 창욱 어르신을 만나다니, 게다가 이 옥패도 드렸다고요?”부영권은 감격에 겨워 목소리까지 떨렸다.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치키며 물었다.“어르신을 아세요?”“당연하죠. 알다마다요. 이 청하13침을 바로 창욱 어르신께 배운 겁니다!”부영권은 황급히 손에 쥔 옥패를 내려놓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진서준에게 심심한 경례를 올렸다.“천기각 주인님께 인사 올립니다!”천기각 주인이라니? 대체 무슨 뜻이지?부영권 신의가 왜 한참 어린 청년에게 이토록 예를 갖추며 경례를 하는 거지?모두가 이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허윤진도 입이 쩍 벌어져 사과 두 알이라도 통째로 입에 들어갈 것 같았다.진서준은 얼른 부영권을 부축했다.“일어나세요, 어르신. 저는 천기각 주인 같은 거 아닙니다.”“아니요. 구창욱 어르신께서 이 옥패까지 전해준 걸 보면 진서준 씨가 바로 차기 천기각 주인입니다!”부영권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는 말하면서 그제야 마음속의 의혹이 다 풀렸다. 이 젊은이가 어떻게 청하13침을 알고 있는지 드디어 이해됐다.“서준 씨, 제발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허윤진이 말했다.“서준 씨, 제발 부탁드릴게요. 살려만 주신다면 평생 서준 씨의 노예로 살겠습니다!”허사연도 애원했다.진서준은 허사연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
허사연은 재빨리 다가와 아빠가 깨신 걸 보더니 마음이 훨씬 놓였다.“아빠, 좀 어때요?”그녀가 물었다.“많이 좋아졌어.”허성태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그는 부영권을 보더니 그가 구해준 줄 알고 두 손을 맞잡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신의님, 구해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부영권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제가 아니라 우리 천기각 주인님께서 구해주셨어요!”허사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해명했다.“아빠, 서준 씨가 구해드렸어요.”“진서준 씨가?”허성태는 의자에 앉아있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감격과 흥분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오늘 그는 진서준에게 두 번이나 구원받았다.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있을까?“살려줘서 고맙네. 자네는 앞으로 우리 가문의 귀빈이야!”진서준이 허씨 일가의 귀빈으로 거듭나자 병실 안에 있는 의사들은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다.허씨 일가는 서울시를 휘어잡는 존재이다!그런 가문의 귀빈으로 된다는 것은 앞으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뜻이다!게다가 진서준은 나이가 젊고 허성태의 두 딸도 아직 미혼이다.어쩌면 허씨 일가의 따님과 좋은 인연을 맺을 수도 있다.“다들 이만 물러가거라. 어르신 편히 쉬게 해드려.”부영권이 병실의 의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그들은 감히 더는 머무르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다.인파로 붐볐던 병실이 한순간 텅 비어버렸다.“서준 씨, 저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저한테 연락 주세요.”부영권은 개인 번호를 그에게 남겨주었다.강남 명수 부영권의 개인 전화번호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10명을 초과하지 않는다.허씨 일가라 해도 부영권 조수의 번호만 갖고 있다.허성태는 부영권이 진서준에게 이토록 깍듯이 대하자 놀랍기도 하고 이해되지도 않았다.번호를 받은 후 진서준도 몸이 거의 회복한 것 같아 자리를 떠나려 했다.“저도 이만 가볼게요. 약재를 다 구하시거든 다시 연락 주세요.”진서준이 말했다.“잠깐만요, 서준 씨!”허사연이 재빨리 그를 불러세웠다.진서준은 눈썹을 살
오늘 연회에 참석한 하객들은 전부 상류층의 유명 인사들이라 진서준처럼 평범한 옷차림의 일반인은 제지당하기 마련이다. 문 앞의 경호원은 이런 옷차림의 하객을 처음 본지라 바로 차단했다.“손님, 초대장 보여주시죠!”경호원이 진서준을 가로막으며 말했다.진서준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초대장 없어요.”“초대장 없으면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경호원이 야유 조로 말을 이었다.“밥 한 끼 얻어먹을 생각이라면 밖에 나가 우회전하시면 작은 식당이 하나 있거든요.”진서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경호원을 노려봤다.“나 이지성 찾으러 왔어. 들어가서 진서준 왔다고 전해. 바로 알아들을 거야!”경호원은 여전히 듣는 척도 않고 진서준을 내쫓으려 했는데 칼날같이 예리한 그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알았어요... 지금 바로 가서 전할게요!”경호원은 종종걸음으로 이지성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 나지막이 말했다.“도련님, 진서준이라는 분이 도련님 찾으러 왔습니다.”경호원의 말을 들은 이지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백일잔치가 끝나거든 그를 찾아가려 했는데 집 앞까지 먼저 찾아올 줄이야.연회장의 뭇사람들을 보며 이지성이 변우재에게 손짓했다.“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진서준 이 새끼가 지금 왔대. 이따가 들어오거든 너 애들 거느리고 그 자식 잘 감시해!”이지성의 눈가에 야유가 가득 찼다.“내가 오늘 이 새끼 서울시에서 이름 날리게 해 주겠어!”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진서준이 만약 여기서 창피를 당한다면 앞으로 서울시에서 취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가장 중요한 건 연회가 끝난 후 이지성은 진서준도 제 엄마처럼 똑같이 장애인으로 만들어 종일 모욕을 당하게 할 생각이다!“네, 도련님!”변우재가 흥분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마치 진서준이 겪을 처참한 결말을 미리 보는 것만 같았다.문밖에서 진서준이 5분 정도 기다린 후 대문이 벌컥 열리고 변우재가 열댓 명의 건달들을 거느리고 그를 싸늘하게 쳐다봤다.“야 이 새끼야, 네가
그의 명령에 열댓 명의 경호원이 진서준을 둘러쌌다.덩치 큰 체구의 경호원들이 왜소한 체구의 진서준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주위를 둘러싼 하객들은 차가운 시선으로 지켜볼 뿐 경찰에 신고하거나 앞장서서 말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다들 진서준이란 젊은이가 조만간 죽을 거라고 여겼으니까.진서준이 한 걸음 내딛자 더킹 룸 전체가 뒤흔들렸다.그는 곧이어 경호원들에게 몸을 돌리고 가차 없이 돌진했다.퍼퍼퍽...고작 몇 개의 동작에 열댓 명의 덩치 큰 사나이들이 죽은 개처럼 바닥에 축 처졌다.이 광경을 본 모든 이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들 못 믿겠다는 눈길로 진서준을 쳐다봤다.바닥에 쓰러진 변우재는 발밑에 한기가 차오르고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이 자식 사람 맞아?’메인 석에 앉아있던 한 중년 남성이 이 장면을 지켜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가 바로 이지성의 아버지인 이혁진이자 이씨 일가의 세대주이다.그는 무인이라 진서준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적어도 그조차도 진서준의 상대가 될 수 없다.긴 단상 위에서 이지성은 부하들이 일격을 견디지 못하는 모습에 욕설을 퍼부었다.“이런 쓰레기 같은 것들, 감방 다녀온 새끼 하나 못 제압해?!”진서준은 이지성을 쳐다보며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뭐... 뭐 하려는 거야?”이지성은 발끝에서부터 한기가 차올랐고 두 눈에 공포가 휩싸였다.“네가 우리 엄마 두 다리를 부러뜨렸지? 오늘 너도 똑같이 해준다!”엄마의 처참한 모습을 떠올리니 진서준의 눈가에 스친 살의가 더 짙어졌다.그는 한걸음에 이지성의 앞으로 돌진해왔다.이지성이 미처 정신 차리기도 전에 진서준이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이혁진이 말리려고 했으나 진서준의 속도가 너무 빨라 두 눈 뜨고 아들이 두 다리가 잘리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철컥철컥!”뼈가 부러지는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지성이 순간 바닥에 주저앉았다. 두 다리는 마치 꼭두각시처럼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으악...”처참한
이혁진은 허사연을 보자 활짝 웃으며 재빨리 그녀를 마중 갔다.“허사연 씨,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허사연이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누군가가 여기서 소란을 피운다고 들어 직접 확인하려고 찾아왔어요.”“일개 건달일 뿐이에요. 저희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으니 사연 씨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요.”이혁진이 손을 비비며 웃었다.“오늘 밤 호텔 내의 모든 손실은 전부 저희 가문에서 배상하겠습니다.”이혁재가 이토록 겸손하게 말하니 허사연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배상은 필요 없고 우리 호텔에서 허술하게 관리한 탓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다 우리 쪽 책임입니다. 소란을 피운 자가 누구인지 얼른 확인해야겠네요.”이혁진이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네,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주변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또다시 쉬쉬거렸다. 진서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연민과 야유가 가득 담겨 있었다.이씨 일가와 허씨 일가는 아예 같은 레벨이 아니다. 허씨 일가에서 손을 한 번 휘두르면 서울시 전체에 감당할 자가 몇 가문이 안 된다.이지성은 이리로 걸어오는 허사연을 보자 냉큼 눈물로 호소했다.“사연 씨, 저 새끼가 제 다리를 분질렀어요!”허사연은 그의 말을 듣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그녀가 오늘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허씨 일가는 서울시에서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걱정 마세요. 우리 가문에서 오늘 반드시 지성 씨 일을 원만하게 해결해드리겠습니다!”허사연이 엄숙하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이지성은 기분이 째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한 무리 사람들을 훑어봤다.“대체 누가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운 건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요...”그녀는 말을 채 잇지도 못한 채 문득 입을 다물었다. 마치 누군가가 손으로 자신의 목을 꽉 잡는 것만 같았다.허사연은 진서준에게 시선이 꽂히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지성은 그녀의 표정을 관찰하지 못하고 허리를 곧게 펴며 진서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진서준, 이 세상 물정도 모르는 건
허윤진의 부러진 팔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에 그녀가 이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상처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맞아요, 윤진 언니, 앉아서 좀 쉬어요.”진서라가 허윤진을 앉히며 말했다.바로 그때, 집사가 달려왔다.“진서준 씨와 저희 아가씨가 돌아오셨습니다.”그 말을 듣자 허윤진은 벌떡 일어나며 허사연의 휠체어를 밀고 밖으로 달려갔다.“서준아! 유정아! 괜찮아?”“우린 괜찮아, 이분들을 소개해 줄게.”진서준은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이 분은 샛터 소하비 왕자님이고 이 분은 샛터 예린 공주님이야.”허윤진은 이 두 사람을 본 적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오늘이 초면이었다.샛터 왕실이라는 말에 진서라와 허사연은 깜짝 놀랐다.진서준이 이렇게 대단한 인물들을 이 자리에 초대할 수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진서준 일행은 응접실로 향했다.“진서준 씨, 사업 얘기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소하비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유정아, 국색천향 몇 알 가져와.”진서준의 말에 유정이 바로 사람을 보냈다.잠시 후, 하인들이 국색천향을 들고 다가왔다.그 약을 보자 소하비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이건 무슨 약이죠? 어떤 효능이 있죠?”진서준이 느긋하게 설명했다.“국색천향이라고 불리는 이 약은 피부를 보호하고 미용에도 좋으며 수명을 연장하는 효능까지 있습니다.”“뭐라고요? 수명 연장이요? 정말인가요?”소하비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다시 확인하려고 했다.“믿기지 않으면 일단 하나 먹어봐요.”진서준이 담담하게 웃으며 약을 건넸다.“좋아요.”소하비는 약이 독약이 아닐지 걱정할 새도 없이 바로 한 알 삼켰다.약은 소하비 입안에서 바로 사르르 녹았다.소하비가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차가운 기운이 그의 온몸을 타고 흘렀다.그 편안한 느낌에 소하비의 표정은 계속 바뀌었다.“이거, 이거 너무 신기하네요.”소하비는 감탄을 연발했다.소하비는 밤새 비행기를 타고 와 지금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지만 국색천향을
“요 며칠 사이에 시간 내서 가볼게요. 사령관님과 대원들은 금도에서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절 기다리세요.”진서준의 말에 소정태는 감격에 찬 표정으로 경례했다.“네, 감사합니다, 진 교관님!”“감사합니다, 진 교관님!”“감사합니다, 진 교관님!”8대 특전대 전원이 우렁찬 목소리로 진서준에게 경례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진 교관님, 그럼 우리는 먼저 금도 군구로 가서 진 교관님을 기다리겠습니다.”소정태는 즉시 8대 특전대 모든 병사를 이끌고 현장을 떠났다.“한 어르신, 이렇게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진서준은 한창순 등 대종사들을 향해 다시 감사의 뜻을 표했다.“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한창순은 깜짝 놀라며 급히 말했는데 그 모습은 이전 명주에서 보인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진 상경님은 우리 국안부를 위해 큰 공로를 세웠습니다. 진 상경님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당연히 주저 없이 달려올 겁니다.”한창순이 진심을 보인 후, 진서준과 몇 마디 얘기를 더 나누고 한창순 일행도 자리를 떠났다.이제 현장에는 소하비의 친위대만 남았다.“소하비 왕자는 어디 있나요?”진서준이 물었다.“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친위대 대장이 공손하게 대답했다.“절 거기로 안내해 주세요.”“유정아, 너 스스로 걸을 수 있겠어?”진서준이 유정을 바라보며 물었다.“네.”진서준 품에 꼭 안겨 있던 유정은 순간 얼굴이 확 붉어졌다.유정은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느낌이 참 좋았다.하지만 유정은 자기와 진서준과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진서준은 유정을 단지 가족으로만 여길 뿐이었다.하지만 유정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진서준 씨, 난 당신이 여기서 죽은 줄 알았습니다.”소하비는 진서준이 나온 걸 보자 바로 다가갔다.“오빠, 왜 그렇게 저주하는 말을 해?”예린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그냥 농담한 거잖아. 봐, 진서준 씨는 확실히 아무렇지도 않잖아.”소하비는 머리를 긁적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여자는 정말 감정이
“얼른 저 사람들이 오기 전에 이 녀석 죽여버려!”하지만 방금 진서준이 휘두른 그 일격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2억은 유혹적인 금액이지만 단 하나뿐인 목숨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물건이었다.사람이 죽으면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무슨 소용인가?이 사람들은 전부 극악무도한 깡패라서 가족에 대한 애정과 미련 따윈 버린 지 오래된 사람들이었다.그런 사람들이 가족을 위해서 큰돈을 남겨주려고 할 리가 없었다.말을 마친 진서준은 다시 검을 들어 주석철을 향해 내리쳤다.“이 자식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네. 말이 안 통하면 어쩔 수 없지.”주석철은 이를 악물고 어쩔 수 없이 검기를 정면으로 받아내려고 했다.주먹과 검기가 충돌하자 주석철의 강기가 순식간에 검기의 충격으로 깨졌고 잇따라 참선검이 그의 목을 가로질렀다.피가 검날을 따라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졌고 주석철은 분노와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진서준을 쏘아보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주, 주 어르신이 죽은 거야?”장우림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주석철은 서남 지역에서 명성이 자자한 대종사인데 이 청년과 몇 번 정식으로 교전하지도 않고 허무하게 죽어버렸다.이 녀석이 인간이 맞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우림아, 빨리 도망쳐!”장정범은 정신을 차리고 급히 장우림을 밀쳐 도망가려 했다.“도망치려고? 어림도 없어.”진서준은 몸을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장정범 부자를 쳐다보았다.그 순간, 진서준은 이들 눈에 누구든 찢어버릴 수 있는 거침없는 악마처럼 보였다.공장 밖에서는 8대 특전대 병사들과 국안부 고수들이 가을바람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버리듯 깡패들을 전면적으로 청소하고 있었다.이 깡패들은 그들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천 명도 안 되는 병력을 상대로 이들 2만 명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연신 후퇴하고 있었다.이건 정면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도살이 분명했다.대다수 깡패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뿔뿔이 이리저리 흩어지며 달아났다.
쓰러진 주석철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었다.주석철은는 검을 든 채 서 있는 진서준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방금 그 일격은 주석철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쉽게 패할 리는 없었다.그런데 뜻밖에도 단 한 번의 정면충돌에 진서준은 주석철의 팔 하나를 부러뜨려버렸다.주석철은 난생처음 이렇게 무시무시한 사람을 마주하는 것 같아 말 못 할 두려움에 휩싸였다.이 청년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거기 누구 없어! 다들 들어와!”장정범이 바로 고래고래 소리치자 곧 외부에서 부하들이 달려 들어왔다.“이 남자 머리통 잘라서 죽여. 여자는 건드리지 마. 누가 이 남자 목을 가져오면 2억을 주겠어!”사람은 돈에 죽고 새는 먹이를 쫓아 죽는다는 진리를 장정범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2억이라는 거액의 보상을 내걸자 바로 이 깡패들의 잔인한 본능이 폭발했다.어마어마한 금액에 깡패들이 눈이 빨갛게 충혈되며 미친개처럼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이 깡패들을 보며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서준 오빠...”유정은 살짝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진서준의 이름을 외쳤다.깡패는 실력이 약하긴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아서 무리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걱정 마, 내가 있는 한 누구도 널 감히 다치게 하지 못할 거야.”진서준은 유정의 등을 톡톡 치며 안심시켰다.진서준의 품에 꼭 안긴 유정은 그 말을 듣자 하늘이 무너져도 두렵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유정은 부드러운 팔로 진서준의 허리를 더 꽉 감았다.진서준은 참선검을 손에 쥐고 자기에게 달려드는 깡패들을 덤덤하게 바라보았다.“어제 너희들에게 살아갈 기회를 줬지만 너희가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구나. 그러니 오늘은 너희를 지옥으로 보내줄 거야.”말이 떨어지자 진서준은 참선검을 휘둘렀고 무시무시한 검기가 놀라운 속도로 앞으로 돌진했다.검기에 스친 깡패들은 반응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반으로 갈라졌고 시체가 널브러지며 바닥은 시뻘건 피가 흥건해졌다.유정은 그 광경을 보고 소름이
30분 후.“내가 먼저 올라가서 구할 겁니다.”진서준이 모두에게 선언했다.“진 교관님, 저희도 함께 가겠습니다.”소정태가 앞으로 나서서 뜻을 밝혔다.“필요 없어요. 인질 구출은 나 혼자로 충분합니다.”진서준은 혼자 발걸음을 옮겨 폐기된 타이어 공장으로 향했다.2만 명의 부하들이 매서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주시하며 혹여나 이상한 짓이라도 할까 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어제 이 사람들은 이 청년의 실력을 직접 경험했고 이 청년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그런 괴물이 혼자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에 두려움이 스며들었다.사람들이 알아서 길을 비켜줬고 진서준은 조용히 폐기된 타이어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유기명이 널 보낸 거야?”진서준을 본 장정범 부자는 순간 멍해졌다.그들이 알던 진서준은 언제나 김평안의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가면 없이 나타나자 그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유정은 어디 있지?”진서준이 냉정하게 물었다.“끌어내!”장우림이 명령하자 두 손이 묶인 유정이 끌려 나왔다.“오빠!”유정은 진서준을 보자마자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유정아, 괜찮아?”진서준이 물었다.“저는 괜찮아요, 오빠. 국색천향 처방전을 절대 넘겨주면 안 돼요.”유정이 다급하게 외쳤다.“닥쳐, 이년아!”장우림이 유정을 노려보며 욕설을 퍼부었다.순간, 진서준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유씨 가문이 약 처방전도 넘기고 국색천향도 전부 우리에게 넘긴 후, 앞으로 국색천향 연구도 절대 금지한다, 알았어?”장정범이 조건을 내걸자 진서준은 통쾌하게 수락했다.“좋아.”진서준이 통쾌하게 승낙하자 장정범은 별다른 의심이 들지 않았다.왜냐하면 진서준이 지금 이 상황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진서준이 처방전을 던지자 장정범은 얼른 받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직은 인질을 풀 수 없어. 국색천향이 정식으로 우리 손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이 처방전이 진짜인지도 확
“서준아, 저 사람들 설마 네가 부른 건 아니겠지?”모두의 시선이 단숨에 진서준에게 쏠렸다.“맞아요, 제가 부른 겁니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저 사람들은 누구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저건 혹시 8대 특전대 깃발인가?”유기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확인하느라 애썼다.거리가 멀어서 윤곽만 희미하게 보일 뿐, 저 사람들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가까이 가야 확인할 수 있었다.“가까이 가보면 알 겁니다.”진서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아꼈다.호기심이 가득한 유기명 일행은 진서준을 따라 군중 쪽으로 향했다.가까이 다가가자 유기명 일행은 그대로 얼어붙었다.“8대 특전대가 전부 다 왔잖아!”강한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들은 전부 대한민국 군부 최정예를 상징하는 8대 특전대 것들이었다.“그리고... 전설의 전 도사님, 한 상경님까지 어쩌다가 여길... 저 사람은 설마... 샛터 소하비 왕자인가?”그야말로 전설 속 인물들이 눈앞에 한꺼번에 나타나자 서남 지역 최고의 가문을 자처하던 유기명조차 멍하니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서남 지역 대종사 일인자로 불리는 서산객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설마 진서준이 이 정도의 인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저 진서준이 진심으로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진서준은 사람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진 교관님,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우리가 지금 8대 특전대에서 새로 태어난 것도 다 진 교관님 덕분입니다.”“맞습니다, 용존님. 보해 전투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다 용존님 덕분 아닙니까?”“그래도 감사해할 줄은 아네요.”소하비가 시큰둥한 척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감격 그 자체였다.진서준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는다는 건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일이었다.“진 교관님, 어젯밤 저희 군부에 위성을 요청해서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진 교관님 여동생을 납치한 놈들은 지금 서쪽 지역
그때 그 짜릿한 광경은 아직도 그들의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었고 아마 죽을 때까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이제 용존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이 대종사들은 당연히 와야 했다.국안부의 절반에 달하는 고수들이 지금 이 자리에 집결했다.“전 도사님,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소정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라? 너희는 아직 무슨 상황인지 잘 몰라?”전원경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네, 잘 모릅니다.”소정태가 고개를 저으며 순순히 인정했다.“용존님 여동생이 납치당했어.”전원경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스쳤다.“뭐라고요? 어떤 미친놈이 간땡이가 그렇게 부은 건가요? 감히 진 교관님 여동생을 건드린다니, 죽으려고 환장했네요.”이상아가 분노를 터뜨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진서준은 사령관들을 다시 태어나게 한 은인이나 다름없었다.은인의 가족이 납치당했다니, 사령관들은 당연히 참을 수 없었다.“우리도 누가 이렇게까지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지 몰라.”전원경이 고개를 저었다.“묘강조차 용존님 손에 뒤집어졌는데 아직도 용존님을 건드리는 놈이 있다는 게 신기해.”한창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 세상엔 사람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미련한 놈이 참 많아. 처음엔 나도 용존에 대해 편견이 좀 있었지. 근데 다행히 하문천 어르신이 날 제지했어. 안 그랬으면 용존님 날 제대로 혼뜨검 냈을 거야.”“네?”모두가 그 말에 깜짝 놀랐다.국안부 상경인 한창순 같은 대단한 인물도 진서준과 충돌한 적이 있을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교회 황혼 기사, 올림푸스 신왕, 그리고 멸용 조직 절세 강자. 이 세 사람을 용존님이 단 하룻밤 만에 연달아 베어버렸어.”“헐...”모두가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한창순이 말한 이 세 사람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절세 강자였고 천의방에도 이름을 올린 천재이기도 했다.하지만 그런 인물들을 진서준이 혼자서 단 하룻밤 만에 모조리 베어버렸다.대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실력이어야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지?더 충격적인 건 진 교관
그날 밤, 유정의 안전을 우려한 유기명은 밤새 뒤척이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어쨌든 장씨 부자는 제대로 된 인간들이 아닌 음흉한 놈들이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저 개자식들이 내 딸한테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반드시 생지옥을 맛보게 해주겠어.”유기명은 속으로 이를 갈며 다짐했다.밤이 점점 깊어졌다.한 대, 또 한 대... 비행기가 잇따라 금도 근처 공항에 착륙했다.곧이어 군용 번호판을 단 험비들이 줄줄이 공항을 빠져나왔다.공항에서 나온 차량 행렬은 곧바로 유씨 가문을 향해 직진했다.그리고 유씨 가문 장원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모든 차량이 일제히 정차했다.어떤 소음도 없이 차 안에서 사람들이 조용히 대기했다.이들은 바로 수천km 밖 설표 특전대에서 급히 파견된 8대 특전대 전 병력이었다.800여 명이 이 밤에 한곳에 집결한 것이었다.“아마 진 교관님은 쉬고 계실 테니 모든 장병은 이곳에서 휴식해. 내일 아침, 진 교관님의 명령을 기다려.”소정태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알겠습니다!”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차량에서 내려 조용히 바닥에 자리 잡고 휴식을 취했다.하지만 소정태를 비롯한 8대 특전대의 여덟 지휘관은 잠을 청하지 않고 한자리에 모여 낮은 목소리로 내일 있을 일을 논의했다.“진 교관님이 전화로 다른 말은 없었어?”이상아의 질문에 소정태가 대답했다.“없었어. 그냥 오라고만 하셨지. 아무래도 큰일이 벌어진 것 같아.”“8대 특전대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고인권이 웃으며 말했다.“그러게. 예전엔 서로 경쟁하느라 바빴는데 이번엔 한마음이 됐네.”소정태가 이런 신기한 상황에 감탄했다.“이게 다 진 교관님 덕분이지. 그분이 아니었다면 우리 8대 특전대는 아직도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었을 거야.”“맞아, 진 교관님한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 있어.”그렇게 소정태를 비롯한 사령관이 얘기를 나누던 중, 멀리서 불빛이 번쩍였다.여덟 명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을 주시하자 검은색 승용차들
“소정태, 진 교관님이 우리한테 임무를 주셨어?”이상아의 눈빛이 번쩍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진심으로 은혜를 갚겠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진짜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8대 특전대 전원, 즉시 출발하래. 목적지는 금도야.”“금도? 거기 가서 뭘 하라는 거지?”고인권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진 교관님이 자세한 내용은 말씀 안 했지만 해 뜨기 전까지 도착하라고 하신 걸 보면 중요한 일이 있는 게 분명해.”“좋아, 바로 아래에 명령을 전달하자.”“전원 집합! 5분 안에 짐 정리하고 공항으로 모인다.”“진 교관의 명령이야. 전원, 금도로 출발!”소정태는 군구의 최고 책임자인 최해준에게도 따로 연락을 넣었다.진서준의 명령이라는 걸 듣자 최해준은 단 한마디도 묻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8대 특전대에 연락을 마친 후, 이번에는 국안부로 전화를 걸었다.“제 동생이 잡혔습니다. 상대는 2만 명이고요. 위치는 금도입니다.”진서준은 굳은 얼굴로 상황을 전달했다.“현재 임무가 없는 인원은 전부 투입하마.”전화 너머에서 진서훈이 조용히 대답했다.“감사합니다.”“묘강에서 네가 해낸 일은 정말 대단했어.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진서훈이 웃으며 말했다.곧바로, 진서준은 또 다른 번호를 눌렀다.“진서준 씨?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나한테 전화를 다 걸고?”소하비는 살짝 놀란 듯했다.지난번에 진서준이 예린을 치료한 이후로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현재 소하비와 예린은 여전히 대한민국에 머무르고 있었다.“제 여동생이 납치됐습니다.”진서준은 서론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뭐요? 누가 한 일인데요? 어디서 일어난 일인데요?”소하비의 목소리가 확 높아졌다.“금도요. 왕자님이 데려올 수 있는 인원은 전부 데려오세요.”“좋아요, 예린이랑 함께 갈게요.”진서준이 전화를 끊자 유기명이 궁금한 듯 물었다.“지금 누구한테 연락한 거야?”“내일 아침이면 알게 될 겁니다.”진서준이 간단명료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