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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불쌍한 척하다 

생각을 정리한 권하윤은 깊은 숨을 들이켰다.

“은영 선배, 우리 아빠가 돌아가셨다지만 저는 아빠가 누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걸 볼 수 없어요. 선배가 저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진은영을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럴게.”

진은영의 눈에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가득했다.

“네가 그런 말 하지 않아도 교수님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어. 교수님은…….”

한창 말하던 진은영의 눈시울은 이내 붉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어리석었어. 내가 교수님을 오해하다니, 교수님은 나 때문에 돌아가신 거야.”

진은영은 하윤의 손을 꼭 잡았다.

“차라리 나 때려. 욕해도 돼.”

하윤은 텅 빈 눈으로 진은영을 바라봤다.

‘지금 때린다고 뭐가 달라지나? 아빠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아버지가 그런 누명까지 쓰면서 뛰어내린 건 공은채를 위한 거잖아.’

그 순간 눈 앞에 어머니의 모습이 아른거렸고 귓가에 확신을 가진 채 말하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난 네 아빠 믿어.”

눈을 감은 순간 눈물이 하윤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진은영의 집을 떠날 때, 하윤의 다리는 마치 철이라도 매단 것처럼 무겁기 그지없었다.

당장이라도 바닥에 앉아 휴식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호텔로 돌아간 하윤은 던을 찾아갔다. 하지만 던의 방문을 한참 동안 노크해도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던이 없으니 하윤은 자기 방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조용한 공간에서 하윤은 점점 생각에 잠겼다.

‘아빠는 왜 공은채랑 껴안고 있었던 거지?’

그 순간 오나영이 식사 자리에서 비아냥거리듯 말했던 한 마디가 떠올랐다.

“학생과 불륜을 저지르는 게 무슨 음악가라고…….”

‘그 말은 단지 나를 찍어 누리기 위해 했던 걸까? 아니면 뭘 알고 하는 얘기였을까?’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했다.

심지어 거대한 소용돌이가 하윤을 삼켜버리는 것만 같았다.

……

오후에 방으로 돌아온 던은 하윤의 안색을 보고는 예의껏 그녀에게 자리를 권하고 커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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