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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권하윤은 우는 소리를 내며 귀를 쫑긋 세우고 전화 건너편의 소리에 집중했다.

하지만 목이 쉬도록 울어 댔지만 건너편에서는 한마디 위로의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에 신호가 안 좋은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귀에서 떼어내 관찰하고 있을 때 전화 건너편에서 갑자기 말소리가 들려왔다.

“다 울었어?”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란 하윤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그대로 던져버릴 뻔했다.

하지만 그런 충동을 누른 채 의아한 듯 물었다.

“저인 줄 어떻게 알았어요?”

“전화 오면 지역이 뜨는 거 몰랐어?”

하윤은 순간 난처했다.

하지만 이내 의문이 생겨났다.

‘그렇다면 내가 전화한 걸 알면서도 전화 받았다는 건가?’

그걸 인지한 순간 난처함은 기쁨으로 변했고 손가락은 저도 모르게 핸드폰 변두리를 긁으며 말을 이었다.

“울려고 했는데 도준 씨 목소리를 들으니까 울기 싫어 졌어요.”

“또 병이 도졌어?”

감정을 알 수 없는 목소리에 하윤은 숨이 턱 막혔다.

‘설마 내가 또 속인다고 생각하는 건가?’

“저, 저는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어젯밤…….”

“뚜뚜뚜…….”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끊어진 전화에 하윤은 풀이 죽었다.

하지만 도준과 말이라도 했다는 생각을 하니 충전이라도 한 것처럼 힘이 솟아났다.

이에 하윤은 다시 침대에 엎드린 채 엄석규의 자료를 펼쳐봤다.

엄석규는 이성호와 마찬가지로 해원 음악 대학의 선생이다. 물론 이성호는 교수이고 엄석규는 부교수였지만.

그런데 지금 엄석규는 학교의 부총장으로 승진했다.

엄석규는 이성호처럼 평생 음악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관직에 더 집착했다.

보통 사람이 위로 올라가려면 필요한 요소는 적지 않다. 인맥, 스펙, 직함 그리고 배경 등등.

엄석규와 이성호는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는데 집안은 그나마 풍족하게 사는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앞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엄석규가 위증을 하고 난 뒤 고작 몇 년 동안 부교수에서 바로 교수, 학과장,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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